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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Chapter 1571 - Chapter 1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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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1화

하지만 우연찮게도 어제의 장면이 또다시 소은지 앞에 나타났다.“그만, 그만 때려요! 제발요...”소은지가 세를 맡은 집으로 들어가려고 코너를 도는 순간 어제 봤었던 남자가 또 어제의 그 여자를 때리고 있었다.“...”“제발, 이렇게 빌게요. 제발 날 때리지 말아요. 잘못했어요.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요.”여자는 쉬지 않고 잘못을 빌었다.남자는 개의치 않는 듯 여자의 뺨을 후려쳤다.“감히 이혼하겠다고? 이혼 변호사를 선임할 돈이라도 있어? 응?”여자는 바들바들 떨면서 눈앞의 남자를 쳐다보았다.소은지가 문을 쾅 닫고는 차에서 내렸다.그 소리를 들은 남자는 그대로 멈추고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그리고 소은지의 얼굴을 보고 표정이 굳어버렸다.소은지는 그대로 차갑게 남자를 바라보았다. 눈에서 분노가 넘실거리기 시작했다.남자는 소은지의 차가운 눈빛을 보면서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뭘 봐! 꺼져! 남의 가정사에 참견하지 말고. 참견하면 죽여버릴 거야.”그렇게 위협하면서도 남자는 머릿속으로 어제 소은지한테 맞던 것을 떠올렸다.자그마한 몸에서 어떻게 그런 힘이 나오는 건지. 반격할 틈도 없었다.소은지는 그저 차갑게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남자 손에 들려있는 방망이를 보며 눈살을 찌푸리더니 차 뒤로 돌아가 트렁크의 문을 열고 맥주 한 병을 꺼내 들고 두 사람 앞으로 다가갔다.“너, 너, 너...”그 남자는 소은지가 맥주병을 들고 있는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겁을 먹고 뒤로 물러났다.소은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남자에게로 걸어갔다.그 차가운 기운에 남자는 더욱 두려웠고 점점 숨이 막혔다.“난 여자랑은 안 싸워. 흥!”남자가 놀라서 얼른 방망이를 내려놓고 도망쳐버렸다.소은지는 다가가서 여자의 상태를 확인했다.오늘의 상황은 어제보다 더 나빴다.얼굴뿐만이 아니라 목과 쇄골에서 퍼런 멍이 들어있었다. 소은지를 본 그 여자는 감정이 격해져서 그만 눈물을 쏟고 말았다.그 울음소리가 이 새하얀 눈밭을 적시고 있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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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2화

이수연이 코코아를 바닥에 떨어뜨린 것이었다.고개를 돌리자 엉망이 된 바닥이 보였다. 이수연은 당황해하면서 얘기했다.“죄송해요, 손이 너무 아파서...”“...”그 말을 들은 소은지가 이수연의 손을 쳐다보았다.손가락은 퉁퉁 부어있었고 손 등에는 상처가 가득했다.그 남자는 얼마나 쓰레기이길래 자기 아내한테 이런 짓을 하는 걸까.소은지는 원래부터 가정폭력을 싫어했다.지금 이수연 손 위의 상처를 보고, 또 어제 봤던 팔의 상처를 떠올린 소은지는 결국 누그러진 말투로 물었다.“그 사람이 자주 때려요?”소은지에게 있어서 가정폭력은 바람을 피우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가정폭력은 시작되기만 하면 끝이 없으니까 말이다.그래서 남자가 가정폭력을 행사하기만 한다면 당장 그 남자를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다.이수연은 소은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어제와 같았다. 소은지가 이런 질문을 할 때마다 이수연은 고개를 파묻고 울었다.“...”이수연의 눈물에 섞인 절망을 들은 소은지는 엔데스 명우 곁에 있던 날을 떠올렸다.