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Chapter 2031 - Chapter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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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1화

“갑자기라니?”그러다가 백연신은 한지영의 불룩해진 배로 시선을 옮겼다.이제는 눈에 띄게 불러온 생명을 품은 곡선.정말로 단계를 뛰어넘는 거라면 결혼이 아니라 한지영의 임신이야말로 진짜로 뛰어넘은 거지... 결혼은 오히려 늦은 편이었다!한지영도 그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왜 갑자기 결혼 생각을 한 거예요...”그러다 문득 무언가 떠올린 듯 말을 덧붙였다.“혹시 유진이가 얘기했어요? 나 아까 화장실 갔다 올 때 그 두 여자가 수군거렸다고요. 내가 그냥 애 낳는 도구일 뿐이라느니 당신이 나한테 진심은 없다고 떠들긴 했는데 난 전혀 신경 안 썼거든요. 그러니까 이 일 때문에 갑자기 결혼하려는 생각은 하지 말아요.”순간 백연신의 얼굴에 금세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누가... 그런 뒷담화를 했다고?”“어? 몰라요?”한지영은 잠시 멈칫했다.백연신은 눈빛을 날카롭게 하며 한숨을 삼켰다.임유진이 말했던 ‘누군가의 험담’이 단순한 가십쯤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들으니 그 말의 잔인함이 뼛속까지 파고드는 듯했다.그런데 정작 그 말을 들은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웃으며 그걸 위로하고 있었다.백연신은 갑자기 몸을 숙여 한지영을 품에 안았다.“너와 결혼을 하는 건... 지금까지 내가 가장 바라온 일이었어. 다만 우리가 다시 화해한 후에 너무 많은 일들이 있어서 결혼이 미뤄졌을 뿐이야. 내가 너무 소홀했어. 단순히 잠깐 늦춰지는 줄만 알고 네가 어떤 상황을 맞이하게 될지는 생각하지 못했어.”“난 그딴 소문 무섭지 않아요!”한지영은 손을 들어 그의 목을 감싸안았다.그동안 겪은 수많은 일들을 떠올리면 뒷담화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백연신과 함께 있고 그가 자신을 사랑한다면 다른 건 중요하지 않았다.“하지만 난 무서워!”백연신이 단호한 목소리로 한지영의 말을 잘랐다.“그 말들이 널 다치게 할까 봐. 네 부모님 마음에 상처를 낼까 봐. 우리 아이한테까지 번질까 봐. 원래라면 모든 걸 다 정리하고 세상에 당당히 내놓을 만큼 완벽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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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2화

또 산다라니... 아직도 더 사야 한다고?한지영은 진땀을 뻘뻘 흘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연신 씨는 대체 얼마나 많이 준비하려는 거지?’차가 한지영의 집 앞에 멈추고 한지용은 안전벨트를 풀고 내릴 준비를 했다.그런데 백연신은 여전히 자리에 앉아 멍하니 있었다.“왜 그래요? 안 내릴 거예요?”그제야 백연신은 정신을 차린 듯 그녀를 바라보며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내리자.”한지영은 백연신이 큰 선물 꾸러미들을 들고 자신과 함께 계단을 올라가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왜 그래요? 더워서 그래요? 이마에 땀까지 났네요.”그녀는 발끝을 살짝 들어 종이 타월로 그의 이마를 닦아주었다.“긴장돼서 그래.”백연신이 미묘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긴장돼요?”한지영 눈에 의아함이 스쳤다.“뭐가 긴장돼요? 제 부모님은 요즘 자주 뵀잖아요. 게다가 혼인 신고 얘기하면 분명히 반대도 안 하실 텐데요.”하지만 백연신 자신도 놀랄 정도였다.늘 침착하고 어떤 상황도 여유롭게 대처하는 그가 이제 막 한지영의 부모님 앞에 서서 유일한 딸을 자신에게 맡기게 해야 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니 말 한마디라도 잘못 나올까 봐 긴장이 멈추질 않았다.