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Bab 1311 - Bab 1320

1323 Bab

제1311화

말이 끝나자 남자의 눈빛이 한층 어두워졌다.엔데스 명우가 입을 열기도 전에 이유영이 다시 비꼬듯 냉소를 담아 말을 이었다.“은지가 도련님한테 체면이 남아 있긴 했나 보죠? 제가 그건 또 몰랐네요?”소은지 얘기가 나왔다면 할 말은 더 많아진다.이유영 입장에서 보자면 이 엔데스 명우는 소은지를 거의 진창에 내던지다시피 했던 사람이었다.그랬던 사람이 지금 와서 소은지의 이름을 들먹인다?“혹시 잊은 거 아니죠? 본인이 그 사람을 어떻게 나락에 떨어뜨렸는지. 지금 저를 이용해서 그 사람한테 생색내겠다는 거예요?”“...”“예전엔 본인 입으로 은지가 그럴 자격도 없다고 몇 번이나 말했잖아요?”이유영은 비웃음을 담아 엔데스 명우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녀 입장에선 이것이 사실이었다.남자라는 존재는 많은 경우 사람을 모욕할 때 그 입이 여자보다도 훨씬 더 잔인하다고 생각되었다.엔데스 명우는 말이 없었고 두 사람 사이엔 날이 선 기류만 감돌았다.어느 누구도 물러설 기색이 없었다.긴 침묵 끝에, 엔데스 명우가 웃었다.위험할 만큼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남자는 피식 웃었다.“보아하니 진짜 우리 셋째 형하고 가까워질 셈인가 보네? 이게 결국 정씨 가문의 선택인가?”“정씨 가문은 애초에 뭘 선택할 필요가 없어요. 그러니까 그런 비꼬는 어투로 말하지 마세요.”양보?예전엔 너무 많이 양보한 탓에 이 사람들이 점점 더 선을 넘는 결과를 가져왔었다.하지만 이제 더는 없다.엔데스 명우는 이유영을 바라보며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낯섦을 느꼈다.사실 인정할 수밖에 없다.예전 그 짧은 만남 속 이유영은 정국진의 보호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은 어린애 같은 느낌이었다.그런데 지금은?정국진이 파리를 떠난 뒤에도 여전히 여진우의 보호 아래 있긴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의 그녀는 더 이상 보호 따위 필요 없어 보였다.그녀는 온몸에서 차갑고 단단하게 가시를 세운 듯했다.“하.”엔데스 명우는 피식 웃었다.이유영의 날카로움에 웃음이 나왔던 것이다.그는 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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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2화

조금 전 엔데스 명우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 이유영 역시 똑똑히 느꼈다.이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충분했다. 예전 여진우와 함께 있을 때 엔데스 명우가 얼마나 강압적인 사람이었는지.그때, 핸드폰 화면이 깜빡였다.거기엔 이유영이 한 번도 먼저 눌러본 적 없는 번호가 떠 있었다.전화를 받자 상대의 목소리가 빠르게 흘러나왔다.“유영.”“...”‘유영’이라는 두 글자를 들은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그렇게 부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그런데 지금 엔데스 신우가 그렇게 부르고 있었다.언제부터 이렇게 친한 사이였던 걸까?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오늘 밤 저랑 같이 연회에 가요.”“여섯째가 찾아갔군요?”말문이 막힌 이유영은 잠시 멍해졌다가 곧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대체 뭘 그렇게 다 알고 있는 거예요?”정말 그렇다.이 사람은 모든 걸 손에 쥐고 있는 듯한 태도였다.엔데스 신우는 담담히 말했다.“유영 씨를 곁에 두겠다고 한 이상 당연히 책임져야지. 안 그래요?”‘책임?’그 두 글자를 들은 순간 이유영 얼굴엔 금세 냉기가 돌았다.“그런 말 함부로 하지 말랬잖아요.”‘약속 같은 말은 절대 가볍게 입에 올리지 말라고.’말하는 사람은 대수롭지 않게 했을 수도 있다.하지만 듣는 사람에겐 그게 전부일 수 있다.그런 말로 기대고 싶었던 마음, 그건 더 이상 이유영의 것이 아니었다.강이한과 박연준 그 두 사람을 통해 이유영은 그런 약속이 얼마나 허무하고 잔인한 건지 이미 충분히 겪고도 남았다.