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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61화

‘꽃필무렵’가게와 멀지 않은 곳까지 걸어온 여운별은 잠깐 들러 둘러보기로 했다.지금의 그녀는 용씨 사모님이라는 신분으로 움직이고 있었으므로 아쉽게도 이곳을 마음껏 부수거나 엎을 수도 없었다.가게 안에는 주인이 없고 직원 둘만 있었다.여운별이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물었다.“사장님은 어디 갔어요?”직원 하나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우리 사장님은 바쁘셔서 나오시지 않았어요. 가게는 거의 저희 둘이 보고 있어요. 사모님, 우리 사장님을 찾으시는 건가요?”여운별은 용씨 사모님 신분으로 이미 여러 번 이곳에 왔었다.“아니요. 그냥 평소에는 사장님이 보이던데 오늘은 안 계시길래 한 번 물어본 거예요. 파키라 두 그루 골라줘요. 집에 있는 건 상태가 안 좋아서 바꿔야겠네요.”여운별은 무심한 듯 가볍게 말을 흘렸다.지금 그녀가 머무는 저택에는 커다란 파키라가 한 그루 놓여 있었다. 그녀가 직접 골라 들여온 것이고 관리도 잘 되어 잎이 풍성하게 뻗어 있었다.흔히 재물을 부르는 나무라고들 하는데 요즘 그녀의 형편을 생각하면 그 말이 아주 틀린 것도 아니었다.적어도 용태호는 물질적인 부분만큼은 그녀에게 한 번도 인색하지 않았다.그래서 여운별은 파키라를 몇 그루 더 사 가려고 했다.그리고 이번에도 적당히 애교를 부려 조금 더 돈을 받아내려고 한다.언젠가 그 늙은 색골이 더 이상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는 날이 온다면 손에 쥔 돈을 조용히 정리하여 아무도 모르게 멀리 떠나면 그뿐이었다.다시는 생활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삶을 희망하면서.“알겠습니다.”직원은 여운별에게 잎이 무성하게 자란 파키라 두 화분을 골라주며 물었다.“사모님, 금전수도 필요하신가요? 금전수 두 화분도 더 가져가세요. 요즘 가게에서 금전수가 아주 잘 자라고 있어요. 연말에는 많은 손님들이 금전수랑 파키라, 그리고 행운목을 많이 사 가세요.”“그럼 금전수도 두 그루 주세요.”금전수 한 화분 값쯤은 여운별에게는 눈길 줄 필요도 없는 액수였다. 다만 그 돈이 여운초의 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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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62화

직원들의 눈에 비친 용씨 사모님은 아직 매우 어려 보였다.여운별은 가볍게 손을 아랫배에 얹었다가 한 번 쓸어내렸다. 그리고 낮게 말했다.“예전에 한 번 가졌었는데 아이가 잘 자라지 못해서 끝내 지키지 못했어요. 남편이 몸부터 천천히 회복하자고 하더라고요. 아직 젊으니까 몇 년 뒤에 다시 생각하자고요.”직원은 조심스럽게 그녀를 위로하며 화분을 골라주었다.파키라 두 그루와 금전수 두 그루.계산을 마치자 여운별은 뒤에 서 있던 경호원들에게 화분을 옮기게 했다.가게를 나서기 전 여운별은 명함 한 장을 꺼내 직원 손에 얹었다.“사장님 돌아오시거나 전씨 가문의 큰 사모님께서 오시면 저한테 연락 좀 해주세요. 두 분 다 약속 잡기 쉽지 않아서요.”직원은 명함을 살펴보고 대답했다.“큰 사모님은 지금 만삭이라 거의 안 나오세요. 사장님께서 오시면 알려드릴게요. 사모님께서 우리 사장님 연락처도 있으시잖아요. 직접 연락하셔도 될 텐데요.”여운별이 말을 이었다.“제가 여운초 씨랑 아직 친하다고 하긴 좀 애매해서요. 바쁜 사람인데 굳이 전화하면 번거롭게 될까 싶어서요. 혹시 안 받으면 괜히 제가 민망해지잖아요.”“그럼 사장님 오시면 연락드릴게요.”여운별이 가게를 떠나자 직원들은 서로 시선을 맞췄다.“오늘 용씨 사모님이 좀 이상하지 않았어?”“응. 그리고 목소리가 사장님 그 요란스러운 여동생이랑 너무 비슷했어.”“맞아. 얼굴만 달라. 목소리만 들으면 똑같아. 큰사모님이랑 엮이려고 하는 거겠지. 용씨 사모님 시댁은 관성에서 큰 집안도 아니잖아. 