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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내 남편은 억만장자: Chapter 3951 - Chapter 3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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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51화

도아영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저도 잘 몰랐어요. 전이혁 씨가 그 말을 하기 전까지는 저도 이런 일들이 있었는지도 몰랐거든요. 전씨 할머니는 뵌 적이 있어요. 저의 스승님을 따라 서원 리조트에 방문했을 때 그분과 잠시 함께 시간을 보냈죠. 정말 인품이 훌륭한 어르신이에요. 편안하게 대해주셔서 오히려 제가 편안하더라고요. 겉모습만 보면 그렇게 대단한 분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예요. 소씨 가문조차 존경하는 어른이시니까 그럴 법도 하죠. 제 스승님도 전씨 할머니를 대할 때는 늘 공손했어요. 전씨 할머니는 젊은 시절부터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고 전씨 가문이 오늘날처럼 성장한 건 그분의 공이 크다고 제 스승님께서 말하셨거든요. 전씨 할머니와 이미 세상을 떠난 전씨 할아버지가 길러내신 여덟 명의 손자만 봐도 얼마나 대단한 분인지 알 수 있죠.”황서진이 고개를 갸웃했다.“여덟 명? 전씨 가문에 손자가 아홉 명이라고 하지 않았어?”“아홉째는 손자는 아직 어려요. 그 손자는 대부분은 부모님과 형들에게서 배웠고 전씨 할머니는 가끔만 지도하셨대요. 그러니까 직접 손으로 키워낸 손자들은 여덟 명이라고 볼 수 있죠.”아홉째 손자 전지율은 아직 미성년자였다.아무리 장래가 밝아 보인다 한들 아직은 용이 될지, 평범하게 자랄지는 세상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아영아, 전이혁 씨가 결국 사랑한 사람이 너였다면 그때 왜 솔직히 말하지 않았어? 괜히 상처만 받았잖아.”황서진이 딸을 바라보며 안타까워했다.그녀에게는 ‘여우’든 ‘도아영’이든 결국 같은 딸이었다.처음부터 사실을 말했더라면 상처받지 않았을지도 몰랐다.“저는 괜찮아요. 슬펐던 건 아니고 그때 좀 민망했을 뿐이에요. 우리 해주시에서 저도 꽤 잘나가는 사람이잖아요. 나름 훌륭한데 결국 저의 가면 쓴 모습이 진짜 저보다 더 매력적이었다는 게 좀 웃기더라고요. 전이혁 씨는 가면 쓴 제가 누군지도 몰라요. 이름도, 얼굴도, 집안 배경도 아무것도 모르면서 사랑에 빠졌죠. 결국 제가 저 자신한테 진 셈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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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52화

전이혁은 그날 바로 비행기를 타고 관성으로 돌아갔다.그가 돌아온 날은 마침 하예진 부부가 주씨 집안으로 가서 우빈을 데려오는 날이었다.우빈은 단지 이틀 정도 주씨 집안에 머물다 오는 것이지만 노동명은 그 짧은 시간도 견디지 못했다.하여 한두 시간이 지나면 꼭 영상통화를 걸어 우빈의 얼굴을 보았다.노동명은 우빈과 영상통화를 하기 위해서라면 체면 따위는 내려놓고 얼굴에 철판을 깔고 주형인을 카톡을 추가하여 우빈과 영상통화를 했다.그리고 하예진과의 달콤한 일상을 일부러 SNS에 올렸다. 그 게시물의 공개 대상은 오직 주형인 단 한 명뿐이었다.좋아서 미칠 정도로 행복하다는 듯한 그 사진들은 주형인에게 질투와 후회를 안겨주기에 충분했다.그 시각, 주씨 집안에서는 주형인이 아들의 옷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있었다.옷을 천천히 정리하는 건 아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늘리고 싶어서였다.노동명이 밖에서 기다리든 말든 상관없었다.노동명은 하예진과 함께 우빈을 데리러 왔지만 굳이 위층으로 올라가지는 않았다.하예진은 다시 그 집 문턱을 넘고 싶지 않았다.두 사람은 함께 아래층에서 기다리며 지나가던 옛 이웃들과 안부를 나누고 있었다.