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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91화

최하임이 전화를 끊자 도아영은 곧바로 김태경을 노려보았다.김태경은 자신이 왜 그런 눈초리를 받는지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아영아, 왜 그렇게 째려봐? 내가 또 뭐 잘못했어?”“잘못한 건 없어요. 다만 이제야 언니가 왜 실망했는지, 왜 오빠를 나에게 부탁하는지를 알겠어요. 언니한테 전화 한 통, 메시지 하나 보내는 게 그렇게 어려워요? 겨우 SNS에 글 하나 올린 게 전부예요? 만약 언니가 오빠의 게시물을 차단해 뒀다면 언니는 지금 오빠 소식 하나도 모르겠네요.”김태경이 무심코 중얼거렸다.“그럴 리 없어. 하임이가 날 차단하지 않을 거야. 만약 차단했다면...”그는 말끝을 흐렸다.그들의 대화를 지켜보던 전이혁은 눈앞의 이 남자가 감정 문제에서 확실히 우유부단하다는 점을 알아챘다.그렇다고 방심할 수는 없었다.도아영을 사이에 둔 이상 여전히 경계해야 할 잠재적 경쟁자였다.도아영이 다시 입을 열었다.“만약 언니가 오빠를 차단했다면 건 마음속에서 이미 정리를 시작했다는 뜻이에요. 곧 완전히 끊어내겠다는 거죠.”김태경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그의 표정을 본 도아영은 그가 여전히 최하임을 마음에 두고 있음을 알아차렸다.“오빠가 언니에게 전화 한 통, 메시지 하나 보내지 않는다는 건 이미 언니를 오빠 인생에서 밀어냈다는 뜻이에요. 정말 그렇게 끝내고 싶어요? 완전히 남처럼 살고 싶어요?”김태경의 얼굴이 서서히 창백해졌다.김태경은 최하임과 인연을 완전히 끊고 다시는 왕래하지 않을 생각은 없었다.그저 마음이 복잡해져 무엇부터 정리해야 할지 몰랐을 뿐이다. 그래서 연락하지도 못하고 전화하는 것도 망설여져 결국 SNS에 글을 올리는 것으로 대신했을 뿐이다.최하임이 그의 SNS를 매일 본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가 올린 글을 보면 무사히 도착했다는 정도는 최하임도 알 거로 생각했다.그 이상은 정말 아무 생각도 없었다.“아영 씨, 일단 식사부터 해요. 태경 형도 이제 막 돌아오셨는데 아영 씨 말 듣다가 금방이라도 다시 돌아가고 싶어지면 어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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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92화

김태경은 이미 최씨 가문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도움을 전부 쏟아부었다.문제는 그의 부모였다.최하임네 사업이 흔들리기 시작하자 그의 부모는 그 관계가 아들에게 짐이 될까 걱정되어 두 사람의 관계를 반대했다.김태경의 어머니는 거의 매일같이 그 이야기를 꺼냈고 그 말을 종일 듣다 보니 김태경은 점점 피로해지고 혼란스러워졌다.무엇이 옳은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조차 판단이 서지 않았다.그는 아직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다.최하임에게 품은 감정이 우정인지, 아니면 사랑인지조차 명확히 구분할 수 없었다.그 혼란스러운 시점에 마침 회사에서 국내 사업을 총괄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던 것이다.그는 그 일을 좋은 기회라 여기며 이 시간을 빌려 자신의 마음을 차분하게 정리해 보고 싶었다.자신이 정말 최하임을 사랑하는 건지, 아니면 오래된 친구로서의 정일 뿐인지 잘 헤아려보려는 생각이었다.하지만 도아영이 최하임을 그녀의 사촌오빠와 엮겠다는 말을 꺼내던 순간 김태경의 마음은 덜컥 내려앉았다.이상하게도 심장이 빠르게 뛰고 가슴 한가운데가 텅 비어버린 듯했다.그제야 김태경은 깨달았다. 자신이 최하임을 단순한 친구로 보지 않는다는 것을.김태경은 분명 최하임을 사랑하고 있었다.그때 전이혁이 입을 열었다.“제가 아영 씨에게 들었는데 최하임 씨랑은 거의 20년 넘게 함께 자란 사이라면서요? 그 정도면 단순한 친구 사이가 아니라 가족 같은 정과 사랑이 함께 섞여 있을 겁니다. 그런 감정은 섞여 있으면 헷갈리기 마련이죠. 하지만 구분하는 건 의외로 간단해요. 