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정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서류 검토를 마친 선우민아에게 선우정아가 말했다.“언니, 그냥 연애라도 해보는 게 어때요? 우리 둘 다 남자 친구가 없으니까 외부 사람들은 자꾸 우리를 결혼으로 엮어서 가문을 흔들려고 하잖아요. 결혼 말고 연애만 해도 되잖아요. 연기라고 좋은데. 그러면 다들 더는 이상한 생각 못 할걸요.”선우민아는 고개를 들어 동생을 보며 웃음을 머금었다.“그게 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내가 지금까지 연애를 안 한 건 사람들이 나를 쉽게 다룰 수 없다고 알기 때문이야. 감정조차 없다고 생각하니까. 근데 내가 연애를 시작하면? 나도 다른 여자들처럼 사랑하고 결혼한다는 걸 알면? 그때부터는 다들 더 요란하게 움직일 거야.”그녀가 연애한다면 상대방은 누구도 감히 건드리지 못할 만큼 강한 가문이어야 했다.그 가문은 선우씨 가문을 감싸줄 수 있을 만큼 튼튼해야 했고 무엇보다 그녀의 남편이 될 사람은 선우씨 가문의 재산을 노리지 않는, 오로지 그녀만을 사랑해야 했다.권력, 지위, 재산, 인품,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그런 남자여야 할 것이다.세상에 그런 남자도 존재는 하지만 정말 드물다.A시의 소위 유망한 청년들, 선우민아는 그들 중 누구에게도 마음이 가지 않았다.그들이 바라는 건 선우씨 가문과의 결혼을 통해 이익을 얻는 것, 선우민아를 아내로 맞아 선우씨 가문의 주도권까지 가져갈 수 있는 것이었다.결혼이란 결국 서로의 이익을 맞바꾸는 일이다.공평한 교환이라면 선우민아 역시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그들이 하는 건 공평한 교환이 아니라 겉으로는 동맹을 논하면서 속으로는 선우씨 가문을 삼키려는 탐욕이었다.선우씨 가문은 여자들이 많았다.사람들은 여자를 가볍게 보았고 가문의 사업을 이어갈 사람은 남자여야 한다고 쉽게 단정 짓고 있었다.오랫동안 외쳐온 남녀 평등은 현실 앞에서 여전히 허울일 뿐이었다.만약 그녀에게 나이나 서열이 맞는 남자 형제가 있었더라면 오늘의 그녀는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지도 몰랐다.20살 때, 막내 남동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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