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의 모든 챕터: 챕터 2091 - 챕터 2100

2128 챕터

제2091화

“알아... 내 잘못이야. 다 내 잘못이야!”이경빈이 낮은 목소리로 울부짖었다.“유미야... 그때 내가 잘못한 게 너무 많았어. 알아... 다 돌이킬 수 없는 걸 알아. 하지만 지금은... 지금이라도 너한테 잘하고 싶어. 내 모든 걸 다 써서라도 너한테 잘하고 싶어.”그러나 탁유미는 담담하게 웃었다.그 웃음 속에는 어쩐지 구름처럼 흐려진 예전의 중요한 사람에 대한 무심함이 담겨 있었다.“그때 내가 윤이와 함께 너의 보살핌 없이도 살아남았고 오늘까지 잘 살아왔는데... 왜 지금 네가 나를 보살펴야 하지?”그 한마디에 이경빈은 온몸의 피가 얼어붙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이경빈... 그냥 내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몰랐던 걸로 해줄 수 없어?”탁유미의 목소리는 부드럽지만 단호했다.“우리 사이... 이미 충분히 틀어졌어. 이렇게 계속 얽히는 건 결국 서로에게 상처만 남기는 일일 뿐이야.”그는 넋을 잃고 그녀를 바라보았다.가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 사이의 간극은 점점 더 멀게 느껴졌다.“이씨 가문 도련님 이경빈. 너를 사랑하는 여자들은 많고도 많은데... 그 여자들을 찾아가면 되지 굳이 나를 계속 붙잡을 필요 없어.”탁유미가 말을 이었다.“게다가... 나도 이제 나이가 있잖아. 서른다섯이야. 더 이상 어린 소녀가 아니야. 이제 나 상처받기엔 지쳤어.”“지금 네가 이러는 건 집착일 뿐이야. 나에게 잘못한 게 미안해서라도 보상하려는 거겠지만 난 너한테 보상 필요 없어. 난 그냥 조용히 내 남은 삶을 살고 싶을 뿐이야.”“이경빈. 날 좀 놔줄래?”그녀의 목소리는 담담했다.상처의 끝에 다다른 후 비로소 찾아오는 평온처럼.“집착이 아니라 사랑이야!”그 순간 이경빈이 포효했고 목소리엔 한 줌의 절망이 섞여 있었다.“유미야... 나 몇 살이든 상관없어. 난 널 사랑해! 널 다치게 하지 않을 거야. 이번 한 번만... 나를 믿어줘!”하지만 탁유미는 여전히 평온하고 담담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그녀의 시선 속에서 두 사람의 거리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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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92화

탁유미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혹시 곤란한 일이 있다면 그냥 솔직하게 말해요.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라면 반드시 도와줄게요.”임유진이 조심스레 말했다.그러자 탁유미는 두 손을 무심코 배 위로 올렸다.“유미 언니... 혹시 임신한 거예요?”임유진은 잠시 머뭇거렸지만 결국 솔직하게 물었다.그 말에 탁유미의 몸이 순간 휘청거리더니 이내 평온한 표정으로 바뀌며 답했다.“맞아요...”진실이 드러나니 오히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적어도 이제는 마음속 이야기를 임유진에게 털어놓을 수 있었으니까.며칠 동안 이 비밀은 그녀의 마음을 짓누르며 너무 힘들게 했었다.엄마에게도 탁윤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가장 가까운 가족 앞에서도 그녀는 평온한 척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그럼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임유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아직 정하지 않았어요.”탁유미는 솔직하게 답했다.“이 아이는 이경빈의 아이예요. 하지만 나는 그 사람과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아요. 만약 이 아이를 낳게 된다면... 우리 사이는 더 복잡하게 얽히게 될 테니까요.”임유진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유미 언니, 만약 정말 아이를 낳고 싶다면 이경빈 씨는 내가 처리할게요. 절대 언니를 강제로 끌어들이진 못하게 할 거예요.”그러자 탁유미는 눈물을 글썽이며 고마운 마음으로 임유진을 바라보았다.“유진 씨... 고마워요.”“뭘 고맙다고 그래요. 우리가 서로 안 지 몇 년인데요. 내 가장 친한 친구는 두 명뿐인걸요. 언니랑 지영이!”임유진은 결의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그런데... 유미 언니, 정말 이경빈 씨에게 기회를 주고 싶지 않은 거예요?”임유진이 다시 물었다.그 말에 탁유미는 씁쓸하게 웃었다.“우리 사이... 유진 씨도 잘 알잖아요. 유진 씨가 내 입장이었다면... 과연 어떻게 했겠어요?”임유진은 할 말을 잃었다.만약 강지혁이 자신에게 그런 일들을 저질렀다면 과연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으니까....주말.탁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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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93화

