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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81화

이도현이 드물게 딱딱하게 굴자, 사람들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다들 이도현의 이런 모습은 처음 보는 탓에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고, 저마다 눈치를 보며 긴장했다.“도현아, 화내지 마. 우리는 그냥 네가 걱정돼서 그랬어.”“그래요. 오빠, 다들 오빠가 다칠까 봐 겁나서 그런 말을 한 거예요. 그러니까 너무 화내지 마세요.”한지음은 부드럽게 이도현을 달래며 말을 이었다.“아니에요. 저는 화가 난 게 아니에요.”이도현이 고개를 저었다.“저는 그냥 여러분이 이 무도 대륙이라는 새 세상에 와서까지 마음에 짐을 지고 살지 않았으면 해서 그래요. 정말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이도현은 한층 더 진지한 눈빛으로 못 박았다.“진짜 위험해지면 제가 여러분들을 단숨에 가장 안전한 곳으로 보내 버릴 수 있어요. 저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큰소리치지는 않겠어요. 무도 대륙에 저보다 강한 자가 없다고도 말 못 해요.”이도현은 한 박자 쉬더니 확신에 찬 목소리로 덧붙였다.“하지만 도망쳐야 한다면, 이 세계에서 저를 막을 사람은 없을 거예요.”“됐어, 됐어. 도현아, 네가 가장 강해. 네가 제일 대단해. 됐지?”신연주가 앙칼지게 받아쳤고 입술을 삐죽 내밀며 더 투덜댔다.“얼굴은 또 왜 그렇게 굳히는 거야. 보기만 해도 좀 무섭다니까.”“우리가 그런 소리 한 게 누구 때문인데? 이도현, 너 진짜 너무했어.”신연주는 입을 삐죽이며 눈을 흘겼다.“고마워할 줄은 모르고, 괜히 멍한 얼굴로 우리를 겁주고 말이야.”“아니. 여덟째 선배, 저는 진짜 그런 뜻이 아니라...”이도현은 반사적으로 몸을 살짝 뺐다. 신연주가 또 귀를 잡아당길까 봐 두려웠다.신연주는 더 못마땅한 표정으로 쏘아붙였다.“뭘 피하는 거야? 너는 겁내도 되고, 우리는 겁내면 안 돼? 너는 우리가 그런 생각하는 게 싫다면서 우리는 네가 우리 때문에 무리할까 봐 겁나는 건 안 되냐고!”“저는...”이도현은 신연주에게 제대로 한 방 먹더니 말문이 막혔다.그때 강하율이 얼굴을 굳히고 신연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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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82화

한바탕 소란이 지나고 일행은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이도현이 걸음을 옮길수록 뒤를 밟는 기척이 점점 더 짙어졌다. 천문에서 백 리쯤 멀어졌을 무렵, 이도현은 사방에서 갑자기 솟구치는 강한 기운을 느꼈다.그 찰나, 공기가 한 번 크게 출렁이더니 곧바로 수십 개의 그림자가 사방팔방에서 튀어나왔다. 그들은 순식간에 이도현 일행을 포위했고, 서늘한 살기가 번져 나가 길까지 완전히 봉쇄했다. 이제 물러설 곳도 빠져나갈 틈도 없었다.“이 어린놈아, 설마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느냐. 나는 네가 천문에서 한 발짝도 못 뗄 줄 알았어. 그런데 감히 그곳을 떠난다고? 그럼 죽을 준비나 해라!”무덕수는 이도현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내뱉는 말마다 이빨 사이로 억지로 짓눌러 뱉는 듯했다.“죽을 사람은 내가 아니야. 네가 스스로 죽으러 내 앞에 찾아온 거겠지.”이도현은 차갑게 받아치며 곧바로 음양검을 불러냈다.“죽을 때가 됐는데도 입이 살아 있군. 오늘 네게 똑똑히 알려 주마. 무종을 건드리면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 말이야. 내 아들 무장훈을 망가뜨린 결말이 어떤지, 넌 뼈저리게 알게 될 거야. 죽음이 오히려 편안하게 느껴질 만큼, 네게 지옥을 보여 주마.”“말도 참 많네. 좋은 개는 길을 막지 않는 법이야. 늙은 개자식아, 당장 비켜.”