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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1화

악령법사는 일이 완전히 뒤틀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일이 예상대로 잘 풀리다가 마지막 관건적인 시각에 문제가 생길 줄이야...악령법사가 자랑으로 여기던 주술이 이도현에게 아무런 상처도 남기지 못했다. 심지어 모든 독충이 한순간에 잿가루가 되어 사라져 버렸다.“이거... 진룡의 기운인데... 이도현 씨가 진룡의 기운을 가지고 있다니...”악령법사는 충격에 빠진 얼굴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하하하... 하늘이 나를 돕는구나. 하늘이 진정으로 나를 돕고 있어. 먼 걸음 하기를 잘했구나. 하하하... 진룡의 기운을 만나다니 우리 봉왕파도 다시 일어설 기회가 있겠는걸. 진룡의 기운만 있으면 나도 용충을 길들일 수 있어. 그리고 용충으로 수련하면 곧 천신의 경지에 이르겠지. 하하하...”악령법사가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미친 듯이 웃었다.이도현은 그런 악령법사를 거들떠보지 않았다.그동안 주제 모르는 놈이 어디 한둘이었나? 하지만 다들 개미에 불과했다.“원래 네 목숨은 살려주려 했으나... 지금 보니 그럴 필요도 없겠구나. 죽어라.”이도현이 냉랭하게 말하고는 손가락 사이로 흑백색이 교차하는 검기를 날려 보냈다.가볍고 무기력해 보이는 검기가 악령법사의 몸에 닿는 순간 갑자기 날을 세우고 파도처럼 몰아치며 악령법사의 온몸을 난도질했다. 마치 악령법사의 몸을 산산이 조각낼 것처럼.퍽.거센 폭음과 함께 악령법사의 몸이 혈안개로 되어 사라져 버렸다.“아악...”조강은 눈앞의 섬뜩한 장면에 놀라 비명을 질렀다.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조강은 이런 장면을 본 적이 없었다. 죽은 시신은 여러 번 봤지만 살아 있는 사람이 눈앞에서 폭발해 혈안개로 되는 모습은 처음이었다.이는 조강의 인식을 훨씬 뛰어넘은 일이었다. 그는 무공을 눈곱 만큼 배우고 자신이 이 세상에서 제일 잘난 줄 알았다. 마치 신선이라도 된 듯 적수가 없고, 손만 까딱해도 남의 목숨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자부했다.조강은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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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2화

이도현은 곧 이곳을 떠난다. 그리고 이번에 떠나면 아마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만약 무도 대륙으로 간다면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그래서 떠나기 전에 주현진 일가에게 생길만한 모든 골칫거리를 해결해 주기로 했다. 이것이 이도현이 주현진 일가를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기도 했다.주현진이 정성스레 준비해준 우유 향이 나는 꽃 이불, 어쩌다가 손에 잡은 레이스 속옷을 생각해서라도...세상에 공짜가 없듯이 얻은 만큼 갚아야 한다.“이 신의... 이 어르신... 제발... 제발 저를 살려주십시오... 제 아들과 아내도 살려주십시오... 이 신의, 제발 부탁입니다...”조강이 이도현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미친 듯이 머리를 조아렸다.“흥. 이제 와서 살려달라고? 진작에 뭐 했어? 내가 지난번에 떠날 때 너희에게 했던 말을 그새 까먹었냐?”이도현이 냉랭하게 내뱉었다.“내가 분명히 말했지. 너희가 앞으로 악행을 더 저지르면 하느님이 와도 구하지 못한다고, 나 역시 구하지 않겠다고. 너희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이상 아무도 구하지 못해...”말을 마친 후 이도현은 조강의 손을 뿌리치고 앞으로 계속 걸어갔다.“이 신의, 이러시면 안 되죠... 이 신의는 의사잖아요. 환자를 구하는 게 이 신의의 책임 아닙니까? 어떻게 책임을 무시합니까? 이러지 마십시오... 이 신의, 정말 우리가 죽어가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을 겁니까? 양심에 찔리지도 않습니까? 우리가 죄를 지은 건 맞습니다. 