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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후 전남편과 이혼의 모든 챕터: 챕터 1591 - 챕터 1600

1612 챕터

제1591화

이수연이 떠났다.소은지는 책과 관련 판례들을 더 샅샅이 훑었다. 아무래도 허술하게 준비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이수연은 지면 안 되니까.소은지는 이번 재판이 예전에 맡았던 그 어느 재판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기에 열심히 준비해야 했다.그날 저녁.엔데스 명우가 왔다.소은지는 여전히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하지만 문을 사이 두고도 소은지는 엔데스 명우의 그 차가운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소은지, 좋은 말로 할 때 문 열어. 그렇지 않으면 더 끔찍한 곳에서 보게 될 거니까.”아직은 참을만했다.하지만 이 상황이 지속되면 엔데스 명우는 정말 참지 못할 것이다.소은지는 그런 엔데스 명우를 무시해 버렸다. 엔데스 명우가 밖에서 찬 바람을 맞든, 눈을 맞든, 상관하지 않았다.“도련님, 먼저 돌아가시죠.”강혁이 엔데스 명우의 뒤에서 얘기했다.“...”엔데스 명우가 이를 갈았다.요 며칠 엔데스 명우는 치미는 화를 꾹 누르고 소은지를 찾아왔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철옹성 같은 소은지의 차가운 태도였다.엔데스 명우가 떠났다. 소은지의 몸이 회복되었다는 것을 안 엔데스 명우는 그제야 약간 안심할 수 있었다.돌아가는 차 안에서 엔데스 명우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그리고 짜증스레 연기를 내뿜어냈다.강혁이 뭐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백미러의 엔데스 명우를 쳐다보고는 결국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별장에 도착했다.엔데스 명우가 차에서 내릴 때 강혁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도련님.”“왜?”“소은지 씨는 혼인을 배신한 사람을 끔찍하게 싫어합니다. 그러니 지금 그 계획은... 안됩니다.”강혁이 겨우 용기 내 얘기했다.소은지가 예전에 법조계에서 얼마나 눈부시게 빛났는지,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소은지가 재판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소은지가 그런 사람들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 수 있었다.하지만 엔데스 명우는 결국 이수연 남편의 일에 끼어들고 말았다.강혁은 소은지가 그런 엔데스 명우를 더더욱 증오할 거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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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2화

엔데스 명우는 그냥 미친 게 아니라 단단히 미쳤다.다급해하는 이유영과 달리, 소은지는 마치 모든 걸 꿰뚫어 본 듯 담담했다. “원래부터 미친 사람이었어.”이번 일이 아니었어도 엔데스 명우는 딴지를 걸어서 소은지를 방해했을 것이다. 소은지는 이제 앞으로 일이 어떻게 될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의외긴 했지만 소은지는 곧 정신을 차렸다.이유영은 소은지가 청하시에서 안건을 맡을 때마다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알았다. 아무리 이혼 소송이라고 해도 성격 차이, 혹은 집안 내부 문제로 이혼하는 건 관여하지 않았다.소은지가 맡은 안건은 다 엄중한 사건들이다. 그러니 소은지가 맡는 안건은 다 중요하고 무거운 안건이다. 그리고 지금 이 안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하지만 엔데스 명우가...“네 말이 맞아. 엔데스 명우는 단단히 미쳤어.”아무리 엮이고 싶다고 해도 이런 방식을 쓰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소은지와 더 가까이, 더 오래 만나고 싶다는 이유로 이런 짓을 벌이다.소은지뿐만이 아니라 이유영도 이 재판이 쉽지 않으리라는 것을 느꼈다.소은지는 어떻게 이유영과의 전화를 끊은 것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소은지는 지금 화가 나서 죽을 것만 같았다.오전에 이수연이 또 돌아왔다.소은지의 상태는 어제와 달랐다.어제는 그저 상대의 전적을 대충 파악한 정도였지만 이제는 그 상대가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으니...하지만 이수연 얼굴에 난 상처를 본 소은지는 주먹을 꽉 쥐었다.“또 때렸어요?”“좋은 변호사를 구했다고 신나하더니...”“...”소은지의 눈동자에 깊은 어둠이 서렸다.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었지만 지금의 소은지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그저 한숨을 푹 내쉴 뿐이었다.“곧 끝날 거예요, 네?”아무리 상대가 누구인지 알았다고 해도 소은지는 이수연을 위로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수연도 소은지를 믿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소은지를 안았다.소은지는 사실 낯선 사람과 가깝게 닿지 않는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이수연을 밀어내려고 했지만 이수연의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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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3화

