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Chapter 2521 - Chapter 2530

2545 Chapters

제2521화

맑고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마치 깊은 산 계곡 어귀에서 새벽에나 들을 수 있을 법한 새소리 같았다. 얼굴을 보기도 전에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소리였다.송가람은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연한 베이지빛 무릎길이 스커트를 입은 예쁜 여자가 한 남자의 팔을 끼고 눈앞에 나타났다.그 순간, 송가람의 동공이 살짝 수축했다.송가람이 그렇게 놀란 건, 그 여자 때문이 아니었다.그녀가 팔짱 낀 남자는 바로 너무 오랜만에 보는 심원이었기 때문이다.심원은 송가람과 눈이 마주치자,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러곤 잠시 멈칫하더니, 곧 조용히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숙였다.송가람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심원의 손으로 내려갔다. 그는 옆에 있는 젊은 여자, 전연의 손을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송가람은 입술 끝이 절로 굳어졌다.그날, 양가에서 주선한 맞선이 어색하게 끝난 이후로, 이렇게 가까이서 심원을 마주하는 건 처음이었다.비록 서로 연락을 하진 않았지만, 둘은 함께 유학을 다녀온 사이라 주변에 겹치는 친구들이 꽤 있었다. 그 덕에 송가람은 따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도, 심원의 근황을 자연스레 접할 수 있었다.그리고 맞선 사건 이후, 심원의 상태가 별로 좋지 않다는 얘기도 종종 들었다.심원의 집안에서 또다시 그에게 억지로 맞선을 주선하려 한다는 것도 알았고, 심원이 한밤중 몰래 송가람의 SNS를 들여다본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 취하면, 무의식적으로 송가람의 이름을 중얼거린다는 것까지도 알고 있었다.송가람은 그런 심원이 귀찮지 않았다. 오히려 은근히 즐기고 있었다.그녀의 눈엔 심원은 다루기 쉬운 남자였다. 아무리 개라도 오랫동안 곁에 있으면 정이 들기 마련이다.그래서 그녀는 가끔 유학 시절의 추억을 일부러 SNS에 올리곤 했다. 그녀가 올린 사진이든 글이든 모두 심원과 연관된 것들이고, 그런 게시물들은 심원을 다시 과거로 끌어들였다.송가람은 심원이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지 못하도록 방해를 하였다. 그녀는 그 모든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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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22화

송가람은 심원이 그녀에게 선물한 값비싼 물건들을 전부 자랑이라도 하듯 올려놓았다. 하지만 전연은 전혀 놀란 기색이 없었다.“전에까지만 해도 원이 오빠가 저한테 너무 잘해줘서 혹시 나쁜 남자는 아닐지 걱정했어요. 앞에서만 잘하고 뒤에서는 딴마음 품은 사람일까 의심도 했고요. 근데 원이 오빠가 친구한테도 이렇게 잘해주는 거 보고, 제가 괜한 의심을 했다는 걸 알았어요. 원이 오빠는 정말 의리 있고 정 많은 사람이네요. 역시 제가 사람 보는 눈은 있다니깐요.”송가람은 그녀의 말에 순간 혈압이 치솟았다. ‘도대체 심원은 어디서 저런 괴랄한 여자를 데려온 걸까?’송가람이 올린 사진들은 모두 심원이 예전에 그녀를 위해 했던 일들이었다. 하지만 전연은 그 모든 걸 그저 심원은 의리 있고 후한 사람으로 해석해 버렸다. 그리고 전연은 송가람한테 심원과 함께한 일상을 공유하며 자랑까지 했다.비 오는 날이면 심원은 우산을 전연 쪽으로 기울여 써서 비를 맞고 감기에 걸렸다는 이야기. 요즘 병원 식당이 공사 중이라 일주일간 중단됐는데, 배달 음식은 몸에 안 좋다며 심원이 매일 도시락을 싸줬다는 이야기. 전연의 어머니가 수술을 받았는데 아버지는 출장 중이라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이고, 전연은 일 때문에 병원을 비울 수 없자, 심원이 병원에서 매일 차를 타 주고 수발을 들며 도와줬다는 이야기들을 전부 송가람에게 들려주었다.이야기가 끝날 즈음엔 전연은 오히려 조금 고민스럽다는 듯 송가람에게 물었다.“언니, 원이 오빠네 집에서 계속 결혼하라고 재촉하거든요. 사실 저도 오빠를 많이 좋아해요. 그런데 제가 아직 일이 안정되지도 않았고, 지금 결혼하긴 너무 이른 것 같아서요. 만약 원이 오빠가 어느 날 갑자기 저한테 프로포즈를 한다면, 저 어떡하죠? 받아야겠죠?”송가람은 입가에 욕설이 맴돌았지만, 간신히 참았다. 그녀는 결국 전연의 카톡을 ‘알림 끄기’로 설정하고 더 이상 응답하지 않았다.오늘 일이 끝나면 다시 제대로 전연에게 따질 생각이었는데, 심원이 전연을 데리고 강씨 가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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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23화

