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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내 남편은 억만장자: Chapter 4501 - Chapter 4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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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01화

“왜 그러세요? 많이 놀라신 것 같은데요.”전유하가 평소와는 전혀 다른, 한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예상보다 반응이 확실했다. 하예정의 조언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말하는 톤만 바꿨을 뿐인데 남수지가 저렇게 당황할 줄은 몰랐다.이렇게 오래 알고 지내면서도 남수지의 얼굴에 저런 표정이 떠오른 건 처음이었다.마치 예상 밖 상황을 맞닥뜨린 사람처럼 순간 얼어붙은 모습이었다.전유하는 속으로 웃음이 났다.솔직히 꽤 재미있었다.남수지는 한동안 전유하를 빤히 바라보다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전유하 씨 맞으세요?”“네, 맞습니다. 설마 못 알아보신 건 아니시죠? 그러면 조금 섭섭할 것 같은데요. 저는 남수지 씨를 금방 알아봤는데...”말투도, 표정도 지나치게 부드러웠다.남수지는 순간 팔에 소름이 돋았다. 평소 모습과 너무 달라서 오히려 더 어색했고 괜히 긴장까지 했다.옆에서 지켜보던 하예정이 속으로 피식 웃었다.‘생각보다 빨리 배웠군.’그때 전하연이 먼저 또박또박 인사를 건넸다.“이모. 이모.”전시우도 곧바로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덧붙였다.“안녕하세요.”하예정은 시동생을 슬쩍 한 번 바라보더니 남수지에게 웃으며 말했다.“수지 씨, 신경 쓰지 마세요. 저 사람은 그냥 두고 우리 쇼핑이나 하러 가요.”그래도 남수지는 선뜻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여전히 전유하를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힐끗거리더니 하예정의 팔을 끌어당겼다.그리고 사람들 눈을 피해 옆으로 몇 걸음 옮기면서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언니, 왜 저러죠? 갑자기 그렇게 부드럽게 말하니까 오히려 더 이상해요. 평소에는 제 이름 또박또박 부르면서 으르렁거리기 일쑤였잖아요. 저 사람, 저한테 저렇게 다정하게 말한 적 한 번도 없어요. 다른 사람들한테는 원래 부드럽다는 걸 아니까 망정이지, 그걸 몰랐으면 성격이 원래 저런 줄 알았을 거예요. 혹시 언니가 한마디 하신 거예요? 그래서 형수님 앞이라 일부러 태도 바꾼 건가요?”하예정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혼낸 적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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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02화

전유하는 한 손에 아이 하나씩 잡은 채 한 발짝도 다가가지 않았다.하예정과 무슨 이야기를 나누든 애초에 엿들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남수지가 그를 바라보자 전유하는 오히려 부드럽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녀는 몸을 움찔하며 재빨리 시선을 거두고 하예정에게 말했다.“언니, 언니 말이 아주 틀린 건 아닌 것 같기는 해요. 그런데 저는 아무래도 이게 함정 같단 말이에요. 전유하 씨 편을 들면서 저한테 함정 파는 거 아닌지 어떻게 알아요?”하예정이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수지 씨, 그건 오해예요. 저는 늘 옳고 그름을 기준으로 판단해요. 도련님이랑 손잡고 수지 씨를 계산할 생각은 전혀 없어요. 정말 그냥 여자들한테는 조금 더 다정하게 대해 보라고 했을 뿐이에요. 두 분이 사이가 좋지 않다고 해도 수지 씨도 여자잖아요. 아마 수지 씨한테서부터 연습해 보려는 걸지도 모르죠. 사실 태도가 어떻든 익숙해지면 괜찮아요. 가요. 