그 세 글자를 내뱉는 순간 참으려고 애썼던 눈물이 결국 그녀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고 심장은 깊고 어두운 바닥으로 천천히 가라앉는 듯했다.다음 날 탁유미는 병원으로 향했다.그리고 병원에 도착한 후 의사에게 조용히 말했다.“약물 유산을 하고 싶어요.”의사는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남편분과 상의는 하셨나요? 지금 연령대에서 유산을 하면 이후에 다시 임신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 점을...”“그 사람은 제 남편이 아니에요.”탁유미의 목소리는 단호했다.“그리고 이 아이를 가져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그건 제가 결정할 문제잖아요. 출산은 여성의 권리 아닌가요?”의사는 그녀의 단호함을 보며 더 말하지 않고 결국 약 처방을 작성해 주었다.약국 앞 줄을 선 탁유미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다.오늘 약을 먹는 순간 배 속의 그 작은 생명과는... 정말로 영원한 이별이었다.그녀는 아이를 지우지 않고 키울 생각을 했던 적도 있었다.그러나 결국 그녀는 ‘두려움’이라는 벽 앞에서 멈추고 말았다.아이가 태어난 뒤 이경빈과의 얽힘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동네 사람들의 뒷말은 또 어떤 상처를 가져올지.그리고 그 화살은 고스란히 김수영과 탁윤에게 꽂힐 것이다.그래서 결국...그 아이에게 가장 미안한 선택이 될지라도 이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아가... 다음 생이 있다면 더 좋은 엄마를 만나.”탁유미는 거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나 같은 사람... 말고.”잠시 후 줄이 그녀 차례가 되어 그녀는 처방전을 내밀었고 약사는 곧 약을 내밀었다.그런데 그녀가 두 손으로 약을 받아 가방에 넣으려던 순간...갑자기 한 손이 그녀의 손목을 거칠게 움켜쥐었다.“...!”탁유미는 놀라 고개를 들었고 숨이 턱 막히는 듯했다.이경빈!그는 또 이렇게 예고도 없이 그녀 앞에 나타났다.당장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창백한 얼굴.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시선은 그녀 손에 들린 그 작은 유산약에 꽂혀 있었다.이경빈의 눈은 순식간에 절망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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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94화

