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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Chapter 1281 - Chapter 1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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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1화

그런 잘못을 하고도 진영숙은 지금까지 이유영에게 잘못한 게 없다고 믿고 있었다.박연준은 이유영이 왜 그녀를 용서할 수 없었는지 모두 이해하게 되었다. 그녀가 벌인 짓들을 생각하면 그 누구라도 용서하기 어려울 것이다.“연준아, 연준아...”박연준이 돌아서자 진영숙은 다급하게 그를 불렀다.그동안 박연준이 자신을 도와주고 있었다는 걸 진영숙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가 등을 돌리는 모습을 보고 더 불안했던 것이다.그녀는 파리에서 박연준의 도움이 절실할 수밖에 없었다. 박연준이 그녀를 외면한다면 절대 안 되는 일이었다.박연준이 계단을 오르려던 순간, 진영숙은 그의 옷소매를 붙잡았다. 눈가에는 이미 눈물이 맺혀 있었다.“난 여기서 떠날 수 없어. 제발 그러지 마.”“어머님.”“날 불쌍하게 생각해서라도 그 아이 나한테 줘. 아이만 내 옆에 있다면 앞으로 그 누구도 괴롭히지 않을게.”진영숙은 박연준에게 매달리며 말했다.한때 번영했던 강씨 집안에 이제 그녀 혼자 남게 되었으니 아이를 차지하려는 생각이 더 간절할 수밖에 없었다.아이만이 그녀에게 남은 전부였다.“연준아, 넌 착한 아이잖아. 제발 도와줘. 응?”‘도와달라고? 내가 뭘 더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데?’박연준의 눈빛은 차가웠고 그 안에는 더 이상 어떤 온기도 없었다.“난 더 이상 어머님을 도울 수 없습니다.”진영숙이 아이를 볼 수 있도록 허락한 것만으로도 이유영에게는 이미 충분한 양보였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의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런데 어떻게 도울 수 있단 말인가?“연준아...”“떠나실 준비하세요.”지금 이런 상태로 더 이상 파리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돌려보내지 않으면 앞으로 문제만 일으킬 게 뻔했다.지금 진영숙은 아이를 빼앗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누가 뭐라 하든 들으려 하지 않았다.“안 가.”진영숙은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무슨 말을 해도 그녀는 떠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두 사람이 대립하던 그때, 집사가 조심스럽게 들어왔다.“선생님.”“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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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2화

진영숙은 원래 이유영을 싫어했다.그리고 이유영이 박연준과 결혼했다는 사실에 그녀는 이유영이 역겹기까지 느껴졌다.박연준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그의 눈 안으로 차가운 기운이 스며들었다.어떻게 서재에 왔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문을 닫는 순간, 세상에 혼자 남겨진 듯한 기분이었다.그의 눈빛은 얼어붙은 듯 더욱 차가워졌다.“유영아...”이유영은 그에게 차갑기만 했고 정씨 가문은 온 힘을 다해 그녀를 지지하고 있었다.이번 서류를 여진우가 직접 보냈다는 것은 정씨 가문 전체의 의지를 보여주는 셈이었다.결국 이유영은 그를 떠나기로 한 것이다.그리고 이토록 강한 보호 속에서도 박연준에게는 아무런 여지를 주지 않았다. 이유영은 그저 차가운 것을 넘어서서 끔찍할 만큼 냉정했다....용성시에서 돌아오기 전, 강이한은 여러 차례 박연준에게 당부했었다.엔데스 가문의 일이 끝날 때까지 어떻게 되든 이유영과 이혼해서는 안 된다고.박연준도 자신과 이유영의 결혼이 갖는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단지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하지만 이런 보호 속에서도 이유영은 더 이상 이 결혼을 이어갈 생각이 없었다. 서로의 과거에 대한 혐오감은 마음속 깊은 곳에 뿌리내린 채 지워지지 않았다.그녀는 엔데스 가문이라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모든 관계를 끊으려 하고 있었다.그녀는 지금 냉정함을 넘어서 무서울 정도로 차가웠다....한참 후, 박연준은 결국 서재에서 나왔다.진영숙이 문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연준아.”그녀는 다정하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박연준을 바라보았다.“용준이가 어머님 바래다줄 거예요.”박연준은 차갑게 말했다. 그의 머릿속은 혼란 그 자체였고 지금은 진영숙을 상대할 여유도 없었다.하지만 그가 두 걸음 정도 걸었을 때, 진영숙이 뒤에서 조용히 말했다.“정말 생각해 본 적 없어?”“뭐를요?”그의 머릿속은 이미 복잡하게 뒤엉켜 있어서 이제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고 또 아무것도 기억해 내고 싶지 않았다. “아이 말이야.”“...”아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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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3화

