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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19 Chapters

제4211화

전창빈이 대답했다.“다들 오늘 일찍 일어났어요. 특히 민수 도련님은 민기 도련님보다 먼저 일어나셨어요. 이런 추운 날씨에 그렇게 일찍 일어나는 것도 쉽지 않죠.”전창빈 자신도 가끔은 더 누워 있고 싶을 때가 있었다. 따뜻한 이불을 벗어나기가 아쉬울 때가 적지 않았다.A시는 설이 지나도 여전히 추웠다.반면 관성은 낮에는 20도를 넘겼고, 밤이 되어도 기온이 십몇 도에 머물렀다.같은 나라 안이라 해도 두 도시의 날씨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관성 쪽 기온은 이곳 사람들 기준으로 보면 한결 편안한 편이었다.선우민아가 웃으며 말했다.“민수는 늦게 오면 아침 못 먹을까 봐 그러는 거예요. 자기가 안 오면 아침 안 차려 줄까 봐요. 완전 먹보죠.”집에서는 아이들 먹는 거로 부족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좋은 음식이 있으면 늘 두 아이부터 챙겼는데도 두 꼬마는 꼬박꼬박 아침을 챙겨 먹었다.선우민기는 가끔 편식할 때도 있지만 선우민수는 달랐다.그는 반찬이 없어도 밥에 간장만 있으면 두 그릇은 거뜬히 먹었다.다행히 둘 다 늘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움직이는 편이라 잘 먹어도 살이 찌지는 않았다.그래도 혹시 살이 찌기 시작하면 선우민아가 나설 생각이었다. 두 남동생이 너무 통통해지지 않는 게 좋다고 여겼기 때문이다.전창빈이 웃으며 덧붙였다.“민수 도련님이 여기 와서 먹는 걸 좋아하는 건 알고 있어요. 그래서 매일 빠짐없이 아침을 챙겨드렸죠. 가리는 것도 없고 뭐든 잘 먹어서 민수 도련님 아침을 준비하는 것이 가장 편해요.”그래도 전창빈은 두 아이의 아침을 늘 똑같이 준비했다.괜히 한쪽만 더 챙긴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였다.요리 솜씨가 매우 좋아 간단한 식사도 보기 좋게 차려 냈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부분도 놓치지 않았다.음식은 만화 캐릭터나 작은 동물 모양으로 만들었는데 그럴 때마다 두 형제는 눈에 띄게 좋아했다.“언니, 언니!”선우정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곧이어 그녀가 안으로 들어왔다.“아직도 회사에 안 나갔어?”선우민아는 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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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12화

전창빈은 여전히 부드러운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큰아가씨께서 잘 가르치신 덕분이죠.”요즘 들어 그는 스스로도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느끼고 있었다.전씨 할머니께서 골라 주신 인연이 뜻밖에도 그의 요리 실력까지 키워 주고 있었다.“단 걸 좀 먹으니까 기분이 많이 나아졌어요.”선우정아는 그렇게 말하며 디저트 하나를 더 집어 들었다.전창빈은 조용히 자리를 물러났다. 자매가 나누는 이야기에 굳이 끼어들 필요도 없었고 여자들끼리의 사적인 대화를 엿들을 생각도 없었다.선우민아가 담담하게 말했다.“그냥 신경 쓰지 마. 그 사람 때문에 출근까지 안 할 건 아니잖아. 네가 이렇게 반응할수록 그 사람은 더 집요해질 거야. 아예 공기 취급해 봐. 무슨 짓을 하든 반응하지 말고. 계속 아무 반응이 없으면 결국 스스로 포기하게 돼 있어.”선우정아는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근데 나한테서 떨어지면 수아나 지아한테 달라붙을까 봐 그게 걱정이에요. 걔들은 우리만큼 버틸 힘이 없잖아요.”그래서 차라리 자신이 앞에서 막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 사람만 보면 괜히 짜증이 나요. 하루 기분이 다 잡칠 정도로요. 가끔은 정말 한 번 혼내 주고 싶어요. 내가 만만해 보여서 그러는 건가 싶기도 하고.”선우민아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그럴 수도 있지.”선우정아의 눈이 반짝였다.“언니도 그 사람 마음에 안 들죠?”“처음부터 호감이 갈 만한 사람은 아니었어.”“그럼 나도 참지 않을래요. 어차피 우리 집이랑 용씨 가문이랑 협력할 일도 없잖아요.”선우정아는 언니의 속내를 살피려는 의도로 그런 말을 꺼냈다.필경 용찬은 용씨 가문의 대리 가주 아들이지 않은가.용태호는 용찬을 후계자로 여기고 있었다. 그만큼 아들을 각별히 아끼며 중히 여겼다.“응. 지금으로서는 용씨 가문이랑 협력할 생각 없어. 다만 나중에 진짜 후계자가 돌아와서 용씨 가문을 맡게 되면 그때 가서 상황을 보고 판단하려고. 그 아이가 아직 살아 있는지조차 확실하지 않잖아.”불쌍한 아이는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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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13화

