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팔과 다리에는 자로 맞은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고 평소와 달리 얼굴도 심하게 부어있었다.맞은 건 며칠 전이라고 했으니 아마 당시에는 더 심했을 게 분명했다.“아파?”임유진은 아이와 시선을 맞추기 위해 무릎을 구부렸다.하지만 하겸은 밤하늘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눈동자를 움직이는 법 없이 계속해서 학교 안만 바라보고 있었다.임유진의 말 같은 건 조금도 귀에 들려오지 않는 듯했다.아이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누나가 언제 하교하는지, 언제쯤이면 누나를 볼 수 있는지 뿐이었으니까.임유진은 무시당했는데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의 팔에 난 상처를 매만지려는 듯 더 가까이 다가갔다.하지만 미처 손끝이 닿기도 전에 아이가 경계하며 바로 몸을 옆으로 움직였다.“아... 놀라게 해서 미안해. 아줌마는 그냥 겸이가 아프지는 않나 해서.”임유진이 서둘러 해명하자 아이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더니 한참이나 지난 뒤에야 천천히 말을 내뱉었다.“누가 내 몸 만지는 거 싫어.”“음... 그럼 더 이상 만지지 않을 테니까 대신 아줌마랑 같이 병원에 안 갈래? 의사 선생님한테 봐달라고 할게. 그러면 팔에 난 상처도, 다리에 난 상처도 이제는 안 안 아플 거야.”“나 안 아파.”겸이는 쌀쌀맞게 네 글자를 내뱉은 후 다시 고개를 돌려 학교 안을 바라보았다.임유진은 가뜩이나 경계하는 아이에게 손부터 내민 자신이 멍청했다며 속으로 엄청 후회했다.그때 한지영이 옆으로 다가왔고 그녀는 아이의 몸에 난 울긋불긋한 상처를 보더니 깜짝 놀라며 말했다.“세상에! 그 여자 진짜 미친 거 아니야? 어떻게 이렇게 작은 애한테 손을 댈 수가 있어?”한지영은 한번도 본 적 없는 여자에게 실컷 화를 내더니 이내 허리를 숙여 겸이에게 미소를 지었다.“안녕, 하겸 맞지? 나는 한지영이라고 해. 저기 있는 분식집 사장님의 친구야.”하지만 한지영의 열정적인 인사에도 겸이는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았다.“말을 못 알아듣는 건 아니지...?”한지영이 임유진의 귀에 속삭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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