처음으로 절망을 느꼈던 날이었다.예전의 소은지는 많은 사람들이 결혼 생활에 절망하는 것을 봐왔다. 하지만 소은지는 완벽하게 그 감정을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절망하는 모든 사람 앞에서 냉정하게 해결책을 제시했다.하지만 지금 절망에 빠진 이수연을 보면서 소은지는 그 절망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기에 얼른 휴지를 가져다주었다.“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이혼하려는 거 맞죠?”이수연이 고개를 끄덕였다.소은지는 이수연이 그런 선택을 했다는 것에 일단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참고 살겠다는 결정을 내렸다면 소은지가 도와줄 수 없었으니까 말이다.“변호사는 구했어요?”“찾아봤는데 돈이 많이 들더라고요. 전 돈이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라서...”그렇게 얘기하는 이수연은 점점 더 깊은 절망으로 빠지는 것만 같았다.“...”소은지는 그런 부부를 많이 봤다. 결혼할 때는 아주 사랑스러웠지만 헤어질 때는 서로의 재산을 빼앗기 위해 서슴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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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3화

돈을 받지 않는다니.절망으로 가득 찼던 두 눈에 희망이 빛이 약간 스쳤다.이수연은 본인의 귀를 의심했다.어쩌면 절망에 빠져있어서 소은지가 손을 내밀어도 감히 잡지 못하는 것 같았다.“싫어요?”아무 말도 하지 않는 이수연을 보면서 소은지가 눈썹을 까딱였다.이수연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아니요, 너무 좋아요.”그리고 얼른 소은지의 앞에 가서 무릎을 꿇었다.무릎을 꿇는 순간 하체의 상처들 때문에 아파서 얼굴이 창백해졌다.소은지는 얼른 이수연의 손목을 잡았다. 하지만 이수연의 온몸이 성치 않다는 것을 알기에 손목을 가볍게 잡았다.이수연이 울면서 얘기했다.“당신이 2개월 전에 이곳으로 이사 온 거라는 걸 알아요.”“...”“몰랐겠지만 저 사람은 이 마을의 깡패나 다름없어요. 모든 사람들이 피하는 존재라고요. 저를 도와준다면 제 남편이 당신을 해치려고 할 수 있어요.”이수연은 그동안 남편 때문에 많은 눈빛을 받았다. 그중 대다수의 사람들은 다 이수연을 도와주고 싶어 했다.하지만 이수연의 남편이 두려워서 손을 내밀 수가 없었다.그런데 소은지는 지금 이수연의 이혼 소송을 도와주겠다고 한다.기쁘긴 했지만 마르고 약해 보이는 소은지를 보면서 과연 소은지가 남편과 싸워 이길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그건 제가 알아서 할 일이에요. 이혼하면서 이 혼인 관계에서 얻고 싶은 게 뭔지 생각해 봐요.”이건 소은지가 과거에도 많이 했던 질문이었다.하지만 그 질문에 동정심이 섞인 것은 처음이었다. 예전의 소은지는 그저 사실 관계를 조사하고 소송을 이기는 것에 집중했다.하지만 지금은 이수연이 행복해지기를 바라면서 소송에 임했다.“집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난 그저 그 사람한테서 벗어나고 싶어요.”이수연이 바로 대답했다.이 혼인 관계에서 이수연이 원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지금의 남편한테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어떻게 되어도 좋았다.“알겠어요.”소은지가 고개를 끄덕였다.이수연은 감격한 표정으로 소은지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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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4화

