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의 모든 챕터: 챕터 2021 - 챕터 2030

2133 챕터

제2021화

“나... 곡 하나를 연습했어. 그걸 네 생일 선물로 주고 싶어. 좋아해 줬으면... 좋겠어.”진해원의 목소리는 살짝 떨렸다.돈이 없어서 선물을 사줄 수 없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했다.그가 줄 수 있는 건... 오직 이 곡 하나뿐이었다.하지만 현이의 얼굴에는 전혀 실망한 기색이 없었고 오히려 눈을 반짝이며 기대에 찬 표정을 지었다.진해원은 피아노 의자에 앉은 뒤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그리고 열 손가락으로 묵직하게 건반 위를 눌렀다.그가 선택한 곡은 난이도가 높은 클래식 곡이었다.예전에 우연히 녹음된 연주를 몇 번 들어본 게 전부였다.그 누구에게도 배운 적 없었고 그저 인터넷에서 악보를 찾아 혼자 손가락이 아프도록 따라 치며 익혔다.며칠 동안 몰래 연습했다.그녀에게 완벽한 연주를 들려주고 싶었다.그저 현이가 기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현이는 이런 곡 좋아하겠지... 어려운 곡을 칠 때마다 제일 즐거워하니까.’그는 지금까지 모든 음을 정확히 눌렀지만 그 안에 담겨야 할 감정은 표현해 내지 못했었다.그래서 그의 피아노 소리는 언제나 현이의 연주보다 어딘가 조금 부족했었다.애써 감정을 담아보려 했지만 그건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손끝은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물 흐르듯 매끄럽게 건반 위를 흘러갔다.연주 내내 진해원의 머릿속은 온통 현이로 가득했다.케익을 들고 방에 들어왔던 현이의 모습.“다음엔 내가 몰래 원이 생일 챙겨줄게.”그 말에 들어있던 따뜻한 웃음소리...그 모든 게 그를 미소 짓게 했다.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엄마가 저지른 끔찍한 일들이 그의 가슴을 조여왔다.‘만약 현이가 그걸 알게 된다면... 나를 미워하게 되겠지.’곡이 끝났을 때 진해원은 여전히 그 감정 속에 잠겨 있었다.그때 맑고 경쾌한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와... 원이, 너무 잘 친다! 진짜 멋져!”현이가 눈을 반짝이며 손뼉을 쳤다.“이 곡 엄청 어려운 건데! 그리고 오늘 네가 친 곡은 예전이랑 달라!”“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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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2화

한지영은 임유진의 손을 꼭 잡고 쇼핑몰로 향했다.아기용품을 사는 겸 임유진에게 조언을 조금 얻고 싶은 마음이었다.임유진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었다.“연신 씨가 준비 안 해줬어?”임유진의 눈에 보이는 백연신의 모습은 마치 한지영을 완전히 챙기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사람, 뭐든 다 준비해 주는 사람이었다.“준비는 다 해줬지. 그런데 나도 가끔은 내가 직접 뭔가 사고 싶어. 다 아빠가 사주면 엄마가 사주는 건 없잖아. 그러면 내가 엄마로서 존재감이 없잖아.”임유진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친구 얼굴에는 행복이 가득했고 그녀를 보니 진심으로 기뻤다.한지영과 백연신이 이렇게 행복하게 서로를 알아가는 모습이라니 정말 다행이었다.두 사람이 쇼핑몰 근처에 도착했을 때 한지영은 임유진을 다른 길로 이끌었다.“어? 쇼핑몰 가는 거 아니었어?”임유진이 의아해하며 물었다.“가는 길에 잠깐 들러보려 해. 오늘 여기서 《고인래》 시즌2 촬영이 있대.”한지영의 눈이 반짝였다.《고인래》는 인터넷에서 방영 중인 BL 드라마로 두 남자 주인공 모두 신인 배우였지만 반응이 꽤 좋았다.임유진도 친구의 추천으로 요즘 주간 단위로 챙겨 보고 있었다.“어떻게 알았어?”임유진이 궁금증을 감추지 못하며 물었다.한지영은 살짝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나 임신했잖아. 그래서 연신 씨가 몇 명을 붙여줘서 내가 해야 할 일을 대신 처리하게 해줬거든. 그때 마침 《고인래》가 시즌2 촬영 중이라 그들이 촬영 장소를 알아봐 줬어. 생각보다 진짜 빨리 알려주더라고. 촬영 일정표까지 만들어서 줬어.”임유진은 놀라 땀을 흘리며 말했다.“연신 씨는 네가 이런 일을 시킨 걸 아는 거야?”“아마... 모를걸.”한지영이 웃음을 참으며 속삭였다.백연신이 알았다면 일정표가 그녀 손에 들어오지 않았을 테니까.근처에 다다르자 실제로 촬영 중인 제작팀이 있었다.팬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탓에 주변에는 많은 인파가 몰려 있지 않았고 스태프 몇 명이 주변을 정리하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촬영을 방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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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3화

