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구주, 왕의 귀환: Bab 2061 - Bab 2070

2156 Bab

제2061화

희뿌연 안개가 자욱한 가운데 윤구주 일행은 마치 환영 같은 수풀을 헤쳐 나갔다. 사방에서는 귀물이 어른거리며 원혼과 악귀의 울부짖음이 귓가를 맴돌았다.비록 황보웅과 주작은 만만치 않은 실력자였지만 이 음산한 기운 속에서는 그들조차 전율을 감추지 못했다.“정기가 곧고 맑으면 백 해를 막는다.”앞장서던 윤구주가 담담히 전음을 보냈다.주작은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을 다잡았지만 황보웅은 속으로 혀를 찼다.그는 그런 정기니, 정의니 하는 말을 애초에 믿지 않았다. 오직 실력과 수련만이 진리라고 생각했다. 윤구주가 두려워하지 않는 건 그의 월등한 실력 때문일 뿐이라고 여겼다.수산 외곽에서 죽을 고비를 넘긴 황보웅이었기에 지금처럼 숲 깊숙이 들어온 상황에서는 당연히 공포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만약 윤구주가 없었다면 황보웅에게 열 개의 목숨이 있어도 감히 이곳에 들어올 수 없었을 것이다.사방의 귀물들이 사람의 신경을 갉아 먹는 데다 불경스러운 불음까지 퍼져 나와 황보웅과 주작의 짜증은 더욱 고조되었다.“젠장! 언젠가는 저 요승들 씨를 말려버릴 거야!”황보웅이 욕설을 퍼부었다.그 순간, 앞을 가리던 안개가 마치 거짓말처럼 걷히며, 그들은 숲의 중앙에 도착했다. 중앙은 거대한 힘으로 평탄화되어 있었고 원래 울창했던 나무들은 불길에 그슬려 까맣게 타버린 재만 남아 있었다. 세 사람이 조심스럽게 발을 들이자 재먼지가 공중으로 흩날렸다.“공기가 완전히 정체되어 있어. 천지 영기도 느껴지지 않아.”황보웅이 숨을 들이켰다.“그래. 이곳이야말로 진정한 죽음의 땅이다.”앞서 걷던 윤구주가 무심하게 대답했다.세 사람의 시선은 곧바로 숲의 중앙에 앉아 있는 한 노승에게 고정되었다.노승은 단정하게 다리를 접고 있었고 마치 살아있는 불상처럼 고요했으며 그의 얼굴은 온화함 그 자체였다. 겉모습만 보면 고위 고승이라 해도 믿을 정도였다. 실제로 그의 주변으로 퍼져 나오는 기운 또한 정결하고 숭고해 보였다. 하지만 그의 눈동자 깊은 곳에서 번뜩이는 차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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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2화

“무도에 무지한 사술쟁이가 감히 내 앞에서 천지를 논하다니, 우습군. 나는 천명을 받은 인황 윤구주다. 너희 같은 하찮은 것들이 감히 내 수련을 판단하려 들다니.”윤구주의 오만하고 독선적인 태도를 보면 불만루가 도리나 진리를 따지는 건 명백히 쓸모없는 짓이었다.윤구주 같은 사람한테는 집착이 곧 마성처럼 깊어져 있어 남의 말 따위는 귀담아듣지 않는다.벽에 머리를 찧기 전까진 절대 물러서지 않을 터였다.이를 깨달은 불만루는 더 이상 말다툼을 하지 않고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불력을 사용했다.“저자가 진짜 배후였던 거야? 셋이 상대하면 우리가 유리하지!”황보웅은 빙술을 펼치려 했지만 기운이 마음처럼 모이지 않았다. 이곳의 전법 때문에 그의 영기 사용이 심각하게 제한되어 있었다.영기가 원활하지 않자 술법의 위력은 현저히 줄어들었다.“아니야. 상대는 그 하나가 전부가 아니야.”주작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불만루에 대한 정보는 내가 가지고 있어. 본래 무도인이었으나 우연히 곤륜 지역에 들어가 수련한 후 어찌 된 영문인지 서역 불종에 귀의했지. 도행은 백 년쯤 됐고 나이는 이백 세 안팎이야.”이백 세라면 일반인과 비교하면 장수 중 장수다.하지만 수백 년은 기본으로 사는 마인들과 비교하면 사실상 그저 그렇다.그리고 그 정도 도행으로는 이런 초월적 전법을 이곳에 펼칠 수 있을 리가 없다.“맞다. 나 하나로 구주왕처럼 아사신족을 멸족시킨 자와 맞서기엔 역부족이지.”불만루가 음산하게 웃으며 말했다.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뒤편 깊은 어둠 속에서 수많은 검은 그림자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왔다.하나같이 진한 음기와 살기를 내뿜으며 검은 망토로 전신을 휘감고 붉은 눈만 드러낸 모습이었다. 마치 지옥에서 온 사신 같았다.주작은 그 모습을 보자마자 그들의 정체를 곧바로 알아챘다.“저하, 저들은 수라전의 자객들입니다. 서역 불종과 마찬가지로 곤륜 지역에 속하지 않는 독립 조직이며 서남 제국의 실질 권력을 장악해 온 세력입니다. 전에 제가 이끄는 암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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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3화