이수연은 먼저 집으로 돌아갔다.소은지는 와인을 들고 하늘을 뒤덮은 눈을 보면서 낭만적이고도 슬프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이 슬픔은 소은지의 세상에서 아무것도 아니었다.“앞으로 이곳에 남아있을 거라고. 이곳은 아주 낭만적인 도시거든. 물론 악마가 숨어있긴 하지만.”“은지야.”“이혼 소송을 맡게 됐어.”“뭐?”갑작스러운 얘기에 이유영이 멍해졌다.하지만 강경한 소은지의 말투에 소은지가 뭘 하려는 것인지 바로 알아차렸다.소은지가 다시 살아났다.예전의 소은지는 파리에서 도망쳤지만 이유영과 대화를 나누면서 절망을 감출 수 없었다. 그때의 소은지는 몸만 살아있고 영혼은 죽어버린 사람 같았다.하지만 지금의 소은지는 아주 강경해서 이유영의 걱정을 덜어버릴 정도였다.“은지야.”소은지의 말투는 전과 많이 달랐다.“봄이 되면, 시간이 나면 나 보러 와.”“그래.”이유영은 당연히 소은지를 보러 가고 싶었다. 전에는 소은지를 보러 갔다가 소은지의 위치가 발각될까 봐 걱정했었다.하지만 지금의 소은지를 보니 그런 걱정이 무색해질 정도였다.소은지는 이제 모든 응어리를 다 풀어내고 예전의 위치로 돌아가려 하고 있었다....엔데스 명우는 비너스 타운에 도착한 지 일주일이 되었다. 그는 소은지가 사는 마을의 바로 반대편 산에 있었다.마을에는 일반 주민이 가득하다면, 엔데스 명우가 사는 이곳은 마을이라기보다는 동화에서 나오는 성 같았다.그러니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비너스 타운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겠는가.마을이어도 동화처럼 아름다우니까 말이다.맞은편 별장은 마을과는 분위기가 아예 달랐다.호화롭고 우아한 인테리어는 이곳의 주인이 얼마나 고귀한 사람인지 알 수 있게 해주었다.“도련님.”비서 강혁이 들어와 엔데스 명우를 향해 인사했다.엔데스 명우는 결국 파리의 모든 것을 엔데스 신우에게 남겨주었다. 가장 믿고 따르던 사람들까지도 모두 엔데스 신우에게 맡긴 후, 엔데스 명우는 강혁만 데리고 돌아왔다.엔데스 명우는 파리의 모든 것을 다 포기해 버렸다. 소은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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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5화

그래서 소은지가 있을법한 곳부터 수색해서 지금 이 자리에 오게 된 것이다.이유영이 떠났다는 말을 들은 엔데스 명우는 겨우 한숨을 돌렸다. 그리고 이어서 물었다.“왜 들어간 건데?”이곳의 법은 아주 엄밀해서 웬만한 일로는 보석 받을 정도까지 가지는 않았다.그러니 소은지가 작은 일을 저지른 게 아니라는 뜻이다.“폭행이라고 합니다.”“뭐?”그 단어에 엔데스 명우의 눈동자가 동그래졌다.폭행.소은지와는 너무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다.“비트니 마을의 깡패 녀석을 폭행했다고 합니다.”“...”그냥 폭행도 아니고 깡패 녀석을 폭행했다니.대체 얼마나 겁도 없으면 그런 짓을...소은지의 성격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아무리 파리에서 많은 일을 당했다고 해도 말이다.그 생각에 엔데스 명우는 머리가 약간 아파서 몸을 일으켰다.“도련님.”“가자.”이건 작은 일이 아니다. 그러니 엔데스 명우는 꼭 소은지를 찾아가야 했다.일주일 동안, 엔데스 명우의 머릿속에서 두 사람의 일이 영화처럼 지나갔다. 그러면서 엔데스 명우는 많은 과거의 일을 떠올렸다.감정이 없었을 때, 예전의 일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보였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져 버렸다.엔데스 명우는 이제 소은지가 신경 쓰였다....엔데스 명우의 예상대로, 소은지는 정말 위험해졌다.이수연의 남편은 이수연이 변호사를 구했다는 것을 알고 화가 나서 이수연을 팼다. 그리고 그 변호사가 소은지라는 것을 알고 바로 소은지의 집에 들이닥쳤다.“당장 나오지 못해?”쿵.큰 소리와 함께 문이 무너졌다.자고 있던 소은지는 그 커다란 소리에 놀라 눈을 떴다. 시계를 확인해 보니 이미 12시였다.이곳에 온 뒤 소은지는 아주 건강한 생활을 하게 되었다.하지만 소은지는 수면이 얕았기에 자다가 깨면 다시 잠에 들기 어려웠다.미간을 찌푸린 소은지가 겨우 몸을 일으키는데 아래층에서 더 큰 소리가 들려왔다.쿵. 쨍그랑.이어서 창문이 깨지는 소리까지 들려왔다.소은지는 두꺼운 잠옷을 몸에 걸친 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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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6화

