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안, 김이숙과 가정부 이경자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이경자는 약간 떨리는 눈으로 김이숙을 바라보며 말했다.“사모님, 어떻게 이서 아가씨한테 이렇게까지 하세요? 그동안 분명히...”“그 애가 이연을 죽였는데 전혀 뉘우치지 않아.”이경자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김이숙은 이를 갈며 끊어버리더니 이어서 말했다.“이서가 능력이 좋아. 이렇게 몇 년 동안 도망 다녔다니. 홉스가 아니었으면 아마 평생 바깥에서 죽을 생각이었을 거야.”십 년이 넘는 세월, 그동안 안열은 단 한 번도 소식이 없었다. 정말로 집에 돌아오고 싶지 않았다고 생각했다.이경자는 한숨을 쉬었다.“이서 아가씨도 사모님의 마음을 이해할 거예요.”“그 배은망덕한 아이가 뭘 이해하겠어? 아무것도 모를 거고 절대 이해하지도 못할 거야.”안열의 이야기를 꺼내자 김이숙은 화가 치밀었다. 지난 십여 년 동안 김이숙이 얼마나 마음 아파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김이숙이 가장 혐오하는 것은 잘못을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 것이지만 마침 안열은 그런 사람이다.안열은 방에서 샤워를 마쳤다. 머리를 말리고 방에서 나오자 노크 소리가 들렸다. 안열은 바로 문을 열었다. 나이가 연로한 가정부 이경자가 서 있었고 손에는 반찬이 담겨 있는 쟁반이 있었다.이경자의 눈빛에는 온통 걱정이 담겨 있었다.“이서 아가씨, 일단 식사하세요.”“고마워요.”안열은 말하며 손을 내밀어 이경자 들고 있는 쟁반을 받았다. 이경자도 따라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자 안열은 쟁반을 내려놓고 돌아서서 물었다.“무슨 일 있어요?”“이서 아가씨, 사모님을 탓하지 마세요. 이연 아가씨 일은 사모님에게 잘못을 인정하세요.”안열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이경자의 말을 듣자 마음속에서 억눌린 쓰라림이 다시 치밀어 올랐다.‘인정하라고?’“난 설명할 기회조차 없었어요.”인정하면 안열이 안이연 사건을 인정하라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안열에게 양보란 없다. 특히 안이연 사건에 있어서는...안열은 결코 잘못하지 않았고 누구에게도 잘못을 인정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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