윤구주는 눈앞의 남자를 비웃듯 농을 던졌지만 주작과 황보웅은 감히 그러지 못했다.그와 눈을 마주치는 순간 황보웅은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겉모습은 분명 인간이지만 그 존재를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마치 하늘을 뒤덮는 거대한 흉수가 눈앞에 선 듯한 압도적인 기운이 몰려왔다.그는 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들 정도로 극도로 긴장했다.주작 또한 몸속의 성수정혈이 마치 불에 달궈진 듯 끓어오르고 있었으며 눈동자는 점점 야수의 눈처럼 변해갔다.주작은 당장이라도 폭주할 것 같았다.“저하, 이 자는 인간이 아닙니다. 눈앞의 형상도 법신일 뿐 본체가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황보웅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직감이 외쳤다. 이번 적수는 정말 위험한 상대라고.“법신? 그 표현으론 턱없이 부족하지.”윤구주가 피식 웃었다.하지만 황보웅에게는 감히 웃을 여유가 없었다.“저하, 이 자의 정체는 대체 무엇입니까?”황보웅은 이를 갈며 물었다. 윤구주는 폭주 직전의 주작을 한번 흘깃 본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말은 법신이라 하지만 저건 단순한 도행의 화신이 아니야. 저건 인형 환영이다.”황보웅은 침을 꿀꺽 삼켰다.곤륜 지역의 전주로서 화인이라는 개념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수련자에게 있어서 입도는 곧 도의 완성, 절정이었다.이는 수련의 정점에 오름을 의미하는 경지였다.화인 즉 인간의 형상을 취할 수 있게 되는 것이 바로 입도의 징표였다.이건 단순히 형상을 흉내 내는 게 아니라 스스로 영지를 갖추고 법력을 통해 인간의 모습을 만들어 세상을 속일 수 있는 경지를 일컫는 것이었다.이 경지에 오른 야수를 사람들은 정귀라고 불렀다.“이 자는 정귀다. 이 정도 능력을 지닌 존재는 곤륜 지역에서조차 손꼽을 정도로 희귀하다. 게다가 그들마저 생사불명이니, 지금 이 자가 세상에 남은 유일한 정귀일지도 모른다.”황보웅의 얼굴은 잿빛으로 질렸다.윤구주가 어떻게 저런 괴물과 맞설 수 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에 따르면 정귀 중 일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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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4화

