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민아가 갑자기 입을 열자 전씨 할머니는 곧바로 자세를 고쳐 앉았다.허리를 반듯하게 세운 모습이 꼭 수업을 듣는 초등학생 같았다.“민아 씨, 말해 봐요. 이 할미가 잘 듣고 있답니다.”전씨 할머니는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인자한 미소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전씨 할머니를 마주하자 선우민아의 목소리도 한결 부드러워졌다.“저를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할머니께서 창빈 씨에게 저를 정해주셨다면 우리 가문의 사정도 이미 알고 계실 것으로 생각합니다.”전씨 할머니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할머니는 알고 계셨다. 하나도 빠짐없이.손자며느리들의 가정형편은 이미 잘 파악해 두고 있었다.선우민아는 직설적으로 말했다.“저는 멀리 시집갈 수 없습니다. 제가 창빈 씨와 함께하게 된다면 창빈 씨가 저희 가문에서 지내야 해요. 제 입맛이 까다로운 편이라 제 끼니를 챙기다 보면 오래 자리를 비우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따라서 집으로 돌아가는 횟수도, 머무는 기간도 자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창빈 씨는 할머니께서 정성껏 키워 온 사람인데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남자가 우리 가문에 들어와 살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싶지 않아요.”전창빈이 그녀와 결혼하여 A시에서 오래 생활하게 된다면, 사실 들어가 사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평범한 집안에서도 아들이 그렇게 되는 일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데, 하물며 전씨 가문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전씨 할머니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아이들은 크면 다들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살기 마련이에요. 사랑 때문에 떠나기도 하고 먹고사는 일 때문에 떠나기도 하죠. 지금 창빈의 일터가 그쪽이라면 그곳에서 지내는 것도 좋죠. 나중에 집으로 자주 오지 못하고 머무는 날이 짧아진다 해도 괜찮아요. 우리가 직접 보러 가면 되니까요. 나는 나이가 들었지만 창빈의 부모님은 아직 젊거든요. 앞으로 20년 정도는 비행기를 타고 오가는 데 큰 무리는 없을 거예요. 20년이 지나면 민아 씨도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을 테니 그때 가서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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