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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내 남편은 억만장자: Chapter 4041 - Chapter 4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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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41화

도아영이 알고 지내는 사람들은 누구를 아무나 한 명 불러세워도 하나같이 업계에서 손꼽히는 거물급이었다.인맥이 그만큼 넓고 탄탄했다.작년에 전이혁이 도아영을 사랑할 수 없다고 말하며 전씨 할머니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았을 때 명해은은 남편에게 아들이 정말 보는 눈이 없다고 몰래 말했었다.인품도 집안도 흠잡을 데 없는 여자를 두고 정체도 모르는 ‘여우’ 같은 사람을 쫓아다녔다고 말이다.게다가 전이혁은 ‘여우’를 몇 달이나 쫓아다녔지만 이름도 제대로 모르고 고향도, 어디 사는지도 몰랐다.게다가 전씨 가문의 형제들조차 그를 도와주지도 않았다.도와줄 리가 없었다.전씨 가문의 손자들은 모두 전씨 할머니께서 정해주신 길을 순순히 걸어가고 있는데 전이혁만 혼자 반항이 심한 막내처럼 눈에 띄게 튀었기 때문이다.명해은은 설이 지나고 나서야 알았다.도아영이 바로 전이혁이 몇 달 동안 쫓아다녔던 ‘여우’였다는 것을.그리고 공은호의 제자인 민지영도 역시 도아영이었다는 것을.도아영이 민지영의 모습으로 관성에 왔을 때 전씨 할머니는 직접 몇 번 예진 리조트로 그녀를 초대해 전이혁과 단둘이 있을 기회를 만들어주었다.그리고 나중에 민지영은 관성을 떠났다.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전씨 할머니가 그동안 여행을 핑계로 여기저기 떠돌아다녔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명해은은 저절로 감탄이 새어 나왔다.예전에는 날마다 집 밖으로만 다녔으니 1년 내내 얼굴 보기가 어려웠고 전화를 걸면 늘 어디 먼 곳으로 여행 중이라고 하셨다.나이도 지긋하신 분이 그렇게 전국을 누비고 다니셨으니 온 가족 중에서 가장 바쁘게 돌아다니는 사람은 다름 아닌 할머니였다.할머니는 일년내내 전국을 돌아다니며 손자들의 짝을 골라 오셨다. 그녀는 상대방 집안 따님의 인품을 보고 가족을 지켜보면서 누구와 누구를 짝지어야 행복할지 직접 확인하고 돌아다녔던 것이다.전씨 할머니가 계시기에 전씨 가문의 부모들은 편안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었다.아들들의 혼사 문제로 마음을 써봐야 아무 소용이 없었다.애초에 아들들은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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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42화

전씨 할머니는 전씨 가문의 숨겨진 중심이자 모두가 마음으로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었다.아홉 손자는 하나같이 독립적으로 훌륭하게 자랐고 설령 전씨 그룹이 사라진다고 해도 그들의 힘으로 다시 길을 열어갈 수 있을 터였다.물론 이런 뛰어난 손자들이 있는 전씨 그룹이 무너질 리는 없었다.이제 전씨 할머니께서 바라시는 것은 살아 있는 동안 이 가문에 여자아이 하나 태어나는 것을 보고 싶으실 뿐이었다. 그리고 아홉째 손자 전지율이 어른이 될 때까지 지켜볼 수 있기를 바라시는 마음이다.이 모든 소원을 이루기만 한다면 하늘에서 기다리고 있을 남편을 만나러 갈 때도 전혀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젊은 시절을 돌이켜보면 참으로 많은 세월이 흘렀다.전씨 할머니는 남편과 함께 전씨 가문을 일구었고 은퇴 후에는 나란히 손자들을 가르치며 천천히 늙어갈 것이라 믿었다.서로 백발이 될 때까지 곁에 있을 줄 알았지만 실제로 백발은 되었으나 남편은 먼저 떠나버렸다.벌써 몇 해나 흘렀다.눈을 한 번 감았다 뜨는 사이에, 몇 해가 저만치 흘러가 버린 것이다.