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한참 흘렀다.소은지의 가슴을 들이받던 충격은 점점 더 거칠어졌다.눈동자에서 번뜩이는 빛은 마치 날카로운 칼처럼, 당장이라도 엔데스 명우를 갈가리 찢어 버릴 것 같았다.“보니까, 이 재판 그렇게 쉽게 못 끝내겠네.”재판이 끝나지 않는 한, 둘 사이도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선언이었다.엔데스 명우의 강압적인 말투를 들으며, 소은지는 본인의 이성에 불이 붙어 활활 타들어 가는 게 느껴졌다.소은지는 엔데스 명우를 똑바로 응시하고 얘기했다.“네 멋대로 행동한 결과가 다른 사람한테 어떤 영향이 있는지 알아? 이수연한테 이 재판이 어떤 의미인지 알기나 해?”“나랑 상관없어.”엔데스 명우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되던지 상관없었다.“...”이곳은 그의 세상이니까.상대가 누구든지, 엔데스 명우는 항상 하고 싶은 대로 해왔다. 기분이 안 좋으면 부숴버리면 그만일 뿐,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그래서 엔데스 명우는 파리에서 많은 사람을 힘들게 한 것이다.소은지는 깊게 숨을 들이켰다. 그래도 가슴의 답답함은 가라앉지 않았다.엔데스 명우가 일어나 다가왔다. 소은지의 턱을 확 움켜쥐었다. “여기가 좋으면, 내가 같이 있어 줄게. 이리로 와서 나랑 같이 살아, 응?”짝.말이 끝나기도 전에, 맑은소리가 뺨을 쳤다.소은지의 눈빛에는 살기가 어렸다.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주변 사람들의 심장들이 목구멍까지 치솟았다.소은지는 엔데스 명우를 보면서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술을 떼었다가 다시 말을 삼켰다.강혁은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것만 같았다.“...”강혁은 눈앞이 새하얘지는 것 같았다.소은지가 엔데스 명우를 때린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어쩌면 소은지는 이 세상에서 엔데스 명우를 때리고도 유일하게 살아있는 여자일지도 모른다.“내가 그동안 너무 봐줬네.”소은지를 소파로 내던지듯 밀쳐 눕힌 엔데스 명우가 그 위로 몸을 덮쳤다. 그리고 손으로 소은지의 목을 조였다.소은지는 지금 이 장면이 예전에 엔데스 명우 곁에서 보내던 시간과 겹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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