그래서 지금의 그녀는 누구도 쉽게 믿지 않았다.엔데스 신우는 웃으며 말했다.“참, 바보 같은 사람이네요.”“...”“밤에 데리러 갈게요.”이유영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전화기 너머 남자의 말은 담담하게 이어졌고 이윽고 통화는 끝났다.세상은 다시 조용해졌다.이유영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지끈거리는 이마를 눌렀다.문득 떠오른 건 엔데스 명우였다.부정할 수 없었다.조금 전 그 순간 자신이 왜 엔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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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3화

진영숙은 지금 모든 원망과 분노를 이유영에게 쏟아붓고 있었다.예전엔 분명 이유영이라는 존재 앞에서 그들의 관계를 위해 많은 걸 양보하고 타협했었는데 지금에 와선 그 양보가 전부 다 분노와 후회의 씨앗이 되어 되돌아오고 있었다.그녀는 요즘 매일같이 수많은 변호사를 만났다.처음엔 반드시 최고를 고집했지만 이젠 아이만 돌려받을 수 있다면 누구든 상관없었다.하지만 문제는 그녀가 아무리 몸을 낮춰도 이유영과의 양육권 분쟁이라고 말만 꺼내면 모두가 슬그머니 손을 뗐다.심지어 외국 변호사들조차 나서려 하지 않았다.“정말...!”진영숙은 이를 악물었다.수십 명을 만나고도 헛수고였던 오늘, 그녀는 결국 분노를 터뜨렸다.손에 쥐고 있던 찻잔이 쨍그랑하고 바닥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났다.얼굴엔 광기 어린 분노가 번졌고 그 눈빛엔 이유영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살기가 서려 있었다.그때, 곁에 있던 서윤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사모님, 이제 그만 포기하시죠.”진영숙이 가장 믿고 의지하던 사람, 어떤 일이든 반드시 해결하던 서윤조차 지금 이 파리에서 정씨 가문과 맞서는 순간 두 손을 들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하지만 진영숙이 그럴 리가 없었다.‘아이를 보여주지 않는 건 그렇다 쳐. 근데 우리 아들까지...!’“포기하라고? 내가 어떻게 포기해?”분노가 치밀어 올라 목소리가 잔뜩 커졌다.그녀는 평생 서윤에게 큰소리 한 번 낸 적 없었지만 지금은 참을 수 없었다.속에서 끓어오르는 화가 멈추지 않았다.서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진영숙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그년은 내 모든 걸 빼앗아 갔어. 그런 사람이 아이까지 못 보게 해?”이런 생각이 들자 분노는 더욱 치솟았다.그렇다.진영숙은 자신이 지금 모든 것을 잃은 이유가 모두 이유영 때문이라 믿고 있었다.이유영이 자신의 세상에 나타난 그 날부터 그녀의 모든 것이 하나둘 무너지기 시작했다.결국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없이 손에 쥔 건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그런데 이제 와서 포기하라고? 왜?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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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4화

가슴께가 마치 숨이 막히듯 아팠다.“사모님!”“난 이제 아무것도 없어. 그 여자가 모든 걸 망쳐놨어. 알아?”시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영숙이 말을 끊었다.진영숙은 이유영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었다.두 사람 사이에 아직 말이 더 오가려던 찰나, 시윤의 핸드폰이 진동했다.급히 확인해보니 중요한 속보였다.그 안의 내용을 본 순간 시윤의 얼굴빛이 변했다.진영숙 역시 시윤의 그 미세한 변화를 감지했다.“뭐야?”시윤은 불안한 눈빛으로 진영숙을 바라봤지만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그 순간, 진영숙이 시윤의 핸드폰을 낚아채듯 빼앗아 들여다보았다.그리고 관련 내용을 본 순간 진영숙의 눈동자가 확 좁아졌다.“이유영...!”이 세 글자를 그녀는 거의 이를 갈며 뱉었다.