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지는 지금 당장은 아무것도 필요 없어 보였지만 육명호는 그녀가 원하기만 하면 뭐든 도와줄 수 있었다.하지만 그 순간, 고은지는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려버렸다.“앞으로 연락하지 마요.”고은지는 차가운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는 그의 반응도 기다리지 않고 돌아섰다.육명호는 그 자리에 굳어있었다.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그는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참 이상한 여자야...”그가 보기엔 고은지의 인생 자체가 비극이었다. 량천옥도, 나태현과 얽힌 과거도, 무엇보다 그 마음속에 쌓여 있는 원한까지도 말이다.‘마음속에 증오만 가득해서 좋을 거 없는데...’...육명호와 헤어진 후, 고은지는 따로 차를 불러 집으로 향했다.하지만 아파트는 공사 중이이었기에 택시는 입구까지만 들어갈 수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짐을 들고 300미터쯤 걸어야 했다.하지만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그녀는 횡단보도 쪽에 우산을 든 량천옥이 서 있는 것을 보았다.고은지는 그제야 하늘에서 비가 내리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비 오는 날, 누군가가 우산 들고 마중 나온 건 생전 처음이었다.량천옥은 황급히 다가와 우산을 고은지 머리 위에 씌웠다.“어서 들어가자. 국 끓여놨어.”고은지가 눈썹을 찌푸렸다.“제가 오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그녀가 천락 그룹에 다닐 때는 퇴근 시간도 일정했고 오늘은 아직 점심도 안 지난 시간이었기에 이상했던 것이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곧 깨달았다. 자신이 천락그룹에 있는 동안 누군가가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녀가 조금만 움직여도 량천옥은 전부 파악하고 있었던 셈이었다.량천옥은 담담하게 말했다.“지신혜는 내가 정리했어.”그 말에 고은지의 얼굴이 굳었다.“굳이 그렇게까지 안 해도 돼요.”고은지는 지신혜를 마음에 두지 않았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해도 고은지에게는 별 의미가 없었으니 말이다.하지만 량천옥의 생각은 달랐다.“나태현이랑 무슨 사이든 넌 관심도 없잖아. 근데도 자꾸 네 앞에서 귀찮게 굴잖아. 그걸 왜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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