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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은 억만장자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3961 - チャプター 3970

4171 チャプター

제3961화

전씨 할머니께서 세 며느리를 데리고 있는 동안 전태윤이 두 동생과 함께 아내들을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밤이 깊어지자 전태윤은 결국 전화를 걸었다.“예정아, 왜 이렇게 늦어? 언제 와?”하예정이 웃으며 말했다.“여보, 우리 오늘은 안 들어가요. 할머니께서 내일 아침 식사 후에 돌아가시겠다고 해요. 지금은 당신 로얄 팰리스에 묵고 있어요.”“역시 그럴 줄 알았어. 할머니가 너희를 데리고 나가신다길래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더라니까.”결국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할머니가 며느리 셋을 전부 ‘납치’해 가버린 것이다.하예정이 웃으며 말했다.“일찍 쉬어요. 우리 지금 노래 부르고 있어요. 고현 씨가 노래를 정말 잘해요.”“너야말로 너무 늦게까지 놀지 말고 푹 쉬어. 지금은 몸이 제일 중요하잖아.”전태윤이 다정하게 말했다.“알았어요. 걱정하지 마요. 그럼 이만 끊어요. 내일 봐요.”“그래. 오후에 우빈이가 너를 찾더라. 내가 잠깐 외출했다고 하니까 왜 자기를 기다리지 않고 갔냐, 자기가 싫어진 거냐고 묻더라고.”하예정이 웃음을 터뜨렸다.“조금 전에 우빈한테서 전화 왔어요. 내일 밤에 불꽃놀이 보러 올 거래요. 그래서 제가 불꽃놀이를 조금 더 사 오겠다고 했어요.”도시에서는 불꽃을 터뜨릴 수 없지만 서원 리조트에는 넓은 잔디밭이 있어서 안전하게 불꽃놀이를 할 수 있었다.그래서 매년 설이 되면 리조트에서는 밤마다 불꽃이 터졌다.하예정은 문득 결혼 첫해를 떠올렸다.그때 전태윤은 일부러 서원 리조트가 아닌 오래된 저택으로 그녀를 데려가 전씨 가문의 본가라고 속였다.온 가족이 함께 짜고 그녀를 속였던 것이다.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하예정은 정말 화가 났었다.거의 1년 가까이 그가 마음만 먹으면 말할 수도 있었던 것을 일부러 숨겼던 것이다.그래서 나중에 그가 모든 걸 털어놓았을 때도 쉽게 용서가 되지 않았다.“불꽃놀이는 이미 집에 가져다 놨어. 한 트럭이나 되니까 올해는 실컷 볼 수 있을 거야.”하예정이 웃으며 말했다.“매년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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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2화

하예정은 이 별장의 안주인이었다.그녀는 여운초와 고현에게 각각 방을 배정해 주고 나서야 자신의 침실로 돌아왔다.하지만 전태윤이 곁에 없자 어딘가 허전했다.불룩해진 배를 안고 움직이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다.하예정은 이미 전태윤이 곁에 있는 생활에 익숙해 있었다.피곤이 몰려오자 하예정은 이내 잠에 빠져들었다.그날 밤은 아무 일 없이 조용히 흘러갔다.이튿날은 설날이었다.아침부터 분주한 하루가 시작됐다.해가 저물고 저녁 식사한 뒤 전씨 가문과 친분이 깊은 집안들이 모두 서원 리조트로 몰려와 불꽃놀이를 즐겼다.리조트는 사람들로 북적였고 웃음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시간은 그렇게 빠르게 지나 어느새 설 이튿날이 되었다.그날은 전씨 가문의 며느리들이 친정으로 돌아가는 날이다.전씨 가문의 며느리들은 모두 친정이 관성에 있어서 자연스레 그쪽으로 향했고 전태윤 부부와 노동명 부부는 성씨 가문의 저택을 찾았다.이경혜는 하예진 자매의 친정 쪽 친척이었다.그래서 두 부부는 매년 설날 이튿날이면 늘 성씨 가문을 찾았다.그즈음 두 자매의 숙부들이 그녀들에게 전화를 걸어왔다.올해는 고향에 좀 내려가서 함께 설을 쇠자고, 예전 일은 다 지난 일이라며 과거에 너무 미안했다고 말이다.그들은 지난날의 잘못을 인정했다.하예정 자매에게 몹쓸 짓을 한 걸 이제 와서야 후회한 것이다.하지만 전태윤이 이미 아내 대신 그들의 오만함을 응징했다.그녀의 사촌 형제들이 다니던 회사에서는 줄줄이 해고되었고 장사를 하던 이들도 장사가 풀리지 않아 생활이 빠듯했다.사실 전태윤은 그나마 자비를 베푼 편이다. 그가 마음만 먹으면 그들의 삶은 훨씬 더 처참해졌을 것이다.그럼에도 하예정은 친척들의 화해 요청을 거절했다.그러자 그들은 마을 이장을 찾아가 하예정을 설득해달라고 부탁했다.예전의 일은 잊고 하예정 자매가 마음을 풀 수 있게 도와달라는 것이다.하예정 자매에게 물려준 그 집은 본래 그녀들의 부모님이 남겨주신 것이었다. 고향에 돌아가 친척들을 찾아뵙고 부모님이 남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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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3화

