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Chapter 1701 - Chapter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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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1화

아이의 팔과 다리에는 자로 맞은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고 평소와 달리 얼굴도 심하게 부어있었다.맞은 건 며칠 전이라고 했으니 아마 당시에는 더 심했을 게 분명했다.“아파?”임유진은 아이와 시선을 맞추기 위해 무릎을 구부렸다.하지만 하겸은 밤하늘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눈동자를 움직이는 법 없이 계속해서 학교 안만 바라보고 있었다.임유진의 말 같은 건 조금도 귀에 들려오지 않는 듯했다.아이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누나가 언제 하교하는지, 언제쯤이면 누나를 볼 수 있는지 뿐이었으니까.임유진은 무시당했는데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의 팔에 난 상처를 매만지려는 듯 더 가까이 다가갔다.하지만 미처 손끝이 닿기도 전에 아이가 경계하며 바로 몸을 옆으로 움직였다.“아... 놀라게 해서 미안해. 아줌마는 그냥 겸이가 아프지는 않나 해서.”임유진이 서둘러 해명하자 아이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더니 한참이나 지난 뒤에야 천천히 말을 내뱉었다.“누가 내 몸 만지는 거 싫어.”“음... 그럼 더 이상 만지지 않을 테니까 대신 아줌마랑 같이 병원에 안 갈래? 의사 선생님한테 봐달라고 할게. 그러면 팔에 난 상처도, 다리에 난 상처도 이제는 안 안 아플 거야.”“나 안 아파.”겸이는 쌀쌀맞게 네 글자를 내뱉은 후 다시 고개를 돌려 학교 안을 바라보았다.임유진은 가뜩이나 경계하는 아이에게 손부터 내민 자신이 멍청했다며 속으로 엄청 후회했다.그때 한지영이 옆으로 다가왔고 그녀는 아이의 몸에 난 울긋불긋한 상처를 보더니 깜짝 놀라며 말했다.“세상에! 그 여자 진짜 미친 거 아니야? 어떻게 이렇게 작은 애한테 손을 댈 수가 있어?”한지영은 한번도 본 적 없는 여자에게 실컷 화를 내더니 이내 허리를 숙여 겸이에게 미소를 지었다.“안녕, 하겸 맞지? 나는 한지영이라고 해. 저기 있는 분식집 사장님의 친구야.”하지만 한지영의 열정적인 인사에도 겸이는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았다.“말을 못 알아듣는 건 아니지...?”한지영이 임유진의 귀에 속삭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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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2화

하유은은 아직 7살밖에 안 된 아이였지만 순진무구한 그 또래의 다른 아이들에 비해 상당히 성숙한 편이었다. 어머니를 일찍이 잃고 순탄치만은 않은 가정에서 자란 게 아이가 철이 빨리 들어버린 원인이 된 듯했다.“아줌마 딸도 겸이랑 비슷한 또래라 겸이가 다친 걸 보니 괜히 마음이 아파서 그래. 진료비나 치료비는 아줌마가 다 대줄 거야. 따로 너희나 너희 부모님께 돈을 달라고 하지도 않을 거고. 정말이야. 치료만 끝이 나면 금방 다시 돌려보내 줄게.”임유진은 괜히 친한 척을 하며 거리를 좁히는 것이 아닌 그저 걱정돼서 그런다는 진심만 얘기했다.그러자 하유은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내 고개를 돌려 옆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하겸을 바라보았다.겸이는 그 눈빛을 보더니 그녀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먼저 입을 열었다.“누나, 나 안 아파.”“안 아프긴. 방금도 나한테 달려올 때 다리를 절뚝였잖아.”하유은은 아이의 다리를 보고 결심이 선 건지 다시 고개를 돌려 임유진을 바라보았다.“그럼 잠깐 어디 좀 갔다 올 테니까 잠시만 여기서 기다려주세요. 저도 병원에 같이 갈게요.”“겸아, 여기 이모들이랑 분식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하유은의 말에 하겸은 싫다며 옷자락을 놓아주지 않았다.