탁유미는 허겁지겁 쓰레기통에서 약을 집어내려 했지만 이경빈은 이미 그녀의 손목을 잡고 강제로 병원 밖으로 끌어내려고 했다.“놔! 어디로 데려가려는 거야?”탁유미는 필사적으로 몸을 비틀며 소리쳤다.그러자 그는 더 과감하게 허리를 굽히고 사람들 시선이 쏟아지는 가운데 탁유미를 들어 안아 들었다.그리고 그대로 병원 정문을 향해 빠른 걸음을 옮겼다.“내려! 지금 당장 내리라고!”탁유미는 얼굴이 새빨개진 채 소리쳤지만 이경빈은 아랑곳하지 않았다.그는 그대로 탁유미를 안고 병원 앞에 도착했고 곧 운전기사가 이미 기다리고 있던 검은색 세단의 문을 열어줬다.그런데 그때 병원 보안 중 한 명이 다가왔다.“저기... 실례지만 두 분 관계가 어떻게 되나요? 이 여성분은 자발적으로 차에 타려는 것 같지 않은데요?”“이 여자는 내 아이의 엄마입니다!”이경빈은 차갑게 말했다.“혹시 무슨 일이라도 날까 걱정된다면 내 차 번호 기록해 두고 경찰에 신고하셔도 됩니다.”말을 마친 이경빈은 탁유미를 차 안에 밀어 넣고는 곧장 따라올랐고 운전기사는 황급히 자리에 앉아 차를 출발시켰다.병원 보안들은 잠시 어리둥절했지만 한 명이 중얼거렸다.“저거... 부부 싸움 아닌가요? 남자가 ‘아이 엄마’라고 하니까 여자가 아무 말도 안 하던데?”“그러게. 게다가 차가 만만치 않아. 최소 3억 원은 넘을 텐데 설령 나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있어도 이런 고급 차를 타고 병원에서 납치할 필요가 없지 않겠어?”...차 안.탁유미는 이상하게 심장이 조여 오는 느낌을 받았다.이경빈은 병원에서처럼 격앙되어 있지 않았고 차분함을 유지하고 있었다.하지만 그 차분함이 오히려 그녀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마치 폭풍 전의 고요처럼... 곧 폭풍우가 몰아칠 것만 같았다.“왜 이 아이를 지우려는 거야?”그러던 중 차 안에 차갑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렸고 그 소리는 탁유미를 떨게 만들었다.그러나 탁유미는 입술을 깨물며 애써 침착을 유지했다.“이 아이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말았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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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95화

“경빈 씨, 왜 경빈 씨가 받아요? 유미 언니는요? 왜 유미 언니 휴대폰을 가지고 있는 거예요? 유미 언니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예요?”다급한 임유진의 목소리가 휴대폰 너머로 들려왔다.“유진 씨, 나... 나 괜찮아요.”탁유미는 급히 대답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유미 언니, 경빈 씨가 언니한테 무슨 해를 끼치진 않았죠?”임유진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그...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탁유미는 잠시 머뭇거렸다.“지금 가게는 저희 엄마가 보고 있어요. 저도 금방 돌아갈 거고요. 혹시 유진 씨가 가게에 가게 되더라도 내가 지금 경빈이랑 같이 있다는 건 저희 엄마한테는 절대 말하지 말아 줘요.”그러나 탁유미가 마지막으로 한 이 말이 이경빈의 얼굴을 더욱 어둡게 만들었다.“됐어. 다 들었어.”그리고 그는 휴대폰 너머 임유진에게 단호하게 말했다.“유진 씨, 유미와 내 일에 끼어들 생각하지 마요. 설령 유진 씨가 백씨 가문 안주인이라 해도... 난 절대 봐주지 않아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경빈은 전화를 뚝 끊었고 그의 시선은 다시 탁유미에게 돌아왔다.“보니까 네 친구는 정말 널 걱정하는 모양이네.”탁유미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그렇게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망설이기를 반복하던 끝에 탁유미는 겨우 입을 열었다.“이경빈... 도대체 뭘 어쩌려는 거야?”그러나 이경빈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묵직하게 그녀를 응시했다.한편 휴대폰 너머 임유진은 화면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속으로 걱정했다.탁유미는 괜찮다고 했지만 휴대폰이 이미 이경빈 손에 넘어갔다는 사실만으로도 결코 ‘괜찮다’라고 할 상황이 아니었다.결국 임유진은 곧바로 운전대를 돌려 GH 그룹 본사로 향했다.잠시 후 회사에 도착한 임유진은 차량을 정문 경비에게 맡기고 급히 뛰어 들어갔다.그녀가 누구인지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당연히 알고 있었고 태도는 모두 예의 바르고 신중했다.임유진은 곧바로 강지혁의 사무실까지 달려갔다.하지만 문을 밀고 들어서자마자 입이 딱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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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96화

