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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내 남편은 억만장자: Chapter 4491 - Chapter 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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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91화

전태윤은 잠시 침묵하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몇 년만 지나면 하연이도 학교 다닐 텐데 공부도 잘할 거야. 우리 전씨 가문 사람들 머리 좋은 거야 다 알잖아.”하예정이 웃으며 말했다.“하연이 이제 겨우 한 살 조금 넘었어요. 말도 아직 또렷하지 않은데 벌써 성적 걱정은 너무 이르죠. 나중에 공부를 잘할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성적보다 아이들이 건강하고 무탈하게 자라는 게 더 중요해요.”설령 아이들이 전태윤처럼 뛰어난 머리를 물려받지 못해 성적이 평범하더라도 하예정은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공부 잘하는 부모 사이에서도 기대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으니까.늘 좋은 결과만 이어질 수는 없는 법이었다.“맞아. 우리 애들은 건강하게만 자라면 돼.”전태윤은 문득 전씨 가문의 상황을 떠올렸다. 형제도 많고 다음 세대 아이들도 벌써 여러 명이나 태어났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사촌 조카들도 있으니 앞으로 식구는 더 늘어날 터였다.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가문의 책임을 맡을 사람도 생길 것이고 굳이 그의 자식들까지 짐을 떠안을 필요는 없다고 여겼다.공부 역시 억지로 시킬 생각은 없었다. 아이들이 할 수 있는 만큼 하면 되는 것이고 잘 먹고 잘 자며 밝게 자라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봤다.전태윤 부부가 이미 충분한 재산을 마련해 둔 만큼 아이들이 꼭 큰 성공을 하지 않더라도 평생 부족함 없이 살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괜히 무리한 투자만 하지 않는다면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부자 집안에서 가장 걱정하는 것도 결국 무리한 투자로 재산을 잃는 일이다. 차라리 안정적으로 지내는 편이 나았다.하예정이 다시 물었다.“여보, 지금 바쁘죠? 아까 회의 중이라고 했잖아요.”하예정은 아이들이 궁금해 밖에 좀 나가 보려고 통화를 슬슬 끝내려 했다.그러자 전태윤이 또 불만을 늘어놓았다.“여보, 벌써 끊으려고? 나랑 통화하는 게 그렇게 지루해? 우리 아직 제대로 얘기도 못 했잖아. 나 지금 안 바빠. 회의는 이진이랑 정남에게 맡겼어. 사무실에 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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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92화

전태윤은 담배도 안 피우고 술도 마시지 않았다.일은 계속했지만 예전처럼 늦게까지 야근하지는 않았고 되도록 밤 열한 시 전에는 쉬려고 했다.그 시기 하예정도 업무량을 줄였다. 둘째를 준비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심효진과 성소현이 일을 많이 나눠 맡아 준 덕분에 한결 여유가 생겼다.성소현 부부도 결혼 후 아들을 하나 두었는데 둘째 계획은 아직 확실하지 않았다.주변 친척이나 지인들이 죄다 아들을 낳더니 자기들까지 아들을 낳았다며, 사실은 딸을 원했었다고 툴툴대기도 했다.성기현 부부는 둘째를 낳았는데 예상대로 또 아들이었다. 성씨 가문의 어른들 사이에서는 이러다 집안이 전씨 가문처럼 남자아이만 가득한 집안이 되는 것 아니냐는 농담까지 나왔다.성씨 가문의 둘째 아들은 지난해에야 결혼해 아직 아이는 없었다.현재 딸을 둔 집은 예준성 부부와 전태윤 부부 정도였고 이씨 가문의 하예진(이예진)은 재작년에 둘째로 딸을 낳았다.