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Chapter 1631 - Chapter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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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1화

‘사실 확실한 거지만...’“이번에 가서 희주를 찾지 못 하더라도 난 강성을 떠날 거야.”“그래? 그럼 우린...”“어제 원래 너랑 같이 샤브샤브를 먹으려고 했거든? 근데 윤설 씨가 아이를 낳았다며. 너도 많이 걱정했을 거 아니야. 그래서 못 불렀어.”‘어젯밤이라고? 그래서 어제 나한테 만나자고 했던 거구나?’고은영은 어제 밤새 병원에 있었고 오늘 아침에야 집에 돌아왔다.“그럼 내가 공항으로 갈까?”고은영은 고은지가 강성을 떠나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졌다. 고은영이 강성에 있는 대학을 고른 건 안지영 덕분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고은지가 곁에 있어 든든했기 때문이었다.“오지 마. 비행기 시간이 다 됐어. 이미 늦었어.”“그럼 좀 일찍 전화하지 그랬어.”“게다가 오늘 눈이 와서 길이 위험해.”고은지는 고은영이 자신이 떠난다는 걸 알고 급하게 공항에 오지 못하게 일부러 시간을 맞춘 것이다.“일부러 그런 거야?”“은영아, 너만 잘 지내면 돼.”고은지는 한숨을 내쉬었다.하지만 고은영은 여전히 마음이 조마조마했다.“그럼 나태현 씨랑 량이모 사이 일은요?”고은영이 조심스레 물었다. 그녀는 고은지가 지금 떠나는 게 또 다른 불필요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까 걱정됐던 것이다.나태현은 나태웅과 마찬가지로 고집이 센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이번에 고은지가 천락 그룹에서 뭘 했는지 안 봐도 뻔했기에 만약 그 일로 천락 그룹에 이 손해를 보면 나태현은 절대 고은지를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었다.만약 나태현이 정말로 고은지를 괴롭히려 한다면 차라리 고은지가 강성에 남아있는 편이 나았다. 적어도 배준우에게 부탁이라도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고은지는 고은영이 걱정하는 바를 알고 대답했다.“다 처리했으니까 걱정하지 마.”하지만 아무리 걱정하지 말라고 해도 그녀는 도저히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고은영이 말을 잇지 못하자 전화 너머에서 갑자기 큰 소리가 났다. ‘쿵’ 하고 무언가가 세게 부딪히는 소리였다. 전화 너머로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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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2화

고은영이 전화기 너머로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목소리 끝에는 울먹임까지 섞여 있었다.배준우가 물었다.“무슨 일인데? 은지 씨, 어디 있는데?”“공항 가는 길에 있어요. 방금 전까지 통화 중이었는데 갑자기 쾅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대답을 안 해요. 교통사고가 난 것 같아요.”‘교통사고라니...’강성에서 공항으로 가는 길에는 산길이 한 구간이 있었는데 그 길은 산을 깎아서 만든 길이었다. 그리고 오늘 날씨는 고은지가 전화로 말했던 것처럼 눈도 내리고 얼음이 얼 정도로 매우 추웠다.이런저런 생각이 들자 고은영은 가슴이 더욱 답답해졌다.전화 너머로 배준우는 고은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하다고 직감했다. 하지만 그는 고은영을 다독이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당장 사람 보내서 확인할게.”“빨리요.”전화를 끊은 고은영은 집사를 향해 말했다.“집사님, 차를 준비해 줘요. 저도 갈래요.”“알겠습니다, 사모님.”집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바로 차를 준비하러 갔다. 고은영은 아직도 전화를 끊지 못한 채였다.집사가 돌아서자 그녀는 다시 전화기 너머로 외쳤다.“언니, 언니, 내 말 들려?”이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별장 문을 나섰다. 