이도현이 차갑게 말을 내뱉는 순간, 몸에서는 기세가 폭발하듯 치솟았다. 거대한 청용의 허상과 현무의 허상이 이도현의 몸을 감싸며 떠올랐고 두 신수의 위압이 하늘을 덮듯 퍼져 나가 무덕수 일행을 정면으로 짓눌렀다.무덕수는 이도현이 정말로 맞붙으려는 걸 보자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분노를 터뜨렸다.무덕수는 자신에게 수가 많고, 실력도 훨씬 우위라고 생각했다. 아직 무덕수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도 않았는데, 하찮은 저급 세계에서 올라온 이도현이 먼저 검을 휘두르며 덤벼든 것이다.무덕수의 눈에는 그게 배짱이 아니라‘안하무인’이었고 ‘막 나가는 짓’이었다.“이 개자식이 감히 내가 먼저 손대지도 않았는데 선수를 쳐? 어디서 개수작이야. 하찮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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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83화

“살고 싶으면 꺼져. 안 그러면 한 명도 못 살아남을 거야.”이도현이 차갑게 내뱉었다.그러자 무덕수는 이성을 완전히 잃은 표정으로 으르렁댔다.분노에 눈이 뒤집힌 무덕수는 체면도, 도덕도, 남의 시선도 전부 내던진 채 소리쳤다.“이 개새끼는 오늘 반드시 죽을 거야. 다 덤벼! 전부 같이 덮쳐! 남자들은 전부 죽이고, 여자들은 산 채로 잡아! 이도현을 아예 폐인으로 만들어 버려! 그리고 저놈 눈앞에서... 저 여자들을 끝까지 짓밟아 죽여라. 잡는 놈이 바로 임자야! 내 명령이야. 오늘은 금기 따위 없다. 당장 죽여라!”무덕수의 머릿속에는 온통 복수뿐이었다.이도현을 토막 내고, 이도현이 가장 아파할 방식으로 짓밟고 절망하게 만들고 싶었다.그래서 입에서 나오는 대로 듣는 사람들까지 질색할 말을 내뱉어 버렸다.“정말 죽일 놈이네.”무덕수는 바로 그 한마디가 이도현의 건드려서는 안 될 마지막 심기를 정면으로 건드렸다는 걸 몰랐다.누가 이도현을 욕하는 건 참을 수 있었다.어떤 모욕을 들어도 이를 악물고 넘길 수 있었다.하지만 이도현의 사람들, 이도현이 지켜야 할 여자들, 이도현이 목숨처럼 아끼는 선배님들을 더럽히겠다고 입에 올리는 순간은 달랐다.이도현은 이미 알고 있었다.이도현 곁에 선 여자들은, 하늘에서 내려온 듯한 사람들이었다.그런 사람들이 이도현을 따라와 준 것만으로도 이도현은 늘 미안했고, 늘 빚진 마음이었다.그런데 그런 사람들을 모욕하겠다고 떠드는 무종 사람들의 파렴치한 꼴을 이도현이 참을 수 있을 리 없었다.그 순간, 이도현은 분노가 폭발했다.이도현은 음양검을 움켜쥐고, 앞에 선 몇 명을 향해 그대로 베어 넘기듯 검을 휘둘렀다.“네가 감히!”앞에 있던 강자들이 이도현이 직접 달려드는 걸 보자, 분노에 찬 얼굴로 급히 몸을 일으켜 맞섰다.무종의 강자들도 이도현이 얼마나 괴물 같은지, 조금 전부터 똑똑히 봤다. 그래서 얕보는 짓은 하지 못하고 시작부터 각자 가장 강한 수단을 끌어 올려 정면으로 받아쳤다.콰르릉.천지를 뒤흔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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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84화

“진짜 뻔뻔한 소리야. 이런 파렴치한 놈은 난생처음 보네.”“뻔뻔하기도 하지. 저 늙은 개자식은 머릿속이 온통 미친 생각 그 자체야. 자기는 되고 남은 안 된다는 거지. 개가 우리를 물겠다는데 우리는 가만히 물리기만 해야 하고, 물리지 않으면 우리가 잘못이래.”“저런 인간은 왜 안 죽고 사나 모르겠어. 어떻게 저 나이까지 살아남았대? 나였으면 진작 목을 매달고 끝냈겠어. 진짜 역겨워.”“세상이 왜 이렇게 더럽나 했더니, 저런 쓰레기들이 이렇게나 살아 있어서였구나. 저런 썩은 개자식이 판을 치는데 세상이 멀쩡할 리가 있겠어.”“맞아. 맞아. 저런 쓰레기는 애초에 태어나지도 말았어야지. 그때 벽에나 흘려버려야 했는데, 왜 살아서 기어 나온 거야.”“맞아. 내가 저 늙은 자식의 부모였으면 태어나자마자 난로에 던져 땔감이나 삼았겠어. 아니면 개한테 던져서라도 집 지키게 며칠은 써먹었지. 저런 놈을 살려 둬서 뭐 하겠어.”