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태호는 몸을 돌려 그대로 방을 나갔다.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린 뒤에야 여운별은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그녀는 용태호 부자가 통화할 때 이미 깨어 있었지만 엿듣고 있었다는 의심을 살까 봐 숨조차 크게 쉬지 못한 채 가만히 누워 있었다.조금 전에 그 늙고 음흉한 용태호가 침대 앞에 서서 그녀를 내려다보던 순간 그의 눈빛에는 분명 살기가 서려 있었다.여운별은 머지않아 그가 자신을 죽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 생각에 여운별의 가슴은 공포로 죄어 왔다. 도망치고 싶었지만 달아나 봐야 빠져나가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이 먼저 앞섰다.그녀를 도와줄 사람도 없었다.순간 여운초를 찾아가 모든 것을 털어놓고 싶다는 생각이 스쳤지만 곧 그 마음도 접었다. 오늘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것 자체가 바로 여운초가 만들어 낸 결과였으니까.여운별은 여운초와 끝까지 맞설 작정이었다.어느 한쪽이 쓰러지지 않고서는 끝나지 않을 싸움이었다.설령 자신이 죽더라도 여운초만은 반드시 함께 끌어들이려고 했다.전씨 그룹, 대표 사무실.전태윤은 책상에 앉아 서류를 보다가도 고개를 들어 임신한 아내를 바라보곤 했다.하예정은 오늘 그와 함께 회사에 나왔는데 조금 뒤 병원에 가서 임신 정기 검진을 받을 예정이었다.담당 의사와의 예약 시간은 10시였다.하예정이 검진받으러 갈 때면 전태윤은 한 번도 빠짐없이 언제나 곁을 지켰다.일밖에 모르던 예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아내 앞에서는 한없이 약한 사람, 아내를 지나치게 아끼는 남편이 되어 있었다.“여보, 물 좀 마실래? 과일 먹을까? 간식은? 지금 뭐 보고 있어?”그는 하던 일을 아예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에 앉아 있는 하예정 쪽으로 다가갔다.하예정이 보고 있던 책은 육아서였다.전태윤이 직접 사 온 책이었는데 사실 그는 전부 다 훑어보았다.그는 임신과 관련된 책이라면 손에 닿는 대로 여러 번 읽었고 최근에는 육아에 관한 책들을 또 사들였다.아직 아이는 태어나지도 않았지만 그는 벌써부터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아이가 태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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