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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1화

이도현은 신연주가 무슨 말을 하는지 순간 이해가 되지 않았다.‘자꾸 조혜영이랑 오래 붙어 다니다가 조씨 가문 조상들의 버릇을 옮았다는 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연주 선배!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이도현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되물었다.“후후후. 도련님, 그것도 모르세요? 여덟째 선배 말은 도련님이 이상한 기운을 타고났다는 뜻이에요. 한마디로... 유부녀를 좋아한다는 말이죠!”등자월이 입을 가리고 웃으며 말했다.등자월은 이렇게 선배들이 이도현을 놀리는 광경을 보는 걸 제일 좋아했다. 이도현이 선배들에게 휘둘려 고개를 푹 숙이고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보면, 꼭 잘못한 아이처럼 보여서 더 재미있었다.생각해 보면 이도현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다. 세상 어디 내놓아도 손꼽히는 강자들을 상대로도, 죽이고 싶으면 망설임 없이 베어 버렸다. 심지어 눈 하나 깜빡하지도 않았다. 어떤 위험 앞에서도 겁을 먹는 법이 없었으니, 이 세상에 이도현을 두렵게 할 사람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도현은 자기 선배들만큼은 정말 무서워했다. 선배들은 죄다 이도현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쥐락펴락했고, 이도현은 어떻게 당해도 싱글싱글 웃으며 선배들의 비위를 맞춰 주기 바빴다.“됐어. 너희들도 적당히 해. 끝도 없이 놀릴 거야? 막 돌아온 도현이한테 뭐 하는 짓이야.”셋째 선배 인무쌍은 이도현이 안쓰러운 듯 웃으며 나무랐다.“도현아, 얼른 아이부터 보고 와. 며칠 못 봤잖아. 우리 아이가 얼마나 컸는지 가서 확인해.”“아... 네! 저... 저 지금 바로 갈게요. 셋째 선배!”이도현은 민망한 듯 머리를 긁적이더니, 다른 선배들의 눈치를 힐끔힐끔 보다가 얼른 인무쌍의 방으로 뛰어갔다.이도현이 돌아서는 순간, 몰래 한숨을 푹 내쉬는 걸 모두가 보았다. 긴장한 티가 나도 너무 났다.“히히히! 저 꼬맹이는 진짜로 우리를 무서워하네? 연기하는 거 아니었어!”“그러게. 대체 뭐가 무섭대? 손가락 하나면 우리를 찍어 누를 텐데, 뭘 무서워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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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2화

“아니거든요... 저희는 속옷 두 장만 찢어먹었을 뿐이에요. 게다가 도현이는 제 남편이잖아요. 제가 남편이랑 같이 자는데, 속옷 좀 찢어먹은 게 뭐 어때서요?”연진이가 얼굴을 빨개진 채로 따져 물었다.“쳇... 뻔뻔한 것 좀 봐. 이 죽일 것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그런 말을 입에 담아?”신연주가 웃으며 욕하듯 말했다.“왜 말을 못 해요? 여덟째 선배도 똑같잖아요.”연진이가 눈을 흘기며 받아쳤다.“선배 열 명 중에 둘째 선배랑 일곱째 선배, 넷째 선배, 맏선배 빼면...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도현이랑 부부 관계가 아닌 사람이 어디 있어요? 다 같은 식구인데, 뭐가 부끄러워요?”“그러니까요.”신연주가 짓궂게 웃었다.“어차피 우리 열 명은 늦든 빠르든 전부 도현의 여자가 될 건데, 집안 식구들끼리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어요. 이건 다 경험에서 나오는 말이거든요? 둘째 선배, 좀 배워요. 도현이는 적극적인 여자를 좋아해요. 도현이가 먼저 다가오길 기다리다간 우리 다 노처녀 돼요.”“아... 너, 너 진짜... 이 뻔뻔한 것아!”윤선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졌다.“얼굴도 안 붉히고... 무슨 소리를 그렇게 해! 넌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됐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참...”