이수연은 얼굴 가득 상처를 안고 허겁지겁 달려와서, 문 앞에서 분노로 눈이 뒤집힌 남편이 소은지를 노려보는 모습을 목격했다. 손에는 아까 창문을 깨뜨리기 위해 집어 든 커다란 돌이 들려 있었다.지금 이수연은 그 돌이 소은지의 몸으로 날아들까 봐,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만큼 두려웠다.“떠나는 건 본인의 권리예요.” 분노로 들끓는 남자 앞에서, 소은지는 얼음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그 한마디를 또렷하게 뱉었다.“...”권리라니.‘권리’라는 두 글자를 듣는 순간, 이수연의 눈 위에 맺혔던 눈물이 솟구쳐 올랐다.오늘 밤 또 맞으면서 결국 타협하려던 마음이, 방금 소은지가 ‘권리’라는 말을 내뱉는 것을 들은 그 순간 사라졌다. 이수연은 이 남자를 떠나겠다는 결심을 한층 더 굳혔다.반면 이수연의 남편은 그 말을 듣자마자 분노에 휩쓸려 전혀 주저하지 않고 욕설부터 퍼부었다.“누가 너희 같은 여자들에게 그런 권리를 줬다고 생각해? 당장 꺼져서 죽어버려!”고함과 함께 손에 들린 돌이 소은지의 머리통을 향해 휘둘러졌다.“안 돼!”이수연이 놀라서 다급히 소리쳤다.그런데도 소은지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두려움이라고는 전혀 없는 표정으로 손을 번쩍 들어 막으려는 그 순간, 손에 아무 감각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하였다.그리고 예상했던 통증도, 끝내 찾아오지 않았다.대신 너무도 익숙한 기척이 전신을 감싸안았다. “아!”이수연의 남편은 바로 공중에서 홱 돌아 떨어지며 눈 깜짝할 사이에 눈밭 위로 패대기쳐졌다.방금 전까지 다들 숨이 멎을 것 같은 긴장감 속에서, 아무도 엔데스 명우의 등장을 알아차리지 못했다.조용히 나타난 엔데스 명우는 소은지의 곁에 우뚝 서서 바닥에서 신음하는 남자를 조용히 내려다보았다. 매서운 추위와 함께 스며드는 통증이 숨통을 조이고 있었다.“너희, 너희가 감히 남의 가정사에 끼어들어? 좋다, 끝까지 가 보자!”이수연의 남편은 엔데스 명우를 보더니, 남은 힘을 다해 목청을 키웠다.그는 소은지가 이 동네에 막 들어온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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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7화

“네.”소은지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이수연은 발걸음을 돌려 떠났다.방금 소란에 일어나 문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던 이웃들도, 원래부터 소은지와 그리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기에 하나둘씩 집 안으로 사라졌다.남은 건 소은지와 엔데스 명우뿐이었다. 소은지는 몸을 돌려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문턱을 넘는 순간, 뻗어 문을 닫으려 했는데, 힘줄이 도드라진 손이 쏜살같이 문을 가로막았다.“양심 없네. 이렇게 큰 골칫거리까지 처리해 줬는데 문전박대라니. 지금 밖이 얼마나 추운지 알아? 눈보라 맞으며 얼어 죽으라고 문 닫을 생각이야?”지금 엔데스 명우는 파리에서 보여주던 위압감을 거둬 내고 전혀 딴사람처럼 눈앞에 서 있었다.소은지가 미간을 좁혔다.그리고 고개를 돌려 검은 눈동자와 시선을 마주했다.소은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낯선 이를 대하듯 차가운 눈빛으로 엔데스 명우의 가슴을 찔렀다.“일단 날 들여보내 줘.”“너무 늦어서 안돼, 미안.”짧은 사과가 떨어졌다. 말투는 자연스럽고 차가웠다. 그 한마디로 확실해졌다. 지금 소은지가 엔데스 명우를 대하는 태도가 말이다.소은지는 지금 엔데스 명우를 낯선 사람 대하듯 대하고 있었다.아마 모든 것을 내려놓았기 때문일 것이다.예전엔 이를 갈 정도로 미워했지만, 이제는... 정말로 다 내려놓은 걸까?가만히 들여다보니, 지금의 소은지의 얼굴에는 슬픔도, 기쁨도 떠오르지 않았다. 