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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51화

“선우민아 씨가 그렇게나 뛰어난데 아버지는 왜 저보고 선우정아 씨를 선택하라고 하신 거예요?”용찬은 아주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그는 이미 선우씨 가문의 두 자매 사진을 여러 번 본 적이 있었다.그중에서도 선우민아는 뛰어난 미모와 차가운 기품을 지니고 있어 한 번 스쳐보기만 해도 누군가의 정복 본능을 불러일으킬 만했다.용찬은 선우민아를 택하고 싶었다.용태호가 아들을 보며 웃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너는 그 아이를 감당 못 해. 물론, 네가 정말로 그 아이 마음을 얻을 수 있다면야 말릴 이유는 없지. 하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정아 씨에게 집중해.”선우정아 역시 아름다웠다.선우민아에게 있는 저 차디찬 성격과 달리 선우정아는 사람을 풀어 주는 듯한 따스한 기운과 웃음을 가지고 있었다.“정아 씨를 아내로 맞이할 수 있다면 너에게도, 우리 용씨 가문에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 거야.”용찬은 곧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잘생기고 돈도 많고 말도 달콤하게 할 줄 아는 데다 여자들에게 통 크게 베푸는 성향까지.그런 남자가 순진한 집안의 금지옥엽을 공략한다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게다가 두 가문은 이미 격을 맞출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용태호가 지금은 대리 가주일 뿐이라 해도 용씨 가문은 이미 막대한 재산을 갖춘 집안이었다.선우정아는 그와 충분히 격이 맞는 사람이었다.그때 경호원 한 명이 다가와 공손하게 보고했다.“가주님, 선우 대표님께서 시간이 없으시다 하시며 오늘은 만나기 어렵다고 전하셨습니다. 또한 두 그룹이 현재 어떠한 사업적 교류도 없으니 명절 선물 또한 받을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용태호는 밖에서는 늘 자신을 가주로 부르게 했다.그에게 대리 가주라는 호칭은 굴욕이나 다름없다.그는 반드시 용씨 가문을 손에 넣을 생각이었다.그는 죽은 이씨 가문의 이은화의 최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수십 년 동안 일군 제국을 결국 남 좋은 일만 하고 비참하게 죽어버린 자.그리고 죽고 난 뒤에도 비난만 받았다.용태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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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52화

그렇게까지 격식을 크게 차리는 사람은 용태호밖에 없었다.A시의 재벌가들이 저마다 과시할 줄 아는 건 맞지만 용태호만큼 대범하게 꾸미는 이는 없었다.차를 몰아 빠져나가며 용태호의 점잖은 이미지는 더는 유지되지 못했다. 그의 얼굴은 어둡게 굳었고 혀끝의 더러운 말에는 독기가 번져 있었다.“어릴 때부터 이런 모욕을 당한 적이 없었어. 심지어 옛날에도 이렇게 무시당한 적은 없었어. 두 애송이가 몇 번씩이나 우리를 거절하다니.”용찬도 분노를 억누르지 못했다.“제 생각에는 저들이 이렇게 무모하게 나오는데 우리도 방법을 바꿔 봐요. 선우씨 가문의 사업 길을 하나둘씩 빼앗아 궁지에 몰리면 우리가 칼자루를 쥐게 되겠죠. 그때가 되면 우리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잖아요. 결혼하든, 내 사람으로 삼든 우리를 무시한 대가를 갚아주면 돼요. 선우씨 가문은 딸이 많은 집안이니까 원한다면 전부 가져버리면 돼요. 오늘의 치욕을 반드시 되갚아야죠.”윗사람이 바르지 못하면 아랫사람도 흐트러지게 되는 법.용태호는 잔혹한 사람이었고 그의 아들도 그 특성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듯했다.“내 생각에는 선우씨 가문은 돈도 많고 하고 사업도 워낙 많아서 많은 이들이 눈독 들이고 있는 큰 먹잇감일 거야. 