윤선아는 결국 신연주를 쫓아가 마구 때리려 들었고, 방 안은 금세 웃음과 비명 섞인 소란으로 가득 찼다.그 시각, 이도현은 방 안에서 침대 위에 곤히 잠든 아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밖에서 들려오는 선배들의 장난기 어린 다툼 소리를 듣고 있자니, 마음이 이상하게 따뜻해졌다.‘집이라는 건 이런 느낌이구나.’이런 온기는 정말 오랜만이었다.침대 위의 아이는 태어난 지 며칠 됐을 때보다 한결 예뻐져 있었다. 피부도 제법 올라와서, 분홍빛이 도는 볼이 통통했다. 보기만 해도 사랑스러웠다.이도현은 아이를 한번 안아 보고 싶어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가 중간에서 멈추더니 다시 거뒀다.작은 아이를 어떻게 들어올려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막상 눈앞에 두니 손이 도무지 나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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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3화

이도현은 아이를 안는 게 이렇게까지 기술이 필요한 일인 줄은 몰랐다.그런데도 한참을 배우고 또 배웠는데, 끝내 요령을 못 잡았다. 아이를 품에 안고 있으면서도 마치 시한폭탄을 끌어안은 것처럼, 조금만 움직였다가 펑 하고 터질까 봐 꼼짝도 못 했다.세상에 이름난 강자, 태허산의 후계자이자, 고전 무술 왕족들을 찍어 눌러 감히 고개도 못 들게 만들고, 무림계와 성역의 수많은 강자를 베어 쓰러뜨렸으며, 셀 수 없이 많은 종문과 가문을 무너뜨리고, 심지어 황조도 마음만 먹으면 멸망시켜 버리던 그런 이도현이 지금은 땀을 뻘뻘 흘리며 온몸이 돌처럼 굳어 있었다.이도현은 품에 든 아이를 내려다보면서, 진짜로 손끝 하나 까딱하지 못한 채 얼어붙어 있었다.“하하하... 안아 봐. 한 번만 제대로 들어 봐. 하하... 도현아, 네 아들이잖아. 대체 뭐가 그렇게 무서워? 진짜 내가 너 보고 기가 막혀서... 하하... 너 꼴 좀 봐.”인무쌍은 더는 참지 못하고 허리를 꺾을 듯 웃었다.이도현이 저렇게 움직이는 모습은, 인무쌍도 난생처음 봤다.“저... 저는 못 하겠어요. 선배, 아이가 다칠까 봐 무서워요.”이도현이 울상으로 말했다.“이렇게 조그만데... 제가 잘못 안다가 떨어뜨리면 어떡해요.”이도현은 아이의 팔을 힐끔 보더니, 더 겁먹은 얼굴이 됐다.“그리고 팔도 이렇게 가늘잖아요. 저는... 만지는 것도 겁나요. 선배, 차라리 선배가 다시 안아 주세요. 저 진짜 좀 무서워요.”이도현은 정말 아이를 안는 게 아니라, 품에 폭탄을 끌어안은 사람처럼 과장될 정도였다.“하하... 아이고, 이리 줘 봐. 너 때문에 내가 웃다 죽겠어.”인무쌍이 웃으며 아이를 받아 들었다.“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나약한 존재가 아니야. 아무리 작아도 아이는 하나의 생명이잖아. 게다가 이 아이는 특수 체질이야. 밖에 내던진다고 해도 별일 없을지도 몰라. 그런데 네가 잠깐 안는다고 안아져서 망가지겠니?”인무쌍은 이도현을 더 몰아붙이지 않고, 웃으며 아이를 품에서 조심스레 옮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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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4화

“뭐라고요? 제 아들이 감히 나를 혼낸다고요? 내가 요놈의 엉덩이를 두들겨 패 줘야겠어요!”이도현이 웃으며 말하더니, 앞으로 다가가 셋째 선배 인무쌍을 품에 끌어안았다. 그리고 인무쌍을 자기 무릎 위에 앉혔다.“네가 감히 내 아들 괴롭히기만 해 봐. 내가 널 어떻게 혼내 주는지 두고 봐! 이 나쁜 놈아...”인무쌍은 이도현의 품에 기대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얼굴을 했다.‘이게 바로 가족과 사랑이라는 느낌이겠지.’인무쌍은 이제야 사랑이 뭔지, 행복이 뭔지 점점 더 선명하게 알 것 같았다.아이를 갖고 나서부터, 삶에 목표와 방향이 생긴 기분이었다.예전에는 여기저기 떠돌며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세상은 원래 그렇게 자유로워야 하고, 그게 인생이라고 믿었다.