하지만 벌을 받아도 천벌을 받지 이 신의가 외면할 일은 아니잖습니까...”애원이 통하지 않자 조강은 의사의 책임으로 이도현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그러나 조강은 이도현을 알지 못했다. 이도현은 이런 협박에 절대 넘어갈 리 없는 사림이었다.이도현이 조강을 죽이지 않은 것만 해도 이미 자비심을 베푼 것인데 감히 협박하다니. 정말 죽음을 자초하는 행위였다.“허허... 무식하기는.”이도현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이런 몇 마디에 흔들릴 사람이었다면 이도현은 지금까지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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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3화

이도현은 조강 같은 사람을 절대 연민하지 않았다. 그의 아내와 아이 역시 마찬가지다.이런 자들은 딱 봐도 타인의 연민을 전혀 고마워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어려움이 있으면 온갖 불쌍한 척하지만 득을 보면 바로 남몰라 한다. 이게 바로 그들의 인성이다.예컨대 조강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그는 어쩔 수 없이 그런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악령법사가 이도현을 해치려 한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이건 정말 은인의 등에 칼을 꽂는 행위였다.조강이 가족을 구하고 싶은 마음은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조강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은인 이도현을 팔아넘긴 사람이었다. 심지어 무공을 조금 배웠다고 이도현 앞에서 우쭐대며 그를 얕잡아 보기까지 했다.이도현의 말대로 조강을 죽이지 않은 것만 해도 자비를 베푼 셈이었다. 그런데 감히 자신과 가족을 살려 달라고 하다니. 정말 뻔뻔하기 그지없었다.이도현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자 조강은 점점 애간장이 탔다. 멀어지는 이도현의 뒷모습을 보며 얼굴에 분노와 악의가 가득 피어올랐다.조강이 이를 갈며 소리쳤다.“이도현 씨, 정말로 우리를 구하지 않을 겁니까? 후회할 겁니다. 만약 제 아내와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저 조강이 절대로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이도현 씨,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겁니다. 제가 이도현 씨를 건드리지 못하지만 친구들을 생각해야죠. 노영식 씨, 노강인 씨, 그리고 제법 미녀인 주현진 씨, 이 사람들도 이도현 씨처럼 강하나요? 제가 이 두 집안도 건드리지 못할까요? 제 가족을 살리지 않는다면 이도현 씨도 편히 살지 못하게 만들 겁니다. 후회하게 할 겁니다. 하하하... 나중에 땅을 치며 후회하세요...”조강은 이도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미친 듯이 짖어댔다. 그의 모든 불행이 이도현 때문인 것처럼 말투에 증오가 잔뜩 담겨 있었다.거의 떠나간 이도현이 이 말을 듣고 발걸음을 멈췄다.이도현의 몸에서 풍기는 차가운 기운 때문에 조강은 온몸이 얼어붙고 말았다.“너 방금 뭐라고 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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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4화

