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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1화

그 번호는 무엇인가. 소은지에게 그것은 소은지를 하늘에서 바닥으로 내동댕이쳐 지옥으로 떨어뜨린 낙인 같은 표식이었다. 소은지는 스스로 맞서 떨쳐낼 힘이 없었다. 그래서 엔데스 명우의 곁에 머무는 동안 끝도 없이 이어지는 지옥 같은 고통을 겪어야 했다.그런데 지금, 엔데스 명우가 예전에 소은지를 부르던 그 번호를 다시 귀로 듣는 순간, 엔데스 명우의 세상은 완전히 흐트러졌다. 겁 따위는 전혀 없어 보이는 소은지의 눈매를 마주하자, 엔데스 명우의 손에 들어갔던 힘은 조금씩 풀렸고 더 이상 억지로 밀어붙일 용기 또한 솟아나지 않았다.자유를 얻은 순간 소은지는 눈을 뜨고 조용히 엔데스 명우를 바라보았다. 다만 그 고요한 침묵 자체가 엔데스 명우의 영혼을 후벼 파고 날카롭게 박혔다....끝내 엔데스 명우는 떠났다. 홧김에 문을 차고 나간 것인지, 아니면 지금 벌어진 모든 일을 끝내 맞서 감당할 수 없다고 인정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마 소은지를 다시 마주한 뒤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엔데스 명우는 등을 돌리고 떠났다.돌아가는 차 안. 엔데스 명우는 차창 밖의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한때 소은지에게 덧씌웠던 그 번호가 두 사람의 앞길에 가로놓여 있는 것만 같았다. 그 번호의 뒤에서는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아서 숨이 막힐 정도였고 무력감을 느낄 정도였다.“도련님.”“말해.”“소식이 왔습니다. 우리가 이겼습니다.”엔데스 명우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이겼다는 결말은 엔데스 명우에게 전혀 뜻밖이 아니었다. 엔데스 명우가 손을 댄 일은 단 한 번도 실패로 끝나지 않았으니까. 파리에서 벌어졌던 권력 다툼은 예외에 가까운 변수였고, 지금 맞붙은 상대는 오직 소은지라는 사람뿐이었다. 엔데스 명우가 그런 상대에게 져 줄 리가 없었다. 다만 승전보에도 엔데스 명우의 가슴은 조금도 설레지 않았다. 애초부터 당사자를 아는 사이도 아니었기에 이번 일은 엔데스 명우에게 중요한 사안이 아니었다.“소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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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2화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소은지는 엔데스 명우를 향한 한기와 증오를 내비칠 뿐, 아무 감정도 담지 않았다. 하지만 그 눈빛에 엔데스 명우는 또 이성을 잃을 것만 같았다.“...”소은지는 입술을 달싹이며 무언가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엔데스 명우를 마주한 소은지는 너무 화가 났지만 무슨 말부터 꺼내야할지 몰랐다.과연 무슨 말부터 해야 할까.엔데스 명우는 말이 통하는 사람이 아니다. 소은지에게 있어 엔데스 명우는 이수연의 남편과 다를 바가 없었다.유일한 차이점이라면 신분의 차이일 뿐이다.만약 엔데스 명우가 일반인 신분이었다면 이렇게 잘난 체하지도 못했을 것이다.“화가 난 거야?”화만 났을까.“이렇게 해서 네가 얻는 게 뭔데?”모르는 사람을 도와줘서 엔데스 명우가 얻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엔데스 명우는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나는 뭘 얻으려고 이러는 게 아니야.”엔데스 명우가 원하는 건 소은지뿐이다.엔데스 명우는 그 본심을 다 얘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소은지도 알 수 있었다.“우리 사이는 불가능해.”“...”그 말에 엔데스 명우의 표정이 약간 굳었다.불가능하다니.그렇다면 엔데스 명우는 그 불가능을 깨버려서라도 소은지를 데려올 생각이었다.엔데스 명우는 소은지와 함께하기로 결심을 내렸으니까 말이다.“더 도와주지 마. 응?”그 메일을 보는 순간 소은지는 이수연을 위해 항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엔데스 명우가 계속 방해하는 한, 항소해도 소용없을 것이라는 걸, 소은지는 알고 있었다.