이름은 이다빈, 애칭은 ‘꼬물이’였다. 아기 때 잠에서 깨면 몸을 꼼지락거리며 한참을 뒤척이는 모습이 귀여워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이다빈은 전하연보다 반 살 많아 이제 두 살이 조금 넘었고 말도 빠르고 영리한 아이라 이씨 가문과 노씨 가문 모두에게 무척 사랑받는 막내딸이었다.“그래도 그때는 지금처럼 일이 많지는 않았잖아요. 이 얘기는 그만하고 얼른 회의 들어가요. 나도 나가서 애들 좀 보고 와야겠어요. 도련님 혼자 둘을 제대로 잘 챙기고 있을지 걱정돼요. 저녁에 일 끝나면 영상 통화해요. 애들도 당신 보고 싶어 하니까.”전태윤이 코웃음을 쳤다.“지금 한창 신나게 놀고 있을 텐데 나 생각이나 하겠어? 하나같이 정 없는 녀석들이야. 밖에 나가면 아빠는 안중에도 없지. 불쌍한 나만 집에 남아서 여보랑 애들 위해 일만 하고 밤마다 혼자 빈방 지키고 있다니까.”하예정이 웃음을 터뜨렸다.“저를 웃겨 죽일 생각이에요? 알았어요. 열흘 뒤에 돌아갈게요. 애들이 더 놀고 싶다고 하면 도련님한테 맡겨 두고 저 혼자 먼저 갈게요. 됐죠?”결혼한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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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93화

하예정이 말했다.“임준은 겨우 여섯 살이잖아요. 한창 뛰어놀 나이인데 너무 서두르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전태윤이 피식 웃었다.“여름방학 시작하자마자 집안을 뒤집어 놔서 다들 머리 아프다고 난리였대. 그래서 그냥 고된 훈련에 보내 버린 거지.”하예정은 웃고 말았다. 아이 키워 본 사람이라면 다 아는 일이다. 말은 쉬워도 실제로 돌보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니까.“여보, 나 이제 일 좀 할게. 저녁에 퇴근해서 집에 가면 영상 통화하자.”“네. 집에 도착하면 바로 영상 전화해요. 시간이 좀 이르면 아이들이랑도 통화하게 해 줄게요. 너무 늦으면 나랑만 이야기해야 할 수도 있고요.”전태윤이 웃었다.“난 여보랑 이야기하는 게 더 좋아.”하예정이 전화 너머로 뽀뽀 소리를 내 주자 그제야 전태윤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통화를 끝냈다.전태윤은 굳이 회의실로 돌아가지 않았다. 회의도 거의 마무리 단계였고 전이진이랑 소정남이 알아서 잘 처리할 거라 믿고 있었다.기분 좋게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직접 커피 한 잔을 내려 마셨다.아내와 아이들이 집에 없는 동안은 차라리 늦게까지 일하다 들어갈 생각이었다. 그래야 하예정이 돌아왔을 때 며칠쯤 시간을 비워 함께 보내고 아이들도 데리고 마음껏 놀러 다닐 수 있을 테니까.평소 주말만 되면 전태윤 부부는 차를 몰고 훌쩍 여행을 떠나곤 했다. 두 아이의 손을 잡고 이곳저곳을 다니며 세상을 보여 주는 것이 부부에게는 무엇보다 즐거운 일이었다.여섯 살밖에 되지 않은 전시우도 벌써 꽤 많은 곳을 다녀봤다. 반면 전하연은 집안에서 워낙 귀하게 여기는 아이라 걸음마를 뗀 뒤에야 먼 길 외출이 허락되었다.평소에는 주로 서원 리조트 안에서 시간을 보냈는데 다행히 공간이 넓어 아이가 뛰어놀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평일에는 전태윤 부부가 아들을 데리고 시내 집에서 지냈는데 학교에 다니기 편했다.전하연을 데려가지 않는 것은 원치 않아서가 아니라 어른들이 너무 아쉬워했기 때문이었다.전태윤 부부 모두 일로 바쁘고 전시우도 학교에 다니는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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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94화