방금 이도현이 조강을 죽이겠다고 한 말도 전부 들었다.“이 신의... 한 번만 봐주십시오. 제 남편을 죽이지 마세요... 제 남편이 홧김에 헛소리한 거예요. 절대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에요. 그러니 제발... 제발 우리 남편을 죽이지 마세요...”조강의 아내는 말하며 이도현 앞에 무릎을 꿇고 간절히 애원했다.“아들, 어서 무릎 꿇고 아저씨에게 절해. 그리고 아빠를 죽이지 말라고 부탁해. 어서...”조강의 아내는 서둘러 아이의 머리를 누르며 이도현에게 절하라고 재촉했다.“아저씨, 우리 아빠를 죽이지 마세요. 제가 절할게요...”어린아이의 겁먹은 소리가 전해졌다.이도현은 조강의 머리를 내리치려던 손을 조용히 거둬들였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차마 손을 쓰지 못했다. 설령 조강이 죽을 짓을 했다 해도 이도현은 아이 앞에서 아버지를 죽일 수는 없었다.이도현이 아무리 냉혹하고 매정한 사람이라 해도 어린아이 앞에서 그 아이의 아버지를 죽일 수는 없었다.“흥. 오늘 아이를 봐서 널 죽이지 않겠지만 앞으로 다시는 나를 건드리지 마라. 내 친구도 건드리지 마라. 그렇지 않으면 죽기보다 못한 고통을 맛보게 해줄 테다.”이도현의 소름 돋는 위압감 때문에 조강은 숨이 턱 막히고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저... 저...”조강은 고개를 숙인 채 이도현을 쳐다보지 못했다. 또한, 몸이 말을 듣지 않아 대답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흥. 이건 빈말이 아니다. 너도 내 실력을 봐서 알지? 명심해라. 만약 네가 살아 있는 동안 노영식과 노강인 두 집안 중 한 사람이라도 다친다면 너를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 네 아들까지도 용서하지 않겠다. 난 착한 사람이 아니야. 그러니까 아이라고 봐주지 않는다. 다시 한번 말하는데 내 손에 죽은 사람이 수백만 명이 넘는다. 너 하나 죽이는 건 일도 아니다.”이도현은 말을 마치자마자 몸을 번뜩였다. 다음 순간 이도현은 조강의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이 광경에 조강 부부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 눈을 비비며 눈앞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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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5화

이도현은 더 이상 조강을 신경 쓰지 않았다. 또 다른 배후자가 나타나지 않는 한 조강은 앞으로 절대 노강인과 노영식 가족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었다.한의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밤이 깊었다. 그런데도 한의원의 불이 켜져 있었다.노문호 일가가 여태 이도현을 기다리고 있었다.한의원 앞에서 한 사람이 불안하게 걸어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이도현은 멀리서부터 그 사람이 노강인인 것을 보아냈다.“형, 왜 아직도 안 잤어?”이도현이 웃으며 물었다.“도현 씨, 돌아왔어요? 어서 안으로 들어가요. 우리 곧 집에 가려던 참이었어요. 아버지, 형수님, 그리고 큰아버지가 안에서 도현 씨를 기다리고 있어요. 어서 들어가요.”노강인은 이도현이 돌아온 것을 보고 기쁨에 겨워 말했다. 이도현이 조강과 함께 나간 뒤로 그들은 줄곧 이도현의 안전을 걱정했다.해가 저물었는데 이도현이 돌아오지 않자 노강인과 노승훈은 점점 애간장이 탔다. 그 외에도 주현진과 노승훈이 한의원에 찾아와 이도현을 애타게 기다렸다.그들은 만약 새벽이 되어도 이도현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관청에 신고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관청에서 출동하지 않으면 주현진은 완성에 있는 이도현의 산장으로 찾아갈 생각이었다. 이도현의 여자들에게 소식을 전하면 반드시 이도현을 구하러 나설 것이라 믿었다.주현진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이도현을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았다. 설령 자신의 목숨을 내놓아야 하더라도 이도현을 구해낼 작정이었다.“내가 갈 때 분명히 말했잖아. 별일 없을 거라고. 일찍 들어가라고 했건만 왜 여태까지 기다리고 있었어... 형도 빨리 들어가.”이도현은 마음이 따뜻해져 웃으며 말했다.이도현은 이 사람들이 자신을 진심으로 가족처럼 여기고 걱정해 주는 게 느껴졌다.“그렇지만... 도현 씨가 종일 돌아오지 않으니 걱정되더라고요. 조강 씨가 어떤 사람인지 도현 씨도 봤잖아요. 감히 도현 씨를 협박하다니. 정말 은혜를 원수로 갚는 놈이에요.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조강 씨가 그런 놈인 줄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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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6화