그 사람과의 관계가 끊어졌을 때 마음이 아프다면 그건 사랑이에요. 진짜 사랑이라면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함께 이겨낼 수 있을 거예요. 상대방이 어떤 상황에 있든, 어떤 환경 속에 있든, 사랑한다면 손을 놓지 않는 거죠. 저라면 사랑한 사람을 어떤 이유로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그녀가 어떤 사람으로 변하든, 어떤 신분이든, 어떤 문제에 부딪히든 그걸 이유로 외면하지 않아요. 도울 수 있다면 어떻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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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93화

도아영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만약 그게 이유라면 나는 차라리 두 사람이 완전히 관계를 끊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태경 오빠네 부모님이 이미 하임 언니를 탐탁지 않아 하신대요. 그런 상황에서 태경 오빠가 끝까지 고집을 부린다 해도 언니가 시집가면 결국 시부모의 미움을 받을 거예요. 시댁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여자는 정말 힘들게 살거든요. 함께 살지 않는다 해도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남편이 언제나 자기편에 서주지 않으면 결국 버티기 어렵죠. 그러다 보면 사소한 일에도 다투게 되고 작은 싸움이 일어나다가 큰 싸움이라도 나면 아무리 좋은 감정이라도 다 사라져요.”전이혁이 의아해하며 물었다.“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왜 두 사람을 이어주려는 거예요? 설마 어른들이 우리를 엮을까 봐 미리 막으려는 건 아니죠?”도아영은 피식 웃었다.“그건 전이혁 씨가 원하는 상황이 아니에요? 자기도취가 너무 심한 거 아니에요? 예전에 내가 이혁 씨를 좋아하긴 했죠. 하지만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한 순간 그 감정은 완전히 끝났어요. 지금은 그냥 친구일 뿐이에요. 솔직히 당신에게 조금 잘해주는 것도 당신 할머니 때문이에요.”“아영 씨, 미안해요.”전이혁은 변명하지 않고 사과했다.그 말에 도아영도 더는 이어갈 말을 찾지 못했다.“난 그저 태경 오빠랑 하임 언니가 후회 없이 결정하길 바랄 뿐이에요. 정말 함께하겠다고 마음먹는다면 그 긴 세월 두 집안이 쌓아온 정을 봐서라도 양가 어른들도 그 선택을 존중하실 거예요. 언니가 오빠에게 시집가서도 그리 힘들지 않을 거예요. 하임 언니 집안의 사정은 제가 도울 수 있으니까요. 언니가 태경 오빠 집에서 어깨 펴고 살 수 있게 도와줄 거예요. 저에게는 오빠와 언니 모두 소중하거든요.”전이혁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죠. 감정이란 게 한 번 놓치면 평생 후회로 남기도 하니까요.”도아영도 몸을 뒤로 기대며 말했다.“잠깐 눈 좀 붙일게요. 집에 도착하면 깨워 주세요.”“그래요. 푹 쉬어요.”그녀는 옆으로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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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94화

이윤미는 빨간 모피 케이프를 어깨에 둘러쓴 채 저택 대문 앞에 서 있었다.그녀 곁에는 검은색 양복을 입은 방윤림이 묵묵히 서 있었다.잠시 후, 몇 대의 차가 천천히 들어오더니 별장 문 앞에 멈춰 섰다.맨 앞에 선 경호차의 문이 열리자 경호원들이 일제히 내렸다.곧 두 번째 차 문이 열리고 하예진이 모습을 드러냈다.“예진 씨, 오셨어요.”이윤미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하예진 역시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다가왔다.두 사람은 서로 마주 섰다.