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영이라는 여자는 당신처럼 젊고 예쁘고 게다가 무술 실력도 대단한 사람이에요.”전이혁이 천천히 걸음을 옮겨 ‘여우’에게 다가섰다.“혹시 그쪽이 민지영 씨 아니세요? 공은호 어르신의 제자 중 한 분, 맞죠? 두 분이 사제지간 아니세요?”‘여우’가 도아영인지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민지영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의심해 왔었다.사소한 행동 하나, 몸을 움직이는 방식까지... ‘여우’와 민지영 사이에는 묘한 공통점들이 있었다.비록 전이혁이 여러 번 떠봤지만 민지영은 이미 그의 의심을 눈치채고는 더 이상 빈틈을 보여주지 않았다.그렇기에 전이혁은 더욱 의심하고 있었다.“근거 없는 소리 좀 그만해요. 전이혁 씨, 저는 민지영이라는 사람이 아니에요. 쓸데없는 추측은 그만두세요. 공은호 어르신은 그분 이름만 들었을 뿐이에요. 그런데 전씨 가문이 참 대단하네요. 수십 년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고수들과도 인연이 있다니. 그분까지 아시다니... 친분이 꽤 깊으신가 봐요.”전이혁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여우’의 표정은 한결같이 침착했다.눈빛 한 줄 흔들리지 않고 숨결조차 흔들림이 없었다.그럴수록 그의 의심은 더욱 짙어졌다.“지금은 부인하셔도 돼요. 언젠가는 제가 증거를 찾아낼 거예요. 당신이 바로 민지영 씨라는 걸요.”여우는 그 말에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웃었다.“그렇게 확신하시나 보네요. 좋아요. 그 자신감, 제가 한번 믿어볼게요. 전이혁 씨, 부디 저를 실망하게 하지 마세요.”‘여우’는 그렇게 말하고는 방문을 열었다.가벼운 몸짓으로 문틈을 빠져나가며 마지막까지 여유로운 미소를 잃지 않았다.전이혁은 쫓아가지 않았다. 쫓아가도 그녀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호텔 밖으로 나온 ‘여우’는 뒤를 한 번 돌아봤다.그가 따라오지 않는 걸 확인하고서야 비로소 안도했다.‘이 한밤중에, 그것도 이 추운 날씨에 결국 나를 또 끌어내다니... 참 끈질겨.’그녀는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다행히 그녀에게는 ‘가면’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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