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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내 남편은 억만장자: Chapter 4551 - Chapter 4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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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51화

하예정은 전유하의 말을 듣고는 다시금 시댁 가풍의 훌륭함을 실감했다.그런 환경에서 자란 아들들은 하나같이 뛰어났다. 머리가 명석할 뿐 아니라 가문의 앞날도 생각하고 있었다.“저야 원래 사람 가리지 않고 잘 지내요. 성질 고약한 사람만 아니라면 누구와도 친해질 수 있어요. 게다가 도련님들은 결혼하면 따로 살잖아요. 명절 때만 리조트에 모여 지내면 그만이에요. 명절 며칠쯤이야 아무리 까다로운 사람도 참을 만해요. 물론 제 동서들은 다 좋을 거라고 믿어요. 오히려 제가 가장 부족한 사람일지도 모르죠.”전씨 가문의 형제들이 하예정을 존중하는 것은 큰형 전태윤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그를 따르는 마음이 형수인 그녀에게까지 이어진 것이다.시댁과 관성에서 하예정이 누리고 있는 이 모든 것은 전태윤이 그녀를 사랑하고 아끼고 존중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전태윤이 그녀를 아끼고 소중히 여기고 있었기에 기타 형제들은 도움이 필요할 때 먼저 큰형수를 찾았다.그녀가 한마디 건네면 뜻한 바를 이룰 수 있음을 알기에 그렇게 그녀를 향한 존중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것이다.하예정은 그것이 전태윤이 자신을 시동생들 앞에서 체면을 세워주는 방식임을 알고 있다.그들이 큰형수인 그녀를 따르면 앞으로 전태윤이라는 큰형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하려는 것이었다.이미 수없이 말했지만 하예정은 여전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자신이 무슨 복으로 이렇게 좋은 남편을 만났을까.전유하가 웃으며 말했다.“형수님이 부족하다고요? 형수님은 이미 충분히 잘하고 계세요. 너무 겸손하지 마세요.”처음 전태윤에게 시집왔을 때는 매우 평범했지만 세월이 흐르며 전씨 할머니와 장소민의 가르침을 받으면서 이제는 대가족의 안주인으로서의 위엄이 몸에 배었다.능력도 점점 강해져서 지금 하예정을 두고 여성 사업가라고 해도 누구 하나 반박하지 못할 것이다.어쨌든 전씨 할머니 안목이 틀린 적은 없었다.하예정이 가볍게 웃었다.“할머니께서 항상 말씀하시잖아요. 산 위에 또 산이 있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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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52화

“여섯 형은 다 며느릿감까지 골라 주셨는데 유독 저희 셋만 빠뜨리셨잖아요. 너무 편애하는 거 아니에요? 우리한테 며느릿감을 못 골라 주셨다면 적어도 저희 셋이 장가가는 모습이라도 지켜봐 주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우리가 아빠 되는 모습도 보셔야죠.”할머니가 함박웃음 지으며 말했다.“할머니도 그러고 싶지 않아. 아직 너희 셋까지 챙길 기력이 남아 있을 줄 알았더니만 해가 갈수록 기운이 안 따라주는구나. 세월 앞에 장사 없다더니 정말 늙음을 어쩌지 못하겠더라. 너희 비서 할아버지처럼 한 세기를 꽉 채우고 간다면 그걸로 할머니는 만족해.”백 년을 산다면 세 손주가 모두 가정을 이루어 아빠가 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하지만 그날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전씨 할머니는 문득 지금이라도 저승으로 떠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만 같았다.