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Chapter 2521 - Chapter 2525

2525 Chapters

제2521화

맑고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마치 깊은 산 계곡 어귀에서 새벽에나 들을 수 있을 법한 새소리 같았다. 얼굴을 보기도 전에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소리였다.송가람은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연한 베이지빛 무릎길이 스커트를 입은 예쁜 여자가 한 남자의 팔을 끼고 눈앞에 나타났다.그 순간, 송가람의 동공이 살짝 수축했다.송가람이 그렇게 놀란 건, 그 여자 때문이 아니었다.그녀가 팔짱 낀 남자는 바로 너무 오랜만에 보는 심원이었기 때문이다.심원은 송가람과 눈이 마주치자,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러곤 잠시 멈칫하더니, 곧 조용히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숙였다.송가람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심원의 손으로 내려갔다. 그는 옆에 있는 젊은 여자, 전연의 손을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송가람은 입술 끝이 절로 굳어졌다.그날, 양가에서 주선한 맞선이 어색하게 끝난 이후로, 이렇게 가까이서 심원을 마주하는 건 처음이었다.비록 서로 연락을 하진 않았지만, 둘은 함께 유학을 다녀온 사이라 주변에 겹치는 친구들이 꽤 있었다. 그 덕에 송가람은 따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도, 심원의 근황을 자연스레 접할 수 있었다.그리고 맞선 사건 이후, 심원의 상태가 별로 좋지 않다는 얘기도 종종 들었다.심원의 집안에서 또다시 그에게 억지로 맞선을 주선하려 한다는 것도 알았고, 심원이 한밤중 몰래 송가람의 SNS를 들여다본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 취하면, 무의식적으로 송가람의 이름을 중얼거린다는 것까지도 알고 있었다.송가람은 그런 심원이 귀찮지 않았다. 오히려 은근히 즐기고 있었다.그녀의 눈엔 심원은 다루기 쉬운 남자였다. 아무리 개라도 오랫동안 곁에 있으면 정이 들기 마련이다.그래서 그녀는 가끔 유학 시절의 추억을 일부러 SNS에 올리곤 했다. 그녀가 올린 사진이든 글이든 모두 심원과 연관된 것들이고, 그런 게시물들은 심원을 다시 과거로 끌어들였다.송가람은 심원이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지 못하도록 방해를 하였다. 그녀는 그 모든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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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22화

송가람은 심원이 그녀에게 선물한 값비싼 물건들을 전부 자랑이라도 하듯 올려놓았다. 하지만 전연은 전혀 놀란 기색이 없었다.“전에까지만 해도 원이 오빠가 저한테 너무 잘해줘서 혹시 나쁜 남자는 아닐지 걱정했어요. 앞에서만 잘하고 뒤에서는 딴마음 품은 사람일까 의심도 했고요. 근데 원이 오빠가 친구한테도 이렇게 잘해주는 거 보고, 제가 괜한 의심을 했다는 걸 알았어요. 원이 오빠는 정말 의리 있고 정 많은 사람이네요. 역시 제가 사람 보는 눈은 있다니깐요.”송가람은 그녀의 말에 순간 혈압이 치솟았다. ‘도대체 심원은 어디서 저런 괴랄한 여자를 데려온 걸까?’송가람이 올린 사진들은 모두 심원이 예전에 그녀를 위해 했던 일들이었다. 하지만 전연은 그 모든 걸 그저 심원은 의리 있고 후한 사람으로 해석해 버렸다. 그리고 전연은 송가람한테 심원과 함께한 일상을 공유하며 자랑까지 했다.비 오는 날이면 심원은 우산을 전연 쪽으로 기울여 써서 비를 맞고 감기에 걸렸다는 이야기. 요즘 병원 식당이 공사 중이라 일주일간 중단됐는데, 배달 음식은 몸에 안 좋다며 심원이 매일 도시락을 싸줬다는 이야기. 전연의 어머니가 수술을 받았는데 아버지는 출장 중이라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이고, 전연은 일 때문에 병원을 비울 수 없자, 심원이 병원에서 매일 차를 타 주고 수발을 들며 도와줬다는 이야기들을 전부 송가람에게 들려주었다.이야기가 끝날 즈음엔 전연은 오히려 조금 고민스럽다는 듯 송가람에게 물었다.“언니, 원이 오빠네 집에서 계속 결혼하라고 재촉하거든요. 사실 저도 오빠를 많이 좋아해요. 그런데 제가 아직 일이 안정되지도 않았고, 지금 결혼하긴 너무 이른 것 같아서요. 만약 원이 오빠가 어느 날 갑자기 저한테 프로포즈를 한다면, 저 어떡하죠? 받아야겠죠?”송가람은 입가에 욕설이 맴돌았지만, 간신히 참았다. 그녀는 결국 전연의 카톡을 ‘알림 끄기’로 설정하고 더 이상 응답하지 않았다.오늘 일이 끝나면 다시 제대로 전연에게 따질 생각이었는데, 심원이 전연을 데리고 강씨 가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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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23화