심원은 테이블 아래에서 전연의 손을 살짝 잡아당기며 눈빛으로 물었다.“이게 정말 효과 있어요?”전연은 그녀만 믿고 따라오라는 눈빛으로 자신만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심원은 그제야 마음을 놓은 듯, 자리에 앉은 이후 단 한 번도 송가람 쪽으로 시선을 주지 않았다. 마치 정말로 미련 없이 마음을 정리한 사람처럼 말이다.심원의 시선과 손길은 온전히 전연에게 향해 있었고, 자잘한 행동 하나하나에 다정함이 묻어났다.전연이 물을 마시려 할 때면 심원이 먼저 손을 뻗어 컵을 건네주고, 휴지가 필요하면 말없이 챙겨주었다. 그럴 때마다 전연이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애교 섞인 투정을 부렸고, 심원의 얼굴에는 아낌없는 애정이 묻어났다.그 모습을 지켜보는 이들 눈엔, 두 사람은 더없이 다정한 연인 그 자체였다.송가람은 옆에서 둘을 애써 무시하려 했지만, 계속 귀에 들려오는 전연과 심원의 알콩달콩한 대화에 점점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었다.특히 심원이 마치 아무 거리낌 없이 전연과 함께 술자리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자, 마치 입안에 파리가 들어간 듯 역겨움이 치밀었다.그녀가 이리도 공들여 길들였던 개가 다른 사람한테 꼬리를 흔드는 꼴이라니,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심원은 비록 살이 조금 붙긴 했어도, 이목구비가 나쁘지 않았다.강한서 같은 천재적인 외모는 아니더라도, 그를 닮은 구석이 몇 있었고, 그 덕분에 충분히 매력적이었다.그렇지 않았다면 송가람이 그토록 오랜 시간 심원을 곁에 두며 애매한 관계를 유지할 이유가 없었을 테다.해외 유학 시절에도, 심원에게 관심을 보인 여학생들이 적지 않았다.하지만 심원은 내성적이고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었다.송가람은 그런 심원을 다루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누군가 심원에게 관심을 보이면, 송가람은 일부러 심원에게 차갑게 대했고, 그럴수록 심원은 더더욱 그녀에게 매달렸다.심원이 괴로워하며 눈시울을 붉히고, 그가 뭘 잘못했는지 몰라 물을 때면, 그녀는 늘이렇게 말하곤 했다.“나는 네가 걔를 좋아하는 줄 알았어. 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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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24화

