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내 남편은 억만장자 / Chapter 3941 - Chapter 3950

All Chapters of 내 남편은 억만장자: Chapter 3941 - Chapter 3950

4171 Chapters

제3941화

“아직 일어나지 않았구나.”도아영이 문을 열자 황서진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 그러고는 자연스럽게 방 안으로 들어섰다.도아영의 방은 따뜻한 색감으로 꾸며져 있었지만 가구는 많지 않았다.침대와 책상, 그리고 작은 소파 세트가 전부였다.그녀는 예전부터 간단한 공간을 좋아했다.방의 크기도 도씨 가문의 다른 자녀들에 비하면 훨씬 작았다.도아영은 방이 넓으면 허전하고 잠이 오지 않는다며 일부러 작은 방을 선택했다.황서진은 소파에 앉으며 방 안을 둘러보았다.딸이 공은호를 따라 수련하던 시절 좁은 숙소에 익숙해져 그런 것으로 생각했다. 평범한 사람의 눈에는 이 정도 크기도 넉넉했지만 도씨 가문의 기준으로는 확실히 아담한 편이었다.“엄마, 저 옷 좀 갈아입고 올게요.”도아영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옷을 갈아입고 세수를 마친 뒤 욕실에서 나왔다.그리고 황서진 앞에 따뜻한 물 한 잔을 내려놓고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오늘 바쁘지 않아요?”“바쁠 게 뭐 있겠니. 할 일은 다 시키면 되지.”황서진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저었다.명절이라 평소보다 분주하긴 했지만 직접 손을 대는 일은 거의 없었다.황서진이 직접 나서는 건 오직 설날 저녁뿐이었다. 그날만큼은 가족들이 가장 좋아하는 몇 가지 요리를 직접 만들어 식탁을 채웠다. 나머지는 모두 전문 요리사들의 몫이었다.도씨 가문에는 여러 명의 요리사가 있었고 각자 다른 요리 분야를 맡고 있었다.매일 두 가지씩 음식을 나누어 준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식탁은 다양한 요리로 풍성했다.다만 올해는 명절을 맞아 두 명의 요리사가 고향으로 내려가는 바람에 남은 두 요리사는 조금 더 바삐 돌아쳤다.“아영아, 엄마가 너한테 물을 게 하나 있어.”황서진의 말에 도아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말씀하세요.”“너, 혹시 아직 전이혁 씨에게 마음이 남아 있어?”도아영은 살짝 눈썹을 올렸다.“엄마, 왜 갑자기 그런 걸 물어요?”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솔직히 말하자면 아직 마음 한쪽에 남아 있었다.
Read more

제3942화

도아영의 탁월함은 모두 공은호의 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황서진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아영아, 사실 엄마가 너한테 할 말이 있어서 왔어. 전이혁 씨가 왔어. 지금 우리 집 문 앞에 서 있어. 너를 꼭 만나야겠다고 하길래 너희 아빠랑 내가 단호하게 거절했어. 그런데도 꿈쩍도 안 하고 밖에서 버티고 있어.”도아영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지만 마치 처음 듣는 듯 눈을 크게 떴다.“왜요? 갑자기 무슨 일로요?”“그걸 우리가 어떻게 아냐. 아무 말도 안 하고 그저 너를 만나야겠다고만 하잖니. 네 감정을 가지고 장난치듯 굴더니 이제 와서 찾아오다니. 너희 아빠랑 난 그동안 쌓인 화가 한둘이 아니야. 너는 그때 그 사람을 감싸서 우리가 가서 따지지도 못했는데 이제 이렇게 스스로 걸어 들어왔으니 그냥 돌려보낼 수 없지.”도아영은 전이혁을 만날 생각이 전혀 없었다.“그래서 네 아빠가 진심을 보이라며 외투를 벗고 두 시간 동안 서 있으라고 했어. 진정성이 있다면 그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냐고.”“엄마, 밖이 얼마나 추운지 아시잖아요. 이런 날씨에 외투 없이 두 시간을 서 있으라니요. 밖이 몇 도나 되는지 아세요? 영하 10도는 훌쩍 넘었어요. 이러다 정말 얼어 죽으면 어쩌시려고요.”오늘 바람은 손끝이 닿기도 전에 마음까지 시릴 만큼 차가웠다.“그 사람이 정말 그렇게 서 있다면 우리 가문과 전씨 가문이 원수라도 진 셈이잖아요. 너무 심한 거 아니에요...”황서진은 딸의 눈빛을 보고 부드럽게 웃었다.“네 아빠도 그걸 몰라서 그런 건 아니야. 진심인지 아닌지 보고 싶은 거지. 정말로 외투를 벗었길래 내가 지금 네 방으로 올라와서 너한테 말하고 있잖아. 나가서 데려오라고. 설마 정말로 얼어 죽도록 내버려두겠어? 기껏해야 감기만 걸릴 정도겠지.”도아영이 말을 이었다.“제가 나가볼게요.”전이혁이 정말 얼어 죽기라도 하면 두 가문이 원수가 될 터였다.그렇게 되면 공은호조차 전씨 할머니에게 미안함을 느낄 것이고 앞으로 전씨 가문 앞에서는 허리를 굽히고 살아야 할
Read more