우리는 조용히 움직이면 돼. 우선 다른 회사들과 손을 잡고 특히 선우씨 가문과 원수 관계인 가문을 먼저 공략하는 거지. 인원이 많아지면 힘도 생기는 법이야. 우리가 한 줄로 뭉쳐서 선우씨 가문을 정면으로 압박한다면 과연 버틸 수 있을까? 어쩌면 그때 가면 그들의 사돈들조차 조금씩 차지하려고 나설지도 몰라. 그리고 실력이 좋은 암살자들을 더 많이 붙여서 선우민아와 선우정아를 제거하는 거야. 암살이 성공한다면 가장 좋고 실패하더라도 겁은 줄 수 있겠지. 내 눈에는 지금 선우씨 가문을 지키고 있는 건 선우민아 씨와 선우정아 씨 두 사람뿐이야. 그 둘만 제거하면 선우씨 가문은 우두머리를 잃은 사자처럼 흩어질 거다. 다른 이들은 이 형세를 뒤집을 힘이 없어. 그렇게 하면 우리는 선우씨 가문 재산을 손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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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53화

용찬은 관성에 가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용태호를 통해 관성의 몇몇 재벌가가 A시의 예씨 가문과 긴밀하게 연락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예씨 가문의 사모님이 돌보는 아이가 혹시 용정일지도 모른다는 소문도 들려왔다.문제는 그 아이를 직접 볼 수 없다는 점이다. 보지 못하면 백 퍼센트 확신할 수 없었다.그 아이의 소식은 전혀 잡히지 않았다. 철저히 보호받아 어디에 숨겨졌는지, 용씨 가문의 정보망으로도 끝끝내 찾아내지 못했다.관성의 몇몇 재벌가가 아이를 숨기는 일에 협조하고 있다는 정황까지 들어오니 용찬은 관성 쪽 사람들에게 유독 반감이 생겼다.수천 리 떨어진 곳에 있는 사람들이 그와 그의 아버지가 진짜 가주가 되는 길을 가로막다니 참을 수 없었다.“그래도 선우씨 가문만 들여오면 우리에게는 다른 길이 생긴 셈이야. 아들, 힘내. 내가 도울 일 있으면 말하고. 이번 일은 네게 기회나 다름없기에 날 실망하게 하면 안 된다.”용찬은 자신감이 넘쳤다.“저를 믿으세요. 저는 절대 아버지를 실망시키지 않을 겁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바라시는 건 다 해왔잖아요.”어렸을 때부터 용찬은 아버지의 말에 순종해 왔고 아버지의 요구를 이루기 위해 많은 것을 기꺼이 해내 보였던 아들이었다. 그것이 용태호를 유독 만족스럽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했다.“아버지, 관성 쪽 여자가 쓸모도 없는데 버리세요. 엄마가 걱정 많이 하세요. 임신까지 했었잖아요.”용찬은 적절한 순간에 어머니 편을 들어 요구를 꺼냈다.용태호는 잠시 생각하더니 미소를 머금으며 대답했다.“여운별은 당분간 쓸모가 있어. 그 여자가 우리에게 유용한 정보를 가져다줄 수도 있으니 잠시 놔두는 게 나아. 여운별이 임신했었지. 그런데 내가 유산 시켰어. 내가 여운별을 찾아갈 때마다 약을 먹게 하거든. 다시는 임신하지 못하게. 그러니까 네 엄마도 질투할 필요 없어. 장난감 같은 거니까 신경 쓸 필요 없어.”용태호는 이미 새로운 목표가 생겼고 여운별 쪽에는 한동안 발길을 끊은 상태였다. 그는 옷을 갈아입듯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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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54화

용태호는 아내가 악역을 자처할 때면 늘 자신을 위해 대신 나서 준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내가 잘못 말했어. 네 엄마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찬아, 난 이만 갈게. 너는 여기에 남아. 너에게 경호원 절반을 남겨두마.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있거든 연락해. 좋은 소식 기다릴게.”용태호는 오후에 곧장 관성으로 날아갈 결심을 굳혔다.이틀, 길어야 사흘이면 H시로 돌아와 사업을 처리할 셈이다.