이웃들과의 대화 속에서 하예진은 전남편 집안의 근황도 자연스레 듣게 되었다.별로 새로운 것도 없었다. 여전히 주서인은 친정집에 들락거리며 이것저것 챙겨 가고 있었다는 내용이었다.‘참, 사람은 변하지도 않나 봐.’하예진은 속으로 비웃었다.주씨 집안에 그렇게 많은 일이 있었는데도 주서인은 여전히 편한 마음으로 친정집으로 기웃거렸다.예전에 주형인은 늘 누나 편을 들었다.돈이 생기면 부모를 통해서라도 누나네 식구에게 보냈고 정작 아내와 아들 몫의 생활비는 조금도 더 보태주려 하지 않았다.결국 주형인이 주서인의 욕심을 키웠고 주경진 부부의 편애가 주서인을 이기적이고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만들었다.이제는 심지어 우빈을 이용하려 들었다.하예진은 주서인에 대해 단 한 점의 호감도 없었다.가능하다면 우빈이가 주서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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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53화

“아빠, 저 다 챙겼어요. 빠진 것도 없어요.”우빈이가 대답했다.이 꼬마는 아버지가 자신을 너무 빨리 내려보내기 싫어 일부러 시간을 끌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깜빡하고 안 챙긴 게 있어도 괜찮아요. 다음에 또 올 거잖아요. 아빠가 그랬잖아요. 여긴 언제나 제 집이라고요.”우빈은 환하게 웃었다. 그에게는 엄마의 집도 자신의 집이고 아빠의 집도 자신의 집이었다.주형인은 그런 아들을 다정하게 바라보며 말했다.“그래, 여긴 언제나 네 집이야. 아빠가 있는 한 이 집의 문은 언제나 너에게 열려 있을 거야. 우빈아, 할아버지와 할머니랑 잠깐 TV 좀 봐. 아빠도 금방 끝낼 거야. 할아버지, 할머니가 사준 간식이랑 음료도 꼭 챙겨 가야지.”이제 우빈은 노동명과 하예진과 함께 살고 있기에 부족한 것도 없었다.하지만 주경진 부부는 그들이 손자에게 사주는 간식만큼은 꼭 챙겨 가길 바랐다.그건 물건이 아니라 마음이었으니까.“아빠, 저는 TV는 별로 보고 싶지 않아요.”그는 고개를 저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보는 프로그램은 너무 지루했고 그가 보고 싶은 건 그분들이 싫어했다.하예진과 하예정에게서 배운 대로 그는 어른을 존경해야 했다.그래서 굳이 TV 채널을 두고 다투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우빈은 지금은 아빠와 함께 있는 시간이 더 좋았다.이틀 동안 주형인은 운전하러 나가지 않고 온종일 우빈과 함께 있었다.놀이공원에도 가고 장난감도 사주고 맛있는 것도 실컷 먹었다.우빈이 올 때는 작은 캐리어 하나만 들고 왔지만 돌아갈 때는 커다란 가방과 상자가 몇 개나 늘었다.그건 모두 아빠의 사랑이었다.“아빠, 모레 새해 첫날에 다시 올게요. 아빠한테 세배드리러요.”주형인은 웃으며 말했다.“그래, 오기 전에 꼭 아빠한테 전화해 줘. 그래야 아빠가 미리 내려가서 너를 기다릴 수 있잖아.”“네! 아빠, 새해가 지나면 저는 다섯 살이에요.”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작은 입에서는 끊임없이 말이 흘러나왔다.주형인은 웃으며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래,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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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54화

