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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64 Chapters

제4261화

전이혁에게 약혼자가 누구인지 물어봤지만 그는 끝내 말하지 않았다.다른 일이라면 숨길 이유가 없는 사람이지만 이 일에 대해서만은 계속 입을 다물었다.핑계는 그럴듯했지만 선우민아는 그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고 느꼈다.만약 미래의 약혼녀가 선우민아라면 그의 침묵이 이해가 갔다.전씨 할머니는 선우민아의 시선을 그대로 받아냈다.자신이 눈여겨본 아이답다고 생각했다.선우민아의 이런 성격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하지만 전씨 할머니는 곧바로 답하지 않고 그 대신 물어보았다.“민아 씨는 왜 창빈의 약혼자가 본인이라고 생각해요?”선우민아는 그동안 정리해 온 생각을 하나씩 말했다.앞뒤가 맞았고 논리도 분명했다.그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누구라도 같은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었다.마지막으로 선우민아는 이렇게 말했다.“할머니께서는 이미 저를 여러 번 보셨다고 하셨잖아요. 저는 기억이 없지만요. 그래서 할머니께서 창빈 씨를 위하여 저의 성품을 미리 살펴보신 거로 생각했어요.”전창빈은 늘 말했다. 전씨 가문에서는 며느리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바로 성품이라고.물론 전씨 가문과 같은 재벌 가문에서는 아들들이 결혼할 때 격에 맞는 여자와 혼인하는 것이 당연했다.그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손주며느리를 찾기 위해 전씨 할머니께서는 이곳저곳을 다니셨을 것이다.그래서 선우민아는 오기 전에 지인을 통해 전씨 가문의 며느리들에 대해 알아봤다.이미 결혼한 며느리들 역시 모두 재벌 가문 출신이었다.하예정의 삶이 다소 굴곡이 있기는 했지만 그녀 역시 재벌 가문 출신이었다.선우민아가 다시 물었다.“할머니, 저에게 답 하나만 주시면 안 돼요?”전씨 할머니는 웃으며 손을 내밀어 선우민아의 손을 잡았다.“민아 씨, 그건 민아 씨와 창빈이 두 사람의 일이에요. 두 사람이 서로 마음이 맞아 앞으로의 길을 함께 가려 한다면 저는 기꺼이 축복할 거예요. 저와 제 아들 부부는 모두 생각이 열린 사람들이에요. 아이들 사적인 일에는 간섭하지 않아요.”자식들을 잘 키워 두면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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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62화

선우민아가 갑자기 입을 열자 전씨 할머니는 곧바로 자세를 고쳐 앉았다.허리를 반듯하게 세운 모습이 꼭 수업을 듣는 초등학생 같았다.“민아 씨, 말해 봐요. 이 할미가 잘 듣고 있답니다.”전씨 할머니는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인자한 미소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전씨 할머니를 마주하자 선우민아의 목소리도 한결 부드러워졌다.“저를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할머니께서 창빈 씨에게 저를 정해주셨다면 우리 가문의 사정도 이미 알고 계실 것으로 생각합니다.”전씨 할머니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할머니는 알고 계셨다. 하나도 빠짐없이.손자며느리들의 가정형편은 이미 잘 파악해 두고 있었다.선우민아는 직설적으로 말했다.“저는 멀리 시집갈 수 없습니다. 제가 창빈 씨와 함께하게 된다면 창빈 씨가 저희 가문에서 지내야 해요. 제 입맛이 까다로운 편이라 제 끼니를 챙기다 보면 오래 자리를 비우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따라서 집으로 돌아가는 횟수도, 머무는 기간도 자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창빈 씨는 할머니께서 정성껏 키워 온 사람인데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남자가 우리 가문에 들어와 살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싶지 않아요.”전창빈이 그녀와 결혼하여 A시에서 오래 생활하게 된다면, 사실 들어가 사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평범한 집안에서도 아들이 그렇게 되는 일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데, 하물며 전씨 가문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전씨 할머니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아이들은 크면 다들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살기 마련이에요. 사랑 때문에 떠나기도 하고 먹고사는 일 때문에 떠나기도 하죠. 지금 창빈의 일터가 그쪽이라면 그곳에서 지내는 것도 좋죠. 나중에 집으로 자주 오지 못하고 머무는 날이 짧아진다 해도 괜찮아요. 우리가 직접 보러 가면 되니까요. 나는 나이가 들었지만 창빈의 부모님은 아직 젊거든요. 앞으로 20년 정도는 비행기를 타고 오가는 데 큰 무리는 없을 거예요. 20년이 지나면 민아 씨도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을 테니 그때 가서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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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63화