박연준은 그 순간 모든 게 이해가 되었다.강이한조차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를 진영숙의 한마디가 꿰뚫었다.그들이 가장 걱정했던 건 바로 이거였다.돌이켜보면, 만약 자신과 이유영이 정말로 이혼하게 된다면 정씨 가문과 엔데스 가문 사이의 이해관계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특히 지금 이유영 뒤에는 정국진이 있었고 그 사실만으로도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지금까지 자신과 강이한이 얼마나 쓸데없는 걱정을 해왔는지 깨달았다.“아이만 내게 데려다주면 너희 두 사람 사이에도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야. 너도 이유영과 이혼하고 싶지 않잖아.”진영숙은 박연준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아이를 위해서라면 그녀는 어떤 말도 할 수 있었고 어떤 것도 굽힐 수 있었다.박연준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계속해서 반복되는 아이라는 단어에 박연준은 지긋지긋했다.“아이를 데려오는 동안 이유영은 힘들겠지. 하지만 오래 고통스러운 것보단 차라리 짧게 아픈 게 낫잖아.”박연준은 말없이 그녀를 바라봤다.“그 아이 때문에 정말 평생 혼자 살 거야?”진영숙은 계속 중얼거리듯 말했다.그녀는 원래 말솜씨가 좋았고 무언가 잘못했을 때일수록 더욱 연기를 잘했다.“용준에게 바래다주라고 했어요.”박연준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해도 의미 없다는 걸 알았기에 그저 떠나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었다.진영숙은 반드시 이곳을 떠나야 했다.이유영과 그녀 사이의 갈등은 이미 폭발 직전이었고 이대로 계속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더군다나 파리는 지금 매우 불안정하고 위험했다.박연준의 말을 들은 진영숙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다시 그를 쳐다보았다.“뭐라고?”그녀는 당황했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그만하세요. 그 아이는 어머님과 함께할 수 없어요. 유영이를 존중하지 않더라도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주셔야죠.”박연준의 말에 진영숙의 표정은 더 굳어졌고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마음으로부터 전해졌다.이렇게까지 말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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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4화

박연준의 말 그대로 그것은 진영숙에게 건네는 마지막 충고였다.그녀가 파리에 온 이후로 박연준은 여러 방식으로 진영숙을 지켜왔다.하지만 이제 더 이상 그럴 필요도 그럴 이유도 없었다.진영숙이 이유영에게 보여준 태도를 생각하며 박연준은 이유영이 그녀를 절대 용서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고 그녀를 포기하기로 했다.진영숙이 마지막으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도 떠난 것이다.사실, 진영숙은 파리에서 믿을 구석 하나 없는 상태였다. 그런 그녀가 이유영과 끝까지 부딪힐 수 있었던 것은 단순한 감정 때문이 아니었다.그보다는 자신을 지지해 줄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과거 강씨 가문을 일궈냈던 자부심과 영향력에 대한 믿음도 있었기에 그런 짓을 벌일 수 있었다.그러나 박연준이 더 이상 그녀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은 파리에서 그녀를 지지해 줄 사람은 더 이상 아무도 없다는 의미였다.그렇다면 진영숙은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박연준이 떠나고 진영숙은 한동안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강이한을 생각해서 하는 마지막 충고라고?’이유영만 박연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 아니라 진영숙 역시 그가 어떤 사람인지 끝내 알 수 없었다.진영숙은 아무리 깊게 숨을 들이쉬어도 가슴의 막막함이 가라앉지 않았다.잠시 후, 시윤이 다가왔다.진영숙이 아직도 같은 자리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조심스럽게 다가가 불렀다.“사모님.”“시윤아.”“네.”“이한이는...”그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게 좋다는 걸 알면서도 입에 올리는 순간, 진영숙은 아이를 데려오겠다는 결심이 더욱 단단해졌다.그 아이는 지금 그녀에게 유일하게 남은 가족이었다.“사모님.”시윤은 굳은 표정으로 진영숙을 바라봤다.“무슨 일이야?”진영숙이 예민하게 되물었다.“도련님이...”시윤은 말을 맺지 못했다.진영숙은 그를 바라보며 불안해졌다. 눈빛 속에 작은 고통이 번뜩였다.“이한이가 왜?”그동안 아무리 수소문해도 강이한의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서주를 떠난 이후, 그가 용성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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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5화

