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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13 Chapters

제3601화

이경혜 일행이 도착하자 이은화의 경호원들이 즉시 길을 막아 나섰다.이경혜는 차가운 목소리로 호통쳤다.“뭐 하는 짓이야! 내가 누군지 모르나? 내 어머니를 보러 왔는데 감히 길을 막다니! 꺼져!”경호원들은 이경혜의 호통에 압도당한 듯 움츠러들었다.눈앞의 여자가 바로 이은숙의 장녀였다. 만약 이은숙이 살아있었다면 지금 가주 자리에 앉아 있을 사람이었다.이경혜는 나이가 60세에 가까웠지만 관리를 잘해 40대처럼 보였다.과거 성씨 그룹을 경영하며 업계에서 이름을 날렸는데 그 위엄이 정말 대단했다.경호원들은 이경혜가 이은화보다 더 무섭게 느껴졌지만 이은화의 지시를 떠올리며 버티고 있었다.“죄송합니다. 가주님께서 지금 전임 가주님과 대화 중이시라 허락 없이는 누구도 통과시키지 말라고 하셨습니다.”“싸우기 싫은데... 스스로 비킬 건가 아니면 우리의 공격을 당하고 비킬 건가?”이경혜는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할 생각 없이 냉정하게 말했다.두 경호원이 경계 태세를 취했다.한성근도 얼굴이 굳어 있었다.이은화의 행동은 너무도 무례했다. 분명 고의적인 것이 틀림없었다!한성근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겨울아.”정겨울이 대답하며 손에 들고 있던 국화를 이경혜에게 건넸다.“사모님, 할아버지와 함께 뒤로 물러나세요. 제가 실수로 다치게 할까 봐 걱정되어서 그래요.”두 경호원은 정겨울을 그저 평범한 젊은 여자로 여기며 설령 싸움할 줄 안다고 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그들도 두 명이고 뒤에 동료들도 더 있었기에 고작 여자 한 명이 그들을 제압할 수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정겨울이 물었다.“두 사람 같이 달려들 건가요? 아니면 하나씩 차례로 하실 건가요? 시간이 아까운데 함께 달려드는 걸 추천해 드려요!”두 경호원은 서로를 바라보며 정겨울의 건방짐에 분노했다.그들은 무도 정신 따위는 아예 무시한 채, 함께 정겨울을 공격했다. 더 나아가 고의로 그녀의 얼굴을 노려 주먹을 휘둘렀다.무술을 익힌 사람들이라 그들의 주먹 한 방이면 이빨도 부러뜨릴 수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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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02화

정겨울이 앞으로 돌진했다.나머지 경호원들은 동료들이 손쉽게 제압당하는 것을 보고 있었지만 정겨울이 어떻게 공격했는지는 전혀 보지 못했다.‘고수 중의 고수인가?'정겨울이 달려오자 그들도 더 이상 예의를 차리지 않고 여러 명이 함께 덤벼들었다.하지만 정겨울에게 닿기도 전에 그들은 몸 여러 곳이 저리고 마비되는 것을 느끼면서 곧바로 바닥에 쓰러져 경련을 일으켰다.이은화와 그녀의 두 경호원도 마찬가지였다.정겨울은 이은화의 체면을 전혀 개의치 않은 채 그녀의 측근 경호원 두 명이 몸을 돌려 달려오는 순간 독침을 날렸다.결과는 예상한 대로였다.그리고 이은화마저 바닥에 쓰러져 몸을 떨고 있었는데 정겨울이 그녀에게도 이미 독침 몇 개를 박아 넣은 뒤였다.순간 정겨울은 가지고 온 모든 독침을 날려버렸다.곧 모든 침을 회수해 다시 독을 입힐 생각이었다.이 독침들은 치명적이지는 않았지만 혈 자리에 박힌 침의 약간의 독성이 간질 발작과 유사한 증상을 일으키도록 조작되어 있었다.이경혜 부부가 한성근을 부축하려 하자 한성근이 말했다.“제가 혼자 갈게요. 여기에서 겨울의 꽃을 잘 들고 계세요.”“아저씨, 정 선생님께서 혹시 공간을 가르는 점혈 술을 배운 건가요? 정말 대단하네요! 어떻게 공격했는지 전혀 보지도 못했는데 사람들을 순식간에 제압했어요.”이경혜가 감탄했다.“아니에요. 그냥 독을 잘 다룰 뿐이에요. 독이 너무 강하면 사람이 죽을 테니 침에 독을 묻혀 쓰는 거죠. 겨울이가 오랜만에 독침을 꺼내는 거예요. 오늘 이 사람들은 그 영광을 누리는 것뿐이죠.”한성근은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몇 분의 세외고수도 과거에 정겨울의 ‘독침 서비스'를 자주 받았었다.이경혜가 연신 칭찬했다.“정말 대단하네요.”“겨울의 싸움 실력도 출중하지만 요령을 피우지 않고 정면승부를 했다면 이들을 한꺼번에 제압하기는 어려웠을 거예요.”정면 대결로 이들을 쓰러뜨리려면 정겨울이 이길 수도 있겠지만 상당히 힘들었을 것이다.성문철이 말을 건넸다.“정 선생님의 명성은 익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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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03화