수지 씨가 피할수록 오히려 더 다정하게 대할 거예요.”하예정은 남수지의 손목을 가볍게 잡고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몇 걸음 가다 말고 뒤돌아보며 전유하에게 말했다.“도련님, 아이들 데리고 따라오세요.”도우미를 따로 데려오지 않은 터라 전유하에게 아이들을 부탁한 것이었다.남수지에게도 전유하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인내심 있게 대하는지 보여 주고 싶었다.아이를 좋아하는 남자라면 자연스럽게 점수가 올라가기 마련이다.전유하는 전하연을 안아 들었다. 전시우의 손도 잡아 주려 했지만 그는 손을 내밀지 않았다.“삼촌. 엄마는 왜 수지 이모랑 그렇게 친하게 지내요? 수지 이모가 삼촌을 때린 적도 있잖아요. 삼촌이랑 죽고 못 사는 원수라고도 하셨는데... 우리는 삼촌이랑 한 가족이잖아요. 당연히 삼촌 편에 서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런데 엄마는 왜 삼촌의 적이랑 사이가 좋죠?”전시우는 엄마 때문에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졌다.전유하는 앞서 걸어가는 두 여자를 잠시 바라보다가 낮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시우야, 그게 바로 여자 마음이라는 거야. 바닷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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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03화

전유하는 웃으며 말했다.“고맙다, 시우야. 하연이도. 그래도 너희 돈까지 빌릴 필요는 없어. 삼촌이 직접 벌어서 아내 맞이할 거야. 그래도 그런 마음 써 준 것만으로도 삼촌은 충분히 기뻐. 삼촌이 평소에 너희를 예뻐한 보람이 있네.”전시우가 곧장 말을 이었다.“그래도 저희는 빨리 일곱째 숙모를 보고 싶어요. 삼촌, 그냥 저희 돈 빌려서 결혼하세요. 나중에 삼촌 돈 벌면 천천히 갚으시면 되잖아요. 이자도 안 받을게요. 삼촌 돈 생길 때 갚으세요. 저랑 하연이 돈으로 부족하면 찬우한테도 빌리면 돼요.”전유하는 웃음을 터뜨렸다.“이 녀석, 벌써 돈 빌리면 이자 붙는 것도 아네?”역시 전씨 가문 아이답게 벌써 이런 셈까지 할 줄 아는구나 싶어 그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삼촌, 어때요?”전시우가 다시 묻자 전유하는 조카 머리를 한 번 더 쓰다듬으며 대답했다.“돈 빌려주겠다는 마음은 고맙다. 그런데 결혼은 돈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 평생 같이 살아야 하는 사람이니까 삼촌이 진짜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야 하지 않겠어?”그때 전하연이 갑자기 앞쪽을 가리켰다.“이모.”아이의 시선 끝에는 하예정의 옆에서 걸어가던 남수지가 있었다.전유하는 단번에 전하연의 뜻을 알아차렸다.남수지를 삼촌의 아내로 삼으면 되지 않느냐는, 그야말로 아이다운 발상이었다.전유하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전하연은 아직 아무것도 모르면서도 남수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무언의 압박을 주고 있었다.남수지랑 결혼하라는 듯한 표정이었다.“하연아, 수지 이모는 안 돼.”전시우도 전하연에게 제법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수지 이모 엄청 세잖아. 삼촌이 또 맞을지도 몰라.”전유하는 순간 말이 막혔다.자존심이 쿡 찔린 느낌이었다. 그날 남수지에게 얻어맞은 그 한 번의 손바닥이 아직도 조카들의 기억에 또렷이 남아 있는 모양이었다.덕분에 삼촌 체면은 바닥까지 떨어졌다.이건 그냥 넘길 일이 아니었다. 전유하는 언젠가 반드시 보상은 받아 내고 말겠다고 다짐했다.그 사이 남수지는 하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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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04화

