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호가 도착했을 때, 나태현은 어두운 방 안에서 담배를 손에 쥔 채 앉아 있었다. 그 작은 불꽃 하나가 이 공간에서 유독 선명하게 빛났다.양지호가 불을 켜자 나태현의 얼굴은 짙게 가라앉아 있었다.양지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도 무겁고 복잡했다. 그가 들고 온 서류를 본 나태현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찾았어?”양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네.”“줘 봐.”그의 말투는 담담했다. 마치 이미 모든 걸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말이다.양지호가 앞으로 다가가 서류를 건넸고 나태현은 그것을 받아 들고는 바로 펼쳐서 읽기 시작했다.거기에는 량천옥이 처음 강성에 도착했을 때의 사소한 행적들이 기록되어 있었다.그리고 그녀가 어떻게 나태범과 알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까지 담겨 있었다.마지막 장에 다다랐을 때, 나태현은 그날 량천옥이 나씨 가문에서 겪은 일과 어머니가 죽게 된 진실을 알게 되었다.순간, 그는 손을 주체하지 못하고 부르르 떨었다. 얼굴빛은 순식간에 새까매졌고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그는 서류를 세게 덮어버렸다.양지호는 할 말을 잃었다. 그는 침묵 속에서 입술만 살짝 달싹일 뿐 완전히 굳어 있는 듯했다.나태현은 눈을 감았다. 찰나의 순간, 그의 눈빛 속에 스친 건 실망, 그리고 서늘한 위험이었다.주위는 어느새 완전히 얼어붙은 것처럼 싸늘해졌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나태현이 다시 입을 열었다.“먼저 가 봐.”“네.”양지호는 고개를 끄덕인 뒤 조용히 몸을 돌렸다.그는 이 결과가 나태현에게 얼마나 큰 충격일지 잘 알고 있었다. 나태현은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누구보다도 존경했으니까 말이다.하지만 진실이 이토록 참혹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양지호가 떠나고 그 공간엔 오직 나태현 혼자만 남았다. 그는 급하게 담배를 꺼내어 불을 붙였고 한 모금, 또 한 모금, 깊고 거칠게 들이마셨다. 지어는 불을 붙이는 손마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의 마음은 도무지 진정되지 않았다.다시 담배에 불을 붙이려 했으나 연거푸 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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