이건 탁유미의 사적인 문제라 사람들 앞에서 말하기 어려웠다.그리고 그걸 눈치챈 강지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일단 다들 나가죠. 그리고 아까 말한 그 문제... 제대로 보완 못 하면 다음엔 내가 정말 선처 안 합니다.”말이 떨어지자마자 고이준을 포함한 고위 간부들은 마치 사형 집행 유예를 받은 사람들처럼 허겁지겁 고개를 숙이고 줄지어 나갔다.강지혁은 문이 닫힌 뒤에야 임유진에게 시선을 돌렸다.“무슨 일 있어? 표정이 안 좋아.”“지... 지혁아, 그게... 일이 좀 생겼어.”임유진은 주변을 살피며 목소리를 낮췄다.“아까 유미 언니한테 전화했는데... 전화를 받은 사람이 이경빈이었어.”강지혁의 눈매가 살짝 좁혀졌다.“그래서? 탁유미 씨랑 연락이 완전히 안 되는 건 아니지?”“아니. 언니 목소리는 들었는데... 뭔가 이상했어. 언니가 괜찮다고 말했는데... 그 목소리가 괜찮은 사람 목소리가 아니었어.”임유진의 눈동자는 금세 불안으로 젖었다.“그래서... 지혁아, 유미 언니 좀 찾아줄 수 있어? 제발. 언니 지금 임신 중이잖아... 혹시라도 이경빈이 언니를 어디 가둬놓거나... 또 욱해서 무슨 일이라도...”말을 하는 임유진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강지혁은 한숨도 망설임도 없었고 그저 짧게 고개만 끄덕였다.“찾아줄게.”그는 즉시 내선 전화를 잡아 들었다.“고 비서, 바로 탁유미 씨 위치 추적해. 최대한 빠른 속도로.”전화를 끊자마자 고이준은 본능적으로 머릿속에서 비명이 들리는 듯했다.방금 직무 보고 때문에 진땀을 흘렸는데 다시 지옥의 시작이었으니까.한편 임유진은 긴장으로 손가락을 꽉 모았다.“지혁아... 혹시 이경빈이 유미 언니한테 또...”“걱정하지 마.”강지혁이 차분하게 말했다.“이경빈은... 탁유미 씨를 위해서라면 본인이 상처받는 걸 택할 꺼야. 안 그러면두 번 다시 탁유미 씨 곁에 있을 수 없다는 걸 그 사람은 누구보다 잘 아니까.”임유진은 그 말을 듣고도 안심하지 못했다.“그래도... 만에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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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97화

“고 비서님 아직도 유미 언니가 어디로 끌려갔는지 못 찾은 거야?”임유진은 초조한 표정을 숨기지 못한 채 물었고 말투와 눈빛엔 오직 탁유미 걱정뿐이었다.그러자 강지혁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이제 곧 연락이 올 거야...”그런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무실 문이 열리고 고이준이 급히 들어왔다.“사모님, 방금 위치 파악했습니다.”“정말요? 유미 언니는 어디에 있어요?” 임유진이 벌떡 일어섰다.“이경빈 씨가... 병원에서 탁유미 씨를 데리고 나갔습니다. 그리고...”고이준이 잠시 말을 멈췄다.“탁유미 씨는 약물로 유산하려고 병원에 온 상황이었습니다.”“유산...?”임유진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다.“언니가... 정말 아이를 지우려고 한 거예요?”“네. 상황을 보면 그렇게 판단됩니다.”고이준이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지금은 어디에 있어요?”임유진이 재차 물었다.“여기 S 시에 있는 이경빈 씨의 별장으로 데리고 갔습니다.”임유진은 바로 강지혁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강지혁은 그녀가 말하지 않아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가자.”강지혁이 담담히 말했다.“유미 씨 데려와야 네 마음이 편할 테니까.”“역시 우리 지혁이가 최고야.”임유진은 애교섞인 말투로 달래듯 말했고 강지혁의 눈가에는 자연스레 미소가 번졌다.그 웃음은 누가 봐도 아내에게만 허락되는 표정이었다.한편고이준은 그런 둘의 모습을 보며 속으로 체념 섞인 생각을 했다.‘다른 사람이 아무리 아부를 해도 사모님의 말 한마디만 못하지...’강지혁이 이렇게까지 몸을 움직이는 사람은 이 세상에 임유진 단 한 명이었다.고이준은 바로 차량을 준비하고 이경빈 별장의 정확한 위치를 운전기사에게 전달했다.차량이 출발하고 가는 동안 임유진은 계속 불안한 듯 손을 꽉 쥐고 있었다.“지혁아... 거기 가면 혹시... 보안팀이 우리 못 들어가게 하는 거 아닐까?”“그러면 그냥 뚫고 들어가면 돼.”강지혁은 담담하게 말했다.“뚫고... 들어가?”임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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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98화

