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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내 남편은 억만장자: Chapter 3921 - Chapter 3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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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21화

“언니, 내가 보기엔 창빈 씨가 오히려 언니한테 특별한 감정을 가진 것 같아요. 언니를 바라보는 눈빛도, 언니 앞에서 웃을 때 그 표정도 다르잖아요. 언니처럼 눈치 빠른 사람이 그걸 못 느꼈을 리 없다고 생각해요. 언니, 혹시 생각해 본 적 없어요? 혹시 창빈 씨의 할머니께서 정해 주신 여자가 언니일지도 모른다는 거요?”선우민아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나는 그분 얼굴조차 몰라. 한 번도 뵌 적 없는데 그분이 나를 약혼녀로 정하실 리가 없잖아. 게다가 창빈 씨가 직접 말했어. 곧 사직하고 그분에게 구애하기 시작할 거라고. 됐어. 네가 안 힘들다니 그걸로 됐어. 이제부터는 그 사람과는 딱 일 관계로만 지내. 밥만 맛있게 먹고 다른 생각은 하지 마.”선우정아는 입을 꾹 다물었다.이미 전창빈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다고 수없이 말했건만 선우민아는 여전히 믿지 않았다.생각해 보면 선우민아를 탓할 수도 없었다. 선우정아가 전창빈을 향해 보여준 호감의 눈빛과 태도는 누가 봐도 단순한 존경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웠을 테니 말이다.그래도 이 틈을 타서 선우민아에게 이렇게 단호하게 말해주어서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선우정아는 여겼다. 이참에 언니를 안심시키고 자신이 정말로 마음을 접었다는 걸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명절이 지나면 선우민아네 집에도 당분간 들르지 않을 작정이었다.멀리 떨어져 지내다 보면 선우민아도 동생이 전창빈에게 아무 마음이 없다는 걸 알게 될 터였다.지금 바로 거리를 두지 않은 건 명절 연휴 동안에는 그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편하게 쉬고 싶었기 때문이다.굳이 스스로를 괴롭히며 입맛을 버릴 이유는 없었다.그냥 모른 척, 아무런 일도 없는 척 편하게 와서 밥만 얻어먹고 싶었다.다만 앞으로는 언니 앞에서 전창빈을 칭찬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괜히 또 오해를 살 필요가 없지 않은가.“알았어요. 언니 말대로 할게요. 앞으로 창빈 씨하고는 거리 두고 지낼게요.”“그래. 그게 좋겠어.”“그럼 이만 나가볼게요.”“응.”선우민아는 동생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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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22화

전창빈은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문을 닫고 잠금장치를 걸었다.누구의 시선도 차단된 공간에서 그는 주머니 속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형, 나... 들켰어.”“뭐가? 무슨 일을 한 거야?”“민아 씨가 내가 관성 전씨 가문의 여섯째 아들이란 걸 알게 됐어. 민아 씨의 오래된 친구가 남편 출장을 따라 관성에 다녀왔는데 그곳에서 보름쯤 머물며 전씨 그룹 이야기를 들었대. 내 성이 전씨라는 걸 듣자 바로 물어보더라고. 그래서 인정했어. 내가 전씨 가문의 여섯째 아들이라고. 왜 숨겼냐고 묻기에 굳이 족보를 들춰볼 일도 없는 거 아니냐고 대답했어. 게다가 나를 이미 두 번이나 조사했었으니까.”전태윤이 말을 이었다.“그건 숨긴 게 아니야. 네가 일부러 감춘 것도 아니잖아. 처음 만난 사람마다 ‘나 전씨 가문의 아들이오’라고 떠들며 다닐 필요 없으니까. 그건 속임수가 아니야. 넌 네 실력으로 선우씨 가문에 들어갔잖아. 뒤를 봐주는 사람 없이 오로지 네 실력으로 들어간 거야. 그러니 네가 누구인지 들켰다 한들 무슨 문제겠어. 민아 씨는 자신을 위해서라도 널 내쫓지는 못할 거야. 