“지금처럼 늙은 개로 키우려고 그래. 보기만 해도 토 나오는 늙은 개로 말이야. 살아남으면 공기 낭비고, 죽으면 땅 낭비야. 꼴값 떠는 것 좀 봐. 정말 역겨워.”“무슨 소리야. 저딴 걸 개한테 준다고? 개도 입맛이 있는 법이야. 개도 똥은 먹어도 저런 놈은 못 먹을 거야. 똥보다 더 더러우니 말이야.”“맞아. 네 말이 맞아. 내가 개한테 미안할 정도야. 방금 말은 취소야. 내가 잘못했어.”문지해와 도광을 비롯한 일행이 한마디씩 보태며 무덕수를 바닥까지 끌어내렸다. 무덕수는 원래도 분노로 들끓던 참이라, 그 말들이 귀에 꽂히자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 무덕수의 눈빛에는 불이 붙어 당장이라도 모두를 태워 죽일 듯한 살기가 이글거렸다.“아... 이 개자식들... 너희를 전부 다 죽여야 해. 전부 내 손에 죽어야 해...”무덕수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피까지 토했다. 사나운 짐승 같은 눈빛으로 사람들을 노려보며 짐승처럼 으르렁댔다.“늙은 개가 어디서 짖어 대는 거야. 기회를 줘도 못 해 먹는 놈 같으니라고, 기어이 죽고 싶다는 이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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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85화

“왜 이렇게 차갑지?”무덕수는 의아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피가 왜 이렇게 흐르지? 이 피는 어디서 나온 거야? 내가 다친 건가? 말도 안 돼.”무덕수는 자기 앞에서 뚝뚝 떨어지는 선혈을 보며 더더욱 혼란스러워졌다.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 목덜미를 쓸었다. 차가운 살갗 아래가 끈적하게 젖어 있었고 무언가가 계속 솟구쳐 나오고 있었다.무덕수는 손을 내려 눈앞에 펼쳤다. 손바닥이 온통 피로 물들어 있었다.“피야. 내 피라고! 내가 피를 흘린다고? 아까 검을 못 막았다는 뜻인가? 그럴 리가 없는데... 이도현은 고작 저급 세계에서 올라온 벌레야. 내가 제대로 힘도 안 썼는데, 이도현의 공격이 내 방어를 뚫을 리가 없어. 난 법칙을 깨달은 강자야. 그런데 이도현이 나를 다치게 했다고?”무덕수의 흐릿해지는 의식은 끝까지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그리고 그다음 순간, 무덕수의 머리가 목에서 떨어져 나갔다.“종주님.”무덕수의 몸통이 머리를 따라 허공에서 곤두박질쳤고, 떨어진 머리는 바닥에 내동댕이쳐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으깨졌다. 몸통 역시 둔탁한 소리를 내며 땅에 처박혔다.그 순간, 세상이 뚝 멈춘 듯 조용해졌다. 방금 튀어나온 두세 마디 외에는 어떤 소리도 남지 않았다.무종 사람들은 그제야 현실을 이해했다. 눈앞의 시체를 바라보는 얼굴들이 순식간에 굳어 버렸다. 땅에 널브러진 참혹한 흔적이 너무도 선명해서 다들 온몸이 마비된 것처럼 움직이지 못했다.단 한 번이었다.이도현은 단 한 수로 무종의 종주를 베어 버렸다. 무덕수는 이도현 앞까지 다가가 보지도 못하고 끝났다. 그 실력 차이는 너무도 압도적이었다.무덕수가 어떤 사람이었던가.무덕수는 무종의 종주였다.무종은 무도 대륙에서 최상위 대종문이라 할 정도는 아니어도 분명 이류 문파로는 손꼽히는 곳이었다.이류 문파의 장문인이 무도 대륙 전체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유명한 존재는 아니었다.그래도 무덕수는 분명 강자 쪽에 속했다.정점에 선 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지는 못해도 그 아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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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86화