전씨 할머니는 무엇보다 증손주들이 한데 모여 떠들며 노는 모습을 좋아하셨다. 평소에는 그렇게 말썽꾸러기처럼 굴던 아이들도 전씨 할머니 앞에만 서면 신기할 만큼 얌전해졌다.손주 세대는 전씨 할머니가 직접 키우다시피 하며 사람 구실을 하게 만들었지만 증손주들까지 세세히 챙기기에는 아무래도 예전만큼 기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그래도 맏이, 둘째, 셋째 정도는 전씨 할머니 손을 조금 탄 편이었다. 그 아이들이 태어났을 무렵까지만 해도 아직 정정했기 때문이다.전태윤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소정남이 고개를 끄덕였다.“방학이면 시간 좀 내서 애들 데리고 어디 다녀오는 것도 괜찮겠네요. 임준이도 훈련 좀 시키고 나면 일정에 맞춰서 효진이가 애들 데리고 바람 좀 쐬고 오게 하면 좋겠어요.”안전하기만 하면 그뿐이었다.그들 가문의 아이들 모두 아직 언론에 얼굴이 알려진 적은 없었다. 그래서 외출할 때는 늘 동선을 은밀하게 관리했고 멀리 나갈수록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관성에 있으면 괜히 기자들이 들러붙기 쉬웠지만 다른 지역으로 나가면 그냥 평범한 가족처럼 지낼 수 있어 훨씬 자유로웠다.소정남이 자리에 털썩 앉으며 물었다.“커피 더 있어? 우리 것도 한 잔 줘.”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던 전태윤이 턱짓으로 안쪽을 가리켰다.“저기 아직 있어. 마시고 싶으면 직접 가서 따라 와. 우리 사이에 뭘 그런 걸 부탁하냐.”떠먹여 주기라도 바라냐는 말투였다.소정남은 전이진에게 커피 마실 거냐고 묻고는 대답을 듣자마자 바로 커피 코너로 향했다. 잠시 뒤 김이 은은히 오르는 커피 두 잔을 들고 돌아왔다.전태윤이 무심코 물었다.“그 프로젝트 결국 어떤 안으로 정리됐어?”“네가 괜찮다고 했던 그 프로젝트 말이야? 우리도 검토해 보니까 괜찮더라고. 그래서 그걸로 정리했어.”소정남이 커피 한 잔을 전이진에게 건네고 다시 자리에 앉았고 대답도 자연스럽게 그가 이어 했다.전태윤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 정도면 충분하지. 괜찮아 보이더라.”소정남이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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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95화

생활이 행복해지며 전태윤에게서 느껴졌던 날 선 기운도 자연스럽게 누그러졌다.그는 예전보다 훨씬 부드러운 분위기가 더해졌고 그 덕에 어디를 가도 시선을 끄는 일이 잦았다.문제라면 그만큼 원치 않는 관심도 따라붙는다는 점이었다.가끔은 분수도 모른 채 하예정을 찾아와 황당한 제안을 늘어놓는 사람도 있었는데 언니로 모시겠다느니, 둘째나 셋째 자리라도 괜찮다느니 하며 전태윤을 함께 나누어 가지자는 식이었다.정작 하예정은 크게 개의치 않았지만 전태윤이 오히려 더 불쾌해했다.사실 하예정은 이미 이런 상황에 익숙해져 있었다. 결혼 후로 비슷한 일이 간간이 있었고 이제는 일일이 신경 쓰기도 귀찮았다.직접 찾아와 귀찮게 굴지만 않으면 그냥 모른 척 넘겼다. 어차피 전태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사람도 거의 없었으니까.결혼 8년 동안 실제로 전태윤 곁까지 접근했던 사람은 예전에 사업 문제로 몇 번 마주쳤던 도차연뿐이었다. 그 이후로는 시도 자체가 쉽지 않았다.가까이 가지도 못하면서 괜히 하예정을 자극해 봐야 의미가 없었고 하예정 역시 그런 일에 시간을 쏟을 만큼 한가하지 않았다.그녀는 늘 이렇게 말했다.남자가 마음이 떠나려 하면 아무리 붙잡아도 결국 틈을 찾게 되고 반대로 마음이 단단하면 누가 옆에서 유혹해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고.전태윤에 대해서만큼은 그녀도 확신이 있었다. 전씨 가문 사람들이 한 사람에게 마음을 주면 끝까지 지킨다는 건 허풍이 아니라 실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소정남이 웃으며 말했다.“넌 어딜 가도 경호원들 줄줄이 데리고 다니잖아. 누가 쉽게 접근하겠냐. 근데 솔직히 좀 억울하다. 우리 나이도 비슷하고 외모도 크게 밀리는 건 아닌데 왜 넌 갈수록 더 젊어 보이고 더 매력 있어 보이냐?”전태윤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부럽냐? 그럼 앞으로 우리 회사 이름으로 참석해야 하는 행사 있으면 전부 네가 나가. 너의 남성 매력을 마음껏 뽐내 봐. 대신 이상한 관심 잔뜩 끌어왔다가 효진 씨가 아기를 데리고 친정에 가 버리면서 이혼하자고 해도 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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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96화