그건 사랑해서 그런 거였다. 사랑이 깊을수록 긴장도 커지고 잃을 수도 있다는 불안이 더 강하게 다가오는 법이니까.“부모님께서 내가 마음에 들지 않을까봐... 내가 그들이 생각하는 최고의 사위가 아닐까 봐 걱정돼서 그래.”백연신은 솔직히 털어놓았고 한지영은 미소 지으며 그를 바라봤다.“연신 씨는 이미 우리 부모님 마음속 최고의 사위예요. 게다가 제가 이미 당신 아이를 갖고 있는데 연신 씨와 결혼 안 하면 누구랑 결혼해요? 설령 부모님께서 반대하신다고 해도 전 이미 결혼하기로 마음먹었어요.”그녀의 눈빛은 단호했고 맑은 눈동자 속엔 흔들림이 없었다.“나 한지영은 평생 백연신만 사랑하고 오직 백연신과 결혼할 거예요.”그녀의 목소리와 눈빛은 백연신의 긴장을 녹일 만큼 따뜻했다.“나 백연신이 결혼할 여자도 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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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3화

“아빠! 술 넘쳤어요. 쏟아져요!”한지영이 다급하게 외쳤다.그제야 한종훈이 정신을 차리고 허겁지겁 손을 멈췄다.그리고 부부가 동시에 백연신을 바라보며 거의 같은 말이 튀어나왔다.“지금 뭐라고 했어? 결혼한다고?”“네.”백연신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지영이가 지금 임신 초반이라 결혼식 준비로 힘들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먼저 혼인 신고를 하고 아이가 태어난 다음에 정식으로 결혼식을 하려 합니다. 괜찮으실까요?”“괜찮지. 그럼! 너무 잘됐지!”한지영의 부모님은 동시에 미소를 터뜨렸다.딸의 결혼은 늘 그들의 가장 큰 걱정이자 바람이었으니까.원래는 기회를 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꺼내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백연신이 먼저 정식으로 말해주니 더할 나위 없었다.“그럼... 혹시 혼례 관련해서 지영이 쪽에서 바라는 게 있을까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모두 맞출 생각입니다.”한지영의 아버지는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우린 그런 거 없어. 지영이한테 잘해주면 그걸로 충분하지.”“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백연신은 고개를 숙이며 진지하게 답했다.저녁 식사는 내내 따뜻한 분위기였다.식사가 끝나자 백연신은 자진해서 식탁의 그릇을 치우더니 빈 그릇들을 주워서 주방으로 가져가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이해영은 놀라움과 감탄이 섞인 눈빛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재벌 가문의 남자가 직접 설거지를 다 하다니...’그녀는 속으로 감동했다.“지영아, 너 정말 좋은 사람 만났어.”이해영은 감탄스럽게 딸을 바라봤다.“이제야 마음이 놓인다.”한지영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엄마, 아빠. 우리 정말 잘 살 거예요. 이제 걱정 그만하시고 나중에는 여행도 다니세요. 세계 일주라도 다녀오시죠!”“세계 일주는 무슨~.”한종훈이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너 먼저 애 낳으면 우리가 손주 봐줘야지. 그게 더 큰 일이야.”물론 백연신은 훗날 보모를 둘 수도 있었지만 두 사람은 손수 손주를 돌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그리고 그는 환하게 웃으며 말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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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4화