그런데 자신이 지금 용씨 가문을 위해 고된 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많은 이익이 정작 자신 개인의 몫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 마음 한쪽이 울컥했다.“네.”용찬은 아버지의 요구를 거절하지 않았다.용태호 부자가 선우씨 가문을 상대할 해결책을 논의하는 동안 전창빈은 선우민아의 사무실에 들어섰다.선우민아는 바쁘게 일하고 있었기에 전창빈은 방해하지 않으려 조용히 의자에 앉아 차를 끓였다.“차를 끓이는 법을 좀 배운 모양이군요.”선우민아의 목소리가 들리자 전창빈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고 가볍게 웃었다.“조금요.”“전부 다 알고 있는 것 같은데요.”선우민아가 걸어와 소파에 앉자 전창빈은 한 잔의 차를 따라 그녀에게 내밀었다.“이제 식사하셔도 돼요? 그럼 곧 주방에 가서 직접 요리해 드리겠습니다.”그가 가지고 온 재료로 바로 요리해 줄 생각이었다.현장에서 요리하면 김이 오르는 상태 그대로라 미리 만들어서 가져오는 것보다 재료 본래의 신선한 맛이 훨씬 더 또렷하게 살아 있었다.“아직 반 시간이 남았어요, 조금 피곤해서 10분만 쉬고 싶어요.”전창빈은 다정하게 물었다.“마사지해 드릴까요?”선우민아의 눈빛이 반짝였다.“마사지도 할 줄 아세요? 정말 못 하는 게 없네요.”“조금은 알죠.”그가 따라준 차를 한 모금 마신 선우민아는 몸을 소파에 기대며 말했다.“그럼 실력을 한 번 보여줘요.”“제 영광입니다.”전창빈은 일어나 선우민아의 등에 손을 얹어 부드럽게 마사지를 시작했다.“제가 회사로 들어올 때 H시의 용씨 가문의 대리 가주님을 만났어요. 왜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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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55화

전창빈이 말했다.“민아 씨 회사와 협력하기 위해서 오신 걸 거예요. 하지만 어디까지나 용씨 가문의 대리 가주일 뿐이죠. 진짜 가주님이 돌아오기라도 하면 지금까지 피땀 흘려 쌓아 올린 건 전부 남 좋은 일만 시켜주는 꼴이 되겠죠. 강성의 이씨 가문 전임 가주의 일이 그 사람에게도 경고가 되었을 거예요. 자신도 그런 꼴을 당하고 싶지 않으니까. 아마 그 사람이 제안한 협력이라는 것도 용씨 가문의 이름을 빌린 개인 사업일 가능성이 높아요. 원림성에서 용씨 가문이 갖는 영향력은 워낙 크니까요.”재력만 놓고 보면 선우씨 가문과 용씨 가문은 막상막하였다.하지만 선우씨 가문은 딸이 많고 아들이 적어 원림성에서의 영향력은 용씨 가문보다 약한 편이었다.선우민아가 입을 열었다.“그 사람은 야심이 커요. 협력은 어디까지나 시작일 뿐이죠. 협력 이후에는 우리를 속이고 우리 사업을 꿀꺽 삼킬 생각도 하고 있을 사람이죠. 게다가 그 사람은 여자를 수도 없이 건드려 왔어요. 어떤 여자들은 그 일 때문에 목숨까지 잃었거든요. 질리면 자기 아내를 내세워 악역을 맡긴대요. 애초에 지우지 않을 아이도 억지로 유산시켜요. 그런 일들을 원림성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 그에게서 무언가 이익을 얻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그에게 미녀 한 명만 붙여주면 웬만한 부탁은 거의 다 성사되거든요.”전창빈은 잠시 침묵하다가 조용히 말을 이었다.“남자라는 건 돈과 권력이 생기면 도박이든 여자든 한쪽에 휘청이기 마련이니까요. 진심으로 가정을 지키는 사람은 많지 않죠.”전씨 가문의 남자들이 왜 그렇게 높이 평가받는지, 그 가문의 가풍이 왜 부러움의 대상인지 다른 가문과 비교할수록 그 차이는 더욱 뚜렷했다.결혼 적령기의 딸을 둔 가문들이 전씨 가문과의 혼인에 열을 올리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전창빈이 이어서 말했다.“아가씨의 동생들도 아직 어리고 예쁘잖아요. 분명 누군가를 노리고 있을 겁니다.”선우민아는 눈을 천천히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참 바라보던 끝에 말했다.“그 남자가 몇 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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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56화