전이혁은 전씨 할머니를 부축하며 천천히 걸었다.“할머니, 너무 섭섭해하지 마세요.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돼요. 일 년 12달 중에서 할머니가 기분 안 좋은 날은 설 이튿날 하루뿐이잖아요. 다른 날은 전부 즐겁게 지내시잖아요. 딸도, 손녀도 없긴 하지만 할머니의 아들들이랑 손자들이 전부 남의 집 귀하게 자란 딸들을 데려왔잖아요. 평소에도 그 예쁜 딸들이 할머니 곁에 모여서 할머니를 챙겨드리고 할머니 얘기도 들어주잖아요. 그게 얼마나 행복한 일이에요.”전씨 할머니는 피식 웃었다.“그래, 그렇게 말하니까 갑자기 기분이 훨씬 좋아지네. 하지만 그건 내 외가 쪽 사람들이 들으면 배 아플 일이지.”“그렇죠. 할머니처럼 복 많은 분이 어디 있어요. 온 세상 사람들이 다 부러워할걸요? 이렇게 효자 손자들을 둔 할머니가 또 어디 있겠어요. 우리 형제 아홉 명 중에 할머니 얼굴에 먹칠한 놈 하나도 없잖아요.”전씨 할머니는 웃음을 참지 못하며 말을 이었다.“이혁아, 오늘 네 입에 꿀을 발린 모양이야. 말이 어쩜 그렇게 달콤하게 해?”“저 원래 말 잘해요. 평소에도 이 정도는...”“아니, 평소에는 이만큼은 아니야. 솔직히 말해봐. 나한테 무슨 말 하려고 이렇게 아부를 해?”할머니는 이미 그의 속을 꿰뚫고 있었지만 일부러 모르는 척 물었다.전이혁이 웃으며 물었다.“할머니, 방으로 들어가실래요? 아니면 좀 더 걸을래요?”“조금 더 걷자. 리조트를 얼마나 잘 꾸며놓았는지 한번 보자. 이제 좀 걸으면서 정원도 보고 풍경도 봐야지.”전이혁이 웃으며 말했다.“할머니가 우리 세 형수님을 모시고 몰래 나가셨잖아요. 그러니 정원 구경할 시간이 없으셨죠. 그날 우리 형들은 아마 꿈속에서도 할머니 욕했을걸요.”“감히 나를 욕해? 그러면 나도 세 며느리 데리고 세계 일주를 떠나버릴 거야. 그럼 어디서 우리를 찾을 건데?”전이혁은 피식 웃었다.“형들이야 당연히 앞에서는 못 그러죠. 그래도 뒤에서는 조금은 투덜거릴걸요.”“그건 상관없어. 사람이란 게 아무리 잘해도 뒤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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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4화