“저하, 저자는 이미 등룡을 이룬 자입니다. 비록 교룡이라 해도 진룡은 진룡입니다. 실체를 지닌 진룡은 모든 화신을 초월합니다.”황보웅의 말에 담긴 의미를 윤구주는 누구보다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그것은 곧 자신의 구룡화신조차 교룡에게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돌려 말한 것이었다.“문아름... 역시 날 위해 완벽한 무대를 준비했구나.”윤구주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좋다. 청룡은 어디 있지?”윤구주는 곧장 본론을 던졌다.이 모든 상황이 함정임을 뻔히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걸어들어온 이유는 오직 하나, 청룡이 여기 있다는 확신 때문이었다.문아름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다.청룡만이 윤구주를 이끌 수 있는 유일한 미끼라는 것을.이것이 바로 인간이라는 종족의 치명적인 약점이었다.유혹을 위해서는 반드시 매개체가 필요했고, 그 매개체는 바로 인간의 감정, 인간의 본능이었다.“안심해라. 청룡은 이곳에 있다. 하지만 먼저 나를 넘어서야 한다. 나를 이긴다면 청룡을 보여주지.”교룡은 단호하게 말했다.그리고 동시에 수라전의 자객 군단이 앞으로 나섰다.서역 불종 종주 불만루와 수라전 전주도 전열에 합류했다. 반면 윤구주 진영은 상황이 매우 불리해 보였다.윤구주를 제외하면 주작과 황보웅뿐이었고 두 사람이 힘을 합쳐도 불만루나 수라전 전주 한 명도 당해낼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황보웅은 잘 알고 있었다.황보웅은 자신의 한계를 누구보다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섣불리 허세를 부리다 목숨을 잃는 어리석은 자는 아니었다.그는 이미 한발 물러선 상태였다. 이 자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윤구주였고, 자신은 말 그대로 구경꾼에 불과했다.윤구주가 승리하면 자신도 살아남고, 패배하면 함께 죽을 것임을 너무나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다.하지만 주작은 달랐다.그는 화진의 전신이었고, 물러설 수 없었다.“저하, 수라전의 자객들과 수라전 전주는 제가 맡겠습니다. 암살은 제 전문 분야입니다.”주작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하지만 그 누구도 주작의 말을 있는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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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5화

수라전 전주는 현존하는 세상에서 최고의 살수였다.살인의 세계를 200년 넘게 지배해온 그는 온갖 괴물들과 도적들, 심지어 신급 수련자들의 피까지 손에 묻혔다.그런 수라전 전주에게 윤구주는 그저 하찮은 존재에 불과했다.“윤구주, 죽어라.”수라전 전주가 일격에 날아들었다.몸보다 두 배나 긴 검은 대낫이 윤구주의 목을 향해 휘둘러졌다.윤구주는 단 한 손으로 그 공격을 가볍게 막아냈다.콰아앙!전력을 다한 공격임에도 대낫은 윤구주의 팔뚝에 닿자마자 꿈쩍도 하지 않았다.수라전 전주의 눈빛에 당혹감이 스쳤다.방금의 일격은 분명 온 힘을 다한 공격이었건만, 통하지 않았다.첫 일격 후 수라전 전주의 자신감은 깡그리 사라졌다.윤구주의 육체는 자신을 압도했고, 힘으로는 이길 수 없음을 깨달은 수라전 전주는 대낫을 거두고 백 보 후퇴했다.하지만 윤구주는 가소롭다는 듯 웃고 있었다.‘힘으로 나를 누르려 했다니, 도대체 얼마나 나를 얕보았단 말인가.’수련자의 체력만으로는 그들 사이의 격차를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생라지옥인, 수라참!”수라전 전주의 입에서 얼음 같은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부적마다 묵직한 살기가 가득했고 대낫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는 순식간에 모든 것들을 얼려버릴 기세였다.숨쉬기도 버거울 정도의 냉기였다.“윤구주, 이번엔 이걸로 널 찢어주마!”기법을 완성한 수라전 전주는 다시 한번 돌진했다.이번에도 체술과 함께 일격에 승부를 보려는 전술이었다. 콰직! 콰앙!’대낫은 쉴 새 없이 윤구주를 향해 내리꽂혔다.하지만 윤구주는 이를 손쉽게 막아냈다.열다섯 차례가 넘는 연타 끝에 그의 팔에 서릿발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걸 본 수라전 전주는 크게 방긋 웃었다. “통했다! 윤구주, 이건 평범한 현빙이 아니다. 이건...”쿠직!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구주는 팔을 가볍게 흔들었다.그 순간 팔을 감싸고 있던 얼음은 그대로 산산조각 났다.“뭐야?”수라전 전주는 할 말을 잃었다.“이 자식... 진짜 보통 인간이 아니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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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6화