게다가 새로운 요리사를 구하려면 시간도 걸리지. 그리고 민아 씨가 아직 네 요리에 질린 것도 아니잖아.”선우민아에게 전창빈은 그저 요리사일 뿐이다. 그가 전씨 가문의 아들이라 한들 이곳은 관성이 아니기에 그 사실이 그녀에게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전태윤은 덧붙였다.“민아 씨가 널 조사했을 때 내가 나서서 네 신분을 가려줬어. 혹시 너에게 화를 내면 형이 대신 숨겨줬다고 해.”“그렇게 말했어. 믿더라고.”“그럼 뭘 걱정해? 네가 진짜로 걱정하는 건 뭐야? 네 정체를 알고 나서 민아 씨가 네 음식을 안 먹겠다거나 너를 내쫓을까 봐?”전창빈은 망설이다가 조심스레 대답했다.“조금... 그런 걱정이 있어.”“민아 씨는 선우씨 가문의 대표야. 나도 우리 가문의 대표잖아. 같은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널 더 높이 평가할걸. 자신의 한계를 넓히려 신분을 내려놓고 오직 요리를 위해 먼 타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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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23화

전태윤의 눈과 마음에는 언제나 아내, 하예정만이 자리하고 있었다.그에게 있어 하예정을 제외한 모든 여자는 여자가 아니었다.전태윤은 전창빈을 호되게 혼냈지만 그게 진심으로 화가 나서라기보다 동생의 철없는 말에 욱한 것이었다.친혈육이라고는 전창빈 하나뿐이다.전태윤은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앞으로 전창빈이 연애나 감정 문제를 꺼내더라도 절대 조언하지 않겠다고.다시 말해 이제부터는 그저 조용히 듣기만 할 생각이다.이번 일로 그는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됐어. 너도 이제 스물일곱 살이잖아. 다 큰 어른이 자기 감정은 알아서 처리해야지. 앞으로 너 연애 문제를 나한테 말하지 마. 내가 뭐 사랑 상담사냐? 너희 형제 중 누가 연애 문제만 생기면 다 나한테 들고 와. 내가 무슨 사랑 박사야?”그는 짙은 한숨을 내쉬며 덧붙였다.“내가 예정이랑 맺은 인연은 너희가 흉내 낼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러니까 다시는 그런 얘기 꺼내지 마.”전창빈은 전화기 건너편에서 웃기만 했다. 형의 화가 아직 다 가시지 않았음이 분명했다.그는 얼른 화제를 돌려 하예정과 곧 태어날 아이 이야기를 꺼냈다.그제야 전태윤의 말투가 조금씩 부드러워졌다.한참을 그렇게 대화를 나눈 뒤에야 두 사람은 전화를 끊었다.전창빈은 휴대폰을 내려놓으며 깊은숨을 내쉬었다.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훔치며 그는 홀로 중얼거렸다.멀리 떨어져 있는 형과 단지 전화 통화 한 번 했을 뿐인데 그 한마디 잘못된 말 때문에 식은땀이 날 정도로 긴장했으니 역시 형의 카리스마는 대단했다.그는 입술을 꾹 다물다가 스스로 입을 몇 번 가볍게 쳤다.“이 입 때문에... 그 말만 안 했어도 형이 나한테 연애 상담을 더 해줬을 텐데.”전태윤 역시 여전히 마음이 완전히 진정되지 않았다.그는 동생의 한심한 말이 떠오를 때마다 속이 뒤틀렸다.“그 녀석이 내 앞에 있었으면 발로 한 대 찼을 텐데.”그의 중얼거림이 방 안에 가라앉을 무렵 방문이 조용히 열렸다.하예정이 들어왔다.아래층에서 가족들과 함께 얘기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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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24화

‘도대체 누가 이렇게 눈치 없이 우리 남편을 화나게 한 거지? 제정신이야? 새해를 맞기도 전에 이런 짓을 하다니.’“예정아, 넌 내가 널 사랑한다는 거 믿어?”전태윤은 곧장 답하지 않고 먼저 그녀의 믿음을 확인하려 했다.하예정은 웃음을 머금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어떻게 안 믿겠어요? 당신 정체를 알게 된 후로 우리는 정말 진지하게 얘기했잖아요. 그때 이후로는 저는 한 번도 의심해 본 적 없어요. 나에 대한 당신의 마음, 난 백 퍼센트 믿고 있다니까요. 그때 단지 속였다는 게 너무 화났던 거예요. 감정이 의심스러워서가 아니라 당신이 솔직히 털어놓을 기회가 그렇게 많았는데 끝까지 숨겼잖아요. 