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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1화

“설마 당신이 진짜로 할리 가문의 딸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소은지의 말에 할리 연희는 순간 얼굴이 새하얘지더니 말문이 턱 하고 막혀왔다.그리고 매섭게 노려봤는데 당장에라도 달려가서 눈앞의 소은지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을 만큼 그녀에 대한 원망이 커져만 갔고 한 마디 한 마디가 할리 연희의 가슴에 콕콕 박혀 따갑고 아팠다.“당신...”“왜요, 제 말이 틀렸어요?”“당신은 할리 가문에 정식으로 돌아온 게 아니라서 아직...”“그건 그때 제가 돌아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잖아요. 무슨 뜻인지 아직도 모르겠어요?”말을 마치자마자 한껏 조롱의 눈빛으로 눈앞의 할리 연희를 바라보자 원래부터 좋지 않았던 얼굴빛이 소은지의 자극으로 더욱 하얗게 변해만 갔다.그때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는 게 무슨 뜻일까?그래서 지금은?그러나 할리 연희가 뭐라고 반격하기도 전에 소은지는 그녀를 문밖으로 쫓아내더니 ‘쾅’ 하는 소리와 같이 문을 닫아버렸다.처음이었다.할리 가문에 들어온 뒤 처음으로 누군가가 할리 연희를 이렇게 거칠게 대했는데 그 상대가 하필 소은지라는 사실이 더 굴욕적으로 느껴졌다.“쾅쾅쾅!”“당장 문 열어! 능력 있으면 나와 보라고!”할리 연희는 이 순간 화가 굉장히 많이 나 있어 문이 부서지도록 세게 두드렸다.바로 이때, 문이 진짜로 열렸다!“촤르르!”소은지가 그녀에게 찬물을 끼얹었다.할리 연희는 순간 온몸이 차가워지고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순식간에 그녀를 휘감아 한동안은 멍한 얼굴로 서 있기만 했다.할리 가문에 살았을 때 비록 그녀는 수양딸이었지만 소은지가 없으니 거의 친딸 대접을 받으면서 지내왔고 하선희의 보호막 아래에서 아무도 감히 무례하게 굴지 못했다.하여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이런 푸대접은 받아본 적이 없는 그녀였는데...“소은지 씨!”할리 연희는 오늘에야 자신과 소은지의 차이를 확실하게 깨달은 것 같다.여태껏 할리 가문에서 독차지했던 모든 걸 한방에 잃은 느낌이었는데 혹시나 소은지가 진짜 할리 가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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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2화

소은지는 자신을 막고 있는 할리 연희가 귀찮다는 듯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비켜요!”“은지 씨, 당신이랑 명우 씨는 더 이상 아무 가망도 없어요. 그리고 전 아버지한테도 이미 명우 씨랑 결혼하겠다고 말해둔 상황이고요.”아버지라는 단어를 서슴없이 내뱉는 그녀의 모습이 소은지는 마냥 웃기기만 했다.“그러든지 말든지.”저 한마디를 소은지는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지만 할리 연희한테는 매우 모욕적으로 들렸다.하여 소은지 앞을 가로막고 큰 소리로 외쳤다.“그럼 당장 떠나요!”소은지가 그녀의 곁을 지나쳐 가려 하자 할리 연희가 다급히 다시 말을 이었다.“아버지는 지금 당신한테 신경 쓸 겨를조차 없어요.”어떻게 해서든지 엔데스 명우 곁에 남아있을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말라고 경고해 주고 싶었다.“그리고 아버지는 절대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할리 연희는 여태껏 하고 싶었던 말을 마구 쏟아냈는데 애석하게도 소은지의 귀에는 이 모든 말이 그저 우스갯소리로 들렸다.“절 미워한다고요?”“그래요. 어머니가 돌아갔을 때도 보러 오지도 않았잖아요. 아버지가 어머니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절대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거라고요!”순간 소은지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는데 할리 연희는 왠지 자신을 조롱하는 것 같은 느낌에 기분이 나빴다.