그런 모임에 들어가려면 연결하는 줄이 있어야 하겠지.”여운초는 전씨 가문의 둘째 며느리이자 여씨 가문의 장녀였다.신분도 있고 지위도 있었기에 자연히 많은 사람들이 극진히 비위를 맞추고 아부하려는 대상이었다.“근데 내가 보기에는 큰 사모님 쪽이 목적인 것 같아. 우리 사장님은 그냥 도구일 뿐이고.”“맞아. 전씨 가문의 큰 사모님은 앞으로 가문을 이끌 사람이니까. 근데 우리 사장님도 만만한 사람 아니거든. 난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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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63화

여운초는 직원과의 통화를 끝낸 뒤 휴대폰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그리고 검은색 회전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천천히 의자를 앞뒤로 돌렸다.이곳은 그녀의 회사였다.노크 소리가 들리고 곧이어 한동호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동호 오빠.”그가 들어오는 모습을 본 여운초는 자연스레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 앞으로 걸어 나갔다.“멍하니 뭐 생각하고 있었어? 피곤하면 잠깐 쉬어. 며칠 뒤에는 관성으로 돌아가. 이쪽 일은 내가 봐줄게. 형수님이 임신 중이잖아. 곁에 있어 주는 게 더 중요하지.”“피곤해서 그런 건 아니에요. 방금 꽃가게 직원하고 통화를 했는데 좀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어서요.”두 사람은 응접 구역의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일? 왜? 꽃가게 일이 잘 안돼?”그 꽃집은 여운초가 가장 힘들었던 시절을 함께 버틴 곳이었다.지금의 그녀가 어떤 지위에 올라가 있든, “꽃필무렵”은 여전히 그녀 마음 한구석을 단단히 자리 잡고 있었다.지금의 그녀는 돈이 부족하지 않았고 오히려 넉넉했다.그렇지만 여전히 꽃집을 운영했다.회사로 출근하지 않을 때면 늘 꽃집에 머물렀다.꽃과 식물을 돌보는 시간은 그녀의 마음을 고요하게 가라앉혀 주었고 그렇게 마음이 고요해지면 어떤 일도 담담하게 마주할 수 있었다.“오빠, 물 마실래요?”“커피 있어? 커피 한 잔 줘.”여운초는 고개를 끄덕이고 사무실 내부의 작은 티룸으로 들어갔다.잠시 후, 커피 두 잔을 들고나왔다.그리고 다시 들어가 작은 접시 두 개를 가져왔다.접시에는 정교하고 작은 디저트들이 담겨 있었다.“이건 집에서 매일 만드는 디저트예요. 내가 좋아한다고 하니까 이진 씨가 아예 회사로 디저트 요리사를 붙여놨거든요. 내가 회사에 있을 땐 매일 몇 가지씩 만들어줘요. 드셔보세요. 맛있으면 포장해 드릴게요. 새언니가 요즘 단 거 좋아하시잖아요.”한동호의 아내는 평소에는 단것을 거의 좋아하지 않았지만 임신 후에는 입맛이 완전히 달라져 유난히 단 음식을 자주 찾았다.여운초 주변에는 임신한 사람이 두 명이나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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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64화

한동호가 결혼한 뒤에도 전이진은 겉으로는 형이라고 부르며 따라다녔지만 속으로는 늘 그를 경계했다. 그러나 한동호의 아내 박아름의 임신 소식을 들은 이후 전이진의 경계심은 눈에 띄게 옅어졌다.무엇보다 한동호가 아내에게 온 마음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그리고 여운초가 이제는 전씨 가문이라는 든든한 울타리를 찾았고 남편의 사랑은 물론 시부모의 애정까지 한 몸에 받고 있으니 더는 걱정할 이유가 없었다.회사에 큰일이 있으면 여운초가 직접 와서 처리하고 사소한 일은 한동호가 알아서 해결했다.요즘 한동호는 거의 매일 저녁 시간을 아내 곁에서 보냈고 술자리를 나가는 경우도 매우 드물었다. 박아름 역시 여운초에 대한 마음이 날로 깊어져 친자매처럼 지내고 있었다.