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보낸 그 시간 동안, 엔데스 명우만큼 권력에 대한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사람은 없었다. 마치 원하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대가도 치를 수 있고, 어떤 수단이라도 동원할 수 있다는 태도가 매 순간 배어 있었다. 그런데 권력과 지위에 그토록 집착하던 사람이, 막판에서 기꺼이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엔데스 현우가 시계를 쳐다보았다. 오후 두 시. 지금 출발하면 목적지에 닿을 즈음 하늘이 이미 까맣게 어두워질 터였다. 이곳 겨울의 낮은 유난히 짧아서, 다섯 시쯤이면 온 세상이 순식간에 어두워진다.“가자.”엔데스 현우는 일단 몸을 일으켰다. 드디어 소은지의 단서를 손에 넣었으니, 가능한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소은지의 얼굴을 확인하고 싶었다. 마음은 이미 산길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지금은 아마 어려울 겁니다.”“왜?”“며칠째 폭설이 이어졌습니다. 도로가 전부 눈으로 덮였고, 제설 차량은 사흘 뒤에나 그 구간을 순회합니다.”이곳의 제설 계획은 빽빽하게 짜여 있었다. 제설 차량이 하루에도 수차례 움직이지만, 구역마다 순환 일정이 정해져 있었다. 소은지가 머무는 마을은 사흘 뒤 제설 작업이 진행된다. 지금 이동을 시도하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였다. 산길만 30킬로미터가 넘고, 전 구간이 다 눈길이었다.엔데스 현우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사흘은, 너무 길었다.“그렇게 오래 못 기다린다.”“그렇다면 내일로 맞추시는 게 낫습니다. 지금 당장 제설 차량을 섭외한다 해도, 도착하면 밤 열 시를 훌쩍 넘을 겁니다. 중간에 체증이라도 생기면 자정을 넘겨 도착할 수도 있습니다.”그럼에도 엔데스 현우의 마음은 확고했다.“지금 당장 준비해.”이곳에 머문 시간은 이미 충분히 길었다. 이제야 어렵사리 잡은 실마리를 놓칠 수는 없었다. 가능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서라도, 가장 빠른 시각에 산을 넘어갈 생각이었다.권중호는 뭐라고 더 하고 싶었지만 이미 결심을 내린 엔데스 현우를 보면서 고개만 숙이고 서둘러 움직였다. 소은지를 모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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