“엄마 꽃가게에는 풀이 없는데요. 아빠가 미리 말했으면 저 태 할머니랑 풀 좀 베어 와 드렸을 텐데...”전찬우가 진지하게 말하자 전이진이 웃음을 터뜨렸다.“아빠가 그냥 비유로 한 말이야. 근데 너 혼자 나온 건 아니지? 태 할머니는 알고 계셔?”“알아요. 할머니한테 부탁해서 엄마 가게까지 데려다 달라고 했어요. 아빠도 보고 싶고 엄마도 보고 싶어서요.”전이진의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부드러워졌다.“아빠도 우리 찬우가 보고 싶었어.”그러다 문득 아이가 물었다.“아빠, 저희는 방학인데 아빠는 왜 방학 없어요?”유치원은 이미 여름방학에 들어갔다. 자신은 집에서 마음껏 놀 수 있는데도 부모는 매일 출근해야 하는 게 전찬우에게는 의아했던 모양이었다.가끔 출장까지 겹치면 며칠씩 집에 못 오는 일도 있었으니까.전이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방학은 학생이랑 선생님만 있는 거야. 아빠 엄마는 회사 다니니까 방학 같은 건 없어. 일해야 돈 벌지. 그래야 우리 찬우 유치원도 보내고 좋아하는 장난감도 사 줄 수 있잖아.”“아...”전찬우는 완전히 이해한 표정은 아니었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휴대전화를 엄마에게 넘겼다.여운초가 물었다.“이제 곧 끝나지? 찬우랑 함께 당신 데리러 갈게. 어머님도 오셨는데 오늘 밖에서 저녁 먹을까?”오랜만에 시어머니가 오신 김에 분위기 좀 내고 싶었던 모양이었다.하지만 곁에 있던 명해은이 곧장 손을 내저었다.“됐어, 식구끼리 뭘 그렇게 번거롭게 나가서 먹어. 집에서 먹자. 있는 반찬이면 충분해. 내가 까다롭게 구는 시어머니도 아니고.”명해은은 집에서 먹어야 비로소 집다운 느낌이 난다고 생각했다.호텔 음식이 아무리 훌륭해도, 그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만큼은 따라오기 어려웠다.평소 전이진 부부는 시내와 가까운 여씨 가문의 별장에서 지냈고 전찬우도 유치원 다닐 때는 부모와 함께 생활했다.방학이 시작되자 리조트로 보내 어른들과 시간을 보내게 했고 명해은은 여운초의 집으로 자주 찾아오는 편은 아니었다.그래서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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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97화

여운초는 바로 휴대전화를 전찬우 손에 쥐여 줬다. 전유하에게 직접 말하라는 뜻이었다.그녀가 나서서 아이 좀 보내도 되냐고 묻자니 괜히 미안했고 또 다른 조카들까지 줄줄이 따라가겠다고 할 게 뻔했다.가문에 애들이 워낙 많다 보니 아직 미혼인 전유하에게 아이 일곱, 여덟 명을 맡기는 상황이 벌어지면 그야말로 작은 어린이집이 따로 없을 터였다.그래서 여운초는 슬쩍 한발 물러서고 아이들끼리 알아서 이야기하도록 두었다.사실 여운초도 시간이 맞았다면 하예정과 함께 양성 여행에 합류했을 것이다. 하지만 일정이 도무지 맞지 않았다.대신 8월쯤 여유가 생기면 전찬우를 데리고 여행을 다녀오기로 마음먹고 있었다.다른 동서들과도 이미 얘기가 오간 상태였고 하예정 역시 그 무렵이면 전시우와 전하연을 데리고 나올 수 있을 거라고 했다.행선지는 원림성 A시였다. 전창빈 가족도 보고 겸사겸사 그쪽에서 며칠 쉬다 오려는 계획이다.그 지역은 여름에도 선선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였다.전창빈은 선우민아와 결혼한 뒤 명절 같은 특별한 날에만 본가에 들렀고 평소에는 처가 쪽에서 지내는 일이 많았다.그는 여전히 선우씨 가문의 사위이자 선우민아의 전속 요리사 역할을 맡고 있었다. 세 끼를 직접 챙기는 생활이 벌써 몇 년째 이어지고 있었다.그 덕분인지 선우민아는 출산 후 체중이 눈에 띄게 늘었고 결국 운동과 식단 조절에 돌입해야 했다.전창빈에게 맛있는 음식 너무 많이 만들지 말라고 단단히 못 박기도 했다.