‘만약 연신 씨가 진짜 그런 드라마에 출연한다면... 으... 생각만 해도 코피 쏟을 것 같은데?!’한지영은 머릿속으로 그 장면을 떠올리며 순식간에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너 왜 얼굴이 빨개?”임유진이 그녀를 보며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한지영은 부끄러운 듯 두 손으로 볼을 살짝 두드리며 붉은 기를 지워냈다.그리고 곧장 화제를 돌렸다.“우리 여기서 잠깐 기다리자. 촬영 끝나면 사인이라도 받아보자. 신인 배우니까 아마 거절 안 할 걸?”임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럴 수도 있지. 《고인래》가 요즘 인기 좀 올라가고 있다지만 그래도 아직은 소수 장르니까. 게다가 배우들도 신인이고. 팬이 사인 달라는데 거절하진 않겠지.”그녀는 곁눈질로 한지영의 배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특히 너 같은 예비 엄마 팬이라면 더더욱 거절하지 않을걸.”“그럼 좀 기다리자.”한지영은 들뜬 목소리로 답했다.잠시 후 두 사람은 근처 벤치에 앉아 촬영 장면을 바라봤다.조명이 켜지고 카메라가 움직이고 배우들의 대사가 오갔다.그리고 두 사람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웠다.“와... 지금 저 장면 혹시 이별씬 아니야? 세상에... 시즌2에서 둘이 헤어진다고?”한지영이 갑자기 숨을 삼키며 외쳤다.“진짜? 그럼 저거 방송으로 보면 나 울 거야.”임유진도 놀라며 손끝을 입술에 가져갔다.“울컥한다... 지금 저 배우 표정 봐봐. 너무 몰입돼서 나도 눈물 날 것 같아.”한지영은 점점 가까이 다가가며 중얼거렸다.“가까이서 보면 더 생생할 것 같은데... 가자. 좀만 앞으로 가보자.”한지영은 임유진의 손을 끌며 슬쩍 촬영 현장 쪽으로 다가갔다.하지만 곧장 제작팀의 경비원들이 다가와 손을 들어 막았다.“죄송합니다. 이쪽은 통제구역입니다.”그때 몇몇 팬들도 동시에 앞으로 밀려들었고 한 경비원이 순간적으로 거칠게 그들을 밀쳤다.“조심해!”임유진이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한지영을 감싸안았다.하지만 균형을 잃은 그녀가 비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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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4화