전연은 심원의 팔을 붙잡고는 조용히 말했다.“원이 오빠, 저 괜찮아요. 제가 마실게요.”전연은 망설임 없이 술잔을 들어 단숨에 마셨다. 하지만 전연은 너무 급하게 마신 탓에 사레가 들려 기침이 터져 나왔다.심원은 깜짝 놀라 그녀의 손을 눌렀다.“그만 마셔.”전연은 심원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송가람은 두 사람의 다정한 분위기에 손에 쥔 잔을 부숴버리고 싶을 만큼 속이 뒤틀렸다.그녀는 이를 악문 채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전연 씨, 정말 힘들면 안 마셔도 돼요. 그렇게 억지로 마시는 모습을 보니까, 마치 우리가 전연 씨를 괴롭히는 것 같잖아요.”전연은 서둘러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죄송해요. 제가 좀 급하게 마셨네요. 일부러 분위기 망치려던 건 아니었어요.”그러고는 심원의 손을 밀어내고 남은 술까지 단숨에 들이켰다.하지만 그 술은 그녀에게 너무 독했던 모양이었다.가까이 앉아 있던 심원은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붉게 물들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송가람이 코웃음을 쳤다. 비록 소리는 작았지만, 그녀의 비아냥거림은 심원의 귀에 또렷하게 들어왔다.심원은 눈살을 찌푸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눈앞의 송가람이 너무나 낯설게 느껴졌다.심원이 처음 송가람과 인연을 맺게 된 건, 학창 시절 따돌림을 당하던 그를 송가람이 용기 있게 감싸주었던 그때부터 시작되었다.정의롭고 따뜻하며 솔직한 그녀의 모습이 심원을 끌어당겼다.송가람이 예전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밖에서는 같은 여자끼리 서로 돕고 살아야지.”하지만 지금, 전연에게 억지로 술을 권하고 그녀를 향한 악의는 전혀 감추려 하지 않았다.‘이게 내가 알던 송가람이 맞아?’심원은 복잡한 마음을 억누르고는 전연에게 물을 건넸다.전연은 물잔을 받아 들며 한숨을 쉬었다.“저 진짜 멍청한가 봐요. 학창 시절에도 수학을 못 했는데, 졸업하면 괜찮을 줄 알았죠. 근데 술자리에서 이렇게 손해 볼 줄은 몰랐네요.”그 말을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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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25화

심원은 조용히 손을 거두었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때 송가람의 시선이 심원의 약지에 낀 커플링에 꽂혔다. 그녀의 눈빛이 잠시 어두워지더니, 곧장 잔을 들고 입가에 웃음을 띠며 심원을 놀리듯 말했다.“그러고 보니 아직 축하 인사를 못 했네. 좋은 사람을 만났으니 곧 좋은 소식도 들리겠지? 나중에 결혼식 때 잊지 말고, 나한테도 청첩장 줘.”심원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잠시 정적이 흘렀고, 그는 마지못해 잔을 들었다.“알았어.”그리고 심원은 송가람이 따라준 술을 마셨다.송가람의 얼굴빛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 그녀는 잔을 탁 내려놓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잠시 실례할게요.”그리고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한현진은 심원이 방금 마신 술잔을 흘끗 보고, 손끝으로 가볍게 잔을 두드렸다.그 신호를 알아차린 한성우가 곧장 심원의 어깨를 툭 치며 웃음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매제, 며칠 전에 연이가 그러던데, 요즘 심원 씨 또 잘생겨졌다고. 난 또 걔가 연애 중이라서 눈에 콩깍지 씌었나 했어요. 근데 오늘 보니까 진짜네요. 방금 들어올 때, 심원 씨 진짜 연예인인 줄 알았잖아요.”심원은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한 대표님은 여전히 농담을 잘하시네요.”어릴 적 뚱뚱했던 외모 탓에 상처 되는 말을 많이 들어온 심원은 그의 외모에 대해 늘 자격지심이 있었다. 그래서 이런 칭찬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하지만 한성우의 말투가 워낙 밝고 진지해서 조롱처럼 들리지는 않았다.그래서 심원이 그저 예의로 답했을 뿐이다.한성우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심원 씨, 나 농담 아니에요. 저 그때 연이한테 제일 먼저 심원 씨 사진부터 보여줬어요. 연이가 그 사진 보고 맘에 들어서 소개해달라고 했고요. 심원 씨 이렇게 잘생긴 줄 몰랐으면 소개팅 자리에 나오지도 않았을 거예요.”심원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뭔가 낯선 감정이 가슴속에 스며들었다.한성우는 여유롭게 말을 이어갔다.“사실 심원 씨 처음 봤을 때부터 어딘가 낯이 익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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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26화