그러다가 소은지는 다시 어깨를 으쓱거리더니 더 이상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그대로 아래층에 내려갔다.할리 민상이 자신을 미워한다니.어찌 보면 잘 된 일이다. 그 미움이 극에 달해서 더 이상 만나지 않고 또 그들과 이제 그 어떤 접촉도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잘 생각해요. 당신이 떠나주기만 하면 어떤 요구든지 다 들어줄 테니까!”할리 연희의 말에 소은지가 단번에 고개를 돌리더니 한껏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되물었다.“할리 가문의 돈으로 지금 절 쫓아내려고요?”“...”할리 연희는 순간 말문이 막혀 곧 질식할 것 같았다.그러나 소은지는 다시 가볍게 코웃음 치며 말을 이었다.“보아하니, 당신은 몇 년 동안 그 여자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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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3화

소은지의 말에 엔데스 명우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할리 연희는 한껏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엔데스 명우를 바라보았다.“명우 씨.”그러자 엔데스 명우는 소은지를 바라보며 한마디했다.“됐어. 소란 피우지 마.”“제가 어디 감히 여섯째 도련님 앞에서 소란을 피우겠어요?”그녀는 의미심장하게 말을 내뱉은 뒤 우유 한 모금을 마셨다.사실 소은지는 우유를 그다지 즐겨 마시지 않았는데 비너스 타운에 온 뒤로 좋아하게 되었다.이때 갑자기 자기 머리를 톡 건드리는 엔데스 명우 때문에 소은지는 손에 들고 있던 컵을 하마터면 땅에 떨어뜨릴 뻔했다.깜짝 놀라 그를 매섭게 째려보니 남자는 오히려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비꼬지 마.”보아하니 어제 했던 해명 아닌 해명이 이 남자한테 꽤 먹힌 눈치였다.그러나 할리 연희는 두 사람의 모습에 자신이 순간 잘못 본 줄 알았다.엔데스 가문의 여섯째 도련님은 자신을 배신한 사람을 가장 싫어하는데 왜 소은지만은 매번 참고 넘어가 주는 걸까?“명우 씨.”할리 연희는 아까보다 더욱 간절하게 엔데스 명우를 불렀지만 돌아오는 건 남자의 싸늘한 대답뿐이었다.“할리 가문에 오랜 세월 동안 있으면서 할리 사모님께서 많은 걸 가르쳐줬을 텐데 유독 자기 주제 파악하는 방법은 안 가르쳐 줬나 보네.”그의 말에 할리 연희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그리고 여전히 자신을 하찮다는 듯이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는 소은지 때문에 그녀는 심장이 바닥으로 내려앉는 것 같아 자기도 모르게 두 주먹을 꽉 쥐었다가 다시 애써 감정을 추슬렀다.바로 이때, 엔데스 명우는 소은지가 좋아하는 음식을 그녀의 접시에 덜어줬지만 그녀는 한 번 힐끔 쳐다만 볼 뿐 먹지 않았다.그래도 엔데스 명우는 아랑곳하지 않았는데 그저 그녀가 자기 체면을 내리깎지만 않으면 이것 또한 두 사람 사이에 진전이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려 했다.“오후에 파리로 돌아가려고 해.”소은지는 한참 밥을 먹고 있다가 문득 들리는 엔데스 명우의 말에 순간 온몸이 얼어붙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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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4화

눈앞에서 엔데스 명우가 아무리 불같이 화를 내도 소은지는 그저 차갑게 웃을 뿐이었는데 이런 모습을 남자는 더는 못 참겠는지 ‘쾅’하는 소리와 함께 젓가락을 테이블 위로 세게 내리쳤다.그러는 바람에 그의 오른쪽에 앉았던 할리 연희는 그가 젓가락으로 우유가 담긴 컵을 살짝 건드리게 되면서 그 우유를 전부 뒤집어쓰게 되었다.집사가 상황을 보고 도우미들에게 닦으라고 말해주려 다가왔는데 순간 엔데스 명우와 옆에 전전긍긍하며 한쪽에 서 있기만 한 사람들을 보니 할리 연희가 스스로 치우도록 내버려두려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그 옆에서 소은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밥만 먹고 있었는데 그녀의 이런 여유로운 모습이 엔데스 명우를 더 미치게 했다.그러다가 손에 든 컵을 내려놓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배불러.”