두 달 가까이 고생한 끝에 선우민아는 겨우 결혼 전 체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돌이켜 보면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참 많은 게 달라졌다.선우씨 가문 역시 지난 몇 년 사이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선우민기는 어느새 13살이 되었고 9월이면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가게 된다.워낙 공부가 뛰어나 초등학교 때 한 학년을 건너뛴 덕에 또래보다 한발 앞서 있었다.방학만 시작되면 선우민아는 두 남동생을 회사로 데리고 나왔다. 아직 학생이라 직책을 주거나 일을 맡기진 않았지만 곁에 두고 자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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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98화

전유하가 웃으며 말했다.“너의 둘째랑 셋째 동생은 벌써 외가로 갔어. 강성에서 방학 보내고 있거든.”방학 시작하자마자 두 형제는 비행기 타고 강성으로 날아갔고 공항에는 고씨 가문 사람들이 직접 마중까지 나왔다.전시우는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그럼 찬우도 여기 와도 되겠네요.”그는 여섯째 삼촌 집 동생은 원래 본가에 자주 안 오고 넷째 삼촌이랑 다섯째 삼촌 집 동생들도 아마 외가에 갔을 거라고 짐작했다.사실 전시우는 가끔 그런 게 조금 부러웠다. 다른 동생들은 외가에 가서 놀 수 있는데 자신은 그럴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하예정의 부모님은 오래전에 돌아가셔서 전시우에게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라는 존재 자체가 없었다.그래도 대신 갈 곳은 있었다. 하예정의 이모 이경혜 집이었다.전시우에게 이경혜는 외할머니나 다름없는 존재였다.이경혜는 전시우 남매를 유난히 예뻐했다. 그 집에 가면 또래 형들이 함께 놀아 줘서 늘 시끌벅적했다.성씨 가문에는 우빈이랑 꼬물이도 있어서 더 재미있었다. 그래서 전시우에게 그곳은 외가 대신 마음 편히 갈 수 있는 공간이 되어 주었다.전유하가 웃으며 전찬우에게 말했다.“찬우야, 삼촌 요즘 엄청 바빠. 아직 너희 일곱째 숙모도 못 모셔 왔잖아. 태 할머니가 맨날 장가가라고 압박 중이야. 돈 벌랴, 숙모 찾으랴... 너희까지 맡으면 삼촌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 도우미 아줌마한테 맡기자니 또 마음 놓이지 않고. 시우랑 하연은 큰엄마 따라 놀러 온 거야.”전유하는 전찬우를 데려오겠다는 말에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지금은 다른 조카들이 대부분 외가에 가 있어 조용하지만 전찬우가 자기 집에 왔다는 소문이라도 퍼지면 상황이 순식간에 뒤집힐 것이다.다른 애들도 하나같이 따라가겠다고 떼를 쓸 테고 울고불고 난리가 나는 건 시간문제였다.게다가 조카들끼리는 은근히 삼촌 사랑 경쟁도 치열했다.그래서 전유하는 늘 공평하게 대하려 애썼는데 누구 하나만 특별히 챙겼다가는 바로 티가 날 터였다.물론 예외가 하나 있긴 했다.바로 전하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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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99화