소은지가 말했다. “아직 몸도 성치 않잖아요. 이런 건 하지 마세요.”이수연의 이마에 길게 난 상처 자국이 눈에 들어왔다. 약은 발라 두었지만, 보기만 해도 마음이 아팠다.“저는 돈도 없고, 어떻게 이 은혜를 갚아야 할지도 몰라요. 이렇게라도 보답하고 싶어요.”깊은 산골 마을에서 자란 사람이라 마음이 순박하고 투명했다.그 순박함과 투명함이, 오히려 소은지의 결심을 더 단단히 굳혔다. 이번에는 반드시, 남편이라는 사람한테서 도망칠 수 있도록 할 것이다.저녁.소은지는 자료를 훑고 있었다.방까지 번지는 고소한 냄새가 소은지의 식욕을 깨웠다.뒤돌아보니 이수연이 오픈형 부엌에서 고기를 굽고 있었다. 이수연이 머쓱한 듯 말했다.“냉장고에 식재료가 많길래요. 고기랑 채소 조금 꺼냈어요.”“네.”소은지가 고개를 끄덕였다.불판 위에서 노릇노릇 익어 가는 고기를 바라보는 이수연의 눈에도, 먹고 싶은 마음이 비쳤다.그런 남편과 함께 살았으니 평소에 끼니도 제대로 못 챙겼을 것이다. 그 생각에 소은지의 연민이 더욱 깊어졌다.이수연의 손맛은 아주 좋았다. 소은지는 그 향에 이끌려 결국 책을 덮고 부엌으로 걸음을 옮겼다.황금빛으로 물든 고기가 아주 먹음직스러웠다.“요리 정말 잘하시네요.”“입에 맞으면 돼요.”짧은 칭찬 한마디에, 이수연의 표정에 생기가 돌았다.“예전부터 작은 고깃집을 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돈이 없어서요. 남편한테서 벗어나면 우선 일부터 구할 거예요. 돈을 모으면... 제 가게를 낼 거예요.”이수연은 앞날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했다.“네, 아주 좋은 계획이에요.”소은지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의 소은지보다 지금의 이수연이 훨씬 강하다는 것을 말이다.파리를 빠져나온 뒤 소은지는 한동안은 앞이 캄캄했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하지만 이수연은 아직 지옥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미래의 지도를 그려나가고 있었다.“맛보실래요?”이수연이 젓가락으로 고기 한 점을 집어 건넸다.소은지가 먹어보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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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4화