선우민아가 선우씨 가문의 사업을 처음 넘겨받았을 때 조부모 세대든 부모 세대든 서슴없이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 대놓고 방해를 놓고 음흉하게 함정을 파고 갖가지 계산을 들이미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다.한몫 챙기려는 욕심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녀가 선우씨 가문을 온전히 이어받는 것을 막고 싶었던 것이다.회사 안에서는 그녀가 자리 잡지 못하도록 흔들어대고 심지어 외부 세력과 손을 잡아 그녀를 함정으로 몰아넣기까지 했다.그 과정에서 그녀는 수없이 속고 당했다.의도적으로 조작된 사건도 여러 번 있었고 죽을 뻔한 일까지 있었다.그 모든 것을 지나오며 그녀는 인간이 얼마나 잔혹하고 탐욕스러운 존재인지 뼈에 사무치도록 알게 되었다.그 뒤로 선우민아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차가움을 갑옷처럼 두르게 되었다.분명 가업을 이어받는 것일 뿐이었는데 치 옛 황제가 피바람을 헤치고 왕좌에 오르듯 피로 길을 뚫어야만 자리에 앉을 수 있는 듯했다.그만큼 지치고 아득할 만큼 외로웠다.하지만 다행히도 결국 버텨왔다.이제 선우씨 가문의 사업은 단단히 선우민아의 두 손에 쥐어져 있다.한때 그녀를 함정에 밀어 넣고 등에 칼을 꽂았던 친척들은 결국 죗값을 치렀다.지금 그들은 처참한 최후를 맞이하여 강성에서 몸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고 도망쳤고 가지고 있었던 것들을 거의 다 잃고 구차하게 숨만 붙여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목숨을 노렸던 몇몇 사람은 지금도 감옥에서 썩고 있었다.연약해 보이는 여자라고 해서 얕보면 안 되는 일이다. 그런 환경에서 자라온 탓에 선우민아는 언제나 마음 한편에 차갑고 서늘한 칼날을 품고 있었다.적을 향한 자비는 결국 자신의 심장을 겨누게 된다.선우민아는 적을 대할 때 단 한 번도 마음이 약해진 적이 없었다.용서라는 단어는 그녀의 사전에 없었다.그녀를 해친 누군가 울고 빌고 발버둥 친다고 해도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그녀는 성모가 아니었다.그리고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은 성모가 되어서는 안 된다.그건 곧 자기 자신을 죽이는 길이었으니까.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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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57화

선우민아가 고개를 돌려 전창빈을 바라보았다.전창빈은 손을 멈추고 부드럽게 물었다.“불편해요? 힘을 좀 조절해 볼게요. 제가 남한테 마사지를 해준 적이 많진 않아서요. 경험이 부족해서... 앞으로 시간만 나면 계속해 드릴게요. 그러면 더 잘할 수 있게 될 거예요. 더 편하게 해드릴 수 있을 거예요.”“불편해서가 아니에요. 아주 좋아요. 창빈 씨가 할머니 얘기할 때마다 정말 한번 뵙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요.”전씨 할머니는 그녀의 눈에 이미 전설 같은 존재였다.사실 전씨 할머니는 이미 선우민아를 본 적이 있었다. 그녀 역시 할머니를 본 적이 있겠지만 다만 서로의 정체를 모르고 지나갔을 뿐이다.할머니께서 선우민아를 자신에게 짝지어주기 위해 얼마나 오래 지켜보고, 어떤 사람인지 확인하고, 능력과 성품을 들여다보고 판단했는지 전이혁은 잘 알고 있었다.전창빈이 말했다.“나중에 시간이 있을 때 관성으로 여행 오세요. 봄이 오면 꽃이 피면서 엄청 예쁘거든요. 제가 직접 가이드 해드릴게요. 호텔과 식사, 비행기 왕복까지 전부 제가 책임질게요.”선우민아는 부드럽게 웃었다.“여행을 간 지도 오래됐네요. 일정이 늘 꽉 차 있어서 시간을 좀처럼 만들기 어려웠거든요. 기회가 생기면 그때 가요. 혹은 할머니를 A시에 초대해도 좋은데. 연세가 있으시니 이동이 불편하실 수도 있지만 제가 전용 비행기를 보내도 돼요. 정말 직접 뵙고 싶어요.”선우민아는 언제나 강인한 여자들을 존경했다.