“아빠, 아저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저한테도 잘해주시고 나쁜 사람 아니에요.”어린 우빈은 아빠가 새아빠에게 오해를 품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애써 변명했다.주형인은 마음이 시큰해졌지만 얼굴에는 미소를 띤 채 아들을 바라보며 말했다.“응, 너의 아저씨는 나쁜 사람 아니야. 너랑 엄마한테 정말 잘해주시지. 너희가 그분이랑 같이 지낸다면 아빠도 마음이 놓인단다.”아무리 속이 쓰려도 그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노동명은 하예진과 우빈을 진심으로 아끼고 있다는 사실을.하예진이 다시 결혼한 건 정확한 선택이었다.그녀가 의지할 사람을 찾았으니 이제는 축복해야 했다.노동명이 아직 휠체어를 타고 있긴 했지만 곧 회복할 것이고 그때가 되면 그는 다시 당당히 서서 하예진과 우빈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터였다.“우빈아. 우빈아!”거실 쪽에서 김은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주형인이 말했다.“할머니가 부르시네. 나가봐.”“네!”우빈은 몸을 돌려 방을 나갔다.“할머니.”주형인은 아들의 또렷한 목소리를 듣고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그는 여전히 자기 아들과 부모님이 함께 있는 이 시간이 좋았다.정말로 우빈을 노동명에게 맡기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우빈의 양육권은 하예정에게 있었다.그리고 우빈이가 하예정과 함께 지내는 편이 훨씬 낫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아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주형인은 하예정과 양육권을 다툴 수 없었다. 그는 거의 매일 나가 운전을 해야 했고 우빈을 데리고 있으면 제대로 돌볼 시간이 없었다.그렇다고 자기 부모에게 맡기는 것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무엇보다 주서인이 임정한을 데리고 주씨 집안으로 돌아오면 주경진이 정신을 차렸다고 해도 김은희는 여전히 딸의 말에 흔들려 임정한 쪽으로 마음이 기울 수 있었다.주서인의 세 자녀를 오랫동안 주경진 부부가 키워온 터라 정이 깊을 수밖에 없었다.“우빈아, 이건 할아버지랑 할머니가 준비한 세뱃돈이야.”김은희가 붉은 봉투를 두 개를 내밀었다.우빈은 받지 않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할머니,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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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55화

그들은 막 혼인신고를 마친 지 며칠 되지 않은 신혼부부였다.하예진이 곁에 있는데도 노동명은 하루에도 몇 번씩 우빈과 영상통화를 했다.마치 친아빠인 듯 하예진보다도 더 아들을 그리워했다.그는 늘 우빈이 거기서 밥은 잘 먹고 있는지, 밤에 잠은 잘 자는지, 주서인 아들의 장난에 혹시 울지는 않는지 걱정했다.우빈이 무술을 배우긴 했지만 아직은 기초 수준이었다.게다가 아이는 어릴 때부터 예의 바르고 참을 줄 아는 성품으로 자라 웬만한 일에는 절대 손을 대지 않았다.그래서 노동명은 혹시라도 아이가 손해 보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늘 걱정스러웠다.하예진은 문득 웃었다.노동명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오히려 주형인보다 더 아버지 같았다.“우빈이가 내려오고 있어.”노동명은 말하면서 일어나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오늘은 휠체어에도 앉아 있지 못했다.짧은 거리라면 이제는 직접 걸을 수 있었다.“조심해요, 너무 서두르지 말고요.”하예진은 이웃들과의 대화를 멈추고 급히 그를 따라붙었다.“조심해요, 넘어지면 큰일이에요.”그날따라 경호원도 동행하지 않았다.노동명은 가족끼리의 시간만큼은 아무도 끼어들지 않기를 바랐다.“엄마! 아저씨!”우빈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주형인을 뒤로한 채 본능적으로 노동명에게 달려갔다.노동명은 걸음을 멈췄다.오래 걷지는 못하지만 이 정도는 괜찮았다.그는 무릎을 굽히고 기다렸다.“우빈아.”작은 몸이 그의 품으로 뛰어드는 순간 노동명은 아이를 꼭 안은 채 힘겹게 일어섰다.우빈이가 무겁다기보다 그의 다리 근육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래도 그는 고통을 내색하지 않고 얼굴을 우빈의 볼에 맞대며 다정하게 물었다.“아저씨가 안 보고 싶었어?”“보고 싶었어요! 매일 보고 싶었어요. 아저씨도, 엄마도, 이모랑 이모부도요. 저는 보고 싶은 사람이 너무 많아요.”노동명은 웃음을 터뜨렸다.그는 우빈을 번쩍 들어올려 하늘로 높이 띄웠고 우빈이 깔깔 웃었다.그 웃음소리에 하예진도 저절로 미소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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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56화