한쪽 발이 이미 저세상을 넘어선 기분이랄까.아흔여섯, 일곱, 그쯤까지 산다면 그때는 세 손주 모두 한집안의 가장이 되어 있을 텐데 할머니는 그걸로 매우 만족했다.아홉 손주가 저마다 둥지를 틀고 아들들과 며느리들도 노후를 편안히 보낸다면 저승에서 기다리고 있을 영감한테 부끄럼 없이 찾아갈 수 있으리라.“할머니는 비서 할아버지보다 더 오래 사실 거예요. 할머니께서 훨씬 건강하시니까.”한성근도 젊은 시절 큰 상처를 입었지만 그래도 한 세기를 꽉 채우고 저세상으로 가셨다.전씨 할머니는 그저 빙긋 웃으실 뿐 따로 말을 보태지 않았다. 겉으로 건강해 보이는 사람이 오히려 약골처럼 보이는 이들보다 일찍 가는 법도 있으니.사람의 목숨은 애초에 하늘의 뜻대로 정해져 있는 법.언제까지 살고 얼마나 부귀를 누리고 또 어떤 고난을 겪을지는 태어날 때부터 이미 정해져 있다.전씨 할머니는 젊은 시절에는 전쟁을 겪었고 그 뒤로도 특수한 시대를 살아내며 고생도 하고 아픔도 많이 겪었다.하지만 중년을 넘어 노년에 접어들 무렵, 전씨 가문은 관성의 제일 갑부가 되었고 그때부터는 다시는 고생하지 않고 끝없는 부귀영화를 누렸다.자식들도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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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53화

다른 형제들 부부는 점쟁이가 점괘를 봐주지 않았다.둘째, 셋째를 낳았다가 또 아들만 줄줄이 낳으면 머리만 아팠다.전유하는 전씨 할머니의 결혼 압박에서 잠시라도 벗어나고 싶어 능청스레 말을 받았다.“할머니, 그럼 형님네부터 재촉하시는 게 어떨까요? 둘째 서두르라고 하세요. 나이도 적잖은데 지금 안 낳으면 언제 낳겠어요? 나중에 낳으면 형수님들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잖아요.”스무 살에 아이를 갖고 낳는 것과 서른 넘어 아이를 갖고 낳는 것은 고생길이 아예 다르다.“재촉해 봤자 말을 듣는 놈이 없구나. 할머니도 지금은 증손자 몇에 증손녀 하나뿐이지만 아이 낳으라면 나를 할 말이 없게 만들더구나. 역시 결혼 재촉이 낫겠다. 네 쪽에서 소식이 뜨면 그다음은 여덟째와 아홉째다. 유림은 요즘 본 지도 오래됐구나. 그렇게 도망 다니면 피해 갈 수 있다고 생각하나 봐. 어휴!”는 것이다.아홉째 손자 전지율은 관성에 남아 있었지만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있었다.“일곱째 형과 여덟째 형도 결혼 안 하셨는데 제일 어린 제가 왜 서둘러야죠?”형들도 대부분 서른 전후에 결혼하지 않았느냐며 자신은 이제 스물몇 살인데 서두를 필요가 있냐는 태도였다.그는 자신에게 몇 년이나 더 시간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맞아요, 맞고말고요. 할머니, 지율이와 유림이도 좀 다그쳐 보세요. 아직 젊다고는 하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몇 년은 훌쩍 가버리는걸요.”“나도 알거든! 앞으로 남씨 아가씨한테 잘해라. 계약 뺏는 짓 좀 그만둬. 그 좋은 아가씨를 놓치면 어쩌려고 그래? 할머니는 언젠가 그 여자를 꼭 한번 만나 뵙고 싶구나.”전유하가 대꾸했다.“공은 공이고, 사는 사에요. 수지 씨가 제 계약을 뺏으면 저도 그 사람 계약을 빼앗을 거예요. 그게 감정 발전에 무슨 영향이 있겠어요?”할머니가 말문이 턱 막혔다.전유하도 이제 서른을 훌쩍 넘겼으니 제 생각이 있을 터, 자기 멋대로 살든 말든 약혼녀만 데려오면 그만이었다.“예정아, 우리 보물 증손녀는? 너희랑 같이 왔느냐?”할머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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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54화