심원은 테이블 아래에서 전연의 손을 살짝 잡아당기며 눈빛으로 물었다.“이게 정말 효과 있어요?”전연은 그녀만 믿고 따라오라는 눈빛으로 자신만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심원은 그제야 마음을 놓은 듯, 자리에 앉은 이후 단 한 번도 송가람 쪽으로 시선을 주지 않았다. 마치 정말로 미련 없이 마음을 정리한 사람처럼 말이다.심원의 시선과 손길은 온전히 전연에게 향해 있었고, 자잘한 행동 하나하나에 다정함이 묻어났다.전연이 물을 마시려 할 때면 심원이 먼저 손을 뻗어 컵을 건네주고, 휴지가 필요하면 말없이 챙겨주었다. 그럴 때마다 전연이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애교 섞인 투정을 부렸고, 심원의 얼굴에는 아낌없는 애정이 묻어났다.그 모습을 지켜보는 이들 눈엔, 두 사람은 더없이 다정한 연인 그 자체였다.송가람은 옆에서 둘을 애써 무시하려 했지만, 계속 귀에 들려오는 전연과 심원의 알콩달콩한 대화에 점점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었다.특히 심원이 마치 아무 거리낌 없이 전연과 함께 술자리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자, 마치 입안에 파리가 들어간 듯 역겨움이 치밀었다.그녀가 이리도 공들여 길들였던 개가 다른 사람한테 꼬리를 흔드는 꼴이라니,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심원은 비록 살이 조금 붙긴 했어도, 이목구비가 나쁘지 않았다.강한서 같은 천재적인 외모는 아니더라도, 그를 닮은 구석이 몇 있었고, 그 덕분에 충분히 매력적이었다.그렇지 않았다면 송가람이 그토록 오랜 시간 심원을 곁에 두며 애매한 관계를 유지할 이유가 없었을 테다.해외 유학 시절에도, 심원에게 관심을 보인 여학생들이 적지 않았다.하지만 심원은 내성적이고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었다.송가람은 그런 심원을 다루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누군가 심원에게 관심을 보이면, 송가람은 일부러 심원에게 차갑게 대했고, 그럴수록 심원은 더더욱 그녀에게 매달렸다.심원이 괴로워하며 눈시울을 붉히고, 그가 뭘 잘못했는지 몰라 물을 때면, 그녀는 늘이렇게 말하곤 했다.“나는 네가 걔를 좋아하는 줄 알았어. 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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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24화