주형인은 우빈의 작은 캐리어를 끌고 내려왔다.그 뒤로 주경진과 김은희가 큰 쇼핑백 여러 개를 들고 따라왔다.그 안에는 우빈과 하예진을 위해 준비한 여러 명절 음식과 간식이 들어 있었다.우빈이 가져오는 영양제들에 비하면 값으로는 비교도 안 되었지만 그건 조부모의 마음이었다.“예진아.”주형인이 전처의 이름을 불렀다.그는 가방을 건네며 말했다.“우빈의 짐은 여기에 다 있어. 장난감은 너무 많아서 다 못 챙겼어. 몇 개는 그냥 집에 두고 왔는데 다음에 올 때 가지고 놀 수 있게 하자. 우빈의 새 옷 몇 벌도 샀어. 가방에 못 들어가서 따로 담았어.”주형인은 부모님에게서 물건들을 건네받았다. 그 안에는 우빈의 새 옷과 장난감, 그리고 하예진에게 전할 명절 선물 음식들이 들어 있었다.“그리고 이건 우리 부모님이 준비하신 명절 음식이야. 별건 아니지만 마음으로 준비한 거니까 받아. 우린 이제 부부는 아니지만 그래도 우빈의 아빠와 엄마잖아. 앞으로는 친구나 친척처럼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그 말에는 간절한 바람이 담겨 있었다.하예진은 그가 건네준 봉투를 한 번 내려다보았다.값비싼 것도, 특별한 것도 아니었다.하지만 그 소박한 정성만큼은 진심이었다.“감사합니다.”그녀는 주경진 부부에게 인사하며 물건을 받았다.그때 김은희가 두툼한 봉투 두 개를 꺼내 들었다.“이건 우리가 우빈이에게 주는 새해 세뱃돈이야. 아까 우빈이가 너에게 물어본다고 해서 안 받았어. 그러니까 네가 대신 받아서 전해줘. 우리 노인네들이 가진 돈이 많지는 않아. 연금으로 사는 형편이라 봉투 금액이 많지는 않은데 이건 마음이야.”그러고는 조심스레 말을 덧붙였다.“이번 해는 우빈에게 주는 세뱃돈이 서인의 애들보다 더 많아.”예전에 김은희는 늘 딸의 아이들에게만 후하게 주고 손자인 우빈에게는 형식적으로만 봉투를 내밀었다.딸의 세 아이에게는 1인당 40만 원씩, 우빈에게는 고작 4만 원만 주었다.그마저도 어차피 하예진이 가져갈 거라는 생각이 깔려 있었다.그 시절의 자신을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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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57화

“바람이 너무 차요. 이제 들어가세요. 저희도 이만 가볼게요.”하예진은 전 시부모가 우빈을 위해 준비해 준 물건들을 모두 받아 든 뒤 정중히 인사했다.그리고 그들의 배웅을 받으며 멀리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두 사람, 남편과 아들을 향해 걸어갔다.우빈은 이미 노동명의 어깨에서 내려왔다.노동명은 다시 휠체어에 앉아 있었고 품에는 우빈을 안고 있었다.하예정이 크고 작은 쇼핑백을 들고 오는 모습을 보자 노동명이 말했다.“우빈아, 엄마가 저렇게 많은 걸 들고 오셨잖아. 우리도 좀 도와드리자.”“네!”우빈은 신나게 대답하며 바닥으로 뛰어내렸다.그는 자기 캐리어를 잡아끌었다. 바퀴가 달려 있었기에 작은 손으로도 충분히 끌 수 있었다.하예진은 그런 아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노동명은 그녀가 들고 있던 짐을 모두 받아 자기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이렇게 많은 걸 다 챙겨줬어? 내가 기억하기로는 우빈이를 데려다줄 때는 짐이 이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우빈이 재빨리 대답했다.“아빠가 새 옷이랑 새 장난감 사줬어요. 너무 많아서 다 못 들고 왔어요. 그래서 일부는 그냥 아빠 집에 두고 왔어요. 다음에 놀러 가면 또 가지고 놀 거예요. 