그런데 이도현과 부부가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인무쌍은 깨달았다.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예전에 인무쌍이 꿈꾸던 삶은 너무 단조로웠다. 그건 인생이 아니었다.이도현과 함께하게 되고, 아이가 생기고, 뱃속에서 작은 생명이 자라며 점점 더 단단해지는 걸 느끼는 동안 인무쌍은 전과는 전혀 다른 인생을 경험했다.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아이가 있고, 집이 있고, 그리움과 행복, 걱정, 기쁨과 분노와 슬픔, 만남과 이별...그런 모든 것들이 모여서 비로소 인생이 되었다.결국 인무쌍은 이게 자신이 원하던 삶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지금 인무쌍은 너무 행복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안고 있고, 자신은 아이를 안고 있고, 이 순간만큼은 다른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았다.사랑하는 사람과 아이만 곁에 있으면, 인무쌍은 모든 걸 가진 것 같았다.자기가 여태껏 찾아 헤매던 것들이 전부 지금 이곳에 있는 것만 같았다.“도현아...”인무쌍이 낮은 목소리로 불렀다.“뭐예요. 왜 아직도 저를 도현이라고 부르는 거예요? 밖에서는 그렇게 불러도 제가 뭐라고 안 해요. 그런데 지금은 집에 있잖아요. 우리는 부부고, 한집 식구고, 다 같이 있을 때는... 저를 뭐라고 불러야 하죠?”이도현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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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5화

이도현은 감히 대답을 잇지 못했다.이건 정말 목숨이 걸린 화제였다.“선배, 저랑 자요. 애도 낳아 주세요.”이도현은 선배들 앞에서 이런 말을 당당하게 꺼낼 배짱은 없었다. 정말 그런 일이 필요하다면, 밤에 몰래 찾아가야지 지금처럼 대놓고 말할 수는 없었다.말을 저렇게 하면 일이 성사될 수도 있겠지만, 이도현은 오히려 선배들에게 거꾸로 붙잡혀 크게 당할까 봐 그게 더 무서웠다. 생각만 해도 등골이 서늘했다.“그... 그건 좀 그래요.”이도현은 인무쌍을 살살 어루만지며 겁먹은 목소리로 말했다.“뭐가 그렇다는 건데? 다른 선배들 중에 네 여자가 아닌 선배가 어디 있어. 신연주, 이추영, 연진이… 너랑 다 부부로 지낸 사이잖아. 등자월도 그렇고... 지금 둘째 선배만 빼면,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네 여자야!”“원래는 너보고 둘째 선배한테 가라고 하려 했는데... 둘째 선배는 지금 수련 중인 신공이 있어서, 아직 잠자리를 하면 안 돼. 당분간은 기다려야 하니까... 다른 선배들 방으로 가봐.”인무쌍은 숨이 가쁘게 차오른 채, 이도현의 품에 축 늘어져 계속 몸을 비틀었다. 그렇게라도 몸에 차오르는 열기를 달래 보려는 듯했다.“서... 서방님... 제발... 더는 움직이지 마. 나 못 버티겠어...”인무쌍은 이도현을 꽉 끌어안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여보, 오늘 밤에는 어디도 안 갈 거예요.”이도현이 낮게 말했다.“오늘은 여기서 여보랑 아이랑 같이 있을게요. 이렇게 안고... 우리 아들이랑 같이 자요.”이도현은 인무쌍의 떨리는 몸을 느끼다가, 손을 멈추고는 인무쌍을 단단히 껴안은 채 가쁜 숨결을 들으며 말을 이었다.“여보, 미안해요. 늘 시간이 너무 없어서... 여보 곁에 있어 주지를 못했어요. 아이가 생겼는데도, 옆에서 제대로 지켜 주지도 못했고요. 생각하면 진짜 내가 너무 못됐어요.”“앞으로는... 최대한 더 노력할게요. 여보한테도, 아이한테도. 좋은 남편이 되고, 좋은 아빠가 되도록...”“아니야...”인무쌍이 이도현의 품에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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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6화