하예진은 이윤미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살피더니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윤미 씨, 오늘 정말 아름다우시네요. 이렇게 빨간 옷이 흰 눈 속에서 어쩜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있죠? 마치 풍경이 윤미 씨를 위해 만들어진 것 같아요.”이윤미가 웃으며 반문했다.“제가 평소에는 안 예뻤다는 뜻인가요?”“아니요, 평소에도 예쁘지만 오늘은 특히 눈이 부셔요. 방 비서님, 오늘의 윤미 씨는 정말 환상적이지 않아요? 이렇게까지 예쁜데 정신이 멀쩡하신 게 신기하네요.”그녀의 말에는 장난스러움이 묻어났다.방윤림은 이윤미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제 눈에는 언제나 윤미 씨가 가장 아름답습니다.”방윤림에게는 그녀가 어떤 옷을 입든, 어떤 표정을 짓든 늘 아름다운 여신으로 보였다.그녀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눈부셨다.이윤미는 하예진을 흘겨보며 웃었다.“예진 씨, 너무 하신 거 아니에요? 그래도 제가 예진 씨 어른뻘 되는데. 이렇게 대놓고 놀리면 곤란하죠. 호호호...”그녀는 웃으며 다가가 하예진의 팔짱을 자연스럽게 끼었다.이윤미가 말을 건넸다.“자, 들어가요. 짐은 다 챙겨왔죠?”하예진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필요한 건 다 가져왔어요.”“이제 여기가 예진 씨의 집이에요. 당신이 이끌어갈 자리이기도 하고요. 오늘 저녁에 가문의 어른들을 모두 초대했어요. 다 같이 식사하면서 좋은 날을 정해서 조상님께 제사를 올려요. 그럼 인수인계 작업은 마무리되는 셈이에요.”하예진이 온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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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95화

이윤미는 하예진이 가주 자리를 넘겨받은 뒤 혼자 이씨 가문을 떠받쳐야 할까 봐 걱정하는 줄 알고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저는 계속 도와드릴게요. 예진 씨가 완전히 손에 익힐 때까지는 떠나지 않을게요.”이윤미는 지난 몇 년 동안 이씨 그룹을 천천히 파악하고 직접 운영해 온 덕분에 경험만큼은 하예진보다 훨씬 풍부했다.하예진이 강성에 머문 시간은 고작 몇 달이었다.처음 강성에 왔을 때도 새 회사 일을 챙기느라 분주했기에 이씨 가문과 그룹의 내막을 제대로 알 기회도 없었다.특히 이윤화가 살아 있을 때 가장 경계한 사람이 하예진이었으니 그녀에게 이씨 가문의 사정이 제대로 전달될 리는 더더욱 없었다.그래서 지금 하예진은 어디를 봐도 낯설었고 익숙하지 않은 부분이 너무 많았다.“윤미 씨가 금방 떠나지 않는다는 건 알아요. 그래도 저는 아직 아는 게 많지 않아서 지금 모든 걸 넘겨받아도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힘들어할 거예요. 조금 더 익숙해지고 나서 천천히 인수인계해도 될 것 같아요.”“그럼 두 달 뒤로 하죠. 그날에 제가 온 가문 사람들을 데리고 조상 제사를 올릴게요.”두 달 정도라면 하예진에게도 충분히 적응할 시간이 될 터였다.“윤미 씨, 저는 너무 급하지는 않아요.”이윤미가 제안했다.“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요? 먼저 날짜를 하나 정해서 정식으로 인수인계하고 한두 달 뒤에 날짜를 다시 잡아서 예진 씨가 우리 가문의 사람들을 데리고 제사를 올리는 건 어때요?”하예진은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그것도 좋겠네요. 윤미 씨, 몇 달 정도는 더 곁에 있어 주실 수 있어요? 매일 출근하라는 뜻은 아니고 자기 볼일도 보면서 곁에 있어 줘요.”이윤미는 미소를 지었다.“상황 봐서요. 예진 씨가 익숙해지고 나서... 예진 씨 동생이 출산이 얼마 남지 않았죠? 그럼 아기가 태어나서 한달 때쯤 그때 떠날게요.”“지금 일곱 달 넘었을 거예요. 예정일까지 두 달 정도 남았죠. 대부분은 조금 일찍 낳더라고요.”늦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출산이 조금 앞당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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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96화

