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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2 Chapters

제1621화

그 번호는 무엇인가. 소은지에게 그것은 소은지를 하늘에서 바닥으로 내동댕이쳐 지옥으로 떨어뜨린 낙인 같은 표식이었다. 소은지는 스스로 맞서 떨쳐낼 힘이 없었다. 그래서 엔데스 명우의 곁에 머무는 동안 끝도 없이 이어지는 지옥 같은 고통을 겪어야 했다.그런데 지금, 엔데스 명우가 예전에 소은지를 부르던 그 번호를 다시 귀로 듣는 순간, 엔데스 명우의 세상은 완전히 흐트러졌다. 겁 따위는 전혀 없어 보이는 소은지의 눈매를 마주하자, 엔데스 명우의 손에 들어갔던 힘은 조금씩 풀렸고 더 이상 억지로 밀어붙일 용기 또한 솟아나지 않았다.자유를 얻은 순간 소은지는 눈을 뜨고 조용히 엔데스 명우를 바라보았다. 다만 그 고요한 침묵 자체가 엔데스 명우의 영혼을 후벼 파고 날카롭게 박혔다....끝내 엔데스 명우는 떠났다. 홧김에 문을 차고 나간 것인지, 아니면 지금 벌어진 모든 일을 끝내 맞서 감당할 수 없다고 인정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마 소은지를 다시 마주한 뒤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엔데스 명우는 등을 돌리고 떠났다.돌아가는 차 안. 엔데스 명우는 차창 밖의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한때 소은지에게 덧씌웠던 그 번호가 두 사람의 앞길에 가로놓여 있는 것만 같았다. 그 번호의 뒤에서는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아서 숨이 막힐 정도였고 무력감을 느낄 정도였다.“도련님.”“말해.”“소식이 왔습니다. 우리가 이겼습니다.”엔데스 명우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이겼다는 결말은 엔데스 명우에게 전혀 뜻밖이 아니었다. 엔데스 명우가 손을 댄 일은 단 한 번도 실패로 끝나지 않았으니까. 파리에서 벌어졌던 권력 다툼은 예외에 가까운 변수였고, 지금 맞붙은 상대는 오직 소은지라는 사람뿐이었다. 엔데스 명우가 그런 상대에게 져 줄 리가 없었다. 다만 승전보에도 엔데스 명우의 가슴은 조금도 설레지 않았다. 애초부터 당사자를 아는 사이도 아니었기에 이번 일은 엔데스 명우에게 중요한 사안이 아니었다.“소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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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2화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소은지는 엔데스 명우를 향한 한기와 증오를 내비칠 뿐, 아무 감정도 담지 않았다. 하지만 그 눈빛에 엔데스 명우는 또 이성을 잃을 것만 같았다.“...”소은지는 입술을 달싹이며 무언가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엔데스 명우를 마주한 소은지는 너무 화가 났지만 무슨 말부터 꺼내야할지 몰랐다.과연 무슨 말부터 해야 할까.엔데스 명우는 말이 통하는 사람이 아니다. 소은지에게 있어 엔데스 명우는 이수연의 남편과 다를 바가 없었다.유일한 차이점이라면 신분의 차이일 뿐이다.만약 엔데스 명우가 일반인 신분이었다면 이렇게 잘난 체하지도 못했을 것이다.“화가 난 거야?”화만 났을까.“이렇게 해서 네가 얻는 게 뭔데?”모르는 사람을 도와줘서 엔데스 명우가 얻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엔데스 명우는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나는 뭘 얻으려고 이러는 게 아니야.”엔데스 명우가 원하는 건 소은지뿐이다.엔데스 명우는 그 본심을 다 얘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소은지도 알 수 있었다.“우리 사이는 불가능해.”“...”그 말에 엔데스 명우의 표정이 약간 굳었다.불가능하다니.그렇다면 엔데스 명우는 그 불가능을 깨버려서라도 소은지를 데려올 생각이었다.엔데스 명우는 소은지와 함께하기로 결심을 내렸으니까 말이다.“더 도와주지 마. 응?”그 메일을 보는 순간 소은지는 이수연을 위해 항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엔데스 명우가 계속 방해하는 한, 항소해도 소용없을 것이라는 걸, 소은지는 알고 있었다.“일주일 안에 이혼하고 내 곁으로 와.”“...”표정이 굳어있던 소은지는 엔데스 명우의 강압적인 말투를 듣고 차가운 기운을 내뿜었다.그리고 싸늘한 표정으로 엔데스 명우를 보면서 두 주먹을 꾹 쥐고 참고 있었다.그런 소은지를 보면서 엔데스 명우는 환하게 웃었다.“난 네가 나를 죽도록 증오하면서 아무것도 못 하는 그 모습이 너무 좋아.”엔데스 명우는 바로 이 도발적인 두 눈 때문에 마음이 흔들렸다.엔데스 명우를 이런 눈으로 바라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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