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Bab 1291 - Bab 1300

1470 Bab

제1291화

이유영이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진영숙 옆에 서 있던 시윤이 공손히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작은 사모님.”시윤이 어쩌다가 진영숙 같은 사람 곁에 오래 머물게 된 건지 이유영은 내심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녀의 기억 속에서 시윤은 이미 오래전부터 진영숙의 곁에 있었다.“시윤 씨, 기억력이 좋지 않으신 것 같아서 한번 다시 말씀드리는데요. 그 사람과 전 이미 오래전에 끝났어요.”이유영은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이미 끝난 일임을 단호하게 전했다.늘 온화한 모습의 시윤은 도통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기 힘들었다.이렇게 지혜로운 인물이 왜 진영숙 곁에 머물게 된 것인지 이유영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도련님께 작은 사모님은 언제나 소중한 아내셨습니다. 그건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었습니다.”‘아내?’아내라는 말에 이유영은 쓴웃음을 터뜨렸다.‘아내라고?’“잊으셨나 본데 전 아내였던 적이 없었어요.”그녀의 목소리엔 확신이 담겨 있었다.강씨 집안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그리고 강이한은 마지막 순간에 분명 후회했을 것이다.시윤은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휴...”더 상대하고 싶지 않았던 이유영은 자리를 뜨려 일어났다.그러나 겨우 두 걸음을 옮겼을 때, 시윤이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사모님 생각도 하셔야죠. 사모님도 불쌍한 여자입니다.”‘불쌍하다고?’그 말에 그녀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그래, 불쌍하지. 하지만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이기도 해.’“저한테 그 여자는 불쌍하기보다 증오스러운 존재에 불과해요.”그 단호한 한마디에 진영숙이 이유영에게 어떤 의미인지 분명하게 드러났다.시윤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당황한 듯했으나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증오스러운 존재라...’이유영은 더는 시윤의 말을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곧장 자리를 떠났다.차 안에 혼자 남게 된 이유영은 씁쓸한 눈빛으로 창밖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불쌍하다고? 흥.”지금 모두가 그녀더러 진영숙을 용서하고 모든 걸 내려놓으라 한다.진영숙만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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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2화

그렇다.그녀는 이제 아무것도 없었다. 집도 가족도 모두 잃었고 더 이상 돌아갈 곳도 없었다.어떤 말로도 위로가 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시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최대한 빨리 도련님을 찾겠습니다.”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말이었다.지금 모든 문제의 중심에는 강이한이 있었기에 그가 어디 있는지 찾는 것이 가장 급선무였다. 시윤이 강이한을 언급하자 진영숙의 마음은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졌다.“돌아오면 뭐가 달라지는데?”돌아온다고 해도 고통스러움은 여전할 것이다.그녀는 강이한과 이유영의 결말이 이토록 참혹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결국 이유영에 대한 증오심은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었다.이유영이 다른 남자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떠올리며 진영숙은 이를 악물고 외쳤다.“음란한 여자 같으니라고!”자기 아들은 이유영을 위해 모든 걸 내던지고 희생했는데 정작 이유영은 다른 남자들과 잘만 어울려 다녔다.“그럴 가치도 없는 사람인데.”진영숙은 답답한 마음에 숨이 막혔다.강이한의 행동이 결국 아무 가치도 없는 희생에 불과하다고 생각한 진영숙은 더욱 화가 치밀었다.“그럴 가치가 있든 없든, 그건 도련님의 선택입니다.”시윤이 봤을 때도 이유영을 탓할 일은 아닌 것이다.이 모든 것 또한 이유영의 선택이었기 때문이다.“시윤아!”진영숙은 한껏 격앙된 목소리로 시윤을 노려보며 말했다.“지금 그 여자 편을 드는 거야? 그 여자가 날 얼마나 비참하게 했는지 몰라서 그래? 내 아들은 걔 때문에 모든 걸 다 잃었어.”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유영은 마녀가 틀림없어.”진영숙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녀에게 이유영은 마녀와 같은 존재였다.강이한은 이유영 때문에 모든 걸 잃었고 진영숙은 아이도 볼 수 없게 되었다. 아이 생각을 하자 진영숙은 괴롭다 못해 분노로 차올랐다.이 상황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일은 이미 의미 없었다.“빨리 아이를 찾아야겠어.”강이한 뿐만 아니라 아이도 빨리 찾아야 했다. 강씨 집안에 속한 모든 걸 더 이상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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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3화

