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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7화

Author: 진헤이
“네.”

소은지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수연은 발걸음을 돌려 떠났다.

방금 소란에 일어나 문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던 이웃들도, 원래부터 소은지와 그리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기에 하나둘씩 집 안으로 사라졌다.

남은 건 소은지와 엔데스 명우뿐이었다. 소은지는 몸을 돌려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문턱을 넘는 순간, 뻗어 문을 닫으려 했는데, 힘줄이 도드라진 손이 쏜살같이 문을 가로막았다.

“양심 없네. 이렇게 큰 골칫거리까지 처리해 줬는데 문전박대라니. 지금 밖이 얼마나 추운지 알아? 눈보라 맞으며 얼어 죽으라고 문 닫을 생각이야?”

지금 엔데스 명우는 파리에서 보여주던 위압감을 거둬 내고 전혀 딴사람처럼 눈앞에 서 있었다.

소은지가 미간을 좁혔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검은 눈동자와 시선을 마주했다.

소은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낯선 이를 대하듯 차가운 눈빛으로 엔데스 명우의 가슴을 찔렀다.

“일단 날 들여보내 줘.”

“너무 늦어서 안돼, 미안.”

짧은 사과가 떨어졌다. 말투는 자연스럽고 차가웠다.

그 한마디로 확실해졌다.

지금 소은지가 엔데스 명우를 대하는 태도가 말이다.

소은지는 지금 엔데스 명우를 낯선 사람 대하듯 대하고 있었다.

아마 모든 것을 내려놓았기 때문일 것이다.

예전엔 이를 갈 정도로 미워했지만, 이제는... 정말로 다 내려놓은 걸까?

가만히 들여다보니, 지금의 소은지의 얼굴에는 슬픔도, 기쁨도 떠오르지 않았다. 무심함에 가까운 잔잔함이 소은지에게서 느껴졌다.

이제 무엇에도 감정이 흔들리지 않는 사람 같았다.

“소은지.”

엔데스 명우의 표정이 미세하게 일렁였다.

차갑게 식은 작은 손이 강한 손목을 탁 집었다.

그리고 엔데스 명우를 밖으로 밀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내가 이렇게 멀리까지 왔는데, 겨우 누울 자리 하나 못 내준다고? 진짜로 내가 밖에서 쓰러지길 바라는 거야?”

엔데스 명우는 난감했다.

지금 어떤 얼굴로 어떤 말투로 소은지를 대해야 옳을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러니 할 수 있는 건 하나뿐이었다.

매달리고 또 매달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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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데스 명우는 발걸음을 돌려 떠났다.소은지는 이미 위층으로 올라갔지만, 잠이 전혀 오지 않았다. 낮 동안 머릿속에서 수십 번을 싸워 내린 결론은 바로 도망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하지만 방금... 남자의 기운이 순식간에 전신을 감싸는 순간, 소은지는 본능적으로 움츠러들었다.벗어나고 싶었다.그럼에도 알았다. 이번에 도망치려는 충동을 참지 못하면, 앞으로의 날들은 줄곧 도망치게 될 거라는 것.그래서 원치 않았다.원래부터 잠이 오지 않아 마음이 복잡했는데, 두 시간쯤 지났을까, 아래층이 다시 소란스러워졌다.크게 요란하지는 않았지만 신경이 곤두선 터라 금세 알아챌 수 있었다.누군지 알 수 없어, 소은지는 두툼한 가운을 걸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경계심이 유난히 깊은 탓에, 서랍에서 호신용 스프레이를 집어 들고서야 침실의 문을 열었다.문을 여는 순간, 뼛속을 얼리는 한기가 훅하고 파고들었다. 역시 이 동네에서 보일러 없이 지내는 건 불가능했다.너무 추웠다. 게다가 그 무뢰한이 창문을 박살 내서 실내의 따뜻한 공기가 순식간에 빠져나갔다.그래서 지금 1층 공간은 찬 기운으로 가득했다.아래층은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강혁이 사람들을 지휘해 가며 서둘러 설치를 지시하고 있었다.계단에 선 소은지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생겼다.강혁이 고개를 돌리는 순간, 새하얀 가운 차림의 소은지가 전등을 등지고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강철 같은 사내라 자부하던 강혁조차 그 모습을 보고 등골이 오싹해졌다.하마터면 이 저녁에 놀라서 심장마비로 죽을 뻔했다.“소, 소은지 씨.”강혁이 꽉 막힌 목을 풀고 공손하게 불렀다.“당장 나가요.”소은지는 바로 이 사람을 알아보았다.예전에 엔데스 명우 곁에서 모습을 비춘 적이 많지는 않았지만, 소은지는 한 번 본 얼굴은 잊지 않았다. 방금 같이 급한 와중에는 눈여겨볼 겨를이 없었지만, 지금은 한눈에 알 수 있었다.엔데스 명우 쪽 사람이라는 것을.강혁이 차갑고 위협적인 음성을 들으며 말했다. “창문만 고치고 바로 물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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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574화

    이수연은 먼저 집으로 돌아갔다.소은지는 와인을 들고 하늘을 뒤덮은 눈을 보면서 낭만적이고도 슬프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이 슬픔은 소은지의 세상에서 아무것도 아니었다.“앞으로 이곳에 남아있을 거라고. 이곳은 아주 낭만적인 도시거든. 물론 악마가 숨어있긴 하지만.”“은지야.”“이혼 소송을 맡게 됐어.”“뭐?”갑작스러운 얘기에 이유영이 멍해졌다.하지만 강경한 소은지의 말투에 소은지가 뭘 하려는 것인지 바로 알아차렸다.소은지가 다시 살아났다.예전의 소은지는 파리에서 도망쳤지만 이유영과 대화를 나누면서 절망을 감출 수 없었다. 그때의 소은지는 몸만 살아있고 영혼은 죽어버린 사람 같았다.하지만 지금의 소은지는 아주 강경해서 이유영의 걱정을 덜어버릴 정도였다.“은지야.”소은지의 말투는 전과 많이 달랐다.“봄이 되면, 시간이 나면 나 보러 와.”“그래.”이유영은 당연히 소은지를 보러 가고 싶었다. 전에는 소은지를 보러 갔다가 소은지의 위치가 발각될까 봐 걱정했었다.하지만 지금의 소은지를 보니 그런 걱정이 무색해질 정도였다.소은지는 이제 모든 응어리를 다 풀어내고 예전의 위치로 돌아가려 하고 있었다....엔데스 명우는 비너스 타운에 도착한 지 일주일이 되었다. 그는 소은지가 사는 마을의 바로 반대편 산에 있었다.마을에는 일반 주민이 가득하다면, 엔데스 명우가 사는 이곳은 마을이라기보다는 동화에서 나오는 성 같았다.그러니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비너스 타운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겠는가.마을이어도 동화처럼 아름다우니까 말이다.맞은편 별장은 마을과는 분위기가 아예 달랐다.호화롭고 우아한 인테리어는 이곳의 주인이 얼마나 고귀한 사람인지 알 수 있게 해주었다.“도련님.”비서 강혁이 들어와 엔데스 명우를 향해 인사했다.엔데스 명우는 결국 파리의 모든 것을 엔데스 신우에게 남겨주었다. 가장 믿고 따르던 사람들까지도 모두 엔데스 신우에게 맡긴 후, 엔데스 명우는 강혁만 데리고 돌아왔다.엔데스 명우는 파리의 모든 것을 다 포기해 버렸다. 소은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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