슉!윤구주가 단 한걸음에 수라전의 전주를 향해 내달렸다.살기를 감지한 전주는 반사적으로 신념술을 펼쳤다.순간, 끝도 보이지 않는 푸른 하늘이 자신의 머리 위로 무너져 내리는 환영이 덮쳐왔다.산이 무너지는 건 피할 수 있지만, 하늘이 무너지는 건 도망칠 곳조차 없다.“크아아아아!"죽느냐 사느냐의 순간, 전주는 피를 제물 삼아 금기를 발동했다.광폭한 정기가 흑낫에 쏟아졌고, 흑낫은 검은 상어 형상으로 변해 윤구주를 향해 쏘아졌다.“또 환신이냐?”윤구주가 비웃으며 입꼬리를 올렸다.그딴 수작은 아무것도 모르는 풋내기들이나 속지, 자신에겐 통하지 않는다.그는 단숨에 수인을 그렸다.호수의 기운이 폭발하며 산이 울리고, 단 한 번의 포효에 검은 상어는 산산이 무너졌다.흑낫은 원형으로 돌아왔고, 날아들던 날은 윤구주의 손에 붙잡혔다.그는 주저함 없이 양손으로 흑낫을 쥐고 그대로 꺾었다.짧은 폭음과 함께 최상급 병기는 조각조각 산산이 부서졌다.쾅!날아든 파편은 사방으로 튀었고, 그것은 전주의 무너진 내면과 똑 닮아 있었다.“감히 내 무기를 부수다니! 윤구주, 제정신이냐!"그 외침과 동시에, 왕룡의 포효가 하늘을 갈랐다.“무기를 부쉈다고 난리냐? 나는 화진의 인황이다. 화진의 인황은 오방무적, 천하유일. 너 따위 무기쯤은 부수고, 이제 네 목숨까지 거둬가겠다."윤구주가 또 한발 다가섰고, 그 기세는 산을 짓누르는 듯했다.“끄윽!"진짜 죽을 것 같았다.체질도 술법도 전혀 상대되지 않았다.전주는 정원을 끌어모아 천지영기를 일으켜 맞섰다.검은 안개, 귀기, 마령의 힘까지 동원했다.하지만 그 모든 걸 윤구주는 단 한걸음에 뚫고 들어왔다.귀기로 막으려 했으나, 그의 손가락이 허공을 가르자 바람이 일었다.“나랑 영기를 비교하겠다고? 바람아, 일어나라."폭풍이 몰아쳤고, 모든 마기가 휩쓸려 사라졌다.그 안에 담긴 전주의 정원까지 모조리 날아갔다.전주는 말 그대로 얼어붙었다.처음엔 혼자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그다음엔 어려워도 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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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7화

바로 그 순간, 불만루가 더는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섰다.“윤구주! 더는 살생을 저지르지 마라! 너 스스로 화진의 인황이라 자부하면서, 어찌 천지와 생령에 대한 경외심 하나 없는 것이냐? 지금이라도 도를 거두고 칼을 내려놓는다면 늦지 않았을 것이다.”불만루가 두 손을 모으자 손목에 걸린 불주가 저절로 회전했고, 수없이 많은 범인의 부적이 허공에 떠올랐다. 그 모든 것이 불력으로 윤구주를 억누르려는 기세였다.“불이라고? 너 따위가 감히 나 윤구주한테 불을 논한다고? 네가 뭔데?”윤구주의 입꼬리가 비틀렸다.“진짜 부처인 척은! 그따위 연극, 지금 당장 깨부숴주지!”고개를 돌린 그 순간, 윤구주는 손가락 하나로 전장을 가르며 진정한 도를 펼쳤다.도파무극, 만법을 단숨에 부숴내는 힘.쾅!하늘의 기운이 일시에 뒤틀렸고, 불만루의 범인은 순식간에 터져 날아갔다.법이 깨지고 드러난 건 검고 음습한 죽음의 기운뿐이었다.이제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이 자가 쓰던 건 불법이 아닌 요술이었다는 걸.법신 환영이 깨지자 불만루의 얼굴은 그대로 일그러졌고, 눈빛엔 분노가 가득했다.“윤구주! 네 이놈, 감히 불을 모독하다니. 오늘은 내가 하늘의 뜻으로 너를 처단하겠다. 불인무극!”불만루는 온 기운을 끌어올려 다시 한번 눌러왔다.이번엔 기술이 아니었다.삼백 년 도행으로 쌓은 수행력 그 자체로 윤구주를 짓눌렀다.“수행으로 나를 누르겠다고? 네가? 그게 너희 서역 불문의 수법이냐?"윤구주의 눈빛엔 조소가 담겨 있었다.윤구주는 이미 도에 들었다.그 누구보다 먼저 성경지의 문을 열었고, 그 누구보다 먼저 술법의 한계를 초월했다.술법이 닿지 않는 존재.그게 바로 지금의 윤구주였다.“도파무극.”그의 손짓 하나에 하늘이 울고 땅이 뒤틀렸다.“이제 가짜는 집어치워라. 내가 진짜를 보여주지. 이것이 서요산의 비급 도법자연.”천지의 음양이 울리고, 건곤의 기운이 응답했다.대지에선 백령초가 솟구치고, 하늘에선 강의 물줄기가 흘러내렸다.자연의 이치가 윤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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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8화

