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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1화

커다란 화염이 달린 손바닥이 이도현과 양주희를 덮치듯 내려오더니, 손가락이 점점 오므라들며 두 사람을 가두려고 했다.얼굴이 굳어진 이도현은 냉랭하게 외쳤다.“폐하, 저희는 괜찮습니다. 저와 선배님은 할 일이 남아 있으니 궁에는 못 돌아갑니다. 폐하께선 그냥 돌아가 주시죠.”말이 끝나자마자 이도현은 주먹을 휘둘렀다. 그의 손끝에서 푸른 용의 그림자가 하늘로 치솟으며 두 사람을 가뒀던 화염 손바닥을 산산조각 내버렸다.주작성제는 이도현의 반격에 오히려 헛웃음이 났다.주작제국의 성제로서 감히 자신에게 이렇게 손을 대는 사람은 한 번도 없었다. 하물며 저런 어린 후배라니...“좋다. 이놈아, 감히 짐에게 손을 쓰겠다는 거야? 얌전히 궁으로 돌아가자! 짐이 널 제대로 대접해 주마!”“그럴 필요 없습니다. 폐하께선 그냥 돌아가 주십시오. 그리고 한 가지 더.. 넷째 선배님을 곤란하게 만들지 마세요. 제가 청룡제국을 상대로 손쓸 수 있었다면 주작제국이라 해서 못 할 것도 없죠. 폐하, 더 따라오지 마십시오.”이도현은 싸늘하게 말하며 음양검을 꺼내 한 번 휘둘렀다.순식간에 강렬한 검기가 하늘에 커다란 태극도를 그리며 주작성제를 향해 내리눌렀다.검은빛과 붉은빛이 섞인 태극도는 거대한 위압감을 뿜어내며 주작성제 머리 위로 내려앉았다.“이놈이 감히!”주작성제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치며 불꽃을 두른 주먹을 휘두르면서 태극도를 부숴버리려고 했다.하지만 주작성제의 화염은 태극도와 맞부딪쳤지만 태극도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더 빠르게 주작성제를 짓눌렀다.그 순간 주작성제는 산처럼 무거운 힘이 내려앉는 걸 느꼈고 점점 몸이 아래로 눌리자 분노를 넘어 두려움마저 스쳤다.‘청룡제국에서 전해진 정보가 진짜였군. 저 힘은... 용맥이 분명하다!’“이놈아, 짐이 널 얕봤다. 하지만 오늘 넌 이곳을 못 떠날 거야. 죽어라!”주작성제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며 손에 불사조 깃털을 꺼냈고 그 힘을 실어 태극도를 정면으로 찍어 내렸다.“쿵!”거대한 폭음과 함께 태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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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2화

“아바마마... 이게 대체...”공인아는 충격에 휩싸인 채 주작상제를 바라봤고 그녀의 눈에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놀람이 가득했다.평소엔 뭐든 다 들어주고 언제나 따뜻하고 인자했던 아바마마였으나 지금은 전혀 다른 사람인 것 같았다.‘이런 말들이 어떻게 아바마마 입에서 나올 수 있단 말이야...’그녀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고 받아들이고 싶지도 않았다. 예전의 아바마마는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다. 언제나 자신한테 가장 소중한 건 딸이고 늘 태허산에 감사하고 말했었고 공인아를 이렇게 훌륭하게 키워준 태허산에 자기가 가진 모든 걸 바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렇게 말해오던 사람이 바로 지금의 아바마마였다.그런데 지금은 뭐든 포기할 수 있지만 용맥만큼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며 은혜는 갚으면 그만이지만 용맥만은 반드시 손에 넣겠다며 심지어 누구도 막을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비록 직접적인 말을 하지 않아도 공인아는 아버지의 진심이 무엇인지 뼈저리게 느껴졌다.주작성제는 용맥을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이라도 쓰겠다는 뜻이었다.“비켜라...”주작상제는 이미 멀어져가는 이도현을 바라보다가 공인아를 거칠게 밀쳐내고 곧장 뒤쫓기 시작했다.이도현은 원래 주작성제와 더 엮일 생각이 없었다.자신의 경공술과 속도를 생각하면 진작에 주작성제를 떨쳐냈어도 충분했다.