그날 밤 한지영은 백연신의 별장에서 묵기로 했다.굳이 챙길 건 없었다. 어차피 S 시로 돌아온 뒤로는 백연신의 별장과 자기 집을 번갈아 가며 지내곤 했고 그곳엔 이미 그녀의 옷과 생활용품이 다 있었다.차가 부드럽게 도로를 달렸고 조수석에 앉은 한지영은 운전석의 백연신을 바라봤다.각진 턱선, 뚜렷한 이목구비, 옆모습만 봐도 느껴지는 입체적인 윤곽.목선 아래로는 희미하게 드러나는 쇄골까지... 그녀는 새삼 현실감이 사라졌다.정말... 그와 결혼하는 걸까?그를 사랑했고 또 상처받았던 지난 세월.그 모든 시간을 지나 이제야 마침내 그와 한자리에 설 수 있게 된 것이었다.앞으로는 둘이서 가정을 꾸리고 함께 아이를 키우고 서로의 머리가 파 뿌리가 되는 날까지 함께 늙어갈 터였다.그런 미래가 그려지자 한지영은 무의식적으로 배를 어루만졌다.곧 두 사람의 사랑의 결실이 세상에 나온다.아이는 누구를 더 닮을까?백연신일까? 자신일까?만약 백연신을 닮는다면... 남자든 여자든 분명 예쁠 터였다.그 상상에 한지영은 피식 웃음이 났다.“왜 웃어?”운전 중이던 백연신이 고개를 돌려 물었다.“그냥요. 예전에 SNS에서 봤던 아빠들이 애 보는 영상 생각나서요. 연신 씨는 아빠가 되면 어떻게 애를 볼까 싶어서요.”“그건 곧 알게 될 거야.”그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그런데...”한지영은 살짝 망설였다.“아기 낳고 나면 부부들이 많이 싸운다던데요. 잘 지내던 사람들도 애 생기면 갈등이 많아진다고... 좀 걱정돼요.”“그런 글 보지 마.”백연신이 낮고 단호하게 말했다.“괜히 마음만 어지럽히지. 혹시 우리가 진짜 싸우더라도 먼저 사과하는 건 항상 나일 테니까.”그 말에 한지영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고 마침 신호등이 빨간 등으로 바뀌었다.백연신은 차를 멈추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앞으로 살면서 싸우는 일도 있겠지. 하지만 그게 뭐든 하나만 기억해.”그는 낮게 숨을 고르며 말을 이었다.“내 인생에서 사랑한 사람은 지금 이 순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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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5화

“왜 멍하니 있어?”백연신이 한지영 곁으로 다가오며 물었다.“그냥... 연신 씨가... 음... 로맨스 드라마 남자 주인공 같아서요.”한지영은 멋쩍게 대답했다.백연신이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그녀의 볼을 살짝 쓰다듬었다.“나는 그냥 너의 남자 주인공일 뿐이야. 난 단지 너만 나를 바라보길 원할 뿐.”그의 시선은 마치 촘촘한 그물처럼 그녀를 감싸며 벗어나고 싶지 않게 또 벗어날 수도 없게 만들었다....민원실에 도착한 두 사람은 번호표를 받고 대기 의자에 앉았다.한지영은 내부 홀을 찍어 사진을 보내며 이전에 임유진과 탁유미와 함께 만든 단톡방에 올렸다.[나 오늘 혼인신고 하러 왔어.]잠시 후 임유진이 단톡방에 메시지를 남겼다.[??? 오늘 백연신 씨랑 혼인 신고한다고?][응. 지금 줄 서서 기다리는 중이야!]한지영이 얼굴에 미소를 띠며 답했다.[정말 좋은 소식이네. 시간 잡아서 제대로 축하해야겠다!]임유진이 친구의 경사를 축하했다.그 와 동시에 탁유미의 메시지가 단톡방에 올라왔다.[지영 씨 축하해요! 백연신 씨랑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아요!][고마워요.]한지영이 답했다.[그나저나 유미 언니, 윤이 보청기는 잘 됐어요?][안 그래도 병원에서 연락 왔어요. 내일 찾으러 가면 된대요.]탁유미가 말했다.[그럼 내일 나도 언니랑 같이 갈게요.]임유진이 서둘러 말했다.[나도 갈래.]한지영도 동참했다.하지만 곧 올라온 임유진의 메시지.[너 배가 많이 불렀으니까 굳이 안 그래도 돼. 내일은 내가 유미 언니랑 윤이랑 같이 가면 돼.]“그럼 식당 예약해서 같이 식사하자. 내 결혼 축하 겸해서.”한지영이 수긍하며 말했다.[좋아.]임유진이 말했다.[유미 언니, 시간 돼요?][당연히 되죠. 내일 제대로 지영 씨 결혼 축하해 줘야죠!]탁유미가 답했다.단톡이 끝난 뒤 탁유미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한지영이 이제야 정말 행복을 찾은 것 같아 진심으로 기뻤다.한때 그녀는 한지영이 자신처럼 느껴졌었다.백연신과 헤어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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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6화