그동안 겪어 온 일들은 이도현을 많이 달라지게 했다. 마음의 매듭도 한결 풀어졌고, 예전에는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놓지 못하던 일들도 이제는 떠올려도 담담하게 마주할 수 있었다.사람을 그렇게 많이 죽이고도 후회하느냐고 묻는다면, 이도현은 후회하지 않았다. 다만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같은 일이 한 번 더 주어진다면... 그때의 이도현은 아마 지금처럼 그렇게까지 살벌하고 단호하게만은 굴지 않았을지도 몰랐다.하지만 인생이란 원래 그런 법이었다. 만약이라는 말은 아예 없었고, 후회는 더더욱 소용이 없었다. 후회약 같은 건 세상에 없었다. 아무리 이도현이 강해도, 이미 벌어진 일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그게 어쩌면 인간의 무력함이자 슬픔일 것이다. 해 버린 일을 후회해도, 후회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 내려놓지 못하면 결국 스스로에게 번뇌만 더 쌓일 뿐이었다.사람은 결국 자기 자신을 놓아주지 못한다. 욕망에 자신을 묶어 둔 채, 끝없이 허우적대며 건너가려 한다. 자신이 만들어 낸 고해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지만, 막상 그 고해를 겨우 빠져나오면 앞에는 이미 또 다른 고해가 수없이 깔려 있다.그래서 사람은 영원히, 스스로 만들어 낸 고해 속에서 버둥댄다. 누가 놓아주지 않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이 자기 자신을 놓아주지 않는 것이다. 삶이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끝이 없고, 끝이 나지 않는다.사람은 늘 놓지 못하고, 잊지 못하고, 얻지 못하고, 떠나보내지 못하는 것들 속에서 살고 있다. 만약 정말로 내려놓을 수 있다면, 욕심도 바람도 없이 살 수 있다면, 그때야 비로소 사람은 진짜로 행복해질지도 모른다.이도현은 이제 그 이치를 알았다. 그러나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물러서고 싶어도 물러설 길도, 돌아갈 길도 없었다. 이도현에게 남은 길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뿐이었다. 계속 앞으로 가야만, 언젠가 끝에 닿을 수 있고, 지금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좋아. 그날이 오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서방님이랑 같이 갈게. 서방님만 이런 싸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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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7화

그 뒤 며칠 동안 이도현은 정말 마음 편하게 지냈다. 산에서 내려온 뒤로 손에 꼽을 만큼,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나날이었다. 매일 선배들과 함께 아이를 달래고 재롱도 받아 주며, 집이라는 곳의 온기를 제대로 누렸다.이도현은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를 안아 올렸고, 아들을 데리고 거실을 이리저리 천천히 걸어 다녔다. 보통은 산후조리 기간이 끝나기 전에는 아기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지만, 이도현의 아들은 일반적인 아이들과는 달랐다. 무도인의 아이인 만큼 선천 기운이 충만했고, 타고난 몸 자체가 보통 아이와 비교가 되지 않았다.게다가 아이는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부터 각종 천재지보로 여러 차례 몸을 씻고 다듬었다. 인무쌍이 수련할 때는 천지의 영기까지 함께 흡수했으니, 애초에 그렇게 여린 몸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산후조리 기간에는 밖에 데리고 나가면 안 된다는 말은, 이도현의 아들에게는 거의 해당하지 않았다.그래서 이도현은 아침밥을 먹고 나면 곧장 아이의 보온병을 챙기고, 기저귀를 갈아 주고, 아이를 안아 든 채 산장 안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산책을 시켰다. 예전에는 아이를 안는 것조차 서툴렀던 이도현이었지만, 이제는 품에 안는 것도 제법 익숙해졌다. 아들을 안고 걸을 때마다, 이도현은 말로 다 못 할 만큼 행복했다.이도현은 어느새 완전히 전업 육아 아빠가 되어 있었다. 