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시각 도대체 누구한테 전화를 거는 거지?'한 번 더 걸었지만 여전히 통화 중이었다. 다섯 번째가 되어서야 전화를 받았고 안열이 대답했다.“여보세요.”“네가 있던 곳 다 뒤져봤는데 휴대폰은 전혀 없어.”“없어요? 그럼 아마 안 가져간 것 같네요. 내가 착각했나 봐요.”“뭐라고?”순간 나태웅의 호흡이 거칠어지며 휴대폰 너머로 이를 갈았다. ‘이 빌어먹을 여자가 지금 날 가지고 논 거야? 죽을 힘 다해 올라왔는데 이제 와서 애초에 휴대폰을 안 가져왔다고 잘못 말했다고? 내가 이 계단을 오르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기나 해?’“나... 아마 잘못 기억한 것 같아요.”휴대폰 너머로 안열은 나태웅의 불쾌한 기색을 단번에 알아차리고는 더듬거리며 말했다.누가 봐도 마음이 약해져 있었다. 그 순간, 나태웅의 숨소리가 한층 더 거칠어졌다.“이 죽일 년, 너 일부러 그런 거지?”안열은 침묵했다.일부러 한 거라고 해도 사실 틀린 말은 아니었다.나태웅은 휴대폰 너머로 이를 악물며 깊게 숨을 들이켜고 억지로 화를 누르려 했지만 결국 말하려는 순간 또다시 이를 갈았다.“너 지금 어디야?”“이미 차에 있어요.”나태웅은 할 말을 잃었다.그 순간, 천국의 계단에 서 있던 나태웅은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안열의 대답에 머릿속이 울리더니 억눌렀던 화가 폭발했다.“이 죽일 년!”조금 전까지만 해도 나태웅에게 올라가서 휴대폰을 찾아달라며 애원하고 아래에서 기다리겠다고 했다.그 순간 나태웅은 자신이 완전히 안열에게 놀아난 거라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다.‘좋아. 아주 좋아. 감히 날 가지고 놀아?’숨을 몇 번이고 깊게 내쉬었지만 가슴을 짓누르는 분노는 전혀 사라지지 않았다.“너, 너 거기 그대로 있어.”그러나 나태웅에게 돌아온 건 이미 끊어진 통화음뿐이었다. 귀에 울려 퍼지는 소리에 나태웅은 눈앞이 아득해졌다.나태웅은 살아오면서 이런 굴욕은 단 한 번도 당한 적이 없었다. 안지영 때문에 화는 났지만 이렇게 철저히 조롱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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