“너의 둘째 형이랑 셋째 형 며느리를 골라줄 때는 내가 지금만큼 늙지 않아서 정력도 있고 그래서 시간을 많이 들여 그 아이들 바닥까지 다 살펴봤어. 그런데 네 차례가 됐을 때는 이미 예전만큼 힘이 넘치지 않아서 그만큼 깊게 알아보진 못했던 거야. 도아영 씨가 만약 공은호 어르신의 제자라면 더더욱 알아내기 힘들었을 거다. 공은호가 누구냐? 오제당 안에서 정보망을 책임지던 사람이야. 그 사람의 정보망은 제일 크고 제일 깊지. 그런 사람의 제자를 캐묻는 건 목숨을 내놓는 짓이거든. 지금은 은퇴했다고 해도 그분의 제자들이 줄줄이 이어받았잖니. 하나같이 스승보다 더 뛰어나고 더 치밀해. 할미가 아무리 담이 크다 해도 하늘을 찌를 만큼 무모한 사람은 아니야. 오제당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데 내가 어찌 그 사람들을 건드리겠어? 우리 전씨 가문이 지금처럼 오제당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도 다 태윤이와 예정의 덕분이야. 거기에 또 한 비서님은 예정의 외할머니 비서였잖아. 그 두 가지 인연 덕에 오제당 쪽에서도 우리 가문을 무시하지 않는 거다.”전씨 할머니의 말을 전이혁은 믿지 않았다.“할머니, 저는 할머니 친손자예요.”“그래, 네가 내 친손자가 아니면 내가 너를 왜 신경 쓰겠어? 그렇다고 친손자라고 해서 내가 모르는 걸 안는다고 거짓말할 수는 없잖아. 내가 신이냐? 신이라고 해도 모르는 게 있을걸.”“할머니, 제가 몰라서 그랬어요. 할머니께서 정해주신 사람이 도아영 씨였는데... 분명 저한테 맞는 여자였을 텐데 제가 괜히 고집을 부렸어요. 할머니께서 넓은 길을 열어주셨는데 제가 스스로 좁은 오솔길을 택한 거죠. 결국 지금은 길을 잃었어요. 이제는 정말 빠져나올 수도 없어요. 제발, 할머니. 사실대로 말씀해 주세요. 도아영 씨가 그 ‘여우’ 맞죠? 두 사람, 사실 한 사람이죠?”전씨 할머니가 도리어 물었다.“만약 그렇다면? 그럼 넌 어쩔 건데? 아니라면 또 어쩔 거냐? 이제 와서 도아영 씨에게 구애하려고? 너는 도아영 씨를 사랑하는 게 아니야. 네가 사랑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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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5화

“할머니, 한마디면 돼요. 저한테 한마디만 해주세요. 도아영 씨가 바로 ‘여우’죠?”“그걸 왜 나한테 물어? 직접 가서 물어보지. 내가 도아영 씨도 아닌데.”“할머니...”전이혁은 거의 무릎이라도 꿇을 기세였다.“할머니, 저도 정말 후회하고 있어요. 이제 제발 말씀 좀 해주세요.”전씨 할머니가 손가락으로 그의 이마를 톡 건드리며 말했다.“후회 약은 세상 어디에도 없어.”“이혁아, 어쩌면 할미가 너무 독단적이었을지도 모르겠구나. 너희들 동의도 안 거치고 멋대로 약혼녀를 정해주고 무조건 쫓아가서 잡으라고 했으니 그건 할미 잘못이지. 네 잘못은 아니야.”비록 그녀의 뜻이 손자들을 위한 것이었다고 해도 조금은 독단적인 집안의 어른이었다.“할머니, 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 저나 제 형제들 모두 할머니가 정해주신 인연이라면 기꺼이 따를 거예요. 할머니의 안목은 누구보다 정확하잖아요. 그건 저희의 복이에요. 아버지랑 어머니도 늘 그러세요. 할머니가 있어서 마음이 놓인다고요.”전씨 가문의 어른들은 모두 안심하고 있었다.며느릿감을 고르는 일조차 전씨 할머니께서 직접 나서서 해주니 그들은 걱정할 것이 없었다.무엇보다 전씨 할머니의 사람 보는 눈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그녀가 점찍은 여자는 매우 훌륭했다.“그래, 그럼 왜 내가 시킨 대로 안 했어? 도아영 씨에게 구애하라고 분명히 말했잖아. 1년이라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동안 마음이 한 번도 안 설렜겠어?”전씨 할머니가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며 손자를 바라봤다.“이혁아, 난 너희를 해치지 않아. 적어도 결혼 문제만큼은 절대 너희를 망치지 않아.”다른 문제야 손자들을 몇 번이고 골려 먹었지만 결혼만큼은 장담할 수 있었다.“도아영 씨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지. 도씨 가문의 가풍이 좋고 조건도 우리 전씨 가문과 딱 맞아. 거리가 조금 멀긴 하지만 그게 뭐 대수니? 네가 그 집으로 시집가는 것도 아니고 네가 데려오면 되잖아. 요즘 세상에 비행기든 고속열차든 하루면 도착이야. 물론 그쪽에서 네가 도씨 가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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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6화