이 순간만큼은 전유하도 남수지와 서로 앙숙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다.“전유하 씨.”남수지가 그를 불렀다. 손에 든 양복을 가볍게 들어 보이며 말했다.“잠깐 이리 와서 이 옷 한 번 입어 보실래요? 입었을 때 느낌이 어떤지 좀 보고 싶어요.”전하연을 안고 있던 전유하는 바로 다가가며 능청스럽게 말했다.“저 옷발 괜찮은 편이에요. 웬만한 옷은 다 잘 어울려요.”남수지가 덤덤하게 답했다.“몸매 좋은 거, 뭘 입어도 잘 어울리는 거 저도 알아요. 그런데 이거 전유하 씨 옷 아니에요. 우리 오빠 주려고 고르는 거예요. 체형이 비슷하니까 대신 한 번만 입어 봐 주세요. 그래야 실제로 어떤 느낌인지 제대로 알 수 있잖아요.”전유하는 순간 표정이 미묘하게 굳었다. 마음은 내키지 않았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연기했다.“굳이 입어 볼 필요 없어요. 그냥 몸에 대 보면 대충 감이 올 거예요.”‘어차피 내 옷도 아닌데 왜 굳이 입어 보라는 건지... 잘 어울린다고 해서 내 옷이 되는 것도 아니고.’남수지는 고개를 저었다.“대 보기만 해서는 잘 모르겠어요. 한 번 입어 보세요. 괜찮으면 한 벌 사려고요.”전유하가 말을 이었다.“남수지 씨, 제 기분은 한 번도 생각 안 해 보셨어요?”남수지가 미간을 살짝 좁히며 되물었다.“제가 왜 전유하 씨 기분까지 신경 써야 하죠? 오빠 옷 한 벌 사는 건데 그것까지 고려해야 해요? 혹시 혼자 착각하는 거 아니죠? 자기애가 너무 과한 거 아니에요?”“남수지 씨랑 저랑은 아무 사이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왜 저한테 옷을 입어 보라고 하세요? 이 옷이 제 것도 아니고 저한테 주는 것도 아닌데 제가 모델 노릇까지 해야 하나요? 출연료도 없이 그냥 공짜로 일하는 셈이잖아요. 제가 기분이 좋겠어요?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제 입장도 좀 고려해 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우리가 친한 사이라도 되면 모를까...”뜻밖의 논리에 남수지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두 사람이 또다시 티격태격할 조짐을 보이자 하예정이 얼른 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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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05화

“같이 갈 사람이 없어요. 어때요, 저랑 은행 털러 갈래요? 망 좀 봐주세요. 성공하면 반반 나누는 걸로.”남수지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저는 법을 잘 지키는 성실한 시민이에요. 그런 불법적인 일 안 해요.”“파트너 없으면 저도 안 가죠 뭐. 은행은 안 털고 그냥 남수지 씨나 털어야겠네요.”전유하는 능청스럽게 웃었다. 그 태도에 남수지는 더 열이 올랐다.“전유하 씨 같은 남자는 연애 안 하는 게 세상을 도와주는 일이에요. 괜히 멀쩡한 여자 인생 망치지 마세요. 예정 언니가 저보고 당신 여자 친구 좀 찾아보라고까지 하던데...”전유하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연애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거죠. 보세요, 서른하나 먹도록 아직도 솔로인 거. 형수님께서 당신한테까지 도움을 청했어요? 제 체면이 다 구겨졌네요. 그래도 뭐, 우리 둘 다 도긴개긴이죠. 저는 미혼, 남수지 씨도 미혼. 결국 둘 다 솔로 신세잖아요.”남수지는 그를 노려보더니 옷을 들고 돌아섰다. 더 말 섞다가는 괜히 속만 상할 것 같았다.그녀는 지난번 맞선 상대와는 한번 진지하게 만나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물아홉이 되도록 연애 한 번 안 했다고 하면 괜히 뒤에서 말 나오기 일쑤였다.연애는 해 볼 수는 있지만 결혼은 나중에 다시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도 남수지는 여전히 혼자 지내는 지금 생활이 꽤 마음에 들었다.두 사람이 더는 티격태격하지 않는 걸 보고서야 하예정이 전유하에게 한마디 했다.“도련님, 수지 씨 좀 그만 괴롭혀요. 옷 한번 입어 보고 느낌만 보여 달라는 건데 그렇다고 살 빠지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런 사소한 부탁도 못 들어주면 어떡해요. 