“겸이 착하지. 가방만 두고 올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하유은은 아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안심시켜주었다. 그러자 하겸도 그제야 손을 스르르 풀었다.하유은이 멀리 사라진 후 한지영은 임유진을 보며 말했다.“내 차로 가. 택시로 가는 것보다 훨씬 더 편할 거야. 어차피 나도 오늘은 별다른 일이 없으니까.”임유진은 그 말에 고맙다며 미소를 지었다.“응, 고마워.”“고맙긴. 나도 보는 게 안타까워서 그래. 어떻게 상처가 이렇게도 선명한데 병원 한번 안 데려갈 수가 있어? 유미 언니한테서 그 말을 듣는데 어찌나 화가 나던지.”한지영은 겸이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최대한 볼륨을 낮춰 말했다.사실 그녀는 아까 탁유미에게서 두 아이에 관한 사연을 들었을 때 안타까운 감정이 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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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3화

“뭐... 집집마다 사정이 다 다르니까. 근데 최근 보면 이상한 이유로 아이를 입양하는 사람들이 확실히 많아지기는 했어. 전에 아는 언니한테서 들었는데 어떤 집은 자기 가족 액받이 하게 만들려고 일부러 아이를 입양하기도 한대.”한지영이 치를 떨며 속삭였다.이에 임유진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뭔가를 고민하듯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그때 책가방 아닌 크로스백을 멘 하유은이 이쪽으로 빠르게 달려왔다. 그녀는 오자마자 겸이의 손을 잡고는 임유진에게 말했다.“저 준비 다 마쳤어요. 이제 병원으로 가요.”임유진은 그 말에 미소를 지었다.“그래. 가자.”한지영의 차에 올라탄 후 임유진은 하유은에게 물었다.“집에 갔다 온 거지? 부모님께는 얘기했어?”“메모 남겼어요.”말은 이렇게 했지만 사실 메모를 남기든 안 남기는 큰 차이는 없다는 걸 하유은은 알고 있다.그녀의 아버지는 단 한 번도 그녀와 하겸의 일에 관심을 보인 적이 없었으니까. 새엄마는 더더욱 그러하고 말이다.어쩌면 새엄마는 그녀와 하겸이 이대로 몰래 사라지길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병원으로 가는 길, 하유은과 하겸은 차에 탈 때 그대로 여전히 서로의 손을 꽉 잡고 있었다. 꼭 이 세상에서 의지할 곳이라고는 서로밖에 없는 듯이 말이다.병원.임유진은 접수한 후 잠시 대기하다가 순서가 되자 아이를 데리고 진료실 안으로 들어갔다.의사의 말에 따라 하겸이 웃통을 벗었을 때 임유진은 물론이고 옆에 있던 한지영까지 입을 떡 벌리며 아무 말도 말도 하지 못했다.안 보이는 곳에 난 상처가 생각보다 너무 심각했기 때문이었다.의사는 상처와 멍투성이인 아이의 몸을 보며 혀를 끌끌 차더니 곧바로 어른인 임유진과 한지영에게 호통을 쳤다.“애를 이렇게 만들어 놓으면 어떡합니까! 이건 엄연한 학대예요!”임유진은 별다른 해명 없이 의사에게 상처가 심각한지 아닌지만 물었다.그 말에 의사는 손을 뻗어 멍이 든 곳을 조금씩 눌러보았다. 그런데 아플 만한 곳만 집중적으로 눌렀는데도 별 반응이 없었다.그래서 혹시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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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4화

임유진은 가볍게 고개를 숙인 후 아이들을 데리고 진료실에서 나왔다.의사가 처방해준 약은 통증을 줄여주는 스프레이와 바르는 약 몇 가지였다.임유진은 약을 하겸이 아닌 하유은에게 건네며 말했다.“이거 겸이가 매일 발라야 하는 약이야. 몇 번 바르는지는 약 봉투에 쓰여 있는데 글자 읽을 줄 알아?”“네, 알아요.”하유은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번거롭겠지만 유은이가 매일 겸이한테 약 좀 발라줘.”“번거로울 거 없어요. 겸이는 제 동생이니까요.”하유은은 약을 가방 안에 넣은 후 잠시 뒤적거리더니 이내 쭈글쭈글한 지폐와 짤랑거리는 동전 몇 개를 꺼냈다.아이가 꺼낸 돈은 총 18,600원이었다.“아직은 이만큼밖에 못 드리지만 지금부터 다시 열심히 돈을 모아서 오늘 내주신 진료비랑 치료비를 마저 드릴게요.”