앞으로 자기에게도 전하연처럼 예쁘고 귀여운 딸이 생기기를 전유하는 내심 바랐다.하예정이 빙그레 웃었다.전씨 가문은 몇 대째 딸이 없었다. 아랫세대에 이르러서도 일곱 놈을 먼저 낳고 나서야 비로소 전하연이가 태어났으니 모두가 그 아이를 예뻐할 수밖에 없었다.진정한 사랑을 한 몸에 듬뿍 받으며 자라고 있었다.외부에서는 전하연이의 얼굴을 몹시 궁금해했지만 이 아이는 철저히 보호받고 있었다. 기자들이 몰래 찍으려 해도 뒷모습만 겨우 잡힐 뿐 얼굴이 찍히는 법이 없었다.하예정은 두 남매가 평범한 아이들처럼 자라길 바라며 너무 이른 나이에 대중의 시선에 노출되지 않게 하고 싶었다.잠시 후, 전유하의 집에 도착했다.차 소리가 들리자 정원에서 놀던 두 남매는 일곱째 삼촌의 차를 향해 곧바로 달려갔다.“도련님, 아가씨, 조심하세요! 너무 빨리 뛰지 말고!”도우미 아줌마들이 황급히 앞으로 달려가 한 명은 전시우를 붙잡고 다른 한 명은 전하연을 안아 올렸다.아이들이 너무 빨리 뛰다 넘어질까, 혹은 전유하의 운전기사가 아이를 미처 보지 못하고 부딪힐지 걱정되었다.두 아이는 전씨 가문의 보물단지였다. 조금이라도 사고 나면 큰 일이었다.“엄마!”전유하 몸을 비틀며 땅에 내려달라고 하며 손가락으로는 전유하의 차를 가리켰다.전하연은 엄마가 일곱째 삼촌과 함께 외출한 사실과, 엄마가 오빠와 자신은 데려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전부 알고 있었다.차가 완전히 멈추자 하예정이 내려 두 꼬마한테 걸어갔다.“엄마.”전시우는 신나게 하예정에게 달려갔다. 그러나 얼굴에 웃음은 싹 사라지고 대신 서운한 표정이 드러났다.“엄마, 나가면서 나랑 동생 안 데려갔어요. 엄마 우리 이제 사랑 안 해요?”하예정은 아들을 꼭 껴안으며 설명했다.“엄마랑 삼촌은 볼일 보러 나간 거라 너희 둘 데리고 가기 불편했어. 그래서 집에서 놀게 한 거란다. 엄마가 너희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너희 남매는 엄마의 목숨보다 소중해. 엄마는 너희를 가장 사랑해. 알지?”“엄마.”전하연이 도우미에게 안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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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55화

전시우가 머리를 굴리더니 이내 대답했다.“삼촌이 장가가는 거잖아요. 일곱째 삼촌이 좋아하시면 되는 거죠. 삼촌이 누구랑 결혼하든 삼촌이 좋아하는 사람이면 저도 그 숙모가 좋을 거예요.”전유하가 조카의 코를 살짝 긁었다.“영리한 녀석, 삼촌이 그렇게 예뻐하는 보람이 있구나.”전시우가 몸을 비틀며 땅에 내려달라고 했다.“삼촌, 저 혼자 걸어갈게요. 저 벌써 여섯 살 넘었는걸요.”“그래, 잘됐다. 마침 삼촌도 너 안아서 좀 힘들었어.”전유하가 조카를 내려놓으며 전하연에게 물었다.“하연아, 삼촌이 안아줄까?”전하연은 몸을 돌려 다시 엄마의 목을 꼭 껴안았다. 말없이 전유하의 제안을 거절하는 모양이었다.엄마를 좀처럼 보지 못했던 터라 지금은 엄마에게 바짝 달라붙어 있을 참이었다.집 안으로 들어가자 하예정은 딸의 볼에 또 한 번 뽀뽀하며 말했다.“하연아, 엄마가 널 버리지 않아. 엄마는 아까 삼촌이랑 볼일 보러 잠깐 나갔을 뿐이야. 이렇게 일 다 보고 바로 돌아왔잖아. 너랑 오빠는 둘 다 엄마의 심장보다 소중해. 엄마가 너희를 안 사랑할 리가 있겠어.”한참을 달래서야 전하연은 겨우 엄마 품에서 미끄러져 내려와 오빠를 따라 놀러 나갔다.하예정이 전유하에게 말했다.“집에 있을 때는 하연이가 이렇게 엄마를 안 찾았는데 지금은 아무래도 밖이라 환경이 낯설어서 그런가 봐요. 잠시만 안 보여도 이렇게 달라붙네요. 도련님, 얼른 올라가서 씻고 얼굴에 묻은 립스틱 좀 지우세요. 지금 꼴이 말도 아니에요. 수지 씨가 도련님한테 속은 것 같네요.”전유하가 자리에서 일어나 2층으로 올라가며 빙그레 웃었다.“제가 어떻게 속였다는 거예요? 제가 술 마시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수지 씨가 취해서 제 몸을 다 막 만졌는데 제가 책임지라고 하는 건 정당한 조치 아니에요?”어젯밤 자신에게 이성이 없었다면 옷이 벗겨지며 두 사람은 정말 그 자리에서 쿵짝했을지도 모른다.그랬다면 오늘 남수지는 진짜로 책임을 져야 할 것이고 이렇게 한숨 돌릴 틈도 없었을 것이다.전유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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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56화