수지 씨가 아예 말을 안 섞으려고 하잖아요. 이러다 돌아가서 할머니께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진짜 평생 혼자 지낼래요? 차라리 며칠 휴가 내서 관성으로 돌아가 맞선이라도 한 번 보는 게 어때요?”이미 자리를 떠난 남수지는 두 사람의 대화를 다 듣고 있었다. 그녀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언니, 우리 같은 여자끼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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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06화

새 옷은 한 벌도 사 줄 생각이 없으면서 짐은 또 자연스럽게 그에게 맡겼다.신사답게 좀 굴어 보라나 뭐라나.“남수지 씨, 우리 꽤 오래 돌아다녔죠? 오늘은 이쯤에서 정리하는 게 좋겠어요. 다음에 시간 되면 제가 식사 대접할게요. 그때는 우리 둘만 천천히 둘러봐요.”아이들도, 도련님도 없이 말이다.남수지는 잠든 전하연을 한번 바라았다. 꼬마 전시우마저 연신 하품하는 모습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네, 오늘은 여기까지 해요. 다음에 시간 되면 제가 언니께 연락드릴게요. 언니가 처음 양성에 오신 건데 제가 한턱낼게요.”남수지는 전하연의 작은 얼굴을 살짝 쓰다듬었다.“하연이도 꽤 피곤한 것 같네요.”“오늘 비행기만 몇 시간을 탔는데 도착해서도 제대로 쉬지도 못했거든요. 애들이 지칠 만해요.”남수지는 가볍게 웃으며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었다.차는 모두 양성 호텔에 세워 둔 상태라 세 사람은 택시 두 대를 잡아타고 호텔로 돌아갔다.전유하는 남수지가 산 쇼핑백을 받아 차에 실어 주려 했다.“주세요, 제가 들게요.”남수지는 그의 손에서 고급스럽게 포장된 쇼핑백 몇 개를 다시 받아 들었다. 그러고는 여러 쇼핑백을 번갈아 살피며 안을 확인했다.그 모습을 보다 못한 전유하가 한마디 했다.“걱정하지 마세요. 구매하신 옷을 하나도 안 빼먹었으니까. 제가 몰래 챙길 사람도 아니고요. 혹시라도 빠진 거 있으면 제가 사 드리면 되잖아요.”밤새 짐을 들어 줬는데 고맙다는 말은커녕 물건부터 확인하니 괜히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오늘 일부러 남수지를 살짝 긁은 건 반은 장난이고 반은 습관 같은 거였다.만나기만 하면 몇 마디쯤 주고받아야 마음이 편했다.오히려 아무 말도 안 하면 괜히 찜찜해서 잠도 안 올 것 같았다.그래도 전유하는 남의 물건을 탐내는 성격은 아니었다. 속으로는 남수지가 새 옷 한 벌쯤 사 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렇다고 몰래 챙길 생각 따위는 전혀 없었다.아무리 그래도 전씨 가문의 일곱째 아들이 아닌가.개인 자산만 해도 수천억은 가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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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07화

전유하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차에 올라탔다.하예정은 그가 마치 대박을 터트린 사람처럼 기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더니 궁금한 마음에 물었다.“뭐가 그렇게 기쁜 거예요?”“남수지 씨가 저한테 옷 한 벌 사 줬어요.”전유하는 쇼핑백을 들고 자랑하듯이 웃으며 말했다.“수지 씨가 오빠 옷 산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럼 도련님 것도 사 준 거예요?”“잘 모르겠어요. 그냥 수고비라면서 주더라고요. 그런데 제 생각엔 그 핑계로 저한테 옷을 사 준 거로 생각해요. 저한테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얼마나 괜찮은 남자인데 이렇게 오랫동안 보고도 마음이 안 움직일 리가 있겠어요?”하예정은 그 말을 듣더니 너무 어이없었다. 명백히 전유하가 먼저 마음을 움직인 상황인데 오히려 남수지가 자신의 매력에 빠진 것처럼 말하니 할 말을 잃었다.남수지가 이 말을 들으면 아마 그 옷을 뺏어 던져 버릴 것이다.전유하는 쇼핑백에서 옷을 꺼내 몸에 대 보며 말했다.