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내 남편은 억만장자 / Chapter 4261 - Chapter 4270

All Chapters of 내 남편은 억만장자: Chapter 4261 - Chapter 4270

4575 Chapters

제4261화

전이혁에게 약혼자가 누구인지 물어봤지만 그는 끝내 말하지 않았다.다른 일이라면 숨길 이유가 없는 사람이지만 이 일에 대해서만은 계속 입을 다물었다.핑계는 그럴듯했지만 선우민아는 그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고 느꼈다.만약 미래의 약혼녀가 선우민아라면 그의 침묵이 이해가 갔다.전씨 할머니는 선우민아의 시선을 그대로 받아냈다.자신이 눈여겨본 아이답다고 생각했다.선우민아의 이런 성격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하지만 전씨 할머니는 곧바로 답하지 않고 그 대신 물어보았다.“민아 씨는 왜 창빈의 약혼자가 본인이라고 생각해요?”선우민아는 그동안 정리해 온 생각을 하나씩 말했다.앞뒤가 맞았고 논리도 분명했다.그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누구라도 같은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었다.마지막으로 선우민아는 이렇게 말했다.“할머니께서는 이미 저를 여러 번 보셨다고 하셨잖아요. 저는 기억이 없지만요. 그래서 할머니께서 창빈 씨를 위하여 저의 성품을 미리 살펴보신 거로 생각했어요.”전창빈은 늘 말했다. 전씨 가문에서는 며느리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바로 성품이라고.물론 전씨 가문과 같은 재벌 가문에서는 아들들이 결혼할 때 격에 맞는 여자와 혼인하는 것이 당연했다.그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손주며느리를 찾기 위해 전씨 할머니께서는 이곳저곳을 다니셨을 것이다.그래서 선우민아는 오기 전에 지인을 통해 전씨 가문의 며느리들에 대해 알아봤다.이미 결혼한 며느리들 역시 모두 재벌 가문 출신이었다.하예정의 삶이 다소 굴곡이 있기는 했지만 그녀 역시 재벌 가문 출신이었다.선우민아가 다시 물었다.“할머니, 저에게 답 하나만 주시면 안 돼요?”전씨 할머니는 웃으며 손을 내밀어 선우민아의 손을 잡았다.“민아 씨, 그건 민아 씨와 창빈이 두 사람의 일이에요. 두 사람이 서로 마음이 맞아 앞으로의 길을 함께 가려 한다면 저는 기꺼이 축복할 거예요. 저와 제 아들 부부는 모두 생각이 열린 사람들이에요. 아이들 사적인 일에는 간섭하지 않아요.”자식들을 잘 키워 두면 어른
Read more

제4262화

선우민아가 갑자기 입을 열자 전씨 할머니는 곧바로 자세를 고쳐 앉았다.허리를 반듯하게 세운 모습이 꼭 수업을 듣는 초등학생 같았다.“민아 씨, 말해 봐요. 이 할미가 잘 듣고 있답니다.”전씨 할머니는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인자한 미소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전씨 할머니를 마주하자 선우민아의 목소리도 한결 부드러워졌다.“저를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할머니께서 창빈 씨에게 저를 정해주셨다면 우리 가문의 사정도 이미 알고 계실 것으로 생각합니다.”전씨 할머니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할머니는 알고 계셨다. 하나도 빠짐없이.손자며느리들의 가정형편은 이미 잘 파악해 두고 있었다.선우민아는 직설적으로 말했다.“저는 멀리 시집갈 수 없습니다. 제가 창빈 씨와 함께하게 된다면 창빈 씨가 저희 가문에서 지내야 해요. 제 입맛이 까다로운 편이라 제 끼니를 챙기다 보면 오래 자리를 비우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따라서 집으로 돌아가는 횟수도, 머무는 기간도 자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창빈 씨는 할머니께서 정성껏 키워 온 사람인데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남자가 우리 가문에 들어와 살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싶지 않아요.”전창빈이 그녀와 결혼하여 A시에서 오래 생활하게 된다면, 사실 들어가 사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평범한 집안에서도 아들이 그렇게 되는 일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데, 하물며 전씨 가문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전씨 할머니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아이들은 크면 다들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살기 마련이에요. 사랑 때문에 떠나기도 하고 먹고사는 일 때문에 떠나기도 하죠. 지금 창빈의 일터가 그쪽이라면 그곳에서 지내는 것도 좋죠. 나중에 집으로 자주 오지 못하고 머무는 날이 짧아진다 해도 괜찮아요. 우리가 직접 보러 가면 되니까요. 나는 나이가 들었지만 창빈의 부모님은 아직 젊거든요. 앞으로 20년 정도는 비행기를 타고 오가는 데 큰 무리는 없을 거예요. 20년이 지나면 민아 씨도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을 테니 그때 가서 전
Read more