말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이건 아이가 그간 모은 전 재산인 것 같았다.임유진은 하유은이 내민 돈을 보며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내가 아까 안 줘도 된다고 했잖아. 아줌마가 원해서 내주는 거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돼.”“안 돼요. 모르는 사람한테 돈을 받으면 안 된다고 했어요. 그리고 저 돈 있어요. 겸이 병원비 정도는 제가 내줄 수 있어요!”하유은은 당차게 말을 하고는 금방 다시 머쓱한 듯 목소리 톤을 낮췄다.“물론 지금 당장은 못 드리지만... 언젠가 꼭 갚을 거예요.”“왜 그렇게 꼭 돈을 갚으려고 하는 거야?”그때 옆에 서 있던 한지영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만약 치료비가 20만 원 넘게 나왔으면 어떡하려고? 그래도 갚을 거야?”하유은은 그 말에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꼭 갚을 거예요!”한지영은 이제 7살밖에 안 된 아이의 입에서 이토록 단호한 음성이 흘러나오자 조금 놀란 듯 다시 물었다.“너 20만 원 있어?”“아니요.”하유은이 고개를 저었다.“지금부터 모을 거예요. 매달 받는 용돈을 안 쓰고 모아두면 금방 갚을 수 있을 거예요. 저는 누나로서 겸이를 돌봐줄 책임이 있어요!”겉모습만 어린이였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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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5화

하유은은 말을 마친 후 다시 한번 돈을 내밀었고 임유진도 더 이상 사양하지 않았다.“알겠어. 이 돈은 그럼 선금으로 먼저 받을게. 나머지는 유은이가 차곡차곡 돈을 모은 다음에 다시 갚는 거로 해.”“네!”병원에서 나온 후 한지영은 임유진과 두 아이를 태우고 하유은네 집으로 향했다.집 앞에 도착해 임유진이 문을 두드리니 하유은의 새엄마인 정가연이 밖으로 나왔다.정가연은 문 바로 앞에 서 있는 두 아이를 보자마자 대뜸 화부터 냈다.“너 이놈의 계집애, 또 어딜 싸돌아다니다 온 거야? 그렇게도 이 집이 싫으면 차라리 영영 너희 둘을 찾을 수 없는 곳으로 가버려!”“겸이 데리고 병원에 갔다 온다고 메모지에 적어뒀잖아요.”한유은이 지지 않으며 말했다.“병원? 병원은 무슨. 너 솔직하게 얘기해봐. 또 다른 애들 물건 부수고 온 거지? 그래서 안 들어오려다가 물어줄 돈이 없어서 돌아온 거지? 내가 분명히 얘기했어. 이 집에 명 짧은 너희 엄마가 남긴 돈은 없다고. 너희 아빠 재산도 이 집도 다 우리 승찬이 거라고!”정가연이 갑자기 돈 얘기를 꺼낸 건 하유은과 하겸이 뒤에 서 있는 임유진과 한지영에게 무슨 폐를 끼친 게 분명하다고 확신해서였다.“우리 엄마를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당장 취소해요!”하유은이 정가연을 무섭게 노려보며 외쳤다. 눈을 똑바로 뜨고 할 말을 다 하는 것이 꼭 아기 맹수 같았다.“내가 뭐 틀린 말 했어? 너희 엄마 명 짧은 거 맞잖아. 그래서 너 어릴 때 죽었잖아. 엄마 없는 애 거둬주고 재워주고 또 먹여줬더니 이게 어디서 큰소리야? 너 내가 분명히 경고하는데 한 번만 더 나한테 그딴 식으로 소리를 지르며 그때는...”“저기요!”그때 참다못한 한지영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사람이 대체 왜 그래요? 아무리 자기 핏줄이 아니라도 그렇지 그래도 아이들 엄마잖아요. 그런데 엄마가 애들 상대로 그런 말을 해도 돼요? 그리고 겸이를 때린 사람도 당신이죠? 애 몸이 얼마나 볼품없어졌는지 알기는 해요?!”정가연은 갑작스러운 훈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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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6화