“그럼 얼른 내려가서 뭐라도 먹어요. 내가 집에 없다고 밥도 안 챙겨 먹는 거예요? 게다가 그렇게 늦게까지 접대하다니, 앞으로 내가 집에 없어도 접대는 밤 열한 시까지만 해요. 넘기면 돌아와도 문 안 열어줄 테니까.”“일찌감치 급한 일들을 처리해 두려는 거야. 당신이 돌아오면 며칠 시간을 내서 바닷가 별장에 데려가 쉬려고.”하예정이 말을 이었다.“몰라요. 어쨌든 밤늦도록 접대하는 건 안 돼요. 혹시 술 취해서 들어오는 거 아니죠?”“전 대표님, 다시 경고하는데 나 몰래 술 취해 봐요. 돌아가는 즉시 물건들 서재로 다 던져 버릴 테니까. 당분간 서재에서 자야 할 거예요.”전태윤이 황급히 말했다.“여보, 나 안 취했어. 딱 두 잔만 마시고 그만뒀어. 그렇게 오래 있었던 건 큰 거래처랑 함께 식사해서 그랬던 거야. 그분들이 술 마실 때 나는 안 마셨어. 이젠 다들 알잖아. 나 전태윤이 접대 자리에서 술 거의 안 마신다는 거. 취하면 와이프한테 쫓겨난다는 거 다 알거든. 누가 감히 내가 여보한테 방에서 쫓겨나게 만들겠어? 그런 짓 하는 순간 협력 관계가 아니라 원수 관계가 되는 거지.”관성에서는 이제 전태윤이라고 하면 공처가에다 아내 바보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가 없다.하예정이 못 마시게 하면 누가 권해도 절대로 안 마실 남자였다.물론 담배도 마찬가지였다.대체로 감히 도전하는 사람은 없었다. 전태윤이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우는 걸 이해해 주는 분위기였다.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뒤에서 전태윤을 부러워하는지 모른다.건강을 진심으로 챙겨주는 아내를 둔 행운을 누가 부러워하지 않겠는가.사실 다른 대표들의 아내도 남편 건강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남편들이 그런 관심을 마음에 두지 않는다는 데 있었다.아내의 걱정을 무시할 뿐 아니라 심하면 간섭한다고 몰아세우기 일쑤였다.그렇게 세월이 흐르면서 그들 아내의 마음도 식고 가슴도 식어갔고 술을 마시든 말든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게 되었을 뿐이다.술을 많이 마시면 몸이 상하는 법.위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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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57화

전태윤이 억울하다며 외쳤다.“여보, 난 잔머리를 굴린 적 없어. 잔머리를 굴린 건 동생들이야. 나한테까지 덮어씌우지 마. 이 누명 너무 커. 나 안 쓸 거야. 그래서 청혼 결과는 어땠어? 성공했어?”전태윤이 흥미가 생겼는지 곧바로 물었다.하예정이 웃으며 말했다.“성공할 리가 있나요. 그런데 도련님이 바로 함정을 파놨어요. 어떻게 수지 씨를 골탕 먹일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수지 씨는 도망칠 수 없을 것 같아요. 완전히 잡힌 거죠. 두 사람이 몇 년을 싸워왔으니 서로에 대해서도 잘 알아요. 그런데 지금 보니까 도련님이 수지 씨를 상대할 때 사실은 좀 봐준 것 같아요. 아니면 수진 씨는 상대도 안 되었을 거예요. 정말이지 도련님은 속이 너무 교활해요.“우리 형제들이 누구 밑에서 자랐는지 몰라서 그래? 하하, 하여튼 유하도 반쪽이 정해졌으니 당신도 일찍 돌아와. 당신이 너무 보고 싶어.”“열흘 후에 돌아가기로 약속했잖아요. 아직 멀었어요.”“여보, 당신이랑 애들이 여행 간 날부터 계산하면 벌써 며칠이나 지났어. 아직 멀었다니?”“좀 더 구경하고 싶어서 그래요. 도련님과 수지 씨의 싸움이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넷째 도련님 때보다 훨씬 나아요. 