“일주일 안에 이혼하고 내 곁으로 와.”“...”표정이 굳어있던 소은지는 엔데스 명우의 강압적인 말투를 듣고 차가운 기운을 내뿜었다.그리고 싸늘한 표정으로 엔데스 명우를 보면서 두 주먹을 꾹 쥐고 참고 있었다.그런 소은지를 보면서 엔데스 명우는 환하게 웃었다.“난 네가 나를 죽도록 증오하면서 아무것도 못 하는 그 모습이 너무 좋아.”엔데스 명우는 바로 이 도발적인 두 눈 때문에 마음이 흔들렸다.엔데스 명우를 이런 눈으로 바라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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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3화

하지만 엔데스 명우가 말을 잘랐다.“기억해. 일주일이야.”일주일만 지나면 엔데스 명우는 이수연 남편의 일에 끼어들지 않을 것이었다.소은지는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돌렸다.“저녁이나 먹고 가지?”하지만 소은지는 대답하지 않고 멀어져만 갔다. 엔데스 명우는 소파에 앉아서 차가운 기운을 내뿜었다.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는 낯선 사람에게 이런 호의까지 베풀면서 왜 엔데스 명우에게는 이렇게 차갑게 대하는 것인지.둘 사이에 일어났던 갖가지 일을 떠올린 엔데스 명우는, 지금 소은지를 너무 자극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하지만 지금 소은지와 엔데스 현우의 사이를 먼저 끝내야 했다. ...소은지는 운전해서 하산했다.설정산에서 내려오자마자 한 세단이 소은지의 앞길을 가로막았다.소은지는 약간 짜증스레 차창을 내리고 고개를 내밀었다.권중호가 공경하게 다가와 인사했다.“사모님, 도련님이 차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집에 갈 거예요.”소은지가 차갑게 얘기했다.권중호는 약간 흠칫했다. 소은지가 이렇게 차갑고 강경하게 나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파리의 남자들은 여자가 본인의 말을 듣는 것에 습관이 되어 있었다.파리의 여자들은 확실히 말을 잘 듣는 편이긴 했다.소은지와 달리 말이다.“사모님.”“그렇게 부르지 마요.”권중호가 더 뭐라고 하기도 전에 소은지가 차갑게 반박했다.사실 전에 청하에 있으면서, 소은지는 결혼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엔데스 현우와의 혼인은 엔데스 명우에게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두 사람의 시작은 서로를 이용하는 것이었으니까 말이다.이후에 예상치 못한 일들이 생겼고, 그 일을 겪으면서 소은지는 차가워졌다.소은지는 차에서 내리지 않으려고 했다. 결국 엔데스 현우가 차에서 내려 소은지 쪽으로 와서 소은지의 손목을 낚아챘다.“도련님, 지금 뭐 하시는 거죠?”도련님이라는 호칭은 낯설고 차갑게 느껴졌다.엔데스 현우는 약간 굳어버린 채 소은지의 손목을 더 세게 잡았다.“이 길은 위험해요.”엔데스 현우의 말은 사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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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4화

엔데스 현우는 빠르게 소은지의 옆집으로 이사 왔다. 그리고 엔데스 명우도 그 소식을 알게 되었다.설정산 별장.엔데스 명우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주먹을 쥐었고 강혁은 저도 모르게 긴장했다.“도련님.”“옆집이라고?”엔데스 명우가 분노 가득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강혁은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네.”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어두운 공간 속에서 엔데스 명우의 얼굴에 차가운 빛이 일렁였다.어느새 이 공간속의 차가운 어둠이 모든 것을 잠식할 만큼 커졌다.강혁이 엔데스 명우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엔데스 명우가 입을 열었다.“그럼 나도 이사 갈까?”강혁은 본인의 귀를 의심했다.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어버리는 것만 같았다.