전씨 할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셨을 때 손자 중 누구도 아직 가정을 꾸리지 못했다.그는 그중에서도 전태윤을 가장 걱정했다. 결혼을 못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쉽게 내어주지 않는 아이였으니까.하지만 지금은 여섯 손자가 이미 짝을 찾았다.그중 세 명은 혼인 신고를 마쳤고 두 달 뒤면 첫 번째 증손주가 태어나게 된다.이제 전씨 할머니는 남편에게 떳떳할 것이다.“어머님, 왜 그러세요?”명해은이 다급히 물었다.전씨 할머니는 그제야 자신의 얼굴이 젖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느리가 건네준 휴지를 받아 눈가를 훑자 손바닥이 축축하게 젖었다.나이를 그만큼 먹고도 아직 눈물이 흐르다니.부끄러운 일이었다.그럼에도, 전씨 할머니는 그리움은 숨길 수 없었다.그녀는 예전처럼 곁에 남편이 함께 있기를 바랐다. 어떤 일이 닥치든 서로 논의할 수 있고 기댈 수 있게 말이다.세상이 무너져 내린다 해도 옆에서 함께 버텨 줄 한 사람.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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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43화

“그래, 또 그 영감탱이 생각이 났어. 먼저 나를 두고 가버린 사람.”전씨 할머니는 눈물을 닦아냈다.“이제는 그만 그리워해야지. 그래도 내가 더 복이 많아. 손자들이 결혼하는 것도 보고. 운이 좋으면 막내까지 장가가는 것도 볼 수 있을 거야. 나는 살아있을 때 증손녀를 한번 안아보고 싶을 뿐이다. 너희 아버지가 떠나기 전에 내게 남긴 마지막 말이 그거였거든. 딸도 없고, 손녀도 없었던 것이 한이라고.”명해은이 조심스레 웃으며 위로했다.“어머님은 분명 오래오래 사실 거예요. 100세도 넘기고 120세도 넘기면서 막냇손자 장가가는 모습도 보시고 증손녀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어머니께는 손자가 아홉이나 있잖아요. 손자며느리가 아홉이나 생길 거고 그중 하나는 분명 예쁜 딸아이를 낳을 거예요.”그러나 그 말은 명해은 본인도 완전히 장담하지는 못했다.전씨 가문은 벌써 세 대째 딸이 없었다. 윗세대에 딸이 태어났지만 금방 세상을 떠났고 최근 세대에 와서는 아예 태어나지도 않았다.마치 전씨 가문에 딸아이가 들어오는 것을 하늘이 막은 듯했다.전씨 할머니가 말했다.“그래, 손자며느리가 아홉이면 손녀 하나쯤은 나오겠지. 그리고 우리 가문은 유난히 비주얼들이 좋잖니. 딸이 태어나면 얼마나 예쁘고 뽀얗고 귀엽겠냐. 지연이는 참 영특하지. 아이참, 내가 얼마나 오래 못 본 줄 알아? 가끔은 내가 몰래 지연이를 납치해 와서 키우고 싶을 만큼 귀엽다니까. 예씨 가문도 그래. 내가 정말 애를 훔쳐 올 것도 아니고 그냥 내가 데려오고 싶다고 생각만 했을 뿐인데도 나만 보면 죄다 도둑 들었을 때처럼 경계하는 눈빛을 한다니까.”명해은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어머님이 지연이만 보면 붙잡고 놓지를 않으니 예씨 가문의 가족들이 당연히 경계하죠. 어머님 표정이 딱 내 것이 될 운명이라는 그런 표정인데요.”전씨 할머니도 그 모습을 떠올리자 피식 웃었다.“그러게. 그러니까 우리도 손녀를 가져야 해. 그래야 집안 손녀를 탐내지 않지. 오히려 남들이 부러워할걸.”다만 이렇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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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44화