밖은 생각보다 너무 추웠고 그녀가 입은 옷은 날씨에 비해서 너무 얇았다.하지만 고은정은 그런 걸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빨리 고은지를 찾으러 가고 싶을 뿐이었다. 밖에서 기다리던 진유경은 그녀가 나오는 걸 보고 급히 다가왔다.“은영 씨, 드디어 절 만나러 나와주신 건가요?”고은영이 반응도 하기 전에 진유경은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 하지만 고은영은 고은지 때문에 머리가 복잡한 상태였기에 바로 냉랭한 표정으로 손을 뺀 뒤 말했다.“뭐라고요?”“은영 씨, 미안해요. 그동안 제가 잘못했어요. 정말 미안해요. 저도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어서 찾으러 온 거예요. 할머니께서 아프셔서 수술비 1억이 필요하거든요.”진유경은 눈물을 흘리며 말하자 고은영은 얼굴을 찌푸렸다. 그녀는 이제서야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이 진유경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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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3화

돈이 없다는 그녀의 말에 진유경은 얼굴이 굳어졌다. 고은영의 눈빛에는 참지 못할 분노가 일렁였지만 그녀는 애써 감추고 있었다.진유경은 약간 딱딱하게 말했다.“어떻게 그럴 수 있죠? 배준우 씨 아내시잖아요.”‘강성의 최고 명문가로 시집온 사람인데 돈이 없다고? 그냥 주기 싫은 거면서...’고은영의 이런 태도에 진유경은 더 분노가 치밀었다.“은영 씨 친할머니잖아요. 지금 병상에 누워 계신다고요. 정말 그냥 보고있기만 할 겁니까?”친할머니라는 말은 왠지 모르게 고은영의 신경을 건드렸다.고은정은 이번 생에 가족과의 인연이 너무나도 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량천옥 사건도 그녀에게 가혹한 교훈을 주었고 진씨 가문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진정훈과 진윤만이 그녀에게 확고한 태도를 보였고 진유경의 본성을 알지 못했다면 진호영은 지금까지도 양녀와 친여동생 사이에서 양녀를 택했을 것이다. 게다가 아버지와 할머니도 처음부터 끝까지 진유경 편이었다. 진유경이 친할머니라는 단어를 쓰자 고은영은 코웃음을 쳤다.“제 친할머니인 건 맞지만 저 혼자만의 친할머니인 건 아니잖아요. 어릴 때 누구를 제일 많이 아꼈으면 그 사람이 책임지면 되는 거죠.”‘갑자기 달려와서 1억을 요구한다고?’만약 처음부터 진씨 가문에서 고은영을 찾았으면 지금 이렇게 되진 않았을 것이다. 물론 할머니가 처음부터 그녀를 받아들였다면 둘째 오빠와 첫째 오빠도 지금과 같은 태도를 보이지 않았을 것이지만 말이다.진유경은 고은영의 말을 듣고 더욱 초조해졌다.“아무도 할머니를 돌보지 않는 건 다 은영 씨 때문이에요.”“둘째 오빠랑 셋째 오빠가 할머니한테 막 대하는 것도 다 은영 씨 때문이잖아요.”진유경은 원망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진씨 집안은 원래 잘 살았다. 아버지의 사랑, 할머니의 보살핌, 형들의 총애까지 받으면서 자랐다.하지만 고은영이 집으로 들어오면서 모든 것이 완전히 무너졌다. 두 오빠를 잃었을 뿐만 아니라 아버지마저 잃었고 유일하게 그녀 편을 들어주던 할머니가 갖고있던 돈도 둘째 오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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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4화

진유경은 가슴이 계속 울렁거렸다. 고은영에 대한 질투와 증오로 가득했다.그녀는 생각했다. 만약 고은영이 돌아오지 않았다면 자신이 이렇게까지 몰락하지 않았을 거라고 말이다.‘왜 이렇게 된 거지?’...진정훈은 아침에 나태현 집에서 깨어났다. 그리고는 진유경이 란완 리조트로 갔다는 소식을 듣고 즉시 달려왔다.그가 도착했을 때, 진유경은 눈밭에 앉아 있었는데 그녀는 마치 미친 사람 같았다. 고은영은 없었고 란완 리조트 사람들에서고 진유경을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진정훈이 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보자 그녀는 잠시 멈칫했고 이내 눈동자에 희망이 생기는 듯했다“오빠?”“여기서 뭐 해?”