“언니 뱃속 아기는 단 게 좋은가 봐요. 너무 많이만 안 드시면 돼요.”여운초는 딸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한동호가 딸을 달가워하지 않을까 봐 그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누구나 전씨 가문처럼 딸을 더 귀하게 여기는 것은 아니니까.한동호가 미소를 띠며 말했다.“나도 말했어. 그리고 아름이도 알아서 조절해. 매번 산부인과 검사 결과도 좋으니까 큰 문제는 없을 거야. 스스로 우리 아기가 딸이라고 확신하더라. 딸은 원래 단 걸 좋아한다고 하잖아.”“딸이 좋죠. 저는 귀여운 여자아이가 더 좋던데요. 우리 시댁도 모두 딸을 바라고 있어요.”한동호는 부드럽게 웃었다.“아들이든 딸이든 난 다 좋아. 우리 둘이 사랑해서 얻은 소중한 결실이잖아. 그리고 너는 굳이 조심해서 말 안 해도 돼. 나는 절대 아들딸을 가리지 않아. 나처럼 보잘것없던 사람을 네가 도와주지 않았으면 지금의 나도 없었어. 아름이도 그런 나를 믿고 따라줬고. 그렇게 얻은 사랑인데 내가 어떻게 소홀히 해. 나는 이미 충분히 받았어. 내가 이렇게 아내도 있고 곧 아이까지 생기게 된 건 하늘이 내려준 복이지. 더 바라면 욕심이야.”한동호는 멈칫하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지금 내가 가진 것들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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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65화

“좋아지고 있어요.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정 선생님께서 가끔 와서 건강 상황을 살펴봐 주시고 약도 조절해 주세요. 두 해 뒤면 제가 임신할 수 있을 거래요. 정 선생님은 신의님의 제자예요. 그분의 의술을 저는 믿어요. 제가 다시 눈을 뜰 수 있었던 것도 그분 덕분이에요.”여운초가 다독이며 말했다.“오빠는 우리 언니만 잘 보살피면 돼요. 언니에게 절대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 주세요. 저는 하느님이 저에게 엄마가 될 기회를 빼앗지는 않을 거라고 믿어요.”정겨울마저 여운초가 불임이라 말했더라면 그건 진짜 아기를 가지지 못할 거라는 뜻이었다. 정겨울은 두 해 동안 몸을 잘 조절하면 반드시 임신해 아이를 낳게 해주겠다고 했다.“설령 제가 아이를 못 낳더라도 우리 남편은 절대로 이혼하지 않을 거예요. 약속했거든요. 만약 정말 제가 아이를 못 낳는다면 아이를 한 명 입양하겠다고요. 제가 한참 앞이 보이지 않을 때도 우리 남편과 시댁 식구들은 저를 싫어하지 않았어요. 우리 시댁 식구들이 제가 아이를 못 낳는다고 해서 저를 버리지 않을 거라 믿어요. 게다가 저는 진짜로 임신 불가능한 사람도 아니잖아요.”여운초는 한동호 부부가 자신이 아이를 못 낳을까 봐 걱정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정겨울이 없었더라면 여운초 자신도 자신이 아이를 못 낳을 거로 생각했을 것이다.정겨울이 이미 말하지 않았던가. 여운초의 몸에 남은 독소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고 자궁에 한기가 가득한 상태라 두 해 동안 조리하지 않으면 임신하기 어렵다고.원인을 모른 채 제대로 된 처방이 내려지지 않으면 평생 아이를 못 가질 수도 있었다.“네 남편 인성은 나도 인정해. 네가 이렇게 말하니 나도 안심이 되네. 나중에 아름에게도 걱정하지 말라고 내가 전할게. 너와 이진 씨는 아직 젊으니까 너무 조급해하지 마. 먼저 몸부터 잘 회복해.”한동호 부부는 이제 서른을 조금 넘긴 나이에야 첫아이를 가졌다.몇 년 지나면 둘째도 낳을 생각이었다.두 사람은 모두 아이를 좋아했고 특히 박아름은 외동딸이라 시댁 쪽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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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66화