“형수님, 왜 그렇게 저를 보면서 웃으세요?”전유하는 하예정의 시선을 받자 괜히 어색해졌다. 다행히 전태윤이 자리에 없어서 망정이지 있었으면 눈빛만으로도 한참 혼났을 터였다.“제가 지금 남수지 씨 연락처가 바로 생각이 안 나서요. 있죠? 좀 주세요. 전화해서 오늘 저녁 시간 되는지 물어보게요. 양성의 밤거리 구경도 좀 할 겸요.”관광도시답게 양성의 밤은 늘 활기가 넘쳤다. 늦은 밤이 되어도 거리에는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전유하는 고개를 끄덕였다.“번호야 기억하죠. 기억상실증에 걸려도 그 번호만큼은 못 잊거든요.”사업 경쟁 상대였으니 취향이나 약점, 연락처까지 줄줄이 꿰고 있는 건 당연했다. 심지어 체형까지 알고 있다는 말은 차마 입 밖에 낼 수 없었다.하예정이 괜한 오해를 할 수도 있으니까.물론 그가 남수지에서 마음이 있다는 건 아니었다.아니, 솔직히 말해 사업 문제만 빼면 꽤 괜찮은 여자이긴 했다.둘이 은근히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그 정도는 그냥 객관적인 평가일 뿐이라고 전유하는 스스로 선을 그었다.그는 바로 전화를 걸었다. 연결음이 한참 울린 뒤에야 남수지가 전화를 받았다.전유하가 입을 열기도 전에 남수지의 목소리가 쏟아졌다.“전유하 씨, 진짜 끝이 없네요? 당신 그렇게 뻔뻔한 사람인 줄 몰랐어요. 성씨가 혹시 양아치세요? 뭐든 다 저한테 떠넘기게요? 또 전화해서 밥 사라느니 보상하라느니 하면 바로 형수님한테 말할 거예요. 형수님 손에 한 번 걸리면 당신도 무사하지 못할걸요.”전유하는 그의 형수님을 무척 존중했다.하예정이 몇 마디 하면 전유하도 얌전히 물러설 거라는 사실을 남수지는 잘 알고 있었다. 사람 보는 눈 하나는 자신 있다고 늘 말해 왔으니까.전유하가 억울하다는 듯 먼저 입을 열었다.“남수지 씨, 저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벌써 판결부터 내려 버리는 거예요? 제 말도 좀 들어봐요. 저는 전씨 성을 가진 남자예요! 뻔뻔하다고 몰아붙이는데 당신도 크게 다를 건 없거든요. 솔직히 말해서 우리 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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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00화

전유하는 걸어서 다니면 같은 길을 몇 번만 지나도 금세 익히는 편이었다. 다만 평소에는 거의 차로 이동하다 보니 주변 풍경을 세심하게 볼 일이 없었기에 내비게이션 없이는 길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이 약점은 본인도 굳이 드러내지 않았다. 가족들조차 그가 약간 길치라는 사실을 모를 정도였다.무엇보다 요즘은 누구나 운전할 때 내비게이션을 쓰니 딱히 눈에 띌 일도 없었다.하예정이 조심스럽게 물었다.“남수지 씨, 혹시 시간 괜찮으세요? 괜히 일정 방해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전혀요. 저도 한동안 제대로 못 돌아다녔거든요. 오히려 같이 나가면 기분 전환도 되고 좋죠. 조금 있다 봬요. 양성 호텔에서 기다리고 계세요.”양성 호텔은 이 도시에서 손꼽히는 곳이었고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장소이기도 했다. 그래서 남수지는 자연스럽게 그곳을 약속 장소로 정했다.“그럼 저도 사양하지 않을게요.”하예정이 웃으며 답하자 남수지가 한층 부드러운 목소리로 덧붙였다.“이상하게 언니를 처음 뵌 건데도 전혀 낯설지가 않아요. 오래 알고 지낸 언니 같은 느낌이에요. 그러니까 너무 부담 갖지 마세요.”남수지 스스로도 그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웠다. 처음 만난 사이인데도 하예정이 묘하게 편했고 오래된 친구처럼 친근하게 느껴졌다.“저도 그래요. 그럼 조금 있다 봬요.”처음 만났는데도 묘하게 마음이 끌렸던 여자들은 돌아보면 하나같이 전씨 가문의 식구가 되었다.하예정은 문득 그게 바로 가족으로 이어질 인연의 신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지금 곁에 있는 동서들만 봐도 그랬다. 모두 탄탄한 가문 출신으로 전씨 가문과도 제대로 격이 맞는 사람들이었고 뒤늦게 신분이 높아진 자신과는 출발선이 달랐지만 그 누구도 하예정을 얕보지 않았다. 오히려 큰며느리로서 늘 존중하고 자연스럽게 중심으로 세워 주었다.요즘은 하예정은 시어머니에게서 집안 살림과 안주인이 맡아야 할 업무들을 하나둘 넘겨받고 있었다.동서들도 더욱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 주었고 호흡도 한층 더 잘 맞았다.결국 모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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