드디어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모두가 우려했던 대로 이유영과 박연준이 끝나자마자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가기 시작했다.“거절하시면 안 될 텐데요?”“저는 거절할게요.”이유영은 담담한 목소리로 단도직입적으로 대답했다.이유영의 말이 끝나자 엔데스 신우는 가볍게 웃었다.분명 부드러운 울음소리임에도 불구하고 이유영은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이만 끊을게요.”짜증이 치밀어 오른 이유영은 상대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주저 없이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박연준과 이혼하기 전부터 예상했던 일이었지만 막상 그 순간이 닥치자 이유영의 마음은 결코 평온할 수 없었다.아무리 고단한 삶이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이제는 더 이상 박연준과 강이한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그 시각, 전화기 너머의 엔데스 신우는 더블루 리버스에 있었다. 그가 건강을 회복했다고 발표한 뒤로 주변은 연일 복잡했다.하지만 그는 날카로운 직감으로 숱한 사람들을 밀어냈다.지금까지 곁을 지켜온 종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중요한 시점일수록 신분을 감추는 것이 오히려 유리했을 텐데, 왜 하필 이때 건강 회복을 발표한 걸까?’특히 송씨 가문의 반응은 추악했다.셋째 도련님이 건강을 되찾았다는 발표가 나오자마자 넷째 도련님과 혼인했던 여자를 앞세워 접근해 왔다.탐색이라는 명분은 허울일 뿐이었다.오랜 병환으로 셋째 도련님에게 든든한 지지 세력이 없다고 판단한 송씨 가문은 외동딸을 앞세워 이 사태를 이용하려 들었다.종수는 식은땀을 흘렸다. 그들에게 딸이 한 명이라 다행이지 여러 명이었다면 더 끔찍한 일을 벌였을지도 모른다.건장이 회복되었다는 발표 이후, 엔데스 신우의 상황이 명백히 달라졌음을 그의 곁을 지키던 사람들도 느낄 수 있었다.“이유영 씨가 거절했습니다.”종수는 씁쓸한 어조로 말했다.하지만 신우의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며 그 씁쓸함은 더 깊어졌다.엔데스 신우는 수년간 병을 핑계로 세상과 거리를 두었다. 그 곁을 지켜온 이들은 그 시간 동안 인간관계의 온기와 냉혹함을 뼈저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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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4화

‘알고 지낸 사이?’종수의 말에 엔데스 신우의 머릿속에 수많은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그의 깊은 눈동자에는 잠시 부드러운 빛이 어렸다....한편, 진영숙은 실제로 이유영을 고소했다.하지만 진영숙이 아무리 소란을 피워도 이유영은 예전처럼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특히 진영숙은 이 사건을 파리 언론에 터뜨리려 했지만 끝내 어떤 언론사도 보도하지 않았다.그 배후에는 분명 정씨 가문이 있었다. 보도하려면 먼저 정씨 가문의 허락을 받아야 했던 것이다.“퍽!”진영숙이 컵을 집어 바닥에 내던지자 유리잔은 산산조각 나며 깨졌다.유리 조각 하나가 진영숙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고 그녀는 순간 숨을 들이켰다.“씁!”분노에 휩싸인 그녀는 소파 위에 있던 쿠션까지 집어 던졌다.근처에 있던 시윤은 그 광경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진영숙의 곁을 지키며 그녀의 심정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감히 나를 이런 식으로 대해?”진영숙은 악에 받쳐 소리쳤다.사람은 절대 쉽게 변하지 않았다. 모든 걸 알게 된 진영숙은 예전에 이유영에게 양보했다고 생각한 만큼 더 미쳐 날뛰고 있었다.강이한의 행방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진영숙의 감정은 더욱 격앙될 수밖에 없었다.지금 그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일 것이다.강이한은 이유영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는데도 이유영의 태도는 여전히 차가웠다. 심지어 진영숙 자신에게까지 모욕을 서슴지 않았다.강씨 가문을 향한 이유영의 태도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사모님, 진정하세요.”“시윤아, 내가 어떻게 진정할 수 있겠어. 마음이 아프고 분해서 견딜 수가 없어.”진영숙의 목소리는 이미 무너져 있었다.어떻게 화가 나지 않겠는가?강이한이 이유영과 함께하기 위해 자신에게 얼마나 반항했는지를 떠올릴 때마다 마음이 찢어졌다.“정씨 가문은 파리에서 대체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길래 이렇게 큰 뉴스거리를 아무도 보도하지 않는 거야.”그 말을 뱉으며 진영숙의 분노는 더욱 거세졌다.파리에는 정씨 가문에 맞설 수 있는 자가 없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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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5화