한동호가 부드럽게 물었다.“또 부모님 생각났어? 운초야,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더는 그 일에 매달릴 필요도 없고 과거에 너에게 어떻게 했는지도 이제 신경 쓸 필요 없어. 지금은 시부모님께서 너를 친딸처럼 아껴주시잖아. 네 남편은 말 그대로 아내 바보고. 너의 좋은 날은 이제부터야. 그러니까 그 소위 엄마라는 사람은 그냥 스스로 후회하게 놔둬.”한동호 역시 여운초의 잘난 친어머니를 본 적 없었다.세상에는 편애하는 부모는 많지만 추미자처럼 사랑하지 않으면서도 마음조차 독한 사람은 드물었다.여운초가 조용히 말했다.“그 사람은 후회하고 있어요. 예전에 나를 상처 준 걸 후회하는 게 아니라 애초에 나를 낳았던 것 자체를 후회하는 거예요. 나를 지워버리지 못한걸, 태어난 뒤에 바로 목을 졸라 죽이지 못한 걸 후회한다고 했어요. 나는 그 사람의 액운이라고 했어요. 임신했을 때 점쟁이가 그랬대요. 나를 살려두면 언젠가는 내 손에 망할 거라고요. 그건 결국 자기 자신에게 갖다 붙이는 변명일 뿐이에요. 직접 우리 아버지를 죽이고 여운별이 그렇게 되도록 방치하여 남을 해치고 욕심을 부리고 죄를 쌓아온 건 전부 본인이잖아요. 그게 어떻게 내 탓이에요. 가끔 난 그 사람들을 보러 가요. 그 사람들은 내가 찾아오는 걸 싫어하죠. 그래서 나는 더 찾아가요. 제가 지금 얼마나 잘 살고 있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보게 하려고요. 눈독 들였던 사위가 그 사람의 사위로 됐죠. 다만 가장 아끼던 딸이 아니라 가장 증오하던 나와 결혼했을 뿐이죠. 그리고 자기 재산이라고 기던 회사도 결국 전부 제 손으로 돌아왔어요. 오히려 그 사람들에게 고마워해야 할 판이죠. 그렇게 열심히 일구어 준 덕분에 내가 큰돈을 받았잖아요. 그렇게도 사랑하던 딸은 지금 늙은 남자의 첩으로 됐고 임신해서도 낳지도 못하고 유산해야 했죠. 그래서 면회 갈 때마다 그 사람들이 분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걸 보면 나는 너무 통쾌해요.”여운초는 자신을 스스로 비웃듯 말했다.“오빠, 나도 착한 사람 아니에요. 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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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67화

한동호가 말을 건넸다.“네 남편도 너를 많이 사랑하잖아. 너희 부부를 부러워하는 사람이 엄청 많아.”여운초가 잔잔하게 웃었다.“맞아요. 우리 모두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살고 있죠. 얼른 가보세요.”“그래, 일 봐.”여운초는 한동호가 나가는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그리고 잠시 그대로 앉아 있다가 천천히 자리로 돌아와 다시 일에 몰입했다.같은 시각, 해주시.전이혁이 머물고 있는 호텔.“콜록콜록!”전이혁이 거칠게 기침했다.도아영이 따뜻한 물 한 잔을 건네자 그는 잔을 들어 천천히 두어 모금 넘겼다.기침은 한동안 잦아드는 듯했으나 오래가지 않아 다시 터져 나왔다.도아영이 말했다.“병원도 다녀오고 약도 먹었는데 왜 점점 더 심해지는 거죠?”“아...”전이혁은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고추를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은 탓으로 목은 심하게 부어올라 소리가 거의 나오지 않아 기침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도아영은 그를 곧장 병원으로 데려가서 약을 처방받았지만 증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도아영이 미간을 좁혔다.“입원할까요? 지금 상태 많이 심해 보여요. 며칠 수액 맞고 쉬면 금방 좋아져요. 매운 거 거의 못 먹는 거 알고 있으면서 왜 그렇게 많이 드셨어요? 처음처럼 조금씩만 먹었으면 제가 나가서 바로 말렸을 텐데.”