“백 대표님께서 혹시라도 위험한 일을 겪을까 걱정하셔서 저희가 몰래 사모님을 보호하고 있었습니다.”경호원의 설명에 한지영은 잠시 말을 잃었다.그들 쪽의 움직임은 금세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그러다 누군가 갑자기 소리쳤다.“어? 저 여자 백선 그룹 그 대표랑 스캔들 났던 사람 아니야? 임신 때문에 한동안 실검 1위였잖아?”순식간에 주위의 웅성거림이 크게 번졌다.예전에 연우진의 악의적인 글이 올라왔을 때 언론에 찍혔던 한지영의 사진과 영상이 인터넷에 퍼졌던 것이었다.백연신이 뒤늦게 전부 삭제하게 했지만 이미 본 사람은 많았다.그래서 지금 이렇게 사람들이 그녀를 알아보는 것도 이상할 건 없었다.순식간에 사람들의 시선이 한지영에게 쏠렸고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며 분위기는 긴장감으로 가득했다.그 시각 백선 그룹 본사.영상 회의 도중 전화를 받은 백연신의 눈썹이 미세하게 찌푸려졌다.“알겠어. 바로 갈게.”짧게 말한 그는 회의 중이던 임원들을 향해 덤덤히 말했다.“회의는 계속하세요. 기록은 비서가 정리할 겁니다.”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백연신은 노트북을 닫고 회의실을 빠져나갔다.남겨진 임원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무슨 일이기에 대표님이 저렇게 급하게 나가셨을까.하지만 비서는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대표님을 그토록 흔들 수 있는 존재는 세상에 단 한 사람뿐이니까....잠시 후 쇼핑몰 근처 카페 앞.검은색 세단이 급히 멈춰 서고 거기서 내린 백연신은 동시에 도착한 강지혁과 마주쳤다.둘 다 순간적으로 눈썹을 올렸다.“또 보네요. 정말 우연히 자주 마주치네요.”강지혁이 먼저 웃으며 말을 걸었다.“그러게요. 오늘도 또 보네요.”백연신은 짧게 답했다.“들으니까 오늘 아내분이 여기서 팬심 폭발 중이라던데요? 요즘은 어느 아이돌이 타깃입니까?”강지혁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이었다.그 말에 백연신의 관자놀이에 힘이 빡 들어갔다.누구냐고?요즘 아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한둘이 아니었다.게다가 오늘은 누구를 보러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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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5화

결국 이전 뉴스와 가십에서 백선 그룹 대표가 말했듯 한지영 배 속의 아이는 백선 그룹의 미래 후계자였다.그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이 제작팀은 정말 곤란해질 게 뻔했다.하지만 제작팀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목격했다.백연신과 함께 카페 안으로 들어온 또 다른 키 크고 잘생긴 남자가 있었던 것이었다.그 남자를 본 일부 경호원들은 즉시 외쳤다.“강 회장님!”강 회장님... 이 S 시에서 이렇게 불릴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 명뿐이었다.제작팀 사람들은 그의 모습과 위풍당당한 분위기만으로도 이미 눈치를 챘다.그리고 이내 속삭였다.“설마... 정말 강지혁이라고?”바로 그때 임유진의 목소리가 카페 안을 울렸다.“혁아!”그 한마디에 모든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었다.정말이었다.그는 강지혁이었다.강지혁은 자연스럽게 임유진 앞으로 다가가며 다정하게 물었다.“다친 데는 없어? 정말 사인이라도 받고 싶으면 나한테 말하면 돼.”“다치진 않았어. 그냥 누가 살짝 부딪힌 정도였어.”임유진이 답하며 웃었다.“오늘 여기서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촬영을 하고 있다는 걸 처음 알았네. 아까 이미 사인도 받고 사진도 찍었어.”“오? 요즘 드라마 보는구나? 제목이 뭐고 내용은 어떤 거야?”강지혁이 장난스레 눈썹을 올리며 물었다.하지만 그 순간 임유진은 얼굴이 굳었다.‘세상에... 말이 새버렸네... 제목은 괜찮은데 내용이 좀...’임유진이 머뭇거리는 동안 백연신이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드라마 제목은 《고인래》입니다. 두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죠.”그 말에 강지혁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늘 침착하고 여유로운 그였지만 이번만은 살짝 놀란 기색이 스쳤다.그는 임유진을 향해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런 드라마 좋아해?”임유진은 머쓱하게 웃으며 어깨를 움찔했다.“내용이... 꽤 괜찮아. 그냥... 가끔 보는 정도야.”하지만 그의 시선이 유난히 오래 머물자 임유진은 이유 모를 불안을 느꼈다.‘이상하네. 왜 이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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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6화