게다가 집안 사람들까지 전부 동원해서 나를 속였으니 그때 안 화날 여자가 어디 있겠어요? 우리 결혼한 지도 꽤 됐고 내 뱃속에는 아기도 있어요. 몇 달 후면 태어날 아기 아빠가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한다면... 이건 분명 무슨 일 있는 거예요. 솔직히 말해봐요. 누가 헛소리한 거예요? 이름 좀 대봐요. 내가 당장 가서 호되게 혼내줄게요.”그녀의 눈빛은 단단했고 말투는 단호했다.‘지금이 어떤 때인데 감히 우리 남편을 자극해? 명절 앞두고 이런 말 던지다니 진짜 멍청한 놈이야.’그녀는 마음속으로 이를 갈았다.전태윤은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천천히 손을 풀었다.“벌써 혼냈어.”하예정은 몸을 돌려 옆으로 앉아 남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말했다.“진짜 그런 사람이 있었어요? 대체 누구예요?”하예정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평화로운 나날을 보내온 터라 감히 그들의 관계를 건드릴 만한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전창빈.”“설마... 당신 친동생 그 전창빈?”“그래. 바로 그놈.”전태윤의 표정이 다시 굳었다.그는 조금 전 전화로 벌어진 일을 차분히 알려주었다.이야기를 다 들은 하예정은 오히려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하하, 역시 도련님답네요. 이 질투의 화살을 형한테 쏠 줄이야. 세상에! 자기 형을 상대로 질투라니.”“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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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25화

전태윤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사람은 누구나 늙는 법이야. 우리가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나이가 들면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하고 머리카락은 하얘지고 이도 다 빠질 테지.”하예정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받아쳤다.“당신이 이가 다 빠질 만큼 늙어도 난 여전히 당신을 사랑할 거예요. 내 눈에는 당신이 언제나 가장 멋진 남자니까요. 이렇게 멋진 남자가 바로 나, 하예정의 남편이라는 게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몰라요. 세상 모든 사랑을 나 하나에게만 주고 오직 나만 아껴야 해요. 아기가 태어나면 조금은 아기한테도 사랑을 나눠줘야 하겠지만 그래도 당신이 가장 사랑해야 할 사람은 여전히 나예요. 알았죠?”아이에게로 향할 남편의 애정을 떠올리자 하예정은 장난기 어린 투정으로 미리 선을 그었다.전태윤은 피식 웃으며 아내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넌 내 아내야. 난 오직 너 하나만 사랑하고 아낄 거야. 내 아들은 자기 아내에게 사랑받으면 돼. 내 사랑을 나눠줄 생각은 없어.”하지만 반년 뒤, 그는 아내뿐 아니라 아이까지 한껏 아끼는 ‘아내 바보, 자식 바보’로 변해 있을 것이다.전씨 할머니의 말대로 결국 스스로 자신의 뒤통수를 치는 꼴이 되어있을지도 모른다.“자, 이제 화 풀어요.”“당신이 이렇게 설득하는데 내가 더 화내면 안 되지. 그래, 알았어. 그보다 먼저 목욕할래? 내가 따뜻한 물 받아줄게. 푹 담그고 피로 좀 풀어.”하예정은 시계를 슬쩍 보더니 대답했다.“아직은 괜찮아요. 어차피 지금 휴가 중이고 내일도 출근 안 하잖아요. 조금 있다가 씻을게요. 우선 세뱃돈부터 챙겨야겠어요. 결혼 안 한 도련님들이 있으니 새해 인사할 때 세뱃돈 챙겨줘야죠. 형수로서 덕담도 함께 해주고.”그녀는 전씨 가문 장남의 아내로서 아직 미혼인 전유하, 전유림과 같은 어린 도련님들에게 세뱃돈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금액이 많고 적음이 중요한 게 아니라 마음을 담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이제 하예정은 전씨 가문의 큰며느리로 되었다. 돈이 모자랄 리 없는 그녀였기에 이번에 내놓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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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26화