이윤미는 깊이 개입하지 않고 몇 사람만 골라 두었다.그리고 하예진에게 나중에 이 집에 들어오게 되면 자신이 골라 둔 사람들 가운데 혹시라도 손에 맞지 않는 이가 있다면 언제든 내보내도 된다고 말했다.하예진이 말했다.“윤미 씨 세 오빠가 또 찾아와서 소란을 피우고 있어요. 제가 나가서 쫓아 보낼까요? 그래도 윤미 씨는 저 사람들의 친여동생이잖아요. 어느 정도는 형제 사이의 정을 조금은 생각하셔야죠. 너무 단호하게 끊어버리면 나중에 다시 연락하고 싶어도 어려워질 수 있어요.”이윤미는 담담히 말했다.“제가 그 사람들과 무슨 형제애가 있어요? 지금은 자신의 입장이 불리하니까 이러는 것뿐이에요. 그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힘이 있었더라면 제 인생은 진작에 끝났을걸요. 저를 살려 두지도 않았을 거예요. 애초에 저를 이씨 가문으로 다시 돌아오게 하지도 않았을 거고 저를 이윤정이랑 바꾸어 놓지도 않았겠죠. 차라리 계속 잘못된 채로 살지언정 저 같은 친여동생이 돌아오는 건 원하지 않았을 거예요. 친남매이긴 하지만 형제 사이 정이라는 것도 함께 지내야 생기는 거잖아요. 저는 그 시간을 놓쳐 버렸어요. 제가 돌아왔을 때는 이미 그 사람들 마음은 전부 윤정 쪽으로 기울어 있었거든요. 차라리 제가 없어지길 바랄걸요. 저는 강성을 떠날 때 저의 아버지에게 생활비만 조금 보내려고요. 안 보내도 상관없어요. 엄마 유언장에 세 오빠가 아버지를 모시게 돼 있으니까요. 저는 그 세 사람과 다시는 연락하지 않을 거예요. 완전히 인연을 끊고 살 거예요”이윤미는 방윤림이 가져다준 따뜻한 물을 들어 반쯤 마신 뒤 컵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나가서 상황 좀 보고 올게요.”“저도 함께 가요.”하예진이 조용히 뒤를 따랐다.정일범 형제들의 차는 이미 이씨 가문 저택의 정문 앞에 세워졌다.세 사람은 대문 앞에서 별장 안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며 이윤미에게 온갖 저주를 퍼부었다.그리고 이윤미가 자기 집을 남에게 넘겼다며 온갖 욕설도 퍼부었다.저택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소란스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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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97화

“이윤미!”정일범은 굳은 얼굴로 이윤미를 보며 차갑게 물었다.“마지막으로 묻겠다. 정말 이씨 가문 전체를 이 여자한테 넘길 생각이야? 그건 우리 엄마가 평생을 바쳐 지켜 온 거야. 네가 지키기 싫으면 우리에게 넘겨. 우리는 넘겨받을 준비가 돼 있으니까. 엄마가 평생의 노력이 남의 손에 넘어가는 꼴을 우리는 못 봐!”이윤미는 흔들림 없이 그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오빠, 내가 몇 번이나 말했어? 이씨 가문은 원래 예진 씨 쪽에서 이어받아야 하는 자리야. 우리 엄마가 억지로 빼앗아 온 거야. 빼앗아 온 건 결국 내 것이 아니란 말이야. 엄마도 마지막에는 후회하셨을 거야. 우리 쪽은 이미 사람들의 신뢰를 완전히 잃었는데 예진 씨를 가주로 세우지 않는다고 해서 그 자리가 오빠들한테 올 것 같아? 이 가문에서 가주 자리를 노리는 젊은 사람들, 특히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서 그래? 그 사람들에게 넘어가는 것보다 이모 후손들에게 돌아가는 게 맞아. 난 예진 씨가 충분히 가주 역할을 해낼 수 있다고 믿어. 지금 가문 사람들도 다 예진 씨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어. 다들 예진 씨를 새 가주로 받아들이겠다고 하고 예진 씨라면 이씨 가문을 다시 일으켜 세워 예전처럼 끌어올릴 수 있다고 믿는 분위기야.”하예진 뒤에는 여러 재벌 가문이 든든하게 서 있었고 강성에서는 고씨 가문이 그녀에게 확실한 힘이 되어 주고 있었다.고씨 가문의 강성에서의 위치는 관성에서 전씨 가문이 가진 위치와 맞먹을 정도였다.정일범은 이를 꽉 악물고 말했다.