바로 그 순간, 불만루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방에서 치솟는 살기가 하늘을 찔렀다.그 살기가 구름을 뚫고 솟구쳐 하늘을 뒤덮더니, 먹구름을 물들여 네 존의 흉불로 변해버렸다.“사목금강! 만불호법, 서천불조여 개천하라!”불만루가 정원을 끌어 올리자 하늘에서 검은 불력이 쏟아지며 윤구주의 도법을 정면으로 깨뜨렸다.그 순간 하늘엔 기이한 이변이 일어났고, 수많은 불타들이 상계에 나타났다.그중 단 한 존, 하늘의 절반을 가리고 태양 빛마저 삼켜버린 서천의 부처가 강림했다.그 위엄과 성스러운 기운은 그저 마주보기만 해도 등골이 오싹할 정도였다.“진짜 지랄 맞네.”주작이 이를 악물고 욕을 내뱉었다.눈 앞에 펼쳐진 신불의 위용은 그럴싸했지만, 느껴지는 기운은 오히려 사람을 얼어붙게 할 만큼 음침했다.“망할, 까먹고 있었네. 여기가 불만루의 세상이라는걸. 저 자식, 본래 수라전 전주보다도 수련이 강한 놈이다. 게다가 지금은 여러 국가의 교단 수장이야.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진짜 부처로 믿고 있어. 믿는 사람이 많아지면, 가짜도 결국 진짜가 되는 거라고!”황보웅이 이를 갈며 숨을 들이켰다.등골이 오싹해질 만큼, 이번엔 정말 상황이 나쁘다.주작은 잘 이해하지 못했다.“가짜가 어떻게 진짜가 돼?”“그게 바로 신앙이라는 거야. 보통 사람도 귀인이 도와주면 일이 풀리지 않냐? 고대의 왕후장상도 결국 사람이 떠받들었을 뿐인 것처럼 황제들이 받들어진 것도 다 백성들의 신앙 때문이지. 그런 믿음이 쌓이면, 그 자체가 실체가 돼. 여기에 여러 나라의 국운이 덧붙여지면 그건 사람 힘으로는 못 막는다.”황보웅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한마디로 말하자면 이 자리에 윤구주가 아닌 자신이 섰다면, 무슨 수를 써도 이 국면을 뒤집지 못했을 것이다.윤구주가 강한 이유는 그가 ‘구주의 왕’이기 때문이다.그 칭호는 화진 전역에서 공인된 권위였고, 그래서 그는 대전마다 군심을 잡고 기세를 압도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화진이 아니다. 이곳은 외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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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9화