제4263화

“민아 씨, 창빈이가 그동안 말을 아낀 데에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을 거예요. 돌아가서 괜히 다투지 말고 차분하게 얘기해 보세요.”선우민아는 가볍게 웃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사실 이런 결론이 나올 거라는 건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어요. 오늘 찾아온 것도 그저 확인하고 싶어서였고요.”이미 마음속으로는 준비가 되어 있었기에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도 생각보다 수월했다.“그럼 창빈이가 자기 신분을 일부러 숨긴 건 아니겠네요?”전씨 할머니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전태윤이라는 전례가 있었기에 다른 손자들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랐다.선우민아는 잠시 생각한 뒤 답했다.“일부러 숨긴 건 아니에요. 그렇다고 먼저 꺼내서 말하지도 않았죠. 제가 묻지 않으면 먼저 말하지 않았을 거예요.”사실 선우민아는 전창빈에 대해 알아본 적이 있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이나.그럼에도 그의 정확한 신분까지는 끝내 파악하지 못했다.그러나 이 사실은 굳이 입에 올리기가 조금 민망했다.전씨 할머니는 손자를 감싸듯 웃으며 말했다.“묻지 않으셨다면 애가 먼저 말할 이유도 없었을 거예요. 만나는 사람마다 ‘나는 관성 전씨 가문의 여섯째 도련님이에요.’ 하고 다닐 수는 없잖아요.”선우민아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그렇네요.”“만약 처음부터 그 아이가 전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걸 알고 계셨어도 그래도 채용하셨겠어요?”전씨 할머니는 호기심이 묻어나는 얼굴로 물었다.“그럼요. 창빈 씨는 요리사로 지원했을 뿐이에요. 출신이 어떻든 상관없이 요리가 제 기준에 맞고 만든 음식이 제 입에 맞기만 하면 어떤 신분이든 채용했을 거예요.”“그럼 된 거네요. 솔직히 말하면 나는 창빈이가 연애보다는 요리에 더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급해하지 않는 걸 보면요. 지금은 요리 실력이 더 늘었죠? 민아 씨가 곁에서 도와주면서 실력을 키워 주셨겠죠. 그래서 그 애가 민아 씨를 더 의식하게 되고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한 거죠.”전씨 할머니는 자신이 키워 온 손자가 어떤 아이
Read more