화가 나 있거나 말거나, 엔데스 명우는 이미 그녀의 안중에 없었고 그러는 남자는 관자놀이의 통증만 더해갔다.“은지의 짐 좀 챙겨줘요.”소은지가 막 돌아서려던 이때, 뒤에서 남자의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러자 집사는 빠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네!”“다들 빨리 가서 사모님 짐 좀 정리해.”그러고는 냉큼 도우미들에게 알렸는데 소은지는 그 자리에 서서 몸을 잘게 떨고 있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한 마디를 내뱉었다.“난 안 가!”“거기도 네 집이야.”집이라...엔데스 명우가 아무리 멀리 떠났다고 해도 그의 집은 언제나 파리에 있었는데 그러면 자연스레 소은지의 집도 파리에 있는 걸로 된다.소은지는 한껏 매서운 눈빛으로 엔데스 명우를 째려보았다.“아니야!”“소은지!”“미쳤어?”엔데스 명우에 대한 인내심이 완전히 바닥났다.눈앞의 남자는 상호 존중과 배려가 무엇인지조차 까맣게 모르는 것 같았고 매번 강압적으로 밀어붙이는 것 외에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것 같았다.이런 일 처리 방식으로 이미 여러 사람의 목숨까지 앗아갔으면서도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설선비의 남편, 그리고 이수연까지!전부 소은지의 최측근이었던 사람들에게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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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5화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겨우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사실 그동안 모든 사람이 소은지의 성격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걸 느꼈는데 그 정도가 이렇게까지 나빠질 줄은 몰랐고 엔데스 명우한테 시도 때도 없이 화만 낼 줄도 예상치 못했다.엔데스 명우의 얼굴은 여전히 어두웠다.“콰당!”바로 이때, 남자가 신경질적으로 테이블을 뒤집자, 모든 사람이 깜짝 놀라 빠르게 고개를 수그렸는데 이 와중에도 소은지는 익숙하다는 듯이 씩씩거리는 남자를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엔데스 명우는 다시 성큼성큼 그녀에게 다가와 거칠게 팔목을 낚아챘다.“내가 여태껏 네 말을 너무 잘 들어줬지?”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말이다.소은지는 단번에 자기 손을 빼려고 했지만 남자는 오히려 힘을 더 줬다.“놔!”아무리 그녀가 소리를 질러도 들은 체도 하지 않고 곧바로 그녀를 안아 올렸는데 발버둥 치는 그녀를 강압적으로 자기 품에 안았다.소은지는 파리에 있을 때 호신술을 배웠지만 지금 이 남자 앞에서는 아무 쓸모도 없게 되었다.“가만히 있어!”엔데스 명우는 버럭 소리를 지르더니 그대로 소은지를 안고 위층으로 올라갔는데 오직 할리 연희만 어수선해진 식당에 앉아 두 사람이 함께 올라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그녀가 보기에는 이 모든 게 그저 지독한 사랑싸움에 불과했고 가만히 있자니 화가 치밀어 올라 곧 질식할 것 같았다.위층 안방.엔데스 명우는 소은지를 거칠게 침대에 내팽개쳤고 그녀가 빠르게 도망치려 했지만 남자는 그녀의 발목을 잡고 단번에 끌어당겼다.그리고 소은지가 반응하기도 전에 그녀의 몸 위로 덮쳤다.“찰싹!”역시나 소은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의 뺨을 내리쳤는데 엔데스 명우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더니 빠르게 그녀의 손을 교차해서 머리 위로 올렸다. “그동안 내가 널 너무 봐줬다니까?”“놔!”소은지는 죽을힘을 다해 발버둥 쳤지만 그의 상대가 전혀 되지 못했고 더 이상 몸부림조차 치지 못하도록 침대에 힘껏 눌렀다.