탁유미는 입술을 꼭 다물었다.어머니가 뭘 걱정하는지 몰라서가 아니었다.다만...“엄마, 나 노후자금은 알아서 잘 모을 거야. 윤이도 효심 깊고 착하잖아. 나중에 내가 늙으면 걔가 당연히 나 돌봐줄 거고. 그러니까 그런 걱정은 하지 마.”“유미야, 엄마한테 솔직히 말해봐. 아직도... 이경빈 때문이니?”김수영의 말에 탁유미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이경빈.그 이름은 여전히 그녀 마음속 깊은 곳에 남아 있었고 이미 사랑은 식었지만 그가 남긴 흔적만큼은 지워지지 않았다.그는 그녀 인생의 너무 많은 부분을 차지했고 무엇보다도 그녀의 ‘사랑’이라는 감정을 완전히 무너뜨린 사람이었다.그래서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는 게 겁이 났고 한 번 상처를 받으니 이제는 닿을 용기조차 나지 않았다.“맞아, 엄마. 완전히 잊은 건 아니야. 하지만 이젠 그 사람을 사랑하지는 않아. 그건 내가 제일 잘 알아.”탁유미는 잔잔하게 미소를 지었다.“지금은 이렇게 작은 가게 운영하면서 엄마랑 윤이랑 같이 지내는 게 좋아. 그게 내 인생이야. 그게 내가 바라는 전부고.”김수영은 한참을 바라보다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래... 네가 행복하면 됐지.”그리고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혼인 신고 대기실.한지영과 백연신은 서류를 작성하고 사진을 찍은 뒤 혼인 서약식을 기다리고 있었다.잠시 후 서약을 마쳐야 비로소 ‘혼인 증명서’를 받을 수 있다.기다리는 동안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두 사람에게 쏠렸다.한지영은 배가 불러 있었고 백연신은 원체 눈에 띄는 사람이었다.같이 대기 중이던 옆자리 커플들까지도 힐끔거리며 작게 속삭였다.한지영은 그 분위기에 슬쩍 웃으며 백연신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있잖아요. 우리 결혼 소식이 기사로 나면 사람들이 ‘백 대표님께서 책임에 떠밀리듯 결혼했다’라고 하겠죠?”그 말은 장난이었지만 백연신은 피식 웃으며 그녀를 바라봤다.“그럼 그 사람들은 나를 전혀 모르는 거지. 난 그런 식의 결혼은 안 해. 내가 원하지 않으면 누구도 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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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7화

“그래.”백연신은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나지막하게 대답했다.그 시각 한씨 가문의 거실.임유진의 부모는 백연신의 비서가 가져온 정갈한 서류 뭉치를 받아 들고 호기심에 봉투를 열어보았다.그 안에는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목록이 들어 있었다.그런데 목록을 훑어본 순간 두 사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현금 예단이 수억 원 단위였고 금세공 장신구며 고급 별장까지...평생을 성실하게 살아온 평범한 부부에게는 상상조차 어려운 규모였다.“이건... 다 뭐예요?”한종훈이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그러자 비서는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백 대표님께서 준비하신 혼수 명세서입니다. 두 분께서 혹시 추가로 원하시는 게 있으시다면 언제든 말씀해 주시라고 전하셨습니다.”“추가요?”두 사람은 서로 얼굴을 마주 봤다.이렇게까지 과할 정도로 챙겨주는데 더 바랄 게 있을 리가 없었다.그들은 그저 벅찬 마음에 할 말을 잃었다....다음 날.임유진은 탁유미와 윤이를 데리고 재일 병원에 들렀다.그리고 윤이가 안쪽에서 보청기를 착용하고 조정받는 동안 유리창 너머로 아이를 바라보던 임유진은 문득 탁유미의 표정이 어딘가 멍해 보이는 걸 알아챘다.“유미 언니, 왜 그래요? 윤이 걱정돼서 그래요?”임유진이 조심스레 물었다.