하지만 이대로 달아나면 주작성제가 용맥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자신을 노릴 게 뻔했다.만약에 그 상대가 오직 주작성제와 주작제국뿐이라면 찾아오든 싸우든 겁낼 것 하나 없었다.진짜 위협이 된다면 그냥 직접 상대해서 끝내면 그만이니까.하지만 문제는 이 모든 갈등 사이에 넷째 선배인 공인아가 있다는 점이었다.도저히 선배님의 아버지를 죽여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만에 하나 일이 커져 주작성제를 해치게 된다면 결국 주작성제의 아들이 복수하러 올 것이고 그때가 되면 이도현은 넷째 선배를 생각해서라도 주작성제의 가문을 전부 없애버릴 수는 없었다. 이도현은 그런 비극만은 절대 만들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이도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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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3화

“폐하, 정말 끝까지 이렇게 막다른 길로 가실 겁니까?”이도현이 걸음을 멈추고 주작성제를 차갑게 바라보며 물었다.“하하하! 네 놈은 하는 말이 참 건방지구나. 감히 누구한테 그딴소리를 해? 짐의 길은 짐이 정하는 거야. 네가 뭔데. 명심해라. 이 주작제국에서 짐은 곧 하늘이야. 짐은 너희를 해치고 싶진 않다. 어쨌든 너희는 내 딸의 소중한 동문 아니냐. 그러니 좋게 말할 때 용맥을 내놔라. 그러면 네가 원하는 건 뭐든 들어줄게. 내 딸을 너한테 시집보내라는 부탁까지도 들어줄 수 있다! 그러니 날 자꾸 자극하지 마라. 어찌 될지는 나도 모르겠다. 내가 화나면 너희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 알겠느냐?”주작성제는 허공에 우뚝 서 있었다. 그의 머리 위로 불사조 깃털이 떠오르고 그 뒤로는 신조 주작의 거대한 형상이 날아다녔다. 황금빛 불꽃이 그 등을 감쌌고 그는 이도현을 내려다보았다.“아무리 길게 말해도 결국 목적은 용맥 하나뿐이잖아요?”이도현이 비웃으며 말했다.“맞다. 짐의 목적은 오로지 용맥뿐이다! 용맥을 내놓고 조건을 말해라. 괜히 내가 손 쓰게 만들지 마라.”“결국 본때를 보여주지 않으면 멈추지 않겠다는 거군요. 여기서 적당히 물러나길 바랐는데 폐하가 이렇게 욕심에 눈이 멀 줄은 몰랐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제가 어리다고 봐주지 않겠습니다. 폐하가 제 앞길을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떠나기로 마음먹으면 이 세상 누구도 나를 막을 수 없어요!”이도현이 외치며 음양검을 소환해 칼을 휘두르자 순식간에 강렬한 검기가 무지개를 그리며 뻗어나갔다.이전에 비해 몇 배는 강해진 검기였고 검기가 스치는 곳마다 공간이 갈라질 듯 일그러졌다.“쾅! 쾅! 쾅!”연이어 폭음이 터지며 주작성제가 만들어 낸 여섯 마리의 주작 신조가 순식간에 검기에 휩쓸려 산산조각이 났고 불꽃으로 변한 신조들은 서서히 흩어지다가 모두 사라졌다.“저를 막을 수 있겠어요? 폐하가 주작신공을 익혀서 속도가 천하제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저도 느리지 않아요.”이도현이 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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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4화

손가락뼈가 부서지면서 주작상제의 주먹에서 극심한 고통이 전해져왔다. 쥐가 난 팔을 부여잡은 그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미간을 찌푸린 채 이도현을 바라보았다.“네가... 네가 어떻게...”예상했던 것보다 더 대단한 이도현의 내공에 주작상제는 말도 잘 나오지 않았다.도급경지에 오른 이가 힘껏 휘두른 주먹은 이도현의 털끝 하나도 건드리지 못하고 부서져 버렸다.그건 실로 대단한 방어력이었다.“아직도 내가 여기 있길 바라요?”“더 이상 나 몰아붙이지 마세요. 그럼 정말 죽일지도 모르니까. 난 선배가 속상해하는 거 보고 싶지도 않고 선배랑 적이 되기는 더더욱 싫어요.”“하지만 당신이 이런 식으로 계속 막 나가면 나도 어쩔 수가 없어요. 