그동안 조강은 이도현에게 여러 차례 찾아와 자기 목숨 그리고 아내와 아이의 목숨을 살려달라고 간청했다. 그러나 이도현은 조강을 거들떠보지 않았다.죽이지 않은 것만 해도 선심을 쓴 건데 목숨까지 살려달라니. 그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조강이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직접 찾아와 애원해도 이도현은 그들을 외면했다.며칠 사이 조강의 가족은 몰라볼 정도로 변했다.악령법사가 죽은 다음 날부터 조강의 아내와 아이의 몸에 이상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온몸이 가렵기 시작하더니 밤이 되자 심한 통증이 몰려왔다.몸에서 무언가가 살 속을 기어 다니는 것 같았다. 통증이 너무 심해 진통제를 먹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를 받아봤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그런데 몸속에 분명히 뭔가가 기어 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 무언가가 몸속을 돌아다닐 때마다 통증이 심해졌다. 심지어 밤이 되면 체내에서 무언가가 자기 살점을 갉아 먹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겨우 이틀 만에 조강의 아내와 아이는 마치 귀신에게 홀린 듯 핼쑥해졌다. 눈이 쏙 들어가고 다크서클이 생겼으며 몸이 눈에 띄게 메말랐다. 얼굴은 백지장처럼 새하얗고 혈색 하나 없었다.그야말로 산송장이 따로 없었다.가장 가엾은 건 아이였다. 아이는 이미 극심한 통증에 시달려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온몸에 젓가락 굵기만 한 구멍이 군데군데 생겼고 그 속에서 검푸른 액체가 흘러나왔다. 냄새가 지독하게 역겨웠고 무더운 여름이라 파리와 모기들이 떼를 지어 맴돌았다.아이가 살아 있어서 다행이지, 아니면 시신으로 생각했을 것이다.오늘은 노영식의 마지막 치료일이다. 치료가 끝나자 노영식은 완전히 회복되었다. 예전의 그 활기찬 청년으로 돌아왔다.“여보, 어때? 괜찮아?”주현진은 드디어 회복된 남편을 보며 눈물을 글썽였다.“나... 괜찮아. 몸이... 많이 좋아졌어... 걱정하지 마...”오랫동안 말을 못 해서인지 노영식은 말을 살짝 더듬었다.“이도현 씨...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저를 살려주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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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7화

노영식은 이도현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이도현이 왜 자신을 싫어하는지 알 수 없었다. 언제 밉보였기에 이런 대우를 받는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그저 혼란스러울 뿐이었다.“강인아, 이도현 씨 왜 저래? 나를 엄청나게 싫어하는 것 같아. 내가 뭐 잘못했어?”몇 마디 말하다 보니 노영식은 더 이상 말을 더듬지 않았다.“아냐, 형. 도현 씨가 형을 싫어할 리 없어. 이 세상에서 형을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은 도현 씨밖에 없었어. 게다가 도현 씨가 형을 살리려고 자기 목숨도 떼어줬어. 우리 아버지 말로는, 도현 씨가 형의 몸 상태를 회복하기 위해 자기 생명력을 형 몸에 주입했다고 해. 안 그러면 병이 나아도 형은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거든. 도현 씨가 일반인이 아니어서 다행이지, 아니면 그 많은 생명력을 형에게 넘기지도 못했어.”노강인이 설명을 늘어놓았다.이 말을 듣자 노영식의 얼굴에 감사하면서도 죄송스러운 기색이 드러났다. 잠시 후 노영식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정말... 이도현 씨한테 너무 큰 은혜를 입었어. 