강이한이 정말 이유영을 위해 그런 선택을 한 것이라면 진영숙은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막막했다.그녀의 마음속에는 견딜 수 없는 격렬한 고통이 끊임없이 퍼져나가고 있었다.증오는 하늘을 덮을 만큼 치솟았고 그녀의 세상은 산산이 무너져 내렸다.“당시 수술과 관련된 모든 기록이 없어졌습니다.”그래서 그 수술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었는지를 밝혀내는 일은 그들에겐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없어졌다고?’만약 그 수술이 그들이 짐작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면 분명히 어딘가 흔적이 남아 있어야 했다.“배준석을 만나야겠어.”배준석은 강이한과 항상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고 한때 이유영을 무척이나 증오했었다.하지만 진영숙은 배준석이 이유영을 대하는 태도가 묘하게 달라졌음을 감지했다.‘혹시 수술과 관련이 있을까?’그렇게 생각이 미치자 진영숙의 가슴속에 쌓여 있던 진실이 마치 무너진 둑처럼 한꺼번에 쏟아져 내렸다.“알겠습니다.”“지금 당장 다녀와!”진영숙은 더는 기다릴 수 없었다.시윤은 시간을 확인하며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진영숙의 반응을 이해할 수 있었다. 강이한과 관련된 일이니 침착할 수 없었을 것이다.시윤이 자리를 비우고 방 안에는 진영숙만 남았다.그녀는 주먹을 힘껏 쥐었다. 눈동자에는 깊고 음산한 살기가 번뜩였다.“이유영.”그녀는 이를 악물고 그 이름을 내뱉었다.마치 그 이름만으로도 이유영을 산산조각 내고 싶은 듯했다.강이한이 어둠 속에서 살아가고 있을 생각에 가슴이 아파졌다.사실 예전부터 그런 가능성에 대해 막연히 생각한 적은 있었지만 시윤이 그 가능성을 눈앞에 들이밀자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되었다.진영숙은 두려웠다.그녀에서 아들은 늘 고귀하고 자랑스러웠으며 누구보다 높은 곳에 있는 존재였다.그런 강이한이 시력을 잃고 어둠 속에 잠겨 있다는 생각에 숨이 턱 막혔다.“이유영, 이유영!”진영숙은 미어질 듯한 가슴을 부여잡고 마치 주술처럼 그 이름을 되뇌었다.이유영은 이제 그녀에게 저주와도 같은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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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6화

강이한은 이유영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였었다.그리고 박연준도 이유영의 마음속에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모두 거품처럼 허무하게 산신이 부서져 버렸다.“널 다시 보려고 하지 않을 거야. 돌아가.”여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다시 보려고 하지 않을 거라는 여진우의 말을 듣고 박연준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움직일 수 없었다. 그의 가슴이 강하게 조여 들었다.단지 이유영이 자신을 만나고 싶지 않아 한다는 사실만으로 박연준은 아무도 짐작할 수 없는 고통을 느꼈다.그의 가슴은 숨이 막힐 듯 아팠다.‘정말 이대로 볼 수 없는 건가?’변호사를 고용하여 진영숙과 대립하고, 여진우에게 사람을 시켜 이혼 서류를 보내게 했던 그 모든 행동에서 박연준은 그녀가 자신을 만나고 싶지 않아 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비록 두 사람의 관계가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박연준의 마음은 한없이 무너져 내렸다....그는 어떻게 백산 별장을 나왔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문기원이 운전대를 잡고 엄숙한 표정으로 조용히 말했다.“선생님.”“응.”“시간이 필요한 게 아닐까요? “문기원의 말은 일종의 위로였다. 지금 이유영에게는 어떤 시간이 주어진다 해도 쉽게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예전에는 단지 더 얽히고 싶지 않은 정도였지만 이제는 아예 만나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그녀의 태도는 그만큼 단호했다.“시간?”박연준은 그 말을 되뇌며 쓰라림 가득한 목소리를 토해냈다.“이유영 씨가 가장 힘들 때, 선생님은 이유영 씨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습니다. 지금 받아들이기 힘든 건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맞는 말이었다. 박연준은 이유영이 가장 믿었던 존재였고 그만큼 큰 배신을 안겼다.그녀의 최근 태도를 생각해 보면 오히려 그녀가 꽤 절제된 예의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에 놀랄 정도였다.풍산으로 돌아온 박연준은 여진우가 보낸 이혼 서류를 내려다보았다.그의 눈엔 깊은 상실감과 고통이 깃들어 있었다. 결국 그는 조용히 서명을 마치고 문기원에게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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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7화