난 협박 같은 건 안 무서워요. 처신 잘하세요 앞으로.”말을 마친 이도현은 주작상제의 대답은 듣지도 않은 채 양주희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가버렸다.이곳에는 단 1초도 더 머무르기 싫었던 이도현은 표묘신공을 써서 눈 깜짝할 사이에 그곳을 떠나버렸다.주작상제에게도 이미 실력을 보여줬으니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도 더 이상 이도현을 쫓지는 않을 것이다.만약 주작상제가 용골의 얻으려는 생각을 버리지 않는다면 이도현도 이번처럼 가만히 있어 주지만은 않을 것이다.물론 죽이지는 않겠지만 주작상제에게도 두려움이라는 걸 느끼게 해줄 생각이었다.한편 이도현을 당해낼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주작상제는 자신의 팔을 감싼 채 멀어지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빌어먹을...”방금 전 일은 그가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모욕이었다.주작 제국의 상제로서 제국을 손에 쥐고 흔들던 그가 어린 애송이에게 당하다니, 되새길수록 치밀어오르는 치욕스러움에 주작상제는 어금니가 부서질 정도로 이를 악물었다.그는 그동안 자신에게 기어올랐던 무리들을 가차 없이 죽여내며 주작상제로서의 권위를 공고히 해왔었다.감히 주작상제에게 덤비는 자의 결말은 곧 죽음이라는 걸 몸소 실천해오던 그가 이도현에게 농락당하고 만 것이다.가만히 서 있을 테니 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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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5화

주작상제가 간 뒤에도 한참 동안 제자리에 서서 주위를 훑어보던 공인아는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 이도현과 양주희의 모습에 그들이 정말 떠났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그제야 한시름 놓나 했는데 주작상제가 방금 전 했던 말이 떠올라 다시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확실하게 말한 건 아니지만 용골을 얻기 위해서라면 태허산까지 건드리겠다는 그의 결심이 너무나 확고해서 공인아는 걱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태허산에 함께 있던 후배들도 걱정되었고 아버지의 안위도 걱정되었다.그가 정말로 태허산을 건드리려 한다면 절대 가만히 있을 태허산이 아니었다.스승님의 성격상 무슨 수를 써서라도 태허산을 지키려 할 텐데 주작제국이 아무리 강대하다고는 하나 태허산과 싸우기엔 무리였다.태허산이 천만년 동안 존재해오며 곤륜옥의 비밀을 지켜오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과 세력들이 곤륜옥의 비밀을 얻기 위해 태허산으로 쳐들어왔었지만 곤륜옥의 비밀을 알아낸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천만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왕조가 바뀌고 가문이 멸문하며 새로운 문벌과 종파들이 수도 없이 생겨났지만 태허산은 여전히 태허산이었다.처음부터 지금까지 시종일관 몇 안 되는 사람뿐이었는데 이상하게 태허산은 늘 건재했다.그 말인즉 그 몇 안 되는 사람들의 내공이 어마어마하다는 뜻이었다.공인아 역시 스승님의 내공이 어느 정도인지는 잘 모르지만 그가 있는 한 감히 태허산을 건드릴 수 있는 이는 없다고 확신할 수는 있었다.그리고 스승님까지 움직일 필요도 없이 두 번밖에 못 본 그 후배, 이도현 혼자로도 주작제국을 상대하기엔 충분했다.대진제국과 천현문은 주작제국과 실력이 비등한 제국과 파벌인데 이도현은 그런 파벌의 장문 후계자와 장로, 성왕도 망설임 없이 죽이는 사람이었다.대진제국의 대진왕을 죽일 때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던 그가 주작제국을 두려워할 리가 없었다.공인아는 이도현이 자신의 아버지와 끝을 보지 않은 이유가 자신 때문임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주작제국 역시 공인아라는 딸 덕분에 난감한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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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6화