‘내 아들은 지금 생사조차 불분명한 상황인데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 엔데스 가문 셋째랑 함께 각종 연회에 참석 중이라고?’“저 여우 같은 계집이!”진영숙은 당장이라도 이유영을 찢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강씨 가문의 며느리란 여자가 감히 이런 짓을 해놓고도 뻔뻔하게 얼굴을 들고 다닌다니, 그렇다면 세상에 이 여자가 못 할 짓이 도대체 뭐가 있겠는가?‘박연준도 모자라 이제는 엔데스 가문까지?’시윤이 말했다.“지금 이 일, 우리 입장에서도 훨씬 더 복잡해졌어요. 상대가 엔데스 가문이잖아요.”시윤은 파리에서 엔데스 가문이 어떤 존재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진영숙 역시 마찬가지였다.예전엔 박연준과 강이한 사이에 이런저런 관계가 얽혀 있었기에 그쪽과 얘기를 하다 보면 어느 정도는 감정적인 여지가 있었지만 이번엔 달랐다.이유영이 엔데스 가문과 엮이게 되면 이제 그녀는 쉽게 상대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리는 것이다.예전엔 정씨 가문 정도였기에 강씨 가문과의 격차가 분명 느껴지긴 했어도 지금처럼 무력하게 느껴지진 않았다.하지만 이젠 엔데스다.이로 인해 원래도 간단치 않았던 문제가 더 복잡하게 꼬여버렸다.“절대 그냥 안 넘겨. 그 여자 내가 반드시 끝장낼 거야.”진영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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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5화

‘바보라면 어떻게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겠어?’지금 엔데스 신우의 등장은 그야말로 모두를 숨 멎게 만들었다.‘절세의 미남’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무도회장 중앙.곧고 고고한 남자의 실루엣, 그 손안에서 이유영은 마치 나비처럼 가볍게 움직였고 두 사람의 모습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사람들의 시선은 멍하니 고정됐다.‘회복했다는 소식만으로도 놀라웠는데 설마 춤까지 저토록 능숙하게 출 줄이야!’그녀는 그의 손길 아래 부드럽게 감싸인 듯 보였고 수많은 이들이 그 장면을 부러운 눈길로 바라봤다.모두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싶어할 정도였다.“도련님, 정말 교활하시네요.”두 사람이 서로를 끌어안은 순간 이유영이 참지 못하고 웃으며 중얼거렸다.“네?”남자는 못 들은 척, 일부러 모르는 척 반응했다.이유영이 말했다.“이런 춤은 하루 이틀 배워서 되는 게 아니잖아요. 그런데도 아직도 사람들 앞에선 바보라고 하실 건가요?”‘바보’라는 말 이 얼마나 조롱 같고 비극적인 타이틀인가.한때의 엔데스 가문이 셋째가 이런 존재였다니,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그때, 송연미도 그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다.눈 앞에 펼쳐진 엔데스 신우의 압도적인 자태를 보며 송연미는 단순히 놀란 것이 아니었다.차마 감출 수 없는 치명적인 질투가 치밀었다.이유영을 바라보는 눈빛은 차가운 적의로 물들어 있었다.예전 아버지가 자신을 엔데스 신우에게 시집보내려 했을 때, 그녀는 절망에 빠졌었다.어떻게 바보와 결혼하느냐고 말이다.하지만 지금 보니 그 ‘바보’는 바보가 아니었고 게다가 이토록 완벽한 얼굴까지 가지고 있었다.엔데스 운빈보다, 심지어 엔데스 현우보다도 훨씬 더 잘생겼다....연회가 끝나고 백산 별장으로 돌아가는 길.“오늘부터 또다시 제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겠네요. 다 도련님 덕분이에요.”이유영이 말했다.“그게 그렇게 신경 쓰여요?”남자는 가볍게 웃었다.‘신경? 뭐가? 평판 같은 거?’청하시 때부터 그녀는 이미 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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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6화