할아버지랑 할머니가 먹을 것도 많이 주셨는데 명절에 먹을 음식이래요.”노동명은 웃었다.“그랬구나. 그래서 짐이 많았던 거구나. 우빈아, 할아버지랑 할머니께 감사 인사는 드렸지? 이렇게 많이 챙겨주셨는데.”“네!”우빈이 또랑또랑하게 대답했다.노동명은 아내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이렇게 많이 챙겨주셨는데 나중에 집에 가면 우리 쪽에서도 선물 좀 보내자.”그의 말에는 여유와 배려가 묻어 있었다.이제 노동명은 하예진을 얻었고 우빈을 아들처럼 품었다.비록 아직 아빠라는 호칭을 듣지는 못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미 가족이었다.그런 여유가 그를 더욱 따뜻하게 보이게 했다.“그래요.”하예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사실 우빈을 데려왔을 때 너무 많은 선물을 보낼 생각은 하지 않았다.괜히 주서인이 나타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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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58화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전이혁이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가장 먼저 찾은 사람은 집안의 기둥, 전씨 할머니였다.하지만 할머니는 서원 리조트에 없었다.산 아래에 있다는 것까진 알았지만 정확히 어느 집에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전이혁은 일일이 찾아다니지 않고 바로 전화를 걸었다.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할머니가 전화를 받았다.“이혁이냐? 돌아왔구나? 난 네가 올해는 안 올 줄 알았어.”휴대폰 너머로 들려오는 전씨 할머니의 웃음소리는 경쾌했다.“그래, 그 ‘여우’라는 사람은 찾았어? 너희 형들은 이미 짝을 이루었는데 이제 남은 건 너희 셋뿐이구나. 전우는 너보다 낫더라. 오월 다음 연휴 때 약혼녀를 데리고 온다고 했어. 창빈이도 너보다 빠를 것 같고. 걔네는 너처럼 굼뜨지 않아.”전이혁이 숨을 고르며 말했다.“할머니, 언제 돌아오세요? 드릴 말씀이 있어요.”전이혁은 애써 웃으며 할머니를 달래어 빨리 돌아오게 하려고 했다.그의 조심스러운 말투에 전씨 할머니는 이미 짐작했다.“난 지금 리조트에 없어. 예정이랑 쇼핑하러 나왔어. 금방은 못 돌아가. 무슨 얘긴데? 전화로 얘기해.”“오늘 밤에는 돌아오세요?”“글쎄, 모르겠어. 오늘은 밖에서 묵을지도 몰라. 잘 곳도 있거든.”전이혁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말했다.“그럼 내일 찾아뵙고 말씀드릴게요.”“내일이 벌써 섣달그믐이야. 다들 바쁜데 내가 네 얘길 언제 듣겠냐? 지금 말해. 난 아직 귀가 먹지 않았어. 전화로도 잘 들려.”“괜찮아요. 급한 일은 아니에요. 시간이 없으면 설날이나 그 이튿날에는 시간이 나요?”정월 초이튿날이면 전씨 할머니의 며느리들이 모두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으로 가게 된다.전씨 할머니는 딸이 없었지만 친정 쪽에 조카손자들이 있었다. 다만 이제는 친정에 잘 가지 않고 대부분 그 조카손자가 세배하러 찾아오는 편이었다.전이혁은 설 이튿날에 그의 어머니를 따라 외가로 가지 않고 집에 남아 할머니께 솔직하게 이야기할 생각이었다.가장 좋은 경우는 바로 ‘여우’가 바로 도아영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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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59화