넷째 도련님 때는 별로 재미없었어요.”전태윤이 잘생긴 얼굴로 발끈하며 말했다.“여보! 당신 유부녀인 걸 잊었어? 하예정이란 여자는 남편이 있다고!”“여보, 제발요. 여기서 보름만 더 놀게 해줘요. 딱 보름이에요. 더 안 늘릴게요. 아이들도 너무 신나게 놀고 있잖아요.”“너희는 신나게 놀겠지. 난 여기 있는 애들이 시끄러워 죽겠어. 다들 리조트로 돌아왔거든. 할머니도 뵙고 형제들도 모일 겸. 근데 형이랑 동생이 여행 간 걸 알고 매일 일곱째 삼촌 댁에 가겠다고 난리도 아니야. 그 바람에 할머니까지 들썩이신다.”하예정이 웃으며 말했다.“알았어요. 그럼 열흘 채우고 바로 아이들 데리고 돌아갈게요. 여섯째 도련님네도 아이들 다 데려왔어요?”“다 데려왔지. 애들은 리조트에 남기고 어른들은 일하러 갔어.”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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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58화

“네.”전시우가 안도하며 곧바로 아빠에게 지난 며칠 동안의 즐거웠던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부녀 셋이 수다를 떠는 것도 어느덧 반 시간이 훌쩍 넘었다.하예정이 아이들에게 아빠가 밥 먹어야 한다고, 아빠가 배고프다고 일러주지 않았다면 두 남매는 아빠와 계속해서 수다를 떨었을 것이다.전태윤의 휴대폰 배터리가 거의 닳아가고 있었다.전하연은 다른 말은 못 하지만 틈만 나면 아빠를 불러댔다. 그 앙증맞고 달콤한 아이 목소리에 전태윤의 마음조차 녹아내렸다.“엄마한테 일러줘. 다음 주 일요일에 아빠가 너희 데리러 간다고.”전태윤은 주말 내내 바빠 시간 내서 양성에 날아가지 못한 것이 매우 아쉬웠다.전시우가 대답했다.“네, 아빠. 제가 곧 엄마한테 말할게요. 아빠, 안녕히 계세요. 저희 밥 먹어야 해요. 엄마가 우리를 불러요.”“그래, 얼른 가 봐.”전태윤은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아이들이 영상 통화를 끊길 기다렸다.전시우가 동생을 내려놓고 휴대폰을 들고 다이닝룸으로 향했다.그는 휴대폰을 엄마에게 돌려주었다.하예정이 건네받아 보니 배터리가 겨우 5% 남아 있었다.통화를 끝내길 잘한 것 같았다. 하마터면 자동으로 꺼질 뻔했다.그녀는 먼저 휴대폰을 충전하러 갔다.얼굴에 묻은 립스틱을 씻어낸 전유하는 조카딸을 데리고 손을 씻겼다. 그러고는 조카에게 턱받이를 채워주고 이유식 의자에 앉혔다.전하연의 앞에는 깨지지 않는 그릇과 숟가락을 놓고 아이가 좋아하는 반찬을 조금 떠서 그릇에 담아주었다.꼬마는 스스로 숟가락을 들어 밥을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너무 어려서 익숙하지 않아 자꾸 밥과 반찬을 그릇 밖으로 흘렸고 결국 테이블 위는 온통 밥투성이가 되었다.그러더니 아예 손으로 집어 먹기 시작했다.하예정이 다시 다이닝룸으로 돌아와 식사하다가 딸이 손으로 먹는 모습을 보더니 숟가락으로 먹도록 가르쳤다.“하연아, 천천히 해. 서두르지 말고. 그러다 보면 숟가락을 잘 쓸 수 있게 될 거야.”“형수님, 하연이는 아직 어리니까 식기 사용이 힘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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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59화

배부르게 먹고 나서 정신이 말짱해진 남수지는 소파에 느긋하게 기대어 전유하의 오늘 행동을 곰곰이 되새기고 있다.뭔가 이상했다.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자꾸만 신경을 건드렸다.그녀의 부모님은 식사 후 일찌감치 산책하러 나갔다.그들의 오랜 습관이었다. 매일 세 끼 식사가 끝나고 십여 분쯤 지나면 부부는 손을 맞잡고 집을 나서 별장 단지를 한 바퀴 돌았다.적어도 삼십 분은 걸어야 돌아오곤 했다.남인국은 연세가 많지만 여전히 회사에 출근했다. 그 많은 나이에도 가문의 미래를 위해 여전히 힘을 보태고 있었다.반면 아들은 일찌감치 은퇴해 버렸는데 다행히 손자 세대가 유능하여 그 무거운 짐을 덜어주었다.