만약 정말 그렇다면...세 사람의 일이 파리 쪽에 퍼지기라도 한다면 아주 큰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지금 그들은 다 파리에서의 지위를 내려놓고 이곳으로 왔지만, 여전히 파리에서는 유명한 사람이었다.그런 사람들이 한 여자 때문에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니. 그건 천하의 웃음거리였다.“도련님!”강혁의 말투가 더욱 무거워졌다. 강혁은 엔데스 명우를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엔데스 명우를 오랜 시간 따른 사람으로서, 최근 벌어진 일들에 강혁은 조금 마음이 아팠다.예전처럼 매정하고 차가운 엔데스 명우가 좋았다.감정이라는 건은 양날의 검과도 같아서 소은지가 다치면 엔데스 명우도 다치니까 말이다.“지금 가자.”“일주일 시간을 준다고 하셨잖습니까. 일주일 동안 소은지 씨가 잘 처리하실 겁니다. 도련님이 지금 하실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엔데스 명우가 차가운 기운을 내뿜는 것을 느꼈지만, 강혁은 말릴 수밖에 없었다.소은지가 어떤 사람이던가.아무리 엔데스 명우 앞에서 차가운 모습만 보인다고 해도 소은지는 본인의 신념이 있는, 마음이 여린 사람이다.이수연의 일을 가만히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다.그러니 엔데스 현우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돌아오게 될 것이다.하지만 엔데스 명우는 한순간도 기다릴 수 없었다.이럴 줄 알았다면 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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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5화

강혁은 강경한 엔데스 명우의 말에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네.”강혁이 내려갔다.혼자 남겨진 엔데스 명우는 차가운 기운을 내뿜으며 날카로운 눈빛을 번뜩였다.눈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이 서려 있었다.“소은지.”가볍게 그 이름을 되뇌며 엔데스 명우는 알 수 없는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그 감정은 너무 복잡해서 엔데스 명우조차도 잘 알 수가 없었다.결국 엔데스 명우는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전에는 잘 알 수 없었던 것들이, 이제는 선명하게 보였다.언제부터였을까. 엔데스 명우는 이미 소은지한테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엔데스 명우가 소은지를 길들이려고 할수록 소은지는 더 반항하며 도망갔다.그래서 결국 두 사람 사이가 이렇게 된 것이다....마을에서.엔데스 현우가 옆집으로 이사 오는 것을 본 소은지의 심정은 아주 애매했다.이수연의 일이 아니었다면 진작 이곳을 떠났을 것이다.딩동. 딩동.엔데스 현우 집의 벨을 누른 소은지는 차가운 바람 때문에 얼굴이 약간 하얗게 질려있었다.엔데스 현우가 문을 열어주었다.그는 진회색 파자마를 입고 있었다.아주 심플한 디자인이지만 엔데스 현우가 입고 있으니 우아한 귀족 같아 보였다.“들어가도 돼요?”“당연하죠.”엔데스 현우가 길을 열어주었다. 그는 소은지가 직접 찾아올 줄은 몰랐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소은지가 안으로 들어갔다.방은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오랫동안 방치한 집이라는 흔적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이 마을의 집은 설계가 다 비슷했다. 같은 위치에 같은 벽난로, 같은 소파가 있었다.“뭐 좀 마실래요?”엔데스 현우가 주방으로 들어서며 물었다.“...”’소은지가 고개를 돌렸다.엔데스 현우는 익숙하게 주방의 물건을 다루고 있었다. 소은지는 엔데스 현우 같은 사람이 주방 물품에 대해서도 잘 안다는 것에 약간 놀랐다.소은지가 대답하지 않자 엔데스 현우는 고개를 들어 부드러운 눈빛으로 소은지를 바라봤다.그 부드러움은 파리에 있을 때 소은지를 혼란에 빠뜨리고 착각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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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6화