전씨 할머니는 앞으로 두 달 하고 보름 동안 어떻게 보낼지 이미 머릿속으로 다 그려두고 있었다.먼저 두 달 동안은 마음껏 바람을 쐬며 놀다가 집으로 돌아와 반 달 정도 지내고 나면 마침내 증조할머니가 될 것이다.명해은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저 시어머니가 정한 대로 따르는 것이 가장 편했고 또 가장 정확했다.명해은이 자신의 숙소로 돌아가 짐을 챙기려는 길에 마침 전호영의 어머니 오인숙을 마주쳤다. 오인숙이 어디 가느냐고 묻자 명해은은 숨기지 않고 사실대로 말했다.그러자 오인숙 역시 눈을 반짝이며 따라나서겠다고 했다.그리하여 전씨 할머니는 두 며느리와 함께 나설 준비를 하고 막 서원 리조트 대문을 나서려 할 즈음, 외출 나갔던 장소민이 돌아왔다.장소민은 전씨 할머니가 며느리 둘을 데리고 마음껏 놀러 나가려는 것을 알아채자 단번에 할머니의 팔을 붙잡고 자기도 꼭 따라가겠다며 애교를 부렸다.전씨 할머니는 말을 잇지 못했다.명해은은 시어머니의 눈치를 보더니 빙그레 웃으며 시선을 피했다.그렇게 해서 결국 할머니와 세 며느리, 네 사람이 함께 서원 리조트를 떠났다.전씨 가문의 세 아들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내 셋이 모두 전씨 할머니에게 끌려 어디론가 떠났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저 허탈한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전현림은 전태윤에게 전화를 걸어 투덜댔다.“태윤아, 네 할머니가 네 엄마하고 두 작은 어머니를 전부 데리고 어디론가 가버렸어. 집사에게 물어도 모르겠다고 해. 원래도 집에 가만히 안 계시더니 이제 아예 며느리들까지 끌어간다니까.”전태윤은 조용하게 대답했다.“예정이가 리조트에 없어서 다행이네요.”만약 하예정이 있었다면 그녀 역시 전씨 할머니 손에 이끌려 여행길에 올랐을 테니 말이다.“할머니가 집 안에서 거의 반년을 조용하게 계셨잖아요. 한 번쯤 나가서 노셔야죠. 엄마와 두 작은 어머니도 늘 집안일만 보셨으니 이런 기회가 있어야 해요. 네 분이 실컷 쉬면서 즐기신 뒤면 오실 거예요.”전현림은 여전히 서운한 듯 말했다.“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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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45화

채소 회사의 대표 사무실 안에는 하예정과 성소현, 그리고 심효진이 함께 있었다.하지만 실제로 서류 앞에서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고 있는 사람은 성소현뿐이었다.두 명의 임산부는 그저 들러 구경 나온 셈이었고 기분 전환 삼아 앉아 있는 중이었다.“전이혁 씨 고추 먹방은 이미 끝났어?”심효진이 화장실에서 나오며 두 친구가 휴대폰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며 무심코 물었다.“진작에 끝났지. 전부 합쳐서 15분도 안 되어서 아영이가 바로 막아버렸어. 마음 약하긴...”하예정은 사과 한 조각을 입에 놓고는 천천히 말했다.“먼저 마음 준 쪽이 이렇게 불리하다니까.”성소현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전이혁 씨가 원래 매운 걸 못 먹잖아. 그 정도면 충분히 괴롭힌 거야. 더 먹였으면 진짜 탈 났을 거야. 도아영 씨를 위해 평소 먹지 못했던 청양고추도 먹고. 심지어 15분이나 먹었잖아. 전부 엄청 매운 고추였잖아. 결국에는 깨달았던 거지. 본인이 찾던 사람이 도아영 씨라는 사실을.”“아영의 위장 신분이 정말 대단하긴 했죠. 민지영일 때랑 본모습일 때랑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였으니까. 그것도 다 실력이에요. 할머니께서 지영이랑 도련님을 이어 주시려 하지 않았으면 저도 의심하지 못했을 거예요.”성소현은 탁자 위 펜을 굴리며 말을 이었다.“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대단한 건 전씨 할머니셔. 결국 도아영 씨든 민지영 씨든 다 꿰뚫어 보셨으니까. 누구도 할머니의 손바닥을 벗어날 수 없는 것 같아. 근데 나도 이제야 알겠어. 우리 오빠가 얼마나 스트레스가 심했는지. 우리 엄마도 전씨 할머니한테 예의를 다하면서 조심하잖아. 역시 내가 보는 눈은 있다니까. 내가 한때 마음 줬던 남자가 바로 전씨 할머니께서 직접 키워내신 보석이었잖아. 예정아, 오해하지 마. 이제 정말 다 내려놓았어. 네가 언니한테 미안해할 필요 없어. 게다가 그때는 우리 모두 몰랐잖아. 너도 태윤 씨한테 속았고. 네가 태윤 씨와 결혼해서 다행이야. 너는 내 친 외사촌 동생이니까 이건 말 그대로 피붙이 안에서 해결된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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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46화