이경혜가 정겨울에게 낮은 소리로 물었다.“이들이 죽지는 않겠죠?”비록 이은화가 미웠지만 그렇게 쉽게 죽게 할 수 없었다.그건 이은화에게 너무 관대한 처사였다.어떻게든 그녀를 신망 잃은 자로 만들고 죽어서도 사람들의 저주를 받게 해야 하느니라!“10분 정도 지나면 자연스럽게 회복될 거예요. 하지만 제가 만든 해독제를 복용해야 하죠. 안 그러면 독소가 몸에 남아 회복하기 어려울 거예요. 죽지는 않을 거예요. 살인자라는 오명은 쓸 필요가 없어요.”정겨울이 이은화 일행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럴 가치도 없고요.”그녀는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있었기에 이런 사람들 때문에 남은 인생을 망칠 필요는 없었다.이경혜가 고개를 끄덕였다.“다행이네요. 정말 그럴 가치 없죠.”그녀는 이은화가 가져온 꽃과 과일들은 모두 내동댕이쳤고 자신의 꽃다발을 어머니의 묘비 앞에 놓았다.“엄마, 엄마를 해친 건 엄마의 친동생이에요. 은혜를 원수로 갚은 배은망덕한 년이죠. 엄마가 키우고 가르쳤는데 결국 엄마와 아버지를 해쳤어요. 작은이모도 엄마 동생에게 살해당하셨어요. 그런 사람은 혈육도 해치고 얼굴이 철판보다 더 두껍다니까요. 엄마 앞에 오는 것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감히 저를 막다니. 엄마, 그 여자가 가져온 선물들을 제가 다 버렸어요. 엄마도 보기 싫으시죠? 아저씨가 돌아오셨어요. 엄마의 원수를 갚으려고 이렇게까지 버텨주셨거든요. 그때 그 여자가 보낸 사람들에게 쫓기다가 중상을 입어 목숨은 건졌지만 후유증이 남아 수십 년간 약을 끊지 못하셨대요. 강한 의지력으로 버텨온 거예요. 엄마, 아저씨와 마음껏 얘기하세요. 할 말이 많을 거잖아요.”이경혜는 이은숙 묘비의 사진을 가볍게 어루만졌다.잠시 후 일어서며 한성근에게 따뜻하게 말을 건넸다.“아저씨, 우리는 저쪽에서 잠시 기다릴게요. 오랜만에 돌아오셨는데 엄마와 할 말이 많으실 거예요. 천천히 얘기하세요.”그리고 성문철과 정겨울을 데리고 한쪽으로 물러났다.이경혜 일행은 먼저 이은화를 끌어내 한성근의 말이 들리지 않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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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04화

