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연은 진심으로 소은지에게 고마웠다. 예전에도 남편과 갈라서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혼 절차에 들어갈 비용조차 마련할 길이 없었다.지금 소은지가 도와주겠다고 나서자 마음 한편이 편해지면서도, 동시에 남편이 소은지를 향해 보복하지 않을까 걱정이 엄습했다.소은지가 속내를 읽고 말했다.“걱정하지 마요. 인신 보호를 신청할게요. 이 일이 끝날 때까지 계속.”“그렇게도 할 수 있어요?”“당연하죠.”소은지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보호를 신청할 수 있다는 말을 듣자, 이수연의 어깨에 긴장이 풀렸다.악몽 같은 그 사람과의 삶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은 날이 갈수록 절박해졌다.인생의 악몽이 시작된 지점, 이제는 악몽에서 깨어나고 싶었다.그리고 이제 드디어 기회가 왔다. 수없이 망설인 끝에, 이수연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정말 감사해요, 소은지 씨.”소은지가 물었다.“친정 쪽에 의지할 데 있어요?”지금처럼 남편과 같은 집에 계속 머물다가는, 폭력 속에서 언제 사고가 터질지 몰랐다.이수연은 고개를 내저었다.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어릴 때부터 보육원에서 자랐어요.”“...”안쓰러운 과거에, 소은지의 눈빛에 연민이 다시 번졌다.짧게 한숨이 흘렀다.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선뜻 떠오르지 않았다.원래 위로라는 걸 잘하는 편이 아니었다. 소은지가 제대로 된 온기를 건넬 수 있던 대상은 오직 이유영뿐이었다.그래서 지금도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런 역경 속에서도 이렇게 강한 삶의 의지를 붙들고 있는 모습은 분명 경외할 만했다.“걱정 마요. 최대한 빨리 끝내 줄게요.”“네, 고맙습니다, 소은지 씨.”이수연은 무슨 말을 더 해야 할지 몰라, 평생 치의 감사 인사를 한꺼번에 쏟아내고 싶은 심정이었다.소은지는 이수연의 처지를 똑바로 마주한 뒤, 이 일을 빠르게 끝내자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둘은 한참을 더 이야기를 나눴다.그 대화 속에서 이 결혼 생활의 내막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점심에 이수연은 소은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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