우리 가족이 지금처럼 생활할 수 있는 것도, 아이가 태어날 수 있었던 것도 전부 도현 씨 덕분이야. 도현 씨는 우리 집안의 은인이야... 세세 대대로 갚아도 모자란 은인이지... 근데 도현 씨가 방금 나가면서 한 말이 무슨 뜻이야? 악덕이라니? 나 나쁜 짓 한 적 없어...”“흥. 나쁜 짓 한 적 없기는. 방 안에 있던 물건들이 어디서 난 건데? 그거 다 남의 무덤을 파헤쳐서 가져온 거잖아. 그래도 나쁜 짓 한 적 없다고 말할 거야?”주현진이 화를 내며 말했다.남편이 회복되자 주현진이 마음속에 쌓였던 걱정과 설움이 한순간에 분노로 바뀌었다.이게 다 노영식 때문이었다. 만약 노영식이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면 온 가족이 몇 년 동안 마음고생 하는 일도 없었다.이도현이 없었다면 노영식은 이미 죽었을 것이고 가족도 산산조각이 났을 것이다.“그건... 조강 씨가 같이 가자고 해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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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8화

“나...”노영식은 변명하려다 입만 벙긋거리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나는 그냥... 돈을 좀 더 벌고 싶어서...”결국, 그는 힘없이 이렇게 중얼거릴 뿐이었다.“돈을 벌어? 어떻게 그런 돈을 벌어? 5년... 자그마치 5년이었어. 내가 이 5년 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아?”주현진은 감정이 격해져 소리까지 쳤다.“현진아...”“당신이 알던 주현진은 5년 전에 이미 죽었어. 가족 몰래 남의 무덤을 파헤치러 갔을 때, 그때 이미 죽었어.”주현진이 외쳤다.“내가... 미안해...”노영식은 사과밖에 할 말이 없었다.노강인은 두 사람이 싸우는 꼴을 그냥 지켜볼 수 없었다. 비록 노영식이 잘못한 건 맞지만, 이대로 부부가 갈라서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형수님, 화 푸세요. 영식이 형도 잘못했다고 하잖아요. 사람은 실수하기 마련이에요. 하지만 중요한 건 실수를 뉘우치고 고치는 거잖아요. 이번만 용서해주세요.”노강인이 웃으며 타일렀다.“맞아요. 사람은 실수하기 마련이에요. 하지만 그 실수가 다른 사람과 우리 가족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갈 뻔했어요. 만약 도현 씨가 기꺼이 자기 목숨을 내주지 않았다면 영식 씨는 바로 죽었어요. 그러면 우리 집안은 어떻게 됐을까요? 우리 지안이 이제 겨우 몇 살인데 아빠 없이 클 뻔했어요. 지안이 커서 아빠를 찾으면 저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요? ‘아빠가 너무 탐욕스러워서 남의 무덤을 팠다가 저주에 걸려 죽었어’라고 대답할까요? 아이가 커서 학교에 가면 다른 아이의 손가락질을 받을 게 뻔해요. ‘쟤 아빠는 남의 무덤을 털다가 죽었어’, ‘저주받아도 싸’, ‘나쁜 짓 해서 벌 받았대’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어떨까요?”“예전에는 영식 씨가 아파서 원망도 못 했어요. 그런데 이제 다 나았잖아요. 제가 몇 마디 원망도 못 해요? 아무 말 안 했다가 또 그런 짓 하면 어떻게 하려고요? 다음번에도 도현 씨가 목숨 걸고 구해줄 것 같아요? 천만에요.”주현진이 한바탕 화를 냈다. 지금 삶에 만족하지 않고 탐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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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9화

“도현 씨, 미안해요... 제가 민폐를 끼쳤네요...”주현진은 마당에 서 있는 이도현을 바라보며 사과했다.“형수님, 이러지 마세요. 이건 형수님 잘못이 아니에요.”이도현은 몸을 돌려 울고 있는 주현진에게 부드럽게 말했다.“하지만...”주현진이 계속 말하려 하자 이도현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형수님, 정말 괜찮아요. 저는 어쨌든 영식이 형을 구했을 거예요. 이 일이 저와 어느 정도 관련이 있거든요. 게다가... 다른 사람은 몰라도 형수님과 지안을 생각해서라도 영식이 형을 구했을 거예요. 그리고 앞으로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이번 일과 관련된 자들을 모두 처리했거든요. 