‘이 사람이 정말 의사 맞아? 사람을 죽이는 의사 아니야?’정겨울은 그들이 더 이상 경련하지 않는 것을 확인하더니 그들이 일어서기 전에 먼저 가서 침을 회수했다.그렇게 작은 침에 묻은 약간의 독소가 그들을 간질 발작을 일으키는 환자처럼 만들다니!“해독제 내놔!”정겨울이 이은화에게서 침을 회수하자 이은화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이은화가 분노에 찬 눈빛으로 이를 갈며 말했다.“정 선생, 해독제를 내놔!”방금 같은 상황은 너무 고통스럽고 창피하여 이은화는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았다.빨리 해독제를 먹어 독을 풀고 싶었다.그러나 정겨울은 그녀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줄 서서 기다리세요. 순서대로 합니다. 당신은 너무 늙어서 맨 뒤에 서서 기다리세요. 새치기하면 안 되고 나이를 속여도 안 됩니다. 아니면 내일, 모레, 그다음 날의 약도 안 줄 거예요. 오늘 가져온 해독제가 많지 않아서 각자 조금만 줄 거예요. 앞으로 3일은 계속 약을 먹어야 할 겁니다.”이은화의 얼굴은 먹구름처럼 어두웠다. 그녀는 정겨울이 일부러 이렇게 행동하여 자신의 체면을 구기려는 거로 생각했다.이경혜는 이은화의 어두운 얼굴을 보며 남편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여보, 우리가 한 행동들을 잘 생각해 봐요. 우리가 정 선생님에게 실수로 무례하게 대한 적 없었는지.”겉보기에는 순해 보이는 정겨울이 예쁘게 생겼지만 사람을 다루는 방식은 쇳덩이 같은 남자도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성문철이 잠시 생각하다가 조용히 대답했다.“없어. 절대 없었어. 우리는 항상 정 선생님께 잘 대접했었지.”정겨울이 김청산의 제자이며 그의 의술을 이어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가 관성에 올 때마다 귀한 손님처럼 특별히 공손하게 대했다.어떻게 감히 정겨울을 건드릴 수 있겠는가?누구나 아플 때가 있는 법이다.정겨울과 같은 경험 많은 명의는 누구나 한 번쯤 찾아가고 싶어 할 것이다. 특히 본인이나 가족이 아플 때는 더욱 그런 전문의의 진료를 받고 싶은 것이 환자들의 자연스러운 심리이다.여운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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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05화

정겨울은 정말로 줄 순서대로 약을 나눠주었다.이씨 가문의 경호원들은 약을 받고도 먹을지 말지 망설였다.정겨울이 말을 건넸다.“이미 독에 중독되셨는데 제 약을 뭐 그리 두려워하는 거죠? 이건 해독제예요. 먹으면 몸에 배어있는 불편한 느낌이 좀 나아질 겁니다. 불편하지 않나 보네요?”경호원들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경련은 멈추었지만 여전히 온몸이 저려 불편하기만 했다. 하지만 실력이 딸려 정겨울을 건드릴 엄두도 내지 못했다.특히 그녀의 정체를 알고 나서는 더더욱 아무 짓도 못 했다.이 젊은 여자가 바로 김청산의 제자이자 예씨 가문의 넷째 사모님이었다니!김청산은 들어본 적 없지만 예씨 가문 넷째 사모님에 대해서는 익히 들었다.만성의 남씨 가문에 변고가 생겼을 때 실력이 뛰어난 정겨울이 현장에 나타나 도와주었다는 소문이 자자했다.예씨 가문과 전씨 가문의 사이가 이토록 깊을 줄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예씨 가문의 넷째 사모님 정겨울마저 이경혜 일행과 함께 동행하다니.경호원들은 머뭇거리다 약을 먹기로 했다.한 명이 선뜻 먹자 나머지도 따라 했다.이은화의 차례가 되자 정겨울은 두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미안합니다만 이 가주님 차례에 마침 약이 전부 떨어졌네요. 제가 가진 약이 너무 적은데 사람은 많아서 다 나눠줄 수가 없네요. 게다가 당신처럼 나이 많은 분은 괜찮잖아요? 어차피 오래 살았는데 조금 참으면 그만이죠.”‘분명 고의야. 이 여자는 일부러 그런 거야!’정겨울이 약이 없다고 하자 이은화는 측근 경호원 두 명을 바라보았다.그들은 즉시 정겨울이 나눠준 미량의 해독제를 이은화에게 건넸다.이은화는 사양하지 않고 그 약을 전부 삼켜버렸다.정겨울이 만든 독은 발병이 빠른 만큼 해독제도 약효가 빨랐다.이은화는 곧 저린 감각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지만 참을 만한 수준이었다.약을 먹지 못한 두 경호원은 여전히 불편했다. 저린 감각이 고통스럽지는 않지만 마치 몸속에 개미가 기어 다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간지러워 긁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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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06화

