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유미는 입술을 꼭 다물었다.어머니가 뭘 걱정하는지 몰라서가 아니었다.다만...“엄마, 나 노후자금은 알아서 잘 모을 거야. 윤이도 효심 깊고 착하잖아. 나중에 내가 늙으면 걔가 당연히 나 돌봐줄 거고. 그러니까 그런 걱정은 하지 마.”“유미야, 엄마한테 솔직히 말해봐. 아직도... 이경빈 때문이니?”김수영의 말에 탁유미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이경빈.그 이름은 여전히 그녀 마음속 깊은 곳에 남아 있었고 이미 사랑은 식었지만 그가 남긴 흔적만큼은 지워지지 않았다.그는 그녀 인생의 너무 많은 부분을 차지했고 무엇보다도 그녀의 ‘사랑’이라는 감정을 완전히 무너뜨린 사람이었다.그래서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는 게 겁이 났고 한 번 상처를 받으니 이제는 닿을 용기조차 나지 않았다.“맞아, 엄마. 완전히 잊은 건 아니야. 하지만 이젠 그 사람을 사랑하지는 않아. 그건 내가 제일 잘 알아.”탁유미는 잔잔하게 미소를 지었다.“지금은 이렇게 작은 가게 운영하면서 엄마랑 윤이랑 같이 지내는 게 좋아. 그게 내 인생이야. 그게 내가 바라는 전부고.”김수영은 한참을 바라보다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래... 네가 행복하면 됐지.”그리고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혼인 신고 대기실.한지영과 백연신은 서류를 작성하고 사진을 찍은 뒤 혼인 서약식을 기다리고 있었다.잠시 후 서약을 마쳐야 비로소 ‘혼인 증명서’를 받을 수 있다.기다리는 동안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두 사람에게 쏠렸다.한지영은 배가 불러 있었고 백연신은 원체 눈에 띄는 사람이었다.같이 대기 중이던 옆자리 커플들까지도 힐끔거리며 작게 속삭였다.한지영은 그 분위기에 슬쩍 웃으며 백연신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있잖아요. 우리 결혼 소식이 기사로 나면 사람들이 ‘백 대표님께서 책임에 떠밀리듯 결혼했다’라고 하겠죠?”그 말은 장난이었지만 백연신은 피식 웃으며 그녀를 바라봤다.“그럼 그 사람들은 나를 전혀 모르는 거지. 난 그런 식의 결혼은 안 해. 내가 원하지 않으면 누구도 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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