하예정의 수줍은 모습은 전태윤의 마음을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그녀를 품에 안고 몇 번이고 타오르고 싶었지만 그는 끝내 참아냈다.몇 번 깊은숨을 내쉰 뒤 전태윤은 그녀를 놓아주며 부드럽게 말했다.“내가 뜨거운 물 받아줄게. 오늘은 푹 쉬자.”전태윤은 욕실로 들어가 욕조에 물을 받기 시작했다.하예정은 그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잠시 후 그는 욕실에서 나와 아내의 잠옷을 챙기며 물었다.“머리 감을래? 내가 감겨줄게.”배가 부른 하예정은 이제 몸을 굽히기도 쉽지 않아 스스로 머리를 감는 것이게 조금 불편했다.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어제 감았어요. 어릴 때 엄마가 매일 머리 감으면 나이 들어서 두통 생긴다고 하셨거든요. 그래서 전 항상 이틀에 한 번씩 감아요.”매일 머리를 감으면 정말 두통이 생기는지는 몰랐지만 예전 어른들은 대부분 그렇게 말했다.게다가 머리카락이 길었기에 굳이 자주 감고 싶지도 않았다.특히 겨울에는 더더욱 그랬다.“그럼 내일 점심쯤 내가 감겨줄게.”“그래요. 밤에는 추워서 굳이 안 감는 게 나아요.”전태윤은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당신이 날 목욕시켜 주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태윤 씨가 힘들어할까 봐...”하예정은 눈웃음을 지으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전태윤은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하예정은 웃으며 그의 손에서 잠옷을 받아 들었다.“됐어요. 혼자 씻을게요. 당신까지 추운 날씨에 고생할 필요 없잖아요.”관성의 겨울은 심하게 춥지 않았지만 밤이 되면 공기가 차가웠기에 이런 날씨에 찬물이라도 닿으면 감기에 걸리기 쉬웠다.하예정이 욕실로 들어가자 전태윤은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꺼냈다.화면에는 전창빈이 보낸 사과 메시지가 연달아 뜨고 있었다.그는 한참을 읽다가 짧은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됐어. 그만 사과해. 나 안 화났어. 하지만 다음에는 안 봐준다. 다시는 이런 일 없게 해.]전창빈은 곧장 답장을 보냈다.[형, 다시는 안 그럴게! 진짜야!]전창빈은 다시는 그런 실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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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27화

전태윤이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하예정은 이미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그는 원래 아내와 이야기를 좀 더 나누려 했지만 그녀가 곤히 잠든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옆에 누웠다.하예정의 얼굴에 살짝 입을 맞추고는 부드럽게 중얼거렸다.“나를 기다리지도 않고 먼저 잠들었네.”그의 시선이 자연스레 아내의 불룩한 배로 향했다.전태윤은 조심스럽게 손을 올려 아내의 배를 쓰다듬었다. 혹여 아기가 깨어나 발을 차며 하예정의 잠을 방해할까 봐 손길은 이내 멈췄다.“예정아, 사랑해.”그는 하예정의 귀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조용히 사랑을 속삭였다.결혼한 지 오래된 부부였지만 그는 여전히 이런 말들을 아끼지 않았다.그건 습관이 아니라 진심이었다.하예정은 대답 없이 고른 숨소리로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전태윤은 그런 그녀를 깨우지 않고 팔을 뻗어 아내를 품에 안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같은 시각, 해성시.전이혁은 깊은 밤의 적막을 틈타 도씨 가문의 저택 뒤 정원의 담장 앞으로 조심스레 다가갔다.눈앞에 우뚝 선 높은 담장을 올려다보며 그는 속으로 계산했다.