이런 엔데스 현우를 보고 있자니 머릿속이 지끈거렸다. 냉장고 문을 여니 각종 식재료가 꽉 차 있었다. 권중호가 미리 손을 써 둔 듯했다. 준비된 것들의 종류만 봐도, 소은지의 입맛을 기준으로 세심하게 고른 흔적이 한눈에 드러났다. 그래서인지 냉장고에 들어 있는 것들 대부분이 소은지가 좋아하던 재료였다.소은지는 말없이 시계를 흘깃 보고 다시 시선을 돌렸다. 주방에 선 남자가 칼과 도마, 냄비와 국자를 능숙하게 다루고 있었다. 불을 올리는 손놀림도 막힘없었다.“도구를 다 쓸 줄 알 줄은 몰랐어요.”엔데스 현우는 잠깐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이유영 씨가 그러더군요. 은지 씨가 집에서 만든 것을 좋아하지만 요리 실력은 별로라고요.”그래서 비너스 타운에 있을 때는 엔데스 현우는 거의 매일 직접 요리를 했다.요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엔데스 현우는 두 달 가까운 시간 동안 틈만 나면 요리를 하면서 어느 정도 실력이 늘었다.소은지는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가슴이 여전히 답답했다.“삼계탕을 끓였어요. 먹고 힘내요.”엔데스 현우가 말했다.“됐어요.”“많이 여위었잖아요. 한 5킬로는 빠진 것 같은데.”소은지는 원래 키가 큰 편이라 살이 빠진 눈에 띄는 편이었다.소은지는 그런 엔데스 현우의 말을 무시했다.엔데스 현우는 그런 소은지를 부드러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저녁 식사는 아주 풍성했다.엔데스 현우는 삼계탕 외에도 소은지가 좋아하는 것을 가득 준비했다. 이 익숙한 반찬을 보면서 소은지는 이유영을 떠올렸다.파리에 갔을 때, 소은지는 본인이 좋아하는 것이 무언인지도 다 잊어버릴 뻔했다.어쩌면 소은지가 좋아하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왜 안 먹어요?”“배가 안 고파요.”“어디 아픈 건 아니죠? 병원에 가볼래요?”“아니요!”소은지는 무거운 말투로 대응했다. 그 말투에는 약간의 짜증이 섞여 있었다. “나 때문에 못 먹는 거예요?”“네.”“...”엔데스 현우는 소은지가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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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7화

“네.”“유영이가 당신이랑 연락하고 지낼 줄은 몰랐네요.”소은지는 약간 삐진 듯한 말투로 얘기했다.그런 소은지를 보면서 엔데스 현우는 더욱 부드러운, 마치 아이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소은지를 바라봤다.소은지는 그런 눈빛을 발견하고 결국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엔데스 현우는 얼마 먹지도 않고 아이를 챙겨주듯 소은지를 계속 챙겨주었다. “더 먹고 싶지 않아요.”이곳에 온 뒤 이렇게 많이 먹은 건 처음인 것 같았다. 전에 이수연이 고기를 구워줄 때, 소은지는 어렵사리 입에 맞는 음식을 찾아 조금 많이 먹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더 많이 먹었다.이수연과 엔데스 현우가 없을 때, 소은지는 그저 샤부샤부나 국수를 먹었다.“국도 좀 들어요.”“저녁에 뭘 그렇게 많이 먹어요.”“은지 씨가 살찐 편도 아닌데요, 뭘.”살이 찐 사람들은 저녁에 많이 먹으면 안 된다. 하지만 소은지는 살이 너무 없는 편이었다. 그래서 엔데스 현우는 소은지에게 많이 먹이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결국 소은지가 항복했다.삼계탕은 아주 맑고 뜨끈했다. 소은지도 만들 줄 모르는 것을 엔데스 현우가 배워왔다고 생각하니, 엔데스 현우가 소은지를 위해 얼마나 노력 중인지 알 수 있었다.“더 먹을래요?”“아니요, 배 터질 것 같아요.”소은지가 솔직하게 얘기했다.살이 찌는 것은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먹은 건 소은지가 평소 먹던 양의 몇 배는 되었다. 소은지는 얼른 집으로 돌아가 소화하고 싶었다.하지만 이곳에 찾아온 이유를 잊지는 않았다.“이제 얘기해도 되죠?”“...”그 말을 들은 엔데스 현우의 눈빛이 약간 차갑게 식었다.