제4264화

“가끔은요, 스스로에게 쉬는 시간을 줘야 해요. 결국 제일 중요한 건 건강이니까요.”전씨 할머니는 선우민아의 손을 잡으며 정자를 나섰다. 걸음을 옮기는 동안에도 몸을 돌보는 요령이며 좋은 생활 습관을 차분히 들려주었다.따르릉!전씨 할머니는 손을 놓고 전화를 꺼내며 화면을 확인하더니 선우민아를 보면서 웃었다.“창빈한테서 전화가 왔네요. 아마 민아 씨가 나를 찾아온 걸 눈치챘나 봐요. 애가 워낙 영리하잖아요.”아홉 명의 손자 가운데 전씨 할머니 눈에 멍청한 아이는 하나도 없었다.그리고 자식들과 손주들의 지력에 대해서는 늘 흡족했다.다른 가문은 한때 반짝이고 말았지만 전씨 가문은 세대를 거듭할수록 더 뛰어난 자식들이 태어났다.전씨 할머니는 전화를 받았다.“할머니, 집에 계세요? 아니면 아직 예진 리조트에 계세요?”전씨 할머니가 답했다.“효진이가 아이를 낳았대. 원래는 바로 가보려고 했는데 아들이라고 해서 서둘러 돌아가지는 않으려고. 그냥 만월 잔치 때 가보려고. 너의 아빠한테 말해서 영양제 좀 챙겨서 소씨 가문으로 보내라고 해.”두 가문은 평소에도 연락을 자주 주고받았다. 전씨 할머니는 소정남을 친손자처럼 여기고 있었고 따라서 심효진도 무척 아꼈다.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을 들은 만큼 전씨 가문에서 영양제라도 보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전창빈이 투덜거리듯 말했다.“할머니, 그래도 정남 형의 첫아들이잖아요. 첫아이인데 직접 보러 가지도 않으세요?”“다들 내가 여기로 온 사실을 아니까 안 돌아가도 뭐라고 안 해.”그 아이는 소씨 가문의 손자였다.전씨 가문의 손자는 아니니 전씨 할머니가 언제 돌아가든 상관없었다.심지어 만월 잔치에 가지 않아도 누가 뭐라고 할 일도 없었다.“예정이가 아이 낳을 때 돌아갈 거야. 내 첫 증손주잖아.”전창빈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때는 저도 이틀쯤 휴가 내서 갈게요. 저한테도 첫 조카예요.”전씨 할머니는 곁에 있는 선우민아를 한번 보더니 전화 건너편의 손자에게 물었다.“휴가는 낼 수 있고? 민아 씨
Read more

제4265화

“좋아하게 됐는데 왜 아직도 숨기고 있어? 다시 물어보면 그때 솔직하게 말해.”전씨 할머니는 웃음을 거두어들이고 전창빈을 타일렀다.“네 큰형처럼 하지 마라. 끝까지 숨기다가 들켜서 관계가 깨질 뻔했던 거 너도 봤잖아.”전창빈은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할머니, 사실대로 말하면 민아 씨가 저를 바로 내보낼까 봐 걱정돼서 그래요. 그렇게 되면 선우씨 가문을 떠나야 할 텐데 그러면 다시 만나는 건 어렵거든요. 아가씨는 워낙 바쁜 사람이라 저랑 오래 얽힐 시간도 없어요. 그래서 민아 씨가 저를 좋아하게 됐을 때, 서로 마음이 있을 때 말하고 싶어요. 제가 멀리서 여기까지 와서 개인 요리사로 일한 것도 전부 그분을 만나기 위해서라고요. 요리해 준 건 끼니를 챙겨 주려는 것만은 아니었어요. 매일 함께 지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정이 쌓일 거라고 생각했거든요.”사랑 없는 결혼은 오래가지 않는 법.마음이 없다면 전창빈은 결혼하지 않을 것이고 그녀 역시 받아들이지 않을 터였다.전씨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네 걱정도 이해는 가. 내가 봐 온 민아 씨라면 네가 처음부터 결혼을 염두에 두고 다가갔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널 고용하지 않았을 거다.”그러고는 휴대전화를 선우민아에게 건넸다.선우민아는 처음부터 전씨 할머니 곁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빠짐없이 들었다.마음이 조금 복잡해지기는 했지만 화가 나지는 않았다.전창빈이 개인 요리사가 된 건 실력이었다. 그는 다른 지원자들과 똑같이 경쟁했고 여러 절차를 거쳐 선우민아가 직접 면접해 뽑은 사람이다.일할 때도 늘 성실했고 나중에 그가 전씨 가문의 여섯째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에도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그는 여전히 예의를 지켰고 스스로를 개인 요리사라는 역할에서 벗어나려 하지도 않았다.선우민아는 전창빈이 자신에게 품고 있는 감정을 알고 있었다.그럼에도 그는 한 번도 선을 넘는 행동을 한 적이 없었다.아직 고백할 용기가 없다는 그의 말도, 그녀로서는 이해가 갔다.선우민아가 그를 좋아하기도
Read more

