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영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버렸다.량천옥이 나태현을 죽이려고 아득바득 달려드는 것을 보면, 고은영은 진윤의 말대로 진정할 수 없었다.만약 고희주가 살아있다면 량천옥도 이렇게 죽을힘을 다해 싸우지 않을 것이니까 말이다.바로 눈앞에서 배준우가 기성훈과 전화하고 있었지만 고은영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배준우가 전화를 끊고 고은영을 몇 번이나 부르고 나서야 고은영은 정신을 차렸다.“은영아, 은영아?”“아? 어... 듣고 있어요.”고은영은 멍한 시선으로 배준우를 쳐다보았고 배준우는 따뜻한 손으로 고은영의 손을 감싸 쥐었다.고은영을 바라보는 배준우의 표정은 아주 진중했다.아무래도 량천옥의 반응을 보면 고희주가 죽었다는 것이 사실인 모양이었다.그렇지 않으면 량천옥이 이렇게 불같이 달려들 리가 없으니까 말이다.코를 훌쩍인 고은영은 붉어진 눈가를 매만졌다.배준우는 고은영을 품에 안고 조심스레 고은영의 등을 토닥여주었다.“다 괜찮아질 거야.”무기력한 위로였다.모든 건 그저 시간이 해결해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고은영도 이토록 슬퍼하는데, 고은지는 얼마나 더 슬플까.“언니한테 알려줬어야 했는데... 진작 알려줬어야 했는데...”고은영이 울먹이면서 얘기했다.고은지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오직 나태현이 고희주의 아빠라는 것만 믿고 고희주를 나태현에게 보냈다. 나태현이 고희주를 해칠 줄도 모르고 말이다.만약 고은지가 량천옥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면... 나씨 가문과 량천옥 사이에 어떤 원한이 있는지 알았다면...고은영이 울먹이면서 어깨를 들썩이자 배준우가 고은영을 꼭 안았다.“네 탓이 아니야. 넌 그저 네 언니를 걱정해서 그런 거잖아.”맞는 말이었다.고은영은 고은지가 걱정되었다.고희주를 식물인간으로 만든 량천옥이, 고은지가 죽도록 증오하는 량천옥이, 결국 고은지의 친모였다는 걸 어떻게 알리겠는가.하지만 그 충격보다도 고희주의 죽음이 더욱 아플 것이다.“나태현 씨가 희주를 데려가지 못하게 해야 했는데... 그러면 이런 일도 일어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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