강이한이 살아 있기나 한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던 진영숙은 모든 희망을 아이에게 걸고 있었다.아이만 곁에 있다면 조금은 숨 쉴 틈이 생길 것 같았다.하지만 이유영은 그 바람마저도 단칼에 잘랐다. 아이를 파리에서 데리고 나가 만나게조차 하지 않았다.그녀는 분노했고 아이를 되찾기 위해 미친 듯 날뛰었지만 결과는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시윤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네.”그 짧은 대답에 진영숙은 온몸에서 힘이 빠지는 느낌이었다.“이건 정말 너무하잖아.”주먹을 불끈 쥐고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너무한 거 아니야? 아이를 만나지 못하게 한 것도 모자라 파리에서 아예 데리고 나갔어.’“해외에서 찾을 수 있을까?”진영숙은 이를 악물고 물었다.정씨 가문이 파리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면 해외에서 방법을 찾는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시윤은 눈살을 찌푸리며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무슨 뜻이야?”그 반응에 진영숙의 감정은 더욱 날카로워졌다.시윤은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정씨 가문의 국제적 지위는 사모님도 잘 아시잖습니까.”그녀는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다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이유영과 강이한의 관계를 허락했던 이유도 청하시에 있을 때 정씨 가문의 영향력을 똑똑히 알고 있었다.하지만 진영숙은 이유영 뒤에 그렇게 강력한 세력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그러니까 손녀를 되찾을 방법이 없단 말이지?”이유영의 태도를 보며 진영숙은 조용히 마음을 접었다.강이한과 이유영 사이엔 더 이상 아무런 가능성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 가능성이 사라진 이유가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진영숙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예로부터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이 부부 사이를 갈라놓는 가장 큰 원인이라 했다.그 말을 외면하고 싶었던 진영숙도 이제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왜 그렇게 집착하시는 겁니까.”시윤이 조심스럽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집착이라고?’“난 아무것도 없잖아.”진영숙은 거의 울음을 터뜨릴 듯한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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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6화

그 소식을 접한 이유영은 아침 식탁에서 평온하게 식사를 이어가던 여진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네가 한 거야?”“뭐?”“진영숙 말이야.”이유영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진영숙에게서 고소장을 받은 직후 갑자기 모든 소송이 철회되다니 뭔가 수상했다.여진우가 아니라면 아버지가 한 일이 분명했다.“응.”여진우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이런 방식을 좋아하진 않지만 진영숙이라면 잘된 일이야.”‘지금쯤 진영숙은 어떤 기분일까?’절망 그 이상일 것이다.그녀는 자기에게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고 생각하며 모든 희망을 월이에게 걸고 있었다.그런데 여진우는 그 마지막 출구마저 닫아버렸고 그 절망감은 과거 아이를 잃었을 때보다 더 깊고 처참할 것이다.“유영아.”“응?”“앞으로 무슨 일이 있으면 꼭 나한테 말해. 알겠지?”여진우가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며 말했다.지금 두 사람에게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기에 진영숙 문제에 시간을 쏟을 여유가 없었다.진영숙은 얼마든지 소란을 피울 수 있었지만 그 소란에 더는 반응하고 싶지 않았다.그 말을 들은 이유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응.”이유영은 마음이 따뜻하게 물들어 갔다.“말할 게 하나 더 있어.”“뭔데?”“아버지, 퀘벡으로 간대.”그 말을 들은 이유영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 여진우를 바라보았다.‘퀘벡으로 간다고?’그녀는 아버지가 요즘 많이 바쁘다는 것만 알고 있었고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몰랐다.하지만 여진우가 말했듯 아버지는 지금 로열 글로벌의 내사를 처리하고 있고 그 업무는 여진우 손에 들어가고 있었다.“아빠가...”이유영은 입술을 달싹였지만 아무 말도 이어지지 않았다.“아버지는 평생 어머니와 떨어져 지내신 적이 없어.”여진우의 간단한 한마디가 부모님의 관계를 말해주었다.외부에서 아무리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해도 두 사람의 사이는 늘 돈독했다. 그 관계가 좋지 않았다면 그들은 이 집으로 다시 돌아가지 못했을 것이다.“내 잘못이야.”어머니는 파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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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7화