“그냥 같이 사진 몇 장 찍고 악수만 했어요. 그리고 그분들이 저한테 ‘언제든지 제작팀에 놀러 오라’고 하더라고요.”한지영이 쑥스러운 듯 말했다.그때 옆에 있던 감독이 급히 두 주연 배우와 함께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지영 씨, 임유진 씨 두 분께서 저희 드라마를 좋아해 주신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저희도 더 열심히 해서 시즌2는 꼭 더 멋지게 만들겠습니다.”제작팀 입장에서는 뜻밖의 행운이었다.S 시의 영향력 있는 인물 두 명이 자신들의 작품을 칭찬해 주다니 혹시라도 촬영 중 문제가 생기면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테니까.‘이건 완전 호재지. 인맥은 많을수록 좋다니까.’감독은 눈빛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두 분께서는 언제든 오셔도 됩니다. 혹시 원하신다면 자세한 촬영 일정표도 드릴 수 있습니다.”“일정표요?”임유진의 눈이 반짝였다.“네. 그게...”감독이 말을 잇다가 문득 멈췄다.백연신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고 있었는데 그 눈빛엔 묘한 경고의 기운이 서려 있었다.“됐어요.”백연신이 짧게 말했다.“이제 점심시간도 다 됐는데 식사하러 갑시다.”“저는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한지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저도 같이 갈게요. 지영이가 요즘 몸이 불편하잖아요.”임유진은 배가 불러 혼자 걷기 불안한 지영을 두고 갈 수 없어 따라나섰다.그렇게 둘은 카페 안쪽 화장실 앞까지 걸어갔다.그런데 그 안에서 두 사람의 소곤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한지영이 뭐가 그렇게 잘났다고 그러는 거야? 애가 있다고 해도 아직 백씨 가문에 들어간 것도 아니잖아.”“그러니까 말이야. 배 하나 불렀다고 진짜 백선 그룹 안주인이라도 된 줄 아나 봐.백연신 대표가 말한 건 ‘그 아이가 백선 그룹의 후계자’라는 거지 한지영이 백씨 가문의 안주인이라고는 안 했잖아?”“내 생각에는 백씨 가문에서 신분이 낮다고 생각하는 걸 거야. 결혼 안 시키는 것도 그 이유겠지. 그런 여자는 그냥... 재벌가의 애 낳는 도구일 뿐이잖아.”그 말에 한지영은 얼굴이 미묘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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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7화

임유진은 한지영의 밝은 미소를 보고서야 안도한 듯 숨을 내쉬었다.“다행이다. 솔직히 아까 그 말들 듣고 상처받을까 봐 걱정했어. 그런데 있잖아... 너랑 연신 씨는... 결혼 이야기는 안 해봤어?”“아직은 안 했어.”한지영이 살짝 웃었다.“하지만 알아. 연신 씨 마음속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나뿐이라는 걸. 그 사람은 단 한 번도 다른 여자를 사랑한 적 없거든.”그녀의 눈빛이 단단하게 빛났다.“그래서 사실 언제 결혼하든 상관없어. 우린 이미 서로의 마음을 확신하고 있으니까. 그게 더 중요하지.”“그래도...”“게다가 지금은 내가 이렇게 배도 불러서...”한지영이 장난스럽게 배를 톡톡 두드렸다.“이 상태로 웨딩드레스 입고 결혼식 올릴 수는 없잖아? 나중에 예쁘게 꾸미고 드레스 입을 날을 기다리고 있을 거야.”그 유쾌한 말에 임유진도 웃음을 터뜨렸다.“그래. 네 말이 맞다.”그날 점심. 네 사람은 근처의 고급 레스토랑에 들러 조용한 룸을 잡고 함께 식사를 했다.식사 중 한지영은 휴대폰을 꺼내 조금 전 촬영장에서 찍은 배우들과의 사진을 보여주며 말했다.“이거 나중에 인화하면 유진이 너한테도 한 장 줄까?”“좋지.”임유진이 가볍게 대답했다.그때 옆에서 강지혁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좋아? 그럼 그 사진 앨범에 잘 모셔두려는 거야?”“그냥 추억이지. 예전에 혁이 너도 나한테 배우 사인받게 도와줬잖아.”“그 배우는 그래도 연기파였잖아. 그런데 이번에는 어떤 이유야? 지금 그 두 남자 배우는... 연기가 좋아서야? 아니면 얼굴이 마음에 들어서?”강지혁이 그렇게 말하며 살짝 몸을 기울였다.그의 얼굴이 가까워지며 숨결이 닿을 듯한 거리.은근한 미소와 그윽한 눈빛이 맞물리며 임유진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설마... 질투하는 거야?’“그 두 사람은 아직 신인이지만 연기 괜찮더라. 외모는 뭐... 그냥 평범한 편이지.”그녀가 얼버무리듯 말했다.이런 때에는 아무리 잘생겼어도 인정할 수는 없었다.무엇보다 아무리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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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8화