선우정아도 작은 접시에 담긴 디저트를 다 먹고는 선우민아를 따라 나갔다.“언니는 매일 그렇게 바쁘게 움직이면서 피곤하지도 않아요?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제대로 쉬셔야죠. 오늘 하루만 집에서 쉬어요. 언니 일은 제가 대신 처리할게요.”선우정아는 언니가 하루쯤 쉬면서 전창빈과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선우민아는 고개를 저었다.“오늘은 안 돼. 중요한 회의도 있고 꼭 만나야 할 고객도 두 분이나 있어. 진짜 괜찮아, 걱정하지 마. 앞으로는 술도 안 마실 거야.”지금의 그녀라면 접대 자리에서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해도 감히 권할 사람은 없었다.많은 사람들이 선우민아가 밖에서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괜히 누군가에게 이용당할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였다.다만 기분이 좋을 때는 아주 가끔 예외를 두기도 했다.그렇다고 해도 두어 잔이 전부였다.선우정아도 더는 설득하지 않았다.커피를 마신 뒤, 선우민아는 동생과 함께 회사로 향했다.두 사람의 차가 별장 단지 입구에 이르렀을 때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는 용찬이 보였다.선우민아는 창문을 내릴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용찬의 아버지가 직접 찾아온다고 해도 만나 주지 않았을 것인데 하물며 용찬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선우정아는 언니의 차에 타고 있었고 그녀의 차는 경호원이 운전해 뒤따르고 있었다.용찬은 그 차가 선우민아의 차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봤다.그녀가 움직일 때면 늘 여러 대의 경호차가 앞뒤로 붙었다.중심에 선우민아의 차가 있고 그 주변을 호위하는 차들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모습이었다.그 모습은 그의 존재감마저 눌러 버릴 만큼 위압적이었다.사실 용찬이 마음에 두고 있던 사람은 선우민아였다.하지만 그 여자는 그의 아버지조차 눈에 넣지 않았다.용태호가 몇 번이나 직접 찾아왔지만 선우민아는 끝내 얼굴을 내밀지 않았고 그가 보낸 선물도 하나같이 다시 돌려보냈다.아무리 손을 써도 꿈쩍하지 않았다.협력을 명분으로 접근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선우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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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14화

전화를 건 사람은 아버지였다.용찬은 잠시 숨을 고른 뒤 차쪽으로 걸어가며 전화를 받았다.“아버지.”“어떻게 됐어? 뭐라도 좀 성과가 있냐?”용태호는 지금 여운별의 방에 있었다. 이미 몸을 일으켜 베란다로 나와 아들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침대 위의 여운별은 아직 깊이 잠들어 있었다. 잠든 얼굴에도 미간이 살짝 찌푸려져 있는데 편안해 보이지는 않았다.어젯밤 그녀는 밤새 제대로 쉬지 못했다.용태호는 몇 번이나 그만해 달라는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동작을 멈추지 않았고 정신이 흐려질 만큼 약까지 먹이며 그녀를 몰아붙였다.이 남자는 늙은 변태였다!여운별은 의식을 놓기 직전까지 속으로 그를 원망했다.하지만 알고 있었다. 그가 이렇게까지 거칠게 대하는 이유를.그녀는 용태호의 진짜 아내가 아니라 그저 곁에 두고 쓰는 노리개일 뿐이었다.만약 그의 아내였다면 적어도 이런 취급은 받지 않았을 것이다.한때는 용씨 사모님 자리를 넘보던 여운별도 이제는 그런 야심을 품지 않았다.하예정을 상대로 복수할 마음조차 사라진 지 오래였다.그저 용태호에게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다.하지만 한 번 당긴 활시위는 되돌릴 수 없는 법이다.그녀는 이미 용태호라는 배에 올라탄 상태였고 내리고 싶다고 해서 내릴 수 있는 처지도 아니었다.더군다나 시작부터 그녀의 선택은 아니었다. 모든 것은 용태호의 강요로 벌어진 일이었다.용찬이 불만을 토로했다.“정아 씨도 만만치 않아요. 차라리 그 가문의 다섯째 딸을 노려야 했어요. 사회에 막 나온 애라 세상 물정을 덜 알 테고 그만큼 상대하기도 쉬웠을 텐데...”선우정아를 상대로 꽤 오랜 시간 동안 정성을 들였지만 손에 잡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그제야 용찬은 뒤늦게 선택을 후회했다. 애초에 선우씨 가문의 다섯째 딸을 택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그러나 그건 착각에 불과했다.선우씨 가문에서 자란 딸들은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방심할 상대들이 아니었다.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막내조차도 바깥사람을 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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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15화