“네...”한성우는 심원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안쓰럽다, 안쓰러워.”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한현진을 바라보며 툭 쏘아붙였다.“저처럼 착한 사람한테 이런 비열한 짓을 시키다니, 양심에 찔리진 않아요? 수고비 더 줘요.”한현진은 눈매를 접으며 웃었다.“그 정도로 착하려면, 백팔 번은 다시 태어나야겠네요.”그 말에 차미주는 사레가 들려 한참을 기침하더니, 억울한 눈빛으로 한현진을 째려보며 말했다.“그걸 꼭 나한테 덮어씌워야 해?”한성우는 차미주의 등을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내가 뭐랬어? 둘 다 믿을 게 없댔잖아. 넌 내 말 안 믿더라?”차미주는 못마땅하다는 눈빛으로 그를 째려보았다.“너도 똑같아!”전연이 화장실에서 나왔을 때, 예상 한 대로 송가람이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송가람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휘감았고 온몸에 보석을 두르고 있었다.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목걸이에 고급스러운 드레스까지, 분명 남의 약혼식인데도 그녀는 마치 주인공이라도 된 듯한 화려한 차림이었다.하지만 그런 사치스러움에 비해 그녀가 풍기는 기운은 너무 얕았다.전연의 머릿속에는 문득 한성우가 송가람을 두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머리는 있는데, 그리 좋은 편은 아니야. 여우짓은 하는데, 너만 하진 못하고. 근데 돈은 진짜 많아.”전연의 시선이 송가람의 목걸이에서 손에 든 명품백으로 옮겨갔다.‘확실히 많긴 하네...’송가람은 세면대 앞에서 립스틱을 덧바르고 있었다. 수십만 원짜리 명품백에 물이 튈 수도 있는 세면대 위에 아무렇지 않게 내려놨지만, 그녀는 전혀 신경 쓰는 기색이 없었다.전연의 시선을 감지한 송가람은 명품 가방을 힐끔 바라보더니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예쁘죠?”전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예뻐요.”“심원이가 저한테 선물로 준 거예요.”송가람은 립스틱 뚜껑을 닫으며 전연의 소규모 브랜드 가방을 힐끗 보더니 담담히 물었다.“전연 씨 가방도 심원 씨가 선물한 거예요?”전연은 조심스레 대답했다.“네.”전연의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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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27화

송가람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지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내가 심원이 같은 애를 왜 좋아해?”그녀의 부정은 번개처럼 빠르고 단호했다. 마치 심원을 좋아한다는 것이 세상에 들키면 안 될 치욕이라도 되는 듯, 그녀의 반응은 지나치게 날카로웠다.그 말을 들은 전연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왜 안 될 건데요? 원이 오빠는 다정하고 성실하고 착하기까지 하잖아요. 언니랑도 또 오래된 친구 사이고요. 원이 오빠 같은 사람한테 마음이 가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그럼, 언니가 저한테 이렇게 적대적인 이유가 뭐죠?”“헛소리하지 마.”송가람은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말을 잘랐다.“난 그냥 너한테 충고해 주는 거야. 걔는 너한테 관심 없어. 너더러 시간 낭비하지 말라는 뜻이야. 고마울 것까지는 없고.”송가람은 그렇게 말하고는 가방을 들고 자리를 뜨려 했다.그때 전연이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언니, 언니도 원이 오빠가 언니를 좋아하는 거 알죠?”송가람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전연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리며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네가 그것까지 알면서도 계속 질척거리며 매달리는 건 뭐야? 일부러 망신당하고 싶어서 그래?”전연은 천천히 송가람에게 다가가며 말했다.“언니는 원이 오빠가 언니를 좋아한다는 거 뻔히 알면서도, 그렇게 비싼 선물도 받고, 해주는 거 다 누리고, 애매하게 선 긋지도 않네요? 그런데 좋아하는 건 아니라고요? 언니는 원이 오빠를 갖고 노는 거예요?”송가람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고, 이내 앞으로 달려 나가 전연의 뺨을 후려쳤다.“네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네 주제에 감히 나를 평가해?”송가람은 이를 악물며 계속 말했다.“나라고 네가 심원이 SNS에 올린 사진들, 일부러 내게 보이게 했다는 거 모를 줄 알아? 나 도발하겠다고? 네가 그럴 자격이나 있어? 내 한마디라면 심원이 너랑 결혼을 약속했더라도 결국 내 앞에 무릎 꿇을 사람이야.”송가람은 전연의 가슴팍을 손가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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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28화