이은화는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한성근의 눈에는 언제나 오직 이은숙뿐이었다.방금 그가 이은화의 앞을 지나갈 때 땅에 쓰러져 경련을 일으키는 그녀를 보고도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도대체 내가 언니보다 부족한 게 뭐냐고!’이은화는 늘 불평했다.한성근은 묘비 앞에서 한참을 중얼거리다 드디어 일어섰다.비행기를 타고 내리자마자 바로 이씨 가문 묘지로 향한 탓에 모두가 배고픈 상태였다.“가주님, 경혜 아가씨와 함께 먼저 식사하러 가겠습니다. 몇 시간 동안 비행하고 내리자마자 바로 뵈러 와서 아직 밥도 못 먹었습니다. 아, 그리고 겨울이... 가주님은 정겨울을 모르시겠지만 저의 제자라고 할 수 있죠. 정식으로 사제 관계를 맺지는 않았지만 신의 김청산의 제자입니다. 남의 제자를 빼앗을 생각은 없어서 가끔 시간 날 때마다 무술을 지도해 주었거든요. 제 마음속에서 겨울이도 저의 제자나 다름없습니다. 아주 총명하고 뛰어난 아이예요. 겨울이를 데려올게요. 제가 이렇게 오래 살아 가주님을 다시 뵐 수 있게 된 건 청산이와 겨울 덕분이었습니다. 예전부터 청산이가 제 건강을 위해 많은 정성을 쏟아주었고 그 후에는 겨울이가 제가 더 오래 살 수 있도록 온갖 노력을 기울였죠. 그들은 모두 저의 은인입니다.”한성근은 고개를 돌려 정겨울을 불렀다.“겨울아, 너도 우리 가주님께 인사드려. 가주님께서 널 잘 보시게.”정겨울은 이은화 일행을 경계하는 눈빛으로 힐끔 보고는 이은숙의 묘비 앞으로 다가갔다.이경혜 부부는 이은화 일행을 감시하며 그들이 도망치거나 뒤통수를 칠 기회를 노리지 못하도록 했다.이은화는 속으로 중얼거렸다.‘도 비서는 대체 뭐 하는 거야? 아직도 불을 지르지 않는다니! 아니면 지금은 때가 아닌 건가? 경혜 그 계집애가 주변에 매복을 시켜놨나?'정겨울이 한성근을 부축해 오자 이은화는 중얼거리다가 한성근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이경혜 부부는 묘비 앞에서 절을 올렸다.“몇십 년 만에 보니 별로 변한 게 없네요. 그래도 많이 늙었네요. 예전에는 카리스마가 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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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07화

한성근과 이경혜는 이 자리에서 이은화의 죄를 논할 생각이 없었다.그들의 진짜 목적은 단순한 복수를 넘어 모든 강성 사람들에게 이은화의 진짜 얼굴을 드러내 그녀의 명예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것이다.지금 이곳에는 사람이 고작 몇 명밖에 없었으니 영향력이 전혀 없고 이은화가 증거를 파기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했다.이경혜는 남편과 함께 한성근을 양쪽에서 부축하며 다가왔다.그리고 이은화를 향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당신이 저지른 만행에 대한 증거와 증인 모두 갖고 있어요. 반드시 철저히 그 대가를 치르게 해줄 거예요. 정 선생님, 호텔로 갑시다. 예진 일행이 우리와 식사하려고 기다리고 있어요.”정겨울이 고개를 끄덕였다.이은화 옆을 지나갈 때 한성근은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노려보았다.그의 눈에는 증오가 가득했지만 목소리는 의외로 평온했다.“나는 가주님의 특별 비서야. 살아서도 가주님의 사람이고 죽어서도 가주님의 혼이 될 거다. 이생은 온전히 가주님의 것이거든. 넌 내 눈에 고작 가주님의 동생일 뿐이야. 가주님이 너와 셋째 아가씨를 아껴주지 않았더라면 내가 너에게 눈길 한 번 주지도 않았을 거야. 감히 가주님과 비교하다니... 배은망덕한 년! 짐승만도 못한 년! 넌 영원히 가주님을 따라갈 수 없어! 가주님이 딸처럼 키운 동생에게 그런 식으로 처참하게 배신당하다니 정말 안타깝구나. 개를 키우는 게 너 같은 년을 키우는 것보다 백배는 나았을 건데.”한성근은 말을 마치고 시선을 돌렸다. 더 이상 이은화를 바라보고 싶지 않다는 듯이.이경혜가 이어서 말했다.“남편이 바람피우고 친딸은 마음이 안 통하고 세 아들은 무능력에 며느리들은 이혼 소동 중이라... 양녀에게 쏟아부은 20년의 정성도 결국 당신 손에 죽었으니... 이게 바로 당신 업보예요. 혈육도 모르는 당신 죄악... 우리 부모님과 이모를 죽인 죄... 하늘이 다 보고 계세요. 반드시 당신에게, 당신 자손들에게까지 그 대가가 돌아갈 거예요. 기다려 보죠. 모든 사람은 자신이 저지른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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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08화