진정훈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의 어조에서 위험함을 느낀 진유경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게...”그녀는 당황해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고은영에게 거짓말을 할 수 있었던 건 그녀가 진씨 가문 사정에 대해서 아는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더욱 진정훈 앞에서는 거짓말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진정훈은 그녀 앞에 와서 쪼그리고 앉아 긴 손가락으로 진유경의 턱을 들어올렸다.그렇게 두 눈이 마주치고 진유경은 진정훈 눈동자 속에서 자신에 대한 혐오를 뚜렷이 보았다.‘한때 날 그렇게 아껴주던 오빠가 지금은 왜 이렇게 변했을까?’순간, 진유경은 진정훈의 시선에 머리가 얼얼해지는 듯했다. 그녀는 조여오는 공기에 숨이 막혀서 외쳤다.“오빠!”“너랑 할머니가 왜 집에서 나가야 했는지 알아?”“모, 모르겠어요!”진유경은 정말 몰랐다.그날,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와 할머니와 그녀의 물건을 쓸어냈으니 말이다. 처음엔 단지 고은영에게 지분만 돌려주면 된다고 했었지만 결국 두 사람은 쫓겨나게 되었다. 진유경은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전혀 몰랐고 진정훈도 처음부터 끝까지 나서지 않았다.그녀는 진정훈에게 물었다.“오빠는 저랑 할머니한테 왜 그러는 거예요? 전 친여동생이 아니지만 할머니는 친할머니잖아요?”‘설령 오빠가 고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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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5화

진유경은 완전히 혼란에 빠졌다.그녀는 진정훈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진정훈이 말하는 내용은 너무나도 충격적이었으니 말이다.“아니, 아니에요. 그럴 리 없어요.”진유경은 끝까지 믿지 못했다.“진씨 가문이 이렇게 된 건 우리 어머니께서 그때 힘들게 일궈낸 덕분이야. 하지만 할머니께서는 모든 걸 너에게 주려고 하셨어.”‘어머니는 그 시절 너무 힘든 일을 하며 병이 났는데 친딸에게 남기려던 재산도 남편과 시어머니가 대신 나눠 가져버렸지. 그래서 할머니가 아버지와 박경숙을 계속 연결해 주려 했던 거라고!’사실 박경숙이 친딸이고 진유경은 박경숙과 다른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었다.진유경은 두려움에 휩싸인 채 진정훈을 바라보았다. 그토록 숨겨진 숨 막히는 진실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진정훈이 갑자기 그녀와 할머니를 집에서 내쫓으려 한 이유도 이제야 알겠다.“오빠, 제발 저랑 할머니를 이렇게 내몰지 마세요.”진유경은 적잖이 당황한 듯했다. 진실을 몰랐을 때는 진정훈의 화가 풀리면 다시 집에 돌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진실을 알게 된 그녀는 진정훈이 다시는 그들에게 마음을 쓰지 않을 거라는 걸 알게 되었다.어쩌면 그녀와 할머니는 영영 이 월셋집에서 살아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진유경의 애원에 진정훈은 일어서며 말했다.“가서 할머니에게 전해.”‘뭘 전하라는 거지?’말을 하려다 만 진정훈은 고개를 숙인 채 진유경을 노려보았다. 그 눈빛은 아주 싸늘했다.“만약 그때 내 어머니한테 조금이라도 잘 대해줬다면 나도 이렇게 냉정하지는 않았을 거야. 그러니까 인과응보야. 그러니까 늙었다는 핑계 대지 말라고 전해.”진유경은 말문이 막혔다. 그 말을 들은 그녀의 얼굴은 더욱 창백해졌다. 진정훈의 눈빛에는 온통 혐오가 가득했다.“그리고 앞으로는 여기도 오지 말고.”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 그녀에 대한 경고였다.“전에 네가 은영이한테 그렇게 못된 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봐줬을 지도 몰라.”하지만 진유경 같은 사람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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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6화