분유를 타고, 기저귀를 갈고, 물을 먹이는 것까지 손에 익었다. 정말 이것저것 다 해낼 줄 알게 된 것이다.이도현이 아이를 데리고 밖을 돌아다니다가, 선배들이 밥을 해 놓고 밥 먹으라고 부르면 이도현은 아이를 안은 채 집으로 돌아왔다. 꼭 시골에서 사는 평범한 부부처럼, 밥때가 되면 아내가 남편을 부르는 그런 풍경과도 닮았었다.그런 생활이 이도현에게는 더없이 큰 행복이었다. 이 행복이야말로 이도현이 바라던 것이었다. 가능하다면, 이도현은 정말 이 시간이 영원히 계속됐으면 했다. 그렇게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을 정도였다.이 며칠 동안 이도현은 밤에도 선배들 곁에 있었다.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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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8화

행복이라는 것도 결국 비슷했다. 어떤 일이든 익숙해져 당연해지는 순간, 사람은 그게 별것 아닌 것처럼 느끼기 시작한다. 그러면 만족하지 못하게 되고, 욕심은 더 커진다. 더 많은 것을 원하고, 더 많은 목표를 쫓게 된다.게다가 행복하고 아름다운 것들은 너무도 쉽게 깨진다. 온실 속 화분처럼, 바람과 비를 견디지 못하는 것과 같다. 누구의 행복이든 다 그렇다. 이도현의 행복도 예외는 아니었다.그날도 이도현은 늘 하던 대로 아들을 안고 산장 안을 이리저리 거닐고 있었다. 등에 보온병을 멘 채 아이를 달래며 걷는데, 갑자기 산장 꼭대기 쪽 하늘이 요동쳤다. 순식간에 구름이 뒤집히더니, 마치 하늘이 무너져 내릴 듯했다. 새파란 하늘이 무언가에 찢기기라도 한 것처럼, 틈이 벌어지는 듯한 기이한 압박감이 내려앉았다.쉭!허공을 가르며 검기가 한 줄기 날아왔다. 그대로 산장 전체를 가르려는 듯한 기세였다.“죽고 싶어 환장했나!”이도현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조금 전까지 평범한 육아하는 인자한 아빠 같던 분위기는 자취를 감췄다. 이도현의 기세가 폭발하듯 터져 나오자, 천지가 함께 떨리는 듯했다.다음 순간, 검붉은 보검 한 자루가 이도현 앞에 나타났다. 이도현이 굳이 조종하지 않아도, 보검은 스스로 하늘을 향해 한 번 내리그었다. 오색 검기가 치솟아 올라 허공에서 바깥에서 날아든 검기와 정면으로 맞부딪쳤다.“우르릉!”굉음과 함께, 그 검기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사람이면 말하고 개라면 짖기라도 해 봐! 이렇게 뒤에서 기습해 놓고 네가 뭘 대단한 줄 아느냐. 당장 기어나와!”이도현이 크게 외치자, 그 목소리가 하늘과 땅을 울리며 퍼져 나갔다. 법칙의 힘이 실린 듯한 울림이 검기가 날아온 방향으로 곧장 뻗어 갔다.“크르르르!”하늘 밖 어딘가에서 짐승이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되돌아왔다. 이도현의 외침과 맞부딪히며, 두 소리는 허공 속으로 함께 흩어져 사라졌다.“비겁한 놈...”이도현은 차갑게 내뱉고는 곧장 집 쪽으로 향했다.이도현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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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9화

다른 세계에서 날아든 검기는 너무도 강했다. 그 한 줄기 검기가 다른 세계에서 이곳까지 들어올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선배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선배들 역시 이 세계에서 손꼽히는 강자였지만, 도대체 어느 정도 경지에 올라야 다른 세계를 가로질러 한 검을 내리꽂을 수 있을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저도 정확히는 몰라요. 하지만 방금 그 검기에는 분명 강한 법칙의 힘이 실려 있었어요.”이도현이 차분히 말했다.“선배들, 너무 걱정하지 마요. 검기가 대단하긴 해도, 저 혼자 감당 못 할 정도는 아니에요. 선배들은 집에 남아서 안전하게 있어요. 그리고 다른 선배들한테 연락하고, 지음이도... 다들 돌아오라고 해 줘요.”이도현은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아마... 우리, 정말 무도 대륙으로 가야 할지도 몰라요. 