제3943화

도아영의 말을 듣고서야 전이혁은 외투를 걸쳤다.겨우 30분 남짓 서 있었을 뿐인데 그는 이미 손끝까지 얼어붙어 있었다.외투를 여민 전이혁이 고개를 들자 도아영이 뒤돌아서며 말했다.“들어가요.”“네.”그는 급히 허리를 숙여 양손 가득 선물 주머니들을 챙겨 들고 그녀의 걸음에 맞춰 발을 옮겼다.“도아영 씨, 고마워요.”도아영은 그를 흘끗 바라보고는 다시 시선을 돌렸다.“오해하지 마세요. 괜히 우리 집 문 앞에서 얼어 죽기라도 하면 나중에 당신 집안에서 우리 쪽에 책임을 물을 테니까요. 당신 형수님들하고 제가 개인적으로 꽤 친한 사이예요. 그런 인연 생각해서라도 당신이 여기에서 얼어붙는 꼴은 못 보죠.”그녀는 관성을 떠난 뒤 도아영이라는 이름으로는 다시 가지 않았다. 하지만 하예정 일행과의 연락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고 여전히 좋은 친구로 지내고 있었다.전이혁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우리 큰형수님은 이제 몇 달만 지나면 출산이에요. 정남 형의 와이프도 마찬가지예요. 다만 그쪽은 우리 큰형수님보다 한 달 먼저예요. 예진 누나랑 동명 형도 혼인신고를 마쳤어요. 오랜 세월 돌아 돌아 결국 부부가 됐죠.”그의 말을 들으며 도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노 대표님 다리는 완전히 회복됐어요?”도아영은 예전에 관성에 머물던 시절에 노동명이 늘 하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회복만 된다면 반드시 하예진에게 성대한 결혼식을 올려주겠다는 말을.정겨울도 직접 노동명의 상태를 봐주었고 꾸준히 재활만 이어간다면 정상인처럼 걸을 수 있을 거라 말했었다.“아직은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어요. 결혼식은 조금 미뤘어요. 일단 혼인신고부터 마친 거예요.”“그래요? 잘됐네요. 예진 언니가 이씨 가문을 이어받는 건가요? 저도 그 일을 들은 적 있어요.”그녀가 묻자 전이혁은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큰형수님도 안 되고 소현 씨도 안 돼요. 게다가 두 사람 다 그 짐을 질 생각이 없어요.”이은숙에게는 딸이 둘뿐이고 그 두 딸이 낳은 외손녀는 세 명이었다. 그중 맏이인
Read more