그러자 소은지는 남자를 한껏 매섭게 쏘아보았는데 눈에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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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6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엔데스 명우의 얼굴을 보니 소은지는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반대로 눈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웃어버리는 그녀의 모습에 엔데스 명우는 이상하게 가슴 한편이 시리고 따끔거리는 것 같아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그리고 창가 쪽에 가서 커튼을 열어젖혔는데 곧바로 느껴지는 찬바람에 그제야 심란했던 마음이 조금 가라앉는 것 같았다.‘딸깍’하고 라이터 소리가 들리면서 방안에는 단번에 휘발유 냄새가 가득 채워졌고 불꽃이 피어올랐지만 금세 찬바람 때문에 꺼졌다.엔데스 명우는 다시 한번 라이터를 켰고 그제야 불이 담배에 붙더니 그는 두 모금 깊게 빨고 말을 이었다.“그래서 지나온 과거들이 아직 네 가슴에 깊이 상처로 남았다는 거지?”엔데스 명우가 그녀를 찾아온 뒤로, 소은지는 여태껏 그 일들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한 적이 없었고 줄곧 과거에 대해 말했다.하여 여태껏 그를 향한 비꼬는 말투나 시종일관 차가웠던 태도가 다 그들이 과거에 얼마나 추악한 일들을 겪었는지를 그대로 보여줬다.“흘려보낼 수도 있는데 그건 당신한테 달렸겠지.”비록 소은지는 아무렇지 않은 듯이 답했지만 엔데스 명우는 단번에 저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챘다.순간 온몸의 기운이 밖에서 부는 눈보라보다 더 차갑게 돌변했다.“꿈도 꾸지 마.”“하!”그의 말에 소은지는 한껏 매서운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며 비열하게 웃었다.“난 정말 이해가 안 가!”“...”뭐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건지 막 물으려는데 소은지가 다시 비아냥거리며 말을 이었다.“예전에 현우 씨는 파리의 모든 걸 포기 하면서까지 날 쫓아다녔는데 그 모든 게 다 나에 대한 죄책감이라는 걸 난 알고 있거든? 그런데 우리 여섯째 도련님은 대체...”소은지는 갑자기 하던 말을 멈췄다.그러나 엔데스 명우는 처음 듣는 얘기에 순식간에 얼굴이 굳어져 있었다.소은지는 지금 엔데스 현우가 떠난 게 죄책감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과연 누가 양심의 가책 때문에 오랜 세월 동안 고이 간직했던 자기 마음을 하루아침에 접는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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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7화

“아니야? 그럼 날 사랑한다고 인정하는 거야?”소은지는 특히 뒤의 말을 마치 우습다는 듯이 더 비아냥거리며 내뱉었다.순간 남자의 얼굴이 점점 험악해지더니 입술을 달싹거리며 눈앞의 소은지를 노려봤는데 금방에라도 그녀를 삼켜버릴 것 같았다.이때, 소은지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남자에게 다가왔는데 문틈 사이로 들어오는 찬바람에 자기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그 모습에 엔데스 명우는 재빨리 커튼을 닫아줬다.“네가 날 어떻게 생각하든 난 이번에 반드시 너랑 같이 파리에 돌아갈 거야.”남자는 소은지가 말하기도 전에 한껏 단호하게 말했다.그러자 그녀의 손은 허공에 있다가 그대로 굳어버렸는데 다시 눈썹을 치켜뜨고 엔데스 명우에게 물었다.“혹시나 내가 또다시 당신의 모든 걸 망치지 않을지 두렵지 않아?”또다시 모든 걸 망쳐?그러니까 바로 전에 엔데스 명우가 소은지의 모든 걸 망가뜨렸듯이, 지금 그녀는 복수심에 그의 모든 걸 부숴버릴 심산인데 남자는 기어코 그녀와 같이 파리에 돌아가려고 했다.자신을 한껏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는 소은지를 보며 분명 그녀가 호락호락 따라가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이마를 짚으며 큰 소리로 외쳤다.“네가 어떻게 생각하든 난 상관없어!”혹시나 해명해 볼까, 고민도 해봤지만 여태껏 해명이라곤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 지금 이 순간도 그저 눈앞의 소은지를 빤히 바라볼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이미 할 말은 다 했는데 소은지는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은 듯해 보였다.