차미주는 눈웃음을 지으며 속으로 생각했다.‘잘했어!’송가람이 정리를 마치고 돌아올 때쯤, 정인월은 진씨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행사장에 입장했다.정인월은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고 있었고, 머리카락도 막 단정히 손질한 듯했다. 하얗게 센 머리칼에 코운 파마 컬을 곱게 말아 올려, 그 모습만으로도 생기가 넘쳐 보였다.예전에 한현진이 강한서와 함께 정인월을 찾아갔을 때보다 훨씬 혈색이 좋아 보였다.강한서와 강단해 일행은 자리에서 일어나 정인월을 맞이했고, 한현진은 몇 번이고 일어나려다 꾹 눌러 참았다.정인월은 사람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자손들의 호위를 받으며 무대 앞으로 걸어갔다.그러다 문득 정인월의 시선이 한현진에게 닿았다. 정인월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듯했지만, 한현진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였다.한현진은 빙그레 웃으며 식지에 끼운 백옥 반지를 슬며시 어루만졌다.송가람의 모든 시선은 정인월을 향해 있었다. 그녀는 정인월의 작고 은밀한 동작까지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송가람의 마음은 점점 더 무거워졌다.송가람은 한현진이 임신한 걸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겉으로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연기해 줬다.송가람은 강한서를 얻기 위해 몇 번이나 고택까지 찾아가 정인월의 환심을 사려 애썼지만, 정인월은 늘 애매한 태도로 송가람을 뿌리쳤다.그 생각만 해도 송가람의 속은 끓어올랐다.하지만 송가람은 곧이어 뭔가를 떠올렸는지 입꼬리가 다시 살짝 올라갔다.그 표정을 본 한현진은 알 수 없는 불안함을 느꼈다.주위를 둘러보니, 송병천과 서해금은 저 멀리 떨어진 테이블에 앉아 있었고, 송천준도 송병천 곁에 자리했다.강한서와 정인월, 민경하와 고윤 등은 무대와 가장 가까운 테이블에 자리했으며, 사회자도 이미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겉보기엔 모든 게 순조로워 보였다. 이제 신랑과 신부만 등장하면 되는 상황이었다.한현진은 시계를 확인했다.‘정각이 지났는데, 왜 강민서는 아직도 나오지 않는 걸까?’송가람의 의미심장한 웃음이 계속 한현진의 마음을 어지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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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29화