“정남 씨도 어릴 때 정말 장난꾸러기였대요. 시어머니께서 우리 남편의 어렸을 적 이야기들을 해주시는데 나는 도무지 지금의 남편이 그렇게까지 장난스러웠을 거라고 상상이 안 되더라고요.”소정남은 심효진에게 늘 부드럽고 다정한 사람이었다. 전태윤보다 말도 잘 통하고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이었다.결혼 후에는 더더욱 그녀를 아끼고 사랑했고 그 사랑은 숨김없이 드러났다.어떤 일이든 소정남이 먼저 나서 주었고 그녀가 신경 쓸 일은 거의 없었다.그야말로 든든한 기둥과 같은 존재였다.그런데 어린 시절의 소정남은 온 동네를 헤집고 다니며 높은 곳을 타고 오르내리고 잠시만 눈을 떼도 사고를 치던 아이였다고 했다.3일만 안 때리면 지붕을 뜯어 놓는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시부모님은 그야말로 골머리를 앓았다고 한다.“우리 할머니는 또 우리 시어머니랑 둘째와 셋째 작은 어머니와 함께 놀러 나가셨대요.”하예정은 휴대전화를 들고 있다가 불쑥 말했다. 방금 시어머니의 SNS에서 올린 영상을 본 것이다.영상 속에는 전씨 할머니와 두 작은 어머니가 함께 있었다.“할머니는 나가시면서 왜 나한테는 한마디도 안 하신 거지?”하예정은 중얼거리듯 말하고는 이내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이 작은 녀석이 태어나고 나서야 나도 밖에 편히 다닐 수 있을 텐데... 나랑 태윤 씨는 신혼여행도 못 갔잖아요. 이 아이가 나오고 나면 태윤 씨가 다시 나랑 신혼여행 다녀오자고 했어요.”심효진과 소정남은 신혼여행을 이미 다녀왔다. 그녀는 신혼여행 마지막 며칠에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고 소정남은 곧바로 여행을 끝내고 서둘러 아내를 데리고 돌아왔다. 그래도 그 신혼여행 동안 두 사람은 여러 곳을 함께 여행하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성소현이 웃으며 말했다.“내 생각에는 아기가 유치원에 들어가야 신혼여행 다시 갈 시간이 생길 것 같아. 아기가 너무 어리면 네가 마음이 놓이지도 않을 테고 좀 커서 걷고 말하게 되면 또 엄마만 찾으며 울고불고할 거야. 아기가 울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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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47화

“우빈은 이제 괜찮아요. 이미 다 나았어요. 오늘 우빈을 데리러 유치원에 가겠다는 거죠?”하예정은 잠시 생각하다가 그제야 허락하며 말했다.“그럼 제가 이따가 우빈 담임 선생님께 메시지를 보내서 오늘 오후에는 애 아빠가 데리러 간다고 알려둘게요.”“그래, 고마워.”주형인은 그녀가 자신을 난처하게 하지 않은 것에 진심으로 감사했다.하예진 자매는 인품이 좋은 편이다.하예진은 이미 과거를 내려놓고 새 삶을 살고 있었기에 주형인을 편안하게 대할 수 있었다.하지만 하예정은 아직도 주형인에게 쌓인 불만이 많았다.다만 그는 이미 하예진과 이혼했고 다시는 그녀에게 상처를 줄 수 없으며 또 우빈의 친아버지이기 때문에, 우빈이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예정은 참고 있었다.그래서 그가 우빈을 보고 싶다고 하면 항상 허락해 주었다.“우빈 데리고 가면 집에서 저녁 먹을 거죠? 우빈한테는 고칼로리 음식을 많이 먹이면 안 돼요. 특히 치킨이나 감자칩 같은 음식은 절대요. 지난번에 열이 나서 결국 앓았잖아요.”“응, 알았어. 부모님께도 말할게.”주형인은 그제야 우빈이 열이 난 것이 정말로 주경진 부부가 사준 치킨과 과자 때문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는 부모가 노동명을 오해했다는 사실을 지금에야 알았다.사실 그는 알고 있었다. 노동명은 하예진 때문에 우빈에게 잘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우빈에게 마음이 갔기에 그 아이를 보살폈고 그 과정에서 하예진에게 감정이 옮겨간 것이다.우빈은 원래 똑똑하고 사랑스러워서 누가 보아도 마음이 가는 아이였다.