제3944화

전이혁은 어쩔 수 없이 참고 있었다.하지만 곧 또다시 재채기가 터져 나왔다.“에취! 에취!”도아영이 그를 보며 말했다.“우리 아빠가 외투 벗고 서 있으라고 하니까 진짜로 벗었어요? 참 바보 같네요. 나한테 무슨 바라는 게 있는 것도 아니고. 나에게 애정 공세를 펼칠 것도 아닌데 굳이 우리 아빠 말을 들을 필요 없잖아요.”그녀가 제때 나와서 다행이었다.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전이혁은 정말 얼음기둥이 되었을지도 모른다.“전에는 제 잘못이었어요. 제가 아영 씨에게 상처를 주어서 아저씨랑 아주머니가 저한테 화내신 건 당연해요. 그래도 때리거나 욕하지 않고 그냥 이렇게 서 있게만 하신 것만 해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요.”말하던 전이혁은 또다시 크게 재채기했다.평소에는 건강한 편이지만 이번에는 정말 감기에 걸릴 게 분명했다.도아영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돌렸다.그녀는 전이혁을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가며 집사에게 물었다.“생강차는 다 끓였어요?”집사가 대답했다.“거의 다 됐습니다.”도아영은 고개를 끄덕이고 전이혁에게 자리에 편하게 앉으라고 했다.그녀는 직접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 건네며 물었다.“뭐라도 드셨어요? 감기약 좀 드릴게요.”전이혁은 추위 속에 반 시간이나 서 있었으니 분명 감기에 걸렸을 터였다.그는 휴지를 뽑아 코를 훔쳤다.이제는 콧물이 나기 시작했다.평소에는 언제나 점잖고 세련된 인상이던 그였지만 계속 콧물을 훔치고 있으니 영락없이 망가진 모습이었다.전이혁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아침은 먹었어요.”그가 대답하자 도아영은 상자에서 감기약을 꺼내 들었다.“집에 이런 감기약이 있길래 가져왔어요. 효과 좋아요. 먼저 감기약을 드시고 나서 생강차도 마셔요. 아니면 생강차를 먼저 마시고 좀 있다가 약 드실래요?”“생강차 먼저 마실게요.”그녀가 일부러 생강차를 끓이라 한 건 그를 위한 배려였다.전이혁은 이미 도씨 가문의 사람들을 심하게 건드린 터라 감히 도아영의 이 작은 호의마저 헛되이 할 수 없었
Read more

제3945화

“따뜻할 때 마셔요. 김이 모락모락 날 때 마셔야 몸이 제대로 따뜻해져요.”“네.”전이혁은 작게 대답하고 다시 휴지로 코를 닦았다. 이미 쓰다 버린 휴지가 가득 쌓인 휴지통을 보고 나니 왠지 더 민망했다.그는 조심스레 김이 피어오르는 생강차를 들어 한 모금 마셨다.‘악! 너무 매워!’혀가 얼얼할 정도의 매운맛에 그만 뿜을 뻔했지만 옆에 앉은 도아영을 의식하면서 간신히 삼켜냈다.단 한 모금 만에 전이혁은 그대로 잔을 내려놓았다.“너무 뜨거워서요. 조금 식히고 나서 마실게요.”사실은 너무 매워서 다시 도전해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일단 약부터 먹을게요.”매운 차를 마시는 것보다 차라리 쓴 약을 삼키는 게 나았다.그러자 도아영이 바로 짚었다.“매워서 못 마시는 거죠?”전이혁은 연이어 몇 번 재채기하더니 재빨리 물과 함께 약을 삼켰다.들킨 이상 굳이 부정할 이유도 없었다.“네. 저는 매운 걸 정말 못 먹어요. 이 생강차가 너무 매워요. 방금 한 모금도 삼키느라 죽을 맛이었어요. 솔직히 토할 뻔했는데 억지로 삼켰어요.”‘정말 죽을 만큼 매워...’그의 속으로는 하소연이 터져 나왔다.“그럼 이혁 씨에게 고추 물은 독약이겠네요?”도아영이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그녀의 마음속에는 장난기 어린 생각이 스쳤다.‘나중에 이혁 씨가 내가 여우라는 걸 알게 되고 다시 나에게 구애한다면 하루에 한 잔씩 고추 물을 마시게 할까? 아니다. 너무 많이 마시면 위만 버릴 테니 딱 한 잔만 마시게 해야겠어. 위가 상하면 내가 또 간호해 줘야 하잖아.’도아영은 한때 사랑했고 지금도 완전히 잊지 못한 그 남자를 어떻게 단단히 혼내줄지 이미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었다.“저보고 고추 물을 마시라는 건 그냥 저보고 죽으라는 거예요. 이 생강차도 겨우 한 모금 넘겼는데 고추물이라니... 상상도 하기 싫어요.”도아영은 피식 웃었다.“그래도 반 잔 정도는 마셔야 해요. 반만 마셔도 몸이 한결 따뜻해져요. 당신들처럼 이런 추위를 못 견디는 사람들은 더 챙겨 마셔야죠.
Read more