제가 며칠은 밖에서 지키고 있을게요. 대체 누가 감히 찾아오는지 끝까지 확인해 보려고요. 준비를 다 해 봤는데도 정리가 안 되면... 그때는 우리가 직접 무도 대륙으로 가요. 어떤 일들은 반드시 철저하게 해결해야 끝이 날 거예요.”이도현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가만히 앉아 당하면서, 그놈들이 어디든 찾아와 우리한테 시비 거는 걸 기다릴 수는 없어요. 제가 먼저 가서, 저런 귀찮은 것들을 전부 정리해 버리는 게 낫죠. 그래야 우리 생활이 안정될 거예요. 저는 아이가 자라서도, 제대로 된 삶의 터전 하나 없이 불안에 떨게 하고 싶지 않아요.”이도현은 창밖 하늘을 바라보며 낮고 단호하게 말했다.“지금 저는 아버지로서, 앞으로 아이들을 위협할 인간들... 우리를 편히 살지 못하게 만드는 불안 요소들을 전부 없애 버릴 거예요. 우리 아들이든,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이든... 걱정 없이 크도록, 내가 다 정리할 겁니다.”“도현아, 우리도 도와줄게.”둘째 선배 윤선아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아니에요.”이도현이 고개를 저었다.“선배들은 자신을 지키고, 아이를 지키는 것만 해도 충분해요. 저 혼자서도 감당할 수 있어요. 아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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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0화

장진혁이 죽임을 당하던 바로 그 순간, 천도궁에 모셔 둔 장진혁의 혼패가 그대로 산산이 부서졌다. 마침 폐관 수련 중이던 장지헌은 그 소식을 듣자마자 하마터면 주화입마에 빠질 뻔했다.장지헌은 그때 비통함을 억지로 삼키고, 슬픔을 눌러 담은 채 그대로 폐관을 이어 갔다. 그리고 마침내 신공을 돌파하고 출관한 뒤, 장지헌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아들의 원수를 갚는 일이었다.장지헌은 사람을 보내 이도현이 있는 세계로 들여보내 샅샅이 캐물었다. 천도궁 제자들이 끈질기게 조사한 끝에, 장진혁을 죽인 자가 이도현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장지헌은 아들의 원수가 깨달음조차 쇠락한 세계의 하찮은 존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자 분노로 거의 폭발할 뻔했다.‘천도궁의 미래 장문, 무도 대륙 일류 종문의 도련님이... 고작 벌레 같은 자에게 죽었다니.’이건 장지헌의 뺨을 정면으로 후려친 것이나 다름없었다. 차라리 같은 지위, 같은 경지의 사람에게 죽었다면 장지헌도 지금처럼 미치도록 분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아들은 벌레 같은 사람에게 죽임을 당했다. 그러니 장지헌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분노에 휩싸인 장지헌은 직접 원수를 갚기로 결심했다. 장지헌은 이도현을 토막 내어 산산조각 내고, 혼까지 모조리 흩어 버릴 작정이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장지헌은 그 쓰레기 같은 차원의 인간들을 모조리 죽여 버리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 하찮은 차원의 세계 때문에 자기 아들이 죽었으니, 그 세계 전체가 아들과 함께 순장해야 한다는 논리였다.“흥! 벌레 같은 것들이 감히 우리 천도궁과 맞서?”장지헌이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그렇다면 이런 세계는 존재할 필요가 없어. 이번에야말로 이 쓰레기 차원의 세계를 통째로 지워 주마!”장지헌은 살기 어린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가자. 결계를 깨부수고, 이 세계의 벌레들을 쓸어 버려라! 사람이고 짐승이고, 살아 있는 것이라면 모조리 죽여라. 어떤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죽여!”장지헌의 눈빛이 더 깊게 가라앉았다.“특히 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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