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스 명우.이수연은 두 사람 사이의 원한을 알게 된 그때부터 더 이상 소은지에게 도와 달라고 하지 않으려 했다.자유를 되찾는 대가로, 소은지가 그 남자 곁에 돌아가 지옥 같은 삶에 빠지는 일만은 바라지 않았다.너무 많은 세월을, 너무 많은 고통을 견뎌 왔고, 그 고통이 어떤지 누구보다 잘 알았다.정말 아팠고, 지쳐 있었다. 그래서 소은지가 그 수렁으로 끌려 들어가는 건 원치 않았다.소은지의 몸이 세차게 떨렸다.소은지는 편지를 한 번 꾸깃하게 움켜쥐었다가, 이내 조심스럽게 펼쳤다. 마치 종이를 망가뜨린 것에 대해 스스로를 나무라는 것 같았다.주르륵. 눈물이 흘러내려 단정한 획 위로 뚝뚝 떨어져, 잉크 자국이 번졌다.엔데스 가문의 남자들 앞에서 소은지는 언제나 강했고 꺾이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엔데스 현우 앞에서는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마치 바로 이 순간 온전히 짓눌려 버린 사람처럼.“권중호한테... 고맙다고 전해 줘요.”엔데스 현우가 낮게 말했다. “뛰어내렸대요.”소은지는 말문이 막혔다.가슴이 더 아려 왔다.조금만 더 일찍 끝냈다면 이수연이 궁지에 몰려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텐데. 결국, 엔데스 명우의 집요함 때문이다. 이수연도 그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았을 테니까.그 수렁으로 소은지를 밀어 넣지 않기 위해, 가장 극단의 결정을 내려 버린 것이다.“어쨌든... 권중호 씨에게 고맙다고 전해 줘요.”적어도 권중호가 있어, 마지막 가는 길이 궁상맞고 초라하진 않았을 테니.엔데스 현우가 얼음처럼 식은 그녀의 손을 감쌌다. 소은지는 고개를 푹 떨군 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엔데스 현우가 말했다. “조금은... 마음을 놓아요.”놓다니, 어떻게 놓으란 말인가.몇 번이나 깊게 숨을 들이마셔도 가슴 속의 통증은 가라앉지 않았다.‘이제 곧 모든 게 끝날 거였는데.’왜 그렇게 조금의 시간도 기다려 주지 못한 걸까.‘내가 그렇게 약해 보였을까. 엔데스 현우와의 관계를 타협적으로 정리했다고 해서, 엔데스 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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