그래서 어르신은 주말이면 집에서 쉬시거나 몇몇 오랜 친구들을 불러 함께 화투를 치거나 바둑을 두시곤 했다.만약 즐길 거리가 없다면 결혼 재촉이 시작된다. 이 아이 재촉했다 저 아이 재촉했다 하신다.하여 손자 세대인 그들은 모두 할아버지가 친구분들을 불러 바둑을 두시길 간절히 바랐다.그럴 때면 남인국 바둑판 위의 한판 대결에 집중하느라 결혼 재촉 따위는 잊어버렸고 그 덕분에 손주들의 귀는 비로소 평화를 되찾았다.지금 이 순간 남인국은 맞은편 1인용 소파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고 있었다.아마도 남수지가 할아버지를 바라보는 시선이 유난히 오래 머물렀던 모양이다.남인국은 서서히 눈을 떴다.“나한테 할 말 있느냐?”손수 키운 손녀라 눈빛 하나 동작 하나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알 수 있었다.“할아버지, 오늘 전유하 씨 이상하지 않았어요?”남인국이 크게 웃었다.“뭐가? 설령 그가 정말 이상한 게 있다고 해도 너는 이미 그 사람과 보상 합의서를 썼으니 그대로 따라야 할 거야. 수지야, 대체 왜 사람들 앞에서 전유 씨한테 부인이라고 부르고 뺨까지 때렸어? 그때 너의 ‘여보’ 한마디와 따귀 한 방 때문에 지금 네가 이 싸움에서 밀리고 있잖아.”남수지는 멍하니 앉아 있었다.“그 사람이 그렇게 뻔뻔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그 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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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60화

“누구나 다 사심은 있는 법이죠. 사촌이 아니라 친형수라고 해도 그 인간이랑 한 마음일 리 없어요. 어쩌면 유하 씨가 잘못하길 바라는 사람이 바로 친형과 친형수님일지도 모르잖아요.”“다른 사람 같으면 할아버지도 그렇게 생각하겠다만 전유하 씨와 그분 형수는 좀 다르다고 봐.”남인국은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사람 보는 눈 하나는 독하기로 소문난 사람이었다.“내가 보기에 하예정 씨는 진심으로 유하 씨를 친동생처럼 여기고 유하 씨도 형수를 진심으로 존중하는 것 같아. 친남매처럼 지내는 것으로 보였어. 그러니까 두 사람은 같은 편일 거야. 너 앞으로는 예정 씨랑 자주 어울리지 마라. 중간에서 당할지도 모르니까.”남수지는 할아버지의 말에 얼굴이 확 붉어졌다.“할아버지, 제가 그렇게 어리석은 사람이에요? 제가 왜 이용당해요? 예정 언니는 그냥 여행 온 거예요. 며칠 있으면 양성을 떠날 텐데 저를 무슨 수로 속이겠어요? 저는 그냥 언니의 두 아이가 너무 좋아서 그래요. 그 꼬맹이들이 정말 사랑스럽다니까요. 할아버지도 그 아이들을 보시면 분명 좋아하실 거예요. 예쁜 여자아이를 못 본 건 아니지만 그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 여자아이는 처음이에요. 데려다 키우고 싶을 정도라니까요.”남인국은 할 말을 잃었다.보아하니 손녀의 머리가 멍청해진 모양이다.적들에게 마음을 빼앗겼으니, 그것도 두 꼬마에게 말이다.남인국이 손녀를 바라보며 물었다.“수지야. 뭐 하나 물어볼 건데 솔직히 대답해 보거라.”“물어보세요. 제가 꼭 솔직히 대답할게요.”“너, 전유하 씨 좋아해? 만약 오늘 진짜로 청혼하며 너에게 책임을 지라고 한다면 너는 그걸 받아들였을 것 같아?”남수지는 말문이 막혔다.“잘 생각해 봐. 전유하 씨를 좋아해? 만약 그 사람이 진심으로 너와 결혼하고 싶어 한다면 너는 유하 씨와 결혼할 의향이 있느냐?”남수지는 부인하려다 막상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다시 삼켰다.순간, 할아버지의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랐다.‘내가? 유하 씨를 좋아하냐고? 아니! 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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