“갑자기 웬 입양?”강지혁이 의문 어린 눈빛으로 임유진을 바라보며 물었다.“그게... 오늘 지영이랑 같이 유미 언니 분식집에 갔다가 학교 앞에서 또 겸이라는 아이를 보게 됐는데...”임유진은 오늘 있었던 일을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다 강지혁에게 얘기해주었다.“그렇게 예쁜 아이를 입양해놓고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될 때까지 때리는 게 그게 제정신이야? 손을 올린 게 절대 이번이 처음이 아닐 거야. 앞으로도 수틀리면 또 아이를 때릴 거야.”임유진은 자신의 한마디로 하겸의 양부모가 갑자기 바뀔 거라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도 않았다.그런 걸 무서워할 사람들이었으면 손을 올리는 일 자체가 없었을 테니까.“그러니까 우리가 데려오자. 응?”임유진의 간절한 부탁에 강지혁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그 애가 그렇게도 예뻐? 유난히 신경을 많이 쓰네?”“우리 애들이랑 비슷한 또래라서 그런가 봐. 그리고...”임유진은 잠시 머뭇거리다 다시 입을 열었다.“그 아이는 좀 특별해.”“어떤 부분이?”“분명히 애교도 없고 무뚝뚝하고 제대로 답도 안 해주는 앤데... 자꾸 눈에 밟혀.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됐는데도 아무 말 안 하는 것도 안쓰럽고 속상해. 꼭 끌어안아 주고 싶어.”임유진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강지혁은 손을 들어 그녀의 입술을 원상 복구시키고는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나는 뭐든 네 의견에 따를 거야. 그런데 입양이 된다고 해도 그 아이가 원하지 않을 것 같은데?”“왜?”“그때 보니까 누나를 엄청 따르고 좋아하던데 애가 오려고 하겠어?”“그 집안이랑 완전히 연을 끊으라는 소리는 안 할 거야. 그리고 유은이가 보고 싶다고 하면 바로 보여줄 거고.”“그런다고 해도 아마 원하지 않을 거야.”강지혁이 확신하며 말했다.“그 집에서 나오면 더 이상 맞는 일도 없을 거고 지금보다 훨씬 더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텐데?”“누나가 없잖아.”“보고 싶을 때마다 보여준다니까?”“그래도 매일 같이 있는 거랑은 다르지. 그 아이한테는 눈을 뜨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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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7화

“네. 그렇게 됐어요.”탁유미는 별다른 고민 없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더 이상 예전으로는 못 돌아가니까요.”“이경빈 씨가 남은 생을 전부 탁유미 씨 곁에서 잘못을 뉘우치는 데 쓰겠다고 해도요?”“혁아!”임유진이 강지혁의 팔을 끌어당기며 말렸다.이건 누가 봐도 선을 넘은 발언이었다.하지만 강지혁은 임유진이 끌어당기는데도 여전히 탁유미를 빤히 바라보며 답을 요구했다.“네, 그런다 해도 저는 이경빈과 다시 뭘 시작할 생각이 없어요.”탁유미의 단호한 말에 강지혁은 미간을 찌푸렸다.“왜죠? 이경빈 씨도 따지고 보면 속아서 그런 거잖아요.”“이경빈은 처음부터 나한테 일부러 접근했고 내가 자신을 사랑하게 했어요. 그리고 사건의 진상을 재조사할 기회라면 얼마든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러지 않았고 끝까지 내가 잘못한 거라고 믿었죠.”탁유미는 담담한 얼굴로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이경빈을 정말 많이 사랑했던 건 맞아요. 하지만 그 감정도 상처를 여러 번 받고 나니까 다 마모돼 사라져버렸어요. 강지혁 씨, 세상에는 평생에 걸쳐도 잊을 수 없는 일이 있어요. 그리고 한번 변하면 영원히 원래대로는 돌아가지 못하는 감정도 있고요.”강지혁의 얼굴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언니, 미안해요! 혁이가 한 말은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임유진이 난감해하며 탁유미에게 대신 사과했다.“괜찮아요. 못 할 얘기도 아니었는데요 뭘.”탁유미는 싱긋 웃고는 마침 들어온 손님에게 인사를 하며 그쪽으로 다가갔다.임유진은 강지혁의 팔을 꽉 잡으며 조금 화난 얼굴로 물었다.“너 왜 그래? 언니 곤란하게.”“미안.”강지혁은 순순히 사과한 후 임유진의 손을 잡았다.탁유미는 이경빈이 한 짓을 용서해주지 않았다. 그리고 이경빈을 향한 마음도 완전히 내려놓았다.하지만 임유진은 그가 한 잘못도 용서해주고 다시 그의 곁으로 돌아왔다.이경빈에 비하면 그는 꽤 운이 좋은 편인데 어째서인지 그는 기쁘기보다는 불안한 마음이 더 앞섰다.아무래도 아직 되찾지 못한 기억 때문에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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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8화

