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국 황궁.이곳은 고성 건축군이었는데, 비하황은 제일 안쪽에 있는 거대한 성에서 지내고 있었다. 오늘 열리는 연회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외곽에 위치한 또 다른 고성에서 열렸다.이번에 처음으로 여기에 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염구준은 문 앞까지 걸어와 아무렇지 않게 안으로 들어섰다. 그가 마지막으로 이곳을 찾았던 것도 이미 몇년 전 일이었는데, 그때는 비하황이 직접 나와 그를 맞이하기도 했었다. “멈춰라. 여긴 황실의 금지구역이다. 외부인은 출입 불가야.”문 앞에 도열한 스무 명의 정예 황실 친위대가 염구준 일행의 길을 가로막았다.이에 성격이 급한 주작은 바로 무력을 쓰려 했으나 염구준이 팔을 뻗어 그녀를 제지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혁뢰특이 내가 온다고 안 했나 봐?”혁뢰특은 황실 친위대장으로, 이들에게는 직속 상관이었다.친위대 소대장은 순간 당황하며 자세를 고쳐 정중히 물었다.“실례지만, 존함을 여쭤봐도 되겠습니까?”“염씨 성이야.”염구준은 짧게 대답했다.비하황이 직접 초대하고, 혁뢰특이 맡았다면 분명 미리 말을 해두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죄송합니다, 염 선생님. 이쪽으로 안내하겠습니다.”소대장은 깍듯이 인사하고는 길을 터주며 앞장섰다. 혁뢰특이 이 일을 말해두었을 때의 말투를 떠올려보면, 염구준이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금세 짐작할 수 있었다.“가자.”염구준은 굳이 더 따지지 않고 일행과 함께 성 안으로 들어섰다.그의 머릿속은 온통 항구에서 본 낡은 배와, 비하황이 무슨 이야기를 꺼낼지로 뒤엉켜 있었다.이번 일은 여간 골치 아픈 게 아니었다.소대장은 불빛이 환히 밝혀진 한 고성 앞에서 멈춰 서서 말했다.“염 선생님, 우선 식사하세요. 고위층 분들은 회의가 끝나는 즉시 도착하실 겁니다.”고성 안에서 울려 나오는 환호성은 멀리서 들릴 정도로 또렷했다. 벌써 연회가 시작된 듯했다.“응.”염구준은 고개를 끄덕이고 안으로 들어섰다.소대장도 들어가 함께 즐기고 싶었지만, 그의 신분으로는 꿈도 못 꿀 일이었다.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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