“너 진짜 끝까지 이럴 거면 우리도 더는 할 말 없었다. 오늘부로 우리는 남남이야. 나중에 우리가 어떻게 하든 원망하지 마.”이윤미가 말을 잇기 도전에 그는 두 동생에게 말했다.“가자.”“형.”정일범은 두 동생을 날카롭게 쏘아보며 냉정하게 말했다.“가자. 쫓겨나기 전에.”두 동생은 더 말하지 못한 채 그가 차로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곧 각자 차에 올라 뒤따라 나갔다.정일범은 고향 집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정군호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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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98화

정군호는 속으로 알고 있었다.친척들이 이렇게 자주 찾아오는 이유는 결국 이윤미 때문이라는 것을.이윤미는 정군호의 친딸이다. 정씨 집안 사람들이 보기에는 이윤미가 이씨 가문을 이어받으면 그들도 자연스럽게 이씨 가문의 어른이 되어 예전보다 훨씬 큰 대접을 받을 거로 생각하는 듯했다.하지만 이씨 가문 내부 문제는 정군호가 고향 친척들에게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말해 봐야 소용도 없었고 도울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무엇보다 그런 이야기를 꺼냈다가 지금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까지 멀어질까 두려웠다.그는 지금처럼 북적이는 분위기를 정말 좋아했다.“어르신, 아드님들께서 돌아오셨어요.”도우미 아줌마가 보고했다.정군호는 도우미에게 자신을 어르신이라고 부르게 했다.이제는 이은화에게 눌려 살 필요가 없으니 어르신 대접을 받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정군호는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또 뭔 일로 온 거야... 여기서 살라고 그렇게 말해도 싫다고 나가더니 결국 또 며칠 만에 돌아오네. 세 사람만 온 거냐?”그는 손주들 생각도 났다. 손주들은 아마 모든 사정을 알고 있을 것이다.나이가 있는 아이들은 이윤미와 하예진을 이를 갈며 미워했을 것이고 어린아이들만 아직 세상 돌아가는 걸 모르니 그나마 조용할 터였다.장남의 자녀들은 이혼한 며느리와 함께 살고 있었다.그쪽은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칠 테니 강성에서 나중에 자리 잡고 사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괜히 복수를 가르치지만 않으면 관성 쪽 사람들도 아이들을 굳이 괴롭히지 않을 것이고 평범하게 졸업하고 직장을 얻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네, 세 분만 오셨어요.”도우미가 말했다.정군호는 투덜거리며 그대로 자리에 앉아 세 아들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곧 정일범 형제가 집 안으로 들어왔다.정일범은 집안일하던 도우미를 보자마자 말했다.“아줌마, 잠깐만 밖에서 나가서 일 보세요. 아버지께 말씀드릴 게 있어요.”“네, 알겠습니다.”도우미는 재빨리 자리를 비웠다. 그녀는 이런 부잣집 사람들이 사생활을 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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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99화