순식간에 무종 사람들은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현장에 남은 건 시신 두 구뿐이었다.이도현은 그 자리에 선 채 주위를 천천히 훑어보며 담담히 말했다.“하필이면 왜 이랬을까. 내가 먼저 건드린 것도 아닌데... 너희가 굳이 내 앞에 와서 칼을 뽑았잖아. 나도 사람 죽이고 싶지 않았어. 그런데도 끝까지 나를 몰아붙이니, 결국 이렇게 되는 거지. 탐욕이야. 전부 탐욕 때문이지. 네 것이 아닌 걸 욕심내서 빼앗으려 들고, 그걸 위해 목숨까지 내던지다니... 그게 값어치가 있는 일이야?”“영기가 넘치는 곳에서 태어나, 이미 남들보다 훨씬 유리한 걸 쥐고도 모자라 더 탐내다니... 평범한 사람들보다 더 악질이고 더 뻔뻔스러워. 스스로 대단한 줄 알고 위에서 내려다보며, 끝까지 고집만 부리더니... 죽어도 마땅하지.”이도현은 한마디를 더 덧붙였다.“난 원래 시비를 만들 생각이 없었어. 하지만 시비가 찾아오면 피하지도 않지. 또 내게 덤비고 싶으면 얼마든지 와라. 전부 받아 주겠어.”그 말은 혼잣말 같기도 했고 어딘가 숨어 지켜보는 자들을 향한 경고 같기도 했다.이도현은 잠깐 더 서 있다가, 일행과 함께 다시 길을 잡아 걸었다.조금 전까지 피비린내가 가득하던 자리에서 이도현 일행의 기척이 서서히 멀어졌다.이도현 일행이 떠난 뒤에야, 뒤를 밟던 무리가 그제야 조심스레 모습을 드러냈다.땅바닥에 식어 굳어 버린 무덕수의 시신을 보는 순간, 몇몇은 다리가 떨려 그대로 굳어 버렸다.“무덕수를... 죽였어. 무종 종주님을...”누군가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렸다.“나도 봤어...”다른 사람이 눈을 부릅뜨고 숨을 들이켰다.“무덕수는 완전한 법칙 하나를 깨우친 강자였잖아. 그런 무덕수를... 저렇게, 저렇게 쉽게 베어 버리다니. 정말... 죽였어. 진짜로...”“나도 봤다고, X발! 대체 어떻게 한 거야? 이도현 저놈은 진짜 저급 세계에서 갓 올라온 놈 맞아? 진짜 쓰레기 저급 세계에서 막 돌파해서 무도 대륙에 올라온 게 맞긴 해? 도대체 어떻게 무덕수를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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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87화

“아 X발... 하늘이여, 땅이여... 도대체 언제 끝나는 거야? 언제쯤이면 너는 그 병신 같은 짓을 그만할 거야? 너 진짜 한 번만 덜 말해도 내가 기뻐 죽겠어. 제발 좀... 한 번만 입 좀 다물어!”계속 같은 말을 반복해서 듣던 남자는 결국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다. 눈앞의 동료가 여전히 멍한 얼굴로 서 있는 걸 보자, 남자는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다.“알겠어! 나도 할 수 있으니 넌 걱정하지 마!”표정이 멍해진 남자는 폭주하는 친구를 보며 느릿느릿 대답했다.“난...”폭주하던 남자는 이제 진짜로 할 말을 잃었다.“내가 바뀔게! 걱정하지 마. 그리고... 무덕수가 죽었잖아.”멍한 남자는 바닥에 목이 떨어진 무덕수의 시신을 힐끗 보더니, 귀신에 홀린 듯 또 그 말을 뱉었다.“난...”그 말에 폭주하던 남자는 다시 터지려다 친구의 멍한 얼굴을 보는 순간 맥이 풀렸다. 마치 완전히 패배한 사람처럼, 어깨가 축 처졌다.“그래. 나도 알아...”“무덕수는... 무종의 종주였잖아. 무덕수가 죽었어. 죽임을 당했다고.”멍한 남자는 또 한 번 덧붙였다.“응. 나도 봤어... 죽임을 당했지.”폭주하던 남자는 이제 영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힘없이 말했다.“그러니까 우리 이제 가자. 여기 오래 있으면... 뭔가 이상한 놈이 튀어나올 수도 있어.”“튀어나오다니? 귀신? 대낮에 무슨 귀신 타령이야?”멍한 남자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 무덕수의 시신을 보자 본능적으로 두어 걸음 물러섰다.이 남자는 무공 한 번 휘두르면 산도 무너뜨릴 수 있는 고수면서도 귀신 얘기만 나오면 딱 그 자리에서 얼어붙는 사람이었다.멍한 남자는 자신도 이유를 몰랐다. 허깨비 같은 것들이 왜 그렇게 무서운지, 설명이 안 됐다. 그런데도 어쩔 수 없었다. 귀신이라는 단어만 떠올라도 오줌이 마려웠고, 그래서 밤길은 특히 더 못 걸었다.어릴 때는 집안 어른들이 늘 밤에 혼자 다니면 귀신을 마주치기 쉽다고 그랬다.밤은 귀신이 제일 활발한 시간이고, 어떤 귀신은 거울에서 나오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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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88화