“형수님, 그래도 남수지 씨 안목은 인정해야 해요. 이 옷은 저한테 정말 잘 어울려요.”하예정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검정 양복은 웬만하면 다 비슷비슷해요. 사이즈만 맞으면 뭐... 전씨 가문의 형제들은 원래 검정이나 어두운 파란색 양복만 입잖아요. 왜 아무도 하얀 양복은 안 입으려는 걸까요? 하얀색이 더 멋있지 않아요? 동화에서 막 걸어 나온 백마 탄 왕자 같잖아요. 백설 공주 몇 명은 그냥 홀릴 텐데.”전유하가 어깨를 으쓱했다.“저는 그냥 검은 양복이 좋아요. 형수님이 흰색이 더 멋있다고 생각하시면 형한테 몇 벌 더 사 주세요. 정말 멋질 거예요. 그럼 형수님 경쟁자만 늘어날걸요. 우리 큰형 매력은 형수님도 잘 아시잖아요. 그런데 형이야말로 형수님밖에 모르는 사람이죠. 누가 배신해도 우리 형은 절대 안 그럴 거예요.”하예정이 웃으며 말했다.“흰 양복도 사 준 적 있어요. 가끔 한 번씩은 입어 주는데 결국은 또 검은 양복으로 돌아가더라고요. 도련님, 남수지 씨랑 티격태격하는 건 그렇다 치고 솔직히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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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08화

요즘 세상 돌아가는 걸 보면 어느 분야든 경쟁이 매우 치열했다.게으름을 피우고 싶으면 집안에 든든한 기반이라도 있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먹고살기 위해 그 경쟁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도련님은 지금처럼 지내는 게 좋아요? 아니면 남수지 씨 밑에서 일하는 게 더 나았을 것 같아요?”“당연히 지금이 낫죠. 남수지 씨 밑에서 일했다면 제대로 눈에나 났겠어요? 이렇게 맞붙고 있어야 사는 맛도 나고 그래야 저도 더 이를 악물고 회사를 키우게 되잖아요. 제 능력이 남수지 씨한테 밀리지 않는다는 건 보여 줘야죠.”전유하는 양선을 선택한 걸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었다. 전창빈처럼 아내 밑에서 일하는 삶보다는 배우자와 대등한 위치에서 나란히 서는 쪽이 자신에게 더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하예정이 그를 슬쩍 바라보며 물었다.“그런데 혹시 남수지 씨를 좋아하는 거 아니에요? 단순한 호감이 아니라 마음이 꽤 깊은 것 같은데요.”전유하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형수님, 할머니께서 결혼 재촉 좀 하라고 부탁하신 건 알겠지만 그렇다고 제가 여자랑 몇 마디 나눴다고 바로 엮어 버리시면 곤란해요.”하예정은 한동안 그를 바라보다가 가볍게 웃었다.“알았어요. 그냥 내가 괜한 소리 했네요. 이제 출발해요. 애들 다 잠들었어요.”“네.”전유하는 차를 몰고 곧장 집으로 향했다.저택에 도착하자 그는 잠든 전시우를 안아 들어 올렸다. 여섯 살이라 이미 혼자 방을 쓰고 있었기에 전유하는 아이를 자신의 방 옆 객실에 눕혔다.그 방과 하예정 모녀가 쓰는 방 사이에는 그의 서재와 또 다른 객실이 하나 더 끼어 있었다.전유하는 조용히 물었다.“형수님, 아이 그냥 재워도 괜찮겠죠? 깨워서 씻길 필요는 없겠죠?”“그냥 재우세요. 내일 일어나서 씻겨도 돼요.”하예정은 아이 이불 잘 덮어 주라고 부탁한 뒤 딸을 안고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조카를 제대로 눕혀 주고 나온 전유하는 곧장 자신의 침실로 향했다.남수지가 사 준 옷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결국 그는 참지 못하고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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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09화