이 말을 들은 이유영은 곧장 여진우의 뜻이라는 걸 알아차리고는 고개를 끄덕인 뒤 돌아서 나갔다.남은 건 여진우와 엔데스 신우, 단 둘뿐이었다.특히 여진우의 얼굴엔 짙은 안개가 드리운 듯했으며 그 눈빛도 한층 더 어두워져 있었다.“도련님.”“다섯째 도련님과 여섯째 도련님 쪽에서 아마 앞으로도 계속 도련님을 찾을 겁니다.”“그러니...”“필요 없어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남자는 몸을 돌려 차에 올랐다.확실히 필요 없었다.이 모든 세월 동안 정국진이 엔데스 가문과 어떤 관계도 맺지 않은 이유는 단순한 경계심 때문만은 아니었다.과거 정국진이 상대했던 엔데스 가문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빨을 드러낸 짐승 같았고 엮이는 순간 그들은 무조건 무언가를 뜯어내려 들었다.그 ‘무언가’는 대부분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특히 로열 글로벌, 그것만으로도 수많은 엔데스 가문의 이들이 군침을 흘렸다.정국진은 절대로 자신의 정씨 가문이 그런 이들에 물드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그런데 엔데스 신우는 ‘필요 없다’고 했다.확실히 이 사람은 다른 엔데스 가문 사람들과는 뭔가 달랐다.안에서는 이유영이 기다리고 있었고 뒤이어 여진우가 들어서며 말했다.“오늘 예쁘네.”솔직히 말해 여진우가 어떤 여자에게 ‘예쁘다’는 말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이유영은 키가 좀 작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지만 몸매는 꽤 괜찮았다.무슨 옷을 입든 아담한 체형에 딱 어울리는 스타일을 고르면 항상 제법 분위기가 살아났다.“도련님이 뭐라고 하셨어?”이유영은 엔데스 신우에 대해서는 여전히 조심스러웠다.말투든 거리든 하나하나 조심하고 또 조심했다.엔데스 신우라는 사람은 워낙 예측 불가능한 면이 있었으니 말이다.“어차피 다 같은 엔데스 가문 사람이야. 네가 선을 좀 잘 지켜.”“응.”이유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여진우의 말이 무슨 뜻인지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지금 엔데스 가문은 그야말로 중대한 시기를 겪고 있다.결국 누가 실권을 쥘지는 아직 모르는 상황에서 만약 적대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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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7화

밤이 깊었다.언제나 그렇듯 어둠이 깔리면 사람의 마음도 달빛처럼 차분해진다.하지만 아무도 모른다.이 고요한 밤이 이유영에게는 가장 견디기 힘든 시간일 수도 있다는 걸.딸과 영상통화를 마친 뒤, 그녀의 세상은 조용해졌지만 마음속은 도무지 가라앉질 않았다.그때 신지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유영 씨, 나 지금 파리에 있어요.”전화기 너머에서 신지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유영은 순간 멈칫했다.“아직 안 돌아간 거예요?”‘며칠이나 지났는데?’신지수가 있는 신씨 가문 역시 정신없이 바쁠 시기였다.강이한이 모든 걸 박연준에게 넘긴 뒤, 그 여파가 신씨 가문에 아무 영향도 없을 리 없다.이유영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이 와중에 신지수가 파리에 이렇게 오래 머물고 있을 줄은 말이다.“나 안 만나러 와요?”“...”‘언제부터 신씨 가문 여자들이 이런 귀여운 톤을 쓸 줄 알았지?’...반 시간쯤 후.이유영은 반산월에 도착했다.신지수는 서주에 온 뒤 계속 이곳 이유영의 집에 머물고 있었다.우지와 우현이는 이미 잠든 상태였다.“무슨 일 있어요?”신지수의 얼굴만 봐도 이유영은 알 수 있었다.분명 뭔가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다는 걸.도착하자마자 몇 번이나 거듭해서 한숨을 쉬었기 때문이다.“하아...”또 한 번의 깊은 탄식이었다.‘도대체 무슨 일이래.’“요즘 파리에 이렇게 오래 있을 만큼 한가했어요?”‘예전엔 절대 그럴 수 없었던 사람인데.’지금처럼 여유 부릴 사람이 아니었기에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었다.“유영 씨 때문에 나 완전히 골치 아파졌어요. 아빠가 지금 나한테 집에 들어오지도 말래요.”“...”‘들어오지도 말라 한다니? 그건 좀 심한 거 아닌가?’이유영이 입을 열기도 전, 신지수는 말을 이었다.“전에 강이한 덕분에 얻은 이득이 있었잖아요. 근데 지금은 그게 다 물거품 됐을 뿐 아니라...”‘뿐 아니라’ 뒤에 이어질 말은 결국 나오지 않았다.신지수는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꾹 다물었다.말끝을 흐리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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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8화

