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이제 밥 먹을 시간이에요. 근처에서 뭐 좀 먹고 가요. 시내까지 돌아가려면 한두 시간은 걸릴 거고 주말이라 길도 막혀요. 안 먹고 바로 가면 오빠 배고플까 봐 그래요.”도아영도 사실 배가 고팠다.김태경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그래, 네 생각대로 하자.”도아영이 먼저 걸음을 옮겼다.그때 김태경이 캐리어를 전이혁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이혁 씨, 미안한데 이거 좀 끌어줄래요?”그는 거절할 틈도 주지 않고 노트북이 들어 있을 법한 작은 가방 하나만 들고 도아영의 뒤를 따라갔다.전이혁은 그 캐리어를 그대로 차버리고 싶었지만 도아영 앞에서 괜한 감정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 억눌렀다.도아영의 태도는 명확했다. 그녀가 김태경을 대하는 눈빛엔 남녀의 감정이 전혀 없었고 마치 오랜 친구나 남매처럼 담담했다.그 덕분에 전이혁은 마음이 그나마 조금 놓였다.아무리 두 사람이 다정하게 보인다 해도 그건 오랜 친구끼리 오랜만에 재회한 반가움일 뿐이었다.김태경이 발걸음을 재촉하자 도아영이 살짝 돌아봤다.전이혁이 캐리어를 끌며 다가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오빠, 짐 많아요?”“많지 않아. 생활용품을 좀 가져왔어. 캐리어도 안 무겁고. 이혁 씨가 좀 들어주면 돼.”아직 전이혁이 따라붙지 못한 틈을 타 김태경이 낮게 물었다.“아영아, 그 사람 맞지?”도아영은 주저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좋네. 사람 보는 눈이 좋네.”김태경은 전이혁과 도아영이 참 잘 어울린다고 인정했다.“하지만 관성은 해주시에서 너무 멀잖아. 그 사람과 함께한다는 건 먼 데로 시집간다는 뜻인데. 익숙한 모든 걸 두고 낯선 곳으로 가는 건 그만큼 용기가 필요한 일이야. 혼자서 완전히 낯선 곳으로 가서 다시 적응해야 할 텐데. 게다가 네 사업도, 가족도, 친구들도 전부 이곳에 있잖아. 멀리 시집가는 건 신중해야 해. 우리 회사가 전씨 그룹하고 거래한 적이 있어서 조금은 알아. 솔직히 말하면 너희 두 가문도, 사람도 참 잘 어울려. 그래도 한 번 더 생각해 봐.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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