전이혁은 머리가 깨질 것만 같았다. 그의 몸은 축 처져 있었고 어지러움까지 밀려왔다.그는 자신의 이마에 손을 올리며 도아영에게 말했다.“아... 아...”그녀는 바로 다가와 그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너무 뜨거운데...”고추를 많이 먹은 대가가 한꺼번에 훅 쳐들어온 것이다.목은 붓고 아프고 기침은 멈추지 않고 열은 오르고, 배까지 아파지기 시작했다.처음에는 조금씩 천천히 먹고 있었다. 하지만 라이브 방송에서 전씨 가문의 어른들이 선물과 응원을 올리며 계속 더 먹으라면서 부추겼다.도아영과 도씨 가문 사람들의 마음을 돌리고 싶었던 그는 버틸 수 있을 때까지 억지로 계속 먹을 수밖에 없었다.마지막쯤에는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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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68화

도아영은 자신이 조금 더 일찍 나와서 그를 말려야 했다고 생각했다.도아림이 언니로서 그녀를 대신해 화를 풀어주려는 마음이었기에 어느 정도 전이혁이 진심을 보여줄 시간을 준 뒤에야 나설 수 있었던 것이다.입원 절차를 마친 뒤 전이혁은 병원 침대에 누워 수액을 맞고 있었다.도아영은 따뜻한 물을 한 컵 가져와 약을 먹일 준비를 했다.“먼저 해열제부터 드세요. 지금 열이 너무 많이 올랐어요.”병원에서 체온을 쟀을 때 전이혁의 열은 39.8도까지 올라갔다.기침은 쉴 틈 없이 이어졌고 얼굴도 열로 붉어지더니 정신조차 흐릿해졌다.전이혁은 기운 없이 윗몸을 일으켜 물컵을 받자 그녀가 의사의 처방 약 약을 건네주었다.“물 조금 더 드세요.”약을 삼킨 뒤, 도아영은 다시 한 컵의 물을 따라 건넸다.“못 마시겠어요.”전이혁은 침대에 다시 누웠다. 수액을 맞는 동안 기침이 조금 줄었고 그는 금세 잠에 빠졌다.휴대전화 벨 소리가 울렸다.전씨 할머니였다.도아영은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할머니.”“아영 씨, 난 이혁 할머니예요.”“네, 할머니.”“그 녀석은 괜찮나요? 고추를 그렇게 먹으면 후유증이 있을 텐데. 많이 나아졌나요?”도아영은 잠든 전이혁을 바라보며 조용히 답했다.“지금 병원에 입원했어요. 열이 나고, 기침도 하고, 목이 붓고 목소리가 거의 나오지 않아요. 의사 선생님께서 며칠 정도는 쉬어야 한다고 하셨어요.”전씨 할머니가 물었다.“죽지는 않겠죠?”도아영이 답했다.“네, 생명에는 위험이 없어요. 다만 목과 배가 아파서 많이 힘들어하고 있어요.”“겨우 고추 조금 먹은 것뿐인데... 어휴!”도아영은 조용하지만 또렷하게 말했다.“적은 양이 아니었어요. 많이 먹었어요. 그리고 할머니께서도 계속 조금 더 먹으라고 응원하셨잖아요. 그때 이미 입술이 붓고 목도 부어서 말이 잘 나오지 않았어요. 지금은 후유증이 한꺼번에 밀려와서 열이 나고 정신도 흐릿해요. 말도 잘 못해요. 제가 이따가 사진 찍어서 보내드릴게요. 할머니께서 너무 가볍게 생각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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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69화

“아영 씨, 이혁을 조금만 돌봐주세요. 열이 내리면 살아 있다는 것만 문자로 알려주면 돼요.”전씨 할머니는 도아영이 곁에 있다면 시름 놓을 수 있다고 여겼다.할머니가 전화를 끊으려고 하시자 도아영이 급히 말했다.“할머니, 잠깐만요. 지금 어디 계세요? 관성에 계시는가요? 가능하시다면 전이혁 씨 부모님께서 오셔서 돌봐주시면 좋겠어요. 저는 일을 해야 해서 병원에 계속 있을 수는 없어요.”전씨 할머니가 말했다.“그 아이 아버지는 집에 있지만 사람을 돌볼 줄 몰라요. 맡기면 이혁이가 더 빨리 죽을지도 몰라요. 나는 지금 세 며느리와 함께 A시에 있는 예씨 가문에 와 있어서 금방 돌아갈 수도 없어요. 예정이가 아이 낳을 때쯤 돌아갈 것 같아요. 지금은 시간을 낼 수 없어요. 아영 씨가 바쁘시면 열만 내려가는 것만 확인하고 그냥 일하러 가도 돼요. 그 아이는 혼자서도 어떻게든 버틸 수 있을 거예요. 