“이혁아, 할미 머리의 흰머리에도 네 몫이 있단다.”전이혁은 웃으며 전씨 할머니의 어깨를 감싸안았다.“네네... 저희가 잘못했어요. 할머니 마음고생만 시켰네요. 할머니, 앞으로는 더 효도할게요.”전씨 할머니는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이제 나이가 얼마나 됐다고 그러냐. 하루하루 덤으로 사는 거지. 앞으로 어쩌겠다는 그런 약속은 하지 마라. 못 지키면 괜히 체면만 구겨져. 정말 효도하고 싶으면 가서 도아영 씨나 다시 잡아 와. 나는 그 아이가 참 마음에 들더라. 그 아이가 내 손주며느리가 됐으면 좋겠어.”“할머니, 말씀만 해주세요. 도아영 씨가 ‘여우’ 맞죠? 맞다면 바로 돌아가서 집부터 사고 새로 사업도 시작하면서 아영 씨를 다시 쫓을게요. 매일같이 아무 일도 안 하고 남의 뒤만 따라다닐 수는 없잖아요.”전씨 가문의 형제들은 사랑을 쟁취하려 할도 전념해서 그 일만 한 사람은 없었다.모두 자기 일과 사업을 병행하면서 사랑도 함께 키워갔다.전씨 할머니가 눈을 가늘게 뜨며 되물었다.“내가 도아영 씨가 바로 그 ‘여우’라고 하면 그게 곧 진짜가 돼? 도아영 시가 아니라고 부정하면 너도 어쩔 수 없잖아. 만약 둘이 다른 사람이라면?”전이혁은 말문이 막혔다.이렇게 끈질기게, 간절하게도 물었건만 전씨 할머니는 끝내 알려주지 않았다.그러나 그 말투와 눈빛 속에는 확신에 가까운 여운이 있었다.전씨 할머니의 속뜻을 읽자면 도아영과 ‘여우’가 한 사람일 가능성은 아주 높았다.“할머니, 제가 도아영 씨에게 다시 다가가도 괜찮을까요?”“도아영 씨는 내가 직접 네 손에 쥐여 준 인연이야. 쫓아간다고 틀릴 리가 있겠어?”“할머니...”전씨 할머니는 손가락으로 그의 이마를 또 한 번 콕 찔렀다.“다가가고 싶으면 얼른 다가가. 설도 지났고 도아영 씨도 아직 휴가 중일 테니 지금이 약속 잡기 제일 좋을 때다. 가서 데이트나 해... 안 가고 뭐 해?”전이혁은 대답 대신 조용히 할머니를 바라봤다.확답을 듣지 못하니 불안했다.구애하다 보니 도아영이 ‘여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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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7화

“할미가 이미 도와줬잖아. 집사한테 새해 인사 선물 몇 세트 준비하라고 말해 둘 테니까 그거 들고 도씨 가문으로 가서 새해 인사드려. 새해에 웃으면서 찾아가면 문전박대는 당하지 않을 거야. 지금이 제일 좋은 때다.”“알았어요. 할머니 말씀대로 할게요.”전이혁은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순순히 대답했다.그리고 곧장 휴대폰을 꺼내 정월 초나흗날의 비행기 표를 끊었다.“왜 내일 표는 안 끊어?”전씨 할머니가 물었다.“하루만 더 할머니랑 있고 싶어서요.”할머니는 웃었다.“할미는 괜찮아. 네놈들이 다 짝을 찾아서 더는 혼자만 남지 않으면 그게 제일 큰 효도지.”전이혁이 정월 초나흗날에 해성으로 가기로 한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하나는 가족들과 하루라도 더 함께 있고 싶었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내일 밤 형들이 돌아오면 그들에게 조언을 구하려는 생각 때문이었다.형들에게 도움을 청해 도아영이 ‘여우’인지 아닌지를 함께 분석해 보려 했다.그는 형들, 특히 큰형 전태윤이 이 일의 진실을 알고 있을 거로 짐작했다.하지만 전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다른 형제들 역시 마찬가지였다.다들 그저 그가 우왕좌왕하는 꼴을 재미있게 지켜보는 듯했다.도대체 자신이 언제 그렇게 집안 전체의 놀림감이 됐는지 모르겠다고 전이혁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비록 전씨 할머니에게서 확실한 대답을 듣지는 못했지만 그녀의 말과 태도 속에서 전이혁은 이미 어느 정도 확신을 얻었다.그는 마음을 내려놓고 남은 연휴 이틀을 편안하게 보냈다.정월 초사흘 저녁, 전태윤은 아내 하예정과 함께 리조트로 돌아왔다.그날 하루 종일 리조트에 머물던 전이혁은 문 앞에서 집사가 전태윤에게 공손히 인사하는 소리를 듣자마자 번개처럼 달려 나갔다.그는 전태윤의 손에서 짐을 받아 들고 불룩한 배를 감싸 쥔 하예정에게 다정하게 말했다.“형수님, 조심하세요. 미끄러워요.”그 모습에 전태윤은 잠시 동생을 바라보더니 아무 말 없이 집으로 들어갔다.안으로 들어온 뒤에도 전이혁은 전태윤 부부 주위를 맴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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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8화

