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은지는 자신을 막고 있는 할리 연희가 귀찮다는 듯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비켜요!”“은지 씨, 당신이랑 명우 씨는 더 이상 아무 가망도 없어요. 그리고 전 아버지한테도 이미 명우 씨랑 결혼하겠다고 말해둔 상황이고요.”아버지라는 단어를 서슴없이 내뱉는 그녀의 모습이 소은지는 마냥 웃기기만 했다.“그러든지 말든지.”저 한마디를 소은지는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지만 할리 연희한테는 매우 모욕적으로 들렸다.하여 소은지 앞을 가로막고 큰 소리로 외쳤다.“그럼 당장 떠나요!”소은지가 그녀의 곁을 지나쳐 가려 하자 할리 연희가 다급히 다시 말을 이었다.“아버지는 지금 당신한테 신경 쓸 겨를조차 없어요.”어떻게 해서든지 엔데스 명우 곁에 남아있을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말라고 경고해 주고 싶었다.“그리고 아버지는 절대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할리 연희는 여태껏 하고 싶었던 말을 마구 쏟아냈는데 애석하게도 소은지의 귀에는 이 모든 말이 그저 우스갯소리로 들렸다.“절 미워한다고요?”“그래요. 어머니가 돌아갔을 때도 보러 오지도 않았잖아요. 아버지가 어머니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절대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거라고요!”순간 소은지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는데 할리 연희는 왠지 자신을 조롱하는 것 같은 느낌에 기분이 나빴다.그러다가 소은지는 다시 어깨를 으쓱거리더니 더 이상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그대로 아래층에 내려갔다.할리 민상이 자신을 미워한다니.어찌 보면 잘 된 일이다. 그 미움이 극에 달해서 더 이상 만나지 않고 또 그들과 이제 그 어떤 접촉도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잘 생각해요. 당신이 떠나주기만 하면 어떤 요구든지 다 들어줄 테니까!”할리 연희의 말에 소은지가 단번에 고개를 돌리더니 한껏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되물었다.“할리 가문의 돈으로 지금 절 쫓아내려고요?”“...”할리 연희는 순간 말문이 막혀 곧 질식할 것 같았다.그러나 소은지는 다시 가볍게 코웃음 치며 말을 이었다.“보아하니, 당신은 몇 년 동안 그 여자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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