배준우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날씨가 추운데도 불구하고 코트도 제대로 입지 않은 고은영을 보고 이마를 찌푸렸다.고은영은 급히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어때요? 우리 언니는요?”배준우는 조심스레 그녀의 코트를 여며주며 말했다.“너희 언니, 현장에 없었어.”“네? 무슨 말이에요?”고은영은 순간 그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배준우가 다시 말했다.“사고 현장에 없었어. 공항으로 간 것 같아.”“진짜 공항으로 갔다고요?”‘공항으로 갔다고?’배준우의 말에 고은영은 멍한 상태로 서 있었다. 오는 내내 그녀는 마음을 졸이고 또 졸였다. 게다가 직접 본 사고 현장은 생각보다 훨씬 끔찍했다. 그 충격에 가슴이 죄어들 듯 아팠다.“언니가 탄 차가 아닐 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근데 량천옥 씨 차를 본 건 사실이야.”량천옥의 차가 현장에 있다는 건 사고를 당한 사람이 고은지가 맞을 것이었다. 이곳이 사고 현장이라는 것도 말이다.‘근데 왜 사고 현장에서 사라진 걸까?’“구급차에 실려 간 거 아니에요?”“그것도 아닐 거야. 내가 도착했을 때까지는 구급차가 있었거든.”즉, 구급차에 실려 간 건 아니라는 얘기였다.‘사고는 분명히 여기서 일어난 게 맞는데… 설마 진짜 공항으로 간 걸까?’의문을 품은 고은영은 망설임 없이 휴대폰을 꺼내 다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신호음은 들렸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분명 밖은 이렇게 추운데 고은영의 이마엔 어느새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어쩌죠? 안 받아요…”“그럼 같이 공항으로 가볼까?”배준우가 물었다.현장을 다 살펴보았는데도 고은지가 없었기에 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네!”지금은 그렇게 해보는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은 다시 공항으로 향했다.한편, 나태현은 이미 공항에 도착해 있었다. 그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양지호에게 말했다.“티켓 정보부터 확인해 봐.”“네.”양지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안으로 들어갔고 나태현은 공항 로비 한복판에 서 있었다. 분명 실내는 따뜻했는데 그의 주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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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7화

돌아가는 차 안에서 나태현은 내내 담배를 피웠다. 한 대, 또 한 대... 끊이지 않고 말이다.운전석에 앉은 양지호는 몇 번이나 백미러로 그를 쳐다보며 힐끗거렸다.그의 얼굴은 어둡고 침울하기 짝이 없었다.고은지가 프랑스로 떠난 데다가 량천옥은 정록담까지 붙여 보냈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나태현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대표님.”양지호가 결국 입을 열었다.나태현이 눈을 들었다.“왜.”“고은지 씨 말이에요. 다시 모셔 오라고 할까요?”차 안의 공기가 순간, 얼어붙었다.‘고은지를 다시 데려온다고? 어떻게? 내가 무슨 자격으로?’양지호 역시 말하자마자 바로 깨달았다. 자신이 무슨 질문을 한 건지 말이다. 그뿐만 아니라 지금 나태현은 지신혜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한참을 말이 없던 나태현은 끝내 양지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고 양지호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사실 고은지 씨가 해외로 가신 게 서로한테는 더 나은 선택일지도 모르겠습니다.”고은지가 천락 그룹에 계속 머물렀다면 분명, 서로에게 불편했을 테니까 말이다.아이 문제는 벌써 오래전 일이었다. 그때의 진실이 모두 밝혀졌기에 사실 나태현도 이제는 량천옥을 미워할 이유가 없었다.하지만 그 과거를 생각하면 고은지와 더 이상 엮여서는 안 된다는 걸너무 잘 알고 있었다.