‘이 정도면 장비만 있으면 넘을 수 있겠군.’담 하나쯤 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며칠 전에 하예정의 조언을 듣고 깨달은 뒤로 전이혁은 해성시로 몰래 들어와 도아영을 은밀히 관찰하고 있었다. 하지만 며칠을 지켜봐도 뚜렷한 단서를 잡지 못하자 직접 확인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물론 이런 행동은 신사답지 않았다.만약 도씨 가문 사람들에게 들키기라도 한다면 도둑으로 오해받을 게 뻔했다.오랫동안 생각에 잠겨 있던 전이혁은 결국 담을 넘을 도구를 챙기기로 결심했다.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려고 말이다.만약 도아영이 정말 그 ‘여우’라면 그녀의 방 안에는 분명 그녀가 즐겨 입던 붉은 옷들이 숨겨져 있을 터였다.그녀가 입었던 붉은 옷은 전이혁이 너무도 익숙했다. 그 흔적만 찾을 수 있다면 도아영이 ‘여우’라는 증거로 충분했다.그가 이해하지 못하는 건 도아영이 만약 ‘여우’라면 왜 숨기느냐는 것이었다.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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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28화

사람 한 명과 몇 마리의 개가 서로를 향해 잠시 눈을 부릅떴다.전이혁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왜 다들 늑대개를 키우는 거야.”관성의 부유한 집안들은 대부분 저택의 뒤 정원에 늑대개를 몇 마리씩 길러두곤 했다.그중에는 티베탄 마스티프 같은 사나운 종도 섞여 있었다.그리고 전담 관리인이 따로 있어 낮에는 묶어 두고 밤이 되면 풀어놓아 정원을 돌아다니게 하며 집을 지키게 했다.전이혁은 이 녀석들을 제압할 자신이 없어 결국 몸을 돌려 다시 담장 밖으로 뛰어내렸다.출발부터 불길했다.먹잇감이 뛰어내리길 기다리던 늑대개들은 목표를 잃자 일제히 날카롭게 짖어댔다.밤의 적막을 가르며 퍼져나간 짖는 소리는 곧 도씨 가문의 사람들을 깨웠다.늑대개를 돌보는 두 명의 남자가 가장 먼저 달려왔다.그들은 전이혁을 보지는 못했다.다만 늑대개들이 담장 위를 향해 짖어대는 것을 보더니 누군가 담을 넘으려 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감히 도씨 가문 저택에 침입을 시도하다니! 간도 크군.’도씨 가문은 단순히 늑대개만 기르는 것은 아니었다.몸놀림이 날렵하고 무술 실력이 뛰어난 경호원들이 여러 명 있었고 심지어 일반 경비원들조차 웬만한 사람보다 훨씬 강했다.한번 들어온 침입자는 살아서 나가기 어려웠다.두 사람은 곧장 경비실에 전화를 걸었다.잠시 뒤, 외부를 순찰하던 경비원들이 달려 나갔는데 멀리 도망치는 전이혁의 뒷모습을 희미하게 보았다.그들은 곧바로 추격했으나 결국 따라잡지 못했다.하지만 방금 전에 침입자가 있었음은 분명했다.반 시간 뒤.전이혁은 자신이 묵고 있는 호텔로 돌아왔다.이틀 뒤면 설날이었다.호텔은 이미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투숙객들로 붐비고 있었다.대부분은 여행 겸 휴식을 즐기러 온 사람들이었다.그는 밤중에 돌아왔지만 검은 옷차림이 아닌 평범한 복장이었기에 누가 봐도 금방 도둑질이라도 하고 온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다.그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한 태도로 자신의 방문을 열었다.아직 카드키를 꽂아 불을 켜기도 전에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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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29화