엔데스 현우가 소은지가 찾아온 이유를 알고 있었다. 다만 그 말을 듣고 싶지도 않았고, 소은지의 의견대로 따라주고 싶지도 않았기에 계속 피하고 있는 것이다.“정리 좀 하고요.”“...”손목시계를 보니 밤이 이미 깊었다.하지만 그 정도도 못 기다릴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서 소은지는 엔데스 현우가 정리하는 것을 기다렸다.10분 정도 지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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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8화

심기 불편했던 엔데스 현우는 그런 소은지의 대답을 듣고 더욱 숨이 막혔다.“우리는 원래 엮일 사이가 아니었어요. 내 실수였죠.”엔데스 명우를 벗어나기 위해 엔데스 현우를 이용했으니까.그때는 엔데스 명우에게 빠르게 복수하기 위해 엔데스 현우를 이용한 것이다.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고통과 시련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한다.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거부하려고 한다면 운명이 바뀐다는 말이 있다.소은지는 그게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엔데스 현우가 소은지를 보면서 고통스러운 눈빛을 보냈다.소은지가 말했다.“이렇게 끝내요. 제발요.”엔데스 현우는 당연히 거절했다.소은지는 눈앞의 남자가 얼마나 부드러웠었는지 기억한다. 하지만 지금 그 눈에는 부드러움 대신 강경한 태도가 비쳤다.“싫어요.”“현우 씨!”“내가 여기까지 찾아와서, 당신을 포기할 것 같아요?”엔데스 현우는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얘기했다.“...”그런 엔데스 현우의 말을 들으면서 소은지의 마음은 점점 무거워졌다.포기.파리에 있을 때는 몇 번이고 포기하지 않았던가?그런데 왜 하필 지금...소은지는 가슴이 답답해서 숨이 턱턱 막히는 것만 같았다.“전에 내가 얼마나 큰 상처를...”“그만해요!”소은지는 전에 일어났던 일을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그건 아주 끔찍한 기억이었다.이번 생에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일이었기에 소은지는 파리에서 돌아온 뒤 그걸 잊으려고 애썼다. 그 기억을 거기에 묻고 오기 위해 애썼다.그런데 엔데스 현우가 감히 그 기억을 떠올리게 하려고 하고 있으니... 소은지는 참을 수가 없었다.“예전의 일은 다 중요하지 않아요.”소은지가 진중한 말투로 얘기했다.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지, 소은지에게는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왜 중요하지 않아요?”“그럼 현우 씨한테는 중요한가요?”소은지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엔데스 현우를 마주 보았다.“중요하죠.”“하.”엔데스 현우의 대답에 소은지는 재미난 농담을 들은 사람처럼 웃었다. 만약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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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9화

소은지는 엔데스 현우가 이런 무리한 요구를 제기할 줄 꿈에도 몰랐다.“당신...”소은지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엔데스 현우는 그런 소은지를 보면서 소은지를 품에서 놓아주었다.그리고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아이를 낳아주면 깔끔하게 떨어져 줄게요.”“꿈도 꾸지 마요!”소은지가 화를 내면서 소리 질렀다.소은지는 엔데스 현우와 깔끔하게 갈라서고 싶었다.그런데 이런 요구를 하다니.소은지는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엔데스 현우는 담담하게 소은지를 바라보며 담배를 피웠다. 소은지의 가슴은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미쳤어.’소은지는 정말 엔데스 현우가 미쳤다고 생각했다.