제4266화

두 사람은 동시에 입을 열었다가 이내 함께 말을 멈췄다.잠시 정적이 흘렀다.결국 전창빈이 먼저 그 침묵을 깼다.“아가씨, 먼저 말씀하세요.”선우민아가 말했다.“저는... 딱히 할 말이 없어요. 그동안 창빈 씨가 하셨던 일들은 다 이해할 수 있어요.”“아가씨, 죄송해요. 숨긴 건 제 잘못이에요.”“미안해할 일은 아니에요. 애초에 이 일은 제가 알 길이 없었잖아요. 친구가 말해 주지 않았다면 창빈 씨가 전씨 가문의 여섯째 도련님이라는 것도 몰랐을 거예요. 두 번이나 조사했는데도 끝내 확인하지 못했거든요.”선우민아는 스스로를 비웃듯 말했다.“세상에는 저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알아요. 제가 알아내지 못했다는 건 창빈 씨나 창빈 씨 가족이 미리 알아채고 손을 쓴 거겠죠. 창빈 씨, 지금 저는 머리가 너무 복잡해요.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요. 이틀 정도만 시간을 주세요. 제가 돌아가면 그때 얼굴 보고 다시 이야기해요. 어때요?”전창빈은 이해한다는 듯 답했다.“네. 애초에 제 잘못이니까요. 아가씨가 화내지도 않으시고 저를 내보내지도 않으신 것만 해도 너무 감사하게 생각해요. 그럼 그쪽에 이틀 정도 더 계실 건가요?”전창빈은 선우민아가 답을 들었으니 곧 돌아올 거로 생각했다.선우민아는 가볍게 웃었다.“모처럼 온 김에 조금 더 머물려고요. 할머니는 제가 오래전부터 뵙고 싶던 분이잖아요. 전해 듣던 그대로인지 직접 곁에서 느껴 보고 싶어요. 요 이틀은 그냥 쉬는 시간으로 생각하려고요. 늘 바쁘게 지냈으니 저도 잠깐은 쉬어야죠.”이미 성인이 된 동생들은 각자의 몫을 맡아 선우민아와 함께 가문의 부담을 나누고 있었다.가끔은 이렇게 숨을 고르고 스스로에게 휴식을 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저희 할머니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분이에요. 아가씨가 이틀만 같이 지내보시면 분명 좋아하게 되실 거예요.”전창빈은 자기 할머니의 매력만큼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실제로 전씨 할머니와 한 번이라도 시간을 보낸 사람들은 하나같이 좋은 분이라고 말했
Read more

제4267화

“난 민아 씨 이런 성격이 참 마음에 들어요. 무슨 일이든 얼굴 보고 이야기하는 게 가장 좋죠.”전씨 할머니는 선우민아를 칭찬하며 휴대전화를 받아 주머니에 넣었다.그러고는 함께 앞으로 걸음을 옮기며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이야기가 이어졌다.답을 얻은 선우민아는 전씨 할머니에게 한층 더 가까워진 느낌이었다.전씨 할머니는 선우민아를 데리고 예진 리조트를 천천히 걷다가 저녁에는 밖에 나가 길거리도 구경하자고 했다.평소라면 쇼핑할 시간조차 없을 테니 이번 기회에 좀 돌아보자는 말이었다.장소민을 비롯한 며느리들도 전씨 할머니의 연락을 받고 예진 리조트로 돌아왔다.예비 막내며느리를 직접 본 장소민은 무척 흡족해하며 선우민아를 더없이 마음에 들어 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예씨 할머니는 매우 부러웠다.아직 혼자인 손자들이 몇이나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전씨 할머니가 직접 손주며느리를 고르고 손자를 보내 인연을 맺게 한 경우는 늘 결과가 좋았고 사이도 원만했다.예씨 할머니 역시 그 방식을 떠올리며 한 번쯤 따라 해 볼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그 순간, 아직 짝을 찾지 못한 예씨 가문의 몇몇 젊은이들은 이유 없이 긴장한 기색을 보였다.선우민아는 예씨 가문에 이틀을 머문 뒤에야 집으로 돌아왔다.선우씨 가문 저택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깊은 밤이었다.선우민아가 A시에 가서 관성 전씨 가문의 할머니를 만났다는 사실을 선우씨 가문에서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녀가 집을 비운 이틀 동안 모두 출장을 간 줄로만 알고 있었다.집에 돌아온 밤,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전창빈뿐이었다.가족들은 그녀가 언제 돌아올지 알 수 없었다.평소에도 선우민아는 늘 이른 출근과 늦은 귀가를 반복했기에 굳이 매일 밤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전창빈은 정원에 서서 선우민아의 차가 저택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선우민아는 돌아오기 전 미리 선우씨 가문의 운전기사에게 연락해 공항으로 마중 나오게 해 두었다.전창빈은 곧장 걸음을 옮겼다.불과 이틀이었지만 그에게는 몇
Read more