“응? 아, 아니에요.”탁유미가 고개를 저으며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그럼 뭐예요? 요즘 언니 표정이 자꾸 근심 많아 보여서요.”임유진이 다시 물었다.탁유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결국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가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사실은... 공수진이 출소했대요.”“공수진이요?”임유진의 눈이 순간 커지며 곧 어제 날짜가 떠올랐다.그래. 어제가 바로 공수진의 출소일이었다.공수진... 이경빈의 옛 약혼녀이자 파멸을 자초한 여인.이씨 가문의 압박 때문에 감형을 받지 못하고 결국 판결문의 출소일대로 출소를 하게 된 것이었다.“그럼 사람 붙여서 언니랑 윤이 보호해 드릴까요?”임유진의 목소리가 살짝 가라앉았다.“괜찮아요.”탁유미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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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8화

그러자 곽연아가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유진 이모 안녕하세요. 유미 이모 안녕하세요.”그 귀여운 얼굴에 작은 목소리가 어우러지니 정말 사랑스러웠다.하지만 아이의 목소리에는 약간 콧소리가 섞여 있어 임유진이 걱정스레 물었다.“연아 감기 걸렸어요?”“네. 감기 기운이 좀 있어서 병원에 데려왔어요.”곽동현이 대답했다.“두 사람은요?”“윤이가 보청기를 잃어버려서 오늘 새 보청기를 받으러 왔어요.”임유진이 설명했다.한편 탁유미는 곽연아의 머리카락이 다소 흐트러진 것을 보고 쪼그려 앉아 아이에게 말했다.“이모가 머리 다시 정리 해줄까? 안 그러면 금방 흩어질 것 같아.”곽연아는 눈을 깜빡이더니 고개를 끄덕였고 다행히 낯가림도 없었다.탁유미는 가방에서 작은 빗을 꺼내 곽연아의 머리를 곱게 빗겨주었다.그 사이 임유진이 곽동현을 바라보며 말했다.“결혼 축하드려요. 아이가 벌써 이렇게 컸다니. 아쉽게도 그때는 동현 씨 결혼식에 못 갔네요.”곽동현은 그때 그녀가 힘들었을 때 남들과는 다르게 이상한 시선으로 보지 않은 몇 안 되는 사람이었고 한 번 도움을 준 적도 있었다.그래서 임유진은 곽동현에게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하지만 그녀가 이렇게 말하자 곽동현은 쓴웃음을 지었다.“저... 전 부인과 이미 이혼했어요.”그러면서 목소리를 일부러 낮춰 아이가 듣지 못하도록 했다.“아... 죄송해요.”임유진도 조금 민망해하며 말했다.그러나 곽동현은 별일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웃었다.“괜찮아요. 어울리지 않는다면 억지로 함께 있는 것보다 떨어지는 게 낫죠. 아이에게도 하루 종일 싸움과 다툼만 있는 집보다는 더 좋을 테니까요.”그때 탁유미는 이미 곽연아의 머리를 예쁘게 땋아주었고 곽연아는 깡충깡충 뛰며 곽동현 앞에 다가가 말했다.“아빠, 예쁘지?”곽동현은 정성스레 땋아진 연아의 머리를 보고는 자신이 해준 것보다 훨씬 나음을 느꼈는지 눈에 잠깐 미안함이 스쳤다.이혼 후 아빠와 엄마 역할을 동시에 하려고 노력했지만 남자가 혼자 아이를 키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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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9화

탁윤의 외모는 탁유미와 이경빈 두 사람의 장점을 그대로 닮았고 청각에 약간 장애가 있음에도 학교에서는 여전히 많은 여학생이 고백을 하거나 편지를 주곤 했다.그만큼 탁윤의 외모가 얼마나 출중한지 짐작할 수 있었다.심지어 한지영은 전에 농담처럼 탁윤이 크면 또 얼마나 많은 여자를 매료시킬지 모른다고 말하곤 했었다.그때 곽연아는 작은 손으로 탁윤의 보청기를 살짝 건드렸다. 아이는 호기심에 직접 만져보고 싶어 했고 곽동현은 놀라 급히 제지했다.“연아야, 윤이 오빠 물건은 함부로 만지면 안 돼!”곽연아는 아빠의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살짝 놀라 몸이 굳었다.