‘총격전은 아닐 거야. 예진 일행은 총기를 가지고 있지 않아. 경찰이 개입한 게 아니라면 혹시 우리 음모가 흘러나가 예진 일행이 미리 경찰에 신고한 거 아니야?’이은화는 다시 도혁찬에게 전화를 걸었다.한참 후에야 도혁찬이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 있었어?”이은화가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도혁찬의 대답했다.“없습니다.”“문제없다면서 방금 내 전화를 왜 받지 않았어? 우리 계획대로 실행하지 않은 이유는 뭐야?”이은화는 의심 어린 눈빛으로 추궁했다.도혁찬이 설명했다.“조금 전 부하들을 철수시키느라 바빠서 가주님의 전화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그들이 우리 계획을 눈치채고 대비를 해놓은 것 같습니다. 만약 우리가 손을 썼다면 오히려 그들에게 딱 걸려 불리해질 상황이라...”“네 말은 그들도 묘지 근처에 사람을 매복시켜 놓고 우리가 손쓰기만을 기다렸다는 거야?”“네, 그렇습니다.”하지만 ‘딱 걸리다'라는 표현은 마치 그들이 도둑이라도 된 듯한 느낌이었다.이은화의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다.“우리의 모든 계획은 오직 너와 나만 알고 있는데 그들이 어떻게 알았지? 네 부하 중에 배신자가 있는 거 아니야?”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치니 이은화의 속이 타들어 가기만 했다.다음에 한성근을 만날 때면 더 많은 경호원이 둘러싸고 있을 테니 손쓰기가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다.피해 없이 공격할 수 없다면 동귀어진 외에는 아무런 방법이 없었다.이건 최악의 하책이었다.정말로 어쩔 수 없을 때까지 꺼내고 싶지 않은 선택이다.“가주님, 제가 철저히 조사해 보겠습니다.”도혁찬은 배신자가 있을 거라 믿지 않았지만 확신할 수도 없었다.만약 배신자가 없다면 그것이 더 무서운 일이다.그들의 비밀 계획을, 심지어 이윤미조차 모르는 일을 이경혜 일행이 미리 알았다는 것은 그들의 정보망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뜻이다.도혁찬은 차라리 자신의 부하 중에 배신자가 있어 정보가 누출되기를 바랐다. 상대가 그렇게 강력하기를 원치 않았으니까.“빨리 조사해. 우리 안에 배신자가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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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09화

