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또 그 영감탱이 생각이 났어. 먼저 나를 두고 가버린 사람.”전씨 할머니는 눈물을 닦아냈다.“이제는 그만 그리워해야지. 그래도 내가 더 복이 많아. 손자들이 결혼하는 것도 보고. 운이 좋으면 막내까지 장가가는 것도 볼 수 있을 거야. 나는 살아있을 때 증손녀를 한번 안아보고 싶을 뿐이다. 너희 아버지가 떠나기 전에 내게 남긴 마지막 말이 그거였거든. 딸도 없고, 손녀도 없었던 것이 한이라고.”명해은이 조심스레 웃으며 위로했다.“어머님은 분명 오래오래 사실 거예요. 100세도 넘기고 120세도 넘기면서 막냇손자 장가가는 모습도 보시고 증손녀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어머니께는 손자가 아홉이나 있잖아요. 손자며느리가 아홉이나 생길 거고 그중 하나는 분명 예쁜 딸아이를 낳을 거예요.”그러나 그 말은 명해은 본인도 완전히 장담하지는 못했다.전씨 가문은 벌써 세 대째 딸이 없었다. 윗세대에 딸이 태어났지만 금방 세상을 떠났고 최근 세대에 와서는 아예 태어나지도 않았다.마치 전씨 가문에 딸아이가 들어오는 것을 하늘이 막은 듯했다.전씨 할머니가 말했다.“그래, 손자며느리가 아홉이면 손녀 하나쯤은 나오겠지. 그리고 우리 가문은 유난히 비주얼들이 좋잖니. 딸이 태어나면 얼마나 예쁘고 뽀얗고 귀엽겠냐. 지연이는 참 영특하지. 아이참, 내가 얼마나 오래 못 본 줄 알아? 가끔은 내가 몰래 지연이를 납치해 와서 키우고 싶을 만큼 귀엽다니까. 예씨 가문도 그래. 내가 정말 애를 훔쳐 올 것도 아니고 그냥 내가 데려오고 싶다고 생각만 했을 뿐인데도 나만 보면 죄다 도둑 들었을 때처럼 경계하는 눈빛을 한다니까.”명해은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어머님이 지연이만 보면 붙잡고 놓지를 않으니 예씨 가문의 가족들이 당연히 경계하죠. 어머님 표정이 딱 내 것이 될 운명이라는 그런 표정인데요.”전씨 할머니도 그 모습을 떠올리자 피식 웃었다.“그러게. 그러니까 우리도 손녀를 가져야 해. 그래야 집안 손녀를 탐내지 않지. 오히려 남들이 부러워할걸.”다만 이렇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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