다음 날 아침.이수연이 일찍 일어나 아침을 차려 주었다. 달큼한 우유 향이 퍼졌다.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던 우유를 이렇게 맛있게 만들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소은지는 아침이 마음에 들었다.식탁.소은지는 이수연이 직접 구운 토스트를 맛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이렇게 솜씨가 좋은데 가게가 없다는 게 아깝네요.”다른 사람과 결혼했다면 이수연처럼 부지런하고 성실한 사람이 있어 편했을 것이다.“나중에 꼭 제 가게를 낼 거예요.”소은지의 말에 이수연이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마치 눈앞에 빛나는 앞길이 깔린 것만 같았다.하지만 지금 눈앞에 펼쳐진 고난을 생각하면 소은지의 가슴에서 다시 연민이 번졌다. 파리를 떠날 때 다짐했었다. 파리의 사람들과 모든 것을 끊어내겠다고 말이다. 그리고... 다시는 엔데스 가문의 남자에게 고개 숙이지 않겠다고 말이다.미래를 향해 희망을 품은 이수연의 반짝이는 눈을 본 소은지는 결국 아침을 먹고 제설차가 제설 작업을 마친 뒤 두꺼운 외투를 입고 나갔다.문을 닫기 전 소은지는 이수연에게 여러 번 당부했다.“누가 와도 문 열어주지 마요.”“네.”“그리고...”소은지는 이수연을 보면서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남편이라는 무뢰한의 성정을 떠올리니 불안이 스며들었다. 이수연이 이곳에 있는 걸 안다면 무슨 짓을 벌일지 몰랐다.소은지가 이수연을 진지하게 마주 보았다.“문짝이 부서져도, 유리가 깨져도 상관없어요.”한마디로 무슨 일이 있어도 문만 열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수연이 그 말을 듣고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소은지는 이수연의 볼을 쓰다듬었다. 어린 나이에 결혼해 몇 년이나 이 고통을 참아왔으니. 그 괴로움은 셀 수 없을 터였다.“몇 살이에요?”“스물넷이에요.”“...”소은지는 숨이 턱 막혔다. 스물넷. ‘그 나이에 나는 뭘 했지?’ 학교에서 앞날을 위해 맞서 싸우던 시절이었다. 이렇게 보면 사람마다 지나온 길이 너무도 달라 보였다.“집 잘 지키고 있어요.”“네.”소은지가 차에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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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5화

엔데스 명우는 소은지가 들어서는 걸 본 순간 눈빛이 어두워졌다. “따뜻한 코코아를 가져오라고 했어.”새빨갛게 달아오른 소은지의 얼굴을 보면서 엔데스 명우가 다가서며 차가운 손을 잡아주려고 했다. 소은지가 불쾌한 눈빛으로 엔데스 명우의 손을 피했고 엔데스 명우의 손은 그대로 허공에서 굳어버리고 말았다. 엔데스 명우는 돌아서서 자리에 앉았다.“나랑 대화를 할지 말지 아직 못 정한 모양이네.”엔데스 명우의 태도는 순식간에 차가워졌다.예전에 설선비도 엔데스 명우 앞에서는 아주 고분고분했다.하지만 소은지는 처음부터 엔데스 명우에게 차가운 태도를 일관했다.처음에는 약간 새롭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시간이 길어지면 그건 엔데스 명우의 인내심에 도전하는 것과 같았다.소은지가 차갑게 엔데스 명우를 보면서 비웃었다.“정말 가식적이네.”“소은지.”“세상에 말 잘 듣는 여자는 널리고 널렸어. 그런데 왜 굳이 나한테 이러는 거야?”소은지는 결국 참지 못하고 폭발했다.엔데스 명우는 자꾸만 소은지의 삶에 끼어들어 소은지의 길을 방해하고 있다. 이제 더는 도망칠 수 없었고 맞서 싸울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그건 엔데스 명우가 원하는 반응이 아니다.엔데스 명우의 눈에 비친 분노가 더욱 짙어졌다. 엔데스 명우는 힘껏 그 분노를 누르기 위해 애썼다.“너 같은 사람이 어떻게 그런 무뢰한의 변호사로 일해줄 수 있지? 내가 전에 너를 너무 좋게 봐준 모양이네.”소은지는 엔데스 명우 같은 사람이 저런 볼품없는 남자의 변호사가 되어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소은지는 그저 이수연을 도와주고 싶었다.하지만 엔데스 명우가 비키지 않는다면 소은지는 이수연을 도와줄 수가 없었다. 오히려 짐이 되는 것이다.이수연은 현재 모든 희망을 소은지에게 걸고 있었다. 소은지는 그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았다.이번 재판에는 이수연의 목숨이 걸려있었다.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상대방의 변호사가 엔데스 명우라니.소은지는 이게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엔데스 명우가 자진해서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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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6화