제3946화

사람들은 흔히 천년만년 변치 않는 사랑을 말하지만 세상에 그런 사랑이 얼마나 되겠는가.전이혁은 입을 달싹였지만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그가 감히 도아영이 ‘여우’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입 밖에 낼 수 없었다.그건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 아무 증거도 없었으니까.도아영의 또렷한 눈빛에 전이혁은 더는 피하지 못하고 사실대로 말했다.“사과하러 왔어요.”도아영이 가볍게 눈썹을 올렸다.“사과요? 지난번에 이미 저에게 사실대로 말도 하셨고 정식으로 사과하셨잖아요. 다시 오실 필요 없어요. 전이혁 씨를 원망하지도 않아요. 감정이란 건 원래 서로의 마음이 맞아야 하는 거잖아요. 억지로는 안 되는 일이죠. 억지로 맺어진 인연은 행복하지 않아요. 저도 전이혁 씨에게 저를 받아들이라고 강요할 생각은 없어요. 이제는 다 지난 일이에요. 그리고 그 덕분에 빨리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죠. 그때는 막 좋아하기 시작할 때라서 금방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거든요.”전이혁은 얼굴이 붉어지며 머뭇거렸다.“도아영 씨... 그건 그때 일이 아니고요. 최근에 제가 몰래 도아영 씨를 따라다녔습니다.”도아영은 모르는 척 고개를 기울였다.“저를요? 왜요? 제가 뭘 했길래 저를 따라다니신 거죠? 어젯밤 우리 집에서 키우는 늑대개가 밤새 짖어댔어요. 경비원이 도둑이 든 것 같다고 했는데 결국 잡지는 못했거든요. 혹시... 그 도둑이 전이혁 씨였던 건 아니죠?”전이혁의 얼굴은 순식간에 더 붉게 물들었다.“진짜 전이혁 씨였어요? 그런 짓 정말 위험한 거 아세요? 만약 그 늑대개가 진짜 물기라도 했으면 어쩌실 뻔했어요. 우리가 전씨 할머니께 손자를 하나 배상해 드릴 수 있는 집안도 아닌데... 전씨 할머니께서 이 얘기 들으시면 당장 지팡이 들고나와서 전이혁 씨 다리를 부러뜨리실걸요. 그래서 왜 그랬어요? 저를 따라다닌 데다 도둑까지 자청한 이유가 뭐예요?”전이혁은 잠시 말이 막힌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왜 그렇게 보세요? 저는 그 뒤로 전이혁 씨를 찾은 적도 없어요. 우리 몇 달째 못 봤잖아
Read more

제3947화

“준비 좀 해주세요.”그도 슬슬 배가 고픈 듯했다.도아영은 집사에게 전화를 걸어 따뜻한 차 한잔과 평소 즐겨 먹던 간식을 조금 가져오라고 지시했다.잠시 뒤, 집사가 차를 내오자 도아영은 직접 전이혁에게 건네며 말했다.“이제 시작해 보세요. 지어내실 거라면 그럴듯하게.”전이혁은 다급히 손을 저었다.“도아영 씨, 저... 거짓말이 아니라 진심이에요. 도아영 씨... ‘여우’죠?”도아영은 미소를 잃지 않은 채 고개를 기울였다.“전이혁 씨, 제가 그 ‘여우’가 누군지 모르겠다고 이미 말씀드렸잖아요. 여우는 동물이에요. 동물원에 있죠. 그런데 또 저에게 여우냐고 물으시면 그건 저보고 여우 같은 여자라고 욕하시는 걸로 들려요.”전이혁이 급히 말했다.“욕이 아니에요. 별명이에요. 그분은 영리하고 사람을 잘 속이죠. 수없이 다른 얼굴로 변신하고 여러 이름으로 활동해서 마치 여러 사람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전부 한 사람이에요.”도아영은 흥미로운 척하며 눈썹을 살짝 올렸다.“아, 그런 거군요. 그러니까 전이혁 씨는 제가 그 ‘여우’라고 생각하신다는 거네요? 변신을 좋아하고 사람을 속이는 여자라고? 그럼 증거는요?”“없어요.”“증거가 없다면 그건 지어낸 이야기예요. 그런 걸 루머라고 하죠. 제 명예를 훼손하는 일일 수도 있겠네요.”전이혁은 잠시 입을 열지 못했다. 그리고 한참의 정적 끝에 낮게 말했다.“저희 큰형수님께서 그랬어요. 도아영 씨가 제가 찾던 ‘여우’일지도 모른다고요. 우리 큰형도 매우 총명한 분이죠. 분명 뭔가 알고 있어서 그런 얘기를 큰형수님께 전했겠죠. 그리고 우리 전씨 할머니도 그러셨어요. 예전부터 반복해서 말씀하셨죠. 나중에 후회하지 말라고요. 만약 도아영 씨가 제가 사랑하는 ‘여우’가 아니라면 저는 제 마음을 털어놓았을 테고 우리는 아예 다른 미래를 살았겠죠. 그런데 왜 후회하겠어요? 저는 일편단심 민들레에요. 한 사람밖에 몰라요. 한 번 사랑하면 평생 그 사람뿐이죠.”도아영은 자신의 찻잔을 들었다. 향긋한 차향이
Read more