하지만 탁윤은 곽연아의 작은 손을 가볍게 두드리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이거 없으면 나는 소리를 못 듣거든. 그래서 함부로 만지면 안 돼.”“소리를 못 듣는다고?”곽연아가 의아해하며 물었다.“그럼 이거 없으면 오빠는 소리를 못 들어?”“응.”탁윤이 고개를 끄덕였다.순식간에 곽연아의 표정은 조금 전 곽동현보다 더 긴장한 모습이 되었다.“그럼 오빠 이거 꼭 잘 지켜야 해. 잃어버리면 안 돼!”“알겠어.”탁윤은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곽동현은 딸과 함께 떠나기 전 임유진과 탁유미에게 서로 연락처를 남기고 탁유미가 탁윤의 학교 근처에 작은 가게를 운영 중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곽연아는 아쉬운 듯 탁윤에게 말했다.“오빠, 나중에 또 놀러 와도 돼? 내가 오빠 보청기 잘 지킬게. 잃어버리지 않게.”곽연아는 탁윤이 전에 보청기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알고 또 잃어버릴까 봐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었다.탁윤은 그 3살짜리 작은 소녀가 자신의 보청기를 걱정하며 보호하려 한다는 사실에 잠시 놀라면서도 마음이 따뜻해졌다.“좋아. 나중에 우리 같이 놀자.”곽연아와 곽동현이 떠난 뒤 임유진과 탁유미 그리고 탁윤은 한지영이 예약해 둔 식당의 룸으로 향했다.자리에 앉은 임유진과 탁유미는 각각 한지영에게 신혼 선물을 건넸다.임유진이 준 것은 크리스털 스탠드였고 스탠드를 켜자 조명 빛에 두 사람이 서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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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0화

“와... 우리 윤이 여자아이들한테 인기가 많네. 세 살짜리 꼬마까지 반하게 만들 줄이야.”한지영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탁윤은 여전히 어린 얼굴에 순수함이 가득했고 이 순간 얼굴이 붉어지며 뭐라고 대답할지 몰라 그냥 고개를 숙인 채 밥만 퍼먹었다.그런데... 곽연아는 달랐다. 곽연아는 유일하게 먼저 탁윤의 보청기를 지켜주겠다고 말한 아이였다.탁윤의 긴 속눈썹이 살짝 떨리며 머릿속에는 다음에 곽연아를 또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스쳐 갔다.그리고 다음에는 아이와 즐겁게 놀아주고 싶다는 마음도 함께였다.점심을 마친 뒤 모두 식당을 나와 인사를 나눴다.한지영은 백씨 가문 차량에 올라탔고 임유진은 탁유미와 함께 탁윤을 먼저 가게로 데려다주었다.그런데 식당 옆 카페 안... 한 여자가 창가에 앉아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그녀의 시선은 탁유미가 탄 차량을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탁유미...또 만났네!’공수진의 입꼬리가 천천히 말려 올라갔다.그녀의 눈빛은 음침했고 얼굴에는 증오와 광기가 동시에 스쳤다.그녀의 모든 불행은 탁유미로부터 시작됐다.공씨 가문이 몰락했고 그녀는 5년 동안 감옥에서 썩어야 했다.그곳에서 그녀는 매일 조롱당하고, 때로는 짐승처럼 취급당했다.과거에 공수진은 누구보다 화려했고 이경빈의 약혼녀로서 모두의 부러움과 환영을 받던 여자였다.하지만 감옥 안의 현실은 잔혹했다.아무나 그녀를 밝을 수 있었고 자신보다 천하다고 여겼던 여자들이 그녀를 밟아 우월감을 확인하곤 했다.그렇게 그녀는 이를 악물고 오직 하나... 출소하는 날만을 기다렸다.하지만...세상은 여전히 불공평했다.자신이 그렇게 고통받는 동안 탁유미는 아들과 함께 평온하게 살아가고 있었다.그 모습을 보자 마음속에서 공수진은 분노가 들끓기 시작했다.비록 탁유미는 이경빈과 끝까지 가지 못했지만 탁유미만 아니었다면 지금 그 자리에 있었을 사람은 바로 자신이었다.공수진에게 탁유미는 이경빈을 진심으로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자신과 그를 갈라놓은 원수였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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