전유하는 자신이 차단당했다는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었다. 한참 동안 기다려도 답장이 오지 않자 결국 전화를 걸어 보려 했다.그런데 연결이 되지 않았다.“또 차단했네... 하루에도 몇 번씩 나 차단하는 것 같아.”그는 투덜거리며 휴대폰을 내려놓았다.더 연락해 봐야 소용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대신 아까 찍어 둔 사진을 몇 장 더 들여다보다가 남수지가 사 준 양복을 조심스럽게 벗었다.내일 바로 세탁소에 맡겼다가 다시 입을 생각이었다.솔직히 조금 아쉬웠다. 한 벌뿐이라는 사실이.‘그렇게 여러 벌을 사면서 왜 내 몫은 딱 한 벌이야? 두 벌쯤 줬으면 번갈아 입을 수 있었을 텐데. 그러면 매일 수지 씨가 골라 준 옷을 입고 다닐 수도 있었을 텐데... 어? 잠깐! 지금 내가 무슨 생각하는 거야?]남수지와 그는 엄연히 앙숙이었다. 그런데도 그녀가 옷을 더 사 주길 바라고 심지어 매일 입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전유하는 문득 하예정이 장난스럽게 던졌던 말이 스쳤다.혹시 남수지를 좋아하는 것 아니냐고, 어쩌면 이미 마음이 깊어진 것 아니냐고.그는 그 자리에서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그와 남수지는 몇 년째 맞부딪혀 온 사이였다.전유하는 늘 어떻게 한 수 앞설지, 어떻게 계약을 먼저 따낼지, 어떻게 그녀의 계획을 비틀어 놓을지 그것만 생각해 왔다.남수지도 다를 바 없었다.둘은 진짜 앙숙이었다.물론 남수지를 미워하는 건 아니었다.하지만 그게 사랑이라니, 그건 또 다른 얘기였다.‘사랑이라고? 말도 안 돼!’정말 그런 감정이었다면 벌써 행동부터 달랐을 것이다. 전씨 가문의 남자들은 한번 마음이 움직이면 상대를 하늘 위에라도 올려놓는다.아낌없이 챙기고, 노골적으로 감싸고, 누구보다 먼저 편이 되어 준다.하지만 그는 남수지에게 그런 적이 없었다.“별생각 다 하네. 내가 남수지 씨를 좋아한다고? 말도 안 되지. 형수님이 괜히 넘겨짚은 거야.”중얼거리듯 말은 그렇게 했지만 생각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사업 얘기 말고 사소한 순간들이 하나둘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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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10화

“나가는 건 아니고 차 소리 들려서 누군가 싶어 나와 본 거야. 오늘 약속 없다더니 꽤 늦었네.”남수현은 남수지가 들고 있는 쇼핑백들을 보고 눈썹을 살짝 올렸다.“쇼핑했어? 뭐 샀는데?”남수지는 남수현과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가며 쇼핑백 몇 개를 건넸다.“새로 알게 된 친구가 남편 옷 사러 간다길래 따라갔다가 나도 심심해서 오빠 옷 몇 벌 골라 봤어.”“나 옷이 안 부족한데. 옷장에 아직 한 번도 안 입은 것도 많아.”“나도 쇼핑 자주 안 해. 모처럼 나가서 산 건데, 싫어?”남수지가 눈을 가늘게 뜨자 남수현이 얼른 웃으며 말했다.“아니, 좋지. 좋아. 네가 사 준 건데 당연히 좋지. 근데 넌 뭐 안 샀어?”“딱히 사고 싶은 건 없더라고. 대신 친구네 애들한테 줄 장난감은 좀 샀어.”두 사람은 거실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부모님 벌써 주무셨어?”“응. 요즘 건강 챙긴다고 일찍 주무셔.”남수현 남매의 부모님은 은퇴한 뒤로 회사 일에는 관여하지 않으셨다.요즘은 오로지 어떻게 하면 더 건강하게, 더 젊게 지낼 수 있을지만 고민하신다.할아버지는 연세가 많으신데도 여전히 회사의 회장 자리를 지키고 계셨지만 그의 부모님은 일찌감치 물러나셨다.이제는 남수현과 남수지가 충분히 회사를 맡을 수 있다고 생각하셨는지 자리를 내주시며 젊은 사람들이 마음껏 해 보라고 하셨다.남수지는 고개를 끄덕였다.“난 솔직히 부모님이 좀 부러워. 그렇게 일찍부터 건강 챙기면서 사시잖아. 엄마랑 같이 나가면 사람들이 엄마를 내 언니로 봐. 진짜 우리 엄마라는 걸 믿지를 못해. 관리가 너무 잘 돼 있어.“아빠도 마찬가지야. 우리 둘이 이렇게 다 컸는데도 아빠는 아직도 젊어 보여. 가끔은 나랑 비슷해 보일 정도라니까.”남수현은 아버지가 그렇게 젊어 보이는 이유는 어쩌면 너무 일찍 모든 걸 자신에게 넘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회사의 크고 작은 일은 전부 남수현이 맡고 그의 부모님은 함께 여행을 다니며 하루하루를 여유롭게 보내셨다.생활은 편안하고 식습관과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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