한지영은 순간 얼굴이 빨개지며 당황했다.“나... 나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이에요.”“아무 생각 없이?”백연신이 넥타이를 살짝 잡아당기며 말했다.“그럼 아무렇게나 말한 김에 그 두 배우... 얼마나 네 취향에 맞는지도 말해보는 게 어때?”한지영은 갑자기 말문이 막혀 버렸고 지금은 뭐라고 해도 다 틀린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그때 임유진이 급히 분위기를 살렸다.“됐어요, 됐어요. 우리 우선 주문부터 해요. 다 배고프잖아요. 특히 지영이는 지금 더 참기 힘들 거고요!”“그... 그래. 주문하자, 주문!”한지영도 급히 맞장구쳤다.그렇게 두 여자는 메뉴판을 들고 얼굴을 맞대며 주문을 시작했고 두 남자는 각자의 여자를 바라보며 표정을 달리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한지영과 임유진이 휴대폰으로 주문한 음식이 하나둘씩 나왔고 네 사람은 드디어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그러다 강지혁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여자들은 왜 이런 두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를 좋아하는 거예요?”“헉?!”순간 한지영과 임유진은 젓가락질을 멈추고 서로를 바라보더니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러다 결국 임유진이 먼저 대답했다.“좋아서 본다기보다는 그냥 보는 드라마 중에 우연히 이런 이야기가 있는 거지. 이런 장르의 드라마는 아마도 오직 한 사람만 사랑하고 주변 시선이 어떻든 관계없이 그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니까 그런 것 같아.”“그래? 그럼 두 남자 얼굴 때문은 아니지?”강지혁이 장난스럽게 물었다.푸웁!!순간 한지영은 입에 넣은 밥을 거의 뿜을 뻔했고 임유진도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당연히 배우 얼굴도 무시 못 하지!’“그게 그러니까... 얼굴이 좀 잘생기면 보는 맛이 더 있긴 하지...”“그럼...”강지혁이 갑자기 일어나 의자를 뒤로 밀고 백연신 앞으로 다가더니 시선을 자연스럽게 두 여자에게 고정했다.“우리 둘이라면 어때? 보는 맛이 더 크지 않을까?”강지혁은 말을 하며 한 손을 백연신의 어깨에 살짝 올리고 몸을 천천히 숙이더니 두 남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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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9화