“민아 씨, 창빈이가 그동안 말을 아낀 데에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을 거예요. 돌아가서 괜히 다투지 말고 차분하게 얘기해 보세요.”선우민아는 가볍게 웃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사실 이런 결론이 나올 거라는 건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어요. 오늘 찾아온 것도 그저 확인하고 싶어서였고요.”이미 마음속으로는 준비가 되어 있었기에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도 생각보다 수월했다.“그럼 창빈이가 자기 신분을 일부러 숨긴 건 아니겠네요?”전씨 할머니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전태윤이라는 전례가 있었기에 다른 손자들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랐다.선우민아는 잠시 생각한 뒤 답했다.“일부러 숨긴 건 아니에요. 그렇다고 먼저 꺼내서 말하지도 않았죠. 제가 묻지 않으면 먼저 말하지 않았을 거예요.”사실 선우민아는 전창빈에 대해 알아본 적이 있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이나.그럼에도 그의 정확한 신분까지는 끝내 파악하지 못했다.그러나 이 사실은 굳이 입에 올리기가 조금 민망했다.전씨 할머니는 손자를 감싸듯 웃으며 말했다.“묻지 않으셨다면 애가 먼저 말할 이유도 없었을 거예요. 만나는 사람마다 ‘나는 관성 전씨 가문의 여섯째 도련님이에요.’ 하고 다닐 수는 없잖아요.”선우민아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그렇네요.”“만약 처음부터 그 아이가 전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걸 알고 계셨어도 그래도 채용하셨겠어요?”전씨 할머니는 호기심이 묻어나는 얼굴로 물었다.“그럼요. 창빈 씨는 요리사로 지원했을 뿐이에요. 출신이 어떻든 상관없이 요리가 제 기준에 맞고 만든 음식이 제 입에 맞기만 하면 어떤 신분이든 채용했을 거예요.”“그럼 된 거네요. 솔직히 말하면 나는 창빈이가 연애보다는 요리에 더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급해하지 않는 걸 보면요. 지금은 요리 실력이 더 늘었죠? 민아 씨가 곁에서 도와주면서 실력을 키워 주셨겠죠. 그래서 그 애가 민아 씨를 더 의식하게 되고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한 거죠.”전씨 할머니는 자신이 키워 온 손자가 어떤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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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64화

“가끔은요, 스스로에게 쉬는 시간을 줘야 해요. 결국 제일 중요한 건 건강이니까요.”전씨 할머니는 선우민아의 손을 잡으며 정자를 나섰다. 걸음을 옮기는 동안에도 몸을 돌보는 요령이며 좋은 생활 습관을 차분히 들려주었다.따르릉!전씨 할머니는 손을 놓고 전화를 꺼내며 화면을 확인하더니 선우민아를 보면서 웃었다.“창빈한테서 전화가 왔네요. 아마 민아 씨가 나를 찾아온 걸 눈치챘나 봐요. 애가 워낙 영리하잖아요.”아홉 명의 손자 가운데 전씨 할머니 눈에 멍청한 아이는 하나도 없었다.그리고 자식들과 손주들의 지력에 대해서는 늘 흡족했다.다른 가문은 한때 반짝이고 말았지만 전씨 가문은 세대를 거듭할수록 더 뛰어난 자식들이 태어났다.전씨 할머니는 전화를 받았다.“할머니, 집에 계세요? 아니면 아직 예진 리조트에 계세요?”전씨 할머니가 답했다.“효진이가 아이를 낳았대. 원래는 바로 가보려고 했는데 아들이라고 해서 서둘러 돌아가지는 않으려고. 그냥 만월 잔치 때 가보려고. 너의 아빠한테 말해서 영양제 좀 챙겨서 소씨 가문으로 보내라고 해.”두 가문은 평소에도 연락을 자주 주고받았다. 전씨 할머니는 소정남을 친손자처럼 여기고 있었고 따라서 심효진도 무척 아꼈다.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을 들은 만큼 전씨 가문에서 영양제라도 보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전창빈이 투덜거리듯 말했다.“할머니, 그래도 정남 형의 첫아들이잖아요. 첫아이인데 직접 보러 가지도 않으세요?”“다들 내가 여기로 온 사실을 아니까 안 돌아가도 뭐라고 안 해.”그 아이는 소씨 가문의 손자였다.전씨 가문의 손자는 아니니 전씨 할머니가 언제 돌아가든 상관없었다.심지어 만월 잔치에 가지 않아도 누가 뭐라고 할 일도 없었다.“예정이가 아이 낳을 때 돌아갈 거야. 내 첫 증손주잖아.”전창빈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때는 저도 이틀쯤 휴가 내서 갈게요. 저한테도 첫 조카예요.”전씨 할머니는 곁에 있는 선우민아를 한번 보더니 전화 건너편의 손자에게 물었다.“휴가는 낼 수 있고? 민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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