수라전 전주는 승리에 도취해 있었다.“윤구주! 네놈도 결국 이 꼴이 됐군! 화진에서야 네가 날뛰며 함부로 굴었겠지! 하지만 여긴 화진이 아니야! 오늘, 이 수산이 바로 너 윤구주의 무덤이 될 거다!”불만루 역시 격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곤륜 구역 전체를 떨게 만든 윤구주를, 바로 그가 불교 교단의 힘으로 처단할 수 있다니.이 순간, 역사가 그의 손으로 새로 써지는 듯했다.지금부터 세상은 그 불만루의 이름으로 다스려질 것 같았다.흥분에 들뜬 그는 거만하게 외쳤다.“윤구주! 이 하늘 가득한 신불을 어찌 막을 셈인가! 지금 당장 항복해라! 어쩌면 살려줄 수도 있지 않겠느냐?”하늘 가득한 신불의 살기가 일제히 윤구주를 향해 내리꽂혔다.그건 단순한 위압이 아니었다.윤구주의 의지를 꺾고, 저항을 포기하게 만들려는 의도였다.하지만, 윤구주는 단 한 번도 그들을 정면으로 쳐다보지 않았다.“서천극락? 하늘 가득한 신불? 내 눈엔 그냥 개미 떼일 뿐이다. 호랑이 가죽 걸쳤다고 여우가 맹수인 줄 아느냐? 불의 껍데기 하나 뒤집어썼다고 날 굴복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나? 한심하군.”윤구주는 싸늘한 웃음을 띤 채 입을 열었다.“허풍도 작작 떨어라! 그렇게 자신 있으면 실력이나 보여봐라! 어디 한번 보자고, 네놈 윤구주의 진짜 실력!”불만루가 외쳤다.이쯤 되면 윤구주도 제정신이 아니라고밖에 할 수 없었다.“좋다. 네가 그렇게 원한다면 눈 똑바로 뜨고 잘 봐라. 이 만불귀술이 어떻게 박살 나는지.”윤구주는 자신의 전신에 기운을 운용했고, 이념과 함께 천기가 움직였다.그의 일념에 바람이 일었고, 바람이 검을 불렀다.사방에서 몰려든 수천수만의 검의가 윤구주의 두 손가락 사이로 응축되었다.그는 손가락을 검처럼 세우고, 일념에 도를 담아 천검을 베었다.“팔기성기, 어검검파무극!”광풍이 불어오고, 만검이 몰아쳤다.만법은 한뜻에 수렴하고, 만검은 하나로 융합된다.하늘을 가르는 거대한 천검이 내려 찍혔고, 그 기세는 온 하늘을 흔들었다.그토록 찬란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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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0화

윤구주의 검의 기운이 번뜩이며 하늘을 찢는 순간, 불만루의 음혼이 그대로 뚫렸다. 붕!수라전 전주는 말 그대로 얼이 빠졌다. 천시와 지리, 인화까지 거머쥔 불만루가 윤구주 손에 이토록 허무하게 사라질 줄이야. 뒤늦게 돌아보니, 윤구주는 제대로 힘조차 쓰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럼 이건 도대체 뭐였던 거지? 이 싸움, 장터에서 장난질도 아니고.수라전 전주는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홱 돌려 죽자 살자 도망쳤다. 지금은 그저, 추산만 벗어나면 살 수 있다는 생각 하나뿐이었다.그는 달리며 길길이 소리쳤다. “문씨 가문, 이 개자식들아! 화진의 인황은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잖아! 애초에 우릴 함정에 빠뜨릴 생각이었지! 서남 제국을 죽이고 화진이 이 지역을 장악하려는 수작이었어! 언젠가는 반드시 갚아주마!”그는 점점 확신했다. 이 모든 건 문씨 가문과 윤구주의 공작이었다. 목표는 명확했다. 서남 제국의 국운을 베어내고, 화진이 남서 지역을 완전히 제패하는 것.그는 문씨 가문에 대한 증오를 키웠고, 화진에 대한 원한을 품었다. 그러나 단 하나 윤구주에게만큼은 복수하겠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그런데, 그 순간.그가 가장 두려워하던 사내, 윤구주가 마치 유령처럼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귀신이야...! 이건 말도 안 돼! 네가 어떻게 이렇게 빨리!” 수라전 전주는 기절할 듯이 경악했다.윤구주는 비웃듯 말했다. “멍청아, 네 주변이나 잘 봐. 그냥 제자리에서 빙빙 돌다가 다시 돌아온 거야.”그는 황급히 주위를 둘러봤다. 정말이었다. 아무리 달려도 결국 원점이었다.‘이게... 어떻게 된 거지? 달렸는데도 되돌아왔다고?’그때, 인간의 모습을 한 교룡이 조용히 말했다. “이미 말했잖아. 윤구주는 도를 이룬 자라고. 황자가 되면 풍수 격국조차 바꿀 수 있어. 그 정도로 너를 꾀는 건 어렵지도 않아. ”“큭... 알았어. 인제야 모든 게 맞아떨어지네. 처음부터 이 자식이랑 짜고 있었던 거였지? 그래서 천년대진이 아무 효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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