제3948화

“정말 그분을 포기하지 않을 건가요? 그렇게 계속 쫓아다니실 거예요? 전이혁 씨눈에 제가 그 여자보다 못한 게 뭐가 있죠?”도아영은 알고 싶었다. 자신이 본래의 모습으로 전이혁과 함께 있을 때 왜 자신을 사랑할 수 없었는지.이름을 바꾸고 가면을 썼을 뿐인데 그는 ‘여우’를 미치도록 사랑하고 있다.전이혁의 목소리는 진지했다.“도아영 씨는 정말 좋은 분이에요. 진심이에요. 전혀 부족함이 없죠. 오히려 제가 도아영 씨에게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에요. 도아영 씨는 ‘여우’보다 못한 건 없어요. 그런데도 왜 제가 ‘여우’를 사랑하게 됐는지 저도 모르겠어요. 아마도 같은 꿈을 계속 꿨기 때문일 거예요. 그 꿈속에서 저와 얽히고설킨 여자가 바로 ‘여우’였거든요. 도아영 씨를 만나기 전부터 저는 이미 그 ‘여우’를 꿈속에서 여러 번 봤어요. 그런데 어느 날, 현실에서 진짜 그분을 마주친 거예요. 아마 그래서였을 거예요. 제가 왜 도아영 씨가 아닌 ‘여우’를 사랑하게 됐는지... 꿈이 현실이 되어버린 순간 모든 게 자연스럽게 이어졌거든요.”전이혁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사실 도아영 씨를 알게 된 후에야 현실 속의 ‘여우’를 직접 보게 됐어요. 도아영 씨가 우리 할머니께서 정성껏 골라주신 분이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모든 조건이 저와 잘 맞는다고 들었죠. 그래서 저는 처음에 꿈 같은 건 믿지 않으려 했어요. 할머니의 안목을 믿고 도아영 씨에게 진심으로 다가가 보자고 마음먹었죠. 두세 달 동안 정말 열심히 노력했어요. 당신에게 잘해주면서 함께 시간을 보내면 언젠가는 감정이 생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머릿속에는 ‘여우’로 가득 찼죠. 도아영 씨에게는 친구로 지내는 건 좋았지만 남녀 사이의 설렘은 느낄 수 없었어요. 그래서 솔직히 말씀드릴 수밖에 없었어요. 괜히 더 상처받지 않으시도록요. 도아영 씨,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도아영 씨 같은 분이라면 언젠가 당신만을 사랑하는 훌륭한 남자를 만나게 될 거예요.”하지만 그 남자는 자신이 아니라고 생
Read more