“그때 그 사람들을 아예 다 같이 치워야 했어요. 아버지한테만 충성하는 사람들로 새로 들여야 했고요.”용찬은 여전히 그 결정이 못내 아쉬웠다. 그 사람들을 남겨 둔 게 결국 발목을 잡고 있다고 생각했다.용태호가 한숨을 내쉬었다.“사람들이 너무 많았어. 다 친척이거나 오래 엮인 친구들이었지. 목적도 같았고. 그걸 한 번에 정리하는 건 쉽지 않았어.”그는 한때 사람들을 부추겨 함께 전임 가주 일가를 통째로 없앴다.노인도 아이도 예외는 없었다.그 일이 가능했던 것은 그들 모두가 방계였고 오랫동안 가주 자리를 독차지해 온 정통 혈통을 시기 질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같은 불만과 같은 목표가 있었기에 그의 음모가 먹혀들었다.그는 20년 가까운 시간을 버티며 때를 기다렸다.마침내 때가 되었다고 판단했을 때 그는 바로 움직였다.하지만 막상 전임 가주 일가를 쓸어버리고도 가주 자리는 그의 것이 되지 못했다.가주 전용 도장도, 증표도, 도템도 손에 넣지 못했다.결국 그는 대리 가주라는 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었고 가주에게 충성하던 인맥도 손댈 수 없었다.용씨 가문의 재산 역시 마찬가지였다. 상당한 부분은 여전히 그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묶여 있었다.용씨 가문의 규율을 세운 조상은 참으로 치밀했다. 이렇게까지 여러 제약을 만들어 둔 것을 보면 아마 용태호와 같은 야망이 큰 자를 미리 경계했던 것이 틀림없었다.적통을 없앤다고 해서 곧바로 가문 전체를 손에 쥘 수 없도록 해 둔 것이다.하여 용태호는 끝내 진짜 가주가 되지 못했고 용씨 가문이 쌓아 온 막대한 자산에도 손을 뻗을 수 없었다.생각할수록 분통이 터질 노릇이었다.“알겠어요. 그럼 조금 있다가 돌아갈게요.”여자 문제에 매달릴 때가 아니라 지금은 집안일이 훨씬 중요했다.용찬은 결국 아버지의 뜻을 받아들였다.“집에 돌아가면 주얼리 가게부터 들러. 예전에 내가 주문해 둔 세트가 있어. 그거 찾아서 네 엄마한테 가져다드려. 내가 준비한 거라고 알려주면서 기분도 좀 풀어 드려.”용찬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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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16화