젊을 때부터 지금까지 내내 강하게 살아오신 전씨 할머니 같은 사람은 그녀가 본보기로 삼는 존재였다.전창빈이 말했다.“우리 할머니는 지금 집에 안 계세요. 놀러 나가셨어요. 몸도 아주 건강하셔서 가끔은 몰래 훌쩍 나가 버리시거든요. 어디로 가셨는지 우리도 모를 때가 많아요. 작년 하반기에는 우리 큰형이 계속 할머니한테 잔소리해서 좀 얌전히 집에 계셨죠. 또 우리 큰형수님이 임신했거든요. 큰형이 잘 돌보지 못할까 봐 할머니가 관성에 머무셨던 거예요. 이번에는 우리 엄마랑 두 큰어머니까지 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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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58화

전창빈은 곧 대표 사무실에서 나왔다.문을 막 나서는 순간 선우민아를 찾으러 오던 선우정아와 마주쳤다.“아가씨.”전창빈이 공손하게 인사했다.선우정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전창빈이 자리를 지나간 뒤에야 문을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갔다.“전창빈 씨는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일찍 와서 언니 점심 만드나 봐요.”선우정아는 한 손에 서류를 들고 있었다.그녀는 언니의 책상 앞에 다다르자 의자에 앉으며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언니에게 건넸다.“언니, 이건 급한 건이라 먼저 확인하는 게 좋겠어요.”선우민아는 서류를 받아 훑으며 답했다.“그 사람은 매일 이 시간쯤 와. 일찍 오지도, 늦지도 않게.”“그 용태호라는 남자가 또 왔다면서요.”선우정아가 말했다.용태호가 직접 언니를 만나러 왔다는 사실을 뒤늦게야 선우정아도 알게 되었다.“응. 만나지 않았어. 새해 선물이라며 뭘 좀 가져왔더라고. 그대로 돌려보냈어. 야망이 지나치고 의도가 불순한 사람과는 엮일 필요가 없이 멀리해야 해. 저런 사람에게 협력의 문을 열면 그 틈으로 우리 집 전체가 무너져.”용씨 가문은 실력이 막강했다. 그러나 선우민아가 문제 삼는 것은 용태호라는 사람 자체였다.신뢰할 수 없고 속내를 감춰놓는 사람이었다.용씨 가문의 내부 전쟁은 외부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실 정통 혈통은 거의 몰락했다. 전임 가주가 남긴 어린 아들 하나만 남아있었지만 그 아이가 살아남아 자라날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라 앞으로 복수하여 용씨 가문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다.용씨 가문의 대리 가주 자리에 올랐다고 해서 가문 전체를 진정으로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자리만으로도 자기 세력을 키우고 넓히는 데에는 충분했다.더구나 용태호가 정통 혈통을 해칠 수 있었던 사실만 봐도 용태호가 속이 깊고 계산이 빠른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그의 개인 세력 또한 약하지 않았고 용씨 가문 안에서도 그를 지지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오래전부터 방계 쪽은 정통 혈통이 대대로 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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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59화