시간이 한참 흘렀다.소은지의 가슴을 들이받던 충격은 점점 더 거칠어졌다.눈동자에서 번뜩이는 빛은 마치 날카로운 칼처럼, 당장이라도 엔데스 명우를 갈가리 찢어 버릴 것 같았다.“보니까, 이 재판 그렇게 쉽게 못 끝내겠네.”재판이 끝나지 않는 한, 둘 사이도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선언이었다.엔데스 명우의 강압적인 말투를 들으며, 소은지는 본인의 이성에 불이 붙어 활활 타들어 가는 게 느껴졌다.소은지는 엔데스 명우를 똑바로 응시하고 얘기했다.“네 멋대로 행동한 결과가 다른 사람한테 어떤 영향이 있는지 알아? 이수연한테 이 재판이 어떤 의미인지 알기나 해?”“나랑 상관없어.”엔데스 명우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되던지 상관없었다.“...”이곳은 그의 세상이니까.상대가 누구든지, 엔데스 명우는 항상 하고 싶은 대로 해왔다. 기분이 안 좋으면 부숴버리면 그만일 뿐,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그래서 엔데스 명우는 파리에서 많은 사람을 힘들게 한 것이다.소은지는 깊게 숨을 들이켰다. 그래도 가슴의 답답함은 가라앉지 않았다.엔데스 명우가 일어나 다가왔다. 소은지의 턱을 확 움켜쥐었다. “여기가 좋으면, 내가 같이 있어 줄게. 이리로 와서 나랑 같이 살아, 응?”짝.말이 끝나기도 전에, 맑은소리가 뺨을 쳤다.소은지의 눈빛에는 살기가 어렸다.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주변 사람들의 심장들이 목구멍까지 치솟았다.소은지는 엔데스 명우를 보면서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술을 떼었다가 다시 말을 삼켰다.강혁은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것만 같았다.“...”강혁은 눈앞이 새하얘지는 것 같았다.소은지가 엔데스 명우를 때린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어쩌면 소은지는 이 세상에서 엔데스 명우를 때리고도 유일하게 살아있는 여자일지도 모른다.“내가 그동안 너무 봐줬네.”소은지를 소파로 내던지듯 밀쳐 눕힌 엔데스 명우가 그 위로 몸을 덮쳤다. 그리고 손으로 소은지의 목을 조였다.소은지는 지금 이 장면이 예전에 엔데스 명우 곁에서 보내던 시간과 겹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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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7화

하지만 이곳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엔데스 명우는 이미 소은지 때문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소은지는 소파에서 굴러떨어져 고개를 들어 차가운 눈빛으로 엔데스 명우를 쳐다보았다.그 두 눈에는 엔데스 명우를 향한 증오가 가득 차 있었다.예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다.“그럼 너도 꿈도 꾸지 마.”엔데스 명우가 그 사건을 얘기했다.엔데스 명우는 소은지가 이수연을 도와주고 싶어 하는 걸 알았다.하지만 엔데스 명우는 소은지가 필요했다.“...”엔데스 명우의 말에 소은지는 화가 났다.분명 집에서 떠날 때, 소은지는 말로 잘 해결하고 싶었다. 하지만 엔데스 명우는 본인의 의뢰인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 것이 분명했다.혹은, 이미 알고 있으면서 소은지를 말려 죽이기 위해 양보하지 않는 것이다.소은지가 바닥에서 기어 올라와 차가운 눈빛으로 엔데스 명우를 쳐다보았다. 준비했던 말은 모두 삼켰다. 소은지는 아무 말도 없이 등 돌려 문 쪽으로 걸어갔다.차가운 소은지의 모습에 엔데스 명우는 이성을 잃었다.“왜 다른 사람한테는 그렇게 너그러우면서, 나한테는 그렇게 빡빡한 거야!”엔데스 명우가 봤을 때, 소은지가 지금 이러는 것은 다 예전의 일 때문이었다.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많은 것이 달랐다. 입장도 다르고 생각도 달랐다.그런데 그때의 잘못을 아직도 용서할 수 없다는 건가?소은지는 멈춰서서 엔데스 명우의 말을 들으면서 비웃었다.“용서할 수 없는 게 아니야.”소은지가 고개를 돌려서 비웃음 가득한 눈으로 엔데스 명우를 쳐다보았다.그리고 엔데스 명우의 악마 같은 눈을 보며 대답했다.“우리가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 그런 거야.”중요하지 않은 사람. 그뿐이었다.예전에 엔데스 명우가 소은지의 삶에서 어떤 비중을 차지했던, 지금의 소은지는 신경 쓰지 않았다.“...”그 말을 들은 엔데스 명우의 표정이 더욱 우울하고 어두워졌다.아무 사이도 아니라니.쿵.문이 닫혔다.엔데스 명우는 온몸이 차갑게 시들어가고 있는 것만 같았다.아무 사이도 아니라는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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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8화