“이혁 도련님은 할머니 말씀을 안 들으려는 건 아니에요. 그저 아영을 만나버렸을 뿐이에요. 태윤 씨가 말해주지 않았다면 저도 아영이가 그렇게 많은 가면을 쓰고 있었을 줄은 몰랐을 거예요. 게다가 얼마나 철저하게 숨겼는지 이혁 도련님이 그렇게 오래 조사해도 정체를 알아내지 못했잖아요. 역시 공은호 어르신의 제자답네요.”전씨 할머니는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그녀가 전이혁을 아낀다는 건 누구보다도 분명한 사실이었다.그에게는 공은호의 제자를 직접 짝지어준 것이니 말이다.세외고수의 밑에서 자라난 제자들은 하나같이 걸출한 인물들이었다. 아무나 한 사람만 나서도 소지훈에 견줄 만큼의 기개와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전씨 할머니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이혁이는 그 꿈에 갇혀 있어서 그래. 지금 빠져나오지 못하는 거지. 나도 이상하다고 생각해. 이혁이가 전에 도아영 씨를 본 적도 없는데... 내가 도아영 씨 사진을 보여주기도 전에 어떻게 꿈속에서 반복해서 볼 수 있는지. 그것도 늘 같은 꿈을 꾸었대. 인연인가?”여운초가 웃으며 맞장구쳤다.“분명 인연이에요. 어쩌면 두 사람이 전생에 부부였을지도 몰라요. 그래도 제일 대단한 건 할머니예요. 도아영 씨가 바로 그 ‘여우’라는 걸 도대체 어떻게 아신 거예요?”여운초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그 질문은 단지 호기심 때문만이 아니었다.여운초 자신도 늘 궁금했다. 전씨 할머니는 왜 자신을 전이진의 배우자로 점찍으신 건지.그때 그녀는 앞을 보지 못했고 집에서도 하인보다 못한 대접을 받던 시절이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씨 할머니는 그녀의 진가를 단번에 꿰뚫어 보셨고 손수 전이진의 곁으로 끌어들였다.고현도 마찬가지였다.그녀 역시 늘 궁금했다. 자신이 어릴 때부터 남자 행세를 하고 다녔는데 전씨 할머니는 어떻게 그 사실을 눈치채고 또 어떻게 자신과 전호영을 이어주려 했는지.고현의 연기는 완벽했다. 심지어 그녀의 부모조차 그녀가 여자라는 것을 종종 잊을 정도였으니 말이다.수많은 재벌가 따님이 그녀를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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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0화

전씨 할머니는 세 며느리를 데리고 전태윤의 로얄 팰리스에 있는 별장으로 향했다.집사 박씨 아저씨는 올해도 고향에 내려가지 않았다. 대신 전태윤의 허락을 받아 가족을 이곳으로 불러 함께 설을 보내고 있었다.하지만 그는 늘 원칙이 분명한 사람이었다. 가족이 찾아와도 주인의 별장이라 함부로 방을 드나드는 일은 절대 없도록 엄격히 통제했다.박씨 아저씨는 이 집의 집사로 별도의 숙소에 거주하며 본채에는 함부로 드나들지 않았다.밤늦은 시각에 전씨 할머니가 세 명의 손자며느리와 함께 나타나자 그는 깜짝 놀랐다.그는 전태윤이나 하예정으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문을 열어주며 그는 조심스레 물었다.“혼자 오신 거예요?”박씨 아저씨는 별장의 대문을 열며 이미 차창을 내린 하예정에게 공손하게 물었다.그는 혹시 전태윤과 다툰 하예정이 홧김에 집을 나온 것은 아닐까 걱정스러웠다.내일이면 섣달그믐, 평소라면 하예정은 리조트에서 전씨 가문의 어른들과 함께 있어야 할 때였다.그러나 잠시 뒤 차에서 내린 얼굴들을 보고는 사정을 단번에 알아챘다.차 안에는 할머니와 함께 여운초, 고현, 그리고 하예정이 있었다.박씨 아저씨는 속으로 웃음을 참았다.분명 전씨 할머니의 결정이었을 것이다.며느리 셋을 데리고 “가출 극”을 벌이며 손자들을 애태우고 있는 게 틀림없다.전씨 할머니는 손에 일이 없으면 늘 무언가를 꾸미곤 했다.물론 전부 가벼운 장난이었다. 할머니의 손자들도 그런 할머니를 존경하며 언제나 받아주었다.예전에 전씨 할머니가 손자들을 귀하게 품어 길렀지만 이제는 손자들이 나이 든 할머니를 기꺼이 떠받들고 있었다.세월이 흐를수록 박씨 아저씨는 이 광경이 너무 부러웠다.자손이 번성하고 모두가 효심 깊으며 집안은 화목했다.누구나 꿈꾸는 이상적인 만년을 전씨 할머니는 실제로 누리고 있었다.“식사는 하셨습니까?”그가 공손히 물었다.“다 먹었어. 우린 괜찮으니까 얼른 가족들 곁으로 가. 오늘은 우리끼리 이야기 좀 하다 쉴 테니까.”전씨 할머니의 부드러운 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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