“형!”“너희 넷째 작은아버지 입 좀 잠가놔야겠다. 우리 부자끼리 편하게 얘기하는 거 방해하고 있잖아.”전태윤이 태연하게 내뱉자 하예정이 그의 손등을 살짝 두드리며 웃었다.“여보, 그만 놀리세요. 도련님 얼굴에 초조함이 다 쓰여 있잖아요. 이틀 동안 붙들고 물어봤는데도 결국 할머니께서는 한마디도 안 하셨다잖아요.”전이혁은 힘껏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맞아. 형수님 말이 딱 맞아. 형, 이제 제발 진지하게 좀 들어줘. 이번 일은 정말 내 인생이 걸린 문제라니까.”“그래서 할머니는 뭐라고 하셨는데?”전태윤이 물었다.“도아영 씨한테 다시 다가가라고 하셔.”“그럼 됐네. 할머니 말씀대로 해. 우리 할머니가 널 해칠 분이냐? 평소야 장난으로 손주들 골려 먹는 걸 즐기셔도 결혼 문제만큼은 누구보다 신중하시지. 그분은 그런 일로 농담하실 분이 아니야.”그제야 전이혁의 얼굴에 미묘한 안도감이 번졌다.전태윤은 도아영이 바로 ‘여우’라고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할머니의 말을 믿으라는 그 한마디면 충분했다.그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여우’라는 걸 알면서도 그에게 도아영을 다시 쫓으라고 한 건 곧 그녀들이 같은 사람이라는 뜻이나 다름없었다.“알았어. 형 말대로, 할머니 말씀대로 할게. 근데 형, 그걸 왜 진작 안 알려줬어?”전태윤은 느릿하게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나도, 할머니께서도 여러 번 말했잖아. 후회하지 말라고. 그땐 네가 뭐라 그랬더라? 네 사전에는 후회란 없다고 큰소리쳤지? 지금은 그 사전 바꿀 생각은 안 드냐?”“그게 그 말이었어?”전이혁이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었다.“후회하지 말라는 말이 ‘여우’가 도아영 씨라는 뜻이라는 걸 누가 알았겠어? 완전히 딴 얘기잖아.”“그건 네가 눈치가 없는 거지. 우리 할머니가 어떤 분인데. 겉으론 순하게 웃으시면서도 속으로는 손자들 골탕 먹이는 데는 최고 시잖아.”전씨 할머니는 멀리서 재채기하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누가 내 욕을 하나?’도아영을 직접 거절했던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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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9화

