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님이 시작하라는 한마디를 내뱉는 순간, 제단의 진법이 완전히 가동됐다.공인아가 묶여 있는 기둥에서, 돌인지 쇠인지 알 수 없는 단검들이 수십 자루나 튀어나왔다. 그리고 망설임도 없이 공인아의 온몸, 몇 군데 큰 혈자리를 향해 푹 하고 파고들었다.“아악!”공인아가 고통에 찢어지듯 비명을 지르며 고개를 젖혔다. 통증이 몰려오자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다.단검이 꽂힌 자리에서 피가 폭포처럼 터져 나왔다.그 순간 공인아는 분명히 느꼈다.자신의 생기가 빨려 나가고 있었다. 마치 혼까지 뽑혀 흩어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의식이 흐려지고, 시야가 물에 잠긴 것처럼 멍해졌다.공인아의 얼굴에는 아무 표정도 없었다.다만 눈빛에 남아 있는 건 끝까지 꺼지지 않는 억울함뿐이었다.공인아는 먼저 멀리 앉아 있는 공작 상제를 바라봤다.자신의 아버지였다.예전, 그 남자는 공인아와 어머니를 데리고 도망치듯 세상을 떠돌았다.그러다 훗날 황위에 올랐고, 공인아는 그 아버지를 위해 전장을 누비며 나라를 안정시켰다.공인아가 진국공주로 봉해졌을 때, 공작 상제는 이렇게 말했었다.공작 제국이 존재하는 한, 공인아는 이 나라에서 가장 존귀한 공주라고 했고 봉왕의 권세보다도 더 큰 권한을 가질 거라고 했다.심지어 이렇게까지 말했다.“공작 제국에서, 아니 성역 전체에서... 누구도 내 딸을 건드리지 못해. 내가 죽는다 해도, 내 딸은 누구도 다치게 못 할 것이야.”그때 공인아는 정말 행복했다.어릴 적 버려졌던 기억이 있었고, 이후에는 태허산의 사부님에게 거두어져 수련을 배웠다. 무인이 되어 살았고, 그 시절이 힘들어도... 지금 돌이켜 보면, 태허산에서 보낸 날들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친형제자매처럼 지낸 선배들과 동문은 가족보다 더 가족 같았다.수련은 고됐지만, 적어도 그때는 마음이 편했고 웃을 수 있었다.사문에도 사명 같은 게 있긴 했다. 그러나 사부님은 한 번도 억지로 강요하지 않았다.해야 한다면 하되, 원하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고 선택할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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