“누나가 아주 잘했네. 겸아, 지금 당장은 아프지 않을 수 있지만 언젠가는 그 상처 때문에 크게 아플 수도 있어. 그러지 않기 위해 미리미리 치료하는 거야. 만약 다친 게 피부가 아니라 뼈인데 겸이가 아프지 않다고 계속 병원에 가지 않았으면 그대로 평생 다리를 절뚝이면서 걸었을 수도 있었어. 그러면 누나가 얼마나 속상해하겠어. 안 그래?”임유진의 설명에 하겸은 그녀의 말을 한번 곱씹어보듯 천천히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임유진은 그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겸아, 지금 있는 집 말고 아줌마랑 아저씨가 있는 집에서 같이 살지 않을래? 우리랑 같이 살면 그 누구도 널 이렇게 때리지 못할 거야.”하겸은 임유진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갑자기 한걸음 뒤로 물러서더니 곧바로 경계하는 눈빛을 보냈다. 딱히 위협이 되는 말을 한 것도 아닌데 아이는 언제든지 달려들 수 있다는 자세까지 취하며 마치 아기 맹수처럼 그녀를 바라보았다.임유진은 자신을 마치 나쁜 사람 보는 노려보는 아이의 눈빛에 심장이 찌릿하며 가슴이 찢길 듯 아파 왔다. 왜 몇 번밖에 안 본 아이 때문에 이러한 감정이 드는지 그녀 스스로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옆에서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강지혁은 아이가 위협적인 태도를 보이자 얼른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며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했다.“너랑 네 누나를 갈라놓으려고 하는 게 아니야. 너한테 더 나은 가정환경을 주려고 이러는 거야.”강지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싫어. 난 누나랑 있을 거야!”하겸은 자기보다 키가 훨씬 큰 강지혁을 앞에 두고도 겁먹는 법 없이 소리를 빽 하고 질러댔다.강지혁은 그런 아이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 어느 한순간 갑자기 미간을 움찔하더니 곧바로 다시 아이의 얼굴을 조목조목 뜯어보았다.그때 하교 종이 울리고 아이들이 하나둘 학교 건물에서 빠져나왔다.하겸은 하유은이 나오는 것을 보더니 곧바로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고사리 같은 두 손으로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난 절대 누나랑 안 떨어져!”하유은은 갑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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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9화

강지혁은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아이의 얼굴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아이를 보며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한 표정이었다.그 표정은 차에 올라타서도 계속되었고 이에 이상하게 여긴 임유진이 왜 그러냐고 묻자 그는 그제야 다시 정신을 차린 듯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아무것도 아니야. 이만 집으로 돌아가자.”“응.”그날 밤.강지혁은 임유진이 아이들을 재우러 간 틈을 타 혼자 별채로 왔다. 그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아버지의 사진을 가만히 바라보았다.사진 속 그의 아버지는 너무나도 다정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단순히 입만 웃는 게 아니라 눈매까지 휠 정도로 정말 예쁘게 웃고 있었다.