아버지의 차가운 목소리가 공인아의 귓가에 맴돌았다.자신을 사랑해주던 아버지가 욕망에 눈이 멀어버린 모습에 공인아는 눈시울이 붉어졌고 가슴이 칼로 찢기는 것처럼 아파왔다.온정과 사랑도 탐욕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다.‘아바마마가 뭐라 하시던 전 막을 거예요. 스승님이랑 후배들 다치게 놔두진 않을 거라고요!’공인아는 깊은숨과 함께 차마 내뱉지 못한 그 말을 삼켜내며 자리를 떴다.그 시각, 양주희를 끌고 한참을 달려 서북성 어느 외딴곳까지 온 이도현은 마침내 땅에 발을 붙이며 말했다.“선배, 우리 여기서 좀 쉬다가 고무계로 돌아가요.”이도현이야 사내대장부라 비바람 따위는 두렵지 않았지만 연약한 여자의 몸으로 그걸 버텨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그는 양주희를 위해서 잠시 쉬어가려 했다.빠른 속도로 바람을 맞으며 달리다가 피부가 갈라지기라도 하면 양주희가 또 이도현을 타박할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그래, 좀 쉬자. 얼굴 다 찢어지겠네. 너는 왜 그렇게 빨리 달려? 그런데도 안 지치는 거 보면 진짜 사람은 아닌 것 같아.”“너랑 다니다가는 내가 먼저 힘들어서 죽을 것 같아. 선배랑 다른 애들은 너랑 다니면 여자로서 누릴 거 다 누린다던데 왜 나만 힘든 거야? 나랑 있을 때만 쫓기고 도망 다니고. 나도 같은 여자인데 처지가 너무 딴판이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불공평해.”바위에 걸터앉으며 신세 한탄을 하는 양주희에 이도현은 어찌할 줄을 몰라했다.여자로서 누릴 걸 다 누린다니, 그게 뭔지 도통 알 수 없었던 이도현은 그냥 입을 다물기로 했다.이런 상황에 자칫 말을 잘못했다가는 여기저기서 다 미움을 사며 공공의 적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넌 왜 말을 안 해? 나랑은 할 말 없다 이거야?”하지만 그런 이도현을 가만히 내버려 둘 양주희가 아니었다.“아니에요 선배! 그냥 앞으로 인아 선배를 어떻게 봐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던 것뿐이에요. 주작상제가 용골을 빼앗으려 해도 물론 주지는 않을 거지만 그러면 전쟁은 피하지 못할 거에요.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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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7화

이도현은 마사지샵에서 일해본 직원마냥 능숙한 손놀림으로 양주희의 뭉쳐있는 어깨를 풀어주었다.그 손길이 어지간히 편안했는지 양주희가 연달아 앓는 소리를 냈는데 그 소리에 이도현은 볼이 빨개지면서 심장이 빨리 뛰었다.살짝 야하기도 한 소리에 하반신까지 반응을 해오자 이도현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선, 선배! 소리는 좀 안 내면 안 돼요? 좀 그렇잖아요...”선조들이 결정한 일을 어길 것만 같아서 한 소리인데 양주희는 뭐가 그렇게 웃긴지 깔깔대며 물었다.“하하하! 꼬맹이가 이상한 생각이라도 했나 봐?”그런데 하필 이 와중에 웃을 때마다 흔들리는 그녀의 가슴이 눈에 들어와 이도현은 더 죽을 지경이었다.안 그래도 끊어지려는 이성을 애써 붙잡고 있었는데 그 광경까지 보니 정말 정신이 아찔해졌다.‘진정해. 여기 밖이잖아. 문명인답게 처신하라고. 벌건 대낮에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너 그런 애 아니었잖아.’‘내려가 좀! 우리 그동안 같이 잘해왔잖아. 고비도 여러 번 넘겼는데 이까짓 일이 뭐 대수야? 잘할 수 있지? 그동안 쌓아왔던 명성 한순간에 날리기 싫으면 정신 똑바로 차려!’‘나중에 기회가 있을 거야. 그러니까 이렇게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말고 일단 진정을 좀 해봐. 후... 심호흡하고...’