무심함에 가까운 잔잔함이 소은지에게서 느껴졌다.이제 무엇에도 감정이 흔들리지 않는 사람 같았다.“소은지.”엔데스 명우의 표정이 미세하게 일렁였다.차갑게 식은 작은 손이 강한 손목을 탁 집었다. 그리고 엔데스 명우를 밖으로 밀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내가 이렇게 멀리까지 왔는데, 겨우 누울 자리 하나 못 내준다고? 진짜로 내가 밖에서 쓰러지길 바라는 거야?”엔데스 명우는 난감했다.지금 어떤 얼굴로 어떤 말투로 소은지를 대해야 옳을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그러니 할 수 있는 건 하나뿐이었다. 매달리고 또 매달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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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8화

엔데스 명우는 발걸음을 돌려 떠났다.소은지는 이미 위층으로 올라갔지만, 잠이 전혀 오지 않았다. 낮 동안 머릿속에서 수십 번을 싸워 내린 결론은 바로 도망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하지만 방금... 남자의 기운이 순식간에 전신을 감싸는 순간, 소은지는 본능적으로 움츠러들었다.벗어나고 싶었다.그럼에도 알았다. 이번에 도망치려는 충동을 참지 못하면, 앞으로의 날들은 줄곧 도망치게 될 거라는 것.그래서 원치 않았다.원래부터 잠이 오지 않아 마음이 복잡했는데, 두 시간쯤 지났을까, 아래층이 다시 소란스러워졌다.크게 요란하지는 않았지만 신경이 곤두선 터라 금세 알아챌 수 있었다.누군지 알 수 없어, 소은지는 두툼한 가운을 걸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경계심이 유난히 깊은 탓에, 서랍에서 호신용 스프레이를 집어 들고서야 침실의 문을 열었다.문을 여는 순간, 뼛속을 얼리는 한기가 훅하고 파고들었다. 역시 이 동네에서 보일러 없이 지내는 건 불가능했다.너무 추웠다. 게다가 그 무뢰한이 창문을 박살 내서 실내의 따뜻한 공기가 순식간에 빠져나갔다.그래서 지금 1층 공간은 찬 기운으로 가득했다.아래층은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강혁이 사람들을 지휘해 가며 서둘러 설치를 지시하고 있었다.계단에 선 소은지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생겼다.강혁이 고개를 돌리는 순간, 새하얀 가운 차림의 소은지가 전등을 등지고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강철 같은 사내라 자부하던 강혁조차 그 모습을 보고 등골이 오싹해졌다.하마터면 이 저녁에 놀라서 심장마비로 죽을 뻔했다.“소, 소은지 씨.”강혁이 꽉 막힌 목을 풀고 공손하게 불렀다.“당장 나가요.”소은지는 바로 이 사람을 알아보았다.예전에 엔데스 명우 곁에서 모습을 비춘 적이 많지는 않았지만, 소은지는 한 번 본 얼굴은 잊지 않았다. 방금 같이 급한 와중에는 눈여겨볼 겨를이 없었지만, 지금은 한눈에 알 수 있었다.엔데스 명우 쪽 사람이라는 것을.강혁이 차갑고 위협적인 음성을 들으며 말했다. “창문만 고치고 바로 물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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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9화

문을 여는 그 순간, 문밖에 서 있는 이수연이 눈에 들어왔다. 이수연은 발그레하게 달아오른 소은지의 얼굴을 보더니 잠깐 얼어붙었다. “소은지 씨, 어디 아프세요?”“괜찮아요, 들어오세요.”괜찮다고 말했지만, 지금 소은지는 몸이 떨릴 만큼 냉기가 뼛속까지 파고드는 느낌이었다.소은지는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이수연이 뒤따라 들어오며 문을 닫아 찬 바람을 막자, 몸을 파고들던 한기가 조금 가시는 듯했다.“약 있으세요?”“없어요.”소은지는 약 같은 것에 늘 강한 거부감이 있었다. 그래서 혼자 지낼 때도 약은 거의 챙기지 않았다. 소은지는 사람의 의지력을 길러야 한다고 여겨 왔다. 