“말도 안 되는 요구지?”“정말 말도 안 되지!”이건 그냥 말도 안 되는 정도가 아니라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엔데스 명우를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를 정도다. 이유영은 그 생각에 머리가 아팠다.“그럼 엔데스 명우가 너한테 집착하게 그대로 내버려둘 거야?”이유영은 이제야 확실히 알게 됐다. 엔데스 명우에게 기대 같은 건 하면 안 된다는 걸. 파리의 모든 걸 내려놓고 찾아온다기에 달라졌다고 잠깐 생각했지만, 지금 모습으로는 소은지와 더 멀어질 뿐이었다. 이유영 생각에, 두 사람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미래란 없을 것 같았다.“이수연 재판 끝나면 떠날 거야.”엔데스 명우가 비너스 타운에 들어왔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는 본능적으로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생각을 해 본 결과 도망칠 필요는 없다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소은지가 하려는 일에까지 끼어들고 있으니 미워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응.”이수연의 재판이 끝날 때.하지만 엔데스 명우의 개입이 시작된 이상, 그 끝의 길은 멀었다. 정말 머리가 아팠다....전화를 끊자마자, 엔데스 신우가 돌아와 이유영을 품에 안았다.“누구랑 통화 중이었어?”“언제 돌아온 거예요?”두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서로에게 물었다.엔데스 신우가 먼저 이유영의 질문에 대답했다.“금방 돌아왔어. 네가 통화를 끊을 때.”“아까 은지랑 전화하고 있었어요.”이유영은 여전히 소은지가 걱정되었다.파리에 있었을 때, 이유영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소은지를 파리에서 빼내려고 했다.하지만 드디어 파리에서 벗어난 소은지에게 엔데스 명우가 따라붙었을 줄은 전혀 몰랐다.“명우가 거기서 또 뭘 한 거야?”“동생을 잘 아네요.”엔데스 명우의 생각만 하면 이유영은 소은지가 너무 불쌍했다.“왜 그래?”엔데스 신우의 목소리가 한층 부드러워졌다. 이유영은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며 요 며칠 일어난 일을 설명해 주었다.말하면 할수록 화가 났다.아무리 소은지 곁에 남고 싶다고 해도 이런 방식을 쓰다니.이건 소은지의 앞길을 막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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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9화