제4268화

경호원들과 운전기사는 선우민아에게 인사를 건네고 하나둘 자리를 떴다.아가씨를 무사히 집까지 모셔 왔고 전창빈도 곁에 있으니 더 걱정할 일은 없었다.모두 떠난 뒤에야 선우민아는 전창빈을 마주했다.전창빈 역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시선을 주고받았다.잠깐의 침묵 끝에 전창빈이 먼저 다가왔다.그는 조심스럽게 선우민아의 손을 잡아끌어 품에 안았다.“아가씨, 정말 보고 싶었어요. 이틀이 이렇게 길 줄은 몰랐어요. 모든 걸 알게 되신 뒤에 화가 나서 저를 멀리하실까 봐 계속 마음이 놓이지 않았어요. 우리 큰형이 겪었던 일이 저에게도 그대로 닥칠까 봐 겁이 났어요. 제가 숨긴 게 많았던 건 사실이니까요. 화가 나면 화내도 돼요. 뭐라고 해도 괜찮으니까 저를 외면하지만은 말아 주세요. 저는 하루라도 주방에 서지 않으면 몸이 근질거리는 사람인데 요 이틀 동안은 정말 손이 가지 않더라고요. 아가씨가 안 계시니까 그런가 봐요. 마음이 여기 없으니까 음식도 잘 안되더라고요.”선우민아는 말없이 그의 품에 기대었다.전창빈의 품은 편안했고 따뜻했으며 긴장마저 풀리게 했다.누군가에게 기대도 된다는 감각이 이런 것이구나 하며 그제야 실감이 났다.전창빈의 말을 한참 듣고 난 뒤에야 선우민아는 품 안에서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전화로도 말했잖아요. 저는 화난 것도 아니고 창빈 씨를 내보낼 생각도 없어요. 말하지 않아도 이해해요.”선우민아는 두 손을 들어 그의 얼굴에 올렸다.그리고 조심스럽게, 부드럽게 그의 얼굴을 만졌다.“이틀 동안 저도 많이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장 많이 떠오른 건 창빈 씨였어요. 그래서 깨달았어요. 제가 당신을 정말 좋아하고 있다는걸요. 이렇게 누군가를 마음에 담아 본 건 처음이에요. 한 남자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된 것도요. 전씨 할머니는 정말 유쾌하고 따뜻한 분이더라고요. 창빈 씨 어머니도, 두 분 작은어머니도 모두 편하게 대해 주셨거든요.”선우민아는 장소민과 꽤 오래 얘기를 나누었다.전창빈이 앞으로
Read more