이유영은 말이 없었다.‘정말 아무것도 없었던 걸까? 있었더라도 지수 씨에게 말하진 않았겠지. 그 시기의 지수 씨는 애초에 자신만의 세계에 있었으니까.’“강이한, 진짜 미친 사람 아니에요? 어떻게 그렇게 쉽게 손 털고 나가버릴 수가 있냐고요.”이건 단순한 놀람의 수준이 아니었다.이번 일에 엮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강이한이 갑작스럽게 이런 행동을 할 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적어도 신지수 같은 사람들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테니 이 사건은 그야말로 세상이 뒤집히는 일이나 다름없었다.“그 사람 원래 정상이었던 적이 없잖아요.”강이한 이야기를 꺼낸 이유영의 말투는 냉담했다.그 냉정한 태도에 신지수는 오히려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유영 씨.”“네?”“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뭘 어떻게요?”갑작스러운 질문에 이유영은 신지수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하지 못한 듯 되물었다.곧 신지수는 이유영을 한 번 바라보더니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유영 씨 정말 강이한이 왜 서주를 떠났는지 1도 신경 안 쓰는 거예요?”강이한이란 사람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건 신지수도 이해할 수 있었다.어차피 이유영은 그 사람에게 큰 상처를 입은 적 있는 사람이니 말이다.하지만 이렇게까지 그가 어디로 갔는지도, 왜 떠났는지도 전혀 궁금해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대단하다고밖에 할 수 없었다.이 정도로 큰일이 터졌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일상처럼 살아가는 이유영의 속은 도대체 얼마나 단단한 걸까.“나랑 아무 상관없어요.”그녀의 대답은 짧고도 분명했다.“상관없다뇨.”‘이렇게까지 냉정하다고? 대체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어떤 상처가 있었기에 지금 이토록 차갑게 식어버린 걸까. 너무 차가워서 온기가 한 점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남의 고통을 모르면 함부로 충고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신지수는 그 말을 이해했다.사람마다 감당해온 아픔이 있고 말 못 할 고통이 있는 법이니까.“그럼 박연준은요?”신지수가 다시 물었다.“연서라는 사람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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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9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키고 싶은 자존심이 있다.그리고 그 자존심은 그 누구도 함부로 건드려선 안 되는 것이다.이유영도 한때는 믿었다.끝내 강이한이 무슨 선택을 하든, 그가 한지음을 위해 어떤 일을 하든 적어도 그와의 사랑 안에서만큼은 자신에게 진심이었던 순간이 있었을 거라고.하지만 지금 다시 돌아보면 그 ‘진심’이라는 것조차 참 우스웠다.그 순간 신지수는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하아.”결국은 한숨만 내쉬며 그녀는 고개를 떨구었다.이윽고 이유영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난 유영 씨가 이미 다 알고 있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박연준이랑 강이한 두 사람 중 누군가는 유영 씨가 설명했을 줄 알았죠.”