시간이 조금씩 흘러갈수록 탁유미는 점점 초조해졌다.‘이대로 한참 동안 집에 안 들어가면... 엄마가 분명 의심할 텐데...’그 생각이 들자 탁유미는 휴대폰을 들어 김수영에게 전화를 해야 하나 망설였다.탁!!그러다 그만 몸이 테이블 모서리에 스치며 올려져 있던 서류뭉치가 바닥으로 쏟아졌다.“아...”그런데...탁유미는 허리를 굽혀 서류를 주워 들다가 그 안에서 곽동현 사진 몇 장을 발견하는 순간 그대로 굳어버렸다.“이경빈이... 곽동현 씨를 조사한 거야?”탁유미는 급히 바닥에 떨어진 서류를 넘기기 시작했다.곽동현뿐만 아니라 그의 전부인 양서현 그리고 양서현과 동거 중이라는 남자 즉 곽동현의 옛 동료까지...모두가 상세하게 정리된 자료였다.놀란 탁유미는 손끝이 차갑게 떨리며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이었다.그때... 철컥!문이 열리고 이경빈이 들어왔다.그는 탁유미가 서류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보자마자 순간 표정이 확 굳었다.그저 테이블 위에 아무렇게나 두었던 서류가... 그녀 손에 들어가 버렸으니 말이다.탁유미는 그런 그를 바라보며 낮게 물었다.“양서현이 곽동현 씨한테 돈 요구하고 괴롭히고... 그거 너랑 관련 있는 거야?”그러자 이경빈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넌 정말... 나를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해?”“그렇지 않다면 왜 이런 자료가 너한테 있어?”탁유미가 되물었다.“불안해서. 무서워서.”이경빈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왔다.“너는 예전에 말했지. 곽동현은 좋은 사람이라고. 너랑 임유진 씨 둘 다 그 남자를 나보다 훨씬 좋게 봤다고.”“그건...”“그러니까... 내게 잠재적인 라이벌이 될 수 있는 남자를 조사하는 게 뭐가 이상해?”이경빈의 걸음이 더 가까워졌다.“조사하다 보면 그 남자의 전 부인도... 당연히 들여다보게 되지.”탁유미는 본능적으로 눈을 감으며 뒤로 물러났다.하지만 등 뒤가 책상에 닿아 더는 도망칠 공간이 사라졌다.“그런데... 넌 나를 얼마나 하찮게 보면 그런 생각을 해?”이경빈의 목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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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99화

