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틀린 말 했어? 허구한 날 꼬투리 잡을 거 뭐 없나 내 주변만 맴돌았잖아. 음습한 스토커처럼.”한지영의 말에 조나연은 주먹을 꽉 말아쥐며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그래서 그랬니? 그래서 백연신한테 나 자르라고 했어? 나 잘리는 거 보니까 속이 시원하든?!”“아까부터 대체 뭐라는지.”한지영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정말 백연신 씨한테 너 자르라 했다고 쳐. 그럼 지금 나한테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내가 또 뭐라고 할 줄 알고? 어떻게 이번에는 아예 S 시에 발도 못 붙이게 해줘? 아니면 너희 집안까지 싹 다 망하게 해줘?”“너 이...!”“왜, 네 말대로라면 내가 말하면 백연신 씨는 뭐든 들어줘야 하잖아. 아니야?”조나연은 여전히 부들거렸지만 한지영이 정말 그럴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 얼굴에 훤히 보였다.“우진 씨, 괜찮으니까 이제 그만 놔줘요.”한지영의 말에 연우진은 그제야 조나연의 손목을 풀어주었다.확실히 겁을 먹은 게 맞는지 조나연은 아까처럼 소리를 치지도 않고 험악한 얼굴로 달려들지도 않았다.한지영은 그녀의 얼굴을 한번 보고는 이내 연우진과 함께 뒤로 발걸음을 돌렸다.“정말 이대로 아무런 조치도 안 해도 돼요? 저 여자가 또 지영 씨를 찾아오면 어떡해요?”연우진이 걱정된다는 얼굴로 물었다.“아마 괜찮을 거예요. 자기도 더 이상 상황이 안 좋아지기는 건 싫을 테니까요.”한지영과 연우진은 아래층으로 내려가기 위해 에스컬레이터로 향했다. 마침 두 사람이 내려가려고 할 때 에스컬레이터에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현이는 귀여운 걸 좋아하니까 아래층에...”한지영이 말을 하며 에스컬레이터에 발을 내디디려던 그때,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그녀를 퍽하고 밀어버렸다. 그리고 한지영은 갑작스러운 힘으로 무언가를 잡을 겨를도 없이 그대로 몸이 아래로 쏠려버렸다.“!”“지영 씨!”연우진이 한지영의 이름을 외치며 그녀의 손을 잡기 위해 힘껏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연우진의 옆으로 누군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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