소은지는 별장에서 내려와 바로 운전해서 돌아갔다. 산길은 아무도 없고 온도도 아까보다 낮아서 내려가는 것이 올라오던 것보다 더욱 위험했다.집으로 돌아가는 데에 한 시간 반이 걸렸다.코너를 돌아 집 앞 마당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이수연을 보는 순간 소은지의 심장이 꽉 조여들었다.속도를 높여 다가간 소은지가 이수연의 옆에 차를 세우고 얼른 내려서 이수연 옆에 갔다.“수연 씨, 수연 씨.”소은지가 이수연을 안고 불렀다. 그리고 이수연 입가에 피가 묻어있는 것을 보고 심장이 떨렸다.이수연은 소은지를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이곳을 망치지 못하게 했어요.”“...”그 말을 듣는 소은지의 심장은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것같이 아프고 숨이 막혔다.“멍청이... 내가 괜찮다고 했잖아요. 왜 나와서 막은 거예요.”이수연은 소은지에게 해가 되는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남편이 찾아왔을 때 무슨 일이 있어도 이곳의 물건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남편이 소은지의 집을 망가뜨리게 둬서는 안 된다.소은지는 이수연을 안고 얘기했다.“들어가요.”이수연은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이수연 씨.”“아파요.”“...”소은지는 문득 이수연의 몸 상태가 걱정되었다.화가 머리끝까지 치솟는 것만 같았다.“어디 가요?”“명치요.”“...”명치는 사람의 급소라고도 할 수 있는 곳이다. 이수연은 옷도 제대로 갖춰 입지 못하고 있었다. 소은지는 얼른 이수연의 옷을 풀어 헤쳐 보았다. 가슴 아래에 커다란 멍이 들어있었다.남편이라는 남자가 이수연을 이렇게 세게 때릴 줄은 몰랐다. 지금 이 순간 소은지는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그저 숨을 깊게 들이쉬고 얘기했다.“병원에 가요.”“안 갈래요.”“지금...”“전 돈이 없어요.”“...”그 말은 아주 무기력하게 느껴졌다.소은지는 절망에 잠긴 이수연의 눈을 보면서 대체 이 결혼이 이수연에게 가져다준 것이 무엇일까, 생각했다.“제가 돈이 있어요.”“은지 씨 돈을 쓸 수는 없어요.”“그게 무슨 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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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0화

분명 보호 신청을 했었다. 하지만...‘이건 제가 처리할게요.’이수연이 월 걱정하고 있는지 아는 듯, 소은지가 먼저 얘기했다.“소용없어요.”그리고 이수연도 소은지가 뭘 하려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감옥을 갔다가 나오면 더 미쳐 날뛸 거예요.”예전에도 이런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하지만 남편은 풀려난 뒤 이수연에게 더욱 심한 폭행을 가하고 있었다. 소은지와 처음 만났던 날, 경찰에 신고하지 말라고 말렸던 원인이 바로 이거였다.“...”소은지는 이수연을 바라보면서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하지만 이수연이 먼저 이어서 얘기했다.“기다릴게요. 이 재판에서 승리할 때까지. 소은지 씨가 저를 구해낼 때까지.”“...”이수연의 모든 희망은 이제 소은지에게 달려있었다.하지만 그래도 소은지는 이수연이 걱정되었다.“하지만 그곳으로 돌아가는 건 제가 걱정되는데...”“변호사니까 아시잖아요. 제가 변호사님 집에 있는 건 안 좋다는 걸.”이곳의 법을 연구하면서 소은지가 발견한 것이 하나 있었다. 만약 이수연의 남편이 이수연을 집에 데려간 소은지를 고소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소은지는 이수연을 본인 곁에 두고 싶었다. 그래야만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나는 그 사람을 잘 알아요. 그 사람은 말한 대로 하는 사람이에요. 조금이라도 약점을 잡았다고 생각하면 꽉 붙잡고 놓아주지 않을 거예요.”그래서 이수연은 남편이 떠나면서 한 말이 곧 현실이 될 것 같았다.소은지는 관자놀이 쪽이 아파서 꾹꾹 문질렀다.“전 빨리 이 모든 걸 끝내고 싶어요. 그러니 소은지 씨가 방해받지 않게 하려는 것뿐이에요.”방해라...만약 이수연의 남편이 정말 소은지를 고소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골치 아픈 일이었다.원래부터 까다로운 사건인데 엔데스 명우가 끼어들어 안 그래도 화가 났다.결국 생각해 보던 소은지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꼭 스스로를 잘 보호해야 해요. 때린다고 맞고만 있지 말고 차라리 같이 때려요.”두 번 만나봤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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