나태현은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다시 담배 연기를 삼켰다. 그리고는 낮고 쓸쓸한 목소리로 말했다.“준비해. 희주를 데려와서 나씨 가문 묘지에 묻자.”그 말을 들은 양지호는 깜짝 놀랐다. 그 말인 즉 고은지와 함께 프랑스에 있던 그 아이를 나씨 가문의 후손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뜻이었다.당시 해외에서 그 일이 일어났을 때, 나태현은 희주의 유골을 땅에 묻지 않았다. 대신 절에 맡겨 스님에게 매일 경을 올리게 했고 그 후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만 했다.그 시절, 고은지와의 관계는 최악이었고 량천옥에 대한 원망도 절정이었다. 그래서 이제야, 모든 오해가 풀리고 나서야 그는 뒤늦게 딸의 존재를 인정하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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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8화

지신혜는 고은지가 프랑스로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 어떤 불만도 드러내지 않았다.그녀에게 중요한 건 단 하나, 나태현과 결혼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것만 이뤄진다면 그녀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나태현이 병실에 들어서자 지신혜가 먼저 반갑게 다가왔다.“태현 씨, 오셨어요. 아버님이 아까 태현 씨더러 저랑 같이 웨딩드레스 고르라고 하셨어요.”지신혜는 익숙하고도 자연스럽게 그에게 팔짱을 끼었다.그 순간, 나태현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녀가 팔짱을 끼는 모습을 내려다보는 그의 눈에는 이유 없는 거부감과 피로감이 고스란히 스쳐 지나갔다.그는 무의식적으로 팔을 빼려 했지만 지신혜는 그의 의도를 알아채고는 오히려 팔을 더 꼭 끌어안았다.“만약 오후에 바쁘시면 웨딩드레스를 회사로 보내라고 할까요?”“그렇게 하면 네가 너무 힘들지 않겠어?”나태범은 다정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의 얼굴에 온화한 감정이 비쳤다.그 순간, 억눌러 두었던 나태현의 분노가 다시 정수리까지 치밀어 올랐다.그는 그대로 팔을 뿌리치고는 냉랭하게 지신혜를 향해 말했다.“나가 있어.”“태현 씨...”“단집사도.”그의 목소리는 싸늘했고 눈빛에는 단 한 줌의 온기도 없었다.단집사는 순간 얼어붙은 표정을 지었다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지신혜는 눈빛을 가늘게 떨며 나태현을 바라보았다. 무언가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듯했다.하지만 그녀가 무언가 더 말하려 하기 전에 단집사가 그녀 앞으로 다가와 조심스럽게 말했다.“사모님, 먼저 나가시죠. 도련님과 회장님께서 따로 하실 말씀이 있는 것 같아요.”사모님이라는 호칭이 나태현의 신경을 정통으로 건드렸다.‘이제 와서 사모님이라 부르다니...’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나태범의 뜻이 담긴 지시였다는 것을 말이자.‘예전에 허영지를 억지로 나태웅에게 안겨주려다 실패하고 이번엔 지신혜를 며느리로 들이겠다는 뜻이었겠지.’지신혜와 단집사가 병실을 나서고 병실 안엔 두 사람만 남았다. 그제야 나태범의 얼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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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9화

물론 그 당시엔 어차피 모든 추악함을 증오로 덮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도 서둘러 그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하지만 그 이후엔 왜 진실을 말해주지 않았던 걸까? 나태웅이 이 일에 대해 내내 애매한 태도를 보여온 이유도 어쩌면 진작부터 모든 걸 눈치채고 있었기 때문이겠지.’오직 나태현만 끝까지 아버지를 믿어왔다. 하지만 그 믿음도 이제 천천히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나태범은 나태현의 싸늘한 태도에 울컥하며 말했다.“너 지금 곧 신혜랑 결혼해야 하는데 이 시점에서 그 계집애를 나씨 가문 묘지에 묻겠다고? 그럼 신혜는 뭐가 돼?”