그냥 독한 감기 같은 거예요. 열만 내리면 괜찮아질 거예요.”전씨 할머니는 이번 일에 누군가를 보내 돌보게 할 생각은 없었다.이건 전이혁이 스스로 감수해야 할 일이었다.지금이야말로 전이혁이 고육지책을 쓸 수 있는 절호의 순간이었다.하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이번에는 고육지책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는 지금 정말로 몸이 좋지 않았다.“아영 씨, 더 할 말 없으면 이만 끊을게요. 예정이가 아이 낳으면 내가 다시 아영 씨를 보러 갈게요. 우리도 정을 좀 쌓아야죠. 나는 예전부터 아영 씨를 마음에 들어 했거든요.”도아영이 말을 건네려고 했지만 전화는 그대로 끊겼다.그녀는 휴대전화를 내려놓으며 작게 중얼거렸다.“왜 이렇게 빨리 끊으시지... 내가 무선 전파 타고 따라가기라도 할까 봐 그러시나? 예정 언니 출산 예정일이 언제인지도 못 물어봤는데.”도아영은 전씨 할머니가 자신을 어떻게 마음에 들어 했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 그녀가 ‘여우’라고 불리는 별명이 있다는 사실을 부모조차 모를 만큼 철저히 숨기고 있었고 그녀가 말하지 않는 이상 누구도 알 수 없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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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70화

비록 전이혁이 예전에 도아영에게 상처를 많이 주었지만 그녀의 말대로라면 전이혁은 적어도 두 여자를 동시에 기만하지는 않았다.그는 자신의 마음을 확실히 깨달은 순간 바로 솔직히 털어놓아 더 이상 헛된 감정을 소모하게 만들지 않았다.인간적으로 완전히 나쁘다고 할 수는 없었다.게다가 도아영 역시 숨기고 속인 부분이 너무 많았다.지금 이 순간까지도 전이혁은 자신이 사랑했던 ‘여우’가 바로 도아영이라는 확실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설이 지나면 전이혁이 다시 도아영에게 구애하러 오겠다고 했다.들은 바로는 하예정이 그에게 은근히 귀띔해 주었다고 했다.도아영이 바로 그 ‘여우’라는 사실을 전이혁은 전씨 할머니에게도 확인을 구했지만 할머니는 애매한 답을 주었다.결국 그는 전씨 할머니가 자신을 절대 함부로 속이지 않을 것이라 믿고 다시 돌아와서 그녀에게 애정 공세를 펼치고 있었다.먼 길을 돌고 돌았지만 전이혁은 결국 다시 도아영 곁으로 돌아왔다.황서진은 이미 전이혁을 사위로 받아들이고 있었다.딸의 미래가 달린 일이라면 미래의 사위에게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었다.“입원했어요.”“뭐라고? 그렇게 심각한 거야? 위험한 건 아니지?”황서진은 깜짝 놀랐다.고작 고추를 먹은 일로 그 정도까지 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만약 정말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도씨 가문과 전씨 가문은 원수 사이로 될 것이다.굳이 원한을 맺을 필요가 없지 않은가.도아영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그렇게 심하지 않아요. 목이 심하게 부어서 목소리가 거의 안 나와요. 며칠 쉬면 괜찮아진대요. 기침하고 열이 나서 수액 맞고 있어요. 지금은 열도 조금 내려서 자고 있고요. 체력이 워낙 좋아서 금방 괜찮아질 거예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그게 정말 생명에 위협될 정도였다면 이미 정겨울을 불러 치료했을 것이다.황서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래, 목숨만 안 위태로우면 됐다. 다음에 네 언니한테 말 좀 해. 고추를 그렇게 많이 먹이면 누가 버티겠어? 우리야 매운 거 잘 먹지만 한꺼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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