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용선이 고개를 끄덕였다.일이 이 지경까지 되었으니 당연히 여기에 더 이상 머무를 수 없었기에 즉시 떠나기로 했다.옷을 주울 때까지도, 소은지와 하선희의 다툼에서 정말 어떤 난투극이 벌어졌는지는 알 수 없었다.소은지가 벗었던 드레스는 이제 조각조각 찢어져서, 도저히 다시 입을 수 없는 상태였다.“이건...”주용선은 손에 찢어진 옷 조각을 든 채, 소은지를 바라보았다.하선희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당장 나가!”‘지금 소은지를 여기서 나가라고?’주용선은 하선희의 속내가 무엇인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그가 소은지를 바라보자, 그녀는 이미 일어서 있었다.소은지는 하선희를 향해 서서 한 마디 한 마디 뚜렷이 말했다.“끝장을 보려는 쪽은 바로 나야.”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소은지의 말을 듣고 숨을 죽였다. 이건 완전히 불에 기름을 끼얹는 행동이었다.‘설마, 이대로 나가려는 건가?’주용선과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말을 마치고 하선희를 스치듯 지나는 소은지를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사모님.”주용선이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뒤따라갔지만, 소은지는 이미 홀 한가운데를 걸어가고 있었다.밖에 있던 사람들은 그녀의 차림을 보고 모두가 경악하여 숨을 죽였다.안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지 못했던 사람들의 의혹과 호기심 어린 시선이 쏟아지는 가운데, 소은지는 조금도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그 사이로 걸어 나갔다.소은지는 가장 비참한 순간에도 여전히 당당함과 냉랭함을 잃지 않았고, 이 때문에 원래 그녀를 희롱 거리로 보려 했던 사람들마저 순간 자신들이 정확히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 잊어버리게 했다.엔데스 명우가 주용선의 전화를 받고 현장으로 달려왔을 때, 그가 목격한 것은 웅장한 할리 가문의 대문에서 걸어 나오는 소은지의 모습이었다. 그 순간 엔데스 명우의 표정이 차갑게 굳어졌다.그는 소은지한테 다가가 몸에 걸치고 있던 외투를 벗어 그녀의 어깨에 둘러주었고, 본능적으로 그녀를 자신의 품 안으로 감싸안았다.“왜 내가 올 때까지 기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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