용태호는 몸을 돌려 그대로 방을 나갔다.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린 뒤에야 여운별은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그녀는 용태호 부자가 통화할 때 이미 깨어 있었지만 엿듣고 있었다는 의심을 살까 봐 숨조차 크게 쉬지 못한 채 가만히 누워 있었다.조금 전에 그 늙고 음흉한 용태호가 침대 앞에 서서 그녀를 내려다보던 순간 그의 눈빛에는 분명 살기가 서려 있었다.여운별은 머지않아 그가 자신을 죽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 생각에 여운별의 가슴은 공포로 죄어 왔다. 도망치고 싶었지만 달아나 봐야 빠져나가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이 먼저 앞섰다.그녀를 도와줄 사람도 없었다.순간 여운초를 찾아가 모든 것을 털어놓고 싶다는 생각이 스쳤지만 곧 그 마음도 접었다. 오늘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것 자체가 바로 여운초가 만들어 낸 결과였으니까.여운별은 여운초와 끝까지 맞설 작정이었다.어느 한쪽이 쓰러지지 않고서는 끝나지 않을 싸움이었다.설령 자신이 죽더라도 여운초만은 반드시 함께 끌어들이려고 했다.전씨 그룹, 대표 사무실.전태윤은 책상에 앉아 서류를 보다가도 고개를 들어 임신한 아내를 바라보곤 했다.하예정은 오늘 그와 함께 회사에 나왔는데 조금 뒤 병원에 가서 임신 정기 검진을 받을 예정이었다.담당 의사와의 예약 시간은 10시였다.하예정이 검진받으러 갈 때면 전태윤은 한 번도 빠짐없이 언제나 곁을 지켰다.일밖에 모르던 예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아내 앞에서는 한없이 약한 사람, 아내를 지나치게 아끼는 남편이 되어 있었다.“여보, 물 좀 마실래? 과일 먹을까? 간식은? 지금 뭐 보고 있어?”그는 하던 일을 아예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에 앉아 있는 하예정 쪽으로 다가갔다.하예정이 보고 있던 책은 육아서였다.전태윤이 직접 사 온 책이었는데 사실 그는 전부 다 훑어보았다.그는 임신과 관련된 책이라면 손에 닿는 대로 여러 번 읽었고 최근에는 육아에 관한 책들을 또 사들였다.아직 아이는 태어나지도 않았지만 그는 벌써부터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아이가 태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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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17화

전태윤은 하예정이 앞으로는 자기 사무실에 오지 않을까 봐 오늘은 정말 바쁘지 않다고 거듭 말했다.하예정의 임신 정기 검진에 동행해야 했기 때문에 그는 오전 일정도 진작에 모두 바꾸었다.그의 비서는 하예정의 검진 날짜를 정확히 알고 있어서 그녀가 전태윤과 함께 회사에 들어오기만 하면 말없이 일정을 바꾸어주었다.어떤 날에는 애초에 그날 일정 자체를 잡아 두지 않기도 했고 설령 잡혀 있더라도 전태윤이 취소하거나 조정하라고 지시했다.요즘 그에게는 아내에 관한 일이면 무엇보다 중요했다.여덟째 동생 전유림마저도 전태윤의 업무를 분담할 수 있었던 터라 몇 년 동안 무거운 책임을 떠안아 온 자신도 이제는 조금 쉬어도 된다고 여겼다. 회사가 키워 온 인재들도 많기 때문에 지금 일을 시키지 않으면 언제 시키겠느냐는 생각이었다.모두가 정신없이 일하느라 물 한 모금 마실 틈도 없는데 정작 대표인 전태윤은 예전보다 한결 여유로웠다.잠시 뒤 전태윤은 따뜻한 물 한 잔을 다시 들고 돌아왔다.그는 물잔을 하예정 앞에 내려놓고 그녀의 곁에 붙어 앉았다.하예정이 들고 있던 책을 힐끗 몇 번 보더니 이내 책을 빼앗았다.“너무 오래 봤어. 이제 좀 쉬어, 피곤하면 안 돼.”하예정은 책을 거두는 남편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오래 본 건 아니에요. 안 피곤해요.”“그럼 나 좀 봐봐. 나도 한 살 더 먹었는데 늙어 보여? 그래도 아직 괜찮지?”하예정은 그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장난스럽게 남편의 팔을 가볍게 때렸다.“자꾸 사람 웃기지 마요. 자꾸 웃기면 배가 다 아파요. 당신만 나이를 먹는 것도 아니잖아요. 나도 같이 먹는 건데 꼭 나만 안 늙는 사람처럼 말하네요. 똑같이 새해를 맞이했는걸요. 내 눈에 당신은 백마 탄 왕자예요. 언제 봐도 잘생겼어요.”그녀는 웃으며 손을 뻗어 전태윤의 얼굴을 살짝 꼬집더니 몸을 기울여 그의 얼굴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하지만 전태윤은 뽀뽀로는 만족 못 하고 얼굴 말고 입술에도 해 달라는 듯 그녀를 바라봤다.사무실에는 둘 말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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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18화