멍한 표정의 남자는 화를 내던 남자한테 제대로 겁을 먹고 귀신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줄행랑을 쳤다.길을 뛰어가면서도 멍한 남자는 발을 한 번도 들지 않았다. 두 발로 땅을 질질 끌며 미끄러지듯 가는 바람에 지나간 자리마다 바닥에 깊은 자국 두 줄이 선명하게 남았다.그 모습에 주변 사람들은 잠깐 멍해졌다가 다들 어이없다는 듯 고개만 저으며 웃어넘겼다. 어차피 이런 일은 처음도 아니었다.무도 대륙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멍한 남자가 귀신을 미치도록 무서워한다는 건 유명했기 때문이다.그렇게 짧고 웃긴 해프닝은 끝났다. 멍한 표정의 남자가 황당한 듯 발을 끌면서 도망가던 덕에 이곳 분위기도 잠깐은 덜 삭막해지고 묘하게 웃음기까지 돌았다.다만 바닥에 널브러진 무덕수의 시체 입장에선 썩 예의가 있는 장면은 아니었다.사람이 막 죽었는데 애도는커녕 철부지 한 명이 사람을 벌떡 일어나게 할 법한 말을 주절주절 늘어놓더니, 마지막에는 나도 귀신이 될 수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치면서 자기가 겁먹고 도망쳤으니 말이다.결국 남아 있던 사람 중 두 명이 무덕수의 시체와 머리를 함께 챙겨 떠났다. 사람들이 다 빠져나간 뒤에는 바람이 모래를 몰아오더니 이 자리의 흔적을 몽땅 덮어 버렸다. 조금 전까지 벌어진 일이 거짓말처럼 아무 자국도 남지 않았다. 마치 애초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이게 바로 삶이었다.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도 마찬가지였다. 황제든 장수든 절세미인이든 수명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면 결국은 모두 흙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세월의 바람이 한 번 휙 스치고 지나가면 그마저도 흔적 없이 사라진다....이도현 일행은 해가 거의 질 무렵이 돼서야 큰 성읍에 닿았다.들어가자마자 집을 사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부터 물었고 그제야 여기 사정이 조금씩 보일 터였다.무도 대륙에서도 금은 화폐로 쓸 수 있었다.다만 금은 여기선 가장 값싼 축에 속하는 돈이었다.무도 대륙에서 진짜로 귀하게 치는 화폐는 따로 있었다.바로 영석이었다.하급 영석 한 덩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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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89화

“하하하. 연주 선배, 그런데 왠지 지금 말투가 도현한테 은근히 날이 선 것 같은데요? 도현이 금을 몇만 톤이나 갖고 있었잖아요. 그때 스승님께도 꽤 많이 드리고 본인도 적지 않게 남겨 뒀을 텐데... 방금 그 금덩이를 갖다 바치고 돌멩이 몇십 개 받아 오니까, 도현의 표정이 진짜 툭 꺼지더라고요. 하하!”연진이는 배를 잡고 웃었다.그러자 이도현은 말문이 막혔다. 솔직히 그 순간, 속이 안 좋았던 건 사실이었다.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애초에 그 금은 자기가 빼앗아 온 거였다. 들고 있어 봤자 여기서는 쓸모없는 쇳덩어리일 뿐이었다. 그걸 영석으로 바꿀 수 있었으니, 이도현은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고 자신을 설득했다.“하하. 도현아, 방금... 진짜 속 쓰리지 않았어?”