“그럼 담임 선생님께 말해 줄래?”“지금 바로 전화할게요.”“알겠어. 바로 갈게.”하예정이 전화를 끊자 심효진이 곧바로 물었다.“우빈 친아빠가 왜 전화했어? 오늘 데리러 간대?”“응, 오늘 오후에는 출근 안 하고 유치원에 가서 우빈을 데리러 간대. 우빈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유치원에 우빈 데리러 갔었는데 우빈이가 우리 형부를 따라가 버린 거야. 그래서 엄청나게 화냈어. 우빈 열난 일 때문에 형부도 속에 화가 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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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48화

심효진이 말을 이어받았다.“어떤 집은 시어머니가 괜히 이간질해서 아들이랑 며느리가 결국 이혼했는데 며느리는 금방 좋은 사람 만나서 다시 시집가고 잘 살고 있지만 정작 아들은 끝내 아내를 다시 못 구해서 평생 혼자 산대요. 요즘 어떤 세상인데... 결혼 못 하는 남자가 얼마나 많아요. 요즘에는 아내가 도망치지 않으면 이미 성공한 거라고 말한다니까요.”가게를 볼 때 심효진은 가끔 옆 가게 사람들과 수다를 나누며 여러 지방에서 흘러온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그중에는 이런 이야기도 있었다.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깔보고 아들에게 며느리를 때리게 부추기고 심지어 이혼시키며 이혼해도 더 젊고 더 좋은 여자 데려올 수 있다고 큰소리치던 일이 있었다.하지만 막상 정말로 이혼하고 나자 시어머니의 악행은 동네 전체에 퍼졌고 아들은 아내를 때리는 남자라는 낙인이 찍혔다.그런 집안에 딸을 보내줄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게다가 새로 아내를 맞으려면 예단과 예물도 더 많이 들어가야 했고 지금의 혼례비용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이혼 후 재혼하지 못한 그 아들은 뒤늦게 후회하며 전 아내에게 다시 돌아오고 싶어 했지만 전 아내는 이미 새로운 가정에서 행복하게 아이까지 낳고 잘 살고 있었다.누가 자신에게 주먹을 휘두른 남자에게 다시 돌아가겠는가.“그 사람들, 우리 언니가 재혼해서 더 좋은 가문으로 들어갔다는 걸 질투한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에요. 근데 막을 수도 없고 막을 자격도 없죠. 그래서 이번애 우빈에게 눈을 돌린 거죠.”하예정은 주서인이 우빈의 세뱃돈을 빼앗으려 하고 우빈을 달래며 앞으로 자기 자식들을 챙기게 만들려 했던 일까지 두 사람에게 모두 이야기했다.심효진과 성소현은 듣자마자 욕이 절로 튀어나왔다.주서인 조상을 대대로 욕해주었다.원래도 주경진 부부는 주서인의 자녀들만 더 예뻐하고 우빈은 겉으로만 챙기는 척했다.이제 우빈의 미래가 밝다는 것이 눈에 보이자 주서인은 슬그머니 우빈을 자기 쪽으로 당기려는 속셈이 드러난 것이다.사실 주씨 집안이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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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49화

원림성 A시.여러 대의 고급 승용차들이 세원 그룹 건물 앞에 줄지어 멈추어 섰다. 맨 앞의 롤스로이스 차 문이 열리자 먼저 경호원 한 명이 내려왔다. 그는 공손히 뒷좌석의 주인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곧이어 차에서 내린 이는 용태호였다. 이미 오십을 넘긴 나이였지만 관리가 완벽하게 이루어진 까닭에 겉으로 보기에는 마흔 초반이라 해도 믿을 정도였다.깨끗하게 재단된 하얀 수제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있었는데 덕분에 전체적인 분위기가 한층 더 젊어 보였다.뒤따라온 다른 차들에서도 경호원들이 속속 내려 그의 뒤에 가지런히 서며 보호와 위세를 동시에 과시했다.그중 몇 명은 트렁크에서 예쁘게 포장된 예물 상자들을 꺼내 들었다.