도혁찬이 공손하게 대답했다.“저는 가주님의 명령에만 따를 뿐입니다. 가주님께서 어떻게 지시하시든 그대로 실행할 겁니다. 절대 독단적으로 행동하지 않습니다.”만약 이은화가 동귀어진을 선택한다면 도혁찬은 기꺼이 가주님을 따라 황천길에 동행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그들은 원래 가주님과 생사를 함께하는 존재들이다.그러나 한성근만이 예외였다. 그는 당시 이은숙을 따라 죽지 않고 복수를 위해 살아남았다.이은화는 도혁찬을 굳게 믿고 있었다. 그녀가 딸에게 말했듯 세상 누구든 그녀를 배신할 수 있지만 특별 비서만은 절대 그럴 리 없었다.이은화는 전화를 끊었다.한편 이경혜 일행은 산에서 내려와 이씨 가문 묘원을 떠나 옆에 있는 묘원으로 이동했다. 이경혜의 아버지와 조부모 묘비에 찾아간 뒤에야 비로소 택시로 돌아왔다.이경혜 일행이 너무 오랫동안 머물러 택시 기사는 지쳤을 뿐만 아니라 점점 초조해지고 있었다.만약 이경혜 일행이 옆의 묘원으로 이동하지 않았거나 묘지 관리인이 보이지 않았다면 기사는 자신이 네 명의 유령을 태워온 줄로 생각했을 것이다.이경혜 일행이 차에 오르자 택시 기사는 서둘러 출발했다.차의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 마치 늦게 운전하면 유령이 나타날 것처럼.비록 대낮이지만 강성의 겨울은 너무 추워 태양이 드물게 보였다.햇빛이 없는 묘지 같은 외진 곳은 음침하고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내 사람들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고씨 가문의 저택.공은호 일행은 이경혜 일행보다 먼저 강성에 도착했다.고진호 부부는 딸로부터 여러 세외고수들의 신분을 전해 듣고 직접 하루 호텔을 찾아가 여러 번 청한 끝에 그들을 고씨 가문 저택으로 초대하는 데 성공했다.공은호 일행 외에도 만성에서 날아온 남씨 가문의 가주 부부가 함께했다.남우현은 아내와 함께 눈 구경을 하러 왔다고 말했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만성에서도 겨울이면 눈이 자주 오는데 굳이 강성까지 올 필요가 있는가?강성의 눈이 더 하얀 것도 아니고.하지만 아무도 그의 거짓말을 끄집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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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10화

“너무 궁금한데, 그 할멈이 왜 소현 씨를 전씨 가문의 형제 중 하나와 결혼시키지 않았소?”전호영은 전태윤을 바라보았는데 형이 태연한 표정이길래 대담하게 말을 이었다.“소현 씨는 한때 우리 형님을 좋아했었죠. 하지만 형님은 전혀 관심이 없으셨어요. 그분의 그 감정은 관성 사람들 모두가 다 알고 있을 거예요. 우리 큰형과 형수님이 결혼하신 후 소현 씨도 마음을 접고 우리 형에 대한 그 감정도 정리했죠. 할머니께서도 소현 씨가 우리 형을 좋아했던 사실을 알고 계셨어요. 만약 그녀를 우리 중 누구와 맺어주려 했다면 모두 불편했을 거예요. 게다가 소현 씨가 무의식중에 우리를 형님과 비교할 수도 있고요. 오히려 좋지 않았을 테죠. 우리도 스스로 뛰어나다고 생각하지만 형과 비교하면 아직 부족한 점이 많잖아요.”공은호는 웃으며 말했다.“그렇군. 하지만 소현 씨의 약혼자도 훌륭하던데 그녀가 예씨 가문에 시집가면 우리 큰형도 한시름 놓이겠구먼.”예씨 가문의 남자들도 뛰어났다.정겨울의 남편만 봐도 그녀의 모든 것을 포용할 줄 알았고 지극정성으로 아꼈다.물론 정겨울 본인도 매우 뛰어나고 좋은 처가집을 두고 있었다.그들 모두 정겨울의 처가 식구들이었다.정겨울이든 허윤주든 시집에서 잘살고 있었고 시댁 식구들은 그들을 친딸처럼 대해주었다.남편들은 지위도 높고 아내를 아끼는 사람들이었다.앞으로 민지영도 좋은 집안으로 시집갈 것이다.자신들이 키운 제자들이 하나둘 좋은 배필을 만나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니 공은호 일행은 깊은 감동을 했다.아, 물론 결혼할 생각도 없는 불효 제자들도 많았다.아직까지 손을 놓을 수는 없었던 터라 결혼을 재촉해야 했다.한성근의 일이 끝나면 전씨 할머니처럼 제자들의 배필을 골라주는 방법을 배워야 할지도 모르겠다. 강제로 간섭하지 않으면 그들 중 많은 제자가 한성근처럼 평생 독신으로 살 가능성이 아주 컸다.그들 자신도 독신으로 살았고 삶이 꽤 자유로웠지만 제자들은 보통 사람들처럼 정상적인 삶을 살기를 바랐다. 제자들이 결혼하지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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