신연주가 더 놀리듯 웃으며 물었다.“속 쓰리긴 뭐가 속 쓰려요. 그냥 쇳덩어리일 뿐이죠. 제 손에 들고 있어 봤자 쓸 데도 없는데, 영석으로 바꾼 게 훨씬 낫죠.”이도현은 시큰둥하게 입꼬리를 올렸다.“자, 이제 다들 방부터 골라요. 우리는... 어쩌면 꽤 오랫동안 여기서 살지도 모르니까요. 일단 여길 지금 우리 집이라고 생각하자고요.”이도현이 화제를 돌리며 말했다.그때 문지해가 마당을 한 번 훑어보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스승님, 제가 아까 보니까 이 저택이 안채랑 바깥채로 나뉘더라고요. 스승님이랑 사모님들은 안채에 머무시고, 저희가 바깥채에 머무는 게 어떻겠습니까?”도광도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 마당도 넓고 방도 많으니, 우리처럼 사람이 많아도 충분히 나눠 쓸 수 있을 겁니다.”“좋아. 문지해 말대로 하자. 우리 식구는 안채로 들어가고, 나머지는 바깥채에 자리 잡아. 다들 방부터 빨리 정하고 그다음에는 이불이랑 생활용품 같은 거 사러 나가자.”이도현이 그렇게 지시했다.이도현은 여자 선배들을 이끌고 내원으로 들어가서 각자의 방을 정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두가 자리를 잡고 살림살이를 하나씩 사들이자, 소박하지만 제법 그럴듯한 집이 완성됐다.일행은 며칠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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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90화

하루 종일 달아오르던 열기가 가라앉고 어느새 밤이 내려앉았다. 지금의 이도현 일행은 사실 밥을 안 먹어도 됐다. 아주 조금만 먹거나 며칠 굶어도 크게 지장이 없을 정도의 도행이었다.그런데도 오늘 밤만큼은 달랐다. 이도현네 큰 거실에는 술상과 음식이 가득 차려졌다. 근처 큰 식당에서 주문해 온 요리들이었고 이곳 세계의 특산물이라 이도현 일행에게는 전부 처음 보는 것들이었다.큰 거실에는 일곱, 여덟 개쯤 되는 상이 놓였고 이도현이 데려온 사람들도 전부 한자리에 모였다.처음에는 신영신존과 선학 소대가 주인님께서 어찌 하인들과 같은 방에서 식사를 하겠는가며 따로 방을 쓰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도현은 단칼에 거절했다.이도현은 한마디만 했다.“이곳에 왔으니 이제 다 형제야. 난 예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신영신존과 선학 소대를 형제로 여기고 있어. 그러니 주인님 같은 말은 다시 꺼내지 말자. 한 식구니까 한자리에 앉아 밥을 먹자꾸나. 오늘은 이 세계에 발을 디딘 뒤 첫 식사니 모두가 함께하는 첫 상이자, 작은 축하연이기도 해. 다 같이 웃고 떠들며 한 끼를 먹고, 그다음에는 함께 힘내서 수련해야 해. 이 세계에서 확실히 뿌리내려 누구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게 만들자.”이도현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고 결국 큰 거실에 상을 차려 본격적인 잔치가 시작됐다.이도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대선배님! 여기서는 선배님이 신분이 높잖아요. 한마디해 줘요.”그러자 윤선아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무슨 소리야. 내가 가장 신분이 높다니... 윤선아는 너의 선배이기도 하지만 너의 아내이기도 해. 네가 나의 남편인 이상, 이 집안의 가장은 너야. 그러니까 도현아, 오늘은 네가 먼저 발언해야지.”“맞아. 도현아.”다섯째 선배 기화용이 웃으며 거들었다.“도현아, 이제 넌 이 집의 가장이야. 우리 가문의 기둥이기도 하지. 그러니 네가 먼저 말해야지, 누가 말하겠어.”“그러니까요. 도현이가 지금 우리 집안의 가주인데, 우리가 도현이의 말을 안 듣고 누구 말을 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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