전연은 심원의 팔을 붙잡고는 조용히 말했다.“원이 오빠, 저 괜찮아요. 제가 마실게요.”전연은 망설임 없이 술잔을 들어 단숨에 마셨다. 하지만 전연은 너무 급하게 마신 탓에 사레가 들려 기침이 터져 나왔다.심원은 깜짝 놀라 그녀의 손을 눌렀다.“그만 마셔.”전연은 심원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송가람은 두 사람의 다정한 분위기에 손에 쥔 잔을 부숴버리고 싶을 만큼 속이 뒤틀렸다.그녀는 이를 악문 채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전연 씨, 정말 힘들면 안 마셔도 돼요. 그렇게 억지로 마시는 모습을 보니까, 마치 우리가 전연 씨를 괴롭히는 것 같잖아요.”전연은 서둘러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죄송해요. 제가 좀 급하게 마셨네요. 일부러 분위기 망치려던 건 아니었어요.”그러고는 심원의 손을 밀어내고 남은 술까지 단숨에 들이켰다.하지만 그 술은 그녀에게 너무 독했던 모양이었다.가까이 앉아 있던 심원은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붉게 물들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송가람이 코웃음을 쳤다. 비록 소리는 작았지만, 그녀의 비아냥거림은 심원의 귀에 또렷하게 들어왔다.심원은 눈살을 찌푸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눈앞의 송가람이 너무나 낯설게 느껴졌다.심원이 처음 송가람과 인연을 맺게 된 건, 학창 시절 따돌림을 당하던 그를 송가람이 용기 있게 감싸주었던 그때부터 시작되었다.정의롭고 따뜻하며 솔직한 그녀의 모습이 심원을 끌어당겼다.송가람이 예전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밖에서는 같은 여자끼리 서로 돕고 살아야지.”하지만 지금, 전연에게 억지로 술을 권하고 그녀를 향한 악의는 전혀 감추려 하지 않았다.‘이게 내가 알던 송가람이 맞아?’심원은 복잡한 마음을 억누르고는 전연에게 물을 건넸다.전연은 물잔을 받아 들며 한숨을 쉬었다.“저 진짜 멍청한가 봐요. 학창 시절에도 수학을 못 했는데, 졸업하면 괜찮을 줄 알았죠. 근데 술자리에서 이렇게 손해 볼 줄은 몰랐네요.”그 말을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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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25화

심원은 조용히 손을 거두었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때 송가람의 시선이 심원의 약지에 낀 커플링에 꽂혔다. 그녀의 눈빛이 잠시 어두워지더니, 곧장 잔을 들고 입가에 웃음을 띠며 심원을 놀리듯 말했다.“그러고 보니 아직 축하 인사를 못 했네. 좋은 사람을 만났으니 곧 좋은 소식도 들리겠지? 나중에 결혼식 때 잊지 말고, 나한테도 청첩장 줘.”심원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잠시 정적이 흘렀고, 그는 마지못해 잔을 들었다.“알았어.”그리고 심원은 송가람이 따라준 술을 마셨다.송가람의 얼굴빛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 그녀는 잔을 탁 내려놓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잠시 실례할게요.”그리고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한현진은 심원이 방금 마신 술잔을 흘끗 보고, 손끝으로 가볍게 잔을 두드렸다.그 신호를 알아차린 한성우가 곧장 심원의 어깨를 툭 치며 웃음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매제, 며칠 전에 연이가 그러던데, 요즘 심원 씨 또 잘생겨졌다고. 난 또 걔가 연애 중이라서 눈에 콩깍지 씌었나 했어요. 근데 오늘 보니까 진짜네요. 방금 들어올 때, 심원 씨 진짜 연예인인 줄 알았잖아요.”심원은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한 대표님은 여전히 농담을 잘하시네요.”어릴 적 뚱뚱했던 외모 탓에 상처 되는 말을 많이 들어온 심원은 그의 외모에 대해 늘 자격지심이 있었다. 그래서 이런 칭찬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하지만 한성우의 말투가 워낙 밝고 진지해서 조롱처럼 들리지는 않았다.그래서 심원이 그저 예의로 답했을 뿐이다.한성우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심원 씨, 나 농담 아니에요. 저 그때 연이한테 제일 먼저 심원 씨 사진부터 보여줬어요. 연이가 그 사진 보고 맘에 들어서 소개해달라고 했고요. 심원 씨 이렇게 잘생긴 줄 몰랐으면 소개팅 자리에 나오지도 않았을 거예요.”심원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뭔가 낯선 감정이 가슴속에 스며들었다.한성우는 여유롭게 말을 이어갔다.“사실 심원 씨 처음 봤을 때부터 어딘가 낯이 익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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