남자는 뒤돌아서자마자 ‘쾅’하는 소리와 함께 문을 박차고 나갔는데 문이 닫히고 나서야 소은지의 세계가 비로소 조용해지는 것 같았다.그러다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는데 그 웃음이 너무나 슬퍼 보였다.이때, 핸드폰 화면이 밝아지면서 이유영의 번호가 떴다.사실 소은지도 지금 이유영은 은별이의 일로 골머리를 심하게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자기 남편의 일에 대해 얘기를 안 할 수 없었다.통화버튼을 누르자마자 빠르게 이유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은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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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8화

소은지는 자기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졌는데 이때 수화기 너머에서 또다시 이유영이 물어왔다.“할리 민상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그 사람?소은지는 그의 이름을 듣자마자 눈빛이 단번에 날카로워졌는데 이유영이 뭐라 하기도 전에 먼저 답했다.“유영아, 난 무슨 일이 있어도 언제나 네 편이야.”한지음의 일이든, 이온유의 일이든!아무리 전생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되었더라도 소은지는 언제나 이유영의 편에 서 있었다.이유영이 막 뭐라 하려다가 소은지의 말을 듣고 빠르게 답했다.“나도 알아. 넌 언제나 날 위했고 항상 내 모든 결정을 지지해 줬잖아.”“그러니까 너도 똑같이 날 믿고 지지해 줄 거지?”“...”순간 수화기 너머의 이유영은 눈살을 찌푸린 채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는데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 어려있었다.그리고 한참 뒤에 소은지에게 말했다.“할리 민상 씨랑 하선희 씨는 엄연히 달라. 지금 할리 가문에 벌어진 일들은 다 하선희 씨가 남긴 문제들이라고!”두 사람이 사실 소은지에게는 그저 혈육 관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고 또 그 부분이 소은지가 여태껏 제일 인정하기 싫어하는 부분이었기에 이유영한테도 두 사람에 대한 호칭이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동시에 소은지에게 계속 주의를 주고 있었는데 사실 이유영 또한 하선희가 너무 미웠고 그런 사람이 소은지에게 그토록 악독한 수법을 썼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그러나 할리 민상 같은 경우에는 이유영이 여태껏 줄곧 파리에 살고 있고 또 엔데스 신우도 지금 그 자리에 있다 보니 파리의 대가족 내부가 어떤 모습인지, 그 가문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자연스레 알게 되었는데 할리 민상은 분명 예전에 봤던 사람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다.적어도 하선희 같은 사람은 절대 아니었다.이유영의 말에 소은지가 더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그래서 지금 내 앞에서 그 사람 편을 드는 거야?” “은지야.”“할리 가문의 사람들이 어떤지 나랑은 아무 상관이 없어. 그만하자, 전해야 할 말은 다 한 것 같으니까 이만 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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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9화