약을 너무 많이 먹으면 몸에 유용한 세포가 손상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동안 아플 때마다 정신력으로 버티며 지나온 날이 많았다.“보건소 쪽에 가서 약 좀 사 올게요. 지금 열이 있으신 것 같아요.”게다가 얼굴 색을 보면 열이 꽤 높아 보였다.“필요 없어요.”“여긴 겨울이 혹독해서 약을 먹지 않고는 낫기 어려워요. 제 말 들으세요.”그 말을 남기고, 이수연은 바로 문을 열고 나갔다.소은지가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대략 이십 분 뒤,이수연이 다시 돌아왔다.소은지에게 분말형 가루약을 몇 봉 내밀었다. “감기는 가볍게 볼 게 아니에요. 이쪽 환경은 면역력으로도 이겨내지 못하는 병이 많아서요.”그렇게 말하며 이수연이 따뜻한 물에 가루약을 타서 한 잔 건넸다. 달콤한 향이 났다.약에 대한 기억은 언제나 지독히 쓴맛이었다. 그래서 약이라는 말만 들어도 본능적으로 밀어내고 싶은 마음이 생기곤 했다.소은지는 약을 다 마시고 빈 컵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요.”“제가 오히려 감사해야 해요.”이수연의 목소리에서 씁쓸한 기운이 새어 나왔다.소은지가 이수연을 바라보았다. 입가에 난 상처가 눈에 들어왔다. 예전에도 그 자리에 자국이 있었지만, 지금 보니 더 또렷했다.분명 새로 생긴 상처였다.“남편이 또 때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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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0화

이수연은 진심으로 소은지에게 고마웠다. 예전에도 남편과 갈라서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혼 절차에 들어갈 비용조차 마련할 길이 없었다.지금 소은지가 도와주겠다고 나서자 마음 한편이 편해지면서도, 동시에 남편이 소은지를 향해 보복하지 않을까 걱정이 엄습했다.소은지가 속내를 읽고 말했다.“걱정하지 마요. 인신 보호를 신청할게요. 이 일이 끝날 때까지 계속.”“그렇게도 할 수 있어요?”“당연하죠.”소은지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보호를 신청할 수 있다는 말을 듣자, 이수연의 어깨에 긴장이 풀렸다.악몽 같은 그 사람과의 삶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은 날이 갈수록 절박해졌다.인생의 악몽이 시작된 지점, 이제는 악몽에서 깨어나고 싶었다.그리고 이제 드디어 기회가 왔다. 수없이 망설인 끝에, 이수연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정말 감사해요, 소은지 씨.”소은지가 물었다.“친정 쪽에 의지할 데 있어요?”지금처럼 남편과 같은 집에 계속 머물다가는, 폭력 속에서 언제 사고가 터질지 몰랐다.이수연은 고개를 내저었다.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어릴 때부터 보육원에서 자랐어요.”“...”안쓰러운 과거에, 소은지의 눈빛에 연민이 다시 번졌다.짧게 한숨이 흘렀다.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선뜻 떠오르지 않았다.원래 위로라는 걸 잘하는 편이 아니었다. 소은지가 제대로 된 온기를 건넬 수 있던 대상은 오직 이유영뿐이었다.그래서 지금도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런 역경 속에서도 이렇게 강한 삶의 의지를 붙들고 있는 모습은 분명 경외할 만했다.“걱정 마요. 최대한 빨리 끝내 줄게요.”“네, 고맙습니다, 소은지 씨.”이수연은 무슨 말을 더 해야 할지 몰라, 평생 치의 감사 인사를 한꺼번에 쏟아내고 싶은 심정이었다.소은지는 이수연의 처지를 똑바로 마주한 뒤, 이 일을 빠르게 끝내자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둘은 한참을 더 이야기를 나눴다.그 대화 속에서 이 결혼 생활의 내막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점심에 이수연은 소은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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