제3949화

하여 전씨 할머니를 직접 찾아가 고해성사라도 하겠다고 결심한 전이혁은 곧바로 도씨 가문의 저택을 나섰다.다만 도아영의 고집에 못 이겨 코를 잡고 생강차 한 그릇을 끝까지 마셨다.도아영은 그를 직접 문밖까지 배웅했다.“전이혁 씨, 돌아가시면 꼭 병원에 들러보세요. 며칠 약도 챙겨 드시고요. 괜히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 마시고.”그녀가 따라 나온 건 혹시 전이혁이 병을 키워 큰일이 날지 걱정되어서였다.평소에 워낙 건강한 사람일수록 한 번 아프면 그만큼 세게 오는 법이다.“불편하면 병원에 갈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설령 오늘 일 때문에 감기라도 걸린다고 해도 제 탓이지, 누구 탓도 아닙니다.”전이혁은 그녀가 자신을 걱정하는 이유를 혹시 도성준이 한 짓을 자신이 원망할까 봐 그런 거로 생각했다.그 외의 감정은 감히 상상하지 못했다.도아영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할머니랑 예정 언니한테 안부 좀 전해주세요. 예정 언니가 아기 낳으면 그때 가서 직접 축하 인사 하러 갈게요.”그녀는 이미 하예정과 심효진의 뱃속 아이를 위해 선물을 준비해 두었다.아기들이 태어나고 백일이나 돌잔치가 되면 축하주를 마시며 그 선물을 건넬 예정이었다.비록 한 가족으로 되지는 못했지만 하예정과의 인연만큼은 꾸준히 이어가고 싶었다.사람 사이의 정은 오가지 않으면 금세 식기 마련이니까.“네. 꼭 전해드릴게요.”전이혁은 마지막으로 도아영을 깊이 바라보다가 차를 타고 떠났다.잠시 후, 그의 차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도아영은 그제야 몸을 돌려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거실에 들어서자 그녀의 부모가 소파에 앉아 있었다.“아빠, 엄마. 큰아버지 댁에서 주무시는 줄 알았는데 돌아오셨네요?”도성준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같은 대문으로 드나드는데 뭐 하러 굳이 그 집에 가서 자냐. 그놈은 갔어?”“아빠, 혹시 전이혁 씨를 하룻밤 묵게 하려던 건 아니죠?”도아영이 소파에 앉으며 살짝 웃었다.“아빠가 네 속 좀 풀어주려고 한 건데 오히려 싫어하네. 왜? 아직도 그놈이 좋아? 마음이
Read more

제3950화

전이혁은 여전히 의심하고 있었다. 도아영이 바로 그 ‘여우’일지도 모른다고.만약 두 사람이 정말로 동일 인물이라면 전이혁은 단 한 사람, 도아영에게만 마음을 바친 셈이었다.“그놈, 반 시간 넘게 밖에 서 있었는데 괜찮겠지?”도성준이 묻자 황서진이 곧바로 대답했다.“아영이가 집사한테 생강차를 끓이라 했어요. 그 아이가 매운 걸 못 먹는다는 걸 알고 내가 일부러 생강을 아주 듬뿍 넣으라고 했죠. 엄청 매웠을 거예요. 집사 말로는 아영이가 다 마시게 하고 보냈대요.”도아영이 생강차를 내밀자 전이혁은 매워도 끝까지 마셨다. 이런 모습을 보면 그가 아직 완전히 등을 돌리진 않은 모양이었다.그래도 도아영의 체면은 세워주는 것을 보면 도씨 가문과 완전히 등을 지고 싶지지는 않았던 모양이었다.“그래도 많이 봐준 거야.”도성준이 투덜거렸다.도아영은 말없이 자기 부모를 바라봤다.“아영아, 그놈이 널 찾아온 이유가 뭐였냐?”도성준이 묻자 황서진도 귀를 기울였다.“설마 화해하자고 온 건 아니겠지? 만약 그랬다면 절대 쉽게 받아주지 마. 적어도 2년 동안은 고생하게 해야 해. 그래야 네 소중함을 알아. 사람이란 원래 그래. 쉽게 얻은 건 쉽게 버리거든. 힘들게 얻은 건 붙잡고 놓지 않지.”도아영이 말을 이었다.“너무 앞서가셨어요. 전이혁 씨가 온 건 저랑 화해하자고 온 게 아니라 다른 여자의 행방을 묻기 위해서예요.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를 찾고 싶다면서요.”그 말을 들은 순간 도성준 부부의 얼굴은 동시에 굳어졌다.딸의 곪은 상처를 일부러 건드리러 온 셈이다.“그냥 윗옷을 전부 벗기고 밖에 세워둘 걸 그랬어. 얼어 죽일 기회를 괜히 놓쳤어!”도성준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황서진은 팔짱을 끼고 중얼거렸다.“집사한테 생강을 덜 넣으라고 할걸. 많이 넣으면 효과도 좋을 텐데. 생강만 낭비했어.”도아영은 그만 웃음을 터뜨렸다.“사실 그가 찾는 여자는 저예요.”“뭐라고?”도성준은 딸을 멍하니 바라보며 할 말을 잃었다.황서진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아
Read more
PREV
1
...
393394395396397
...
418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