여진우는 떠났고 정국진이 돌아왔다.정국진은 오늘 작업실에 나가지 않은 이유영을 바라보며 눈빛에는 아버지의 부드러움이 어려 있었다.“서재로 와.”말을 마친 정국진은 조용히 걸음을 옮겼고 이유영은 그 뒤를 따랐다.서재에 도착하고 정국진은 잠시 이유영을 바라보며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하지만 이유영은 그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다 알아요.”“알고 있다고?”“네.”이유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고 있었기에 오늘 하루 종일 마음이 편치 않았고 그래서 작업실에도 나가지 못했던 것이다.정국진은 그녀를 바라보다가 길게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유영아, 네 어머니는 널 잃었다고 생각하고 그동안 끊임없는 고통 속에 살았단다. 우리는 네게 오빠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어.”그 말을 들은 이유영은 가슴이 뻐근하게 저렸다.지금 진영숙이 월이를 빼앗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는 상황에서 이유영 역시 그녀와 정면으로 맞서며 절대로 월이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끝까지 버티고 있었다.모든 어머니는 자기 아이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게 된다.어머니가 자신을 잃었다고 느꼈을 때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를 짐작하게 했다.“특히 정유라는 이제껏 말도 잘 듣지 않았어.”정국진은 정유라에 대해 말하면서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그 수년 동안 정유라는 그들의 삶에서 보물과도 같은 존재였다.그들은 정유라를 위해 온 마음을 쏟았다. 하지만 그토록 애지중지 키운 아이가 결국 다른 사람의 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임소미의 마음이 얼마나 찢어졌을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그래서 지금 정유라가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들 중 누구도 그녀를 도와주지 않는 것이다.임소미가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정유라의 친부모는 정국진과 임소미의 딸을 빼앗아 그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자라게 했다.아이 부모에게 있어 이보다 더 참혹한 일은 없을 것이다.게다가 정유라는 그 오랜 시간 동안, 부부가 쏟아부은 정성과 사랑을 가볍게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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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8화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좀 더 이성적으로 생각해야 해. 알겠지?”“네.”이유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최대한 아버지의 걱정을 덜어드리고 싶었다.결국 지금의 상황은 아버지가 가장 바랐던 그림이 실현된 결과였기 때문이다. 정국진이 파리를 떠난다는 것은 곧 파리 전체의 권력 구조가 간접적으로 바뀌는 일이나 다름없었다.예전엔 정국진과 임소미를 의식하며 움직였다면 이제는 모든 시선이 여진우에게 쏠릴 수밖에 없는 완전히 다른 국면이었다.그리고 여진우는 그 무게를 누구보다 잘 감당하고 있었다.정국진처럼 좀처럼 누구도 쉽게 믿지 않던 사람이 여진우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떠날 수 있었던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사실 정국진은 오래전부터 임소미와 조용히 함께 지내고 싶었다.그래서 여진우가 나타나기 전까지 이유영에게 로열 글로벌을 물려주려고 그렇게 애를 썼던 것이다.하지만 그 시절의 이유영은 준비가 되지 못했고 그래서 그는 파리에 남을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하늘이 그 마음을 알아주기라고 하듯 여진우가 나타났고 그 덕분에 그들의 마침내 꿈꿔오던 조용한 삶을 실현할 수 있었다....그렇게 정국진은 퀘벡으로 떠났다.사실 갑작스러운 건 아니었다. 그는 이미 여진우와 함께 준비를 해왔고 다만 이유영만 알지 못했을 뿐이다.그렇게 사흘이 흘렀고 그동안 이유영은 어머니가 보내온 영상들을 통해 정국진이 퀘벡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하나하나 확인할 수 있었다.함께 살고 있지 않은 만큼 모두가 애틋하게 생각하고 있었다.“엄마, 월이 보러 언제 올 거예요?”전화기 너머로 월이의 애교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그 부드럽고 천진한 음성이 이유영의 마음을 단숨에 녹였다.이 작은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이유영은 목숨을 걸 수도 있었다.사람들은 흔히, 상처 입은 여자는 자신을 힘들게 한 남자의 아이조차 미워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 아이의 존재 자체가 자신의 비극을 상기시키기 때문에 끝내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이다.하지만 이유영은 그런 감정을 단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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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9화