“그렇지 않으면 나도 이혼해 줄 수가 없어요.”“...”강경한 태도의 엔데스 현우를 보면서 소은지는 등골이 오싹해졌다.청하에서 가장 뛰어난 이혼 전문 변호사로서, 소은지는 아이를 가진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았다.이혼하려는 사람이 아이를 갖는다는 건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그렇지 않으면 혼인의 불행이 아이에게까지 지속될 것이다.소은지는 그 모든 것을 다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엔데스 현우가 이런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을 듣고 놀라기도 했지만 사실 놀람보다 분노가 더욱 컸다.“만약 내가 꼭 아이를 갖고 싶다면요?”“그럼 나도 꼭 이혼해야겠죠.”소은지는 눈앞의 남자를 보면서, 그의 강경한 태도와 흔들림 없는 두 눈을 보면서, 엔데스 현우와 갈라선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게 되었다.하지만 소은지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없었다.소은지는 엔데스 현우 앞에서 굽히고 빌 생각이 없었다. 결국 소은지는 화가 난 채로 집에 돌아와 혼자 어두운 방 안에 앉아 있었다. 전등도 켜지 않고, 벽난로만이 빛을 가져다주고 있었다.소은지의 머릿속은 아주 어지러웠다. 엔데스 현우가 그런 요구를 할 줄은 몰랐기에 더욱 혼란스러웠다.“아이...?”소은지는 아이를 가지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게다가 다른 건 몰라도 이유영의 딸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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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0화

소은지는 겨우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그제야 엔데스 명우가 몇 번이나 그녀에게 전화했다는 것을 깨달았다.아까 엔데스 현우의 집으로 갈 때 핸드폰을 챙기지 않았기 때문이다.엔데스 명우는 소은지에게 거의 몇십 통이나 전화를 했다.이번에는 낯선 번호가 소은지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소은지 씨, 명우 도련님한테 사고가 났습니다.”“...”소은지는 다급한 강혁의 목소리를 들으면서도 그게 무슨 소리인지 순간 의아해했다. 사고가 나다니?무슨 사고?“소은지 씨?”소은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강혁의 목소리가 조금 더 진중해졌다. 소은지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무슨 사고요?”소은지의 말투는 너무 담담해서 마치 아무 관심도 없는 사람 같았다.“교통사고요. 지금 병원으로 이송 중입니다.”“아.”교통사고.소은지는 그저 알겠다는 말만 했다. 마치 엔데스 명우가 오늘 저녁 식사를 마쳤다는 것을 들은 사람 같았다.강혁은 소은지가 이렇게 차갑게 대꾸할 줄은 몰랐다.아무리 그래도 교통사고인데, 어떻게 이렇게 차갑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소은지 씨.”강혁의 말투가 더욱 진중해졌다.“도련님은 소은지 씨를 찾아가는 길에 교통사고가 난 겁니다.”강혁은 소은지의 차가운 태도에 약간 화가 났다.소은지 때문에 교통사고가 난 것인데, 어떻게 이렇게 매정할 수 있는지.소은지는 그런 강혁의 말뜻을 알아차렸다.“제가 어떻게 감히 엔데스 명우 도련님을 오라 가라 하겠어요. 전 와달라고 한 적이 없어요.”말을 마친 소은지가 전화를 끊어버렸다.틀린 말은 아니었다.소은지의 삶은 엔데스 명우 때문에 소란스러워진 것이니까.그러니 엔데스 명우의 교통사고에, 소은지가 무슨 반응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소은지가 엔데스 명우의 교통사고에 이렇게 차갑게 반응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구급차 안에서.차 속도는 아주 느렸다. 의사는 엔데스 명우에게 긴급 처치를 해주었다. 하지만 엔데스 명우의 상태는 좋지 않아 기절에 가까웠다.“소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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