하지만 박연준은 알지 못했다. 지금 이유영은 그 어떤 것도 바라지 않는다는 사실을.이유영이 원하는 건 단 하나, 강이한과 박연준이 그녀의 세상에서 다시는 얽히지도 않도록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었다.한밤중이 되어서야 정국진이 돌아왔다.그는 박준이 보내온 이미 서명이 되어 있는 이혼계약서를 바라보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내일 아침에 전해줘.”“네.”집사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고 정국진은 곧바로 말없이 계단을 올라갔다.모든 것이 끝났다. 이제 모두에게 해방이었다....한편, 우천시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강이한은 침대에 누워 지붕 위로 쏟아지는 빗소리에 귀를 기울였다.빗줄기는 그칠 줄을 몰랐고 강이한은 생각에 잠겼다.우천시에 온 이후로 그는 이곳이 비가 많이 오는 지역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설령 해가 떴다 해도 그 햇살은 그저 희미한 온기만 전해질 뿐 전혀 따뜻하지 않았다.그런 희미한 햇빛조차도 매일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머물렀다.그때, 신시욱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선생님, 깨어나셨습니까?”“응.”낮잠에서 깨어난 강이한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자 신시욱이 재빨리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그러나 강이한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필요 없어.”“선생님...”“이제 이 어둠에 익숙해졌어.”“...”‘어둠에 익숙해졌다고?’어쩌면 진짜 어둠을 오래도록 견뎌본 자만이 그 말의 무게를 알 수 있을 것이다.사실 우천시에 처음 왔을 때 강이한은 깊은 절망 속에 있었다. 끝없는 어둠이 그를 집어삼키고 있었고 이유영만큼 어둠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도 없었기에 정말 아무것도 볼 수 없었던 것이다.그 어둠 속에서 홀로 견디며 기다리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하지만 시간은 흐르고 사람은 익숙해지기 마련이었다.지금의 강이한도 그랬다.그는 이제 어둠 속에서도 많은 것을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민감해졌고 적응해 나갔다.“파리가 더 혼란스러워질 겁니다.”신시욱이 조용히 다가와 속삭였다.“...”그 말이 끝나자 강이한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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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8화

원래부터 엔데스 가문의 다섯째와 여섯째 도련님은 정씨 가문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이유영을 노리고 있었다. 이제는 셋째 도련님까지 가세했다.즉, 이유영이 박연준과 이혼하지 않는다 해도 이미 이 사건에 깊이 얽혀 있는 셈이었다.하지만 이혼하게 된다면 모든 상황이 뒤바뀔 것이다. 아니, 상황의 본질 자체가 송두리째 바뀔 수도 있었다.바로 그 점이 강이한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었다.정씨 가문은 정말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다.“이미 이렇게 된 이상 더 이상 깊이 생각하지 마세요.”신시욱이 조용히 말했다.이제 와서 아무리 생각을 거듭해 봤자 달라질 것은 없다는 의미였다.강이한은 잠시 침묵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상황 계속 지켜봐.”“네.”신시욱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의 표정은 점점 굳어졌다.파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알 때마다 그의 가슴은 덜컥 내려앉았다.파리는 단순한 곳이 아니었고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한 위기의 중심에 놓여 있었다.그런데도 강이한은 모든 걸 알고 싶어 했다.설령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해도 알아야만 했다.각막을 이유영에게 건넨 순간부터 강이한의 속죄는 시작되었다.남은 생을 어둠 속에서 살아가며 과거 자신이 그녀에게 저지른 모든 잘못을 갚아나가겠노라 다짐했었다.마치 스스로 감옥을 짓고 그 안에 들어간 죄인처럼 살아가고자 했다.하지만 이유영과 정씨 가문이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자신의 무력함을 감출 수 없었다.결국 그는 물러서서 타협하기로 했다.오직 이유영의 인생에 다시 평화가 깃들기만을 바라는 마음에서였다.그러나 자신이 사라졌음에도 이유영의 인생은 여전히 평온하지 않았다.그 사실은 강이한에게 너무도 가혹했다.“한 가지 더 있습니다.”신시욱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뭐지?”“사모님께서... 파리에 계십니다. 이미 두 번이나 이유영 씨를 만나셨습니다.”사실 신시욱은 이 이야기를 전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최근 강이한의 상태를 지켜보며 그의 곁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더는 참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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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9화

