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잘못을 하고도 진영숙은 지금까지 이유영에게 잘못한 게 없다고 믿고 있었다.박연준은 이유영이 왜 그녀를 용서할 수 없었는지 모두 이해하게 되었다. 그녀가 벌인 짓들을 생각하면 그 누구라도 용서하기 어려울 것이다.“연준아, 연준아...”박연준이 돌아서자 진영숙은 다급하게 그를 불렀다.그동안 박연준이 자신을 도와주고 있었다는 걸 진영숙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가 등을 돌리는 모습을 보고 더 불안했던 것이다.그녀는 파리에서 박연준의 도움이 절실할 수밖에 없었다. 박연준이 그녀를 외면한다면 절대 안 되는 일이었다.박연준이 계단을 오르려던 순간, 진영숙은 그의 옷소매를 붙잡았다. 눈가에는 이미 눈물이 맺혀 있었다.“난 여기서 떠날 수 없어. 제발 그러지 마.”“어머님.”“날 불쌍하게 생각해서라도 그 아이 나한테 줘. 아이만 내 옆에 있다면 앞으로 그 누구도 괴롭히지 않을게.”진영숙은 박연준에게 매달리며 말했다.한때 번영했던 강씨 집안에 이제 그녀 혼자 남게 되었으니 아이를 차지하려는 생각이 더 간절할 수밖에 없었다.아이만이 그녀에게 남은 전부였다.“연준아, 넌 착한 아이잖아. 제발 도와줘. 응?”‘도와달라고? 내가 뭘 더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데?’박연준의 눈빛은 차가웠고 그 안에는 더 이상 어떤 온기도 없었다.“난 더 이상 어머님을 도울 수 없습니다.”진영숙이 아이를 볼 수 있도록 허락한 것만으로도 이유영에게는 이미 충분한 양보였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의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런데 어떻게 도울 수 있단 말인가?“연준아...”“떠나실 준비하세요.”지금 이런 상태로 더 이상 파리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돌려보내지 않으면 앞으로 문제만 일으킬 게 뻔했다.지금 진영숙은 아이를 빼앗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누가 뭐라 하든 들으려 하지 않았다.“안 가.”진영숙은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무슨 말을 해도 그녀는 떠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두 사람이 대립하던 그때, 집사가 조심스럽게 들어왔다.“선생님.”“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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