이경빈은 입술을 꽉 다문 채 깊은 어둠을 머금은 눈으로 탁유미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곧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혔다.팽팽한 긴장감... 누구도 먼저 피하지 않았다.한참의 침묵 끝에 이경빈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곽동현이 나를 건드리지 않는 이상... 난 그 사람에게 손 안 댈게.”항상 그랬다.탁유미 앞에 서면 그는 언제나 이렇게 무너졌고 항상 같은 결말이었다.완패!탁유미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길게 내쉬었다.다행히... 최소한 곽동형은 무사할 테니까.하지만 이경빈의 다음 말이 곧바로 그 안도의 숨을 멎게 만들었다.“그러니까... 너도 이제 이 아이를 지울 생각은 접어야겠지?”순간 탁유미의 표정이 다시 굳었고 그녀는 곧 입술을 세게 깨물고 말했다.“아이 갖고 싶으면 얼마든지 다른 여자와 낳을 수 있잖아. 굳이... 이 아이여야 할 이유는 없어.”“하...!”이경빈은 어이없다는 듯한 웃음을 흘렸다.“그 많은 아이들 중에... 우리가 같이 만든 아이는 오직 하나뿐이야... 유미야.”그는 한 걸음 다가오며 물었다.“그래서... 넌 결국 이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거야?”탁유미는 숨을 깊게 들이켜고는 고개를 떨구듯 말했다.“내 결정은 바뀌지 않아. 너도 알잖아. 난 한 번 정하면 쉽게 흔들리지 않는 거.”그 말에 이경빈의 눈빛이 강하게 흔들렸다.“내가 널 너무 상처 줘서 그렇지? 말로는 날 용서했다지만... 사실은 아직도 나를 혐오하고 그래서 우리 아이가 이 세상에 오는 것도 싫다는 거지?”탁유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사실이든 아니든 그 말에 대답할 자신이 없었다.그때.“그럼...”이경빈의 목소리가 아주 낮게 가라앉았다.“너한테 준 고통을... 나한테 그대로 돌려주면? 그러면... 이 아이 낳을 수 있어?”순간 탁유미는 그대로 얼어붙었다.“뭐라고?”‘설마 아니겠지...’그러나 그 순간.스윽...!날카로운 소리가 공기를 갈랐고 탁유미는 눈이 휘둥그레졌다.“이경빈! 너 지금 뭐 하는...!”이경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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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0화

이경빈은 마치 모든 걸 포기한 사람처럼 손에 든 칼을 또다시 자신의 피부 위로 가져갔다.스윽...!또 한 줄의 상처가 생겼다.피는 빠르게 그의 옷을 적셔갔고 붉은색이 점점 넓어졌다.그 순간 탁유미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안 돼...!”그가 다시 팔을 들어 칼날을 내리려는 순간탁유미는 거의 튕기듯 앞으로 달려가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이경빈! 그만해! 더 이상 너 자신을 다치게 하면 안 돼!”그때 이경빈의 속눈썹이 가볍게 떨리더니 그는 탁유미를 올려다보며 아주 미세하게 웃었다.“날... 죽게 두기 싫지? 아직... 날 향한 감정이 남아 있지, 유미야?”그러나 탁유미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감정이 있든 없든 내가 어떻게 사람이 피 흘려 죽어가는 걸 가만 보고 있을 수가 있어.”말을 마친 그녀는 조심스럽지만 단호하게 그의 손에서 칼을 빼앗았다.그리고 다행히 이경빈은 저항하지 않았다.하지만 그의 옷은 이미 피로 거의 젖어 있었고 얼굴은 점점 더 창백해져 갔다.‘이대로면 진짜 위험해.’“지금 당장 지혈해야 해. 내가 널 병원으로 데려갈게.”탁유미가 다급히 말했다.“약상자 있어? 거즈나 솜 같은 거...”그러나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이경빈이 불쑥 그녀를 끌어안았다.“뭐 하는...! 이경빈, 안 돼! 너 지금 피 흘리고 있잖아!”하지만 그는 더 세게 그녀를 끌어안았다.곧 비릿한 피 냄새가 탁유미의 코끝을 파고들었다.한편 이경빈의 몸은 떨리고 있었고 그 떨림이 고스란히 그녀에게 전해졌다.그리고 그는 여전히 그 질문만을 붙잡고 있었다.“유미야. 아이... 정말 낳아줄 생각 없어?”그러나 탁유미는 몸이 굳어갔고 대답이 목구멍에 걸려 나오지 않았다.바로 그때.쿵!!문이 벌컥 열리며 사람들이 들이닥쳤다.임유진과 강지혁 그리고 여러 명의 경호원들이었다.상황을 본 임유진은 그대로 얼어붙었다.“뭐야... 이게 무슨...”“유미 어니, 이경빈 씨 왜 이래요!?”그러자 탁유미가 황급히 말했다.“스스로 칼로 베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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