해성에는 설 연휴를 맞아 또 눈이 내렸다. 전이혁이 도착했을 때는 도시 전체가 흰 눈으로 덮여 있었다.그는 먼저 호텔에 묵으며 하루 동안 푹 쉬었다.여행길의 피로를 완전히 풀고 나서야 박씨 아저씨가 챙겨준 새해 선물 꾸러미를 차에 실었다.이번에는 렌터카 업체에서 고급 차를 빌렸다. 그는 트렁크 가득 선물을 싣고 곧장 도씨 가문의 저택으로 향했다.하지만 도아영은 없었다.그녀는 그녀의 큰언니와 몇몇 사촌 여동생들과 함께 해외로 여행을 떠났다.결국 전이혁은 대문에도 들어가지 못했고 정성껏 준비해 온 선물 또한 도성준에게 거절당했다.도성준은 이미 알고 있었다. 전이혁이 진심으로 사랑했던 ‘여우’가 바로 자신의 딸이라는 사실을.도성준은 전이혁이 곧 다시 찾아올 것을 예감했다. 딸을 얻으려 다시 집으로 찾아와 애정 공세를 펼칠 것이라고 말이다.그래서 전이혁이 헛걸음치게 하려는 속셈으로 딸을 설득해 여행을 떠나게 했다.도아영 역시 오랜만에 공은호와 사형제들이 보고 싶었다. 그렇게 그녀는 사촌 동생들을 데리고 공은호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사제지간끼리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이자 화기애애한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느라 도아영의 머릿속에서는 전이혁이라는 이름이 완전히 사라졌다.전이혁이 다시 그녀를 볼 수 있었던 건 정월 초열흘, 즉 도씨 그룹이 설 연휴를 마치고 출근한 첫날이었다.부대표인 도아영은 새해 시무식에 참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해외에서 돌아온 바로 그날, 전이혁은 마침내 그녀를 다시 만났다.비서로부터 전이혁이 면담을 요청했다는 말을 전해 들은 도아영은 별다른 거부감 없이 말했다.“들여보내요.”잠시 후, 문밖에는 큼직한 꽃다발과 붉은 케이스가 담긴 선물 백을 든 전이혁이 서 있었다. 이번에는 진심으로 사과하려는 선물이었다.‘여우’와 도아영을 다른 사람으로 착각해 상처를 준 그날 이후 그는 처음으로 진심으로 머리를 숙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또한 도아영이 자신을 속였다는 일쯤은 전이혁은 넓은 마음으로 덮어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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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70화

그 사랑에서 상처 입은 건 도아영이었다. 손해 본 것도 결국 그녀였다.사랑의 세계에서 먼저 마음을 준 사람이 지는 법.그녀는 한 번 졌기에 다시는 지고 싶지 않았다.비록 전이혁에게 아직 미련이 남아 있었지만 도아영은 더 이상 수동적인 위치에 있고 싶지 않았다.이번에는 그녀가 주도권을 쥐고 이혁을 흔들어놓을 차례였다.“도아영 씨, 오늘은 사과드리러 왔습니다.”“사과요? 무슨 일로요?”전이혁이 준비해 온 주얼리 세트를 꺼내 그녀 앞에 놓았다.“몇 달 전, 제가 먼저 도아영 씨에게 다가갔죠. 그런데 도아영 씨가 마음을 열었을 때 오히려 제가 물러섰어요.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한 건 제 잘못이었어요. 이 꽃다발과 주얼리 세트는 그 일에 대한 사과입니다.”도아영은 꽃을 내려놓고 그 케이스를 들어 열었다.그 안에는 루비 세트가 곱게 빛나고 있었다.한눈에 봐도 값비싼 진품이었다.“이렇게 귀한 건 받을 수 없어요. 지난 일은 이미 지나간 일이라 저는 다 잊었어요. 당신도 그때 사과했잖아요. 그걸로 충분해요. 다시 이런 걸로 마음 쓸 필요 없어요.”도아영은 이 주얼리 세트가 전이혁이 전씨 할머니나 그의 어머니에게 얻어온 것이라 짐작했다.이런 주얼리는 전씨 가문의 여자들만이 가질 수 있는 것들, 그것도 여러 세트씩 가지고 있을 것이다.“도아영 씨께서 안 받으면 저를 아직 용서하지 않은 걸로 알 겁니다. 그럼 저는 매일 찾아와 사과드릴 거예요. 그게 더 귀찮으실걸요.”전이혁은 아직도 얼굴이 붉어졌다.사실 그녀가 ‘여우’라는 걸 알고 있다는 말을 그는 도저히 꺼낼 수 없었다.그저 매일 보고 싶다는 핑계로 이런 어설픈 이유를 만들어낸 것이다.“이 루비 세트, 전씨 할머니께서 주신 건가요?”“아니요, 저의 어머니가 주셨습니다. 어머니가 이런 세트를 여러 개 가지고 계시는데 그중 하나를 제가 부탁드렸어요. 도아영 씨 피부에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사과의 의미로 받아주세요.”지금은 받지 않아도 언젠가는 받게 할 생각이었다.그 주얼리들은 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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