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지를 위해 이미 이 지경까지 온 나태현에게, 이제 못할 일은 없었다.“너, 너 정말 미쳤구나!”“미친 쪽과 병적인 집착 사이에서 나는 차라리 미친 쪽을 택하겠어요. 하지만 아버지는 병적으로 집착하잖아요.”나태범은 침묵했다.그 말을 들은 순간 나태범은 숨이 확 가라앉았다.‘병적이라니? 지금 나한테 병적이라 했어?’나태범은 분노에 말문이 막혀 버렸다. 나태현이 자기에게 내뱉은 말을 믿고 싶지 않았다. 이게 도대체 뭔가?“좋아. 아주 좋아!”나태현의 마음속에 이런 인상을 남겼다는 사실을 깨닫자, 나태범은 자신이 아버지 노릇을 참으로 형편없이 해왔다고 실감했다.나태범은 숨이 막혀 자리에서 일어나 실망이 담긴 눈빛으로 마지막으로 나태현을 바라보았다.이 순간 나태범은 나태현에 대해 기대를 완전히 내려놓았다.“좋다. 좋아. 아주 잘한다.”나태범은 이제는 더 이상 나태현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고 그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 분노에 휩싸였을 때라면 화내고 말 것인데 지금은 달랐다. 이성이 남아 있어 나태현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더욱 뼈저리게 깨달을 수 있었다.그때 잘못 처리된 일이 수년이 지난 지금에 이런 결과로 돌아 올 줄은 몰랐다. 이것이 바로 인과다. 세상에는 과연 인과가 있는 법이다.나태범은 풀이 죽은 얼굴로 나태현의 회사를 나왔다. 차에 오르자 정 집사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바라보았다.“회장님, 도련님께서는 뭐라 하셨어요?”“이제 나씨 가문과 인연을 끊겠다고 했어.”“네? 정말 그렇게 까지요? 이, 이게 무슨...”정 집사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예전에 나태현이 그런 말을 할 때 단순한 치기쯤으로 여겼다. 며칠만 지나면 분노도 가라앉고 다시 예전처럼 돌아올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나태범한테도 같은 답을 한 걸 보면 나태현은 진심으로 나씨 가문과 모든 인연을 끊을 작정이었다.“그럼, 천락 그룹은 이제 어쩌죠?”그동안 회사를 지탱하느라 얼마나 지쳤는지 정 집사는 잘 알고 있었다. 나태범은 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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