하지만 지금 보니 그 둘 중 누구도 이유영에게 제대로 된 설명 한 마디 해주지 않았던 모양이었다.‘그래서 이렇게까지 상처받은 거겠지.’사실 신지수가 그동안 이 얘기를 꺼내지 않았던 데는 이유가 있었다.첫 번째는 이유영도 이미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설령 몰랐다고 해도 이 이야기를 박연준이나 강이한이 아닌 제삼자에게 듣는다는 건...그건 ‘배신’에 가깝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믿는 사람이 얘기해 주는 것과 아무 상관 없는 외부 사람이 말하는 것, 그건 전혀 다른 감정이었다.그리고 지금 이유영의 상태를 보니 확실했다.그 누구도 이유영에게 진실을 말해주지 않았던 것이다.결국 신지수는 물었다.“근데... 그거 어떻게 알게 된 거예요?”“알고 싶으면 알게 되더라고요.”이유영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서주에서 있었던 일이고 거기 있으면 말이 들리게 돼 있어요.”“...”그렇다면 이유영이 알게 된 시간도, 방식도 전혀 맞지 않았다.그러니 이유영이 강이한을 용서하지 못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사실, 처음 연서라는 사람을 알게 됐을 때 강이한이나 박연준과 그다지 큰일이 없었다면 어느 정도는 받아들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문제는 강이한이 한지음을 위해 이유영에게 한 짓들이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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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0화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신씨 가문에 이런 사고뭉치 같은 사람이 하나 있을 줄은!...그날 밤, 이유영은 반산월에 머물렀다.그리고 다음 날, 백산 별장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반산월 입구에서 문기원이 그녀를 막아 나섰다.“사모님!”“기억력 나빠졌어요?”이유영이 냉담하게 말했다.“선생님께서 사모님을 뵙고 싶어 하십니다.”문기원이 덧붙였다.예전만 해도 문기원을 볼 때 이유영의 태도에는 약간의 여유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것도 없었다.아예 대놓고 냉담했다.솔직히 말해 지금 이유영은 박연준이든 강이한이든 그들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더는 좋은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안 봐요.”이유영은 딱 잘라 대답했다.‘봐서 뭐 해? 만난다고 해서 뭐가 바뀌나?’“선생님께서 많이 걱정하십니다.”이유영이 발을 떼려 하자 문기원이 몸으로 막아서며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분명한 건 어젯밤 이후, 파리의 분위기 또한 또다시 변했다는 것이었다.박연준은 아마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이유영이 그런 배짱으로 엔데스 가문의 남자와 함께 연회에 참석할 줄은.다른 가문들이야 원래 정씨 가문과 거리를 두고 있었으니 그럴 수 있다고 쳐도 이번 이유영의 행동은 너무나도 분명한 입장 표명이었다.“하.”이유영은 헛웃음을 지었다.‘날 걱정하고 있다고?’그 말 자체가 우습기 짝이 없었다.그 비아냥 섞인 웃음을 문기원 역시 느낄 수 있었다.그리고 결국 이유영은 문기원과 함께 풍산에 도착했다.다이닝홀에 앉아 있는 박연준의 얼굴은 짙게 먹구름이 낀 듯 냉담했다.이유영이 들어서자 눈빛을 누그러뜨리려 애썼지만 끝내 그 차가움은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이유영은 그저 그의 맞은편에 앉아 앞에 놓인 물을 한 모금 마셨을 뿐 말은 없었다.그 순간 박연준은 태블릿을 건넸다.“이유라도 들을 수 있을까?”감정을 숨긴 채 남자의 목소리를 단호했다.“어떤 이유를 원하는데?”이유영은 무심히 태블릿을 흘끗 쳐다봤다.그 화면엔 자신과 엔데스 신우에 관한 기사들이 떠 있었다.“내가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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