시윤이 저녁에 찾아갔을 때, 배준석은 자리에 없었다.진영숙이 아무리 초조해해도 그가 그녀 앞에 모습을 드러낸 건 다음 날 아침이었다.진영숙은 묵직한 시선으로 배준석을 바라보았다.“말해 줘. 지금 이유영의 눈, 이한이 거야?”진실을 빨리 알고 싶었던 진영숙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 진실이 무엇인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배준석은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정말이야?”진영숙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갈라졌다.‘정말 그렇단 말인가?’“어머님.”“쾅!”배준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영숙은 주먹을 불끈 쥐고 탁자를 세게 내리쳤다. 그녀의 몸은 떨리고 있었다.배준석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그녀는 이미 모든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그를 찾은 건 다만 마지막 확인을 위해서였을 뿐이다.“아닙니다!”진영숙의 반응을 보며 배준석이 대답했다.진실을 알게 된 진영숙이 파리에서 어떤 일을 벌일지 뻔했다.“유영이를 위해 말하지마.”“사실입니다.”“사실? 흥!”과거에도 사실이라고 말하고 거짓으로 끝난 적이 있었다.이게 사실일 리가 없었다.“그렇지 않았다면 이한이가 왜 서주를 떠났는데?”그 말에 배준석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그의 온몸이 긴장감에 순간 굳어버렸다.그렇다. 강이한이 이유영을 위해 각막을 이식하지 않았다면 굳이 서주를 떠날 일이 없었다.특히 박연준이 이유영 곁에 머물고 있었고 두 사람 사이에 그런 관계까지 있었던 상황에서 만약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면, 강이한은 떠날 이유가 없었다.자기 아들이 어떤 사람인지 진영숙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과거 청하시에서 박연준과 강이한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녀도 똑똑히 지켜보았다.그래서 그녀는 그 결말을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난 한 가지만 알고 싶어. 이한이 정말 살아서 떠난 건지.”긴 침묵 끝에 진영숙은 마침내 가슴 깊이 가라앉은 응어리를 누르듯 입을 열었다.그녀의 목소리엔 형언할 수 없는 무게와 엄숙함이 서려 있었다.배준석은 입을 떼지 못하고 머뭇거렸다.“어머님,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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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0화

진영숙은 표정이 변하더니 눈에는 짙은 음흉함이 어렸다. 그녀는 비웃으며 말했다.“빚졌다고?”그 말을 진영숙은 전혀 동의하지 않았다.강씨 집안은 애초에 이유영을 환영한 적 없었고 그녀가 먼저 다가온 것이다. 그러니 강씨 집안도 강이한도 그 누구도 이유영에게 빚진 것은 없었다.모든 일은 이유영 스스로 선택한 결과였으니 따라서 감당도 그녀의 몫이었다.진영숙은 그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임소미는 이미 아이를 데리고 퀘벡으로 떠났고 정씨 가문은 두 사람의 모든 행적을 지워버렸다. 퀘벡엔 이미 모든 준비가 끝난 상태였다.지금 진영숙은 아이가 어디 있는지도 모를뿐더러 설령 퀘벡에 가더라도 만날 수 없었다.이전까지는 이유영이 무슨 생각을 하든 정씨 가문은 최소한의 여지를 남겨두었다.강이한을 봐서 비록 진영숙에게 예의를 갖추진 않았지만 아이 문제에 관해서는 극단적이지 않았다.그러나 지금은 달랐다.진영숙이 스스로 그 모든 것들을 거부했던 것이다.이유영은 변호사를 통해 진영숙 측에 분명한 뜻을 전달했다. 그녀는 더 이상 진영숙의 얼굴을 보려 하지 않았다.박연준에 대해서도 이미 정리가 끝났다.강이한과 헤어졌을 때와는 달랐다. 박연준과는 단 한 번도 진정한 유대도 없었다.‘잊으면 그만이야.’이유영은 단호했다. 신지수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서주에 중요한 일이 있었던 박연준은 이유영과의 일을 끝마치고 미련 없이 서주로 돌아갔다.요즘 작업실은 그야말로 전쟁통이었다.이유영은 낮이면 늘 작업실에 있어야 했다.진영숙이 집에서 그녀를 찾지 못하면 작업실로 찾아왔다.하지만 이유영은 그녀를 거의 만나주지 않았다.과거 강씨 집안에 있을 땐 나름의 예우를 갖췄던 이유영이었지만 이제는 달랐다.진영숙에게서 귀부인의 기품보다는 터무니없는 고집만 부렸다.그리고 이번엔 그 차이를 더욱 분명히 보여주었다.“날 피한다고 해서 평생 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이유영, 난 평생 네 악몽이 되어 널 찾아갈 거야.”진실을 알게 된 뒤로 사흘 동안이나 이유영을 만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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