앞으로 영식이 형이 다시는 나쁜 짓 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여러분을 괴롭히지 않을 거예요.”이 말을 들은 주현진은 마음속이 뭉클해졌다. 특히 그녀와 노지안을 생각해서 노영식을 구했다는 말이 그녀의 가슴속에 묘한 감정을 일으켰다.“애 아빠...”주현진은 뭔가 더 말하고 싶었지만 목이 메어 더 이상 말이 나오지 않았다.“됐어요, 형수님. 이제 다 지나간 일이에요. 방금 제가 영식이 형에게 싸늘하게 굴었던 것도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싶어서예요. 믿기 힘들겠지만 이 세상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도리들이 있어요. 제가 겪어봐서 알아요. 이 세상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일이 수없이 많아요. 그렇다고 해서 절대 막무가내로 행동해서는 안 돼요. 옛날부터 도굴꾼 중에 끝까지 잘된 사람은 없어요. 적당한 선에서 손을 떼거나 특별히 능력 있는 자만이 무사히 살아남았어요.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불행만 쌓아갔어요. 도굴의 업보는 일반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에요. 왜냐하면, 일반인이 누릴 수 있는 운이 한정되어 있거든요. 그 한도를 넘어서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돼요.”“여러분의 운이 좋았다면 제가 오기 전에 그렇게 힘들고 초라한 삶을 살았겠어요? 저를 만난 후 달라진 삶이 여러분이 가질 수 있는 최대의 행운일 거예요. 지금 이 삶도 엄청나게 땡잡은 거예요. 그런데 영식이 형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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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80화

게다가 도굴도 도박처럼 이른 시일 내에 목돈을 구할 수 있는 행위이다. 그렇기에 어느 날 돈이 떨어지면 노영식은 분명히 다시 그 일을 하러 갈 것이다.이게 바로 인심이다.노영식 역시 넝쿨째 굴러온 호박을 차버릴 리 없다. 성사하면 인생이 바뀌고 실패해도 큰 손해를 보지 않기 때문이다.어차피 구해 줄 사람이 있으니까. 최악의 경우라도 몇 년 만 죽은 듯 누워 있으면 그만이었다.주현진은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이도현을 바라보는 눈빛에 공포와 두려움이 가득했다. 자기 집안도 조강이네 가족처럼 될까 봐 두려웠다.조강의 아내와 아이가 지금 얼마나 섬뜩한 상태인데. 주현진은 생각만 해도 심장이 쪼그라들었다.만약 자기와 아이도 그렇게 된다면...“제가 왜 조강의 아내와 아이를 구하지 않는지 묻고 싶죠? 아이는 무고한데 왜 구하지 않느냐고.”“아니에요... 애 아빠, 저 그렇게 생각한 적 없어요. 저는 애 아빠가 그 사람들을 구하지 않은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절대 구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 적 없어요. 만약 그자들을 구하는 게 애 아빠에게 해가 된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구하지 말라고 할 거예요.”주현진이 다급하게 대답했다.“형수님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도 그런 건 아니에요. 아마 열 명 중 아홉 명은 제가 매정하다고, 무고한 아이를 왜 살리지 않느냐고 비난할 거예요. 하지만 아무도 제 생각은 안 해요. 그자들을 구하면 제가 어떤 피해를 볼지 생각하지 않아요. 본래 그자들의 업보가 저에게 이전되는데 말이에요. 만약 제가 평범한 의사였다면 그자들을 구했다가 엄청난 불행을 겪었을 거예요. 심지어 제 가족도 불행해졌을 거예요.”“사람을 구하면 공덕이 쌓이니까 일부 업보를 메꿀 수 있긴 해요. 하지만 도굴과 같은 짓은 업보가 너무 커서 별 쓸모가 없어요. 게다가 이 모든 건 그자들이 자초한 일이잖아요. 왜 이득은 그자들이 누리고 업보는 제가 받아야 하나요?”이도현의 목소리가 점점 더 차가워졌다.업보에 관한 내용은 최근 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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