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크업 룸에는 드레스 두 벌이 옷걸이에 정갈하게 걸려 있었다. 치맛자락은 비닐봉지로 감싸져 있었고 더럽혀질까 봐 조심스럽게 다뤄진 흔적이 역력했다.테이블 위에는 미리 벗어둔 보석 장신구들이 가지런히 보석함 안에 정리되어 있었고, 약혼식에서 필요한 모든 물건이 하나하나 정성스레 챙겨져 있었다. 도망치려는 신부가 이런 준비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한현진은 분장실에서 만난 강민서의 모습과 식장에서 도망친 그녀의 모습을 떠올렸다. 식전엔 설렘과 기대로 가득 찼지만, 식장에서 도망칠 때는 원치 않는다고 말하면서 눈빛은 당황함으로 가득 찼고 끝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차미주는 이리저리 현장을 정리하면서 작은 목소리로 투덜거렸다.“진짜 너무해. 말도 안 되는 짓이잖아. 강민서, 잡히기만 해봐. 민경하 대신 한 대 쳐. 결혼할 거면 제대로 하든가, 아니면 아예 시작도 하지 말던가. 민경하는 왜 가지고 놀아?"한현진이 그녀를 톡 하고 치자 차미주가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민경하는 말 없이 상자 속 반지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잠시 후, 그는 고개를 돌려 방금 강민서의 메이크업을 맡았던 몇 사람에게 물었다.“민서 씨가 나가기 전에 누굴 만난 적 있어요?”다들 고개를 저었고, 그중 가장 어린 여자가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누구를 만나진 않았지만, 뭔가 이상하긴 했어요.”“뭐가 이상했죠?”“민경하 씨가 나간 지 얼마 안 돼서 강민서 씨가 저희한테 방을 비워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저희는 밖으로 나왔는데, 제가 휴대폰을 두고 나와 다시 들어가려다 강민서 씨가 울면서 누군가와 통화하는 걸 들었어요. 그래서 들어가지 않고 그냥 나왔어요.”민경하는 순간 멍해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강민서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는데... 혼란스러운 기억을 더듬던 그의 머릿속에 자신이 들고 들어온 이름도 없는 두툼한 봉투가 떠올랐다.그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테이블 위를 뒤지기 시작했다. 잠시 뒤, 그의 표정이 굳어졌다.한현진은 그의 표정이 살짝 굳어진 것을 알아차리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