“헬스장에 조금만 열심히 다니면 되잖아요. 요즘 당신이 헬스장에 가는 횟수가 확실히 줄었어요.”요즘 전태윤은 퇴근만 하면 곧장 집으로 돌아가 하예정 곁을 떠나지 않았다.그러니 자연히 운동할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잘 먹고 움직임이 적으니 살이 조금 붙는 것도 이상할 일은 아니었다.아무리 천하의 전태윤일지라도 마음껏 먹고도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은 아니었다.그가 오랫동안 모델 같은 몸을 유지해 올 수 있었던 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운동을 이어 왔기 때문이었다.“아...”하예정이 갑자기 소리를 내자 전태윤은 거의 벌떡 일어났다.“아파? 설마 지금 애가 나오려는 거야? 당장 병원 가자.”말하며 그는 아내를 안아서 들려 했지만 하예정이 재빨리 그의 손을 붙잡았다.“긴장 안 해도 돼요. 출산 예정일도 한참 남았는걸요. 아기가 또 찼어요. 요즘은 차는 힘이 점점 세져요.”임신 후기로 접어들면서 뱃속의 아이는 눈에 띄게 힘이 붙었는데 가끔은 몇 번만 차도 통증이 느껴질 정도였다.그제야 전태윤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괜히 걱정했다.첫 아이를 기다리고 있는 아버지인 만큼 아직은 모든 게 낯설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그가 몰래 들어가 있는 임산부 채팅방에는 임신 7, 8개월에 아이를 낳았다는 글이 종종 올라오곤 했다.조산이었다.그런 글들을 몇 번 보고 나니 전태윤은 하예정이 혹시라도 조산할까 봐 괜히 마음이 불안해졌다.임신 세계와는 거리가 먼 남자 하나가 채팅방 안에 섞여 있다 보니 이런 말들에 더 쉽게 휘둘렸다.“채팅방에 어떤 임산부가 며칠 전에 조산했대. 29주에 낳아서 애는 태어나자마자 인큐베이터로 들어갔대. 여보, 나 가끔 꿈도 꿔. 당신이 갑자기 통증이 와서 내가 막 병원에 데려가려는데 차 열쇠를 안 들고나온 거야. 다시 찾으려고 해도 꿈에서는 어디에 뒀는지 도무지 생각이 안 나는 거 있지. 너무 급해서 아빠와 엄마한테 전화해서 열쇠 좀 갖다 달라고 하려는데 번호도 하나도 떠오르지 않아. 땀은 줄줄 나고 급해서 미칠 것 같은데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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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19화

아이가 태어나면 전태윤은 그동안 몇 달에 걸쳐 익혀 온 것들을 아이에게 차근차근 가르쳐주며 제대로 된 아빠가 될 생각이었다.하예정은 그를 감싸안고 있던 팔을 풀며 몸을 옆으로 돌리려 하자 전태윤도 자연스럽게 손을 놓아 주었다.그녀는 그의 얼굴에 가볍게 입맞춤을 연이어 남겼다.“여보, 당신이 곁에 있으니까 나도 아이도 다 괜찮을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마요.”입을 맞춘 뒤 하예정은 부드럽게 그를 위로해 주었다.“당신은 내 버팀목인데 당신까지 그렇게 긴장하면 나도 덩달아 긴장하게 된단 말이에요. 그러면 오히려 더 안 좋아요.”그 말에 전태윤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내가 두 사람 다 잘 지킬게. 그래. 걱정 안 할게.”그는 다시 하예정의 불룩해진 배를 살며시 쓰다듬었다.“이 아이는 꽤 차분한 성격일 거야. 너무 개구쟁이는 아닐 거야.”하예정은 배 속에서 느껴지는 움직임이 그리 심하지 않은 것 같았다. 유난히 심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때조차 전태윤에게는 말하지 않았다.괜히 이야기했다가 그가 또 지나치게 걱정할 것이 뻔했다.두 사람은 잠시 알콩달콩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그리고 하예정이 전태윤을 재촉해 다시 할 일을 보러 가게 했다.“조금 있으면 병원에 가야 하는데... 이번에는 내가 혼자 다녀올까요?”“아니, 나도 같이 갈 거야. 늘 내가 함께 갔는데 이번에도 빠질 수는 없지.”하예정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알았어요. 그럼 같이 가요. 대신 급한 일부터 먼저 처리해요. 난 책 좀 더 보고 있을 테니까.”그녀의 얼굴에 가볍게 입을 맞춘 뒤 전태윤은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 쪽으로 돌아가 앉았다. 한동안 책을 읽던 하예정은 문득 떠오른 생각에 가방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자 그녀가 곧바로 물었다.“언니, 윤미 씨는 좀 어때? 열은 다 내렸어?”이윤미의 오른팔에 난 상처 자체는 오히려 심하지 않았다.그러나 문제는 바닷가에서 오래 바닷바람을 맞아 몸에 냉기가 깊이 들어가 심한 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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