비록 모두가 이런 상황을 어렴풋이 예상했지만 막상 그 순간이 닥치자 여전히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두 사람...”엔데스 가문이 이렇게까지 빠르게 움직일 줄은 몰랐다. 게다가 아버지인 정국진이 이미 파리를 떠난 뒤였음에도 말이다.이제 모든 것은 여진우에게 달려 있었다.로열 글로벌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했고 과거 정국진에게 집중되었던 세력은 고스란히 여진우에게 쏠려 있었다.“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해?”이유영의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아버지를 찾는 것이었다.하지만 자신이 정씨 가문으로 돌아온 뒤로 아버지는 어머니와 함께 조용히 살아가길 바라왔다는 사실이 문득 떠올랐다.드디어 그 오랜 바람이 이루어졌고 이유영과 여진우는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그 아름다움은 부모가 오래도록 기다려 얻어낸 평온이었고 자식인 그녀가 감히 흔들어서는 안 될 소중한 것이었다.“넌 이 일에 신경쓰지 마.”여진우의 말투는 아버지가 늘 하던 말과 똑같았다.이유영은 입술을 움직이며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그때 여진우가 조용히 그녀의 뺨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이제 알겠어? 강이한과 박연준이 왜 너를 그렇게 지키려고 했는지.”그 말을 듣자 이유영의 숨이 더 막혀 왔다.그녀가 알기로 두 사람에게 자신은 그저 대체품에 불과했다.마지막에 어쩌면 작은 자리를 차지했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우연일 뿐이었다.그리고 그 마음은 언제든지 깨질 수 있는 것이었다. 과거에 한지음과 이온유를 위해 한 짓처럼.그 모든 기억이 떠오르자 이유영의 마음 깊은 곳이 저릿하게 아려 왔다.“오빠.”“응?”“그건 보호가 아니야. 그냥 양심의 가책을 느꼈을 뿐이겠지.”‘그 사람들에게 과연 양심이란 게 있었을까? 감정조차 메마른 사람들이 무슨 수로 죄책감을 느낄 수 있겠는가?’그렇다면 그 모든 행동은 무엇이었을까? 이유영은 알 수 없었다.그저 한 가지 확실한 건 연서라는 존재를 알게 된 이후로 그들의 행동에 더 이상 마음을 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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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0화

그들은 이유영이 모든 것을 내려놓기를 바랐다.그래야 그녀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었지만 지금의 이유영을 보면 쉽게 그럴 수 없는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이제 그만해.”이게 바로 이유영이었다.지금 박연준이든 강이한이든 그들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 싫어했다.엔데스 가문이 아무리 힘들게 해도 그녀는 이미 모든 걸 예감하고 벗어날 준비가 되어 있었다.지금 이 고통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고 더 이상 박연준과 강이한의 보호 따위는 필요 없었다. 이유영에게 그런 건 보호가 아니었다.“그래, 먼저 가서 쉬어.”여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가장 피하고 싶은 주제가 바로 박연준과 강이한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말하지 않는 편이 나았다.정국진이 떠나고 파리는 크고 작은 변화를 겪고 있었지만 이유영의 삶은 쉽게 달라질 리 없었다.여진우는 생각보다 훨씬 깊이 이유영을 신경 쓰고 있었다.계단을 오르던 이유영은 뭔가 떠오른 듯 걸음을 멈추고 여진우를 돌아보았다.“다섯째 도련님과 여섯째 도련님, 그 둘의 차이가 뭐라고 생각해?”“둘 다 좋은 사람들은 아니야.”여진우의 눈에는 그랬다.‘좋은 사람?’그렇게 따지면 엔데스 가문엔 좋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그럼 셋째 도련님은?”속으로는 이미 나름대로 판단했지만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었다.셋째 도련님의 이름이 나오자 여진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한참 말이 없었다. 그러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조사해보니 일부러 바보인 척하며 가문의 감시를 피하던 사람이야. 하지만 여러 정황으로 봤을 때 셋째 도련님과 현우가 아마도 가장 정이 깊은 사람이 아닐까 싶어.”‘정이 깊다고? 그렇다면 엔데스 가문에도 좋은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일까?’파리로 돌아온 이후, 이유영은 엔데스 가문의 도련님끼리 벌어졌던 일들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큰 도련님의 아내, 위화영은 처음에 여섯째 도련님의 손에 있다고 했지만 실상은 행방조차 알 수 없었다.그들은 가문의 권력을 위해 형제도 형제의 가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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