양주희의 출렁거리는 가슴이 눈에 들어오면 진정을 할 수 없을 것 같아 이도현은 급기야 눈까지 감고 자신의 하반신과 교감을 시도했다.그 말도 안되는 교감이 통한 건지 빳빳이 쳐들었던 게 다시 내려가자 이도현은 발끈하며 대꾸했다.“선배, 나도 사람이에요. 선배가 그런 소리를 내는데 내가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아요?”신연주와 연진이 앞에서도 꼼짝 못 하는 이도현이 여덟째 선배보다 사람을 더 잘 괴롭히고 열째 선배보다 더 매혹적인 양주희를 당해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게다가 양주희는 일부러 이도현을 유혹하고 있어서 정신력이 아무리 강해도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네가 사람인 건 나도 알아. 그리고 그런 생각 하지 말란 말도 안 했잖아. 생각이야 뭐 마음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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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8화

검이 바닥을 내리찍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산봉우리가 날아갔다.우뚝 서 있던 산이 절반으로 갈라지고 그 중간에는 거대한 홀이 생겨버렸다.갑작스레 날아든 검에 이도현과 양주희가 놀라고 있을 때,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음탕한 남녀가 아주 잘 만났네. 벌건 대낮에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체면은 개나 줘버린 거야?”말이 끝나자마자 파란색 도포를 입은 노인이 하늘에서 내려왔는데 그는 머리카락부터 피부까지 전부 파란색이었다.그들 앞에 선 노인은 못마땅한 듯한 표정으로 양주희와 이도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참 무슨 생각을 했는지 다 보이는 얼굴들이었다.아까 나눴던 그 야릇한 대화와 했던 행동들을 다 지켜본 노인의 질책에 이도현과 양주희는 얼굴을 붉혔다.하마터면 끝까지 갈뻔했는데 그러면 그런 모습까지 노인에게 생중계로 보여줬을 걸 생각하니 어디 쥐구멍에라도 숨어들고 싶었다.노인을 아래 우로 훑어보던 이도현은 그가 모든 걸 다 보고 있을 동안 이상한 낌새를 전혀 느끼지 못한 자신을 탓했다.물론 양주희도 함께 원망했다.자꾸 이상한 소리를 내는 양주희에 야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서 경계심을 늦춘 게 화근이었다.그 덕에 신기가 거둬져 노인이 자신들을 훔쳐보는 것도 몰랐던 것이다.‘진짜 미쳤네 이도현. 너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이도현은 포부가 있는 사내대장부가 돼서 유혹하나 이겨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당신은 누구예요?”정신을 차린 이도현이 차갑게 묻자 노인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몰라도 상관없는데 양화 도존은 알겠지?”“내 손에 죽은 그 양화 도존 말하는 거예요?”“이런 건방진 자식!”“내가 누군지 물었지? 이제부터 알려줄 거니까 잘 들어.”“양화 도존은 내 후배야. 나는 천현문 2대 도존 중 하나인 음수 도존이야. 내 후배를, 그것도 천현문 사람을 죽인 게 너라지? 어때? 내 신분을 들으니까 내가 왜 찾아왔는지 알겠지?”노인이 자신의 신분을 밝히자 이도현은 살기 가득한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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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9화