제4269화

예상대로 선우민아가 대답했다.“예준영 씨가 직접 요리를 해 주셨어요. 솜씨가... 솔직히 말하면 창빈 씨보다는 못했어요. 그래도 먹을 만은 했어요. 제가 아무것도 안 먹으면 할머니들께서 걱정하실 것 같았고 괜히 예씨 가문이 접대를 소홀히 했다고 느끼실까 봐 조금 먹었어요. 예씨 가족들은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어요.”선우민아는 예씨 가문을 한 번 더 높이 평가했다.“전씨 가문이랑 닮았어요. 솔직히 말해서 그렇게 큰 가문을 오랫동안 화목하게 지켜 온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이름이 알려진 가문일수록 더더욱 그렇고요.”전씨 가문의 자손들은 전부 훌륭하게 자라나 각자 자신의 사업을 꾸려 가고 있었다.그래서 조상 대대로 내려온 가업을 두고 다투기보다는 오히려 그 자리를 맡는 일을 무거운 책임으로 여겼다.자유를 잃는 일처럼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사람마다 좋아하는 분야가 다른데 원치 않는 영역에서 가문의 일을 떠안고 버티다 보면 지치기 마련이다.“다음에는 제가 서원 리조트로 모실게요.”전창빈이 차분하게 말했다.예진 리조트는 예씨 가문의 저택이었다.전씨 할머니가 뻔뻔하게 그곳에 머물며 손님으로 지낸 셈이었다.전창빈은 약혼 상대가 될 사람이 처음으로 전씨 할머니를 만난 자리도 예씨 가문이었으니 아직 가문의 어른들께 정식으로 인사를 올린 것은 아니라고 여겼다.선우민아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다음에 언제 시간을 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그래도 몇 번쯤은 더 가게 되겠죠.”당분간은 다시 휴가를 낼 여유가 없었다는 뜻이었다.“우리에게는 시간이 많잖아요. 여유가 생길 때마다 다녀와요.”선우민아는 그를 바라보다가 이내 그의 팔을 가볍게 꼬집으며 웃었다.“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그런 생각까지 하다니...”“아가씨, 저는 당신 말고는 다른 여자를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이 평생 제 마음은 아가씨 한 사람뿐이에요. 이제 선을 넘었으니 저는 아가씨한테 정식으로 다가갈 겁니다.”그가 마음에 두고 있는 건 선우민아 한 사람만이 아니라
Read more

제4270화

전창빈은 그릇들을 정리하며 웃었다.“뭐니 뭐니 해도 자기 집만 한 곳은 없다는 말이 있잖아요. 어디를 가든 아무리 재미있고 멋져도 결국 집이 가장 편하죠.”그는 주방으로 들어가 설거지했다.선우민아는 잠시 자리에 앉아 있다가 일어나 주방으로 가 문가 앞에 서서 그가 일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왜 이런 집안일을 좋아해요?”“딱히 이유는 없어요. 그냥 좋아요. 요리하기 좋아하는 것과 똑같아요. 어릴 때부터 그랬는데 지금도 여전히 좋아요.”성인이 된 뒤에도 그는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있었다.전창빈은 그렇게 사는 것이 정말 좋다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고 또 그것으로 인해 돈도 벌 수 있으니 말이다.그는 손을 씻고 물기를 닦은 뒤에야 그녀를 향해 돌아섰다.“아가씨, 이제 늦었어요. 올라가서 쉬세요. 내일 아침에는 아가씨가 좋아하는 아침을 준비해 드릴게요. 요 며칠 민기 도련님이랑 민수 도련님께서 계속 맛있는 것 해 달라고 했는데 기분이 안 나서 안 해드렸거든요. 내일 맛있는 아침을 만들어 놓으면 분명 좋아할 거예요.”선우민아가 그를 보며 말했다.“그렇게 좋아하는데 왜 안 해 줬어요?”평소에도 전이혁은 두 아이를 유난히 살뜰하게 챙겼다.선우민아는 그가 아이들을 좋아해서 누구에게나 다정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하지만 이제는 알 것 같았다.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녀를 아내로 받아들이고 있었고 그녀의 가족 역시 가족으로 여기고 있었다.그래서 더 각별하게 마음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전창빈의 눈에 선우민기 형제는 이미 꼬마 처남이었다.미래의 처남은 당연히 아끼고 챙길 수밖에 없었다.선우민아는 새삼 감탄이 나왔다.이 남자는 그녀와 그녀의 가족에게 서서히 스며들어 빠져나올 수 없게 만들었고 그녀 역시 모르는 사이 그 안에 완전히 익숙해져 있었다.그렇다고 싫은 건 아니었다.선우민아는 화내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이렇게 조용히, 묵묵히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이 행복처럼 느껴졌다.그것도 꽤 달콤한 행복으로.“정신이 다른
Read more
PREV
1
...
425426427428429
...
458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