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혁은 전씨 할머니를 부축하며 천천히 걸었다.“할머니, 너무 섭섭해하지 마세요.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돼요. 일 년 12달 중에서 할머니가 기분 안 좋은 날은 설 이튿날 하루뿐이잖아요. 다른 날은 전부 즐겁게 지내시잖아요. 딸도, 손녀도 없긴 하지만 할머니의 아들들이랑 손자들이 전부 남의 집 귀하게 자란 딸들을 데려왔잖아요. 평소에도 그 예쁜 딸들이 할머니 곁에 모여서 할머니를 챙겨드리고 할머니 얘기도 들어주잖아요. 그게 얼마나 행복한 일이에요.”전씨 할머니는 피식 웃었다.“그래, 그렇게 말하니까 갑자기 기분이 훨씬 좋아지네. 하지만 그건 내 외가 쪽 사람들이 들으면 배 아플 일이지.”“그렇죠. 할머니처럼 복 많은 분이 어디 있어요. 온 세상 사람들이 다 부러워할걸요? 이렇게 효자 손자들을 둔 할머니가 또 어디 있겠어요. 우리 형제 아홉 명 중에 할머니 얼굴에 먹칠한 놈 하나도 없잖아요.”전씨 할머니는 웃음을 참지 못하며 말을 이었다.“이혁아, 오늘 네 입에 꿀을 발린 모양이야. 말이 어쩜 그렇게 달콤하게 해?”“저 원래 말 잘해요. 평소에도 이 정도는...”“아니, 평소에는 이만큼은 아니야. 솔직히 말해봐. 나한테 무슨 말 하려고 이렇게 아부를 해?”할머니는 이미 그의 속을 꿰뚫고 있었지만 일부러 모르는 척 물었다.전이혁이 웃으며 물었다.“할머니, 방으로 들어가실래요? 아니면 좀 더 걸을래요?”“조금 더 걷자. 리조트를 얼마나 잘 꾸며놓았는지 한번 보자. 이제 좀 걸으면서 정원도 보고 풍경도 봐야지.”전이혁이 웃으며 말했다.“할머니가 우리 세 형수님을 모시고 몰래 나가셨잖아요. 그러니 정원 구경할 시간이 없으셨죠. 그날 우리 형들은 아마 꿈속에서도 할머니 욕했을걸요.”“감히 나를 욕해? 그러면 나도 세 며느리 데리고 세계 일주를 떠나버릴 거야. 그럼 어디서 우리를 찾을 건데?”전이혁은 피식 웃었다.“형들이야 당연히 앞에서는 못 그러죠. 그래도 뒤에서는 조금은 투덜거릴걸요.”“그건 상관없어. 사람이란 게 아무리 잘해도 뒤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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