선우정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서류 검토를 마친 선우민아에게 선우정아가 말했다.“언니, 그냥 연애라도 해보는 게 어때요? 우리 둘 다 남자 친구가 없으니까 외부 사람들은 자꾸 우리를 결혼으로 엮어서 가문을 흔들려고 하잖아요. 결혼 말고 연애만 해도 되잖아요. 연기라고 좋은데. 그러면 다들 더는 이상한 생각 못 할걸요.”선우민아는 고개를 들어 동생을 보며 웃음을 머금었다.“그게 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내가 지금까지 연애를 안 한 건 사람들이 나를 쉽게 다룰 수 없다고 알기 때문이야. 감정조차 없다고 생각하니까. 근데 내가 연애를 시작하면? 나도 다른 여자들처럼 사랑하고 결혼한다는 걸 알면? 그때부터는 다들 더 요란하게 움직일 거야.”그녀가 연애한다면 상대방은 누구도 감히 건드리지 못할 만큼 강한 가문이어야 했다.그 가문은 선우씨 가문을 감싸줄 수 있을 만큼 튼튼해야 했고 무엇보다 그녀의 남편이 될 사람은 선우씨 가문의 재산을 노리지 않는, 오로지 그녀만을 사랑해야 했다.권력, 지위, 재산, 인품,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그런 남자여야 할 것이다.세상에 그런 남자도 존재는 하지만 정말 드물다.A시의 소위 유망한 청년들, 선우민아는 그들 중 누구에게도 마음이 가지 않았다.그들이 바라는 건 선우씨 가문과의 결혼을 통해 이익을 얻는 것, 선우민아를 아내로 맞아 선우씨 가문의 주도권까지 가져갈 수 있는 것이었다.결혼이란 결국 서로의 이익을 맞바꾸는 일이다.공평한 교환이라면 선우민아 역시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그들이 하는 건 공평한 교환이 아니라 겉으로는 동맹을 논하면서 속으로는 선우씨 가문을 삼키려는 탐욕이었다.선우씨 가문은 여자들이 많았다.사람들은 여자를 가볍게 보았고 가문의 사업을 이어갈 사람은 남자여야 한다고 쉽게 단정 짓고 있었다.오랫동안 외쳐온 남녀 평등은 현실 앞에서 여전히 허울일 뿐이었다.만약 그녀에게 나이나 서열이 맞는 남자 형제가 있었더라면 오늘의 그녀는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지도 몰랐다.20살 때, 막내 남동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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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60화

선우민아는 선우정아가 굳이 자신을 전창빈에게 엮으려 하는 이유를 이미 알고 있었다.전창빈이 막 사무실을 나선 직후 선우정아가 들어온 것을 보면 굳이 생각할 것도 없었다.전창빈이 동생에게 무언가 부탁했을 가능성은 없었다. 선우민아는 그가 자신에게 얼마나 한결같은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선우정아가 피식 웃었다.“내가 들어올 때 전창빈 씨랑 마주쳤거든요. 나한테는 아주 공손하고 표정도 차분하고 시선도 딱 예의 범위 안에서였어요. 근데 언니 볼 때는 완전히 다른걸요. 창빈 씨가 언니를 볼 때 눈이 반짝여요. 그 눈빛은 충성이 아니에요. 언니를 아끼는 마음이 분명해요.”선우민아는 문득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언니, 사실 난 처음 창빈 씨를 봤을 때부터 말했잖아요. 이 사람 보통 아니라고. 언니랑 잘 어울리거든요. 내가 아무 사람이나 언니 옆에 둘 생각은 없는데 전창빈 씨는 다르잖아요. 그때는 창빈 씨의 신분을 몰랐으니까 망설였던 거고 이제는 확실해요. 관성 전씨 가문의 여섯째 아들. 관성 전씨 가문은 수십조 자산의 가문이죠. 거리만 멀지, 조건은 완전히 맞아요. 게다가 전씨 가문의 가풍은 다들 알만큼 훌륭하고. 언니, 솔직히 말해서 언니 조건을 감당할 수 있는 남자, 전창빈 씨 말고 또 어디 있겠어요?”선우민아는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정아야, 너 차라리 중매 회사나 꾸릴래? A시 사람들 인연을 다 연결해 주면 얼마나 좋아. 내 감정 문제는 너희가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나는 내가 알아서 할게. 누가 우리 선우씨 가문을 노리든, 어떻게 파고들든, 오든지 말든지 상관없어. 오면 맞서 싸우면 돼. 힘으로 부딪쳐서 이기면 되고 꺾을 건 꺾으면 돼.”비록 전창빈이 그녀에게 가장 잘 맞는 사람일지라도 선우민아는 연애나 결혼을 통해 선우씨 가문을 지켜낼 생각은 없었다.그저 자신의 힘으로 선우씨 가문을 노리는 모든 사업적 적수를 직접 꺾어내고 싶었다.그래야만 사람들이 진정으로 그녀를 두려워할 것이다.결혼을 통해 얻게 된 권위나 지위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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