하여 할리 가문에 아무리 무슨 일이 생겨도 소은지는 아무 입장도 표하지 않을 것이다.“그렇다면 다행이고!”이유영의 말에 엔데스 신우는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이는 것 같았다.“네 오빠가 비너스 타운에 간다고 하던데.”“...”“아마 지금쯤이면 강이한 씨를 만났을 거야.”엔데스 신우의 입에서 들리는 강이한이라는 단어에 이유영의 얼굴이 단번에 어두워졌다.분명 일이 벌어진 지 꽤 오래되었는데도 그녀는 남자의 이름만 들어도 저절로 손발이 떨렸다.“그 사람이 아직도 무서워?”그걸 엔데스 신우는 바로 알아챘던 것이다.분명 이건 뼛속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두려움이었기 때문이다.그의 물음에 이유영은 몸을 돌려 가느다란 두 팔을 남자의 잘록한 허리에 얹으며 애써 미소를 지었다.“아니요.”옛날에는 아무리 강경하게 강이한과 맞서 싸웠다고 해도 그에 대한 두려움이 아예 없다고 하지는 못했다.겉으로는 괜찮은 척했지만 강이한이라는 사람이 뒤에서 어떤 음모를 꾸미고 있는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항상 불안했다.하여 이유영은 어떻게 하면 그 남자와의 관계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지를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예전에는 무서웠는데 지금은 괜찮아졌어.”아주 가볍게 얘기했지만 가만히 듣고 있던 엔데스 신우는 그런 이유영이 너무 안쓰러워 품 안의 그녀를 더욱 꽉 끌어안았다.“그러면 됐어.”“은별이는 반드시 찾아올 거야.”사실 요 며칠 동안 이유영이 매일 어떻게 지내왔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당장에라도 비너스 타운에 달려가고 싶지만 파리의 모든 상황이 지금 엉망진창이었다.거기에 엔데스 명우까지 돌아온다고 했으니 여태껏 매우 조용해 보이던 파리가 암암리에 어떤 검은 파도가 들이닥칠지 아무도 몰랐다.하여 이유영은 자신의 어떠한 사소한 행동도 엔데스 신우의 약점이 될 수 없었고 누구에게도 그녀의 약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그래서 더 미친 듯이 은별이를 데려오고 싶었고 당장에라도 아이 데리러 그곳으로 달려가고 싶었다.이미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는 나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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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0화

한편 강이한 쪽.그는 여진우를 발견하자마자 순간 얼굴이 어두워졌다가 한껏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물었다.“유영이는 진짜로 안 온 거야?”“그 애가 여기를 왜 와?”여진우가 한껏 날카롭게 되물었다.그래서 지금 사람을 시켜 은별이를 숨겨놓고 또다시 이유영의 인생을 망치려는 건가 싶었기 때문이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여진우는 눈앞의 강이한을 매섭게 쏘아보았다.“은별이는 지금 어디에 있어?”단도직입적으로 묻는 말에 강이한이 비아냥거리며 답했다.“유영이더러 직접 와서 데려가라고 해!”“강이한!”여진우는 여태껏 참았던 분노가 한순간에 폭발한 듯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그를 째려봤는데 강이한은 여전히 여유를 부리며 되물었다.“왜, 유영이의 앞으로 행복한 삶을 위해 내가 사라져 줬으면 좋겠어?”이 말을 만약 두 사람이 과거에 어떤 일을 겪었는지 모르는 사람이 들었으면 분명 이유영이 현재의 지위를 위해 그를 버렸다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사건의 진실은?“네 말대로 넌 그 애 앞에서 사라졌어야 해.”여진우는 한 글자 한 글자를 악에 받쳐서 말했다.“하!”역시나 강이한은 코웃음 치더니 손에 든 시가를 한 모금 빨았다.“그렇다면 실망시켜서 너무 미안하네.”순간 두 사람의 몸에서 동시에 살기가 마구 뿜어져 나왔는데 여진우는 더는 못 참고 곧바로 강이한의 멱살을 움켜쥐었다.“유영이 인생을 그 지경으로 망쳐놓은 걸로 아직 부족해?” “사람을 죽게 했잖아!”“너도 유영이를 죽인 거나 마찬가지야!”그 사람이 바로 이온유를 뜻하나 싶었다.“강이한, 아직도 옳고 그름을 분별하지 못하겠어? 유영이가 왜 이온유를 살려줘야 하는데?”“여태껏 엄마로 여겨왔으니까!”“퍽!”순간 여진우의 주먹이 그대로 강이한의 볼을 강타했다.그리고 도무지 화를 삭이기 어려웠는데 이유영은 어떻게 저런 남자한테 빠질 수 있었는지, 혹시나 당시 그녀의 안목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의심되기도 했다.그리고 당장에라도 눈앞의 강이한을 때려죽이고 싶어 또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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