전이혁은 방문을 닫았다.그는 곧장 다가가지 않고 그 자리에 서서 조용히 여우를 바라보았다.그녀가 보고 싶었다.미칠 만큼, 그리워서 숨이 막힐 정도로.이 여자, 참 매정했다.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단 한 번도 그를 찾아오지 않았다.‘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을 그건 돌려받고 싶지 않은 건가?’돌려받고 싶지 않은 생각이라면 전이혁은 그 물건을 간직하고 싶었다.‘여우’의 물건을 가져올 때부터 그는 돌려줄 생각이 없었다.그렇다. 이 일은 확실히 전이혁이 좀 치사했다.하지만 먼저 자극한 건 그녀였다.그녀가 전이혁의 마음에 불을 붙였고 그는 그저 되갚은 것뿐이었다.“이 한밤중에, 그것도 이렇게 추운 날씨에 저를 찾아온 이유가 뭐예요? 날 보고 싶어서 온 거예요? 아니면 다른 일이라도?”전이혁이 말을 건네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입가에는 웃음이 떠올랐고 깊은 눈빛은 ‘여우’에게서 단 한 순간도 떨어지지 않았다.“이렇게 추운 날에 전이혁 씨는 집에 계셔서 가족들과 명절 준비를 하셔야지 뭐 하러 해성시까지 오셨어요?”‘여우’가 되물었다.전이혁은 가까이 다가가 차 키를 탁자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보고 싶었어요.”‘여우’는 피식 웃었다.“그럼 내가 보고 싶어서 해성시까지 왔다고요? 그런데 내 집은 해성시에 없는데요?”“제가 그쪽을 처음 만난 곳이 해성이었잖아요. 그것도 여러 번. 당신은 이 도시를 좋아할 거예요. 자주 머물기도 하고. 그래서 운에 맡겨 와봤어요. 그런데 어떻게 내가 여기 있는 걸 알았어요?”‘여우’가 일어서며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제가 그쪽 일을 알고 싶어한다면 그건 아주 쉬운 일이죠.”“방금 전에 어디로 갔다 왔어요?”여우는 무심한 듯한 말투로 물었다.“그냥 한 바퀴 돌았어요. 혹시 운 좋으면 미녀 한 명쯤 마주칠까 싶어서. 그쪽이 이렇게 찾아올 줄 알았다면 안 나갔어요. 방에서 기다렸을 텐데.”전이혁은 되물었다.“야식 드실래요? 제가 쏠게요.”“이렇게 춥고 또 한밤중인데 나가기 싫어요. 게다가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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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30화

그래서 도아영은 관성을 떠났다. 비록 나중에 ‘민지영’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관성에 돌아가긴 했지만 그건 스승을 따라간 것이었지 전이혁 때문은 아니었다.도아영은 전이혁이 몇 달이 지난 지금 다시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게다가 이번에는 마치 그림자처럼 몰래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었다.‘내가 모를 줄 아나...’그녀도 알고 있었다. 그저 전이혁이 도대체 무슨 속셈인지 알고 싶었을 뿐이다.다시 그녀에게 돌아와 구애라도 하려는 건가?전씨 가문 남자들은 한결같이 한 사람만을 사랑한다더니 진심을 품으면 평생 한 여인만을 마음에 둔다고 하던데 왜 유독 전이혁에게는 그 전씨 가문의 일편단심이 통하지 않는 건지 참 알고도 모를 일이다.‘여우를 잡지 못하니까, 이제 와서 나를 다시 붙잡으려는 건가?’“그쪽을 만나러 온 거예요.”전이혁의 이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녀가 도아영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여우’때문이었다.그는 ‘여우’를 유심히 살폈다. 겉모습은 도아영과 크게 닮지 않았고 민지영과도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아, 있었다. 민지영과 비슷한 습관이나 작은 행동 몇 가지. 그 때문에 한때 그는 민지영이 ‘여우’라고 의심한 적도 있었다.하여 전이혁은 여운초에게 부탁해 민지영을 서원 리조트에 초대하도록 했고 민지영을 은밀히 떠보려 했지만 그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이후 민지영은 관성을 떠났다.그는 민지영의 신상이나 행방을 더 캐물을 수 없었다. 혹시라도 그녀가 ‘여우’가 아니라면 그 사실이 전씨 할머니 귀에 들어가 오해를 살 게 뻔했다.민지영을 마음에 두고 있다고 착각하면 전씨 할머니는 두 사람을 이어주려 하실 테고 그 사실이 ‘여우’의 귀에 들어가면 전이혁은 정말로 성공할 희망을 잃게 될 터였다.“이제 곧 설이에요. 형들은 모두 짝을 이뤄 돌아갔거든요. 아직 짝을 찾지 못한 사람들도 기한이 좀 남아 있어서 명절에 집에 가도 할머니께 꾸중 듣지는 않죠. 저는 그런 형님들이 부러워요. 할머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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