어린 나이에 뿜을 수 있는 살기가 아니었기에 음수 도존은 적잖이 당황했다.“너 생각보다 내공이 있는 애구나?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내가 네 목숨은 살려줄 테니까 지금 가지고 있는 보물 전부 다 내놔. 무술 다시는 안 한다고 맹세하고 진심을 다해 사과하면 한번은 넘어가 줄게.”음수 도존은 음흉한 시선을 양주희에게로 옮기며 입이 째지게 웃어 보였다.“이 아이는 좀 맘에 드네. 며칠 놀아주고 싶은데, 얘도 두고 가면 몸에는 손 안 댈게.”참으로 기가 차는 발언에 이도현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대꾸했다.“천현문이랑은 더 엮이고 싶지 않았는데 이렇게 죽겠다고 제 발로 찾아왔네? 천현문 사람들은 전부 죽고 싶어서 안달이라도 난 거야?”음수 도존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이도현의 반응에 눈에 띄게 당황했다.자신의 이름과 파벌을 알려주고 기운을 적당히 뿜어내기만 하면 알아서 무릎을 꿇을 줄 알았는데 자신의 신분을 알고도 고개를 조아리기는커녕 대뜸 협박부터 하는 이도현의 모습에 음수 도존은 자존심이 꺾이는 것 같았다.그리고 무엇보다 여자를 남겨두라고 할 때 더더욱 정색을 하는 게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다.성역에서의 음수 도존은 이런 여자 따위는 아무렇지 않게 잡아채곤 했다.여자를 꼭 필요로 하는 수련법 때문에 그는 늘 여기저기를 떠돌며 여자들을 찾아다녔는데 마음에 드는 사람이 생기면 그저 잡아 오면 그만이었고 그러다 질리면 바로 내다 버리고 새로운 여자를 들여왔었다.성역에서 그는 그야말로 날강도나 다름없었다.다른 사람이었다면 진작에 질타를 받았겠지만 음수 도존인 그의 신분 때문에 싫은 소리를 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그래서 7대 세가의 여자들을 제외한 성역 모든 여자들은 모두 그의 타깃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힘 좀 있다 하는 가문의 여자들은 자신의 절개 때문에 음수 도존에게 당한 뒤에도 그 일을 입 밖에 내지 못했고 심지어 어떤 장문들은 음수 도존의 환심을 사기 위해 집안의 여자들을 그에게 내다 바치기까지 했다.그들이 이토록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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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0화

“네 소원대로 내가 죽여줄게.”화가 난 음수 도존이 이도현을 향해 손에 든 보검을 휘둘렀다.십 미터가 넘는 칼날이 공기를 가르자 모래바람이 구름을 가렸고 대지는 그가 칼을 휘두르는 대로 갈라졌으며 화초와 나무들은 전부 가루가 되어버렸다.이도현이 휘두른 주먹에도 그 위력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고 칼날은 곧바로 이도현을 향해 돌진했다.미간을 찌푸리던 이도현이 그에 맞서 음양검을 빼 들자 두 개의 검이 허공에서 부딪히며 하늘도 무너질 것 같은 굉음을 냈다.땅이 갈라지면서 흩날리는 모래에 강한 기운까지 더해지니 주위의 나무들은 순식간에 부러져 가루가 되어 바람을 따라 날아가 버렸다.“꼴에 힘은 좀 쓰네? 그래, 네가 대단한 건 인정해. 젊으니까 피가 아주 들끓겠지. 하지만 나한테는 못 당해낼걸?”말을 마친 음수 도존이 이도현의 머리를 절반으로 가르려는 듯 검을 내리찍자 이도현도 물러서지 않고 그의 검을 막아내며 소리쳤다.“그래, 어디 한번 해보자.”금속들이 서로 부딪히며 나는 소리가 귀가 아플 정도로 울려대는 와중에도 이도현은 양주희를 보호하기 위해 음수 도존의 검을 막아내며 그녀를 밀쳐냈다.이도현과 음수 도존의 싸움은 양주희가 거들 수 있는 게 아니었고 그녀가 있으면 신경도 쓰였다.그리고 무엇보다 양주희를 이런 위험한 곳에 두고 싶지는 않았다.“나랑 싸우는 와중에 여자를 챙겨? 그럴 힘이 아직도 남아있나 본데 이젠 죽어줘야겠어.”“꺼져.”대노한 음수 도존이 이도현의 허리를 향해 검을 휘두르자 이도현도 소리를 치며 오행검술을 사용했다.금목수화토로 이루어진 오행이 보검을 감싸며 오행검기를 이루었다.“이딴 걸로 날 막겠다는 거야? 꿈 깨!”하지만 음수 도존 역시 그리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그의 파란 보검은 배를 집어삼키는 파도마냥 거대한 힘을 내뿜으며 이도현의 오행검기를 막아냈고 둘의 기운은 또다시 부딪혔다.기운이 부딪힐 때 느껴진 강한 반동에 양쪽으로 밀려 나간 둘은 뒷걸음질을 치며 간신히 중심을 잡았다.각자의 자리에 서서 서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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