“아니면 너도 네 동생처럼 파혼이라도 하겠다는 거냐? 다른 사람들이 나씨 가문을 어떻게 보겠어?”그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다 안지영, 그리고 고은지 때문이야. 하나같이 요물 같은 여자들...’지신혜 이야기가 나오자 나태현의 눈빛은 더 많이 얼어붙었다.그 변화를 눈치챈 나태범은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는 숨이 막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미리 말해두는데 만약 너까지 파혼하려 든다면 나 이 병실에서 뛰어내릴 거야.”나태웅이 이미 한바탕 사고를 쳤을 때도 그는 치욕을 느꼈었다.‘태현이마저 그런다면 나씨 가문은 도대체 뭐가 돼?’나태범은 자신이 이 나이에 자식의 결혼을 붙잡기 위해 자살을 입에 담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하지만 나태현은 싸늘한 표정으로 그런 아버지를 바라보았다.“야, 이 망할 놈아! 듣고 있긴 한 거냐?”“...”“너 설마 그 여자 딸한테 마음 준 거니? 그런 거면 난 진짜... 진짜...”‘안 돼. 절대 안 돼.’나태범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나태현과 고은지 사이의 연결 고리를 잘라내려 했다. 예전엔 증오심에서 그랬다고 믿었지만 진실을 알게 된 지금, 그는 더더욱 확신했다. 그 여자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걸 말이다.나태현 역시 그제야 똑바로 마주하게 됐다. 자신과 고은지 사이의 틈이 크고 깊은지 말이다.나태범은 계속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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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0화

“반드시 막아야 해. 량천옥이 아무 짓도 벌이지 못하게.”량천옥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나태범은 분노로 이성을 잃을 지경이었다. 그의 머릿속에 량천옥은 단순히 ‘까다로운 여자’ 정도가 아니었다. 그녀는 위험하고 예측 불가한 존재였다. 당시의 일과 관련해서 무슨 짓을 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그러자 단집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확실하진 않지만 고은지 양이 지금 해외로 나갔다고 합니다. 량천옥이 보냈다고 하더군요.”그 말을 들은 나태범의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다. 고은지가 강성에서 떠났다는 건 량천옥이 더 이상 이곳에 미련도, 눈치 볼 사람도 없다는 의미였다.그는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그 여자, 체면이란 건 아예 버렸구먼. 대놓고 옛날에 무슨 짓을 했는지 밝히겠다고 협박할 줄이야... 진짜 미친 거지.”그건 단순히 고은지의 미래를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녀가 또 무슨 수를 숨기고 있는지 아무도 몰랐다.나태범은 그저 나태현과 고은지가 다시는 얽히지 않길 바랐다.마찬가지로 량천옥 역시 나씨 집안에 진절머리를 치고 있었기에 고은지가 다시는 그들과 엮이지 않기를 바랐다.“량의 씨한테 전화해. 딸 좀 제대로 단속하라고 말이야.”나태범의 말투는 싸늘하고 날카로웠다.량의 역시 이 일에 대해서는 언제나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여왔었다. 그런데 지금은 량천옥이 마음껏 날뛰게 내버려두고 있으니 뭔가 이상했다.단집사가 고개를 끄덕였다.“바로 전화하겠습니다.”과거의 경험상, 량천옥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량의뿐이었다. 지금까지 강성 전체를 들썩이게 만들었던 그녀를 겨우 진정시킬 수 있던 사람도 오직 량의뿐이었다. 하지만 요즘의 량의는 이상하리만치 기세가 죽어 있었다.단집사는 통화를 마치고 돌아와 말했다.“량의 여사님께 상황을 모두 설명해 드렸습니다. 그분이 직접 정리하신답니다.”“흥, 예전처럼 잘만 해줬으면...”나태범은 여전히 불신 가득한 표정이었다.“이번에도 해내실 겁니다.”단집사가 조용히 덧붙였다.나태범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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