“사람을 죽이면 목숨으로 갚아야 한다.”이윤미와 하예진을 죽이겠다고 나선다면 도망쳐 봐야 며칠도 못 버티고 잡힐 것이고 결국 기다리는 건 법의 심판과 사형뿐이다.그러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그들이 바라는 것은 결국 이씨 가문의 모든 것이었지만 만약 사형을 당하게 된다면 이씨 가문의 모든 것은 고스란히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가 버릴 뿐이다.“형, 사람을 죽이면 우리도 죽어. 그러면 아무 소용도 없잖아. 그리고 조금만 어긋나면 우리가 먼저 죽을 수도 있어. 저 사람들 뒤에는 뒤받쳐주는 재벌 가문도 많고 인맥도 강한데 우리가 해치려고 해도 쉽지 않단 말이야.”정일범이 말했다.“엄마도 성공했잖아. 우리도 엄마 아들이야. 어릴 때부터 엄마가 우리를 성심성의껏 키워주셨는데 우리가 엄마보다 못할 게 뭐가 있어?”정일호가 중얼거리듯 말을 이었다.“우린 엄마보다 못해. 엄마야 그렇다 쳐도 우리는 윤미보다도 못하잖아.”정일범은 눈을 치켜뜨며 정일호를 노려봤다.그는 동생들이 자기들 기만 죽인다고 느낀듯했다.그때 정군호가 끝내 입을 열었다.“네 동생 말이 맞아. 제대로 해치지도 못하고 너희만 망쳐. 설령 죽이는 데 성공했다고 해도 관성 쪽에서 가만히 있을 것 같아? 그곳 사람들 전부를 너희들이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해? 아무 소리도 안 나게 처리할 자신 있냐고! 이씨 가문에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아무리 골라도 너희 셋한테까지 차례가 올 일은 없어. 너희 엄마와 비교하면 안 돼. 너희 엄마는 전임 가주님의 친여동생이고 전임 가주님께서 직접 키워주시면서 무척 믿으셨지. 전임 가주님이 몸도 안 좋으시니까 네 엄마가 그 틈을 타 하나씩 판을 짠 거다. 그래서 성공한 거지. 그렇게 했어도 결국은 진실 다 드러나서 죽기 직전에 명예마저 다 무너졌잖아. 너희 쪽은 이미 끝났어. 너희가 올라간다고 해도 아무도 안 따를 거야. 그럴 명분도 없고. 그럼 더 빨리 죽는다는 의미지. 몇 번을 말하냐? 이제 미련을 버리고 강성 쪽 생활을 포기하고 여기에서 자리 잡으라고. 우리 고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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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00화

정일범은 뒤늦게 후회했다.친동생 이윤미가 그렇게까지 불효자식일 줄 누가 알았겠는가.가족을 배반하고 관성 편에 서 있다니! 어머니가 친딸을 찾아오려 할 때, 그때 극구 말려야 했다.이윤정은 정일범 형제들에게 무척 잘해주었다.이은화가 그녀를 정성껏 키웠지만 실력은 한계가 있었고 그들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이윤정이 살아있었더라면, 이윤정이가 뒤를 이었더라면, 이은화도 죽지 않았을 것이고 따라서 정군호도 몸을 망가뜨려 늙은 내시가 되지 않았을 테고 이씨 가문의 모든 것을 내주지도 않았을 터였다.그리고 정일범 형제들은 이씨 그룹에서 승진하면서 권력을 마음껏 휘둘렀을 텐데.지금처럼 주인 잃은 개처럼 여기저기 쫓겨 다니면서 집에도 돌아갈 수 없다.그들은 너무나 많은 것을 잃었다.게다가 이은화가 남긴 거대한 사유 재산의 대부분이 이윤미 손에 넘어갔고 그들 자식이 상속받은 재산조차 그들보다도 더 많았다.이 모든 비극의 시작은 이윤미 때문이었다.정군호가 말을 이었다.“이윤미를 처리하는 건 훨씬 쉬울 거다. 하지만 그전에 방 비서라는 장애물부터 제거해야 해. 그놈이 윤미 곁에 있는 한 이 작전은 성공하기 어렵거든.”이윤미는 그리 대단한 인물이 아니었다. 문제는 그녀 곁에 방윤림이 있다는 사실이다.방윤림은 능력이 출중하고 무술 실력도 뛰어나며 속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그가 실제로 무엇을 알고 있으며 얼마나 넓은 인맥을 가졌는지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이 모든 것은 철저히 비밀로 유지되어 이씨 가문의 가주조차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가주는 단지 특별 비서에게 지시를 내릴 뿐 그 과정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고 오직 결과만이 중시했다.“그놈을 제거할 수 없다고 해도 어떻게든 윤미 곁에서 떼어놓아야 해. 그놈만 사라진다면 윤미는 힘이 없어져 너희가 손쉽게 상대할 수 있을 거다. 물론 이 일은 반드시 말끔하게 처리해야 해. 최대한 너희에게 불꽃이 튀지 않도록 하는 게 좋을 거야. 그 요망한 년이 관성의 사람들과 사적으로 친분이 두텁잖아.”정군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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