“그래?”강지혁이 다시 임유진을 바라보며 장난스럽게 물었다.“이 정도면 충분해? 아직 부족하다면 내가 더 볼만하게 만들어 줄 수도 있어.”“충분해, 충분해!”임유진은 얼굴을 붉히며 서둘러 대답했다.‘강지혁... 지금까지도 질투하고 있네?!’그리고 그녀는 속으로 집에 돌아가면 강지혁을 제대로 달래 줘야겠다고 생각했다.강지혁은 그제야 백연신의 어깨를 툭 치고 의자에 앉았다.백연신은 강지혁을 잠시 바라보다가 옆에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한지영을 보고 말했다.“왜 그래? 난 네가 이런 걸 보는 거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한지영은 그들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눈을 굴리며 답했다.“그게... 그렇다고 해서 연신 씨가 다른 남자랑... 보고싶다는 건 아니잖아요.”그리고 잠시 멈춘 뒤 말을 이었다.“그리고... 아까 내가 안 말렸으면 당신들 정말 키스할 뻔했다고요.”“키스할 뻔했다고? 그거 별거 아니야.”하지만 백연신은 오히려 담담하게 답했다.만약 키스하는 상대가 한지영이 아니었다면 그의 입장에서는 단지 피부가 닿는 것뿐 아무 의미도 없었으니까.그 말에 한지영은 턱이 거의 바닥에 떨어질 뻔하며 외쳤다.“안 돼... 절대 안 돼요! 연신 씨는 오직 나만 키스할 수 있다고요!”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는 바로 백연신에게 입을 맞췄다.그리고 키스가 끝나고서야 문득 깨달았다.‘아차... 여긴 유진이랑 강지혁 씨도 있는데!’크게 개의치 않아 하는 성격의 한지영도 이 순간만큼은 얼굴이 새빨개졌다....드디어 식사가 끝나고 두 남자는 각자의 여자와 함께 집으로 향했다.그런데 한지영이 차에 오르려는 순간 임유진이 갑자기 백연신 앞에 서서 몇 마디를 건넸고 말을 마친 뒤 강지혁의 차에 올랐다.백연신이 차에 오르자 한지영이 물었다.“유진이가 뭐라고 했어요?”“별거 아니야. 그냥 네가 임신했으니까 내가 잘 챙기라는 말뿐이었어.”백연신은 차에 시동을 걸며 차분하게 답했다.하지만 차가 천천히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동안 그의 머릿속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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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0화

백연신은 한지영의 이마를 톡 하고 튕기며 웃었다.“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내가 어떻게 강지혁 씨한테 마음이 생기겠어. 내가 마음 주는 사람은 오직 너 하나야.”하지만 방금 강지혁이 보여준 그 장난 같은 행동 때문인지 괜히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백연신은 그를 원망해야 할지 아니면 덕분에 아내의 귀여운 반응을 볼 수 있었으니 고마워해야 할지... 웃픈 생각에 잠겼다.그제야 한지영은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고 눈을 감자마자 금세 잠이 들었다.백연신은 잠든 그녀의 얼굴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다시 조용히 운전에 집중했다.결혼... 이제는 정말 꺼내야 할 이야기였다.그는 한지영을 자신의 아내로, 백씨 가의 안주인으로 만들고 싶었다....“아까 그거 말이야.”차 안에서 임유진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지영이가 안 말렸다면... 너 정말 백연신 씨랑 키스했을 거야?”강지혁이 눈썹을 들어 올리며 되물었다.“그럼 너는? 내가 진짜 키스했으면 좋았을까 아니면 안 했으면 좋았을까?”“그야 당연히... 너는 내 남편이잖아! 내가 어떻게 그런 걸 바라겠어!”“그래?”강지혁은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난 그냥 네가 그 장면을 꽤 즐기는 것 같아서 말이지. 나한테 말은 못 하고 속으로만 좋아하는 줄 알았어. 그래서 요즘 네가 무슨 드라마 보는지도 몰랐잖아.”“콜록콜록!”임유진은 자기 침에 놀라 기침을 토했다.“아니. 아니야! 너 완전히 착각했어! 앞으로 내가 무슨 드라마 보는지 다 말해줄게. 됐지?”“그 드라마 오늘 밤에도 방영하나?”“응.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한 편씩 해.”“좋아. 그럼 오늘 밤에는 같이 보자.”“같이... 본다고?”임유진이 어이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정말 같이 보겠다고?”“당연하지.”강지혁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좋아하는 드라마라면 나도 분명 좋아하게 될 것 같아.”그의 미소는 말보다 더 짙은 농도로 임유진의 마음을 흔들었다....한편, 한지영이 눈을 떴을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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