잠깐의 정적 후, 장내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민경하는 그나마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민서 씨,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그러면서 민경하가 앞으로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강민서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나 그의 손길을 피했다.이번엔 강민서가 한결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번 약혼은 본래 집안 어른들의 뜻이었어요. 하지만 전 경하 씨를 좋아하지 않아요. 나 자신을 억지로 속이긴 싫어요. 그러니까 우리 이쯤에서 끝내요.”말이 끝나자, 그녀는 가슴에 꽂힌 코사지도 확 잡아떼어내 바닥에 던졌고, 드레스 자락을 움켜쥔 채 그대로 밖으로 뛰쳐나갔다.민경하가 그녀를 뒤따라 가려 했지만, 객석에서 들려온 비명소리가 그의 발을 멈추게 했다.정인월이 충격에 정신을 잃고 쓰러졌고, 강한서는 당황한 얼굴로 정인월을 부축하며 다급히 외쳤다.“의사, 의사를 당장 불러요!”그 장면을 목격한 민경하는 발걸음을 멈추고 재빨리 무대 아래로 내려가 그들을 돕기 시작했다.송가람은 어느새 강한서 옆에 바짝 붙어 있었고, 한현진도 역시 마음이 급해 뛰쳐나가려던 찰나, 한성우가 그녀를 막아섰다.“현진 씨, 이 와중에 괜히 사람들 사이에 끼지 마요. 혹시 부딪치기라도 하면 강한서는 자기 할머니 챙길 새도 없을 거예요. 현진 씨 오빠도 이미 도와주러 갔으니까 그냥 여기서 얌전히 있어요.”한현진은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 갔지만, 한성우 말이 틀린 건 아니라 생각해 억지로 마음을 진정시키고는 고개를 끄덕였다.“성우 씨, 얼른 강민서를 찾으러 가봐요.”곁에 있던 차미주도 덧붙였다.“그래! 끌고 와서 혼 좀 내야지! 이 결혼 하기 싫으면 처음부터 말하지. 손님들도 다 오고 식도 시작됐는데, 이제 와서 뭐 하는 짓이야! 민경하가 무슨 죄냐고!”한현진은 눈살을 팍 찌푸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분명 대기실에 있을 땐 괜찮았어. 강민서는 분명히 행복해 보였단 말이야. 근데 왜 갑자기 태도를 바꾼 걸까? 누가 무슨 말을 한 걸까, 아니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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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30화

정인월을 안고 있는 강한서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여전히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강한서는 낮은 목소리로 송민준에게 말했다.“형님은 가지 말아요. 송가람이 아까부터 계속 현진이한테 술을 권하더라고요. 아마 현진이가 임신 사실을 알아챈 것 같아요. 형님은 송가람을 지켜보는 게 좋겠어요.”송민준은 예상치 못한 말에 눈을 깜빡였다.“난 네가 진짜 놀라서 제정신도 아닌 줄 알았는데, 언제 그거까지 보고 있었대?”그러자 강한서는 날카로운 눈으로 그를 째려보며 쏘아붙였다.“제가 형님이었으면, 한현진이 가족 상봉식 때 벌써 송가람이랑 연 끊었어요. 형님이 그렇게 키운 여동생, 결국 형님 여동생 등에 칼 꽂는 꼴 나는 거예요.”송민준은 한마디 하려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사실 강한서 말이 틀린 것도 아니었다. 그가 그동안 송가람한테 지나치게 관대했던 건 사실이었다.“다시는 그런 일 없게 할 거야.”바로 그때, 송민준의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그는 화면을 확인하더니 말없이 강한서에게 휴대전화를 내밀었다.“어떤 의미에선, 너희 둘도 참 호흡이 잘 맞아.”강한서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송민준이 보여준 메시지는 한현진이 보낸 것이였다.[송가람이 수상해요. 오빠는 먼저 돌아오지 마요. 제가 송가람이 무슨 짓을 하려는지 지켜볼게요. 저 도와줄 친구도 있기에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요. 만약 한서 씨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전화해요.]강한서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여전히 송민준더러 돌아가라고 고집했다.그러자 송민준은 정인월 여사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받쳐 들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걱정하지 마. 먼저 병원부터 가자. 그다음은 내가 알아서 할게.”한편, 송가람은 돌아오는 길에 차미주와 호텔 직원으로 보이는 남자가 한현진을 부축하며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송가람은 길을 비켜줬고, 세 사람이 엘리베이터에 탄 걸 확인한 뒤 조용히 어딘가 전화를 걸었다.주강운은 술잔을 든 채 송가람 쪽을 유심히 바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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