그런데 이 눈을 강지혁은 오늘 하겸이라는 아이의 얼굴에서 봤다.전에 놀이공원에서 봤을 때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터라 얼핏 스치다시피만 봤을 뿐 자세히 들여다보지는 않았다. 그러다 오늘에서야 드디어 아이의 얼굴을 바로 앞에서 자세히 볼 수 있었다.처음에는 아이의 눈동자가 빛이 없고 어딘가 공허했던 터라 단번에 알아채지는 못했지만 보면 볼수록 그의 아버지의 눈과 닮아있었다.강지혁은 잠시간 아버지의 사진을 바라보다 이내 다시 발걸음을 옮겨 방 안으로 들어갔다.거기에는 그와 그의 아버지를 버린 여자의 사진이 놓여 있었다.자신을 버린 사람이라 그런지 강지혁은 그녀의 얼굴이 오히려 아버지의 얼굴보다 훨씬 더 강하게 뇌리에 박혀 있었다.그래서 아까 하겸을 봤을 때 아버지의 얼굴을 떠올린 동시에 바로 그의 어머니의 얼굴도 떠올렸다.그리고 지금 이 순간, 사진을 바로 눈앞에 두고 아까 봤던 하겸의 얼굴과 겹쳐 보니 역시나 놀랍도록 비슷했다. 입술도 그렇고 이마도 그렇고 하다못해 귀 모양까지, 정말 너무도 닮아있었다.게다가 임유진의 말에 의하면 하겸은 고아였다가 하씨 집안에 입양이 된 거라고 하니 하겸이 바로 그들이 그토록 찾고 있는 마지막 아이일 가능성이 더 농후해졌다.하지만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이 하나 있었다.‘왜 김재호는 그 아이를 하씨 집안에 입양을 보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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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0화

“그냥 갑자기 오고 싶어져서.”강지혁은 임유진에게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다. 지금은 그저 심증만 있을 뿐 아직 아무것도 확실한 게 없었으니까.“왜? 기분 안 좋아?”임유진이 걱정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내가 기분이 안 좋아서 여기로 온 것 같아?”강지혁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아니야?”“응.”강지혁은 임유진의 팔을 잡더니 이내 자신의 품속에 끌어안았다.“오히려 그 반대야.”“응?”“나는 지금 기분이 상당히 좋은 상태라고.”하겸이 바로 그들이 그토록 찾고 싶어 했던 아이일 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있을까.임유진은 아마 그간 그토록 신경을 썼던 아이가 사실은 그녀의 아이라는 게 밝혀지면 분명히 엄청 좋아할 게 분명했다.그때는 정말 진심으로 모든 걱정을 떨쳐낸 채 환히 웃을 수 있을 것이다.임유진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눈을 깜빡이며 일단 강지혁의 허리를 끌어안았다.“오늘 뭐 기분 좋은 일 있었어?”“있었지. 네가 오늘 종일 내 곁에 있었잖아.”강지혁은 그렇게 말하며 더 이상 물어보지 말라는 듯 임유진의 입술을 자신의 입술로 막아버렸다.만약 강선우가 지금 이 광경을 보고 있다면 분명히 사진 속 모습과 같은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을 것이다.그렇게도 많은 일을 겪고도 끝내는 서로의 곁에 무사히 안착했으니까.‘아버지, 저는 유진이랑 평생 행복할 거예요. 절대 유진이가 떠나게 만들지도 않을 거고 유진이를 두고 먼저 떠나지도 않을 거예요. 절대.’...레스토랑 안.연우진은 창밖으로 지나가는 사람을 멍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는 한지영을 발견하고는 물었다.“왜 그래요? 뭐 아는 사람이라도 만났어요?”“아... 아!”한지영은 그 말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고개를 저었다.“뒷모습이 조금 낯이 익어서 아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그녀는 말을 마친 후 다시 포크를 들어 고기를 입에 넣었다.“지영 씨가 봤던 사람, 백연신 씨랑 조금 닮은 것 같은데.”그때 연우진의 입에서 다시금 목소리가 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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