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영이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진영숙 옆에 서 있던 시윤이 공손히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작은 사모님.”시윤이 어쩌다가 진영숙 같은 사람 곁에 오래 머물게 된 건지 이유영은 내심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녀의 기억 속에서 시윤은 이미 오래전부터 진영숙의 곁에 있었다.“시윤 씨, 기억력이 좋지 않으신 것 같아서 한번 다시 말씀드리는데요. 그 사람과 전 이미 오래전에 끝났어요.”이유영은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이미 끝난 일임을 단호하게 전했다.늘 온화한 모습의 시윤은 도통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기 힘들었다.이렇게 지혜로운 인물이 왜 진영숙 곁에 머물게 된 것인지 이유영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도련님께 작은 사모님은 언제나 소중한 아내셨습니다. 그건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었습니다.”‘아내?’아내라는 말에 이유영은 쓴웃음을 터뜨렸다.‘아내라고?’“잊으셨나 본데 전 아내였던 적이 없었어요.”그녀의 목소리엔 확신이 담겨 있었다.강씨 집안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그리고 강이한은 마지막 순간에 분명 후회했을 것이다.시윤은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휴...”더 상대하고 싶지 않았던 이유영은 자리를 뜨려 일어났다.그러나 겨우 두 걸음을 옮겼을 때, 시윤이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사모님 생각도 하셔야죠. 사모님도 불쌍한 여자입니다.”‘불쌍하다고?’그 말에 그녀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그래, 불쌍하지. 하지만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이기도 해.’“저한테 그 여자는 불쌍하기보다 증오스러운 존재에 불과해요.”그 단호한 한마디에 진영숙이 이유영에게 어떤 의미인지 분명하게 드러났다.시윤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당황한 듯했으나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증오스러운 존재라...’이유영은 더는 시윤의 말을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곧장 자리를 떠났다.차 안에 혼자 남게 된 이유영은 씁쓸한 눈빛으로 창밖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불쌍하다고? 흥.”지금 모두가 그녀더러 진영숙을 용서하고 모든 걸 내려놓으라 한다.진영숙만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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