용태호는 회사 건물 앞에서 고개를 들어 거대한 68층 건물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 건물은 선우씨 가문의 실력을 상징하는 건물이었다.더욱이 세원 그룹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선우씨 가문이 손을 뻗은 사업은 상상 이상으로 넓었고 그들이 개입하는 분야마다 거의 예외 없이 정점에 올랐다.선우씨 가문은 그런 가문이었다. 재력과 영향력 모두가 압도적이었다.그래서 사람들은 선우씨 가문은 국내에서 가장 크게 빛나는 보석이고 누구나 탐내는 혼인 상대라고 종종 말하곤 한다.특히 선우민아와 선우정아는 현재 선우씨 가문의 사업을 직접 책임지고 있는 만큼 그 능력이 매우 뛰어났다.누구든 이 두 여자 중 한 사람과 혼인하여 인연을 맺게 된다면 그로 인해 얻게 될 이익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였다.하지만 지금까지도 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그래서 어떤 이들은 눈을 돌려 두 사람의 사촌 여동생들, 아직 대학에 다니는 어린 연령대 쪽을 노렸다. 세상 물정 모를 때가 가장 공략하기 쉽다고 여긴 것이다.하지만 그 시도들은 모두 산산조각 났다.선우씨 가문은 딸이 많고 아들이 적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딸들을 아들처럼 키웠다.그녀들은 하나같이 영리하고 능력 있으며 기세가 강하여 웬만한 부잣집 아들들로는 감히 제어할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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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50화

시험해 본 결과 그 자매가 쉽게 흔들리는 여자들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용태호는 그의 아들이 선우정아를 아내로 맞게 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선우민아는 그의 아들이 어떻게 해도 공략할 수 없으며 설령 가까워진다 해도 결코 제어할 수 없는 인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선우정아를 목표로 삼았다.선우정아를 만만하게 본 것이 분명했다.롤스로이스의 다른 쪽 문이 열리더니 젊은 남자가 내려왔다.용태호와 무척 닮은 얼굴, 바로 그의 장남 용찬이었다.“아버지.”용찬은 차 뒤를 돌아 아버지 곁으로 가서 거대한 건물을 올려다보며 물었다.“왜 차로 바로 안 들어가세요?”H시에서 용찬은 아버지가 용씨 가문의 대리 가주라는 명분 덕분에 어디서든 당당하게 다녔다.물론 그는 눈치가 빠른 인물이라 감히 건드려서는 안 되는 상대는 건드리지 않았지만 평범한 사람들 따위는 아예 눈에 두지도 않았다.그가 가고자 하는 곳이라면 굳이 문 앞에 차를 세우는 일은 없이 언제나 그대로 차를 몰아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하지만 A시까지 와서 선우씨 가문이 운영하는 세원 그룹에 방문하는 자리라면서도 대문 앞에서 차를 멈추고 걸어서 들어가야 한다니 용찬은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그러나 이곳은 원림성 A시, 원림성에서 가장 번화하고 가장 많은 명문가와 세력들이 모여 있는 중심지였다.여기에서 잘못 한 번 발을 디디면 그들뿐만 아니라 용씨 가문 전체가 화를 부를 수도 있었다.게다가 용태호는 분명히 말했었다.용정을 찾아 가주 전용 도장과 권한 증표, 그리고 도템까지 손에 넣어야만 비로소 진짜 가주가 될 수 있으며 그래야 용찬 또한 떳떳하게 다음 가주 자리를 순리롭게 이어받을 수 있다고.가주 자리에 오른 뒤에 사람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그 자리는 오래 지킬 수 없었기에 합당한 명분이 필요했다.용찬 역시 언제까지나 대리 가주의 아들이라는 말을 들으며 살고 싶지 않았다.언젠가 진짜로 용씨 가문의 주인이 되고 싶었기 때문에 용태호가 먼저 정당하게 가주 자리를 굳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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