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 사이는 사과 한마디로 그렇게 간단하게 끝날 수 있는 게 아니었고, 더구나 한 번의 화재 사건으로 모든 과거를 지울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소은지는 이 남자를 만나지만 않았더라면 아마 자기 인생이 이렇게까지 궤도를 벗어나지도, 저런 화재 사건도 평생 그녀의 삶에서 일어나지 않았으리라 생각했다.지금 저 남자가 자신에게 은혜를 베풀려고 하든, 아니면 정말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든 소은지한테는 아무 의미도 없었다.파리에서 떠날 때부터 이미 이 남자를 절대적으로 멀리해야겠다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는데 엔데스 명우가 글쎄 파리에서의 자기 커리어든 뭐든 모두 접고 자신을 여기까지 쫓아와 버린 것이다.그런 사람이 소은지가 떠나겠다고 하니 과연 순순히 놓아줄 수 있을까?소은지는 방에 갇히게 되자마자 모든 서러움이 한 번에 폭발했다.“엔데스 명우!”그리고 한껏 분노에 차서 그의 이름을 또박또박 불렀지만 남자는 그저 덤덤하게 자기 할 말을 이어 나갔다.“네가 원하든 말든 난 너랑 평생 같이 살 거야!”예전의 그 이기적인 모습을 또 드러내면서 ‘평생’이라는 단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었다.소은지는 실눈을 뜨고 그를 바라보다가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방문을 닫아버렸다.엔데스 명우가 서재로 와보니 권중호는 이미 방 안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타닥거리며 라이터의 불길이 튀어 오르더니 순식간에 담배에 불이 붙었다.그는 깊게 한 모금을 빨았는데 소은지의 차가운 얼굴만 생각하면 여전히 가슴이 답답했다.“할리 가문에 무슨 일이 생겼나 봅니다!”권중호가 엔데스 명우를 바라보며 약간 어두운 말투로 알렸다.사실 파리를 떠난 뒤, 엔데스 명우는 여태껏 할리 가문이 어떤 존재였던지 완전히 까먹고 있었다.하선희가 살아있던 그 몇 년 동안, 그 여자가 아무렇게나 일을 처리한 바람에 할리 가문에게 수많은 골칫거리만 남겼다.비록 이 세상에 이제 남아있지 않지만 그래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그대로 남아있어 조만간 일이 터질 것 같았다.하여 처음부터 할리 가문에 그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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