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안씨 가문의 위아래를 통틀어 안열을 받아주는 사람은 없었다. 어머니, 아버지, 오빠... 그들은 모두 안열을 증오했다.그런 증오를 안열은 이미 그해에 뼈저리게 느꼈다.원래 이곳을 떠난 뒤 다시는 돌아올 생각이 없었는데 누가 알았을까? 안열의 마음을 유일하게 흔들었던 남자 홉스는 그녀가 죽기를 바라고 있었다.비록 안열이 동안에서 도망쳤다 해도 나태웅은 결코 그녀를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기운이라고는 전혀 없는 안열의 목소리를 듣고 나태웅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나태웅은 무심코 안열의 배를 보았지만 옷이 헐렁해 아무것도 알아볼 수 없었다.나태웅이 무언가를 말하려고 입을 벌렸지만 날 선 목소리가 불쑥 끼어들었다.“이서 아가씨, 도련님께서 지금 당장 돌아오라 하세요.” 디예가 불당 문밖에 나타났고 말투는 공손했으나 싸늘하기 짝이 없었다.그해 사건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안열을 극도로 혐오할 것이다.홉스의 비서인 디예조차 안열을 증오했고 모든 걸 망쳤다고 여겼다.디예의 목소리를 들은 안열은 눈을 떨구고 말없이 있었다.나태웅은 안열에게서 흘러나오는 짙은 슬픔을 느끼고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나태웅은 고개를 돌려 디예를 노려보았다.“네 개 같은 주인에게 전해. 안열은 안 돌아간다고!”“너!”개 같은 주인이라는 말 한마디에 디예의 눈빛이 즉시 살기로 번뜩였다.나태웅을 바라보는 디예의 눈은 음울하고 사나웠다.하지만 지금 나태웅이 동안에서의 지위를 고려했기에 디예는 억지로 분노를 삼켰다.디예는 안열의 등을 보며 말했다.“이서 아가씨, 도련님께서 노하시면 그 대가는 감당 못 하실 거예요.”말에는 날카로움과 위협이 깔려 있었다.이런 암시적인 경고에 안열은 눈을 뜨고 머리를 들어 부처상을 마주했다.그리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그 순간, 안열은 극도로 참고 있었다.가슴을 짓누르는 답답함과 무거움을 억누른 채 몸을 돌렸다.겨우 한 발 내딛자 손목이 나태웅에게 거칠게 붙잡혔다.“안열!” 글자를 이를 악물며 내뱉었다.나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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